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예술로 바라보다…‘섬 프로젝트: Linking Island’

‘외로움’을 예술적 관점으로 조망해 위축된 공동체의 관계를 조명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외로움을 개인의 감정으로 치부하지 않고 공동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임을 환기한다. 파주 아트센터 화이트블록은 지난 1일부터 기획전 ‘섬 프로젝트: Linking Island’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박물관·미술관 주간’의 주요 프로그램인 ‘뮤지엄×즐기다’ 공모에 선정돼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한다. 이번 전시는 권혜성, 윤지영, 이영욱, 임소담, 정찬민, KL 등 6명의 작가가 참여해 외로움을 복합적인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바라본 회화, 조각, 설치, 영상 총 4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권혜성 작가는 한지와 먹, 유화와 에어브러시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자연으로부터 얻은 생명력을 강렬한 선으로 표현한다. 예술과 일상의 경계에서 심리적 방황을 겪은 권 작가는 제주도의 거친 바람과 빗속에서 견디는 식물의 에너지를 통해 삶과 자연의 본질적 순환에 대해 깨달았다. 이에 ‘여름 비 바다 수영 해파리 풍경’ 등 그의 작품에는 자연의 리듬이자 외로움을 이겨내는 생명력의 상징으로 선이 등장한다. 인간과 자연이 공명하는 순간,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윤지영 작가는 영상 작품 ‘오죽 -겠, -으면’을 통해 현실에서 겪는 불안과 고통에 맞서는 개인의 내면을 포착했다. 가족을 돌보며 매일을 살아내는 영상 속 인물은 사소한 일상적 의식과 자기최면적인 반복된 행동을 통해 불안을 견딘다. 이 같은 모습은 각자의 섬처럼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비슷한 고통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윤 작가는 개인적 고립의 문제를 인간 전체의 보편적인 감정으로 확장하며 공감으로 소통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특히 이영욱 작가는 낯설고 불안정한 형상을 회화작업으로 재탄생시켰다. 조작된 이미지의 파편들을 해체하고 중첩하는 방식을 통해 내면의 감정과 사회적 구조를 교차한다. 익숙한 장면을 강박적으로 반복하고 변형시키면서 개인의 불안, 욕망, 긴장을 사회·문화적 맥락과 병치시켜 우리가 무심코 수용해온 관념과 제도 속에서 재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 이와 함께 임소담 작가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선명하게 그려내며, 물거울·수평선 등 모호한 풍경 속에 숨은 정서를 포착한다. 작가는 회화와 세라믹을 넘나드는 작업을 보여주며 부재하거나 분명히 존재하는 감각을 보여준다. 물감이 겹겹이 쌓이듯 외로움은 일상 속에 서서히 스며들지만 역설적으로 그 흐릿함을 통해 새로운 몰입과 공감을 일으키는 장이 열린다고 믿는다. 정찬민 작가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 기술 발전이 가져온 변화 속에 놓인 개인의 무력감을 들추어낸다. ‘행동부피’ 등 작품을 통해 경제적 가치로 환원되지 않는 사소한 행동이야말로 인간의 주체성을 회복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KL 작가는 ‘제주도’를 기반으로 잃어버린 기억과 정체성이 만들어내는 혼란과 이질감을 탐구한다. 설치 작업 ‘섬_딩검리’에서는 고립된 섬들이 보이지 않는 지층으로 연결돼 있음을 암시한다. 세 편의 영상은 해변에서 노래하고 수영하는 인물들, 물속에서 흙으로 만든 배가 시간에 따라 녹아 흩어지는 장면, 수년간 기르던 앵무새 한 쌍의 죽음을 담은 장면으로 구성된다. 삶과 죽음, 일상과 사건이 교차하는 감각의 흐름 속에서 상실과 기억의 흔적, 존재의 불안과 평온이 공존하는 순간들을 사유하게 한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록 관계자는 “외로움을 사회적 관점으로 다시 바라보는 이번 전시가 관계 회복의 실마리를 제시하고, 고립으로 여겨졌던 감정을 모두가 함께 다뤄야 할 공동의 화두로 전환시켜 치유의 가능성을 열어 보는 의미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7월13일까지.

