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대 이상 불법주차... 인천 남동산단 [집중취재]

“단지의 모든 골목길이 거대한 불법 주차장입니다.” 14일 오전 10시께 인천 남동구 남동국가산업단지의 한 인도 위. 황색선이 그어진 도로 한켠과 인도까지 30여대의 차량이 빼곡하게 불법 주차된 채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시민들은 인도에서 주차된 차들을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몇몇 차들은 중앙선을 넘어 겨우 골목길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 곳에서 일하는 박지우씨(29)는 “인도 위 불법 주차는 말도 안되지만, 이 곳에선 너무나 당연하다”며 “불법 주차에 대한 단속을 수년간 보지 못한 거 같다”고 꼬집었다. 인근 모든 대로변도 상황은 마찬가지. 대형 화물차와 승용차들이 황색선 2줄이 그어진 ‘불법 주차 절대 불가’ 라는 경고문을 무시라도 하듯 불법 주차는 만연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근의 한 모터 제조 업체는 직원들의 주차를 위해 출근 시간을 오전 6시로 앞당기기도 했다. 한 업체 근로자 김경석씨(52)는 “오전 8시면 남동산단 골목이 불법 주차로 꽉 차, 차를 타고 2시간 돌아도 주차할 곳이 없어 부득이하게 출근시간을 변경하게 됐다”고 푸념했다. 산단에서 생산한 화물을 날라야 하는 화물차조차도 주차할 공간을 찾지 못해 업무에 지장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화물차 운전자 양준모씨(61)는 “공장에 싣고 온 짐을 옮겨야 하는데, 잠시 화물차를 세워둘 공간조차 없어 난감할 때가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인천 남동산단의 인도와 도로 등이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구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남동공단에는 7천846개의 기업이 입주, 8만4천70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지만 주차면수는 고작 3만7천여면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20여년 넘게 불법 주차가 만연해 있다. 앞서 남동구가 지난 2020년 남동공단의 남동근린공원 주변에 대해 주정차 실태조사를 한 결과, 1일 평균 551대의 차량이 불법 주차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입주 기업들은 인천시와 구, 그리고 한국산업단지공단 인천지역본부 등에 끊임없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화물차가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움직이지 못해 제품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기도 한다”며 “노상주차장을 확대하고, 대신 불법 주차는 강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데도 정작 구는 사실상 불법 주차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구 관계자는 “이미 남동산단의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모든 골목길에 불법 주차가 이뤄져 있는 상황”이라며 “민원이 들어오거나 교통 흐름을 심각하게 방해하지 않는다면 특별히 단속을 하지 않고 있지만 향후 단속 강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인력·예산 태부족… 갈 길 먼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선진화된 의료와 돌봄 체계 향상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시범사업으로 도입한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의 인력과 지원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돌봄과 재택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는 혼자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대상으로 의사와 간호사 등이 직접 찾아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진료실이 아닌 집에서 편안하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수급자들의 호응도가 높다.  재택의료 서비스는 지난 3월 말 기준 전국 28개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장기요양 수급자 1천61명에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참여 중인 도내 의료기관은 ▲서안성의원(안성) ▲연세송내과(파주) ▲새안산의원(안산) ▲희망의원(시흥) ▲서울홈케어의원(남양주) ▲부천시민의원(부천) ▲연세365매일의원(고양) ▲수정구보건소 ▲경기도의료원(수원·파주병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등 10곳이다. 이들 의료기관에서는 재택의료팀 단위(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각 1인 이상)로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장기요양 수급자(1~4등급) 가정에 방문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의사는 월 1회 이상 방문 진료, 간호사는 월 2회 이상 방문간호가 원칙이다. 의료기관은 재택의료 기본료로 14만원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경기도내 의료기관들은 인력 부담, 진료 수가 지원 부족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A의원 관계자는 “재택의료 전담의사는 1명인데, 담당하고 있는 수급자는 28명이다. 신청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장기요양 수급자의 초진 시 평균 진료시간만 1시간이 소요돼 이동시간을 포함하면 하루 동안 방문할 수 있는 가정이 한정적”이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수급자가 입원하거나 일정을 변경해 방문하지 못할 때는 재택의료 기본료인 14만원도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B병원 관계자는 “재택의료팀이 첫 방문때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면, 그 다음에 방문을 못하게 돼 지원금을 아예 받지 못한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한 개선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재택의료 기본료 부분에 대해서는 당장 개선하기가 어렵다”면서 “시범 사업 평가등을 거쳐서 의료기관과 장기요양 수급자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천시의회 “대중교통 만성적자, 요금 인상 해결책 아냐”

