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 전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 이재성 경기관광공사 신임 사장 내정자에 대해 경기도의회 인사청문회가 부적격 의견을 제시(경기일보 12월28일자 5면)한 가운데, 결국 이 내정자가 자진사퇴했다. 이재성 내정자는 28일 문자메시지를 통해 지난 23일 청문회 이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관광진흥 업무를 잘해나갈 수 있을까 등등이라며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경기관광공사의 직원들을 위해 내정자에서 자진사퇴하기로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결국 이 내정자가 사장 임용 절차인 도의회 인사청문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셈이다. 이로써 이 내정자는 도의회 인사청문회가 시행된 2014년 이후 역대 세 번째 낙마자가 됐다. 앞서 지난 23일 도의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도의원들은 이 내정자가 도의 관광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경기관광공사의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도정 이해도와 전문 지식 등이 미흡하다고 판단, 27일에 이 내정자의 임명이 부적격하다는 내용이 담긴 인사청문 결과보고서를 오병권 도지사 권한대행에 보냈다. 한편 이 내정자는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하고 한국관광공사 정책사업ㆍ국제관광 분야 본부장과 부사장,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는 등 33년간 관광 분야에서 근무해왔다. 채태병기자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선후보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선 후보는 28일 코로나19 백신 패스와 미접종에 대해 백신을 접종하고 안 하고는 각자의 자유이기 때문에 강제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허 후보는 지지자들에 대한 강의를 통해 코로나도 독감처럼 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안전을 위해 맞되 자신감이 없다, 특이체질이다 하면 안 맞을 수 있다면서 자신의 선택에 따른 불편은 감수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영유아의 경우, 백신이 필수적이지 않다며 정부도 강제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도 결국 독감과 같은 바이러스가 돼 우리와 함께 있게 된다. 위드코로나 시대가 된다며 먹을 수 있는 코로나 치료제도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 후보는 시대는 위드코로나로 가게 되고 접종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다고 거듭 강조하며 부모가 아이의 백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는 오는 30일 광주 망월동 국립 518 민주화 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부정부패 척결을 통한 국민 통합과 모두가 잘사는 행복한 대한민국의 메세지를 전할 예정이다. 허 후보는 ▲코로나 긴급 생계 지원금 18세 이상 1인당 1억원 지급 ▲국민배당금 18세 이상 1인당 매월 150만원 평생 지급 ▲결혼시 3억원 지급, 출산수당 5천만원 지급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재민기자
소외된 지역이 없도록 경기도의 균형 발전을 이루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28일 경기도민의 수준 높은 정치의식 덕분에 경기도 남북부지역 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북부지역뿐만 아니라 남부지역 도민들도 그동안 소외된 북부지역이 발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정책 결정권자로서 경기도 균형 발전을 이루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 후보는 경기일보와 한국지역언론인클럽(KLJC)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CCMM빌딩에서 공동으로 진행한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경기 북부지역과 같이 여러 규제에 얽매여 발전이 더딘 곳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기도지사를 하던 때 경기도를 살펴보니 북부지역은 군사 규제에 묶여 있고, 동부지역도 상수원 보호 등으로 저발전 상태를 보였다며 이를 해결하고자 생활 SOC 투자 예산 비율을 북부지역으로 높여 기존 남부 60%북부40%에서 북부 60%남부 40%로 바꾸고 남부에 집중된 공공기관을 북부로 이전하는 사업도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정치인으로서 표와 지지율 등을 생각한다면 남부지역 도민이 북부와 비교해 3배가량 많기에 이들을 무시할 수가 없다. 하지만 대다수 도민이 북부지역 발전을 위한 투자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균형 발전이 국가 생존전략이란 생각으로 앞으로도 어려운 지역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 후보는 경기도와 관련된 지역 공약이 없다는 비판과 관련해 정치인들이 이미 너무 많은 걸 약속했다. 새로운 공약을 발표하기보단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슬로건을 강조하는 동시에 자신의 강점인 추진력까지 부각하면서 차별성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여러 선거를 치르면서 좋은 공약과 정책들은 많이 나왔다.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 답보상태인 정책을 재빨리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며 앞서 북부지역 발전을 막는 규제를 완화하고 미군 공여지를 국가 주도로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 역시 꼭 지키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힘줘 말했다. 강해인임태환기자