“소리문자 한글의 무한함과 만났다”…한글 팝아트 작가 이대인, ‘디귿 도깨비’ 전시회

한글 자음을 감각적인 팝아트로 풀어내는 한글 팝아트 작가 이대인의 ‘디귿 도깨비’ 전시가 오는 18일까지 서울 이태원의 진저 한남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전시는 이대인 작가의 ‘기역양 니은군’의 두 번째 이야기이자 한국의 전통 도깨비와 한글 칼리그램이 한 데 어우러진 4년간의 연속 전시다. 앞서 작가는 ‘기역양 니은군’을 통해 기역, 니은, 시옷, 이응, 지읒의 초성을 토대로 각 자음의 초성과 관련된 캐릭터들이 한글을 깨우쳐 사람으로 변하는 서사를 풀어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사람을 지켜주는 한국 도깨비의 이야기에 전 세계와 한반도의 평안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아냈다. 평화를 주제로 ‘풍어제’, ‘평화만선’, ‘막걸리’ 전시를 이어감과 동시에 평화 퍼포먼스도 함께 구성해 진행할 예정이다. 작가가 태초의 소리와 그 소리가 만들어낸 세상을 표현하며 한글의 자·음을 활용한 칼리그램은 특히 주목된다. 작가는 ‘세상은 소리로 이뤄졌다’는 서사를 전하기 위해 소리문자 한글을 소재로 사용했다. 이를 통해 관객은 한글의 추상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작가의 캐릭터와 칼리그램이 한글 브랜드 제품으로 선보이며, 한류의 마지막 보루인 한글 디자인과 이야기를 차용하고자 하는 다양한 업체와의 협업도 진행한다. 작품 속 한글의 예술성을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시켜 더 많은 사람들이 한글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대인 작가는 “한, 중, 일 도깨비 가운데 사람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지켜주는 도깨비는 한국 도깨비가 유일하다”며 “도깨비가 통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한글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소리문자 한글의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시회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이대인 작가의 공식 누리집 ‘기역양 니은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동농 김가진을 통해 ‘독립문에서 통일문으로’…경기도박물관 학술포럼 개최

동농 김가진(東農 金嘉鎭, 1846~1922)은 조선의 선비이자 대한제국의 혁신관료로 항일투쟁을 했던 독립운동가였다. 아들(김의한), 며느리(정정화), 손자(김자동)까지 3대가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김가진은 독립운동가로서 그동안 알려졌지만 당대 명필로도 이름을 날렸다. 김가진의 독립투쟁 업적과 예술세계를 다양한 방면에서 심층적으로 밝히는 학술포럼이 오는 16일 오후 2시 경기도박물관 뮤지엄아트홀에서 열린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관장 이동국)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합合’을 주제로 한 특별전 3부작 중 첫 번째로 ‘김가진-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포럼은 특별전과 연계해 (사)조선민족대동단기념사업회와 공동으로 대동단이 독립운동사에서 가지는 위치를 밝히고, 그의 정치와 민족독립투쟁 업적과 예술세계를 들여다본다. 한홍구 성공회대 석좌교수, 임형택 성균관대 석좌교수,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 이규수 동농문화재단 강덕상자료센터장, 황필홍 단국대 명예교수가 발표자로 나서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한홍구 성공회대 석좌교수(한국사)는 ‘돌아오지 못한 민국의 국로(國老) 김가진’을 통해 조선민족대동단 총재 김가진의 삶을 조선-대한제국-한일강제병합-대한민국임시정부 시기로 민족 독립투쟁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임형택 성균관대 석좌교수(한문학)는 ‘김가진의 한시(漢詩)를 다시 읽다’를 주제로 조선 선비이자 대한제국 혁신관료, 독립투사인 김가진의 절의(節義)정신이 한시(漢詩)에 녹아 나오고 있는지를 살핌으로서 오늘날 정치와 예술의 결별시대를 반성한다.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은 ‘김가진이 쓴 ‘독립문 獨立門’의 글씨 고증과 현재적 의의’를 발표한다. 한글 ‘독립문’과 한자 ‘獨立門’을 쓴 사람이 이완용이 아니라 김가진임을 서체 조형분석을 통해 밝혀낸다. 이규수 동농문화재단 강덕상자료센터장은 ‘일본 언론의 동농 김가진 인식’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주일공사이자 대한제국 대신으로서 유일하게 대한민국임시정부에 74세 노구를 이끌고 망명해 독립전쟁에 투신한 김가진의 행적을 제국주의 일본 언론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황필홍 단국대 교수(정치철학)는 ‘명성황후 민자영의 진짜 사진 고증과 역사바로 세우기’를 발표한다. 특히 박은식, 이승만, 장도빈 등 명성황후와 동시대 인물들이 발행한 8가지 저작과 잡지수록 동일 사진을 가지고, 기록의 역사가 스스로 증명하는 명성황후 민자영을 밝혀낸다. 이것은 서구 언론의 관점이 아니라 우리의 눈으로 우리의 역사를 밝혀내는 주체적인 역사 바로 세우기의 전형적인 사례가 된다.

