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도시공사 사랑가득 도시락 나눔활동 [포토뉴스]

[생각하며 읽는 동시] 화난 양말

화난 양말 윤영훈 아무렇게나 던지지 말아줘 네가 가는 곳이면 네 발을 안고 감싸고 다녔잖아 집에만 오면 왜 모른 척 시침을 떼지 너, 정말 미워 죽겠어 양말처럼 내팽개쳐지는 서러움 양말이 화를 낸다? 이럴 수가! 아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그런데 말이 안 되는 이게 왜 마음을 자꾸 잡아당기는지 모르겠다. 이 동시는 말이 안 되는 것을 말이 되게 만들었다. 시인의 놀라운 시안(詩眼) 덕분이다. 발은 손과는 달리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신체의 일부다. 그런데 알고 보면 발처럼 수고하는 것도 없다. 발이 없으면 육신을 옮길 수 없기 때문이다. 양말은 그 발을 안고 감싸는 이를테면 ‘보호막’이다. 그런데 발조차 양말을 업신여긴다. 집에만 오면 다시는 안 볼 듯이 내팽개친다. 이러니 양말이 화를 낼 수밖에. 우리 사회에도 양말 같은 사람들이 있다. 실컷 할 일을 해주고도 대우는커녕 언제 그랬냐는 듯 내팽개쳐지는 사람들. 그들 입장에서는 화가 나도 보통 나는 게 아니다. 이 동시는 양말을 통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존재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준다. ‘아무렇게나 던지지 말아줘’. 저들의 목소리를 잊지 말자. 저들의 서러움을 모른 척하지 말자. 어려운 일을 보면 서로 돕고 기쁜 일은 서로 나눠 가지자. 나 혼자만 잘 사는 게 행복은 아니다. 함께 더불어 사는 거다. ‘우리’라는 말처럼 좋은 말이 어디 있는가. 우리가족, 우리마을, 우리사회, 우리나라. 윤수천 아동문학가

[사설] 수도권 인구감소지역 4개군‚ ‘기회발전특구’로 지정해야

경기도의 연천군과 가평군, 인천시의 강화군과 옹진군은 인구감소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수도권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각종 규제에 묶여 낙후돼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과도한 중첩 규제로 4개 지자체의 고령화지수, 재정자립도 등 각종 지표는 비수도권 지역보다 낮다. 낡은 수도권 정책과 이중 삼중의 규제가 이들 지역을 침체의 늪에 빠뜨렸고, 인구감소지역으로 전락시켰다. 수도권 내 인구감소지역과 접경지역 지자체들은 ‘수도권 제외’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말만 수도권이지 택지·공장·대학 등의 입지를 제한하고 인프라도 부족해 재정자립도, 산업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불합리한 규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경기 남·북도를 가르자는 분도 주장이 나오는 등 주민 갈등도 야기됐다. 연천·가평·강화·옹진 등 4개 군이 12일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강력 촉구했다. 4개 군의 군수와 군의회 의장, 국회의원 등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인구감소지역이 기회발전특구 지정 대상에 포함되도록 법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회발전특구는 윤석열 정부가 지방시대를 효율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마련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의 주요 내용으로, 대규모 투자유치를 위해 지정·고시되는 지역이다. 현행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과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통합한 것이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 국회에 제출된 통합법안에는 기회발전특구에 수도권이 제외돼 있다. 당연히 수도권 내 인구감소지역도 빠졌다. 이에 4개 군 대표들은 공동건의문을 통해 “특별법의 범위가 비수도권으로 명시돼 지역발전을 위한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4개 지자체는 기회발전특구가 그 어느 지역보다 절실한 곳”이라고 주장했다. 고령화지수는 높고 재정자립도는 낮아 열악하고 낙후돼 군민들의 상실감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내 인구감소지역이 역차별로 국가균형발전 정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요청한다”고 했다. 이들의 요청은 간절하다. 인구감소지역까지 천편일률적으로 수도권으로 지정해 놓고 차별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4개군의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 윤석열 정부는 ‘어디에 살든 공정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시대 실현’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특별법 범위에 낙후된 수도권 지역을 포함시켜야 한다. 정부 차원의 일관성 있는 낙후지역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기회발전특구 지정은 중첩 규제로 인해 고통받고 희생해온 4개 지자체 군민의 상실감을 극복하고 도약을 위한 기회가 될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균형 있고 공정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경기도도 나서고 경인지역 국회의원들도 나서야 한다.

