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통합 챔프 KT, 수원서 팬ㆍ시민과 만난다

1군 데뷔 7시즌 만에 처음으로 통합 챔피언에 오른 프로야구 KT 위즈가 연고지 수원시에서 팬ㆍ시민들에게 우승의 감동을 전하는 시간을 마련할 전망이다. 21일 KT와 수원시 등에 따르면 늦어진 한국시리즈 일정으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홈에서 한국시리즈(KS)를 치르지 못하고 중립지역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두산을 상대로 스윕 우승(4연승)을 달성한 KT는 연말 행사를 겸해 홈 팬 및 수원시민들과 만나는 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18일 KS 우승 직후 염태영 시장이 수원의 명물인 유네스코 세계문화인 수원 화성(水原華城)의 관광용 차량인 화성어차를 이용한 카페레이드 제의로 이뤄졌다. 이와 관련 KT 구단 관계자는 늦어진 가을야구로 수원 케이티위즈 파크에서 역사적인 창단 첫 통합우승 순간을 홈 팬들과 함께하지 못해 구단은 물론 팬들께서도 많이 아쉬워 하신다라며 구단 입장에서도 홈 팬들에게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이에 빠듯한 일정이지만 팬ㆍ시민과 함께 하는 행사를 적극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당초 KT 구단은 매년 연말에 진행해온 팬 페스티벌이 지난해 코로나19로 언택트 라이브 토크쇼로 진행된데 이어 올해도 늦어진 일정에 선수들의 결혼 등 개인사가 러시를 이뤄 개최가 불투명했었다. 하지만 시가 먼저 시민들을 위한 행사를 제의한 데다 우승의 순간을 함께하지 못한 팬들을 위해 연말 수원시와 함께 6년째 진행해온 사랑의 산타 행사를 확대해 팬ㆍ시민과 함께 하는 행사를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구단 관계자는 어떤 형태로든 팬과 함께 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려 한다.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에 대해서는 이번 주 중으로 수원시와 논의해 마련할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구단은 행사 시점을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쯤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황선학기자

‘서예 가치 알리자’… 오산 독산성 전국휘호대회 성료

캘리그라피, 타이포그래피 등 현대화된 글씨 속에서 우리네 전통문화인 서예술의 관심을 높이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휘호(揮毫)의 장이 열렸다. 지난 19일 오산시 죽미체육공원 다목적체육관에선 제5회 오산 독산성 전국휘호대회의 최종심사가 진행됐다. 매년 오산 독산성 전국휘호대회 운영위원회가 주최하고 오산서예인연합회가 주관하는 이 대회는 서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전국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전국대회로 치러지고 있다. 올해 대회는 지난 8월부터 3개월여 동안 진행된 공모에는 한문 221점, 한글 132점, 문인화 148점, 학생부 117점 등 총 618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이날 오전 10시 시작된 심사에선 한문 분야 현석 정영채씨, 한글 분야 백전 장호중씨, 문인화 분야 명원 이연옥씨 등이 평가에 나섰다. 심사위원들은 체육관을 여러 차례 오가며 작품을 꼼꼼히 살펴보고, 필체가 비슷한 작품끼리 모아 비교하는 등 신중함을 보였다. 공정한 결과를 위해 필명은 가린 채 심사가 이뤄졌다. 그 결과 이번 대회에선 ▲대상 김숙자(한문) ▲현봉서예상 이명희 (한글) ▲우수상 손연경(문인화), 유귀례(한문), 김남훈(한글) ▲장려상 이문석 외 9명 등 총 15명이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특히 대상자의 경우 오산서예인연합회의 초대작가로 선정돼 전시 활동을 함께하는 기회도 얻게 됐다. 김우현 오산 독산성 전국휘호대회 운영위원장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이번 휘호대회가 비대면으로 개최됐지만 그럼에도 많은 서예인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전통문화인 서예술이 점점 잊히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전도 유망한 예술인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진기자