新한복 중심에 선 ‘기로에’ 여백선옥 대표…“한복의 디지털화, 새로운 ‘기로’ 될 것” [문화인]

“각종 드라마와 예능이 OTT를 통해 해외에 방영되기 전에는 영국에 사는 사람이 우리 한복을 입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올 거라고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현재에도 한복의 세계에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려워 말고 이러한 흐름을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패션 브랜드 ‘기로에(Guiroe)’의 여백선옥(박선옥) 대표 겸 디자이너(54)는 ‘옷이 스스로 말하게 하라’는 디자인 철학이 있다. 때로 옷은 백 마디의 말보다 그 사람에 관해 더 많은 것을 표현한다.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주인공 ‘장 회장’(유재명 분)의 내공이 느껴지는 캐릭터는 한복 의상과 어울리며 시청자의 뇌리에 깊이 박혔다. 예능 ‘놀면 뭐 하니?’의 캐릭터 중 하나인 ‘유야호’(유재석 분)가 입고 나온 한복 의상 역시 세련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정체성을 한껏 드러냈다. 장 회장과 유야호에 또 다른 숨을 불어넣은 박 대표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의 ‘올해의 한복인 상’(2022)을 수상하고, 최근에는 드라마 ‘보물섬’에 이르기까지 패션쇼·전시·문화·공연 등 다양한 장르에서 한복 문화콘텐츠를 기획, 한류의 중심에서 한복의 매력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그는 ‘기로’에서의 선택을 강조한다. 그는 “인생에서 우리 모두 기로에 서는 순간이 다가온다. 나 역시 수많은 기로의 순간에서 변화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시절 서양 학문인 의생활학을 전공했다. 패션 디자인은 서양의 학문으로 대학 때 배웠던 모든 것은 서양인을 기준으로 한 커리큘럼이었다. 8등신의 패션 일러스트도 서양 사람을 기반으로 한 미의 기준이다. 동양인인 박 대표는 어딘가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박 대표는 ‘우리’만의 미를 찾기 시작했다. 기로에서 맞이한 첫 번째 변화였다. 그는 “내가 만드는 옷에 ‘진정성’을 담고 싶었다”며 “내가 그리는 디자인의 대부분은 한국적인 것에서 차용하는데 정작 그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본격적으로 한복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한 그는 2004년 ‘여백’이라는 한복 브랜드를 런칭한다. 한복을 패션의 개념으로 접근하며 창의성을 추구했던 그는 전통 오방색 한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한복에 데님과 레이스·벨벳 소재를 사용하는 등 새로움을 시도했다. 서울패션위크부터 해외 전시 등 성과를 보였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좌절을 겪고 2012년 호주로 떠났다. 기로에서 두 번째 선택이었다. 타국에서의 생활은 오히려 그에게 영감을 줬다. 그가 직접 만든 한복을 입고 호주 친구들과 만나니 반응이 매우 좋았다. 그때 한복이 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야심차게 돌아왔지만 시대는 변해있었다. 당시 한국에선 무관이 입던 ‘철릭’을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도록 변형한 ‘철릭 원피스’ 등 일상 패션으로의 한복을 추구하는 ‘신한복’ 붐이 일어나고 있었다. 선발주자라고 생각했던 그가 오히려 후발주자가 된 셈이다. 기로에 선 그는 과감히 ‘블루오션’으로 뛰어들었다. 현대적인 한복, 서양의 정장에 대척할 만한 남성 한복 슈트(정장)를 만든 것이다. 2015년 한복진흥센터와 함께 신한복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해 오방색 중 적색을 추상표현주의의 대표 서양화가인 마크 로스코 회화에서 영감을 받아 한복 디자인으로 제시했다. 이것이 한복 슈트 모태 디자인이 돼 그는 2017년 아시아의 전통에 서양 패션을 접목한 ‘기로에’의 문을 열게 된다. 이후 문체부와 한류 협업 콘텐츠 기획 개발 사업을 하는 등 그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한다. 그가 그리는 한복의 미래는 변화의 기로에서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넓혀가는 것이다. “다가오는 시대에는 직접 입는 실물 한복뿐만 아니라 AI 기반의 디지털화된 한복 문화콘텐츠 시장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많은 후배들이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이러한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양주시립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릴레이 개인전 첫 전시

