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도 피어난, 미얀마 예술혼] 문화 공감대 이끌어... ‘미얀마의 봄’ 동행

경기아트센터 미얀마를 보다 下 민주주의를 향해 미얀마 국민들이 내고 있는 목소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들은 지난해 2월 발생한 군부 쿠데타 이후 자국 내 군부의 강경 대응과 인권 탄압에 신음하고 있다. 의료시설 및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제위기에 직면하는 등 실생활의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얀마의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 없어 멀리 떨어진 한국 땅에서 경기아트센터가 미얀마 민주화 항쟁의 상황을 알리고 있다. 경기아트센터는 지난해 3월부터 재한 미얀마 단체와 함께 공연과 전시 등을 꾸준히 개최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이어 왔다. 미얀마인들은 자국 내에선 블랙리스트에 오르지만 해외 무대에선 얼마든지 활동이 가능하다. 그 점이 미얀마인들에게 힘을 불어넣는다.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통해 영상이 송출되면 미얀마 현지에서도 이들의 모습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미얀마의 상황을 조명하는 데 있어 문화예술의 창구를 빌릴 때 파급력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기에 오늘도 그들은 소중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외친다. ■ 미얀마와 경기아트센터가 함께 걸어온 길 국내외에 퍼져 고통받는 미얀마인들을 위해 경기아트센터는 문화예술의 영향력을 적극 활용했다. 군부 쿠데타가 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3월14일 경기아트센터는 재한미얀마학생회와 함께 ‘미얀마의 봄’ 공연을 유튜브 생중계로 선보여 국내외 미얀마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에 거주하는 미얀마 학생들이 직접 민주화에 대한 염원을 주제로 시 낭송과 합창 등을 선보이는 무대였다. 미얀마에 대한 관심 환기가 일회성의 시도가 아닌 만큼 이들은 6월28일부터 7월1일까지 4일간 ‘미얀마의 봄 두 번째 이야기: 평화사진전’을 개최했다.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푸른아시아센터와 힘을 합쳤던 사진전에선 미얀마 현지의 일상뿐 아니라 민주화운동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낸 박일선 작가의 사진 50여점이 전시됐다. 경기아트센터는 이후 민주화운동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재한 미얀마인들과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 갔다. 8월에도 미얀마의 평화를 주제로 하는 창작곡 ‘The Prayer’의 뮤직비디오 및 음원을 제작한 뒤 유튜브에 공개해 수많은 국내외 미얀마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어 11월엔 경기아트센터 광장에서 약 80명의 미얀마인들이 함께하는 단체 헌혈 행사가 진행됐고 12월29일엔 연말을 기념해 ‘미얀마의 봄-평화를 기다리며’ 공연이 이어졌다. 미얀마의 평화 회복과 민주화를 염원하는 연극과 노래, 토크콘서트 등이 어우러진 특별공연에선 소시민들의 삶,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인들이 겪고 있는 현실 등이 잘 드러났기에 국내외에 퍼져 있는 미얀마인들의 결속을 다지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올해에도 지난달 9일부터 21일까지 ‘미얀마 작가 초대전-치유의 순간’ 전시가 경기아트센터 갤러리에서 열렸다. 미얀마를 대표하는 작가 6명의 사진 및 각종 회화 등 다채로운 작품들이 걸렸던 전시다. 전시작마다 배어 있는 미얀마의 문화를 접한 관람객들이 미얀마에 대한 공감대를 확장하고 작가들의 희망과 열정까지 느낄 수 있던 자리이기도 했다. 이 같은 지속적인 협력에서 볼 수 있듯 경기지역이 미얀마와의 연대 구축에 있어 중요 거점이라는 사실이 점점 선명해졌다. 진밍 재한미얀마학생회 대표는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관심과 지지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며 “함께하는 이들이 있다면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는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2023년에도 미얀마와 인연 지속할 경기아트센터 경기아트센터와 미얀마의 인연은 일회성이 아니다. 센터는 내년에도 미얀마와 이어 왔던 인연을 지속할 예정이다. 군부 쿠데타 2주기가 되는 내년 2월에 맞춰 재한 미얀마 학생들이 선보이는 공연 ‘미얀마의 봄’에 대한 지원도 구상안에 포함돼 있다. 미얀마 측과 아트센터가 서로 뜻이 맞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미얀마의 봄’ 공연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 경기아트센터는 철저한 후방지원에 초점을 뒀다. 무대 장소 등의 물적 지원은 담당하되 대본, 출연진 등 무대 위 연출 요소는 모두 미얀마 학생들이 기획하는 방식이다. 미얀마 현지에서도 이에 대한 반응이 좋아 관계가 지속될 수 있었다. 이렇듯 경기아트센터의 적극적인 관심으로 첫 물꼬를 틀 수 있었고, 이후 경기도 차원에서도 협력해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아트센터와 도가 미얀마에 연대 의사를 밝힐 수 있던 이유는 바로 역사적으로 한국과 미얀마가 공유할 수 있는 지점들이 많다는 데 있다. 광주 민주항쟁 등과 같은 역사의 분기점으로 인해 경기도가 미얀마를 향해 적극 지지하고 연대하는 그림이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법무부의 등록외국인 지역별 현황에 따르면 국내엔 2만7천864명의 미얀마인이 등록돼 있다. 이 중 42%인 1만1천720명(9월30일 기준)이 경기도민인 만큼 이들의 행보가 국내 미얀마인들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력 체계가 더욱 중요하다. 특히 지난 2월 말부터 이어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미얀마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약해진 탓에 이들을 향한 관심과 지원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박범수 경기아트센터 대외협력실장은 “처음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보며 많은 이들이 한국의 광주를 떠올렸는데, 시간이 흘러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경기아트센터는 용감하게 활동을 이어 가는 미얀마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송상호기자·이나경수습기자

