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복과 복제 사이 관계를 묻다”…수원시립미술관 ‘세컨드 임팩트’展 [전시리뷰]

모든 원복은 복제본에 비해 우월한 위치를 갖는가. 모든 복제본은 원본에 비해 열등한가. 무엇을 원본이라 하고, 무엇을 복제본이라 할 수 있나. 지난 16일부터 경기도 수원시립미술관 4전시실에서 시작한 2024 수원시립미술관 소장품 상설전 ‘세컨드 임팩트’ 전시회는 관람객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원본과 복제의 관계를 조명한다. 과거 사진기의 등장은 수많은 예술가를 혼란으로 빠뜨렸다. 눈 앞의 실재하는 존재를 100% 똑같이 구현해낸 사진은 예술가들이 그린 회화에 대한 전면 도전이었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관점과 의도가 들어간 창작물로서 예술작품은 다시 그 가치를 인정 받았고, 사진 역시 수많은 논란을 거쳐 현재의 예술 장르로 자리 잡았다. 기술의 발전은 또다시 세상에 질문을 던졌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똑같이 구현해내는, 심지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원본의 훼손되고 낡은 모습까지 그대로 출력해내는 3D프린터와 생성형 AI로 제작된 예술작품에 제기된 숱한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 시대에 복잡한 합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이남의 ‘인왕제색도-사계’(2009) 작품은 유명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활용한 2차적 저작물로 원작품에 작가만의 관점이 담긴 연출과 해석을 가미해 2차적 저작물이 가져야 할 ‘창조성’을 보여준다. 비가 오고, 짙은 푸른 녹음에서 노랗고 붉은 단풍이 들며 불 떼는 아궁이로 눈발이 날리는 사계절을 표현한 4분짜리 영상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다. 이어 관람객은 230cm의 거대한 인형탈과 마주하게 된다. 인형탈은 비닐형태로 제작된 에어슈트로 푸근한 풍채를 자랑한다. 시립미술관은 특정 이벤트 시간 때 관람객이 직접 에어슈트를 착용할 수 있게 했다. 에어슈트를 입어본 관람객은 바로 앞에 자리한 거울을 통해 직접 손을 흔들며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등 자신을 관찰할 수 있다. 인형탈은 바로 홍순모 작가의 높이 61cm의 조각작품 ‘나의 죄악을 씻으시며’(1990)라는 원본을 바탕으로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작품이다. 사람 몸보다 거대한 인형탈을 한참 구경하고 뒤를 돌면 그 뒤에 까맣고, 작고, 단단한 원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며 겉옷을 걸친 어두운 표정의 작품은 삶에 지친 가장을 떠올리게 만든다. 원작은 힘겨운 삶을 지나온 노동자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시꺼먼 석탄이 마치 인간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원작은 사람이 돌이 된 건지 돌이 사람이 된 건지 의심케 한다. 인간을 주제로, 인체를 소재로 삼는 홍 작가는 1950~60년대 목포에서 마주한 삶의 형상을 작품에 담아냈다. 전시를 기획한 수원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일반적인 전시에서 관람객의 작품별 관람 시간이 평균 15~30초 사이로 조사됐다는 2014년 뉴욕타임스 보도에 기반해, 보다 오래도록 작품에 깊은 시선을 가지길 바랐다”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2차 창작물을 보고 그 후에 전혀 다른 분위기의 1차 원작물을 볼 때 그 충격은 2배로 다가와 비로소 ‘세컨드 임팩트(두번째 충격)’가 전해진다. 이어 김경태의 사진 작품 ‘서북공심돈’(2019)에는 작가의 작품과 같은 피사체를 촬영한 자료 사진이 나란히 놓여있다. 서북공심돈은 수원 화성에 있는 조선 후기 치성 위에 공심돈을 설치한 망루로 여러 시간 동안 복원을 거쳤다. 작가는 서북공심돈을 여러 시간대, 여러 각도에서 촬영하고 이를 조각조각 구성해 하나의 평면 화면에 구성했다. 모든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합성한 사진이기에 현실의 사진과 다른 비현실성을 갖는다. 바로 그 작품 앞에 놓인 모니터를 통해 관람객은 서북공심돈의 다양한 사진을 직접 확대하고 축소해보며 어느 부분을 촬영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전시는 관람객에게 어떠한 지점에서 사진이 ‘예술’과 ‘자료’로 구분되는지 질문한다. 4전시실의 마지막 파트 주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테세우스의 배’이다.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아테네에 귀환한 테세우스의 배를 아테네 사람들은 배의 판자가 썩으면 낡은 판자를 떼어버리고 더 튼튼한 새 판자를 박아 넣으며 계속해서 보존했다. 