양주시립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릴레이 개인전 첫 번째 순서로 9기 최형준 작가의 개인전 ‘LAB 1.0’이 오는 17일까지 스튜디오 3층 777갤러리에서 열린다. 최형준 작가는 전통 수묵화의 조형 언어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VR(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회화의 평면성 해체와 입체적 감각의 확장을 시도했다. LAB 1.0은 ‘선을 긋는 행위’를 회화의 본질적 언어로 바라보며 회화의 물리적·개념적 한계를 가상공간 안에서 실험하는 전시다. 전시 제목인 ‘LAB 1.0’은 회화라는 매체를 실험의 대상으로 삼고 회화와 기술의 융합 가능성을 초기 버전의 실험실(Laboratory) 형태로 구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관객은 전시장에 입장해 하나의 예술 실험실에 참여하게 되고 작가의 창작 과정을 추적하는 동시에 실험 결과를 직접 체험하게 된다. 전시에는 평면 회화와 조형 작업 그리고 VR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작품 등 총 10여점을 선보이며 일부 작품은 VR 장비를 통해 가상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다. 기술과 철학, 조형성과 몰입성이 혼합된 전시로 회화라는 장르에 대한 새로운 질문도 제기한다. 김지혜 문화관광과 미술관팀장은 “이번 전시는 작가의 창작을 예술적 실험의 과정으로 조망하며 관람객이 능동적으로 그 실험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구성”이라며 “양주시립미술창작스튜디오가 지역문화의 실험적 거점이자 예술 창작의 발전소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문화재단, 지역문화 사절단 ‘이천통신사’ 두 번째 유럽 공연

이천문화재단(이사장 김경희)의 지역문화 사절단 이천통신사가 지난 9일 이천무형유산전수교육관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이천통신사는 지난해 유럽 순회공연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데 이어 올해로 2회째로 오는 16일 두 번째 유럽 출범을 앞둔 이천통신사는 프랑스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에 방문하여 공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공연은 이천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이천거북놀이’와 동·서양의 음악가가 함께하는 ‘K-클래식’을 주제로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특히 올해 이천통신사는 이천시와 프랑스 리모주시의 양 도시 간 자매결연 10주년을 맞아 이천 지역문화 대표단으로서 리모주 퍼레이드(The Spring Cavalcade)에 단독으로 참여해 이천거북놀이를 주축으로 한 거리 행진, 풍물놀이 등 다채로운 공연으로 현지 관람객에게 새로운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이천문화재단은 지난해에 이어 국내 최초로 벨기에 소로다 문화재단과 공동으로 이천통신사 국외 공연을 주관하며 유럽 현지 문화계 인사를 공연에 초청해 이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글로벌 문화 네트워크 형성을 촉진한다. 이응광 이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천통신사는 이천 지역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이천문화재단은 이천통신사를 주축으로 해 국제적 지역 문화교류 증진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피아니스트 이영교, 해설 있는 독주회 ‘MusiCuration V’ 개최

