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과 박종철 열사

이란 마흐사 아미니의 ‘히잡 의문사 사건’으로 촉발한 반정부 시위가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구금된 뒤 의문사한 22세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이란 전역 80개 도시 등에서 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시위대는 ‘여성’, ‘생명’, ‘자유’, ‘독재자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 속에 히잡을 불태우고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불태우며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으로 인한 시위는 전 세계로 번져 나가고 있다. 이란 당국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고 이란 내 반정부 시위에 연대를 표시하는 시위가 영국, 프랑스, 미국, 캐나다, 호주, 칠레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슬람 공화국에 죽음을’ 같은 반정부 구호를 외치는 수천명의 시위대는 이란대사관으로 향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성직자와 상인세력이 연합해 부패한 팔레비왕조를 무너뜨리고 ‘이란 이슬람 공화국(Islamic Republic of Iran)’을 건국한 이래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공화정과 신정체제를 융합한 독특한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다. 표면적으로는 대통령 선거제에 의한 대의제 민주주의를 통해 체제 내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국가 대부분의 권력이 이슬람 성직자인 ‘최고 지도자(Supreme Leader)’에게 집중돼 있다. 대통령 후보와 국회의원 후보자 자격을 사전 검증해 걸러내는 헌법수호위원회(Guardian Council)의 12명 위원 중 6인이 최고 지도자가 직접 임명하는 이슬람 성직자다. 1979년 이래 반미를 국시(國是)로 삼고 있는 이란은 개혁, 개방 실패와 극심한 인플레이션, 인권 탄압 등의 총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對)이란 제재의 여파로 이란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50% 이상으로 치솟았고 이런 가운데 지난해 당선된 강경 보수파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최근 여성들의 히잡 규정을 강화했다.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은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1987년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1세 박종철 열사의 죽음이다. 심문 도중 물고문을 받다 사망한 그의 죽음은 6·10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고, 전 국민의 민주화에 대한 간절한 열망이 폭발해 정권 교체와 민주주의의 승리로 역사에 기록됐다. 수사관이 책상을 ‘탁’ 치자 ‘억’ 하며 쓰러져 사망했다는 당시 독재정권의 발표는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는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에 대한 이란 정부의 발표와 묘하게 오버랩된다. 한 소녀의 죽음이 ‘이슬람 공화국’의 기치 아래 철옹성같이 굳건한 이란 체제의 전복으로 이어지리라는 기대는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가 뿌리고 간 작은 변화의 씨앗이 싹을 틔울 날을 고대하며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을 애도한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 융합인재학부 교수

[지지대] 스타링크

스타링크(Starlink).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제공하는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다. 고도 300~1천500㎞에 위성을 띄워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취지는 기존 위성 통신망 및 수중 광케이블의 단점 개선이다. 유선 인터넷과 이에 기반한 무선 통신망 한계 극복도 중요하다. 2029년까지 4만2천개가 넘는 위성을 발사해 지구촌 어디서나 최대 1Gbps에 달하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러시아 침공으로 통신망이 파괴된 우크라이나에서 그 진가(眞價)를 발휘했다. 시민들이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던 건 상당 부분 신기술 스타링크 덕분이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앞두고 테스트베드 성격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지난 몇 달 동안 위성 인터넷 서비스와 단말기를 제공했다. 통신 두절 위기에서 가족·지인 간 안부 확인과 외국으로 전황 전달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포병과 드론부대 작전 등에 활용하면서 저궤도 위성 인터넷의 무한 가능성에 세계인의 시선이 쏠렸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지상망이나 정지위성만으로 한계에 봉착한 6G기술 개막에 필수 요소다. 국내에서도 저궤도 위성통신 상용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평택 저궤도 위성 제조사 인텔리안테크놀로지 본사에서 개최한 디지털 국정과제 현장 간담회에서도 저궤도 위성망 구축 관련 기술경쟁력 확보가 건의됐다. ▶해당 서비스가 이미 상용화를 이뤄 국내 기업들도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지궤도 위성보다 이용 속도가 빠르고 지연 시간을 단축해 도심 항공교통과 자율운항 선박 등을 뒷받침하는 기술로도 꼽힌다. 도서, 산간 등 통신사각지대도 최소화하고 재난과 전쟁 등에 따른 지상 통신망 파괴에도 대응할 수 있다. 제2의 스타링크 개발이 시급하다. 그래야 인터넷 선진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인천시론] 여전히 학벌사회

