[인천의 아침] 통계로 지역을 성평등하게 만들기

여성가족부는 지역성평등지수를 매년 발표하고 있는데, 이는 각 지자체의 성평등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경제활동, 의사결정, 교육·직업훈련, 복지, 보건, 안전, 가족, 문화·정보 등 8개 분야별로 점수를 산정해 4개로 등급을 매겨 발표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이 성적표 결과에 따라 낮은 점수를 받은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지역의 성평등 수준 향상을 도모한다. 인천광역시는 2015년부터 중하위권을 유지하다가 2020년 중상위권으로 한 단계 상승하는 성과를 보였다. 지역성평등지수를 군·구 단위로 적용해 기초자치단체 성평등 성적표를 발표하는 것이 인천광역시 군•구별 성평등 지표다. 인천 여성단체 ㈔한국여성인권플러스 성평등정책연구소는 오랫동안 국가성평등지수 및 지역성평등지수 연구를 해온 주재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협력하여 2019년 기초자치단체 수준에서의 성평등 지표를 최초로 개발하고 인천광역시 군•구별 성평등 수준에 관한 체계적인 분석을 시도한 것이다. 민간 주도로 기초자치단체 성평등 수준을 평가하는 체계적인 지표를 개발했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성과인데 이것을 매년 꾸준히 지속해 오고 있다는 점은 인천광역시의 큰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월27일 올해로 4번째 군•구별 성평등 지표를 발표하면서 ㈔한국여성인권플러스와 인천여성가족재단이 협력해 시민 체감도 성평등 수준 분석을 함께 발표했다. 성평등 지표로 측정된 지역의 분야별 성적표를 지역주민들이 과연 그대로 체감하고 있는지 측정함으로써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위한 과제를 모색해 보는 협업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양성평등문화 확산 및 여성단체활성화 공모사업으로 군•구별 성평등 수준 분석 사업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졌고 인천여성가족재단의 젠더 거버넌스 시민활동가들이 시민체감도 조사에 참여해 민•관의 협력으로 연구와 사업이 수행됐다는 점에서 이는 젠더 거버넌스 구축의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젠더 거버넌스’는 민과 관의 협력과 참여에 의한 협치를 통해 성평등을 추진한다는 정책 용어이다. 통계를 통해 지역을 성평등하게 만들고자 하는 협치와 열정의 산물인 이 성적표에 대해 이번에는 인천광역시 각 기초자치단체가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평등 수준 향상을 위한 노력으로 화답할 차례다. 정승화 인천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이슈&경제] 日 긴축이 불러올 한국의 신용 위기

최근 일본 엔화가 달러당 150엔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마음에 걸렸다. 엔·달러 환율은 1990년 이후 최저치다. 영국은 양적완화와 비슷한 일을 하려다 결국 트러스 총리의 사퇴가 있었다. 그리고 긴축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세계의 흐름과 반대로 양적완화 조치를 하는 나라가 있다. 일본, 중국, 튀르키예(터키) 등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엔·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올라 인플레이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면 일본은 환율 방어에 나설 수 있다. 환율 방어를 위해서는 미국 국채를 팔아야 할 것이다. 현재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일본이 이를 판다면 가격은 떨어지고 수익률은 올라간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나스닥은 떨어지게 돼 있다. 즉, 일본의 미국 국채 매도가 나스닥의 하락을 불러온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입장으로 본다면 일본의 긴축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거의 제로 금리였다. 따라서 일본의 싼 엔화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사업자가 많았을 것이다. 일본은 미국 국채를 파는 것뿐 아니라 해외에서 자산을 팔거나 대출을 회수해 일본으로 가져올 수 있다. 1997년 당시 일본 자금이 빠져나가 한국은 IMF 사태를 맞았다. 물론 한국은 당시보다 훨씬 많은 외화보유액을 기록하고 있어 외환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낮다. 다만 일본의 대출자금 회수로 인한 기업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기업이 부도가 나는 경우 처음 부도를 맞는 사람은 앞뒤 안 가리고 집을 팔아 대출을 갚는다. 요즘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5%대에 육박하고 저축은행은 6%가 넘고 있다. 왜 이렇게 예금 금리가 높을까. 당연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대까지 올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회사채 시장이 망가져서다. 지금 주식시장이 빙하기다. 따라서 기업은 당연히 주식공개 즉, IPO로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은 끝났다. 무이자로 자금을 끌어오는 시장은 이제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데 한전이 5%대를 주니 웬만한 회사채는 7~8%를 줘야 한다. 그러나 그 이상의 금리를 준다 하더라도 회사채는 요즘 팔리지 않는다. 롯데건설이 지난 18일 2천억원을 유상증자한 데 이어 5천억원을 롯데케미칼로부터 석 달간 빌리기로 했다. 그래서 롯데건설이 롯데케미칼에 돈을 빌린 것이다.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서다. 그래서 요즘 기업은 돈이 필요해 은행으로 몰려가고 있다. 은행에서는 무작정 기업에 대출해 줄 수 없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본이 많아야 더 많이 대출해 줄 수 있다. 따라서 은행이 시중에 5%대 특판 예금을 판매하고 있는 이유다. 당연히 기업에는 7% 이상의 고금리로 빌려줄 것이다. 은행도 이젠 아무나 막 빌려줄 수 없다. 돈 빌려준 곳 중에 부도가 나면 은행의 부실 자산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지금 기업들은 돈이 모자란다. 그래서 비싸게라도 돈을 빌리고 싶지만 기업들은 갈수록 돈 빌리기가 더 어렵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대내외 긴축으로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일본의 긴축 시작은 우리나라에 신용경색 쓰나미를 몰고 올 수 있다. 쓰나미는 결국 가계부채 시장을 때리고 부동산을 추가로 하락시킬 수 있다. 김장섭 JD부자연구소 소장