[사설] 고양시의회‚ 마비까지 갈 일 아니다/불안정한 ‘여야 동수 의회’의 부작용

고양특례시의회 정례회가 표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일정을 보이콧했다. 계획대로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열려야 한다. 2023년도 예산안과 조직개편안 등 주요 현안도 많다. 제출된 예산안만 2조9천963억원 규모다. 이런 현안이 회의 마감을 이틀 앞둔 13일까지 처리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하면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양시의회 의석수는 국민의힘 17석, 민주당 17석으로 같다. 경기도의회도 여야 의석수가 같다. 6월 지방선거에서 78 대 78, 동석이 됐다. 황금 분할, 협치 명령 등의 의미를 말하며 출발했다. 실제 운영해 보니 시종일관 파행이다. 여야 동수에서 오는 대립과 파행이 끝도 없었다. 도 직제개편 통과에 ‘효력 기간 제한’이란 조건이 붙었다. 도의회 의장 선출을 두고는 개원도 못하고 파행했다. 파국 원인은 여야 충돌뿐만이 아니다. 특정 정당 내부 갈등에도 의회는 흔들린다. 현재 상황인 국민의힘 갈등이 그렇다. 상당 부분은 78 대 78의 대치 구도에서 비롯됐다. 그게 고양시의회에서도 나타나는 듯하다. 파행의 직접적이고 표면적인 이유는 이렇다. 이동환 시장의 해외 출장, 시장 비서실장의 막말이다. 이 시장이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에 해외를 다녀왔다. 이게 부적절하다고 민주당이 지적했다. 그 문제를 비판하는 현장에서 비서실장이 ‘들어가시라’ ‘신문도 안 보시나’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막말이라며 비판했고, 그게 지금에 온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갖는 감정의 크기를 함부로 평할 순 없다. 시장의 해외 출장이 적절했는지에 정답은 없고, 비서실장의 막말 논란 역시 잘못의 크기를 단정적으로 논할 수 없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있다. 시의회를 마비시킬만한 사안은 아니다. 정치권에서 쓰는 ‘사과’에 뒤따르는 단어가 있잖나. ‘진정성’이다. 이 애매한 단어가 늘상 정치 충돌의 중심에 있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진정성 없는 사과’의 싸움이다. 이 논쟁에 고양시의회가 갇혔다. 다른 얘기도 있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영식 고양시의회 의장의 주장이다. “(민주당이) 저러는 건 결국 예산 문제다. 민주당이 원하는 예산(자치공동체지원예산)을 이동환 시장이 삭감해서 보복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턱없는 거짓말이라며 부인한다. ‘5급(비서실장)이 파행의 주범인데, 시장은 뭐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이 역시 잘잘못을 가리기 어려운 각자의 주장이다. 결국 파행의 원인 어느 것 하나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이게 여야 동수 의석 의회의 현실이다. 한쪽만 작정하면 의회는 마비된다. 마비시킬 힘이 여야 모두에 있다. 협치는 사라지고 파행만 남았다. 여야 동수의 재앙 아닌가. 적어도 ‘78 동석 경기도의회’와 ‘17 동석 고양특례시의회’의 현 상황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지지대] “화석정‚ 율곡 학문의 요람”