인천지역 대중교통 요금인 버스와 지하철·택시 요금이 오는 하반기 일제히 인상한다. 이에 인천시의회는 대중교통 만성 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인 분석을 주문했다. 14일 열린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제288회 정례회의 제5차 회의에서 ‘버스요금 조정안에 대한 의견 청취’ 및 ‘도시철도 운임 조정안에 대한 의견 청취’ 모두 원안 가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부터 버스는 250~400원 인상하고, 지하철은 200원 오른다.  이날 건교위 소속 의원들은 운송원가 증가로 인한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적자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창 인천시의원(국민의힘·서2)은 “운송원가 상승으로 적자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하지만, 여러 각도로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대중교통 요금은 생활밀착형 요금인 만큼, 요금 인상을 한다고 해서 바로 당장 적자 부분이 해소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적자가 난다고 공공요금을 인상하기만 하는 것이 해결 방법이라고는 생각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재 시가 제출한 도시철도 요금 인상이 이뤄지면, 약 100억원의 적자 감소분이 생기지만 적자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또 시의원들은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과 혁신 방안도 주문했다. 현재 시는 4개 분야, 15개 과제로 구성한 시내버스 준공영제 혁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조성환 시의원(더불어민주당·계양1)은 “시내버스 재정에서의 시 부담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데, 인상도 인상이지만 과연 주민의 입장에서 제대로 보전이 이뤄지고 있는 지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혁 시의원(민주당·부평6)은 “버스요금 조정에 대한 시민 당사자의 의견을 좀 듣길 바란다”며 “시민들이 불편한 점이 무엇이고, 요금 인상이 어떻게 작용할 지 살펴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시는 다음달 택시요금 인상도 추진한다. 종전 기본요금 3천800원에서 4천800원으로 1천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앞서 시는 지난 2월 택시요금 인상을 위한 의견청취를 마무리 한 뒤 요금 인상은 하반기로 연기했다. 이에 대해 김준성 시 교통국장은 “인천교통공사 재정에서 비용은 인건비가 올라가고 있지만, 수익은 2015년 동결한 요금에서 계속해서 정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버스에 대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어느정도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세한 시내버스에 대해서는 통합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만평] 고마해라...

[사설] 은둔·고립 청년 증가, 경기도 차원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20대 ‘또래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수년째 외부와 고립된 채 살아온 ‘은둔형 외톨이’였다고 한다. 외부와 단절한 채 한정된 공간에 머무르며 사회활동을 스스로 차단하는 은둔형 외톨이는 경기 침체와 사회 공동체가 분리되면서 크게 늘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더 증가했다. 은둔·고립 청년들은 가족관계 단절이나 진학·취업 실패, 학교·직장 부적응 등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다. 이를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이 청년들은 각종 사회병리 현상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경제적 활력은 물론이고 국가의 미래 희망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9~34세 청년 중 고립·은둔 청년이 53만8천명(5.0%)에 이른다. 100명 중 5명이 사회에서 고립된 청년인 셈이다. 이들 고립 청년은 삶의 만족도가 낮았다. ‘매우 불만족’과 ‘불만족’ 응답률이 44%였다. 청년들의 은둔·고립의 장기화를 막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주요 선진국에서 사회 문제화된 은둔·고립 청년은 그동안 국내에서 정책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현재 관련 법이 없다. 지난해 김홍걸 의원이 대표발의한 ‘은둔형 외톨이 지원 법안’은 소관위원회 심사 문턱도 넘지 못한 상태다. 보건복지부가 얼마 전 은둔·고립 청년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지난해 지자체 중 처음으로 만 19~39세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올해 1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은둔·고립 청년은 12만9천명에 이른다. 서울시 청년인구의 4.5%에 달하는 수치다. 이를 전국 단위로 넓히면 61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의 해당 연령 인구는 지난달 372만3천797명이다. 서울시보다 28.8% 많다. 단순 계산 시 은둔·고립 청년이 서울시보다 경기도가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경기도는 은둔·고립 청년 관련 아무런 조치도 안 하고 있다. 근거 조례, 예산 미비 등을 이유로 실태조사도 안 해 규모도 파악 못하고 있다. 지난 1일 유호준 도의원(민주당·남양주6)이 대표발의한 ‘경기도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 조례안’은 2020년 제정한 ‘경기도 고독사 예방 및 사회적 고립가구 지원 조례’와 충돌, 상정도 안 됐다. 기존 유사 조례, 사업 간 충돌이 있다면 논의해 조정하면 된다. 경기도와 도의회는 실태조사와 지원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적 약자다. 그들이 은둔 상황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한다면 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공론화만 하고 지원책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표준화된 지원도 필요하고, 지자체 차원의 정책과 지원도 절실하다.