양평군 공무원들 “악성 민원 방지해달라”…조례 제정 요구

양평군 일부 공무원들이 악의적인 반복민원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들은 악성 민원으로 인한 피해예방과 후속조치를 위한 조례제정도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1일 양평군 공직사회에 따르면 민원부서 공무원 A씨는 지난 11일 오후 3시40분께 한 주민으로부터 녹음하려면 하고 고소하려면 해봐라는 욕설이 섞인 폭언을 들은 뒤 후유증을 앓고 있다. 만취한 70대 주민이 매일 밤 8시께 군청으로 전화를 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평면에 거주하는 주민은 최근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의 공시지가가 너무 높다며 군청 공무원에게 심한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지난달 27일에는 한 남성이 군청 민원실에서 공무원을 향해 이유 없이 욕설을 퍼붓는 일도 발생했다. 한 여성 공무원은 스토커 같은 악성 남성 민원인으로부터 고통을 받다 견디지 못해 휴직을 했다 최근 복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도 이런 악성 민원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뾰족한 대응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양평경찰서 관계자는 통신을 이용한 단순 욕설로는 모욕죄 등으로 처벌하기 어렵지만 업무방해 등으로는 처벌할 수 있다며 막상 처벌하려해도 군청 공무원들이 민원인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요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양평군과 군의회는 앞서 지난 2019년부터 악성 민원인 대응 메뉴얼을 만들고 있지만 아직 도입되지는 않았다. 또 메뉴얼에는 공무원에 대한 정신적 피해 구제나 보상과 관련된 내용이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복수의 양평군 공무원은 악성 민원인이 많은 부서의 경우 민원인의 횡포나 욕설로 정신적인 고통을 받을 경우 심리치료를 받도록 하거나,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명료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관련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양평=황선주기자

시흥시 땅 무상임대 대기업 불법행위 기승…당국 단속 외면

시흥지역 하수관로정비사업 시공사들이 시유지를 자재적치장으로 사용하면서 분진망 미설치 등 불법을 저지르고 있지만 시는 단속을 외면하고 있다. 21일 시흥시와 금호건설㈜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6월 2018년도 하수관로정비 임대형 민자사업(BTL) 관련 대표 시공사인 금호건설에 시유지인 시흥그린센터소각시설(정왕동 2135번지) 부지 약 2천300㎡를 공사자재 적치용도로 무상 임대해줬다. 해당 사업은 SPC 법인인 푸른시흥환경㈜가 시행사이고 시공은 금호건설㈜ 등 4개 건설사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사업비 450억여원이 투입돼 오는 2023년 말 준공 목표로 진행 중이다. 완공 후 운영권을 시행사에게 주고 공사비를 시가 부담하는 임대형 민자사업방식이다. 시흥시가 수요처인만큼 시공사인 금호건설㈜ 등에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등을 토대로 해당 부지를 임대해준 상태다. 하지만 금호건설㈜ 등은 이 부지에 공사자재 외에 공사 중 발생한 폐토사 등을 적치하고 토사 재사용을 위해 중장비를 동원, 분류작업까지 하면서 분진망도 설치하지 않아 이 일대가 비산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업장 입구에 세륜시설도 설치하지 않고 이동식 살수기로 대체한 채 수개월째 작업중이어서 세륜시 발생하는 찌꺼기가 우수관으로 유입, 환경오염도 우려된다. 본보 취재 결과 이곳은 세륜시설 설치 자체가 안 되는 곳이지만 비산먼지 발생사업장 신고필증허가가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공장주 A씨는 수개월째 도로가 흙탕물로 뒤범벅이고 먼지까지 발생,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공사 되메우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토사를 잠시 쌓아 둔 것이다. 민원발생 후 토사를 빼내고 있다면서 애초 사용목적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현장을 확인했다. 시공사 측이 원상복구를 약속했다.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민원이 발생치 않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시흥=김형수기자