끊임없는 연구를 바탕으로 곡의 다채로운 해석을 들려주는 피아니스트 이영교가 오는 30일 오후 7시30분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피아노 독주회 ‘MusiCuration V’를 연다. ‘MusiCuration’은 ‘음악을 큐레이션 한다’는 뜻으로 관람객이 곡 사이에 배치된 연주자의 설명을 들으며 음악 감상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해설이 있는 피아노 독주회다. 앞서 이영교 피아니스트는 지난 2020년 귀국 독주회 이후 네 명의 작곡가와 그들의 작품을 바탕으로 해설이 있는 ‘MusiCuration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5회를 맞이한 이번 공연에서는 L.Ornstein의 ‘9개의 소품’, F.Schubert의 ‘4개의 즉흥곡’, L.v.Beethoven의 ‘피아노 소나타’, C.Debussy의 ‘판화’를 감상할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영교 피아니스트가 각 작곡가의 각기 다른 개성을 잘 살려 각 악장이 품고 있는 아이디어와 색채, 인상을 피아노로 효과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곡의 배경과 감상 포인트를 쉽고 흥미롭게 전달해 L.Ornstein 등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작곡가와 그의 삶, 곡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이영교 피아니스트는 수원 영복여고를 졸업한 뒤 숙명여대 음악대학 피아노과 학사,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뉴잉글랜드 음악원 석사 졸업, 전문연주자과정 졸업 및 음악집중교육과정을 이수했다. 이후 보스턴대학교에서 피아노 연주학 박사와 문화예술경영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숙명여대와 육군사관학교 강사, 미국 뉴욕예술원의 한국분교 겸임교수, 명지대 객원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개관 14년 만에 상설전 개편한 경기도어린이박물관…‘공생’ 주제로 한 ‘우리는 지구별 친구들’

“사람, 동식물, 세균, 인공지능(AI) 로봇까지. 우리는 형태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만 ‘지구’에 산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공생’ 관계이지요.”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 개관 14년 만에 ‘공생’을 주제로 상설전을 새롭게 선보인다. 지구 곳곳의 수많은 동식물부터 인공지능(AI) 로봇까지 어린이가 공동체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공생의 방법을 알려준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지난달 17일 3층 상설전시실을 전면 개편해 ‘우리는 지구별 친구들’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두근 두근 연결된 우리’, ‘와글와글 지구별 놀이터’로 구성됐으며 총 8명 작가의 14개 체험 전시물을 펼쳐보인다. 먼저 전시의 1부 ‘두근 두근 연결된 우리’에서는 지구상의 모든 존재가 보이진 않지만 서로 연결돼 있음을 알려주는 체험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새로운 생명체로 변신하는 경험을 통해 다른 존재에 대한 공존 감수성을 길러보는 ‘우리 모두 변신’, 땅속에 있는 나무뿌리, 곰팡이, 미생물의 숨겨진 공생 관계를 들여다보는 ‘땅에서 보내는 초대’ 등 디지털 체험형 콘텐츠가 어린이들을 맞이한다. 특히 노진아 작가의 말하는 AI 거북이 ‘오로라’는 오염된 바다에서 도망나온 모습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각종 그물과 덫에 걸린 거북이의 모습은 기후 위기, 환경 문제에 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오로라’가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 오게 된 배경, 다른 생명과의 공생, 기후 위기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재미있는 대답을 들을 수 있다. 또 인근에 전시된 로봇 개 ‘레오’ 등 기계 동물들을 통해 미래공동체에 함께 할 특별한 동물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와 함께 몸의 각 부분을 새로운 시선으로 마주하는 ‘미래 신체 의상실’, AI 기술로 탄생한 디지털 휴먼 ‘로지’와 대화하는 ‘가상 친구? 진짜 친구!’ 등 로봇, 가상의 사람과 공존할 미래 사회를 상상하게 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어지는 2부 ‘와글와글 지구별 놀이터’는 어린이 관람객이 함께 모여 놀면서 서로의 기분과 생각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됐다. 박종진 작가가 설계한 ‘바음자리 놀이터’는 유기적으로 모든 공간이 연결된 구조물로, 낮은음자리표의 모습을 닮아 있다. 작가는 다 함께 모여 노는 공간이 낮은 곳에 연결된 음들처럼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작품을 완성했다. 소리와 손끝 감각만을 사용해 야구 경기를 볼 수 있는 박유진 작가의 ‘누구나 촉각 야구’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없앤 작품이다. 어린이 관람객은 야구공이 야구 방망이에 맞는 소리, 선수들이 뛰어가는 소리, 해설 위원이 설명하는 소리에 집중해 소리로 경기를 이해해보고 경기장의 오돌토돌한 감촉을 느끼며 마음의 눈으로 야구장을 본다. 작품은 어린이의 촉감을 발달시키고 눈이 보이지 않는 경험을 통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느끼게 한다. 또 환경 오염으로 위기에 처한 펭귄을 구하는 대형 조각 쌓기 ‘내 친구, 펭귄 구출 작전’, 동물원에 갇힌 동물의 입장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너의 시선, 나의 세상’, 미래 시대의 지속 가능한 연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상 작품 ‘수리솔 수중 연구소’ 등을 볼 수 있다. 송문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오랜 기간 고민했다”며 “앞으로도 안전하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와 동반자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온기가 필요한 세상…작품으로 인류애 충전” 신현옥 작가 ‘시선과 온기’