[사설] 돌봄서비스 부족해 학원에 의존... 교육청도 적극 나서야

인천 어린이들의 방과 후 돌봄서비스가 크게 부족하다고 한다. 맞벌이 부모들은 돌봄서비스 추첨에 떨어질까 봐 불안하다. 돌봄서비스센터에는 늘 대기자가 길게 줄을 서는 등 만성 적체다. 하는 수 없이 조부모나 친인척 손을 빌려야 한다. 그도 어려우면 마음이 놓이지 않지만, 학원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입으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떠들면서도 정작 꼭 필요한 서비스는 더디기만 하니 걱정이다. 인천시가 지난해 부모 2천657명을 대상으로 아동돌봄 실태를 조사했다. 방과 후에 아이들을 맡길 곳이 필요한 부모들이다. 70%가 방과 후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 했다. 이유는 ‘출근’이나 ‘경제 활동’이었다. 그러나 395명(14.9%)만이 학교의 초등 돌봄교실을 이용하고 있었다. 나머지 1천310명은 조부모, 친인척의 도움을 받거나 학원에 맡긴다고 답했다. 돌봄서비스 제공 기관으로는 학교를 가장 선호한다고 했다. 가장 안전한 공간인데 다 이용이 편하고 학습 지도가 함께 이뤄지기 때문이다. 집단 심층 면접에서는 맞벌이 부모들의 답답한 심정도 표출했다. 돌봄서비스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사교육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돌봄서비스가 태부족해 하는 수 없이 사교육에 의존한다고 했다. 돌봄서비스 인원 제한으로 추첨에서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나타냈다. 인천시가 제공하는 공공 돌봄서비스의 시간 연장과 서비스의 다양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연령별 맞춤 돌봄이나 돌봄 공간의 안전 등에 대한 관심도도 높았다. 인천시도 최근 ‘아동돌봄 추진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현재 인천에서 야간돌봄을 운영하는 기관은 전체 지역아동센터 174곳 중 73곳에 불과하다. 여기도 아동센터 이용 아동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에 시는 야간 연장 및 긴급·휴일 돌봄 등 방과 후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는 내용을 기본계획에 담았다. 내년부터는 거점형 야간돌봄센터 1곳과 긴급 및 휴일돌봄센터 3곳을 추가한다. 돌봄교사를 충원해 평일 오후 6~10시대의 돌봄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중장기 계획일 뿐이다. 아이를 둔 맞벌이 부모들은 오늘도 어디에선가 발을 동동 구를 것이다. 지방자치는 지역주민들의 가장 가려운 곳을 가장 가까이에서 해결해 주기 위한 것이다. 아이들이 천금같이 귀한 시대, 그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곳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다. 지자체뿐 아니라 교육당국도 보다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교육 예산의 불용액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아동 돌봄서비스야말로 교육현장의 현안이 아닌가. 맞벌이가 대세인 시대에 아동돌봄 서비스에 길게 줄을 선다면 저출산을 어떻게 탓할 것인가.

