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민주, 전직 대통령 예우 논란 버릴 때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하려고 했다. 추 대표는 이번 계획에 대해 “과거와의 화해”라는 의미를 달았다. “돌아가신 대통령들은 묘소를 갈 수밖에 없고, 살아계신 대통령들은 방문하는 것이다”라고도 했다. 취임 후 추 대표가 보여주는 일련의 행보를 보면 충분히 이해된다. 이승만ㆍ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전(全) 전 대통령을 예방키로 한 12일에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의 만남도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더민주당이 시끄럽다. 추 대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공공연히 나왔다. 이개호 의원은 “찾아간다고 해서 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우리에게 돌아서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박홍근 의원은 “왜 국민의 지탄을 받는 그분이 먼저냐”라고 힐난했다. 양향자 최고 의원은 “파렴치한 놈을 왜 만나느냐”며 막말까지 동원했다. 최고위원회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거나 문재인 전 대표와 상의하지 않았다는 점 등 절차상의 문제도 난타당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역사적 과오를 새삼 꺼낼 필요는 없다. 지금 우리가 지켜봐야 할 것은 모처럼 조성되는 정치권의 ‘상대방 끌어안기’다. 현재 정치권은 전에 없던 구도가 만들어졌다. 영남을 기반 삼는 새누리당에 호남 출신 대표가 탄생했고, 호남을 기반 삼는 더민주당에 영남 출신 대표가 탄생했다. 이런 외연은 곧바로 ‘상대방 끌어안기’라는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DJ 정부에 협력하지 못한 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공개 사과했다. 추 대표의 전 전 대통령 예방은 어찌 보면 이렇게 치고 나가는 새누리당을 의식한 대응 전술의 의미가 있다. 초등학생도 짐작할 수 있는 정치공학적 예방이다. 그런데 이런 걸 두고 당이 벌집이 됐다. 대표의 결정을 ‘정치적 야합’이라도 되는 양 맹공격했다. 이승만ㆍ박정희 묘소 참배나 전 전 대통령 예방을 당의 가치와 직결시키는 종래의 태도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이다. 답답하다. 언제까지 이럴 건가. 언제까지 전직 대통령 예방을 최고위 의결 사안으로 붙들고 있을 것인가. 언제까지 ‘가도 되는 묘지’와 ‘가면 안 되는 묘지’를 갈라 놓고 있을 건가. 1997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가장 먼저 한 사면은 정적(政敵) 전두환ㆍ노태우 석방이었다. 재임 중에도 전 전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해 극진히 대접했다. 그런 DJ가 입원하자 이번엔 전 전 대통령이 문병했다. 그 자리에서 전 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 때 가장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이것이 참다운 DJ 정신 아닌가. 이번에 취소된 추 대표의 전 전 대통령 예방이 이른 시일 내에, 모든 당원들이 기꺼이 찬성하는 가운데 성사되기 바란다.