[라온고, 부정부패에 멍드는 아이들] ④“현금 필요하다며 야구배트 구입으로 속여 학교 예산 페이백”

평택 라온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A씨가 학부모들로부터 상납을 받거나 코치진의 판공비를 자신의 계좌로 돌려받았다는 의혹(경기일보 10월28일자 4면 등)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학교 운영비로 허위 물품 구매 계약을 한 뒤 1천여만원이 넘는 해당 비용을 현금으로 받아 챙겼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12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역 내에서 야구용품점을 운영 중인 B씨는 지난 2018년 7월께 라온고 야구부 코치였던 C씨로부터 “A씨가 야구용품을 구매하는 것처럼 학교에서 예산을 받은 뒤 현금으로 돌려줄 업체를 찾아보라고 지시했다”며 야구배트 500만원 어치를 판매하는 것처럼 허위 서류를 만든 뒤 해당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C씨와 친구사이였던 B씨는 A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이라는 친구의 말에 결국 이 같은 요구를 수용했다. B씨는 이후 학교 측에 자신의 야구용품점에서 1개당 20만원짜리 야구배트 25개를 판매하는 500만원짜리 견적서를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거래에 참여하지 않은 또 다른 업체의 허위 견적서 2개도 학교로 전달됐다. 마치 3개의 업체 중 B씨 업체를 선정해 야구배트를 구매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서다. 그러나 당시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학교로부터 500만원을 입금 받은 B씨는 세금을 제외한 400만원을 현금으로 봉투에 담아 안양의 한 야구장에서 C씨에게 전달했다. C씨는 이 봉투를 A씨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거래는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2019년 11월께 B씨는 또다시 같은 부탁을 받았다. 이번에는 금액이 늘어 1천만원에 달했다. 이번에는 50개의 야구배트를 판매하는 것처럼 허위 견적서를 꾸며 학교 측에 전달했고, 야구배트 50개를 들고 학교에 가 행정실 직원에게 확인을 받기도 했다. 확인을 받은 야구배트는 모두 B씨가 다시 가져왔다. 이후 1천만원이 입금되자 B씨는 세금을 제외한 900만원을 인출해 학교 앞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C씨에게 전달했다. C씨는 이를 또다시 A씨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이 같은 행위는 업무상 횡령, 사문서위조 및 사문서행사,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다. 이에 대해 C씨는 “당시 B씨에게 현금으로 돈을 돌려 받아 A씨에게 전달했다”면서 “A씨가 이를 지시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 메시지, 대면 등을 통한 해명 요구에도 인터뷰를 거절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학교 측은 “(A씨 등)당사자들을 제외하고는 당시 근무했던 사람이 없어 사실 확인이 어렵다”며 “관련 내용에 대한 자료 등을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하겠다”고 밝혔다. 김경희·한수진기자