내년부터 5년차 이상 민방위 대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던 비상소집훈련이 폐지되며 3~4년차의 집합교육은 사이버교육으로 대체된다.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2년도 민방위교육 운영계획을 28일 발표했다. 올해까지 민방위교육은 1~4년차에 대해서는 연간 4시간의 집합교육이, 5년차 이상 대원에 대해서는 연간 1시간의 비상소집훈련이 실시됐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1~2년차는 예전대로 연간 4시간의 집합교육을, 3~4년차는 연간 2시간, 5년차 이상은 연간 1시간의 사이버교육을 각각 받는다. 이 같은 교육 방식 변경은 3년차 이상 민방위 대원은 대면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3년차 이상 대원들에 대한 대면 교육이 없어진 것은 1975년 민방위대 창설 이후 47년만에 처음이다. 행안부는 코로나19 상황과 디지털시대의 환경 변화에 맞춰 효율적인 민방위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 체계를 개선한 것이라며 대원들의 편의성은 높이고 교육효과는 더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광희기자
경기지역 환경단체가 경기형 청정하천 사업이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 해당 사업이 하천의 건강성 회복에 초점을 맞춰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8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는 지난 23일 경기형 청정하천 사업 공모를 통해 수원시 황구지천과 이천시 중리천을 도시ㆍ문화형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앞서 지난 9월에는 포천시 고모천(여가ㆍ체육형)과 양주시 입암천(관광ㆍ균형발전형)을 대상지로 결정한 바 있다. 도는 각 사업 대상지에 4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일선 시ㆍ군 관계자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도 구성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경기환경운동연합은 입장문을 내고 경기형 청정하천 사업이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하고, 하천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 추진돼야 한다며 기존과 다르지 않은 하천 정비 사업이 되풀이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환경운동연합은 그동안 하천 정비 사업이 추진된 사례를 돌아보면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은 경우가 없었다며, 이번 사업 역시 사람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가치가 대규모 토목공사에 뒤덮이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고수부지(홍수 등 피해를 막고자 큰 물이 발생했을 때만 물에 잠기는 하천 언저리 공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며, 이 공간을 체육시설ㆍ주차장ㆍ산책로 등으로 조성 시 하천의 야생생물 터전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하천변의 개발로 인간의 활동 범위가 하천 내 생물들과 가까워지는 점도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경기환경운동연합은 콘크리트와 구조물 등의 설치로 하천을 무턱대고 인공화하는 것보다, 하천의 환경 보전 및 생물 다양성 확대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경기환경운동연합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달받았으며, 내년에 예정된 협의체 구성 등에 환경 관련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천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채태병기자