[지지대] 한완상 前 부총리가 남긴 교훈

경기문화재단이 설원기 신임 대표이사 취임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대표이사에게 임명장을 줘야 할 이사장이 아직도 공석이기 때문이다. 대표이사 직무 대행 중인 경영본부장이 직속 상관에게 임명장을 주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다른 방법으로 임원추천위원회를 열어 확정하기까지 시간 지체라는 단점이 있다. 어떤 방식이든 이사장이 대표에게 임명장을 주는 통상적 수순은 밟기 어려워 보인다. 경기도, 문화재단 모두 이 같은 상황에 당혹스러워한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이사장 ‘내정자’로 알려진 한완상 전 부총리가 먼저 취임해 설 대표에게 임명장을 주는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한 전 부총리는 앞서 남경필 도지사의 제안을 수락, 이사장 공모에 단독 지원했다. 모두 함구했지만 한 전 부총리의 신임 이사장 취임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언론 역시 남 도지사의 ‘대권을 향한 균형 맞추기 인사 영입’이라는 분석을 집중 보도하며 그의 취임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한 전 부총리는 지난 5일 돌연 이사장직을 고사했다. 예상 밖 전개에 도와 문화재단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나는 다른 이유로 머리가 지끈거린다. 문화재단은 2012년 도지사가 당연직 이사장으로서 대표이사를 임명했던 임원 선출 방식을 인사추천위원회를 먼저 거치는 것으로 전환했다. 기관장 임용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자 의지였다. 그런데 인사추천위원회를 거치기도 전 도지사가 제안하고 이를 수락한 내정자가 존재했다. 이를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그 동안 지자체장이 공공기관 임원 인사를 보은하기 위해 자기 사람 앉히기 혹은 미래를 위한 포석쯤으로 여긴 고질병이 만연했던 탓이다. 매번 이같은 인사에 기관 직원이나 도민 모두 무뎌진 탓이다. 이사장 공모는 원점이 됐다. 남 도지사가 지자체장들이 기관장을 개인적 입맛으로 좌지우지하는 상식 밖 행동을 부수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도지사가 솔선수범하면, 도내 지자체장이 추진하는 불합리한 인사에 대해 최소한 부끄럽게 여기진 않을까. 더 이상 명퇴 공무원이나 지자체장 측근이 아닌 문화예술 전문가를 영입했다는, 당연한 것을 유의미하게 바라보는 기사 따윈 쓰지 않기를 바란다. 류설아 문화부 차장

[사설] 자살 공모 넘쳐나는데 그냥 방치할건가

지난 5일 안산시 단원구의 한 상가건물에서 남녀 4명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3명은 자살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사이로 지난달 22일 인천에서 동반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또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들은 사는 지역과 직업, 연령 등이 달라 서로 연고가 없는 점을 미뤄 자살 사이트나 개인메신저를 통해 만나 동반자살한 것으로 보고있다. 인터넷을 매개로 한 자살 사이트가 자살을 방조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있다. 올들어 7월까지 인터넷에서 자살관련 정보를 공유하다 적발된 건수만 1천400여건에 이른다. 정부가 2000년 자살을 조장하거나 미화하는 내용의 웹사이트를 폐쇄조치하고, 이에 따르지 않는 사업자를 규제키로 했지만 여전히 자살 사이트를 통한 동반자살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동반자살을 공모하고, 시도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자살 사이트나 카페에 올라오는 자살유도행위 등은 경찰과 포털 사이트에서 제재 및 관리로 적발·단속이 가능하지만, SNS의 경우 개인메시지여서 현실적으로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 중앙자살예방센터의 올해 자살관련 유해정보 모니터링(8월 기준) 결과 모두 1만1천706건이 신고 접수됐다. 이중 동반 자살자 모집은 1천585건, 자살방법 제시글은 1천517건이었다. 인터넷 유해정보는 일베 사이트가 3천969건으로 가장 심각했고, SNS는 트위터가 2천146건으로 가장 많았다. 실제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SNS에선 동반 자살과 관련된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트위터에 자살 관련 검색어를 입력하면 동반자살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과 함께 자살방법을 제시하거나 의논하는 글이 수십개씩 눈에 띈다. 페이스북에선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의 비공개 소모임까지 있는데 500명 넘는 사람이 가입돼 있다. 문제는 넘쳐나는 자살사이트와 모집희망 글을 단속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동반자살 모임을 만들거나 글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처벌이나 단속을 할 수 없다. 자살방조죄는 실제 동반자살 시도를 했을 때만 적용돼 이후 자살 재시도자에 대한 전반적 관리 규정은 없는 상태다. 자살 재시도자 등 고위험 자살 시도자의 경우 무조건 자살예방센터 등으로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자살 관련 게시글은 유해정보로 지정돼 법적인 규제를 받고, 처벌을 받을 수 있게 제도화돼야 한다. 사회 전반의 관심 또한 절실하다. 포털 사이트나 SNS 운영 기업 등 모든 사회 구성원과 관계기관이 자살을 더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데스크 칼럼] 김영란법 시행과 2016년 추석