시간이 흐르고 테세우스가 있었던 원래의 배의 한 조각도 남지 않을 때 과연 그 존재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전시실에는 유의정 작가의 도자기로 만든 ‘액체시대’(2014) 작품과 크기 및 형태가 같은 3D 출력물, 그 출력 과정을 담은 영상 데이터 총 3가지가 삼각형의 구도로 전시돼 있다. 테세우스의 배처럼 원본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느 정도의 변형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때 태초의 원본을 그 모습 그대로 출력해낼 수 있는 데이터(기능적 저작물)-지금 시점의 원본의 모습을 그대로 복사한 3D 출력물(복제물)-태초의 원작품 사이의 삼각관계에 대해 사유하게 만든다. 수원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원본과 복제 간의 가치 관계 및 경계와 원본에 대한 정의 등의 질문은 메타버스와 가상화폐에 대한 논의로도 확장될 수 있다”며 “수원시립미술관 소장품을 활용한 전시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찾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 방랑자의 실체 없는 기다림”…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리뷰]

“이젠 뭘 할까?”. “기다려야지”. “누구를?”. “고도!”. 블라디미르(디디, 박근형)는 무덤에 걸터앉아 무덤으로 끌어내려지는 반복되는 인생에 의문을 제기한다. 디디의 오랜 동반자 에스트라공(고고, 신구)은 더 이상 고도를 기다리는 일을 못 하겠다고 말한다. 또다시 고도를 기다리며 무엇을 할까라는 질문에 디디는 “나무에 목이나 맬까?”라고 말한다. “그러다 고도가 오면?” “우리는 사는 거지”. 대화를 마친 두 방랑자는 “가자”를 외치고 다시 길을 떠난다. 지난 9~10일 화성시 동탄복합문화센터 반석아트홀에서 막을 내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아일랜드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희비극이다. “에스트라공(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라는 두 방랑자가 실체가 없는 인물 ‘고도(Godot)’를 하염없이 기다린다”라는 한 줄 남짓한 줄거리에 담긴 내용은 꽤나 심오하고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코믹하다. 유쾌하면서도 씁쓸함이 담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인간의 삶을 ‘기다림’으로 정의하고, 그 끝없는 기다림 속에 인간이란 존재의 특성을 보여준다.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역작, 국내외 최고령 ‘디디’와 ‘고고’가 펼친 두 배우의 열연 ‘고도를 기다리며’는 1953년 파리 첫 공연을 시작으로 전세계에서 다양한 해석의 무대가 펼쳐지고 있다. 국내서는 1969년 초연 이후 50년 동안 1천500회 이상 무대로 사랑 받아온 작품이다. 이번 무대는 지난해 12월 파크컴퍼니가 제작하고 오경택 연출로 막을 올렸다. 대표 배우인 신구(88), 박근형(84)이 처음으로 연기합을 맞춘 작품이자 박정자(82), 김학철(64) 등 출연 배우 네 명의 연기 경력만 총 220년이 넘는 캐스팅으로 화제가 됐다. 서울 국립극장에서 첫 공연을 올린 데 이어 울산, 춘천, 세종, 강릉, 대구, 대전 등 전국 지역 순회 공연을 펼치고 있는 작품은 지난 5~6일 경기도 고양, 9~10일 화성까지 50회차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다음 달 열리는 제60회 백상예술대상의 연극 부문 후보에도 올랐다. ■ “고도란 과연 무엇인가, 존재하기는 한 걸까?”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모으는 배우들의 합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설렘 때문일까, 지난 10일 오후 3시께, 무대가 시작되기 직전 객석은 들뜬 표정의 관객들로 가득찼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어린 자녀부터 백발의 70~80대의 노인까지 연령도 성별도 다양했다. 암전 속 두 배우는 등장만으로 몰입을 자아냈다. 무대에는 앙상하게 비튼 나무 한 그루와 두 노인뿐이다. 만담처럼 끝없이 주고 받는 고고(신구)와 디디(박근형)의 대화는 객석에 웃음을 유발했다. 두 사내는 ‘고도’를 기다린다고 말하지만 정작 두 사람 모두 명확히 고도가 누구인지, 왜 기다리는지는 본인들조차 알지 못한다. 고고는 “우리는 고도, 그 자에게 묶여있어!”라고 외친다. 고도를 기다리는 고고와 디디의 쉼 없는 대화에 몰입하고 있을 때, 목에 끈이 묶인 남루한 노새와 같은 짐꾼 럭키(박정자)와 이를 이끄는 사내 포조(김학철)가 등장한다. 짐을 들고 채찍에 휘둘림 당하며 땅만 바라보는 럭키의 존재는 과연 인간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만들고, 포조는 자신과 같은 신이 만든 존재인 동족(인간)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 다양한 인간 군상…‘포조’가 될 것인가 “수치스럽다!” “어떻게 한 인간을 이렇게 취급해!”