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국가에서 최초로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이 21일(한국시간) 개막했다. 개막식 후 A조의 카타르와 에콰도르가 첫 경기를 펼쳤다. 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즈음, 에콰도르 축구 팬들은 “우리는 맥주를 원한다”고 소리쳤다.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에서는 음주는 물론 주류 판매도 할 수 없다. 축구 팬들은 경기장 주변에서 맥주를 구할 수도, 마실 수도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카타르 당국은 ‘지구촌 축제’인 월드컵 기간에는 경기 입장권 소지자에게 경기장 외부 지정 구역에서 맥주 판매를 허용했다. 경기를 보며 맥주를 마실 수는 없어도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정해진 장소에서 마시고 들어갈 수는 있었다. 하지만 개막 이틀을 앞둔 지난 18일 이를 철회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3시간 동안 맥주를 마시지 않아도 사람은 살 수 있다”며 판매금지 결정이 문제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프랑스나 스페인, 포르투갈 경기장에서도 맥주 판매가 금지되고 있다”고 했다. FIFA의 이번 조치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와는 정반대다. 당시 브라질은 FIFA의 압력으로 경기장에서 술을 팔 수 없다는 법령을 수정해야 했다. 제롬 발크 당시 사무총장이 “술은 월드컵의 일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FIFA가 개최국의 눈치를 봤다. FIFA와 카타르 당국의 경기장 맥주 판매 금지 결정에 불만이 쏟아졌다. 판매 금지 날벼락을 맞은 월드컵 후원사 버드와이저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어, 이러면 곤란한데(Well, this is awkward)”라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다음 날에는 캔이 쌓여있는 창고 사진을 올리면서 “우승하는 나라가 버드와이저를 갖는다. 누가 갖게 될까?”라고 썼다. 남은 맥주를 우승국에 주겠다는 것이다. 월드컵 기간 중 맥주는 카타르 도하 시내 ‘팬 구역’과 일부 외국인 대상 호텔에서만 음주가 가능하다. 팬 구역에서 500㎖ 맥주 한 잔에 50리얄(약 1만8천원)에 팔고 있다. 축구 볼 때 맥주 한잔 없으면 서운하긴 하다. 집에서 ‘치맥’ 하면서 월드컵을 관람하는 즐거움을 기대하는 국민이 많다. 월드컵과 맥주를 즐기되 과음은 금물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다시 이런 질문을 하게 됐다.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종일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곤 한다. 내 앞에 놓인 많은 선택지는 누가 만들고 결정한 것일까? 또 이 선택지들의 배열은 누가 결정했을까? 누군가가 결정했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했을까? 오늘 아침은 갑자기 날씨도 쌀쌀해졌으니 운동을 한 번 거를까? 내가 앉아 있는 시립도서관은 우리 집에서 걸어서 10분 이내에 있어 이용하기 참 편리한데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같은 일을 하는데도 왜 회사마다 사람마다 처우가 다를까? 사람들은 왜 직업을 중심으로 관계를 맺을까? 길은 왜 이 방향으로 놓았으며, 어떤 시간 때 어떤 요일에만 꽉꽉 막히고 어떤 때는 한가할까? 아주 개인적인 사소한 문제부터 직장, 도시, 사회 문제까지. ‘선택’은 단지 개인 차원의 문제일까? 법률과 제도, 정책, 시스템, 거기에 종교와 윤리, 도덕까지, 시민들이 크게 영향을 받고 살거나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사회의 구조는 누가 결정할까? 건물과 도로와 철도, 도시의 혈관 같은 상하수도, 전기통신망과 에너지와 식량 공급망들이 복잡하게 얽힌 도시에서 우리는 어떻게 관계하면서 생활하는가? 물리적 공간에도 민주주의와 인권, 배려와 공존, 생명 존중과 평화라는 가치를 구현할 수 있을까? 이 선택들에 위계질서는 있는가? 물질적 풍요와 자원 고갈, 개발과 환경보전, 이윤과 생명안전, 이 불편한 이분법들에 언제까지 시달려야 하는가? 매 순간 자신과 타인에게 선택을 강요할 수밖에 없는가? 우리가 발전시켜온 정치시스템 ‘민주주의’는 어떻게 답할까? 민주공화국의 시민인 ‘나’는 어떤 선택권을 갖고 있는가? 전쟁이나 재난도 아닌 일상생활에서 젊은이들이 압사당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충분히 예상했고 과거에도 잘 관리해 왔던 상황들, 재난대응시스템도 아닌 일상의 공공행정이 갑자기 무너졌다. 