말 많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이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이 의결돼 28일부터 시행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012년 8월 처음 김영란법을 발표한 지 4년1개월 만에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 것이다. 주요 내용은 그동안 알려졌고 정부 부처에서 논의됐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공직자와 언론인 등이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부조의 목적 등으로 받을 수 있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의 상한액이 각각 3만 원, 5만 원, 10만 원 그대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한 기준에 따르면 적용대상 기관은 총 4만919개이고 관련인원도 대략 400만 명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공공 분야에서는 국회(국회의원 일부 조항 제외), 법원, 헌법재판소, 감사원, 선관위, 인권위, 42개 중앙행정기관,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 국공립 및 사립학교 등이 총망라됐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공직 유관단체 982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은 321개도 포함됐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언론사도 1만7천210개가 적용대상이다. 김영란법 시행령이 발표되자 여기저기서 난리다. 예측을 못 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여파가 피부에 와 닿으면서 걱정은 더욱 심각한 듯하다. Y시에서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을 운영하는 친구놈이 전화해 왔다. 이 친구는 10여 년을 넘게 인연을 맺어 그동안 명절 때면 서로 나이에 맞게 선물을 주고받으며 정을 돈독히 해온 터다. 그런데 첫 마디가 “올해는 그냥 넘어가자”였다. 그놈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스레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서운함과 동시에 뭔지 모를 찜찜함이 사라지는 개운함이 함께 몰려왔다. 또 다른 중학교 동창생 녀석은 “언제 법이 국민사정 봐줬느냐? 난 보낼 테니 버리든 말든 네놈 맘대로 해”하며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는다. 서로 당사자이니 참으로 혼란스럽다. 추석을 앞두고 선물세트를 준비하던 유통 전 분야는 더욱 아우성이다. 지역 곳곳에서 송고해 오는 기사를 보면 그 실상이 짐작 간다. 과천 화훼농가는 김영란법이 시행도 되지 않았는데 그 여파로 7~8월 인사철 매출이 이미 10분의 1로 떨어졌다 하고, 한과제조업체는 10만 원 이상 고급품에 대한 주문량이 거의 없어 단가를 크게 내렸는데도 문을 닫을 판이라 한다. 지역 특산물을 가공한 건강보조식품 역시 ‘받지도 말고 주지도 말자’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그저 실수요자만 찾고 있을 정도다. 아마도 2016년 추석, 아니 앞으로 돌아올 모든 명절은 ‘온정’보다는 법을 피하는 ‘걱정’이나 아예 이도 저도 하지 않는 ‘매정’을 나누는 명절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것도 있다. 젊은이들의 사고다. 엊그제 군대를 제대한 아들 녀석과 친구들에게 제대 턱을 내는 자리에 동참했는데, 이놈들 모두 “김영란법을 왜 하느냐?”고 묻는다. 기존 법만 잘 지켰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일반 서민 생각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맞는 말인지라 왠지 부끄러움도 없지 않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는 이유가 어떠하든 이 사회의 기득권층이나 특권층이 대다수다. 만만치 않은 저항을 했던 언론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이해당사자는 이런저런 걱정과 불만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첫 시행되는 김영란법을 준수해 제2의, 제3의 김영란법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나름의 자기성찰을 해야 할 때다. 이번 추석을 기점으로 등 뒤에 와 닿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지 않도록 해보자. 정일형지역사회부 부국장