지난 2019년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뜻밖의 물건을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서울대의 한 창업동아리가 올린 판매글에는 “서울대생이 수험생을 위해 직접 쓴 손편지와 공부할 때 썼던 볼펜, 그리고 서울대 마크가 새겨진 사인펜을 7천원에 판다”는 상세설명이 포함돼 있었다. 심지어 이들은 “빨리 구매할수록, 의대·경영대 등 입시컷이 높은 학과 학생의 손편지를 받을 수 있다”며 구매 경쟁을 부추기기도 했다. 이 게시글이 알려지자, 당장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는 여론의 뭇매가 이어졌고, 결국 해당 동아리는 판매중단과 함께 사과문을 올리는 것으로 사태수습을 했다. 개인의 능력이나 인성과 무관하게 오직 ‘학벌’ 그 자체가 상품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을 깨닫게 한, 씁쓸한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이런 학벌 지상주의가 해프닝이 아닌 ‘사건’이 된다면 어떨까? 그땐 판이 달라진다. 누군가 선의의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는 심각한 사회 문제인 것이다. 대표적으로 2016년 벌어진 하나은행 채용비리 ‘사건’이 있다. 당시 하나은행 인사부장 등은 임직원의 청탁을 받아 추천 리스트를 만들고,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를 우대해 지원자들의 점수를 조작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2022년이 된 지금에 와서, 이 사건을 소환한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 서류심사 및 인·적성검사, 합숙·임원면접을 거쳐 합격자 명단에 포함됐지만, 채용비리로 인해 최종탈락된 한 응시생이 은행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1심 판결이 최근 선고됐기 때문이다. 법원은 채용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에서, 응시자의 기대를 저버리는 비리행위는 그 자체로 위법하다며, 은행 측에 5천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채용비리는 위법하다는 ‘상식’이 확인된 순간이다. 그럼에도 아직 남아있는 이 찜찜함은 뭘까? “최종 합격자를 결정할 당시,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들이 부족해 대학별 균형을 고려해 이를 임의 조정했다”며 끝까지 잘못을 부인하던 은행 측의 변론에 그 답이 있다. 우린 잠시 잊고 있었다. ‘실력으로 학벌의 벽을 넘었다’며 어떤 이의 성공신화를 흔한 일상인 것처럼 전파해온 언론보도 속에서, 현실 역시 마찬가지라 착각해온 것이다. 2016년과 2022년 사이에 6년의 간극이 있었지만, ‘특정 대학 우대’가 ‘대학별 균형’으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그들에게 학벌은 중요하다. 학벌이 곧 능력이고, 공정으로 간주되는 현실이 서글프다. 치열한 취업경쟁에서 자신을 담금질하는 청년들에게 괜히 미안해질 뿐이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檢 ‘성남FC’ 수사 확대에...警 “당시로선 최선 다했다”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두산건설을 비롯해 후원 기업 전체로 범위를 넓힌 가운데 해당 사건을 한 차례 불송치했던 경찰이 “당시로서는 최선을 다한 수사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은 4일 오전 11시께 청사 내 1층 기자실에서 개최된 간담회에서 이 사건과 관련한 경찰 입장을 묻는 말에 이같이 대답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이날 농협은행 성남시지부, 판교 알파돔시티 사무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등 7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6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두산건설과 성남시청, 네이버, 차병원 등을 상대로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지난해 9월 분당경찰서는 동일한 사건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상급 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은 고발인 이의신청에 따른 보완 수사 끝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제3자뇌물공여) 및 전 두산건설 대표(뇌물공여)에게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 결과를 검찰에 통보했다. 이후 검찰 수사 범위가 후원금 지급 기업 전체로 확대되자 최초 사건을 맡았던 경찰 조직에 대해 부실 수사 의혹이 일었다. 이에 대해 박 청장은 “분당경찰서 수사 당시에 확보한 자료와 진술로는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불송치했다”며 “보완 수사 과정에서 유의미한 새로운 진술을 확보해서 송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곽선우 전 성남FC 대표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찰이 3년간 나를 한 번도 부르지 않았다. 경찰 수사가 부실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데 대한 질문도 잇따랐다. 노규호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부장은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와 진술을 확보해 소환 범위를 최소화했다”며 “아울러 다른 참고인의 진술에서도 곽 전 대표의 진술과 같은 진술이 나왔다”며 부실 수사 지적을 일축했다. 후원금 유치에 따른 성과급이 이 대표 측근들에게 지급됐다는 의혹과 관련, 노 수사부장은 “정관과 내부 지침에 따라 적법하게 지급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이 외에도 이 대표 자택 옆집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 비선 캠프 의혹과 관련해 이헌욱 전 사장을 소환 조사했으며, 이 대표 장남 동호씨의 불법도박·성매매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및 법리검토 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처가를 둘러싼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윤 대통령의 장모 등 친인척 소환은 이뤄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박지영 청장은 “중요 사건에 대해서 수사 결과에 의구심이 생기지 않도록 공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양휘모·안치호기자