[김종구 칼럼] 수원군공항 이전, 이견도 의견이다

수원시의회 의원이 있다. 시장에게 시정 질의를 한다. 공항유치시민협의회 얘기다. 임원진이 계속 연임하고 있었다. 이때 ‘고인 물’ 발언이 나온다. 전해 들은 협의회가 반발했다. 단체 비하 발언으로 규정했다. 삭발까지 하며 강력 항의했다. 해당 의원은 ‘아니다’고 한다. 일반적 속담 예시였다고 한다. 그 결론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감히 의견을 낼 일도 아니다. 다만, 그 과정의 부자연스러움이 눈에 띈다. ‘막말 논란’은 없고 ‘정치 공방’만 자리했다. 민주당 도의원이 공격했다. ‘수원시 국민의힘의 입장 표명을 촉구한다.’ 수원시의회 국민의힘이 받았다. ‘비행장 이전 반대로 몰고 가지 마라.’ 민주당 도의원이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시의원은 눈물의 회견을 했다. 많은 날이 이렇게 갔다. 수원에서 비행장은 이렇다. 여론 휘발성이 강하다. 툭하면 찬성론으로 둘러싸인다. ‘역행했다’고 공격받고, ‘반대한다’고 비난받고, ‘입장 밝히라’고 내몰린다. 주류 세력이, 정치 집단이, 행정 방향이 그런다. 이전 비용이 걱정이잖나. 2015년 전후 예상 공사비는 5조원이었다. 보상비 2조원이었다. 비행장 부지 개발해 만들어야 한다. 2022년 수원 부동산 경기가 한창 좋았다. 시 관계자가 말했다. “지금 상태면 20조원도 만들 수 있다.” 그로부터 2년, 부동산 경기가 죽었다. 걱정이 생겼다. 20조원은 턱없다. 붙을 민간 자본이 있을지 의심이다. 그런데, 물어보기 무섭다. 왜? 부정적이라서다. ‘역행한다’고 할 수 있다. ‘속내 밝히라’고 할 수도 있다. 서산공항도 궁금하다. 화옹지구와 40㎞ 떨어졌다. 화성국제공항을 구경만 하는 정부다. ‘둘이 알아서 하라’고 한다. 그 둘-수원·화성-이 싸워도 구경만 한다. 이런 정부가 서산공항은 끔찍히 챙긴다. 5월 타당성조사가 나왔다. B/C 0.81, AHP 0.456이다. 1 미만이니까 탈락이 맞다. 근데 국토부가 다시 주워들었다. 사업 재기획 용역이란 걸 넣었다. 기어코 해주겠다는 뜻이다. 인접한 경기국제공항은 어찌 되나. 궁금한데 역시 묻기 무섭다. 화성은 더 팍팍하다. 시정(市政) 방향이 ‘공항 막기’다. 선택이 없다. 시 면적만 서울의 1.4배다. 그만큼 비행장 영향권이 다르다. 서북지역은 현재 피해지다. 군용기 날 때 귀청 떨어져 나간다. 당연히 옮겨가길 바란다. 신도시 일부는 공항에 관심 없다. 철길, GTX를 소원한다. 이런 의견이 커뮤니티에 모여 있다. 하지만 그 동네를 벗어나지 못한다. 화성 행정을 지배하는 구호가 딱 막고 있다. ‘비행장 이전 규탄’. 여기 대고 무슨 주장을 하겠나. 48개 시민단체가 어찌해서 모였다. 공항을 환영하는 화성지역 시민단체다. 시민토론회를 두 번이나 개최했다. 대학교수의 주제 발표도 들었다. 하지만 묻혔다. ‘수원시 조정 받는 단체’라고 욕한다. ‘극히 일부 화성시민’이라고 평한다. 여론조사 찬성은 꾸준히 20~30%다. 인구 곧 100만명 간다. 30%면 30만명, 20%면 20만명이다. 이게 적은가. 버려도 되는 시민인가. 그래도 계속 면박 준다. 화성에서 공항 찬성론은 여전히 외곽을 돈다. 이게 정치 작업이고 책임이다. 공항 이전은 긴 사업이다. 20, 30년 걸린다. 이걸 임기 4년마다 써먹었다. 그러려니 막 떠들었다. 수원 정치는 ‘곧 됩니다’라고 했다. 화성 정치는 ‘다 막았습니다’라고 했다. 10년이 훅 지나갔다. 물 빠지니 가재 기어 나온다 했나. 된 것도 없고, 막은 것도 없다. 남은 건 싸움뿐이다. 수원과 화성이 싸웠고, 수원과 수원, 화성과 화성이 싸웠다. 앞서의 저 짓도 결국 그런 짓이다. 적개심 조장해 몰표 만들려는 것이다. -전직 경기도청 공무원이다. 수원에서 농사 짓는다. 술 한잔 걸치고 툭 던진다. “난 비행장 이전 반대야. 미래 먹거리가 우주에 있다잖어. 먼 훗날 수원 공항이 그런 곳이 될지 알아? 지금 말대로 하면 베드타운 될 거고.” 실명 써도 좋을지 ‘톡’했다. 답이 없다. 쓰지 말란 얘기다. 그냥 ‘L’로 적는다. ‘미스터 쓴소리’로 불렸다. 아쉬움 없이 농사 짓는다. 상관 없는 퇴직자다. 그런 L도 말을 꺼린다. 이견(異見)도 의견(意見)인 것인데.... 참 문제다.