[우리동네 명소를 소개합니다] 파주 감악산 운계출렁다리

“전국에서 가장 긴 감악산 운계출렁다리를 걸으며 아름다운 단풍을 만끽하세요.”개성 송악산, 포천 운악산, 가평 화악산, 서울 관악산과 더불어 ‘경기 5악(五岳)’으로 불리는 파주시 감악산에 전국에서 가장 긴 산악다리 ‘운계출렁다리’가 완공돼 오색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초가을 정취를 즐기려는 등산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운계출렁다리는 파주시와 양주시, 연천군 등 3개 시·군의 지역발전 상생프로젝트인 감악산 힐링 테마파크 조성사업의 하나로, 착공 5개월 만에 완공돼 지난 1일 현장에서 안전기원제와 함께 상량식을 거행했다.감악산 운계출렁다리는 사업비 28억 원을 들여 적성면 설마리 감악산 운계폭포 양쪽 계곡을 연결하는 길이 150m, 폭 1.5m 규모의 현수교 형태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지금까지는 전남 강진 석문산~만덕산 등산로를 연결하는 산악 현수형 구름다리 111m가 가장 길었다. 운계출렁다리는 40㎜짜리 케이블이 4겹으로 묶여 양쪽 아래위로 다리를 지탱한다. 몸무게 70㎏ 성인 900명이 한꺼번에 통행해도 끄떡없으며, 초속 30m의 강풍도 견딜 수 있다.글로벌 마케팅도 겨냥했다. 운계출렁다리의 또 다른 이름은 ‘글로스터 영웅의 다리’다. 이는 6·25 전쟁 당시 감악산에서 벌어진 영국 글로스터시 출신 부대원들의 헌신적인 사투를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6월 25일에는 영국 글로스터시 대표단이 공사 중인 운계출렁다리 현장을 찾아 당시를 회상하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운계출렁다리는 다음 달 22일 적성면 감악산 단풍축제에 맞춰 정식 개장한다.감악산 힐링 테마파크에는 운계출렁다리 외에 구곡 빌리지(1만㎡), 캠핑장, 수변 광장, 문화공원(1만 6천여㎡), 순환형 둘레길(21㎞) 등도 조성돼 감악산의 오색 단풍을 보며 초가을의 정취를 즐기려는 등산객들을 기다리고 있다.출렁다리를 직접 걸어본 이재홍 파주시장은 “감악산 힐링 테마파크 사업은 적성면 등 북파주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획한 것”이라며 “스토리텔링과 차별적인 요소들이 많아 국내외 관광객 증가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파주=김요섭기자

이북5도민 추석 망향대제

세월이 쌓은 거석 보석보다 빛난다 ‘전남 화순 고인돌 유적’