[김경율의 세상 돋보기] 대단히 무례한 짓

‘뇌물혐의’ 은수미 전 성남시장, 징역 2년 법정구속, 뇌물수수 혐의 김주수 경북 의성군수 불구속 기소, '부동산 투기' 전 양구군수 구속기소, '토석채취 허가 뇌물수수' 김준성 전 영광군수 구속기소, 한규호 전 횡성군수, 징역 6개월에 법정 구속…‘불법 취업’ 혐의, 조폭 동원해 기자 협박한 前의령군수, 위증교사죄 추가…징역 8개월 검색 사이트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기초자치단체장들의 비리 등 연루에 따른 기소 혹은 구속 기사이다. 꼭 기초단체장뿐만 아니라 광역단체장으로 눈을 돌리더라도 민선 7기에서만 서울, 부산, 충남 단체장이 성 비리와 관련 중도 낙마하였으며, 전 경남 도지사는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바 있다. 직업 혹은 직능별로 나누어서 판단해본다면 지방정부의 수장들만큼 빈번하게 구속기소 되는 영역이 또 있을까 싶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 입장에선 민망하기 그지없다. 필자가 종사하는 세무 업무 영역에서도 가급적 지방세 관련된 일을 맡지 말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실제 업무를 수행하며 느낀 점을 지적해 보자면 국세에 비하여 담당자의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타 지자체와 대비하여 처분의 통일성이 매우 떨어져서 세무대리인 입장에서는 투입 대비 효율성이 매우 떨어진다. 이는 세무 업무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지자체들이 각종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어서 권역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을 관리 감독과 집행을 하고 있음에도, 명목상 재량의 이름으로 실상은 업무에 대한 무지와 결탁 등으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인 사례를 좀 더 적나라하게 들어보자. 바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성남 시절 이야기이다. 이재명 대표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성남시장을 연임하였다. 그가 재임한 8년 동안 일어났던, 또 현재 지면을 장식하는 사건들을 열거해 보면 무엇보다 대장동 개발 사업 논란을 첫 번째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백현동 옹벽 아파트 관련 특혜 의혹, 이재명 대표를 공범으로 공소장에 적시하였다는 성남FC 후원금 논란과 배우자를 둘러싼 위법 의전 및 불법 사역으로 인한 국고 손실 의혹 등 다채롭기조차 하다. 돌이켜 생각해 보자. 수도권에 위치한 성장일로의 핵심 도시에서 항상 권력을 어항 속 물고기 마냥 지켜보고 있는 언론과 시민단체, 지방자치단체 행정을 감시하는 시의회가 있는데도 이와 같은 일이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기실은 이에 덧붙여 광역단체에서도 기초단체를 들여다볼 수도 있으며(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남양주시에 대해 실시했던 감사처럼), 국회와 감사원도 지켜볼 수 있다. 심지어 경찰과 검찰은 수사라는 수단을 통해서 부정과 비리에 대해 법적 처분을 할 수 있다. 의문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과거 이재명 대표의 행적을 찾다보면 성남시장 재직 시절인 2016년 성남시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에 대하여 행정자치부의 감사와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올 즈음, 난데없는 ‘지방재정 개편안 반대’를 들고나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방자치 죽이기에 항거하는 사이 정부는 행정자치부와 검찰을 동원해 전방위 압박을 하고 있다. (성남시 공무원들은) 부당한 감사와 수사에 응하지 말라” 이는 마치 행자부 감사와 검찰의 수사가 본인의 ‘지방자치 죽이기에 항거’를 짓누르기 위한 압박으로 비치도록 하였다. 혹시라도 이재명 대표는 과거 이처럼 논점을 흐트러뜨리는 식으로 견제와 감시를 피해 시정을 펼치는 데 있어 전횡을 저지른 것은 아닐까? 언론 보도를 통해 보노라면 배우자를 둘러싼 위법 의전, 성남FC, 백현동 및 대장동과 관련한 여러 문제 제기가 성남시 의회에서 이루어져서 소명자료와 시정조치를 요구하였다. 그러함에도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 재직한 12년 내내 이를 무시하며 당당히 집권당의 대통령 후보로 등극하였으며, 낙선 이후에도 통상의 사례와는 달리 의회 제1당의 대표로 올라섰다. 이와 같은 일이 어떻게 하면 가능했을까? 일각의 눈으로 보자면 비리 사범의 범주를 벗어나기 힘든 인물임에도 말이다. 검경과 행자부 등 2중 삼중의 견제와 감시망 속에서도 지방자치단체가 갖은 비리와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의문의 열쇠를 전직 대통령의 입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는 민주주의가 정착한 현대사회에서 절대 필수불가결한 견제와 감시를 다음과 같이 일컫었다. “대단히 무례한 짓”.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천자춘추] 균형성 원칙을 적용한 ESG 보고