[천자춘추] ‘저탄소 농업’으로 탄소중립 실천해야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의하면 2021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1도 상승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고 한반도의 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온실가스는 에너지 분야 86.8%, 산업공정 7.9%, 농업 2.9%, 폐기물 2.4% 순으로 배출한다고 한다. 비록 농업 분야가 탄소배출 비중이 작더라도 탄소중립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농업은 기후변화에 가장 큰 피해를 받는 산업이면서 탄소배출 이상으로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토양이 있기 때문이다. 토양이 비옥하면 식량 생산과 생물 다양성이 증진되고 사막화 방지 및 기후변화를 완화할 수 있다. 특히 토양 유기물의 약 58%가 탄소로 존재해 토양은 거대한 탄소저장고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농산물 생산 과정 전반에 투입되는 비료, 농약, 농자재 및 에너지 절감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온실가스 흡수원으로서 정밀하고 고도화된 토양 관리를 통해 저탄소 농업을 실천할 수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는 국제적인 상황과 국내 정책 방향에 발맞춰 농업·농촌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도 농업분야 탄소중립 추진 전담반(TF)’을 지난해 4월 출범시켰다. 온실가스 저감, 저탄소 농업, 에너지 절감, 보급 확산, 실천 운동 등 5개 분과로 나눠 탄소중립 달성 신기술 개발과 현장에 필요한 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특히 저탄소 농업 실천을 위해 축산분뇨를 자원화하거나 에너지화함으로써 자원을 순환시키는 경축순환농업을 경기도청 농정해양국, 축산산림국과 함께 협업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시군 토양분석의 정확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정도관리, 스마트팜 자동관수, 토양검정에 의한 비료사용 기준 설정, 우분 이용 바이오차 개발, 유용미생물 이용 친환경 토양 관리, 기후변화 대응 재해경감 기술, 농경지 온실가스 저감 및 배출량 평가 등 관련 기술 개발과 보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농업·농촌 분야는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는 분야이면서 미래에 탄소중립이 실현되면 가장 큰 편익을 누릴 분야이기도 하다. 농업 부문의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히 식량 ‘생산’ 영역의 탄소 감축을 넘어 가공과 유통 등을 포괄한 ‘먹거리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저탄소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앞으로 농업이 저탄소 방식으로 탈바꿈하고 농촌에너지도 친환경적으로 전환돼 중장기적으로 탄소중립 시대로 진입하면 농업 환경과 농촌 경관이 개선되면서 농촌은 도시민이 더 많이 찾는 쉼터의 공간이 될 것이다. 농업 분야 탄소중립 실현은 그 과정이 쉽지 않은 긴 여정이 될 것이나 이제는 저탄소 농업으로 하나하나 실천해야 할 때다. 김석철 경기도농업기술원장