[경기만평] BTS & TBS

[사설] 인천 소각장 문제, 신설이든 확충이든 서두를 때다

인천시가 추진하는 광역자원순환센터(소각장) 신설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처음부터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 했던 우려가 현실로 닥친 것이다. 생활폐기물 소각장은 공동생활권의 지역사회에 도로·철도 못지않은 필수 인프라다. 당장 확충이 시급하지만 주민들이 싫어 한다는 이유로 눈치만 살핀다. 그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 하지 않는 것이다. 머지않아 지금처럼 쓰레기를 땅을 파고 묻는 일이 불법행위가 된다. 그 때가 되면 각자 집 안에 쌓아두거나 출근길 자동차에 쓰레기 봉지를 실어내 갈 것인가. 환경부의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2026년부터는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생활쓰레기를 직매립하지 못한다.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10개 시에서 종량제봉투에 담긴 폐기물을 소각 또는 재활용 등을 거치지 않고 매립하면 해당 지자체장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이에 인천시는 2025년까지 2개의 광역소각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동부권(부평·계양)과 서부권(중·동·옹진) 2곳이다. 현재 인천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1일 924t. 2025년이 되면 인구 증가 등으로 1천86t까지 늘어날 추세다. 소각장 2곳을 신설하면 기존 송도·청라소각장을 포함, 소각 용량이 1천485t까지 늘어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동부·서부권 소각장 모두 목표 연도인 2025년 내 준공이 어렵다고 한다. 동부권 소각장은 현대화·증설이 예정된 부천시 대장동 소각장을 빌려 1일 300t을 처리하려 했다. 그러나 부천주민들의 반발로 사실상 없는 일이 됐다. 당초 계획대로 계양 테크노밸리에 소각장을 신설하려 해도 행정 절차에만 최소 3년 이상이 걸린다. 여기에 주민 수용성 확보라는 난제가 또 걸린다. 서부권 소각장 신설도 지지부진하다. 아직도 입지 선정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으니 2025년 준공은 장담 못 한다. 후보지를 정하더라도 주민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대로면 3년 후 인천 쓰레기 대란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 기존 송도·청라 소각장의 현대화·증설을 다시 꺼내 드는 분위기다. 이 역시 주민 수용성이 관건이다. 획기적인 인센티브로 기피시설이 아닌 유치시설로 탈바꿈시킨다는 방안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지금 인천의 소각장 문제는 시한폭탄처럼 초침 소리를 울리고 있다. 시민들 일상을 위협할 쓰레기 문제까지 표로 환산하는 정치과잉의 시대다. 정치과잉은 결정장애를 낳는다. 이는 곧 아무 생명도 잉태하지 못하는 불임(不姙)의 지역사회로 가는 길이다. 이러다간 ‘쓰레기 발생지 처리’ 외침조차 민망스러울 수 있다. 소각장, 신설이든 확충이든 서두를 때다.