장단반도가 아득하다. 밑으로는 임진강이 흐른다. 파주 ‘화석정(花石亭)’에 오르면 펼쳐지는 풍광이다. ▶꽃과 돌의 조합인 ‘화석정’이란 현액(懸額)은 애초 중국 당나라에서 비롯됐다. 당시도 북방 이민족은 늘 중원을 노렸다. 이런 와중에 무관 백민중(白敏中)이 지방 출신이라는 이유로 업신여김을 받았다. 그런 그를 한 재상이 장군으로 추천했다. ▶백민중은 전장에 나가 흉족을 무찔렀다. 이후 그는 물론 그의 됨됨이를 알아본 재상 이덕유(李德裕)도 존경받았다. 이덕유는 노후에 정자를 건립하고 현판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파주 화석정은 율곡 이이 선생의 증조인 이명신(李明晨) 선생이 조선 초기에 건립했다. 정면 3칸에 측면 2칸 규모의 겹처마 팔작지붕 건물이었다. 율곡 선생은 이곳에서 시를 짓고 나랏일도 논했다. 화석정은 율곡 선생의 학문연구소였다. ▶그런 정자가 56년 만에 디지털 전시관으로 원형 복원(경기일보 11월29일자 10면)이 추진된다. 현재의 건축물은 6·25전쟁 때 소실된 뒤 1966년 파주 유림 등이 나서 재건했지만 엉터리 복원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시는 이에 내년 상반기까지 13억여원을 들여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조성한다. 앞서 시는 관련 용역을 발주했다. 그 결과 1920, 30년대 촬영된 사진자료를 기준으로 화석정 정면이 3칸, 측면은 2칸, 내부는 통칸이고 동쪽 2칸은 대청보다 한 단 높은 온돌방(혹은 마루)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넓이 1천200여㎡에 길이 200m 규모의 조경이 조성된다. 디지털 전시관 건립은 그 다음이다. 관리사 건물이 3차원 디지털기술이 활용된 디지털 전시관으로 거듭난다. ▶진입로도 대형 이동수단의 교행이 가능하게 만든다. 주차장도 추가로 마련된다. 군부대와의 상생발전을 위해서다. 화석정 복원의 취지는 율곡 선생 학문의 요람 되살리기다. 역사의 준엄한 명령이기 때문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세계는 지금] 2022년 중동과 제구포신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시점은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온다. 해마다 ‘다사다난’했던 365일의 시간을 마무리하며 우리는 또 다른 시작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어 본다. 공자가 지은 노나라의 역사서 춘추의 주석서인 춘추좌씨전에 ‘제구포신(除舊布新)’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는 뜻으로 좋지 않은 오래된 것은 버리고, 새롭게 변화를 주거나 개혁을 한다는 뜻을 강조하는 사자성어로 사용된다. 2022년 중동의 한 해를 되짚어 보며 ‘제구포신’을 떠올린다. 얼마 전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짧은 방한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40조원의 선물 보따리를 풀며 8대 대기업 총수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던 38세의 젊고 개혁적인 아랍 지도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국가개혁 프로젝트인 ‘사우디비전2030’과 그 일환으로 진행되는 ‘네옴시티(NEOM City)’ 프로젝트를 우리나라 전 국민에게 깊이 각인시키며 제2의 중동 특수에 대한 기대를 한층 부풀렸다. 중동에서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으로 불과 4년 전에야 여성 운전을 허용하고, 2019년 BTS의 사우디 공연에 즈음해서야 관광비자 발급을 시작한 나라가 바로 사우디아라비아다. 아프리카의 아랍 국가인 모로코가 2022 카타르 월드컵 4강에 진출했다는 소식으로 중동 전역이 축제 분위기다.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겨울에 개최되는 월드컵인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인구 280만명, 경기도 크기의 작은 아랍 국가인 카타르가 중동지역 최초로 월드컵을 개최함으로써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전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 3위, 원유 매장량 14위의 에너지 부국인 카타르의 월드컵을 통한 국가 이미지 제고 노력은 유치 과정의 문제점,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발생한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 월드컵 기간 중 복장 및 음주 규정 등 민감한 사안에도 불구하고 톡톡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9월 히잡 착용 문제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사망한 이란의 젊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은 이란 여성과 젊은층을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테헤란을 비롯한 중소도시에서 석 달째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시위는 ‘여성, 생명, 자유’,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통해 변화와 개혁을 갈망하는 이란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담아 내고 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수립된 신정국가로 이슬람 종교지도자가 최고 지도자로 대통령보다 더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독특한 정치구조를 가진 나라다. 서방의 경제 제재와 이슬람 정부의 정책적 무능 및 부패로 인한 만성적 인플레이션과 청년층 실업 문제로 이란의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아미니의 죽음으로 촉발된 시위는 부패한 정부에 대한 이란 여성과 젊은층의 분노이며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의 표출인 것이다. 묵은 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을 펼친다. 올 한 해 중동의 시간은 제구포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 융합인재학부 교수