이것을 개인적 선택의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복잡하고 고도화된 사회 시스템에 의존해 살면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서로 선택지가 돼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활한다는 자신의 현실도 부정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도시를 사바나로 착각하는 사람들. 죽음을 내려다보는 사람들, 반지하 안타까운 죽음을 사건 현장처럼 내려다보던 대통령은, 어리석은 왕과 간신들이 민중들의 지지를 받는 최전선의 사령관을 역적으로 몰아 처형하는 과거 왕권시대 역사의 한 장면처럼, 참사의 책임을 아래로 아래로 내려보낸다. 위와 아래로부터 동시에 무너지는 사회적 신뢰와 일상의 공공행정, 무엇이 신호고 방아쇠였을까. 민주주의의 취약성인가. ‘권력’ 자체가 목적인 사람, 민생을 자율과 책임에 적당히 두면 알아서 돌아가는 것쯤으로 여기는, 나라 경제와 기업활동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 놓았다. 되돌릴 수 없다면 다음 선택지를 서두를 수밖에 없다. 윤은상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윤석열 정부에서 지난 10월 국가보훈부 승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확정돼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의전은 국가 및 공공기관에서 국내외 행사 시 상대방을 존중하고 예우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중앙행정부처 의전을 순위를 살펴보면 1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3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4위 외교부 장관, 5위 통일부 장관, 6위 법무부 장관, 7위 국방부 장관, 8위 행정안전부 장관, 9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10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11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12위 환경부 장관, 13위 고용노동부 장관, 14위 여성가족부 장관, 15위 국토교통부 장관, 16위 해양수산부 장관, 17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순이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국가보훈부 승격 시 의전이 매우 중요한데 국가보훈부 승격 시 합당한 의전은 우리나라와 역사적 정치적 환경이 비슷한 대만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대만의 경우 우리나라와 비교해 국가유공자 수가 비슷하고 인구의 절반, 국토 면적의 3분의 1밖에 안 되지만 국가보훈처에 해당하는 보훈조직인 제대군인위원회를 부총리급으로 극진히 예우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은혜에 보답한다는 국가 책무적 의미가 주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만의 경우 국가유공자 호칭부터 최고 예우를 받고 있다. 예를 들면 국가유공자를 영민이라고 칭하는데, 그 의미는 영예로운 국민이란 뜻으로 특별 우대하며 보훈병원을 영민병원이라 칭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대만은 보훈공무원 수가 2만명으로 국가보훈처 공무원 1천500명보다 무려 13배, 보훈예산 역시 우리나라의 2배가 넘는다. 대만이 우리나라보다 보훈조직 위상, 예산 등이 월등히 앞서는 세계적으로 초일류 보훈정책을 수립·운영하는 이유는 바로 중국과의 극한 대치 상황이라는 환경적인 요인과 보훈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영민에 대한 은혜에 보답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매우 크게 작용하는 것이 주 요인이다. 이러한 정책 기조가 위기 때마다 국민 통합과 투철한 애국심으로 발전시키고 국가를 지탱해주는 정신적 지주이자 주요 원동력이 됐다. 보훈학적 관점에서 볼 때 국가유공자의 존경심과 예우는 국가보훈조직 격상과 의전 서열에 정비례하고 이로 인한 파급 효과는 실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국가로 북한과의 극한 대치 상황 속에서 국민 통합, 애국심, 국가유공자에 대한 존경심, 투철한 안보관 등을 고려할 때 국회나 대통령실에서는 국가보훈부 승격 시 의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현재 현충일, 광복절 등 행사와 같이 대통령 옆에 3부 요인 대신 보훈단체장을 우선 자리 배치해 의전에 최선을 다하듯 국가보훈부로 격상되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시 국무위원 의전 배치와 모든 국내외 행사 시 대만과 같은 의전으로 은혜에 보답한다는 실천적 관점에서 국가보훈부를 부총리격으로 정중히 예우해야 한다. 김태열 한국보훈포럼회장·영남이공대 교수