고인돌은 말 그대로 괴인 돌이다. 괸돌, 지석(支石)이 같은 말이다.덮개돌을 받침돌로 괴어 만드는 선사시대 무덤이다. 우리나라는 고인돌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 세계 거석문화의 중요한 부류로, 영국의 스톤헨지나 이스터 섬의 모아이인상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유네스코도 고창, 화순, 강화의 고인돌을 2000년 세계유산으로 공인했다. 이번 주말 다양한 거석문화가 살아 있는 전남 화순으로 떠나보자. ■ 다양한 전설이 깃든 ‘화순 고인돌유적’화순에는 고인돌 596기가 빽빽이 모여 있다. 청동기시대인 3000~2500년 전 축조한 고인돌이다. 이 일대는 옛날 보성과 나주를 잇는 보검재가 있었다. 고인돌은 남쪽 기슭에 분포한 덕분에 논 주변의 고인돌처럼 훼손되는 일이 적고, 사람이 접근하는 일이 빈번하지 않아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화순 고인돌유적 탐방은 도곡면 효산리와 춘양면 대신리 5㎞ 구간에서 진행한다. 한길을 따라 분포해서 주요 고인돌을 보며 이동하기 편리하다. 비포장도로지만 넓어서 자동차로 돌아볼 수 있다. 걸어서 돌아볼 때는 길가의 코스모스가 여행자를 반겨준다. 효산리 쪽에서 진입하면 가장 먼저 괴바위 고인돌을 만난다. 길이 530㎝, 폭 360m, 두께 300㎝ 대형 덮개돌이 두드러진다. 커다란 공깃돌처럼 생겼는데, 괴바위의 ‘괴’는 고양이를 뜻한다. 고인돌이 고양이 모양을 닮은 건 아니고, 일대가 고양이 지형이다. 주변 고인돌군에서 잘 보이는 산기슭 중턱에 위치한 것으로 보아 제단 역할을 했으리라 유추한다. 화순 고인돌유적은 괴바위처럼 재미난 이름과 이야기가 많아 흥미롭다. 관청바위는 원님이 보검재를 넘다가 바위에서 쉴 때 민원을 처리해서 붙은 이름이다. 달바위는 도로 아래쪽 달덩이 같은 타원형 고인돌이다. 핑매바위는 덮개돌 길이 700㎝, 높이 400㎝, 무게 200t이 넘는 대형 고인돌로, 그 이름에 운주사 천탑 이야기가 녹아들었다. 마고할매가 천탑을 쌓기 위해 큰 돌을 가져가다가, 닭이 울어 늦었다는 걸 알고 화가 나서 발로 찬 돌이다. 핑매는 돌팔매를 뜻하는 사투리다.바위에 지름 약 40㎝ 구멍이 있어 왼손으로 돌을 던져 넣으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핑매바위 북쪽 기슭 정상은 각시바위 채석장이다. 이 또한 마고할매가 두고 간 돌이다. 마치 상자를 쌓은 듯해 채석에 유리했음을 알 수 있다.■ ‘고인돌 채석장’과 ‘고인돌 발굴지보호각’화순 고인돌유적은 주요 고인돌 주변에 채석장이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고인돌은 도로 옆에 무리 지어 있고, 기슭에 응회암 절벽이 보인다.관청바위 고인돌 가까이 마당바위 채석장, 핑매바위 고인돌 북쪽에 각시바위 채석장 등이 위치한다. 고인돌 옆으로 나무 계단 접근로가 마련되어 올라갈 수 있다. 그 가운데 감태바위 채석장이 접근성 좋고 흔적도 비교적 또렷하며, 감태바위 고인돌군에는 탁자식, 기반식(바둑판식), 개석식 고인돌이 모두 있다.감태바위 고인돌군을 지나면 대신리 고인돌발굴지보호각이다. 고인돌 유적은 그 안을 볼 수 없어 아쉬울 때가 많은데, 보호각에서 궁금증을 해소한다. 시신을 안치한 널방과 출토 유물 등 덮개돌 아래 고인돌의 내부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당시 고인돌 조성 방법을 순서대로 그린 그림 역시 유용하다. 이 때문에 대신리를 출발점으로 삼는 이도 적잖다. 아는 만큼 보이니 고인돌에 대한 이해가 한층 빠르다. 여유가 없다면 대신리 고인돌발굴지보호각과 감태바위 고인돌군, 감태바위 채석장 코스가 무난하다. ■ 돌 문화의 흔적이 살아있는 ‘운주사’화순 고인돌유적에서 남서쪽으로 약 13㎞ 거리에 위치한 운주사는 화순 돌 문화의 흔적을 살필 수 있는 또 다른 유적이다. 석불 1천 구와 석탑 1천 기로 유명하지만 ‘동국여지승람’ 외에는 그 기록을 찾을 수 없다. 지금은 석탑 17기와 석불 80여 기가 남았다. 석탑은 불감 안에 불상 2구가 등을 맞댄 운주사 석조불감(보물 797호), 몸돌과 지붕돌이 원형인 운주사 원형 다층석탑(보물 798호)이 특이하다. 석불은 대체로 정교하기보다 친근한 인상이 정감 있다. 그 가운데 와형석조여래불 2구가 유명하다.운주사 서쪽 정상에 머리를 남쪽으로 하고 누운 길이 12.7m, 10.3m 석불이다. 도선국사가 마지막에 완성한 천불로, 새벽닭이 울어 미처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고 한다. 와불이 일어나면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전설이 운주사를 한층 신비롭게 한다. 홍완식기자 자료ㆍ사진=한국관광공사

[1일 현장체험] 화성 공생염전 ‘염부’