[의정단상] 성범죄자와 이웃하지 않을 권리

주로 혼자 사는 20대 여성을 상대로 10차례의 연쇄 성폭행을 저지른 ‘수원 발발이’ 박병화가 15년의 형기를 마치고 화성시에 거주지를 마련했다. 지역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그의 거처는 약 1천500가구가 밀집한 원룸촌으로 초등학교와 500m, 대학교와는 불과 200m의 거리에 있다. 하필 과거 범행지역과 유사한 환경이자 성범죄로부터 취약한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성범죄자의 주거지 결정에 관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방관했다. 또 입주를 마친 후에야 사실을 알림으로써 지자체의 사전 대책 마련 기회를 박탈했다. 지역사회는 출소일이었던 지난 10월31일부터 그야말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화성시는 소송, 제도 개선 등 대응책 마련과 출소자의 동향 파악에 분주해졌다. 주민들은 매일같이 퇴거를 요구하는 집회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민간기동순찰대 등은 야간순찰을 진행 중이다. 정부의 무대책은 주민들에게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을 안겼고, 지자체에는 계획에 없던 행정력의 소모를 불러일으켰다. 조두순, 김근식, 박병화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력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같은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3년간 출소가 예정된 성폭력사범 수용자는 4천892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66.7%인 3천265명이 19세 미만 대상 성폭력사범이다. 10년 이상 복역 후 출소하는 사례도 183명이나 된다. 성폭력은 재범률이 높은 범죄로 강력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제한해야 한다는 요구가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 문제에 관한 한 거주의 자유라는 기본권과 사회적 수용성은 조화되기 어려워 보인다. 현실성 있는 제도를 통해 지역사회의 불안과 갈등, 그리고 행정 낭비를 줄이고 출소자에게는 최소한의 거주권을 보장해 줘야 할 것이다. 최근 필자는 이러한 점을 반영해 법안(‘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강력 성범죄자가 출소하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포함한 학교 주변 및 학생 밀집 지역에 거주를 제한하고 출소 전에 해당 지자체에 알리도록 했다. 성범죄 취약 대상을 보호하고 지자체가 미리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주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조금이나마 덜어 드리기 위해서다. 마침 법무부는 고위험 성범죄자의 재범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주거지 거리 제한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해당 논의는 ‘거주·이전의 자유’에 가로막혀 왔는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시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형기 종료 후에도 입원 치료를 명령할 수 있거나 우리나라에서는 폐지된 보호수용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시킬 수 있는 제도를 채택한 나라들도 있다. 이번 기회에 외국은 물론 국민 법 감정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성범죄자의 처벌 수위와 재범 위험성을 낮추지 못하는 교정제도의 한계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성범죄자와 이웃으로 지내야 한다는 끔찍한 현실과 마주한 주민들의 애끓는 마음을 널리 헤아려 달라’는 시민단체의 요구는 분명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천자춘추] 민주와 자치

권력의 힘은 무한하다. 권력을 쥔 자는 법 위에 존재하지만 권력에서 벗어난 자는 매서운 칼바람을 맞는다. 법을 어긴 자에게 죄를 묻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허나 우리 주위에는 눈을 감으면 죄가 사해지고, 부릅뜨고 두들기면 없는 죄도 만들어 낸다. 법 집행은 정말 동등하게 이뤄지고 있는 걸까. 어찌 보면 권력이란 놈은 견제가 없으면 그럴 수밖에 없는 속성이 있다. 독재로, 민주의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다. 권력을 분권하고자 하는 이유다. 민주를 이야기하면서 권력을 집중시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민주를 외치며 독재를 하는 휴전선 위의 독재자들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분권은 소위 삼권분립이 있다. 하지만 강력한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대한민국에선 무기력하기 그지없다. 제4의 권력이라 치부되는 언론도 본연의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집행부의 권력이 너무 막강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대안이 있다. 또 다른 분권의 형태가 있는 것이다. 중앙과 지방과의 분권이다. 확실한 권력구조 개편이다. 중앙정부의 장과 마찬가지로 자치단체의 장 또한 민(民)에 의해 선출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군·구를 통칭해 지방자치단체라고 부르며, 그것을 통해 지방분권을 이뤄 간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중앙이 권력을 독점한 채 나누기를 꺼리고 있다. 시·군·구를 단체라 부르는 것 자체가 하위 개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중앙을 중앙정부라 칭한다면 당연히 지방은 지방정부라 불러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분권의 시작이다.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앙과 지방의 분권은 필수다. 지방분권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중앙으로부터 지방으로의 권력 이양이다. 30%도 안 되는 예산을 주고 자치를 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칭하고 지방정부에 예산을 대폭 이양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밑으로부터 이루어지는 자발적인 주민자치의 확대다. 풀뿌리 민주주의라고도 일컫는다. 민의 역할이다. 시민이, 주민이 참여해야 한다. 중앙도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자치위원회를 시범사업으로 시작, 확대해 가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이 힘들다며 스스로 포기하자는 이야기도 들린다. 안타까운 일이다. 민은 더욱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공고하게 자리 잡을 때 국가의 혼란도 줄일 수 있다. 중앙정부와 일사불란함도 필요하지만 때론 지방정부 스스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힘을 키울 필요가 있다. 다양성은 한쪽의 축이 무너져도 서로 보완하며 지켜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권력의 분산으로 다양성을 확대해 나간다면 민주주의는 더욱 확고하게 발전해 나갈 것이다. 박문신 여주지역자활센터장