“자치경찰제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인천시민 75.4%가 “모른다”로 답했다. 지난 7월 만 18세 이상 시민 1천4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조사 결과다. 자치경찰제는 지난 76년간 국가가 수행하던 치안 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한 제도로, 지난해 7월 공식 출범 후 1년6개월이 지났으나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경찰 사무 중 생활안전, 교통, 경비 등 자치경찰 사무에 대해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감독하는 형태로, 지역 치안을 지방행정과 연계·협력해 지역 실정에 맞는 맞춤형 치안 서비스 제공이라는 도입 취지에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현행 자치경찰제도는 국가경찰 신분으로 자치경찰 사무를 수행하는 일원화 모델로, 지방자치법에도 자치경찰의 성격이 명시되지 않아 법적 개념이 모호하고 독립성 확보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자치경찰위원회가 자치경찰 사무에 대한 집행 기능은 없고 심의·의결만 가능하기 때문에 사무 처리에 대한 직접적인 감독권 행사에 많은 제약이 있고, 시·도경찰청장은 사무에 따라 경찰청장, 국가수사본부장, 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를 받아 혼선도 있다. 대부분의 자치경찰 사무는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수행되고 있음에도 ‘자치경찰 사무를 담당하는 경찰공무원’의 범위에서 빠져 있고, 소속은 국가경찰 업무영역인 112치안종합상황실로 돼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원화 방안을 오는 2024년 세종, 강원, 제주에서 시범 실시해 성과에 따라 2026년 전국으로의 전면 시행을 검토하고 있어 향후 이원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자치경찰 사무에 소요되는 비용을 올해는 국고보조금으로 일부 지원받고 내년부터는 지방소비세 인상을 통한 비용 보전 방식으로 변경돼 지방이양사업 보전금 55억원을 배정받아 내년 본예산 시비 113억원 대비 58억원을 인천시에서 추가 부담한 것이다. 2026년까지 한시적 지원으로 명시하고 있는 보전금은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부담으로 전가되고 지방자치단체별 재정자립도에 따라 지역별 편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치경찰제도가 지역 치안 현장에 안착하고 진정한 시민의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독립성과 자율성이 담보돼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한 재정분권과 실질적인 인사권 부여를 위한 조직분권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신동섭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장
가평의 의료 환경은 타 시군과 비교하면 대단히 열악하다. 경기도에는 상급 종합병원을 포함한 종합병원이 총 72개가 있으나 가평군에는 전무하다.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도 자가용으로 30분 이상 걸리는 곳에 위치한다. 8개의 지방 의료원이 경기도에 있으나 경기 북부에는 의정부시, 파주시, 포천시 등 3개시에만 있어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 실정이다. 이른 새벽 산책길에서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진 노인이 병원 가는 차 안에서 사망했고, 고열로 울고 보채는 아기를 안고 도착한 병원에서 조금만 늦었으면 위험할 뻔했다는 말을 들은 젊은 엄마의 얘기는 가평군에서는 흔한 사연이 되고 있다. 가평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은 어떤 고충을 겪고 있을까, 첫째, 고령층이 겪는 고충이 있다. 가평군은 초고령사회로 분류된 지역으로 노인과 홀몸노인의 비율이 타 시군에 비해 대단히 높으며 노화 속도 또한 빠른 곳이다. 긴박하고 긴급한 응급 상황에 수시로 노출돼 있는 계층이지만 관내에는 큰 병원이 없어 직접 구급차를 이용해 검진이나 치료를 받으러 가야 하는 게 현실이다. 둘째, 임신부들이 겪는 고충이 있다. 분만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가평군에는 산부인과나 분만실을 갖춘 병원이 없다. 가평군내에 거주 중인 임신부가 산통을 느끼고 분만을 위해 인근 분만실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50분이다. 이는 서울의 산모가 평균 3.1분 이내에 분만실까지 도달한다는 조사 결과와 비교해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셋째, 가평의 소아 및 청소년들이 겪는 고충이다. 가평에는 전문적으로 소아청소년과를 둔 병원이 없다. 소아와 일반 성인은 해부학적 구조와 생리학적 기전이 달라 발병하는 질병군에도 크게 차이가 난다. 