더위가 한풀 꺾인 지난 5일이었다.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살폈다. 옅은 안개가 껴서 그런지 하늘이 흐렸다. 걱정이 들었다.이날 기자는 일일체험으로 염전을 가기로 했었다. 며칠 전 취재차 염전을 다녀온 동료 기자들은 “날이 흐리면 염전 작업을 하지 않더라”고 귀띔했다.‘계획이 틀어지면 어쩌나’하는 마음에 염전으로 전화를 했다. 걱정 말고 오후에 오란다. 이게 이날 하루의 시작이었다.■ 기대 반 두려움 반… 염전 가는 길 기자가 일일체험을 할 장소는 화성시 서신면 매화리에 있는 ‘공생염전’이었다. 다행히 염전을 향해 달리는 도로 위로 햇볕이 내리쬔다. 헛걸음을 하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사무실에서 50분가량 달리니 포도밭이 눈에 들어왔다. 바닷가에 다다랐음을 알 수 있다.전통적으로 내륙지방에서 재배되던 포도는 요즘 바닷물이 밀려 들어오는 갯벌 옆 저지대에서 재배된다고 들었다. 아니라 다를까. 차가 겨우 한 대 지나갈 좁은 옛길을 5분여 더 들어가니 염전이 눈에 들어왔다. 햇볕과 바람, 그리고 바닷물이 공존하는 소금 꽃피는 마을. 공생염전이다.공생염전은 여러 가구가 소금을 생산하며 산다. ‘공생’이라는 이름도 공평하게 소금판을 분배하고 함께 살아가자는 의미에서 붙었단다. 기자가 찾은 가구는 이곳 공생염전 입구에 자리한 이순용(62)씨의 집이다. 소금이 절반쯤 찬 창고가 붙어 있는 평범한 시골집. 그 뒤로는 소금밭이 펼쳐져 있다. 반갑게 기자를 맞이한 이씨는 “오후 5시에 작업을 시작한다”고 했다. 시간을 보니 작업 시작까지 30분 넘게 남았다. 앞마당 나무 의자에 앉아 이씨에게 염전 이야기를 들었다.이씨는 염부로 살아온 게 어언 40년이라고 했다. 부친이 60년 전 일군 염전을 물려받았단다. 고향이 강원도 철원인 이씨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정전 후 집터가 DMZ(비무장지대)로 지정돼 이 곳에 정착해 바다를 막고 염전을 만들었다고 한다.‘공생염전은 한국전쟁 당시 황해도 피난민들이 만든 곳이 아니냐’고 묻자 이씨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와전된 이야기에요. 황해도 사람은 몇 안 돼요. 대부분 나처럼 한국전쟁 정전 후 집터가 DMZ로 지정된 사람들이죠. 예전에는 파주, 연천에서 온 사람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고향 근처로 돌아가고 얼마 안 남았어요.”이씨는 최근 기자처럼 체험하고자 이곳 염전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도 오고, 요즘은 초등학생들이 많이 와요. 오늘 오전에도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다녀갔죠. 체험에 이곳 만한 데가 없다고 하네요. 허허.” 이씨가 미소를 짓자 옆에 있던 부인 이진숙(61)씨가 말을 거들었다. “말도 마요. 다른 사람들은 일에 방해된다고 (체험을) 거절하는데, 이 사람은 거절을 못 해요. 덕분에 평소보다 작업을 오래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요.” 체험을 하면서 적어도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해는 뉘엿뉘엿… 시작된 노동 오후 5시가 되자 이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업을 시작할 시간이 된 것이다. 이씨는 기자에게 하얀 장화를 건넸다. 체험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화란다. 기자가 장화를 신자 이씨는 소금밭 옆자리에 놓인 대패를 가리켰다. “대패를 갖고 따라오세요. 우선 대패질(고무래로 소금을 모으는 일)부터 해야 해요.”이씨를 따라나서니 소금밭이 오른쪽 지평선에서 왼쪽 지평선까지 중단 없이 놓여 있다. 물은 흐르지 않고 고여 있다. 까만 옹기판 바닥 위로 생성되는 작은 소금 알갱이들은 바람에 살랑인다. 