라고 디디가 외친다. ‘고도를 기다리며’ 속 캐릭터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디디는 낙관적이면서도 선하고, 그러면서도 지적이고 철학적인 사유를 하는 존재이다. 반면 고고는 다소 소극적이고 비관적이며 때로는 염세주의적이다. 적당히 못된, 미워할 수 없는 우리 주변의 캐릭터다. 닮은 듯 다른 영혼의 동반자 두 사내는 어쩌면 한 인간의 양면적인 모습일 수도 있다. 반면 포조와 럭키는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심연의 모습과 같다. 포조는 자신과 같은 모든 인간이란 존재에게서 얻을 게 있다고 말하며 디디와 고고에게 신사처럼 굴다가도 럭키를 마치 가축처럼 부린다. 럭키가 시장에 내다버릴 것을 무서워해 불쌍한 척 하며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고 말하는 포조는 탐욕적이면서도 권위적인 인간의 이중성, 아이러니함을 드러낸다. ■ 주인의 밧줄에 저항하는 럭키 “생각해”라고 다그치는 포조의 채찍질에 럭키는 마침내 입을 연다. 그때부터 10여분간 이어지는 럭키, 박정자의 독백은 가히 압권이었다. 내내 땅바닥만 보던 럭키는 머리에 모자를 쓰게 되자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 작았다가 커졌다가, 높았다가 낮았다가 마치 방언처럼 알 수 없는 내용의 대사를 쏟아낸다. 흥미로움과 재미로 지켜보던 객석의 표정은 이내 심각해졌다가 슬퍼지는 듯 했다. 포조가 모자를 벗겨내자 다시 럭키는 침묵하고 둘은 사라진다. 국내 무대서 유일하게 여성으로 ‘럭키’ 역을 맡은 박정자 배우는 작품 소식을 듣고 “럭키 역할을 하고 싶다”며 제작사에 적극적인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럭키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열연을 펼치는 박정자 배우의 모습을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바탕 떠들썩함이 지나간 자리 이번엔 소년(김리안)이 찾아온다. ‘고도’가 과연 실체하는 존재인가 의문을 가질 때쯤 고도의 부탁을 받고 찾아왔다는 소년과 그가 들려주는 고도에 관한 묘사는 다시금 고도라는 존재가 실재함을 믿게 만든다. ■ 달라진 아침, 희망은 시작된 걸까 밤을 지나 찾아온 아침. 여전히 두 노인은 고도를 기다리며 서로에게 기대어 있다. 이때 디디는 무언가 변화가 생겼음을 눈치챈다. 말라 비틀어졌던 나무에 오늘은 잎이 달려 있는 것이다. 고도를 기다리며 고고와 디디는 포조와 럭키를 따라하는 놀이도 해보고 우스꽝스런 춤을 추거나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 두 사람 앞에 알 수 없는 풍파를 겪은 포조 일행이 재등장하고, 다시 소년이 찾아왔다가 소년도 떠난다.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고고에게 디디는 ‘나무에 목이나 맬까?’라고 말하고, “그러다 고도가 오면 우리는 사는 거지.” 라고 말하며 두 존재는 다시 서로에게 기대 각자를 이끌며 길을 떠난다. ■ 기다림의 끝은 희망일까, 절망일까 2시간30분 가량 이어진 무대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새 없이 휘몰아치는 연기로 관객을 이끌었다. 누군가 연극은 관객과의 호흡이 생명이라 한다. 무대가 끝난 후 관객에게 깊이 머리 숙여 인사하는 팔순이 넘는 노배우들의 감사 인사에 객석은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실체 없는 고도와 같은 극을 이끌어간 것은 배우의 열연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 과연 고고와 디디는 고도를 만났을까. 전세계 숱한 이들이 ‘고도’라는 존재에 대해 신, 희망, 구원 또는 죽음, 자유 등 다양한 해석을 내놓지만 원작자 베케트조차 ‘고도’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고도는 두 방랑자를 하염 없이 기다리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밤을 지나 또다시 다음날을 살아내게 만들고, 그러면서도 떠날 수 없게 얽매는 존재이다. 결말에 대한 해석 역시 다양하다. 누군가는 또다시 반복되는 하루의 모습에 허무함과 절망을 느낄 수도, 누군가는 조금씩 변화한 모습에서 고도는 결국 만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도 있다. 작품은, 인생 그 자체가 기다림이라 말한다. 어쩌면 우리가 일생 내내 그토록 갈망하는 무언가는 실체 없는 허상을 좇는 것일 수도 있다. 알 수 없는 기다림의 과정에서 우리는 부조리함과 역설을 저지르기도 그러면서도 때로 그 안에는 유쾌함과 즐거움, 행복함도 있다. 작품은 당신이 기다리는 ‘고도’는 무엇이냐고 질문한다. 단일 캐스팅(원 캐스트)으로 지난해부터 쉼 없이 달려온 작품은 이달 26일부터 ‘럭키’와 ‘소년’ 역의 변화와 함께 관객의 호응에 힘입어 열흘간 서울서 9회의 앵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불교미술 속 여성의 자리…용인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리뷰]