신현옥 서양화가는 스물한 번째 개인전을 준비하며 따스한 풍경과 시선으로 바라봤던 세상을 다시 꺼내 들었다. “온기가 정말 필요한 세상에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함께 서로를 돌아보고 돌봤으면 좋겠다”란 주제의식을 품고 전시장에 작품을 메웠다. 수원시립북수원전시관에서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열린 ‘시선과 온기’ 전에서 신현옥 작가는 그만의 시선으로 사람과 사물, 세상을 바라온 작가의 철학을 전시로 재구성해 옮겼다. 50대부터 작업한 작품들로 100호짜리 작품 7점 등 총 19점을 선보였다. 작품은 작가가 세상을 바라본 추억과 감성, 소통, 온기의 시선이 작가만의 조형언어과 기법으로 표현됐다. “젊을 때는 그러지 못했지만 나이가 들어보니 누구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유가 생겼어요. 나이를 먹은 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느낀 감정이 담겼습니다. 정을 통해 함께 온기를 피우고 나눴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반영했지요.” 40년이 넘도록 치매어르신들을 도우며 미술치료를 해 온 그의 인생 행로 역시 작품에 옮겨졌다.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회와 공존, 부모와 자식, 사랑과 추억 등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작품에는 누군가의 인생과 누군가의 추억, 누군가의 감성, 누군가의 아픔과 상처를 담고 있다. 이러한 시선들의 총합은 결국 삶으로 이어진다. 대표작 ‘시선과 온기’는 노란 개나리가 핀 꽃밭과 철길 등의 마을의 정취를 통해 유년시절의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옮겼다. ‘만선’을 통해서는 다시 용기를 내고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바라는 소망을 , 작품 ‘수련’에는 사람은 자연을 떠나 살 수 없다는 진리를 투영했다. ‘애국애족’에는 개인을 넘어 공동체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강조해온 작가의 마음가짐이 붓의 강렬한 표현을 통해 힘있게 드러났다. 작품마다 곱씹어 보며 다양한 해석과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점도 전시의 재미를 더했다. 물고기 눈에 그려진 십자가나 새댁의 그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 소 등 작가만의 언어는 그가 걸어온 구상회화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신현옥 작가는 “작품을 통해 그동안 작가로서 가지고 있던 예술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전시를 통해 알려주고 싶었다”며 “차가운 세상이라고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과 따뜻한 온기로 이 세상을 채워나가셨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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