오산 ITF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 열전 8일 성료

오산시가 국제테니스연맹(ITF)이 공인한 국제주니어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테니스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오산시는 대한테니스협회 주최로 지난 13~20일 시립테니스장에서 한국,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5개국 선수ㆍ임원 등 1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021 ITF IMG 오산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를 진행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남녀 단식서 김장준과 장가을(최주연 테니스아카데미), 복식은 정택규(수원 삼일공고)-노호영(오산G-스포츠클럽)조, 하선민(안동여고)-강나현(경북여고)조가 정상에 올랐다. 앞서 오산시는 지난 10월 10면 규모 시립테니스장을 조성해 대한테니스협회로부터 국제대회 경기장으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대한테니스협회는 지난 19일 곽상욱 오산시장과 정희균 대한테니스협회장, 이진아 토너먼트 디렉터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디어데이를 열고 이번 대회를 총평했다. 정희균 회장은 오산시가 수도권이라는 지리적인 장점과 훌륭한 경기장, 지자체의 투자의지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테니스 거점도시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진아 토너먼트 디렉터(총감독)는 경기장 내 환경이 국내 최고수준으로 선수들이 시합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춰다고 평가했다. 곽상욱 오산시장은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을 연계하는 스포츠 정책을 통해 테니스는 물론 다른 종목도 함께 발전하도록 지속적으로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IMG 아카데미 장학생으로 선발된 후 이번 대회에 참가해 남자복식 우승과 단식부문에서 준우승한 노호영(오산G-스포츠클럽)은 조만간 미국 플로리다주 IMG아카데미로 테니스 유학을 떠난다. 오산=강경구기자

[2021 제4회 화성시장기 전국 리틀야구대회] 유소년 야구 최강자 가린다… 전국 68팀 ‘6일간 열전’