불교에서 여성은 어떤 존재일까. 분명 불교는 만물이 부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가르침을 전파하지만, 여성은 자질이 부족해 성불할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불교 사회와 불교 미술이 성행했던 시기, 수많은 여인들은 그 모순과 충돌 속에서도 불교를 지탱해왔다. 지난달 27일부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조망하는 대규모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은 그 흔적과 자취를 찾아나선다. 이번 전시는 한국, 중국, 일본의 불교미술 속 다양한 여성상을 만나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이면에 자리한 사회와의 관계, 그들 내면의 자기 인식과 고뇌까지 엿볼 수 있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전세계 27개 컬렉션에서 모은 불화, 불상 등 불교미술 작품 92건(한국 48건, 중국 19건, 일본 25건)이 한데 모였다. 리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국립중앙박물관 등 9개 소장처에서 가져온 국보 등 문화재 40건뿐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주요 소장처에서 대여한 미술품과 문화재 52건도 전시됐다. 1부 ‘다시 나타나는 여성’에서 관람객들은 불교미술에서 여성이 어떤 형상과 모습으로 나타나 어떤 존재로 자리매김해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 ‘어머니’는 전근대기 동아시아 사회가 여성에게 기대했던 가장 큰 역할이었기에 어머니와 연관된 여성상이 눈에 주로 띈다. 석가모니의 어머니 마야부인이 위엄 있게 앉아 있는 ‘석가탄생도’가 그렇다. ‘이모육불도’ 역시 석가모니의 이모이자 양모인 ‘대애도(大愛道)’를 최초의 여성 출가자 대신 태자의 이모이자 양육자로 그려낸 작품이다. 동아시아 불교문화권에서 여성은 정념과 집착을 만들어내는 부정한 근원으로 비춰지며 작품 속에 소환되기도 했다. 일본 무로마치시대의 ‘구상시회권’이 대표 예시다. 이 불화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적나라한 시신으로 묘사하면서 신체를 대상화 했기 때문이다. 부처의 자비를 나타내는 관음보살의 형상은 시시각각 변해왔다. 이 가운데 관음보살이 여성처럼 묘사되고, 또 여성으로 인식되고 재현되는 과정 역시 전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자비를 여성의 가치로 인식하던 중국 문화권에서는 아이를 안고 있는 관음보살을 그린 ‘송자관음보살도’와 같은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전시장엔 부처와 불교도들을 지키는 수호신, 부처의 가르침을 받드는 신들의 모습도 여신으로 나타났던 사례들도 많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당시 교단과 사회가 여성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떤 가치로 엮어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2부 ‘여성의 행원(行願)’는 불교미술 속 여성들의 공헌을 조명하는 자리다. 공덕을 쌓고, 성불을 꿈꿨던 여성들은 불상과 불화를 만들면서 시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발원 기록을 남겼다. 공식적인 역사서나 문헌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꿈꿨던 내세에 대한 바람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장을 열어준다. 전시장 곳곳의 불상과 불화, 자수불화 등 미술품을 통해선 후원과 제작의 주체였던 여성들의 마음도 살필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승혜 리움미술관 학예연구원은 “한·중·일에서 발전해온 불교미술을 젠더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최초의 대규모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여성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불교미술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여성의 공헌과 염원이라는 관점에서, 전통 미술 속에서 새로운 동시대적 의미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6월16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 만지며 즐기는 ‘쿵짝공원 속 친친’ 展 [전시리뷰]