[사설] 법원이 ‘대표 선출 문제 있다’고 했다/화해·사퇴... 곽미숙 대표가 선택해라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갖는 의미는 크다. 향후 전개될 본안 판결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많은 경우, 가처분 결정과 본안 판결의 방향은 같다. 이런 가처분 결정이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에 내려졌다. 국민의힘 비대위가 곽미숙 대표를 상대로 낸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다. 법원이 비대위의 이 신청을 인용했다. 결정이 나온 것은 9일이다. 그날부터 곽 대표의 직무는 정지됐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효력은 유지된다. 곽미숙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이 위법했다는 게 법원 입장이다. 비대위가 “국민의힘 당규에 의하면 당 대표를 의원총회에서 선출해야 하는데, 곽 대표는 재선 이상 의원 15명의 추대로 선출돼 60명이 넘는 초선 의원들의 선거권을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당 대표 출마 의향자의 피선거권도 박탈됐다고 했다. 당선인 상견례에서 추대 형식으로 대표를 선출했는데 “오지 않은 임상호 의원의 경우 출마 의사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게 인정된 결정이다. 본안 소송은 시작도 안 됐다. 비대위가 아직 내지 않았다. 가처분은 사건의 시급성을 감안해 내린다. 본안 소송은 가처분과 다르다. 항소까지 해서 수년에 이르기도 한다. 도의회 당 대표는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뉘어 선출된다. 현 곽미숙 대표 체제는 전반기 2년으로 봄이 타당하다. 곽 대표 직무 기간 모두를 쟁송에 매달려야 할 수 있다. ‘대표 대행 체제 국민의힘 2년’이 될 터다. 도민의 이익과 상관 없고, 도민이 허락한 적도 없는 2년이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가지 정치적 요소가 있다. 직접적 계기는 의장 선거 패배였다. 8월9일 의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5명 이상의 이탈표를 내면서 더불어민주당에 졌다. 78 대 78 의석에서 그 수가 훤히 보인 패배였다. 그 책임을 묻겠다며 정상화 추진단이 구성됐고, 2·3선 의원이 주축이 된 비대위로 전환됐다. 여기까지는 정치적 공세였다고 치자. 양비론으로 다뤄야 할 정치적 갈등이었다고 보자. 하지만 지금부터는 다르다. 법원 판단이 나왔다. 현 시점에서의 법률적 해석이다. 곽 대표의 대표 선출 과정은 위법했고, 이를 근거로 시작된 직무는 중단돼야 한다는 법의 선언이다. 본안 재판까지 이 상태를 유지해도 좋을 만큼 여유 있는 도의회가 아니다. 그러면 이런 법원 취지에 맞는 결단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데도 당은 또 내분을 시작했다. 수석 부대표의 직무 대행을 두고 또 충돌한다. ‘헌법, 법률, 당헌을 준용해 대표 직무를 대행한다’는 쪽과 ‘당규에서 정한 도당위원장의 임명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쪽이 붙었다. 양측 모두 앞세우는 건 ‘도민의 뜻’ ‘산적한 현안’이다. 그런데 서로 말하는 해결 방향은 다르다. 집행부는 대행 체제를 말하고, 비대위는 재선출을 말한다. 어느 쪽이 옳은가. 가처분이 법원의 확정력 있는 판단인 만큼 그를 근거로 보는 우리의 판단은 이렇다. 곽미숙 대표가 풀고 가야 한다. 비대위 의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쟁송을 끝내는 방법이 하나고, 과감한 대표직 사퇴로 당에 새 출발 길을 열어주는 게 다른 하나다. 어느 쪽이든 곽 대표의 선택이다.

[경제프리즘] 카타르 월드컵의 K-드라마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4강 팀이 크로아티아, 아르헨티나, 모로코, 프랑스로 결정됐다. 물론 대한민국이 브라질에 져서 8강에 들지 못했지만,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16강 진출의 드라마는 온 국민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기에 충분했다. 카타르 월드컵의 개막이 채 3주도 안 남은 시기에 대한민국 팀 공격의 핵심인 손흥민 선수가 부상으로 수술을 받아야 했기에 축구 관계자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이 걱정했었다. 4년여 동안 팀을 만들어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팀 주축 선수의 부상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예상하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주축 선수가 부상으로 게임을 뛸 수 없다면 그동안의 준비가 틀어지는 아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수술 후 완치되지 않은 상태로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쓰고 월드컵에 나선 손흥민 선수의 경기 출전 여부는 상대팀에는 궁금함을 넘어 많이 부담됐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경기에 참여하려는 손흥민 선수의 불굴 의지에 영향을 받아 다른 모든 선수도 열심히 자기 역할을 하려 했고, 이는 대한민국 팀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팀의 분위기와 경기력은 첫 경기에서부터 나타났다.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의 예선 첫 경기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 경기력을 보였으며 오히려 골 운이 없어 승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싶을 정도였다. 가나와의 두 번째 예선 경기에서는 두 골을 실점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후반 짧은 시간 동안에 동점 상황을 만드는 강인함을 보여줬다. 이후 다시 추가 실점을 해 두 번째 경기에서 패해 16강 진출이 어려운 상황으로 많은 관계자가 전망했다.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적인 선수가 다수 포함된 포르투갈을 꺾고도 다른 두 팀의 경기 결과를 봐야 하는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 어려운 경기에 참여한 우리 선수들은 전반전 빠른 실점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동점 골을 넣으며 상대 팀의 세계적인 선수들의 플레이에도 주눅 들지 않고 우리의 게임을 했다. 드디어 후반 종료를 몇 분 앞둔 상황에서 부상 투혼의 손흥민 선수가 중앙선을 넘어 상대 골문 영역까지 빠르게 드리블로 전진했고, 상대 선수 서너 명이 에워싼 상황에서도 함께 돌진하는 황희찬 선수에게 침착하게 패스해 역전 골을 만드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 마지막 예선 경기의 극적인 승리만 떠올리면 지금도 감동적인 한 편의 드라마를 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가 대표팀 선수들이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을 대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런 젊은이들이 끌고 갈 대한민국의 장래는 아주 밝다고 전망하고 싶다. 김유성 인하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장