우리 인류는 지금껏 공짜로 지구를 써왔다. 적정 가격은 물론 세금도 지불하지 않고 물, 공기, 흙, 햇빛은 물론 식량으로 삼는 온갖 것들을 당연한 내 것으로 여겼다. 우리가 마음껏 지구를 소비하는 사이 기온이 달라지고 기후가 바뀌었다. 그 피해가 돌고 돌아 인류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중에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이런 식으로는 아니겠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처럼 지구에도 적정 비용을 지불하고 귀히 여기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만만히 공짜로 써왔던 지구를 말하고 보니 퍼뜩 떠오르는 한 사례가 있다. 시흥시가 고집스럽게 추진하는 배곧대교다. 다리가 놓이기를 바라는 송도의 일부 주민들은 고작 50평(167㎡)의 습지를 보호하려고 주변 교통난이나 그 결과인 대기오염을 무시하고 있다고 환경단체에 항변한다. 그런데 그네들이 내건 고작이라는 표현에 당혹스러웠다. 그들이 말하는 고작 50평의 습지가 람사르습지의 일부이고 이미 대규모 갯벌매립으로 탄생한 송도신도시 곁 보호하겠다고 남겨놓은 손바닥만큼의 습지이다. 고작이라고 여겼을 것들의 가치를 따져보자. 우리가 늘 보는 갯벌이지만 그것을 바다의 허파라고 부른다. 해양오염을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 수많은 바다생물의 보금자리이자 각종 철새의 휴식처와 번식지가 되기도 한다. 온실가스를 가둬주는 대용량 탱크이기도 하다. 또 나무는 공기정화는 물론 습도온도조절, 소음감소에 효과적이다. 공원이나 숲은 휴식공간이자 거대한 공기정화기다. 이산화탄소 흡수량 역시 막대하다. 이제 지구의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자원들이 보물이 되고 유산이 되어 길이길이 지켜나가야 할 대상으로 꼽히는 시대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미를 갖는 수치와 금액으로 생태계의 환경적경제적 가치를 환산해 낸다. 그만큼 유형무형의 가치가 높다. 정부 혹은 국제기구 등에서는 보호구역이나 세계문화유산으로 보호한다. 오래도록 지키고 풍요롭게 가꿔가지 않으면 우리는 물론 우리의 삶터 지구도 폐허가 될 수밖에 없다는 연결성을 깨달은 때문이다. 함부로 대하고 막무가내로 망가뜨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공짜로 쓰는 지구시대의 종말이다. 이제 제값을 치르며 지구에 어울리는 대접을 해주어야 한다. 그토록 외쳤던 기후위기 대응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경우에 따라 개발계획은 변경되고 백지화되어야 한다. 보존과 순환을 전제로 지혜로운 활용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훼손과 개발이 앞서는 여전한 모습이라니. 잊지 말자. 동화 속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모든 것을 내어주고 홀로 스러졌지만 아낌없이 공짜 지구를 누리다가는 우리가 사라질 수 있음을. 지영일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은 돈의 이동 방향을 이해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한 개 기업(애플, 약 2.9조 달러)의 가치가 200여개 국가 중 경제규모에서 5위인 영국(2020년 GDP 약 2.7조 달러)보다 크고, 암호화폐의 총 가치(2021년 11월 기준, 약 3조 달러)가 세계 10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한국의 총통화량을 넘어서고, 메타버스 가상 부동산이 430만 달러(약 51억 원)에 거래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과 돈 등이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뀔 때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했듯이, 산업사회 생태계에서 (디지털상에 모든 사람과 그들의 삶을 연결하는) 디지털 생태계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생태계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디지털 생태계의 세상은 산업문명과 다른 새로운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디지털 생태계로의 이행은 어렵다. 강 생태계와 사막 생태계에 살아가는 생명체가 다르고, 생명체가 관계를 맺고 있는 자연환경이 다르다. 마찬가지로, 농업사회 생태계와 산업사회 생태계는 각각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가치관 및 세계관이 다르고, 사회운영 원리가 다르고,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방식이 다르기에 문명과 문화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생태계는 고정 형태가 아니라 계속 진화한다. 산업사회와 산업문명이 지난 수백 년간 진화해왔듯이 디지털 생태계는 이제 출발을 했을 뿐 계속 진화해갈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생태계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문명 전환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디지털 문명을 이해해야만 우리 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할 수 있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변화에 적응대응할 수 있다. 디지털 문명의 특성들은 디지털 생태계를 열고 있는 플랫폼 사업모델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플랫폼 사업모델은 디지털 상에 모든 것을 연결하여 가치를 공동창조한다. 따라서 이익 공유가 필수적이다. 기본적으로 디지털 세상은 위계와 거리가 멀고 (남녀노소부터 성소수자 등까지) 어떠한 차별도 용납되지 않는 개방적 세계이다. 디지털상에서 연결을 통해 함께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소통과 공감 능력이 필요하고, 능동성을 갖고 협력을 만들어내는 역량이 필요하다. 그리고 플랫폼 사업모델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는 (물적 요소가 아닌) 양질의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과 함께) 사업화할 수 있는 역량이다. 