소아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전문 진료 기관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넷째, 일반 군민이 겪는 고충이다.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등을 당한 중증외상환자나 뇌졸중, 심근경색 등 촌각을 다투는 환자가 발생해도 응급실을 갖춘 대형병원을 찾아 타 도시로 이동해야 한다. 인근 도시로 이동하려다 골든타임을 놓쳐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 중 민간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아무래도 공익보다는 수익성을 추구하다 보니 공공의료기관에 비해 인구가 많은 대도시나 소도시에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 가운데 공공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5.4%에 불과하다. 이 적은 비중의 공공의료기관이 분포하는 곳은 수도권보다도 의료취약계층이 많은 강원도, 전라도 등이다. 민선 8기 공약사업으로 경기도 의료원 가평군 유치를 약속한 것은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민간의료기관을 가평군으로 불러들일 수는 없지만 의료취약계층을 위해 세워지는 공공의료기관이라면 반드시 가평군에 건립돼야 할 것이다. 6만4천 가평군민의 숙원 사업인 경기도의료원 가평 유치를 위해 모두가 발 벗고 나섰다. 경기도의료원 가평병원 유치 민관추진단을 구성했고, 유관단체 간담회를 통해 주민 의견 수렴과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7일부터는 경기도의료원 가평병원 유치 범군민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경기도의료원 가평병원이 설립돼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발생, 국가 재난급 대형사고 시 다수의 환자를 맡아 치료할 수 있는 재난거점병원으로 활용된다면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가평군은 경기도의료원 가평병원 유치를 위해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서태원 가평군수
바람과 관련된 우리말을 알아본다. ▶막새바람 : 가을에 부는 선선한 바람 -등줄기를 스치고 지나가는 한 줄기 막새바람이 이른 아침부터 팽팽했던 긴장감을 훑고 지나갔다. ▶재넘이 : 밤에 산꼭대기에서 평지로 부는 바람 -밤이 되니 재넘이가 불어 제법 시원하구나. ▶하늬바람 : 서쪽에서 부는 바람으로, 주로 농촌이나 어촌에서 이르는 말 -미역 공장의 양수기 소리가 하늬바람을 타고 흩어져서 아득하게 들린다. 국립국어원 제공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양평을미의병묘역에서 만나는 ‘미스터 션샤인’ 지난 10월26일 양평군 양동면 석곡리 산 74번지 깊은 야산인 양평을미의병묘역에서 제26회 양평의병추모제가 거행됐다. 양평의병기념사업회에서 주관해 열리는 이 추모제에는 의병 유가족을 비롯해 군수와 국회의원, 지자체장들과 주민 등 200여명이 참석해 매년 추모행사와 제향을 열어 독립유공자들의 정신과 유훈을 기리고 있다. 묘역의 중앙에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들인 영국 기자 매켄지가 찍은 양평 의병들 모습과 “일본의 노예가 되느니 자유민으로 죽겠다”는 의병들의 유훈이 새겨져 있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2007년부터 조성된 전국 유일의 이 의병묘역에는 의병 묘를 중심으로 제단과 어록비, 공적비 등이 잘 배치돼 있어 명소로 활용되고 있다. 양평군에는 이 밖에도 1907년 의병전투를 벌인 용문산의 용문사와 사나사, 상원사 등지에 의병 사적지가 있다. 군민들은 사적지 입구나 공원 등지에 기념비와 안내판 등을 조성해 의병의 고장임을 널리 알리고 있다. 인근 연천군에는 법화동과 심원사를 비롯해 마전리, 소목개, 외울마을 등지에 의병전투 사적지가 남아 있다. 또 신서면 대광리의 인근 야산에는 1907년 9월경 일본군 수비대와의 전투에서 순국한 의병 5인의 묘가 있다. 인근 법화동과 심원사에 주둔하고 있던 의병부대의 의병 250여명을 습격한 일본군에 의해 희생된 5인의 의병 시신을 지역주민들이 수습해 봉분을 만들어 준 것으로 보이는데, 문헌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아직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항일의병 5위 위령비’라는 작은 표식과 연천군수와 문화원장 명의의 안내판이 묘역을 지키고 있지만 이런 곳에 경기 무명의병의 기념비석을 조성해 교육 장소로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보석처럼 숨겨진 경기 의병들의 흔적 경기 남부지역에도 보석처럼 숨겨진 경기 의병의 흔적이 적지 않다.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의병 활동지로는 이천시와 광주시, 용인시를 들 수 있다. 