대한민국 유소년 야구의 최강을 가리는 2021 제4회 화성시장기 전국리틀야구대회가 20일 낮 12시 화성드림파크에서 개막식을 갖고 열전에 돌입했다. 화성시체육회와 경기일보사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리틀야구연맹이 주관, 화성시가 후원하는 이번 대회는 유소년 야구의 저변확대와 재능있는 꿈나무들의 발굴ㆍ육성을 위해 마련됐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 68팀, 1천200여명의 야구 꿈나무들이 참가해 이날부터 오는 26일까지 6일간 진행된다. 특히 대회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유소년 선수들의 학교진학을 위해 불가피하게 대회를 개최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 개막식 없이 무관중으로 철저한 방역대책하에 치러진다. 다만 이날 개막 경기 전 신항철 경기일보 대표이사 회장과 유승안 (사)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 박미랑 화성시 체육진흥과장, 한영관 전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 등이 참석해 참가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이 자리에서 유 회장은 한 전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연맹 명예회장으로 위촉했으며 한영관 전 회장의 시구와 신항철 회장의 시타로 대회를 시작했다. 이번 대회는 단일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지며 6회(제한시간 1시간 50분)까지 진행하는 리틀야구 경기규정을 적용, 그동안 연마한 기량을 통해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 무엇보다 화성시와 한국리틀야구연맹, 경기일보 등은 대회기간 중 코로나 19 차단을 위해 철저한 방역대책을 마련, 시행한다. 우선 각팀의 감독과 코치진은 경기장 도착 전 출전 선수에 대한 발열 체크 현황을 작성하는 것은 물론 대회 참가 2주 전부터의 발열 체크 일지를 작성, 제출토록 했다. 경기장 도착 후에는 선수와 코치진의 진입 전 발열체크와 손 소독 후 선수 개인 간 일정한 거리를 두게 한 뒤 입장시킬 계획이다. 선수들이 경기 중 대기하는 덕아웃에서도 좌석 2개당 1명이 앉게 해 1m 이상 거리를 두게 했으며 경기 전ㆍ후 인사는 엄지척으로 대신하고 경기중 하이파이브, 침 뱉기 등을 금지했다. 경기 중 발열이 있거나 기침이 심한 경우 즉시 의료진에게 확인, 의심 상황 시 준비된 구급차를 이용해 즉시 선별진료소로 이동시킬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경기 종료 후에는 다음 경기 팀 선수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게 코칭스태프의 인솔 하에 퇴장로로 이동하고 팀 버스 탑승 전 손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유승안 회장은 코로나19 상황이지만 학생들의 진학을 포기할 수 없어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어린 선수들이 좋은 시설의 야구장에서 서로 기량을 확인하고 우정과 화합을 다질 수 있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치러진 개막 경기에서는 안양시와 서울 강북구가 맞붙었으며, 강북구가 안양시를 11대 3으로 꺾고 다음 라운드로 진출했다. ■ 서철모 화성시장 인터뷰 화성시를 방문해주신 선수단 및 가족 여러분 환영합니다. 청명한 하늘과 드넓은 구장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세요 서철모 화성시장은 화성드림파크를 적그 활용, 인재 발굴과 생활체육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제4회 전국리틀야구대회를 개최한 소감은 지난해보다는 축소됐지만 단계적 일상회복으로의 발걸음을 전국 각지 유소년 야구단과 함께 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 이번 대회에 전국 유소년 야구단 1천200여명의 선수가 참여한다. 참여하는 모든 분들이 안전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철저한 방역관리를 준비했다. 야구 꿈나무들이 오랜만에 마음껏 달리며, 꿈을 펼칠 수 있길 기대한다. -대회장소인 화성드림파크를 소개한다면 드림파크가 세워진 이곳 매향리는 55년간 주한미군 공군 폭격훈련장으로 고통받아왔던 곳이다. 훈련장은 폐쇄됐지만, 오랜 고통으로 많은 주민이 마을을 떠났는데, 이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기다려지는 곳으로 새롭게 재탄생했다. 드림파크는 리틀야구장 4면, 주니어 야구장 3면, 여성야구장 1면 등 아시아 최대, 국내 최고 수준의 유소년 전용 야구장으로 한국 유소년야구의 베이스캠프가 될 것이다. -전국에서 모인 유소년들과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시리즈가 최근 성황리에 끝났다. 오랜만에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로 가득 찬 관중석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해 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이번 대회가 안전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참가자 여러분께도 협조를 부탁드리며, 한국 야구를 이끌 샛별들이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경기 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 ■ 유승안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 인터뷰 2021년 화성드림파크에서 개최되는 첫 대회를 우리 모두 함께할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유승안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은 대회 개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리틀야구는 재능이 있는 어린이를 발굴해 전문 선수로서 육성하기 위한 기초를 닦는 데 있다며 어린이의 장래를 위해 공부와 기타 취미활동을 병행함으로써 학교 스포츠가 가진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유 회장은 리틀야구는 승패가 중요하지 않다며 물론 아이들이 이기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좋고 승부욕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결과를 크게 신경 쓰지 말고 노력하는 사람이 결실이 좋다라는 걸 느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개인위생 및 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을 준수하겠다며 대회 기간에 즐겁게 경기에 임해 여러분의 갈고 닦은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해 최선을 다하는 멋진 모습을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 회장은 코로나19로 2년 동안 답답하고 활동에 제약이 많았는데 이번 리틀야구대회를 통해 그동안의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날려 버렸으면 한다며 앞으로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을 건강한 모습으로 자주 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화성=박수철ㆍ김영호기자

[이슈&경제] 회색 코뿔소가 올까?