[기고] 규제를 마주하는 자세

1960년대 이전의 우리나라는 낮은 의료기술 수준으로 인해 국민의 평균 수명이 60세에도 못 미쳤기 때문에 61세까지 사는 것이 쉽지 않았다. 따라서 환갑을 맞이한 것을 축하하며 크게 잔치를 벌이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현재는 ‘인생은 60부터’, ‘백세시대’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평균수명이 길어졌다. 15세부터 64세까지를 생산연령인구라 하고 만 65세 이상부터 고령인구라 하지만 요즈음 주위를 둘러보면 65세 이상을 고령이라 부르는 것이 과연 맞는지 의문이 든다. 이렇듯 시대가 변해 가며 당시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여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던 것에서 이제는 “왜”라는 물음을 남기며 변화를 촉구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규제도 마찬가지다. 제정될 시기에는 합리적이고 정당했던 규제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현실의 목소리와 괴리가 생기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에 걸맞은 정부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규제의 틀에 얽매인다면 국가 발전을 저해하거나 ‘공무원은 탁상행정을 일삼는다’고 비난을 받는 등 불가피한 상황에 맞닥뜨릴 것이다. 국가보훈처의 2022년 규제혁신 사례 중 ‘상이 유공자 등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친환경 차량에 대한 충전비 지원’은 현실을 반영한 규제혁신의 대표적인 예다. 기존에는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에 대해서만 LPG 개별소비세 인상분을 지원했으나 올해부터는 친환경 차량인 전기 및 수소차가 추가됐고 구매보조금 및 충전비도 지원해 국가유공자를 위한 더욱 폭넓은 지원 혜택을 마련할 수 있었다. 더불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 정책에도 발맞춰 나아갈 수 있게 됐다. 휘발유, 경유 및 가스차만 나오던 시대와는 달리 수소차, 전기차가 점점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지원이 없다면 국가유공자에게 부담은 더욱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경기남부보훈지청에서도 국가유공자에게 더욱 이롭고 발전적인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보훈 새로이’라는 공무원 연구모임을 주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시간을 통해 국가유공자와 직접 소통하며 행정업무를 소화하고 있는 사업 담당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행정을 집행하면서 느꼈던 문제점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불필요한 행정 절차, 중복적인 행정 서류 요구, 과도한 예산 집행 등의 부정적인 행정 요인을 개선하기 위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도출한다. 우리는 이러한 규제혁신에 동감(同感)을 가지고 직원과 민원인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행정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무원은 행정을 집행함에 있어 규칙과 규정을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다수의 국민에게 이롭지 못한 규제라면 곧이곧대로 실행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국민의 불편함은 덜어주고 살기 좋은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규칙과 규정을 해석해 현실을 투영한 정책으로 고쳐 집행하는 것이 이상적인 공직자의 모습일 것이다. 최근 유명 축구선수가 경기 후 언급한 생소한 한 단어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큰 울림을 줬다. ‘중꺾마’, 바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기존의 규제를 바꾼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직자로서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며 그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규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개선하려는 마음을 가진다면 그러한 값진 노력은 머지않아 우리 사회를 환하게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이다. 권은진 경기남부보훈지청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