[문화카페] 독자 참여

오늘날 예술에서의 관객 참여가 여러 방면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불과 20년 전인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작품에 대한 관객 참여는 실험적인 예술로 다뤄졌지만 동시대 예술에서의 관객 참여는 거의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 공연예술 무대에서 관객의 참여는 많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관객 참여가 비단 공연예술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문학예술에서도 작품에 대한 독자의 참여와 그 의미에 관한 논의가 이미 오래전부터 일었기 때문이다. 바로 1960년대 문예학을 중심으로 독일에서 전개된 수용미학(aesthetics of reception)의 발전은 공연예술에서 관객성의 능동적 변화를 배태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수용이란 창작 작품을 독자가 받아들이는 행위를 뜻하는 것으로, 수용미학에 따르면 독자가 작품의 생산자 역할을 담당하며 작가로부터 작성된 텍스트는 독자가 존재할 때에야 비로소 예술작품으로 거듭난다. 즉, 진정한 예술작품이란 생산자(작가)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 의해 완성된다는 뜻이다. 특히 수용미학을 주장한 문학 학자 볼프강 이저의 이론은 텍스트가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것이라면 그 변화와 함께 ‘텍스트가 독자에게 무엇을 해주는가’ 하는 문학적 문제 제기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새로운 인식을 토대로 이저는 독서 과정에 있는 독자를 텍스트의 해석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작품의 공동 저자로 봤다. 즉, 텍스트가 문학 작품으로 여겨지는 데 있어 진정한 의미는 바로 독자에 의한 적극적인 참여 과정인 ‘독서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공연예술에서의 관객 참여는 말 그대로 관객이 작품에 참여하는 공연 양식을 말한다면 수용미학적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문학예술에서의 독자 참여는 이러한 ‘독서 과정’에 의한 문학 작품의 완성을 의미한다. 또 이저는 텍스트가 그 자체로 허구성과 불확정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독서 과정’은 작품의 모든 텍스트에 존재하는 ‘틈(gap)’, ‘부정성(negation)’, 그리고 ‘불확정성(indeterminacy)’을 독자의 경험과 의미를 바탕으로 한 상상력으로 채운다는 것이다. 이러한 빈 공간을 채우는 일이 바로 독자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지식에 의한 의식과 텍스트 간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지며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그 순간 비로소 텍스트에 대한 독자의 미적 반응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문학 작품이 결국 독자로부터 완성된다고 여기는 수용미학은 1960년대에 논의된 이론임에도 동시대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해석 자체가 굉장히 현대적이다. 필자에게마저 오랜 시간 동안 생산자 혹은 작가의 예술로 여겨지던 것이 그것을 읽고 향유하는 사람, 즉 독자에게로 관점이 옮겨진 것은 문학예술에 있어 굉장한 변화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연예술의 관객성에 이어 문학에서의 독자의 반응과 참여의 중요성은 동시대 예술이 추구하는 예술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천자춘추] ‘경기여성 DMZ평화걷기’ 후일담