투자의사결정에 비재무 성과를 반영하는 자본시장의 변화, 주요국 정부의 탄소중립 추진 및 비재무 정보공시 의무화, 소비자의 친환경 및 지속가능성 소비 증대,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ESG 경영 요구 증대 등으로 최근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이 기업 운영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ESG 평가 기준과 기관의 난립, 평가의 신뢰성과 타당성의 문제, 점수 따기식 ESG 컨설팅과 자문, ESG 워싱(ESG Washing) 등 여러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지만,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제고를 위해 환경, 사회, 거버넌스 이슈를 잘 관리해 비재무적인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고해진 점은 매우 바람직하다. ESG 경영에 대한 관심과 주목은 ESG 평가와 ESG 성과 보고(Reporting)에 대한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 200여개의 기업과 조직의 비재무보고서는 지속가능성보고서, CSR보고서, ESG보고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발간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비재무보고서의 발간이 증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보고 목적에 충실한 수준 높은 보고서를 찾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국내에서 발간되는 비재무보고서를 살펴보면 자사의 성과를 홍보하는 자기 자랑 일색의 홍보 브로슈어와 같은 보고서가 대부분이다.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인 GRI 표준에 따르면 보고의 목적은 경제, 환경, 사람에 대한 중대한 영향(Significant impacts)과 영향을 관리하는 방법을 이해관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은 과연 이런 보고 목적에 충실한 비재무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모든 조직은 조직의 활동을 통해 예외 없이 경제, 환경,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은 사회와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에 부정적으로 혹은 긍정적으로 작용(Contributions)하고 있다. 긍정적인 영향은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영향은 완화하거나 제거하는 노력이 바로 비재무 성과를 창출하는 기본적인 방법이며, ESG 경영의 요체다. 따라서 조직이 사회에 만들어내는 부정적인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GRI 표준도 보고의 균형성(Balance) 원칙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조직은 편견 없이 부정적 영향과 긍정적 영향을 공정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보고서에서 부정적인 영향에 관한 정보를 생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균형성 원칙을 잘 적용한 수준 높은 ESG보고서가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현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신한대 ESG혁신단장

[기고] 깨끗한 선거로 만들어 가는 희망찬 조합

내년 3월8일은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일로 2014년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래 선거관리위원회가 의무위탁관리하고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되는 세 번째 조합장 선거일이다. 국가경제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1차 산업을 지원하고 조합원들의 경제적 이익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농협·수협·산림조합의 장을 뽑는 만큼 중요한 선거다. 그러나 ‘조합장이 뭐길래…판치는 돈 선거’, ‘조합장선거 돈 냄새 풀풀’ 등 조합장선거와 관련한 언론기사 제목들을 보면 부패가 만연한 ‘돈 선거’라는 인식은 개선되지 않은 듯하다. 조합장선거는 공직선거에 비해 선거인들이 혈연 학연 지연으로 연결돼 있고 선거 관련 금품 수수를 환원사업의 연장으로 인식하는 등 범죄의식이 부족해 기부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위법행위를 신고하고 싶어도 신분 노출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신고를 회피하는 경우도 많다. 안성시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총 17개의 조합장선거가 실시되며, 이는 규모 면에서 전국에서 가장 큰 지역 중 하나다. 따라서 조합의 운영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조합장선거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안성시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조합장선거에서 ‘돈 선거’를 척결하고 후보자 및 선거인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단속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위법행위에 대한 신고·제보망을 강화하고 행사, 모임 등 각종 계기를 활용해 법규 안내 및 위원회의 단속 의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자수자 특례 및 과태료 면제, 신고자 보호제도를 적극적으로 안내 및 실시함으로써 단속활동의 실효성을 높일 것이다. 선관위의 이러한 노력과 별개로 깨끗한 조합장선거를 실행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의 역할일 것이다. 금품으로 표를 매수하려는 후보자보다는 지역경제의 발전을 위해 어떠한 비전을 가지고 조합을 운영할 것인지 정책을 홍보하며 노력하는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유권자들의 매서운 안목과 의지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또한 후보자들의 역할도 유권자들의 역할만큼이나 중요하다. ‘일단 되고 보자’는 식의 태도보다는 ‘나부터 공정한 방식으로 경쟁하자’는 후보자들의 인식 전환이야말로 ‘돈 선거’라는 조합장선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척결하고 정직한 선거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통해 깨끗한 선거를 치르고 유능한 후보자가 조합장으로 당선돼 안성시가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본다. 양승훈 안성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주무관