[지지대] 크리스마스 케이크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최대 명절로 꼽는다. 예수 탄생을 축하하고 이를 기리기 위해 나라마다 특별한 음식을 나눠 먹는다. 이제 크리스마스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 세계인이 즐기는 특별한 기념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족,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케이크를 먹으며 파티를 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크리스마스의 대표 음식은 케이크다. 우리가 설이나 추석에 떡을 해먹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세계인들이 즐기는 크리스마스 먹거리는 다양하다. 특히 유럽 국가에는 저마다 고유한 유래와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진 특별한 크리스마스 빵과 케이크가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크리스마스에 ‘파네토네’라는 빵을 먹는다. 밀가루를 발효시켜 설탕에 절인 과일과 피스타치오, 아몬드, 호두 등을 넣어 만든다. 1600년경 밀라노에서 토니라는 제빵사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개발한 빵으로, 토니의 빵(Pan de Toni)에서 유래됐다. 독일에선 전통빵인 ‘슈톨렌’을 먹는다. 과일과 견과류를 넣어 만든 발효빵으로 슈거파우더를 듬뿍 뿌려 눈처럼 보이게 했다. 프랑스의 ‘뷔슈 드 노엘’은 재앙을 막아준다는 주술적 의미를 포함한 장작 모양의 케이크다. ‘구겔호프’는 마리 앙트와네트가 사랑한 알자스 지방의 명물이다. 영국에서는 ‘플럼 푸딩’을 먹는다. 한국과 일본, 미국은 보통 둥근 형태의 데커레이션 케이크를 즐긴다. 케이크 시트에 크림을 바르고 위에 과일이나 초콜릿, 쿠키 등으로 장식을 한다. 요즘은 케이크가 요란하고 화려해졌다. 그런 만큼 가격도 엄청 비싸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호텔·유통업계에선 케이크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신라호텔은 한정판 스페셜 케이크 3종을 선보였는데 25만원짜리도 있다. 1일 예약을 시작했는데 전화 연결이 어려워 100번 넘게 했다는 이도 있다. 다른 호텔도 상황은 비슷해 보통 10만~20만원 하는데 완판이란다. 반면 개성 있으면서 귀엽고 재밌는 1만원 정도의 편의점 케이크들도 인기다. 케이크 시장까지 극단적 소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울해하기 보다, 그냥 내 식대로 즐기면 될 일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경기시론] 고령층 디지털 디바이드 교육 확대해야

얼마 전 급한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햄버거 매장에 들렀다가 당황한 적이 있다. 평소 햄버거를 자주 먹지 않기에 무인단말기-키오스크(Kiosk)-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데 마침 점심때라 그런지 사람이 줄지어 서 있었다. 차례가 되고 키오스크 앞에 섰지만 뒷사람을 의식하다 보니 빠르게 주문한다는 생각에 전혀 원하지 않은 음식을 받아 들게 됐다. 명색이 소비자 문제 전문가인데 키오스크 정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 스스로 디지털 디바이드를 체감한 것이다.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경제적, 사회적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디지털 기기 활용의 정보격차’를 말한다. 요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주최로 경로당을 방문해 고령층을 대상으로 ‘2022 청년소비자 역량 제고 및 디지털 디바이드 해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 강사 및 봉사자 몇 명과 함께 경로당 어르신들께 ‘디지털기기(스마트폰, 키오스크 등) 사용 방법, 모바일 전자상거래 이용과 주의 방법, 다단계 유사투자자문 등 디지털 금융사기 예방법, 1372 소비자상담센터 이용 방법’ 등을 강의하고, 일대일로 설명해 주는 사업이다. 처음 경로당 어르신들의 반응은 용어조차 어려워하는 분위기였다. ‘디지털, 키오스크,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청약철회, 유사투자자문’ 등에 대해 갸우뚱하시는 어르신들에게 설명하는 청년 강사나 일대일 설명에 나선 봉사자들도 곤란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질문하고 실습해보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았다. 필요한 앱을 설치해보거나 직접 키오스크 체험에 나서기도 했다. 무엇보다 청년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며 배우는 것에 큰 호감을 느끼시는 것 같았다. 경로당 방문교육을 마치고 나오는데 한 경로당 회장님의 배웅하는 목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오늘 고마웠어요. 앞으로 자주 좀 와요.” 짧은 시간에도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며 청년 봉사자들과 함께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고령인구가 최초로 900만명을 넘어섰고 2025년에는 고령인구 비율이 20.6%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 5명당 1명인 셈인데 이들에 대한 디지털 정보화교육은 더욱 확대돼야 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대한노인회 등 노인 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고령층 디지털 디바이드 교육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변평섭 칼럼] 정약용이 살아 대통령이 된다면