이천시에는 1895년 10월 명성황후 시해사건과 단발령을 계기로 봉기한 경기 이천 수창의소 의병들이 이듬해 1월17일 출동한 일본 정규군과 전투를 벌여 승전한 광현전투지를 꼽을 수 있다. 유인술과 매복전투로 승기를 잡은 이천 의병부대는 패주하는 일본군을 추격해 광주군 도척면 노곡리 노루목장터에서 적병 200여명을 전멸시키는 쾌거를 이뤘으며, 이후 광주군 남한산성으로 진입해 서울진공작전을 펼쳤다. 광주시에는 후기 의병에 해당하는 1907~1908년에 광주 경안역과 태전리, 능곡 일대에서 의병전투지를 찾아볼 수 있다. 광주시와 성남시의 경계지역인 돌마면 독점마을에도 1908년 1월 일본군과 의병들이 벌인 전투기록을 찾아볼 수 있는데 당시 전투에 참여하고 ‘청계산 호랑이’로 알려진 윤치장 의병장의 묘가 성남시 금토동의 파평 윤씨 묘역에 남아 있다. 여주에는 1907년 13도 창의군 대장인 이인영 의병장의 생가를 비롯해 원용팔 의병장의 생가가 남아 있다. 용인지역은 대표적인 친일 반민족 행위자인 송병준의 별장터를 비롯해 의병장 임옥여의 집터와 동상, 굴암사 의병 활동지와 김량장터, 옛 백암장터 등 다양한 사적지가 남아 있다. 이 중 양지면 추계리의 송병준 별장터는 가장 매국적인 단체인 일진회의 소굴로서 일본 침략에 저항하는 의병을 비롯해 항일지사와 일반 양민들까지 잡아다 고문하고 학살한 수탈지로서 의병들이 쳐들어가 전투를 벌인 곳이다. 안성 일대에는 남부지역에서 주로 활약한 의병장 정철화가 근거지로 삼은 칠장사가 잘 보존돼 있다. 30여명의 정예부대로 편성된 이 의병부대는 안성과 충주, 청주 등지에서 일본군을 공격해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는데 칠장사가 그 활동 근거지 역할을 했던 것이다. 평택시 팽성읍에 위치한 관아터도 경기 의병들이 습격했던 역사유적지다. 수원과 안성, 평택 등지에서 활동하던 의병들이 평택관아를 습격해 외삼문과 내삼문을 파괴하고 친일 관리들을 구타한 후 달아났다. 수원 용주사도 1907년 당시 신문기사에서 의병 전투가 있었다는 내용이 확인됨에 따라 사적지로 드러났다. 이처럼 경기 의병들의 피와 눈물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데, 이를 외면하고 방치한 채 학교에서도 가르치지 않으면서 청소년들과 지역민들의 애향심을 기대할 수 있을까. ■ 어디에도 없는 무명 경기 의병 상징물,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해외여행을 다녀본 사람들은 각 나라 수도의 중심가, 또는 상징 장소의 한가운데 나라를 지키다 순국한 무명용사의 묘역이나 공원, 상징 동상이 많다는 사실에 놀란다.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 아래에 있는 무명용사의 묘에는 365일 꺼지지 않는 ‘용사의 불’이 켜져 있어 외국 국빈이 반드시 방문해 헌화하는 명소다. “오직 신에게만 알려진 미국의 병사가 여기 명예롭게 잠들고 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의 무명용사 추모비는 성역으로 관리해 오다가 건립 100년인 올해 개방돼 수많은 추모객을 맞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희생된 무명용사를 기리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무명용사비는 365일 내내 꺼지지 않는 ‘영원한 불꽃’으로 조성돼 있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성당에 있는 무명용사의 묘는 유명 인사들의 결혼식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그런데 50년 독립전쟁을 치르며 수많은 애국지사, 순국열사를 배출한 대한민국에서 무명용사를 기리는 곳은 어디에 있는가. 국립서울현충원 안에 무명용사비가 유일할 뿐, 경기도에는 단 한 곳도 없다. 더욱이 1911년까지 의병전쟁으로 순국한 1만8천여 의병 중 경기도 출신이 1천200여명에 이르는데 대부분 이름을 알 수 없는 타의에 의한 무명의병들이다. 우리 후손들의 생존을 위해 흘린 그들의 피와 눈물과 소망을 기억하고 기리는 일, 1천만 경기시민의 몫이 아닐까. 김명섭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연구교수
평택 수소생산기지가 8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포승읍 액화천연가스(LNG)기지 옆에 마련된 수소생산기지에서 하루 최대 7t의 수소를 생산, 공급한다. 당초 계획은 하루 1t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향후 수소 수요를 고려해 중·대규모로 수소생산기지를 조성했다. ■ 블루·그린수소 공급 최적 입지 평택 수소생산기지는 블루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고 그린수소를 수입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에너지원으로서 수소는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데 이용된다. 화석연료와 달리 각종 기계의 동력으로 활용되는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다만 수소를 얻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될 수 있다. 