[생각하며 읽는 동시] 엄마와 아기

엄마와 아기 김재수 까만 눈동자가 서로 만난다 엄마 눈 아기 눈 엄마와 아기 사이의 보이지 않는 무선 통신. 눈빛으로 전하는 사랑 세상에는 여러 말을 해야만 통하는 대화가 있는가 하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대화가 있다. 바로 눈이다. 그 좋은 예를 우린 엄마와 아기 사이에서 볼 수 있다. 이 동시는 엄마와 아기의 눈을 소재로 삼았다. 사랑스러운 아기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 세상에 와서 처음으로 만나는 엄마의 눈. 여기에 더 이상의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무선 통신’, 그렇다! 이보다 더 훌륭한 통신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성능 좋은 최신식 통신기라도 엄마와 아기 사이의 저 무선 통신을 능가할 수 있겠는가. 그건 성능 이전의 아름다움이요, 최상의 그림이다. ‘눈빛 대화’란 짧은 글을 쓴 적이 있다. 귀머거리인 아내에게 하루에 있었던 일을 들려주는 남편이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동네 사람들이 물었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여자에게 무슨 말을 그리 하느냐고. 그러자 남편이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 집사람은 눈으로 다 알아듣는다”고. 눈은 언어가 다른 외국에 나가서도 통한다. 가벼운 인사에서부터 간단한 용무에까지도. 어디 인사뿐인가. 감사의 표시에도, 사랑의 마음까지에도. 엄마와 아기가 마주하는 저 눈을 ‘무선 통신’으로 본 시인의 눈이야말로 놀라운 성능의 눈이 아닐 수 없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휴먼시티 수원] “정조대왕 납시오”... 수원화성문화제, 7일 막 오른다

