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혼자인 생활을 즐긴 이들이 있다. 혼자인 생활은 사회와 단절을 만들기도 했지만, 예술적 역량을 더 강화시키기도 했다. 고립된 레지던시와 단절된 사회 안에서 예술인들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보여주는 전시가 열렸다. 지난 4일까지 아트스페이스 광교에서 진행된 수원아트스튜디오 푸른지대창작샘터 입주작가 기획전 땅은 잠든 적 없이다. 이번 기획전을 시작으로 오는 13일부터 9월까지 푸른지대창작샘터에서 릴레이 개인전을 이어나간다. 수원문화재단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 지역예술인들이 활발한 교류와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 수원아트스튜디오 푸른지대창작샘터를 마련했다. 이곳에 입주한 1기 작가들은 조용해 보이지만 잠들지 않고 계속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땅의 활동을 예술인들에 빗대었다. 1기 입주 선정작가는 고창선, 곽지수, 레레, 박영학, 박지현, 박형진, 박혜원, 봄로야, 송영준, 아웃스톨러, 이지현, 정진, 채효진, 한유진 등 14팀의 작가들이며 회화, 설치, 영상, 사진 등 총 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아크릴 페인팅, 도자, 숯, 쇼핑백 등 이들이 작품에 활용한 재료는 제각각이며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지만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은 조화를 이뤄나갔다. 박영학 작가는 같은 한국화를 하더라도 어떤 재료를 사용하고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에 따라 다른 한국화 작품이 나온다며 개성 넘치는 예술인들과 소통하면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루는 주제 역시 다양하다. 일회성으로 소모되고 쉽게 교체되는 약자들의 모습을 상징하는 작품부터 인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수적인 이동을 조명하기도 하며 공간의 한계를 넘어 소통이 가능한 것을 실험하기도 하는 등 삶과 사회적인 이슈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이들의 작업은 코로나19로 무기력함이 계속되는 가운데 타인 간의 관계, 정체성과 공동체 등 동시대 주제를 탐구하고 불안과 무기력, 우울을 호소하며 팬데믹 시대를 차분히 바라보고 관람객들에게 다가올 시간을 상상하게 한다.
전시관을 찾은 윤선희씨(29)는 "제각각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예술작품들이 작가들만의 개성이 넘치게 표현돼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게 흥미로웠다"면서 "무의식에 자리잡아 당연하게 생각했던 어떤 것들로 약자들에게 피해를 주진 않았는지, 생각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은진기자
공연·전시
김은진 기자
2021-07-05 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