지난 2013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소 대표는 회색 코뿔소를 언급했다. 회색 코뿔소란 지속적인 경고를 통해 위험을 충분히 사전에 예측할 수 있음에도 사람들이 대응에 소홀하면서 위기에 빠지는 것을 뜻한다. 코뿔소는 몸집이 매우 크다. 그래서 멀리 있어도 눈에 잘 띄고, 진동만으로도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코뿔소가 무섭게 달려오면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대처 방법을 알지 못해 당황하게 된다. 즉 위기의 원인을 알고 있으면서도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를 회색 코뿔소라고 흔히 말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총 12번의 경기침체를 경험했다. 원인은 제조업 경기 위축, 석유 파동, 통화 긴축, 금융시장 불안, 재정 긴축 등 다양하다. 가장 최근의 경기침체는 코로나19로 발생했다. 이 중 가장 빈도수가 높았던 경기침체 원인은 연준(연방준비은행)의 통화 긴축과 금융시장 불안이었다. 공교롭게도 여의도 증권가에서 내년에 가장 불확실한 변수로 꼽고 있는 것도 연준 정책과 자산 거품이다. 미국 연준은 최근 FOMC 회의에서 자산을 매입해서 달러를 공급하는 양적 완화 정책을 줄여나가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연준은 내년 하반기부터 자산매입을 멈출 계획이다. 다만, 파월 의장의 언급을 참작하면 유동성을 흡수하는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2023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때문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까 노심초사다. 자산 거품 또한 걱정거리다. 국내 투자자들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테슬라 등 미국의 빅테크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고 있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50조 달러(원화 약 6경원)를 넘어섰다. 미국 명목 GDP대비 무려 2.2배를 웃도는 역대급 수준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은 한국거래소와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보다 더 커졌다. 아파트 가격도 천정부지로 상승 중이다. 아파트 가격은 월급을 모아서 살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근로자들의 조기 은퇴가 빨라지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근로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자산 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하면서 노동의 상대적 가치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우리 대부분은 코로나19의 대유행을 예상하지 못했고, 코로나19는 마치 전쟁과 유사한 충격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정책의 후유증을 고민할 겨를도 없이 엄청난 부양정책을 시행하며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 결과 자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폭등했고, 근로자들의 근로 의욕은 낮아진 결과를 초래했다. 이제 각국은 단계적 일상 회복인 위드코로나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 과도했던 부양정책은 거둬들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각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자산 가격들이 과도한 유동성 공급으로 급등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특히, 내년 자산시장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그중에서도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이 회색 코뿔소가 될지 예의주시해야 한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기고] 역대 최저 비축미량을 통해 바라본 식량안보

바닥 드러난 정부 비축미, 쌀 모자라 정부미 대량 방출했나, 쌀 수급 불안에 정부 비축미 재고 바닥 지난 두 석 달 동안 몇몇 언론사에 게재된 기사 제목이다. 주요 내용은 정부가 비상 상황을 대비해 저장해 놓은 공공비축비(정부미)의 양이 25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는 것이다. 시장에 쌀이 모자라 정부가 급하게 공공비축미를 공급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 또한 담겼다. 정부는 매년 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우리나라 1년 쌀 소비량의 18% 수준의 공공비축미를 저장한다. 정부는 이렇게 저장해놓은 쌀을 군대 급식 등으로 사용하거나, 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시장에 일정량을 풀어 가격을 조절한다. 그런데 올해 들어 정부가 약 37만t을 시장에 공급해, 정부 비축미는 25년 만에 최저인 14만t이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아직은 쌀 생산량이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쌀 소비량보다 많은 수준이어서 당장 문제는 되지 않지만, 우리는 이 상황을 주의 깊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공공비축미를 시장에 많이 내놓은 것은 지난해 쌀 생산량이 크게 준 것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 및 자연재해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쌀을 포함한 곡물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는 리스크의 증가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쌀을 주식으로 하기에, 이와 같은 리스크를 인지하고 철저히 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아직 식량 위험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1980년 69.6%에서 2019년 45.8%로 40년간 23.8%p 감소했다. 이 가운데 양곡 식량자급률은 2010년 54.1%에서 2019년 47.7%로 10년간 6.4%p나 떨어졌다. 또한 2016~2018년 평균 곡물자급률은 22.5%에 불과하다. 반면,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은 곡물을 충분히 생산하며 식량안보를 철저히 하고 있다. 2016~2018년 평균 호주의 곡물자급률은 251.7.6%, 캐나다는 177.4%, 미국은 124.7%로 높은 곡물자급률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격차가 매우 크다. 인구가 1억명이 넘는 필리핀은 세계 1위의 쌀 수입국이다. 그러나 필리핀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쌀을 자급하고 남은 것을 수출할 정도로 쌀 생산량이 많았다. 하지만 농업 생산성 향상에 투자하지 않고 정부가 식량 자립을 포기하면서 필리핀은 1990년대 이후에는 쌀 수입국이 되고 말았다. 결국, 2008년과 2011년 국제 쌀 가격이 몇 달 만에 두 배나 오르자 필리핀 국민은 식료품 값 폭등으로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필리핀이 겪은 어려움은 우리나라에 큰 시사점을 안겨준다. 우리나라는 경지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다가, 이상 기후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식량 안보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양회술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