[기고]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과 정책 제언

2021년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현황 통계에 따르면 경력단절 여성이 직장을 그만둔 사유는 육아가 43.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결혼(27.4%), 임신·출산(22.1%), 자녀교육(3.8%), 가족돌봄(3.4%) 순으로 높았다. 경력단절 기간을 보면 10년 이상이 40.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5~10년 미만 25.6%, 3~5년 미만 12.9%, 1~3년 미만 11.9%, 1년 미만 9.5% 순으로 나타났다.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들의 재취업 과정은 일반적인 경우의 재취업과는 엄연히 다르다. 경력단절 여성 약 3분의 2가 5년 이상의 경력단절 기간을 겪고 있는데, 사회적 고립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전 경력을 살려 취업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여성이 재취업에 도전하지만, 육아로 인한 구직활동 시간 확보의 어려움에서 시작해 기혼여성을 기피하는 조직문화, 이전보다 열악해진 근로조건, 사회 적응에 대한 자신감 하락, 일자리 경험 부족,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성 부족 등 구직활동 방해 요소는 다양하고, 재취업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여러 구직 경로가 있겠지만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지방자치단체에서 여성의 경력 발전 및 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여성 대상 취업 지원기관들은 취업 지원을 목적으로 하지만, 바쁜 가정 일과 직장 일을 병행하는 여성들의 사회적 배경상 적극적인 취업 의지가 낮은 경우가 많다. 같은 이유로 교육 수료 후에도 전일제 근무보다는 시간제 일자리를 선호하는 비율이 높고, 직업교육을 여가 활동의 일부로 여기는 경우가 있어 운영하는 기관에서는 교육생 모집 및 양성 후 취업 알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력단절 여성이 본인의 능력으로 취업이 가능한 경우에는 유연한 근무환경과 출퇴근 거리, 급여, 일자리 안정성 등을 고려해 재취업을 하겠지만 취업 지원기관을 통해 교육훈련을 받고 일자리를 찾는 경우라면 직종 선택에 있어 어떤 요소가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지를 고민해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력단절 여성들이 희망하는 직업교육훈련 직종은 경영, 회계, 사무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 보건, 의료, 관리직, 사회복지, 서비스업 등 전문성이 낮은 직종들이 주를 이룬다. 직업교육훈련에서 가장 접근하기 좋은 직업군만 보고 선택한다면 취업 이후 대부분이 미스매치로 회사를 그만두는 결과가 나온다. 직업교육훈련 직종은 주변 환경과 산업구조, 방향성을 살펴보고 기술과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직업군을 선택해야 한다. 직업교육훈련 기관 선택에서도 여성이 접근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될지라도 전문성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공공 직업훈련기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즉, 시야를 넓게 가지고 선택의 폭을 넓혀 재취업 후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직업군 선택이 필요하다. 경력단절 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여성들의 사회 복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일과 생활의 균형이 가능한 노동시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유연근무 제도를 중소기업에서 도입·확대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육아 및 교육 문제로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 대부분이 자녀 돌봄 문제가 해결됐다면 일을 그만두지 않았을 것이라 한다. 자녀 돌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고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면 여성 경력단절 예방은 물론이고 현재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저출산·고령화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임병철 한국폴리텍대 화성캠퍼스 교수