지난 5월20일 파주 임진각평화누리에서 ‘2023 경기여성 DMZ평화걷기’가 있었다. ‘정전 70년, 평화를 향한 경기여성행진’을 슬로건으로 300여명의 참가자들은 6·25전쟁납북자전시관 앞에서 출발, 임진강역 맞은편 경기평화누리 자전거길을 따라 장남교 방향으로 돌아 드나들기를 거듭해 통일대교 남단에 이르렀다. 이곳을 분기점으로 6·25전쟁납북자전시관 앞에서 마무리한 약 9㎞ 거리를 걷는 하루 행사였다. ‘걷기’의 동인은 첫째, 2015년 5월24일 세계 16개국에서 모인 30명의 국제 여성평화운동가들이 당시 북측에서 출발해 통일대교를 넘었던 ‘2015WomenCrossDMZ’다. 2016, 2017, 2018년 전국 또는 국제행사로 이어와 한반도가 생명·평화·희망의 땅이 되기를 열망하는 여성들 행진의 참여 경험이다. 둘째, DMZ를 경계한 지역적 특성과 여성·평화 의제 연결점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과제의식에 다양한 경기도내 여성단체 등이 연대하는 경기여성네트워크에서의 공감대 형성이다. 이는 기획, 준비, 참여 대상을 경기도에 집중하는 배경이 돼 2019년 ‘경기여성 DMZ평화걷기’로 연결해낸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의 공백을 거쳐 2022년과 그리고 올해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 ‘걷기’의 단순함에는 1997년부터 지속된 ‘5·24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여성의 날’의 의미와 70년간 머물러 있는 정전협정이 아닌 평화협정을 통해 한반도가 또다시 전쟁의 참혹함과 맞닥뜨리지 않길, 항구적인 평화체제 실현을 염원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도 평화안보정책 담론에 DMZ라는 지리적 특수성에 집중해 70여년을 평화안보 이슈로부터 배제됐던 여성의 삶을 주체로 두고 본다면 아주 가까이 나와 내 이웃의 일상이 보일 것이다. 비근한 예로 지뢰 및 불발탄 피해자 가운데 여성이, 탈북민 가운데 여성이, 그리고 기지촌 내 미군 위안부 문제가 경계 넘어 달리 구성되고 일상의 안녕을 위한 정치적 언어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것이다. 무엇이 평화안보정책이며 무엇이 여성평화 의제인가에 대한 지역화 담론은 그래서 현재진행형이어야 하지 않을까? ①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 조례 실효적 조치 마련 ②탈북 여성을 위한 자립 기반 지원 확대 및 경기도 특화사업 확대 ③경기도 여성평화안보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④경기도 지뢰 및 불발탄 피해 여성 전수조사와 지원 근거 조례 마련 ⑤남북 여성 교류 확대를 위한 경기도의 노력과 아시아 여성 평화심포지엄 정례화 ⑥경기여성 DMZ평화걷기 정례화는 이번 걷기 참가자들의 손에 들려 만장처럼 흩날렸다. 그리하여 내년 5월 어느날에는 작은 플래카드의 문구가 온전히 ‘걷는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길 기대한다.

[지지대] 제로 웨이스트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친환경 제품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는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 정책을 도입해 일회용품을 도청 건물 내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물론 플라스틱 제품을 완벽하게 줄이지는 못하고 있다. 커피나 차를 마실 때 일회용 플라스틱 대신 다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플라스틱이 완전히 분해되려면 500년 이상 걸린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 사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선진국은 플라스틱 제품의 판매와 유통을 제한하고 플라스틱 포장재에 대해 재생 원료의 비율을 의무화해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오는 2030년까지 재활용률을 50% 이상으로 하는 국가적 재활용 전략을 세웠다. 프랑스와 독일은 유럽연합(EU)의 ‘일회용품 플라스틱에 대한 지침’에 따라 지난 2020년 ‘낭비 방지 및 순환경제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또 EU는 2021년부터 플라스틱 비닐·음식용기·컵 등 10개 품목의 판매를 금지하고 ‘플라스틱세’를 도입했다. 세계 최대 플라스틱 생산 및 소비국인 중국은 폐기물 수입을 중단했다. 결국 플라스틱 사용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재활용 가능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모든 기업은 제품의 설계와 생산 단계에서부터 재활용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끊임없이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원료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제로 웨이스트의 궁극적 목적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