이씨는 그 위로 대패를 올렸다. 이어 묵직한 대패질을 시작했다.대패는 한 치 오차 없이 자로 잰 듯 직선을 그렸다. 몇 번의 대패질로 소금은 수북하게 쌓였다. 이씨를 따라 대패질을 했다. 생각만큼 소금이 모이질 않는다. 뒤를 돌아보니 소금 알갱이가 군데군데 남아있다. 대패질이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은 소금 알갱이를 긁어모으기 위해선 대패질을 몇 번이고 반복해야 한다.이씨와 기자가 대패질을 하는 동안 부인 이진숙씨는 모아진 소금에서 잡티와 이물질을 골라냈다. 좀 더 나은 품질의 소금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란다. 기자도 잠시 해봤지만, 바짝 붙어야만 보이는 작은 부유물을 찾는 게 여간 쉽지 않다.이물질 제거까지 마치면 삽으로 소금을 수레에 담기 편하게끔 쌓아올려야 한다. 삽질 몇 번에 숨은 턱까지 차오른다. 결성지 하나를 정리했을 뿐인데 팔은 후들거리고 입에선 단내가 난다. 기자의 삽질이 답답했는지, 이진숙씨가 조언을 건넸다.“삽질을 할 때는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고 되도록 소금을 밀어내는 게 요령이에요. 상체 힘으로 퍼 올리면 얼마 가지 않아 체력이 떨어져요. 하체를 이용해서 조금씩 삽을 밀면서 소금을 모아야 해요. 저는 요가 한다는 생각으로 해요.”기자가 맡은 결성지 두 곳의 소금이 얼추 정리되자 “이제 수레에 담을 차례에요”라는 비보(?)가 들렸다. 계속된 삽질에 이제는 현기증까지 나는 듯했다. 이진숙씨가 빙그레 웃었다. “많이 힘들죠? 그래도 체험하러 와서 이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은 기자님이 처음이에요. 마음이 고맙네.” 이미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힌 터라 칭찬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이제 남은 일은 소금이 쌓인 수레를 창고로 옮기는 일이다. 출발 전 동료 기자가 “수레를 옮기는 일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한 번 들어 올려보니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무게가 상당하다. 결국 수레를 창고로 옮기는 일은 이씨가 도맡아 했다. 기자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곤 옮겨진 소금 수레를 창고 한구석에 쏟는 것뿐이다.■ 소금이 짠 이유작업을 마치고 앞마당으로 나와 얼음물을 들이켰다. 물이 맛있게 느껴지는 것도 오랜만이다. 고된 노동이 만들어낸 물의 참맛이다. 목을 적신 후 소쿠리에 가득 담긴 무화과를 하나 집어들었다. 처음 접하는 과일인데 그 맛이 제법 달달하면서도 시원하다.휴식을 취하던 이씨가 “이제 소금을 거둬들인 결성지에 덧물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차례 소금 꽃이 피면서 떨어진 염도를 보충해주는 작업이란다. 덧물을 넣어 교반시켜 놓은 결정지의 염도는 22~25도를 유지해야 한다고.이곳 공생염전에서는 덧물을 넣은 결성지의 바닷물을 이틀 동안 증발시켜 염도를 27도 이상으로 올린다. 그럼 비로소 소금 알맹이가 맺히기 시작하는데, 여기선 소금 꽃이 핀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이 소금 꽃은 해질 녘 무렵 절정을 맞이한다. 이씨가 이날 5시에 소금을 걷는 작업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씨 부부는 염전이 열리는 4월부터 10월까지 이 일을 하루도 예외 없이 되풀이한다.덧물을 넣는 이씨의 모습을 지켜봤다. 침묵 속에서 이뤄졌다. 그저 묵묵했다. 묵언 수행 중인 선승처럼 다가서기 쉽지 않다. 저녁노을이 길게 누운 시간, 이씨의 노동만큼 숙연한 풍경은 이곳 염전에는 없었다. 소금이 짠 건 이씨와 같은 염부들의 땀 때문인지도 모른다. 조성필기자ㆍ사진=전형민기자