[경기인터뷰] 김은경 한국장애인방송연기자協 상임대표

Q (사)한국장애인방송연기자협회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A 지난 2009년에 설립된 협회로 개인적으론 할아버지이신 고(故) 김인문 배우께서 초대 회장을 맡았다. 이미 2002년부터 장애인 배우들을 양성을 해왔는데, 당시엔 장애인 배우가 설 수 있는 무대나 매체가 없어 협회 자체적으로 장애인 배우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자 했다. 뮤지컬과 특집 드라마, 단편 영화를 제작해 왔고 장애인으로 배우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을 모집하고 선발해 훈련하고 있다. Q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이 많다고 들었다. A 국내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80% 이상이 협회 출신이다. 현재 15명의 장애인 배우들이 있는데 그중 소통에 문제가 없이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배우는 6명 정도다. 국내 최초 다운증후군 배우 강민휘부터 뇌병변 배우로서 tvN 드라마 ‘갑동이’에서 주인공 갑동이 아버지 역할로 메소드 연기를 펼친 배우 길별은, 다운증후군 발레리나 출신 배우 백지윤 등등이다. 특히 올해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우리들의 블루스’ 덕분에 장애인 배우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이 친구들은 최소 8년에서 17년 차로 활동하거나 교육받았다. 비장애인 배우들과 함께 훈련하고, 현장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최소 6~7년의 교육 기간이 필요하다. Q 미인대회 출신으로 꽤 ‘잘나가는’ 매니지먼트 관계자로 활동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장애인 연기자를 발굴해 키우고 협회를 설립하게 됐나. A 30여년간 비장애인 스타들을 매니지먼트해 왔다. 배우 이일화, 가수 유승준, DJ DOC 등 스타 마케팅 업무를 해오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러던 중 장애인학교에서 일하던 친오빠의 부탁으로 비장애인 배우와 스타들을 동행한 행사를 열었는데 네 개의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를 보면서 장애인 배우 양성을 마음먹게 됐다. 장애인이 사회의 도움만 받는 사람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의 꽃을 피워줄 수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2003년 초께 장애인 방송인을 양성한다고 알리며 서울, 경기·인천지역의 복지관에 모집서를 보냈다. 지원서만 400통가량 들어왔다. 시각장애인, 뇌소증, 뇌병변 등 다양했고 모두 활발한 활동을 열망했다. 그 중 3명을 추려 배우 양성 훈련에 돌입했다. Q 어려운 점도 많았을 텐데, 걸어온 과정이 궁금하다. A 발음 훈련, 노래, 연기, 다양한 훈련은 시켰는데 출연을 시키는 게 또 큰 산이었다. 당시 배우 겸 가수 손지창씨와 연예인 친구들에게 공연을 만들고 싶다고 말해 강남에서 공연을 처음 올렸다. 또 연기에 도전하는 장애인 배우 지망생의 모습을 담은 다큐를 방송사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영했는데 프로그램이 그해 방송상을 받았다. 이후 KBS가 연 제1회 장애인방송선발대회에서 시각장애인 장소연씨가 1등을 수상해 3개 프로그램에서 리포터로 활약했다. 비장애인도 하기 어려운 방송일에 도전하고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받은 사람들이 고맙다는 메일을 보내기 시작하고 응원을 했다. 꼭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란 확신이 들었다. 점차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있는 회사가 돼갔다. 하지만 사비를 들이면서 회사에서 발생하는 수입을 장애인 배우가 무대에 서는 데 투자하는 시스템으론 한계가 있었다. 무작정 문화체육관광부를 찾아갔다. 당시 담당자께서 사단법인을 제안해 주셨고, 2009년 협회가 설립됐다. 당시 초대 회장으로 추대된 김인문 배우는 불편한 몸을 이끌면서도 장애인 배우와 무대에 오르셨다. “은경아, 얘들이 최고의 배우들이야”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Q 우여곡절만큼 기억에 남는 일도 많을 텐데. A 공연장에 처음으로 장애인 배우들의 뮤지컬 ‘날개없는 천사들’을 올렸다. 비가 오는 평일, 아기를 업고 공연을 보러 온 한 아주머니께서 막이 내리자 울며 당시 주연으로 무대에 오른 강민휘 배우를 보고 싶어 하며 너무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뒤에 업힌 아기가 다운증후군 장애인이었다. 다운증후군 아이를 낳아 시댁에서 핍박을 받고 남편과도 불화가 심해 좋지 않은 마음을 먹었다가 때마침 너덜너덜해져 떨어지기 직전인 공연 포스터를 보고 찾아오신 거였다. 자기 아이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주인공을 맡고 무대 위에서 멋지게 공연하고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으니 희망이 생기셨다고 했다. “몰랐어요. 이렇게 귀한 보배를 주신 줄”이라고 하신 말씀, 그날 그 분과의 만남을 잊을 수 없다. 아무리 회사가 힘들어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공연을 크게 열고 긍정적이고 밝은 작품을 올리자고 마음먹었던 날이다. Q 코로나19로 문화예술계가 힘들었던 만큼 어려움도 많았을 테다. A 사실 코로나19 시기가 제일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들의 블루스’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이제야말로, 지금이야말로 이 친구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시기이구나, 조금만 더 힘내자”고 마음먹었다. 사무실을 지금의 역세권으로 옮긴 것도 이러한 이유다. 장애인 배우들에게 비장애인 배우들 못지않게 지원을 해주고 싶었다. 이동에 큰 어려움이 없도록 전철이 가까워야 하고 엘리베이터 있어야 하고. 그런 확고한 마음에 사무실을 옮기면서 공간에 강의 공간, 휴게 공간, 매니지먼트 공간을 마련했다. 이 공간에서 장애인 배우를 지속적으로 양성할 예정이다. 또 코로나19 속 장애인들의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 ‘피플지 TV’를 2년간 운영하기도 했다. 장애인 배우들이 직접 출연하는 영어·요리·운동 프로그램 등 코로나 시대 장애인들을 위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Q 시대가 변했지만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장애인 배우들의 활동이 쉽지는 않을텐데. A 그렇다. 특히 4년제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장애인 친구들이 많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문턱이 높은 것은 여전하다. 특히 연극영화과는 다양한 예술과 문화, 공연을 배우기에 장애인들의 재활과 사회성에 특히 도움이 되지만 지적장애인 등의 경우 대학에 들어가기 더욱 어렵다. 비장애인들이 연기만 받으면 될 훈련을 비장애인들은 호흡부터 집중, 발음, 일상 생활 등 모든 방면에서 훈련을 받아야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에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장애인 배우들이 더 많이 방송에 나오고 출연하고, 주인공이 돼야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하다. A 장애인들이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배우라는 직업군을 체계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11월부터 아카데미를 연다. 많은 고민과 기대감 속에 지금까지 개척해 온 것을 토대로 장애인 배우가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돕겠다. 또 이제 연기를 정말 잘하는 장애인 배우를 넘어 국제적인 배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년 넘는 시간 동안 강민휘 배우 등 연기를 정말 잘하는 국민배우를 양성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국제적인 배우를 양성하기 위해 국제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는 등 장애인 배우들이 전 세계에 진출할 수 있게 길을 개척해 볼까 한다. 공중파에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함께 출연하는 예능 교양 프로그램이 방영되도록 하는 등 장애인의 방송 출연이 일상화되도록 하고 싶다. 장애인 배우 지망생들이 연극영화과 등 대학 진학이 여전히 쉽지 않은 만큼 사회성 발달과 직업군 확립에 도움이 되는 학교를 설립해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꿈이다. 정자연기자