이상의 플랫폼 사업모델 특성들에서 보듯이 첫째, 디지털 생태계는 (상대를 이롭게 하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타자리(利他自利) 가치관을 갖는 새로운 인간형을 요구한다. 플랫폼 사업모델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유튜브 포함) 구글서비스나 애플의 앱스토어 모델, 그리고 이들 모델에서 파생한 페이스북, 우버, 에어비앤비 사업모델 등이 모두 이타자리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둘째, 현재의 플랫폼 사업모델은 주변 사업으로의 플랫폼 확장이나 (2차 스마트 모빌리티인) 미래차 플랫폼 구축 경쟁, 심지어 모든 것을 디지털상에 담겠다는 메타버스 만들기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의 앱스토어 모델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플랫폼에 연결된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솔루션 만들기에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대학 졸업장을 더는 고용조건으로 요구하지 않듯이 산업사회의 교육방식이 솔루션 만들기에 필요한 사람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대한민국 국민은 (디지털 생태계에 친화적인) 홍익문화의 DNA를 갖고 있다. 한국의 문화는 흔히 눈치문화로 불렸다. 눈치는 부정적인 비굴함과 상대에 대한 배려(공감성)라는 긍정성의 양면성을 갖는다. 그런데 한국의 역동적인 민주주의가 눈치문화의 부정적 측면을 상당 정도 해소시켰다. 공감역량이 뒷받침된 자의식의 성장이 디지털기술과 더불어 K-문화를 폭발시키는 배경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K-문화를 활용해) 제조업 의존적인 경제에서 산업구조의 고부가가치화 및 산업체계의 다양화라는 산업재편, 지방소멸, 청년 일자리라는 서로 맞물린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20세기의 전통산업에 K-문화 콘텐츠 입히기, 지역사회경제의 (블록체인형) 플랫폼화, 지역 무형지식재산의 NFT 만들기 등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시도를 위해 청년을 중심으로 국민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디지털 생태계로의 전환을 위해 새로운 (경제)기본권의 도입이 우리가 가야 할 곳인 이유다. 이와 더불어 미국형 플랫폼 사업모델의 한계를 넘기 위해, 즉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고 함께 새로운 답을 만들어내는 역량을 갖는 사람을 만들어내기 위한 교육 대전환 또한 우리가 가야 할 곳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세금 이중으로 무는 얘기가 아니다. 설을 양력과 음력 이중으로 쇤다는 옛날 말이다. 한 세기도 훨씬 전부터 양력과 음력은 명절에 충돌했다. 특히 새해 첫날로서의 설은 국가사회가정개인 각자의 좌표에서 매번 갈등해왔다. 긴 세월 끝에 1월1일은 새해 첫날로서 공휴일이 되고 음력 새해 첫날은 설 명절로 연휴가 허용됐다. 양력이건 음력이건 국민 각자가 원하는 대로 설을 치르는 선택의 영역이 됐고 한쪽을 강제하지 않으니 이중과세라는 비난의 용어도 사라졌다. 미국사는 한인들에게도 설은 선택적으로 두 번이다. 발 딛고 사는 땅의 새해 첫날은 명백히 양력 1월1일이고 공휴일이며 서로 축복하는 해피 뉴이어스 데이다. 하지만 한국과 탯줄로 이어진 한인들에게 한국에서 쇠는 설은 외면 불가 여전한 명절이다. 미국 사회도 음력 새해 첫날을 루나 뉴이어 차이니즈 뉴이어로 부르며 아시안의 명절로 주목한다. 그래서 한인들은 이래저래 자발적 이중과세를 한다. 과세라고 해야 조상을 모시거나 세배 순례를 나서거나 놀이판을 벌일 일은 거의 없으니 명절 먹거리를 가족과 나누는 것이 전부다. 명절은 그래서 그저 먹는 날이긴 하다. 새해 첫날에 떡국을 끓이고, 진짜 설에 또다시 떡국을 끓이고 세배를 더하며 설을 치른다. 특히 한인타운이 있는 LA나 뉴욕, 애틀랜타 같은 도시에서는 타운 상점들이 먼저 분위기를 돋우고, 한인 마켓 가판대에 이중으로 두 번씩 진열되는 떡국 떡이 새삼 모국과 설의 향수를 자극하면 한인들은 뜨끈하고 걸쭉한 국물로 속을 덥히며 그렇게 맛있는 명절을 먹는다. 한국과 미국, 두 가지 삶의 정체성을 숙명처럼 지니고 사는 한인들에게 비슷한 명절, 비슷한 기념일을 두 번씩 치르며 그 의미를 새기는 일은 사실 일상이다. 5월8일이 되면 부모님께 어버이날 인사를 보낸다. 곧이어 미국식 마더스 데이가 다음 달엔 파더스 데이가 찾아오면 또다시 부모님께 꽃을 선물하고 감사를 나눈다. 추석도 다르지 않다. 추석날에는 추석 먹거리로 송편을 한 접시 마련하고 추수감사절에는 터키와 함께 감사 기도를 나누며 두 차례의 수확의 기쁨과 감사의 가을 명절을 보낸다. 한국과 미국에 절반씩 나뉜 채 걸쳐 사는 삶이 아니라 양쪽 모두를 취하며 두 배로 키워 살 선택권이 있다는 건 나라 밖에 사는 한인들이라 가능한 나름의 특혜다. 귀성 전쟁의 고단함이, 가족 간 언쟁과 갈등의 고통이 명절의 대표 풍경이라는 씁쓸한 고백을 안다. 반복되는 명절 스트레스에 지친 한국의 며느리 사위들에게는 철없어 미안한 말일 것도 안다. 번잡한 명절의 의례와 구속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한인들에게 두 번씩 찾아오는 명절이 맛있는 날일 수 있는 것은 하지만 거저 얻어지는 혜택만은 아니다. 어떤 이유와 어떤 사연에서 떠나왔건 감내하며 살아가는 모국에의 그리움과 회한, 때로 후회와 자책, 세포 속에 낱낱이 녹아 스며든 모국에의 회귀 본능을 견뎌내는 삶에 스스로 선사하는 작은 즐거움으로 선택한 결과다. 물러나지 않는 전염병에 너나 모두 많이 지쳤지만 그래서 더욱더, 꼬리를 감추고 숨어 안 보이는 소소한 기쁨을 찾아내며 한 해를 맞아보려고 한다. 한국의 설도 부디 다들, 그랬으면 좋겠다. 최주미 디지털 콘텐츠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