서진웅 도의원, 부천 중소기업 최선의 지원 약속

경기도의회 경제과학기술위원회 서진웅 의원(더불어민주당ㆍ부천4)은 8일 부천산업진흥재단 15층 대회의실에서 부천산업진흥재단 서동구 대표이사를 비롯한 중소기업 단체장들과 함께 ‘2017년 중소기업 지원사업 사전 의견수렴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최원용 일자리정책관, 손수익 기업지원과장 등 도 관계자와 석중균 부천시 기업지원과장 등 시 관계자, 임달택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 창업성장본부장, 임채화 경기신용보증재단 사업본부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대장동 첨단생태 산업단지 조성 지원’, ‘경기서부권 전시·판매 융합 컨벤션센터 건립 지원’, ‘로봇융합부품 고도화 사업 지원’, ‘세계 드론레이싱 대회 개최’ 등 경기 서북부권의 첨단지식산업의 전략 거점 및 클러스터 조성과 부천지역 중소기업 지원 활성화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가졌다. 박현복 (사)중소기업융합 부천지회 회장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좋은 제품을 만들고는 있지만 인증기관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어 수출하기가 너무 힘든 것이 문제”라면서 “수출하기 위해 해외에서 필요로 하는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기관을 설립하거나 늘려 줄 것”을 요청했다. 서진웅 의원은 “부천 지역은 경기 서북부의 중심도시로 첨단지식산업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며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중소기업 활성화가 필수”라며 “오늘 논의된 내용 이외에도 기업들을 위한 연구개발 예산 확보 등 중소기업 성장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동수기자

추석 일주일여 앞둔 차례상 차림ㆍ선물세트 비용, 지난해보다 10%가량 상승

올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지난해보다 평균 10%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유례없는 불볕더위가 이어진데다 한우 사육두수가 줄어든 탓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추석을 일주일 앞둔 8일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을 최종적으로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 기준 22만5천 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추석 상차림 비용보다 8.3%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국 17개 전통시장 16개, 대형 유통업체 25개소를 대상으로 추석 차례상 성수품 28개 품목의 구입비용을 조사한 결과다.대형유통업체에서 사들일 경우에는 32만9천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 추석보다 12.5% 올랐다. 지난주와 비교해도 전통시장은 0.3%, 대형유통업체는 3.7% 가격이 상승해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고공행진 하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성수품을 살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가격이 가장 크게 오른 것은 불볕더위의 영향을 크게 받은 시금치(161%), 배추(158%), 무(65.3%)였다. 밤(1㎏)도 전통시장에서 살 경우 7천456원으로 지난해 5천681원보다 31.2%나 가격이 뛰었다. 명절에 많이 쓰이는 쇠고기(우둔 1.8㎏)도 전통시장에서 사면 7만4천366원, 대형마트에서는 10만5천25원으로 지난해 추석보다 각각 15%, 29.6% 가격이 상승했다.반면, 쌀(2㎏)은 지난해보다 전통시장(-8.1%)과 대형마트(013.6%)에서 모두 가격이 하락했으며, 두부(부침ㆍ4모) 도 각각 -19.4%, -2.8% 가격이 내렸다. 대형유통업체에서 판매 중인 추석 선물세트도 쇠고기와 과일류를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했다.쇠고기(한우갈비, 3㎏)가 25만4천 원으로 지난해 대비 33.7%나 가격이 올랐고, 배(7.5㎏)는 4만6천 원으로 9.5%, 사과(5㎏)는 4만6천 원으로 2.2%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성수품을 중심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고 있지만, 추석 전까지는 가격 상승세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농식품부는 성수품 구매가 집중되는 오는 13일까지 ‘추석 성수품 수급 안정 대책반’을 운영해 정부와 민간 비축물량을 풀어 배추와 배, 소고기 등 주요 성수품 공급량을 평소보다 1.5배가량 늘리기로 했다.농식품부 관계자는 “고랭지 배추는 폭염 피해를 상대적으로 덜 받아 이달 상순까지 출하 유지가 원활해지면 추석 직전에는 가격이 좀 더 내려갈 것”이라며 “다른 추석 성수품 공급 물량 역시 애초 계획보다 다소 많은 107% 수준이어서 공급량 확보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자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