의정부시청 정윤성, 한국테니스선수권 男 단식 2연패 스매시

“코리아오픈부터 챌린저 3개를 뛸 때 한국 선수에게 모두 졌기에 이번 대회에 부담감이 컸습니다. 복식에 이어 단식도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해 다행입니다.” 30일 김천종합스포츠타운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제77회 한국테니스선수권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이재문(KDB산업은행)을 2대0(6-3 6-2)으로 완파하고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정윤성(25·의정부시청)은 부담감 속 좋은 성적을 얻어 기쁘다며 안도했다. 전날 준결승서 신산희(세종시청)를 2대0(6-2 6-3)으로 꺾고 결승에 오른 정윤성은 역시 4강에서 오찬영(당진시청)을 2대0(6-2 6-4)으로 물리친 이재문과 만났다. 정윤성은 “쉽지 않은 경기였는데 잘 마무리해서 좋다. 내년 호주오픈 예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에서 4개 대회를 뛸 예정인데 호주오픈을 뛸 수 있는 랭킹을 비롯, 챌린저 본선에 수월하게 들어가기 위해 최소 한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며 “이번 우승을 통해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이 기세를 몰아 군문제가 걸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정윤성은 외국인 코치와 호흡에 대한 질문에 “같이 다닌다는 것에 대해 언어적으로 힘든 부분은 전혀 없다. 코치와 잘 맞고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금전적으로 부담이 있다. 코치 방값, 밥값, 비행기값 등 워낙 많이 나가서 부담감과 압박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그는 “경기 운영이나 차분하게 플레이하는 부분이 좋아졌다. 중요한 순간에 내 공을 못 치고 어이없는 실수가 있었는데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분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외국 선수들은 마르고 키가 큰데도 나보다 힘이 세다. 이 점도 보완해 나가겠다. 차분하게 내 경기만 하다 보면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김영웅기자