오는 7~9일, 정조대왕이 계획한 신도시 수원에서 정조의 효심과 부국강병의 꿈이 227년 만에 되살아난다. 수원특례시의 대표 문화관광축제 ‘수원화성문화제’가 59번째 축제를 개막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유입·확산된 2020년 이후 온라인으로 대체됐던 축제가 3년 만에 정상 개최돼 59년의 역사를 이어간다. ■ 시민이 만드는 전통과 현대의 콜라보, 수원화성문화제 제59회 수원화성문화제는 7~9일 3일간 연무대 국궁터와 화성행궁, 화성광장 등 수원화성 일원 곳곳에서 10여개의 프로그램을 꾸려간다. 대표 프로그램은 개막공연 야조와 진찬연 공연, 시민놀이터 성안에서 놀~장(場) 등 3가지다. 가장 먼저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봉수당 진찬연 이야기’다. 7일 오후 5시부터 행궁광장 쉼터무대에서 무료로 진행되는 공연은 정조대왕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을 소재로 진행된다. 정조대왕의 효심만큼 성대했던 잔치를 재현하는 전통 공연들이 수원화성문화제의 시작을 알리며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메인 공연 ‘야조: 정조, 새로운 세상을 열다’는 연무대 국궁터에서 7·8일 오후 7시30분에 진행된다. 가을의 정경이 내려앉은 연무대를 배경으로 정조대왕의 개혁 의지와 부국강병의 꿈을 담은 화려한 퍼포먼스가 1시간여를 가득 채운다. 수원시립공연단이 중심이 된 군사훈련과 장용영, 무예24기를 활용한 프로그램은 빛과 영상 등 다양한 공연기법을 더해 더욱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시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 프로그램들은 시민 참여의 폭을 확대해 기대를 모은다. ‘시민놀이터 성안에서 놀~장(場)’은 8~10일 3일간 열린다. 수원화성문화제 추진위원회가 시민공모를 통해 선정한 프로그램들이 시민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연휴 기간 오후 1~7시 행궁광장에서 6개 프로그램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전통매듭 방식을 활용해 마스크 줄을 만드는 ‘마스크에 전통을 입히자(두드려)’ △폐가죽을 재활용하는 공예활동 ‘나만의 화성 만들기(공예문화협회)’ 등이다. 이 밖에도 정조대왕과 예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야기콘서트 정조실감’, 과거시험을 재해석해 재현하는 ‘뭔가 좀 색다른 과거시험 보는 날’, 마술과 차력 등으로 정조와 수원화성의 이야기를 전하는 ‘예술보부상 전기수’ 등도 시민을 기다린다. ■ 227년 전 을묘원행의 완벽한 재현, 정조대왕 능행차 정조의 효심과 부국강병 의지가 응축된 1795년 을묘원행을 완벽하게 재현한 대규모 퍼레이드 ‘정조대왕 능행차’는 다채로운 볼거리로 시민들의 일상을 회복하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정조대왕 능행차는 정조대왕이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념해 을묘년(1795년)에 8일간 대규모 행차를 한 ‘을묘원행’이 모티브다. 시가 1974년부터 이를 재현하기 시작한 뒤 꾸준하게 수원의 자랑이자 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축제로 확대·발전했다. 뿐만 아니라 2016년 서울 창덕궁에서 수원화성 구간, 2017년 화성 융릉까지 59.2㎞ 구간을 완벽히 복원하며 대한민국 대표 축제는 물론 국제적인 문화 축제로 인정받았다. 올해 능행차는 8일 서울 창덕궁에서 시작해 9일 수원시 화성행궁과 화성시 융릉에 도착한다. 1일 차인 8일 오전 10시 창덕궁에서 출궁의식을 시작으로 출발하는 행렬은 율곡로~세종대로~광화문광장~미디어 배다리~노들섬~금천구청앞을 거쳐 오후 5시30분 시흥행궁에 도착한다. 이튿날인 9일 진행되는 2일 차 경기도 구간은 2개로 나눠진다. △시흥행궁을 출발해 안양시~군포시~의왕시~수원시를 통과하는 수원구간(32.2㎞) △아버지의 묘인 융릉까지를 연결하는 화성구간(7.4㎞) 등 2개 행렬이 동시 운영된다. 공동재현 전체 프로그램에는 총 3천명 이상의 출연진과 345필의 말이 동원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행진은 수원구간이다. 역사와 전통이 깊은 수원구간은 △노송지대~종합운동장(4.5㎞) △종합운동장~장안문~화성행궁~연무대(3.1㎞) △화성행궁~대황교동(5.9㎞) 등 3개로 세분화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9일 오후 1시30분부터 노송지대에서는 당시 총리대신 채제공이 왕의 행렬을 맞이하는 모습을 재현하는 ‘총리대신 정조맞이’가 1구간의 주요 관람 포인트다. 오후 2시 사전행사로 시작되는 2구간에서 능행차는 화려함의 정점을 보여준다. 1천200여명의 출연진, 말 111필, 취타대 4팀 등이 투입되는 핵심 중의 핵심이다. 깃발무, 파발마, 군문의식 등 볼거리가 이어진다. 이와 함께 행렬 내내 풍물단, 의장대 등 공연이 쉴 틈 없이 진행돼 흥을 이어간다. 오후 4시50분 여민각에서는 왕의 행차 중 장구와 꽹과리를 치며 등장한 백성의 억울함을 해소해주는 상황극 ‘격쟁’, 갑자기 나타난 자객을 막아내는 호위부대 장용영을 재현한 ‘자객대적공방전’도 진행된다. 이후 행렬은 오후 6시 시민들과 함께 대동놀이 한마당을 펼치며 행궁광장을 수놓는다. 3구간은 1·2구간에 앞서 9일 오전 9시 화성행궁에서 대황교동으로 향한다. 융릉으로 참배를 가는 왕의 행렬이 출궁의식을 거쳐 출발한 뒤 대황교동에서 오전 11시 화성시 구간 능행차 행렬과 교대하며 수원구간을 마무리한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그동안 자연재난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시민의 집단지성으로 수원화성문화제가 새로운 축제의 장을 마련했다”며 “시민의 축제 수원화성문화제를 모두 함께 즐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