이 배출 정도에 따라 수소는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그린수소로 분류된다. 그레이수소는 LNG의 주성분인 메탄과 고온의 수증기를 화학반응시켜 얻은 수소다. 이때 수소와 함께 이산화탄소도 만들어진다. 약 1㎏의 수소를 생산하는 데 이산화탄소 10㎏이 배출된다. 블루수소도 그레이수소처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로 만들어진다. 다만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방출하지 않고 탄소포집 기술을 통해 따로 저장, 산업용으로 사용한다. 그린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해 만드는 수소다. 이 과정에선 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아 궁극적인 친환경 수소로 여겨지고 있다. 평택 수소생산기지는 국내 자체 기술로 최대 규모의 블루수소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또한국가스기술공사가 2025년부터 해외에서 그린수소를 수입하기로 한 만큼 평택항 등을 통한 그린수소 공급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시 관계자는 “평택 수소생산기지에서는 국내 자체 기술로 최대 규모의 블루수소를 생산, 국내에 친환경 수소를 원활하게 공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수소생산기지, 탄소중립 필수 시설 산업화 이후 꾸준히 증가한 탄소배출로 지구는 고열에 시달리고 있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발생하고 있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해 해양생태계가 변화하고 있고 북극과 남극의 빙하 역시 녹아내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이례적인 홍수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했다. 인간의 생존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전 세계는 한목소리로 환경 회복을 주장함에 따라 지난 2015년 12월 ‘파리협정’이 체결됐다. 파리협정은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세계 195개국 정상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로 합의하고 채택한 협정이다. 협정에 따라 각국은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추진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선 화석연료 중심의 기존 에너지 구조를 친환경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각국이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등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역시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발굴하고 있다. 수소는 대표적인 에너지원이다. 평택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도 천연가스 기반 수소생산기지 여러 곳이 올해 중으로 준공될 예정이다. 정부 역시 그린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할 방침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국가적으로 큰 비용을 투입해 고도의 기술을 적극 개발 중인 것이다. 시 관계자는 “노르웨이의 경우 전체 전기생산량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2021년 99%에 달했고 전 세계를 기준으로 했을 때도 재생에너지 점유율이 28.1%까지 올라왔다”며 “평택을 시작으로 수소 경제가 전국적으로 확대돼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나아가 지구 환경이 회복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폭발 등 사고 우려는 오해 평택 수소생산기지에서 마련한 수소 일부는 배관을 통해 평택항이나 인근 도시로 공급된다. 이에 따라 항만 물류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가 수소로 대체되며 산업, 상업, 주거, 교통에 필요한 에너지원도 수소로 대체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인근 지역을 넘어 수도권 전역으로 수소를 유통할 계획이다. 현재 수도권 수소충전소 대부분이 충남 서산 등으로부터 수소를 공급받아 왔다. 평택에서 생산한 수소를 공급받아 사용할 경우 결과적으로 운송비의 50%가량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를 위해 평택 수소생산기지는 장기적으로 수소 액화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기체인 수소를 액체로 만들기 위해선 영하 253도의 초저온 냉열이 필요하다. 