21대 국회 법안 처리율 역대 최하 기록중

21대 국회가 세 번째 정기국회를 이어가고 있지만 역대 최하의 법안 처리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3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법률안 처리율을 분석한 결과, 현재까지 1만7천436건의 법률안이 접수돼 4천984건을 처리, 28.58%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대 국회 36.9%는 물론, 역대 최하를 기록한 19대 국회 34.06%보다 크게 떨어진다. 21대 국회 임기가 1년 여(19개월) 남아 있지만 역대 최악으로 평가되던 20대 국회가 막판 무더기 처리로 법안 처리율을 끌어올렸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을지 우려되고 있다. 21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이 저조한 것은 임기 중 정권이 바뀐 점이 우선 꼽힌다. 지난 20대 국회 임기 중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는 야당이지만 원내 1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잡았다. 하지만 21대 국회 임기 중인 지난 3.9 대선에서는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으면서 민주당 중심의 여소야대 국회에서 여야의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여기에 20대 국회보다 21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법률안 처리율을 낮아지게 하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21대 국회 임기의 29개월(60%)이 지난 현재까지 제출된 법률안은 20대 국회 2만4천139건의 72%(1만 7천436건)를 넘어선 상태다. 반면 처리율은 20대 국회 처리 법률안 8천904건의 절반을 겨우넘는 56%(4천984건)에 불과하다. 이처럼 낮은 처리율은 그만큼 법안 제출이 생색내기였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경인 의원이 위원장 맡은 상임위 법안 처리율 대조 21대 국회 법률안 처리율이 20%대(28.58%)를 기록 중인 가운데 경기·인천 의원이 후반기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6개 상임위의 법안 처리율도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후반기 상임위원장에 선출된지 3개월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자칫 법률안 처리 실적이 저조한 상임위원장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미묘한 신경전도 예상된다. ■ 국토위 높고, 정무위 낮아 경인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 중 법률안 처리율이 가장 높은 상임위는 국토교통위(위원장 김민기)로, 1천546건 접수에 618건을 처리해 39.97%를 기록중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위원장 소병훈)가 38.94%(886건 접수·345건 처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36.77%(979건 접수·360건 처리) 등 3개 상임위가 30%를 넘었으며, 환경노동위(위원장 전해철)는 29.36%(1천458건 접수·428건 처리)로 평균을 살짝 넘은 상태다. 이에 비해 보건복지위(위원장 정춘숙)는 25.71%(1천906건 접수·490건 처리)를 기록해 평균에 약간 못치는 상황이고, 1천362건이 접수돼 245건을 처리한 정무위(위원장 백혜련)는 17.99%로 1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김민기·백혜련 높고, 전해철 낮고 6명의 상임위원장 개인의 법률안 처리율도 큰 차이를 보였다. 가장 높은 처리율을 기록중인 위원장은 김민기 국토위원장(용인을)으로, 대표발의 49건 중 15건이 처리돼 30.61%로 나타났다. 이어 백혜련 정무위원장(수원을)이 30.30%(99건 대표발의·30건 처리)를 기록해 뒤를 이었다. 김민기 위원장보다 처리율이 0.31% 적지만 대표발의 법안은 2배 이상, 처리 법안은 2배 많았다. 소병훈 농해수위원장(광주갑)은 대표발의 법안 71건 중 17건이 처리돼 23.94%를 기록중이며, 무려 131건을 대표발의한 정춘숙 복지위원장(용인병)은 32건이 처리되면서 24.43%을 나타냈다. 윤관석 산자중기위원장(인천 남동을) 17.39%(23건 대표발의·4건 처리), 11건을 대표발의한 전해철 환노위원장(안산 상록갑)은 처리 법률안이 아직 한 건도 없는 것으로 각각 파악됐다. 김재민기자

[이태원 핼러윈 대참사] 尹 “11월5일까지 국가애도기간”

정부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다음달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사망자에 대한 조의를 표하기로 했다. 애도기간에는 전 공공기관에서 조기를 게양하고,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은 애도를 표하는 리본을 패용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용산 이태원 참사와 관련, 대국민담화를 통해 “핼러윈을 맞은 서울 한 복판에서 일어나선 안 될 비극과 참사가 발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녹색 민방위복 차림으로 연단에 오른 윤 대통령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고 슬픔을 가누기 어렵다”면서 “오늘부터 사고 수습이 일단락될 때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겠다”면서 “각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 역시 점검해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수습 대책을 내놓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우선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가애도기간을 이날부터 5일까지로 정해 사망자에 대한 조의를 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정부는 참사가 일어난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유족과 부상자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특히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면 애도 기간 동안 각종 행사를 연기하기로 했으며, 서울 시내에 합동 분향소도 설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24시간 비상대응태세를 유지하고 모든 일정과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사고수습과 후속 조치에 두기로 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들도 이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애도와 지원 의사를 전했다. 강해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