“10㎞로 달리는 마차의 마부는 10m 앞을 봐야 하고 100m 앞을 보면 안 됩니다. 시속 100㎞로 달리는 고속버스 운전사는 100m 앞을 봐야지 10m 앞만 보면 위험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데이터 대항해 시대라 세상이 빛의 속도로 달리는데 우리 운전사(정치)는 10m 앞만 보고 달립니다. 어떤 운전사는 왼쪽(진보)만 보고 달리고 어떤 운전사는 오른쪽(보수)만 보고 달립니다.” 지난달 도시공감연구소(소장 김창수) 초청으로 특강을 했던 박근혜 정부 때 창조과학기술부 차관을 지낸 윤종록 KAIST 교수가 한 말이다. 그는 차관직에서 물러나는 날, 곧바로 남양주에 있는 다산 정약용의 묘소를 참배할 정도로 정약용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 그가 ‘대통령 정약용’이라는 소설을 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약용은 2012년 유네스코가 매년 인류를 위해 공헌한 사람 3명을 선정하는데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유일하게 뽑힌 인물. 그렇게 정약용은 실학사상과 혁신정신의 상징적 인물이었으나 당쟁에 희생돼 18년 긴 세월 유배형을 받았고, 유배에서 풀려났지만 1836년 2월 세상을 떠났다. 윤 교수는 정약용이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이 나라에 당쟁이 심각하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라며 세상이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데 한국 정치는 시속 10㎞에 머물러 있음에 실망할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정약용이 다시 살아나 대통령이 된다면 ‘생명과학 입국’을 선언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지금까진 산업국가의 모델이 됐던 중화학공업과 정보통신은 이제 거대한 고목(古木)이 됐다는 것이다. 그 대신 의료, 제약, 식품 등 세계 생명과학산업 규모는 18조달러로 정보통신산업의 4배에 달한다고 했다. 그는 또 말한다. 500년 전에는 대항해 시대여서 튼튼하고 안전한 배를 만드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했다.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이 그런 경우의 국가라 하겠다. 그러면서 시대는 변화를 거듭해 엔진을 사용하는 선박을 주도하는 국가, 그리고 지금은 원자력으로 움직이는 선박의 시대를 거쳐 데이터 대항해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인공지능(AI)-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질 수도 없는 데이터의 바다라는 이야기다. 만약 정약용이 살아나 대통령이 된다면 ‘생명과학 입국’을 선언하고 ‘AI산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결론이다. 과연 실학과 혁신의 아이콘 정약용 정신을 나타내는 상상력이라 하겠다. 그런데 정약용을 논하면서 간과할 수 없는 게 있다. 그의 대표적 저서의 하나로 꼽히는 ‘목민심서’. 그는 목민심서에서 관리의 부정부패 그리고 세금 문제에 이르기까지 날카롭게 비판을 가하고 특히 요즘 말하는 국가안보에 대해서도 이렇게 언급했다. “군대를 잘 키우고 훈련해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라...또 병기들을 수리하고 보충하며 늘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하며 외적의 침입이 있을 때는 목숨을 걸고 막아야 한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 현실은 어떤가. 북한의 잠수함 공격에 대비한 한·미·일 해상훈련까지 당쟁으로 삼고 있지 않은가. 정약용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던 그 당쟁의 유령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데 생명과학 입국, AI산업, 나아가 국가안보가 제대로 될까 안타깝다. 역시 빛의 속도로 달리는 시대, 10㎞ 앞도 못 보는 우리 정치가 문제인 것이다. 변평섭 前 세종특별자치시 정무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