평택 수소생산기지는 인근 포승읍 LNG기지에서 LNG 기화 후 버려진 냉열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액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일각에선 수소생산기지 조성을 두고 폭발 등을 우려해 안전성을 걱정하기도 한다. 이 같은 오해는 ‘수소폭탄’으로 인한 것으로 일반 수소는 수소폭탄에 사용하는 수소와 다른 물질이다. 수소폭탄은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사용되며 이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질 수 없는 물질이다. 또 수소가 폭발하려면 수소끼리 모여 가스구름이 형성돼야 하지만 수소는 공기보다 가벼워 아주 빠르게 흩어진다. 결과적으로 누출로 수소가 새어 나가도 폭발할 위험이 없다. 시 관계자는 “수소생산기지는 다양한 각도에서 안전 검사를 실시한 후 가동에 들어갔다”며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 등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택=최해영·안노연기자
길고양이에 대한 먹이 제공을 두고 경기도내 일부 주민들과 이른바 ‘캣맘·캣대디’들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사안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완벽히 시행되기 어려운 만큼 전문가들은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1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파장동의 한 주택가. 오래된 주택의 슬레이트 지붕 위에 놓인 참치캔 주변에는 찌꺼기가 남아 있었으며 길고양이들의 배변 흔적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의왕시 오천동에선 발견된 고양이 한 마리는 대접 한 그릇에 담긴 물에 불린 라면 면발을 정신없이 먹고 있었다. 이윽고 앙상하게 마른 길고양이 두마리가 혹여나 떨어진 음식을 찾는 듯 서성거리고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이 같은 상황으로 길고양이들이 몰려 배설물, 벌레 꼬임 등 위생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길고양이의 울음소리에 밤잠을 설치는 피해를 호소하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반면 캣맘·캣대디들은 가끔 마주치는 주민들의 날선 반응에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안양시에서 활동했던 이은서씨(54·가명·여)는 “멀쩡한 차를 두고 ‘길고양이 때문에 흠집이 생겼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민들도 있다”며 “길고양이들도 함께 살아가는 세상인데 너무 야박한 일부 주민들의 태도에 속이 상한다”고 서운해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다. 경기도가 지난해 시행한 ‘길고양이 서식현황 및 관리기준 수립 연구 용역’에 따르면 최소 32만4천558마리에서 최대 35만1천343마리의 길고양이가 경기지역에 사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도는 지난 2019년부터 31개 시·군에 총 217개(한 개소당 50만원)의 고양이 급식소를 만들었으나 이는 도내 모든 추정 길고양이를 수용하기엔 버거운 게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일선 시·군의 신청에 따라 해당 시설이 설치되는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의 목소리에 지자체의 행정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개체 수 줄이기도 예산 문제로 난항이다. 도는 올해 52억원의 예산을 책정, 2만5천933마리에 대한 길고양이 중성화(TNR)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포획·방사비, 수술비 등이 한 마리당 20만원 가량 소요되는 만큼 도내 모든 길고양이에 대한 중성화 수술은 예산 문제로 현실화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주민들과 캣맘·캣대디들의 상생의 자세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캣맘과 캣대디들은 밥 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주민들도 이러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는 등 서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공공기관은 고양이급식소 확충 등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민기자·김건주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