“쿵쿵쿵, 누군가의 발소리! 짝짝짝, 박수 소리도 들려요. 아모와 파우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어느 날 인형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면, 책상에서 팔과 다리가 튀어 나와 거실을 걸어다닌다면? 어린시절 한번쯤 상상해봤던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진다. 지난 14일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개막한 수원시립미술관의 관람객 참여형 프로젝트 ‘쿵짝공원 속 친친’은 현대사회 내 다양한 ‘반려’의 존재를 떠올리게 하며 관람객을 동화 속으로 안내한다. 전시에는 손과 발을 작품에 자주 활용하는 ‘깪’과 ‘이학민’ 두 현대미술 작가가 쿵짝공원에서 ‘친친(친한 친구)’을 찾아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동화 속 이야기에 직접 만지며 체험할 수 있는 설치미술 작품을 접목했다. 섹션은 깪 작가가 어린 시절 상상 속 인물을 나만의 ‘친친’으로 탄생시킨 ‘아모의 보물찾기 여행’과 이학민 작가가 가구에 손과 발을 만들어 즐겨보던 만화 속 주인공처럼 멋진 친구로 만들어 낸 ‘파우를 찾아서’ 두 가지로 구성됐다. 관람객에게는 쿵짝공원 지도를 제공해 아모와 파우를 찾는 탐험으로 초대한다. 첫 번째 섹션은 나무에서 자라난 반려인간 ‘아모’가 머리카락 속 비밀의 씨앗을 가지고 보물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손을 머리 위로 펼치듯 앙증맞게 나무에 매달린 아모를 만져보면 푹신푹신한 느낌이 든다. 보물을 찾아 나선 아모는 초록의 언덕을 만난다. 아모는 예쁜 꽃을 함께 즐길 친구가 생기길 바라며 구멍에 씨앗을 넣는다. 언덕에 손을 넣어 쑥 잡아당기자 아모의 친구들이 땅에서 튀어나온다. 아모는 “나의 보물은 바로 친구들이었어”라고 외친다. 프랑스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하고 국내에서 다양한 팝 전시회를 열어온 깪 작가는 “외동으로 자라 어린 시절 상상 속 친구들과 행복한 추억이 있다”고 말했다. 깪 작가는 “늘 하고 다니는 귀걸이라는 전형적인 공산품에 이야기를 넣고 싶었다”며 “나무에서 자라난 열매 아모를 똑 떼 반려귀걸이로 차고 다니듯 각자가 자신만의 아모를 맘껏 상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모의 곁엔 숨바꼭질을 좋아하는 ‘파우’가 남긴 발자국이 있다.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재주꾼 파우는 큰 발을 숨기지 못해 잘 들키곤 한다. 관람객은 파우가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지 상상하며 그를 찾아 나선다. 파우를 찾아나서는 길에 자리한 은색 나무는 지나는 모든 것을 은빛으로 바꾼다. 관람객은 나의 모습도 은빛으로 변했을지 상상해본다. 그렇게 쿵짝공원을 탐험을 마치자 빼꼼 토끼와 깡총 토끼가 꽃 선물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파우야, 내가 아끼는 건 쿵짝공원에 놀러온 친구들이야!”라고 전한다. 국내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네덜란드에서 디자인 공부한 이학민 작가는 어린 두 자녀의 아빠이기도 하다. 작가는 “관람객에게 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건 너희야, 우리 같이 친구하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대미술은 어렵고 전시는 조심스럽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곳에선 반려가구인 파우가 변했을 만한 의자나 벤치에 직접 앉아보고 가구 위치도 옮겨보며 전시를 즐기길 바랍니다.” 이처럼 이번 프로젝트는 직접 만지는 체험이 특징이다. 전시를 마치면 관람객은 바로 옆 체험실에서 나만의 반려인형을 만들거나 반려가구를 직접 그려 전시하는 체험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수원시립미술관은 다음 달부터 전시와 체험활동에 더해 전시관 인근의 만석공원에서 다양한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원탐구 프로그램도 연계할 계획이다. 전시를 기획한 황현정 수원시립미술관 학예사는 “현대사회에서는 식물, 곤충, 가구 등 내가 애정하는 다양한 존재가 반려가 될 수 있다”며 “작품을 통해 어린 친구들이 나만의 친구를 찾아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7월21일까지.

‘세계평화’ 지향한 백남준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일어나 2024년이야!’ [전시리뷰]

백남준이 지향한 세계평화의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1984년, 그가 세상에 내놓은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예술을 통한 소통과 화합으로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했던 백남준의 심지를 엿보게 한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이 40년 전 주문한 이 같은 평화의 메시지를 재설정해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를 열고 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백남준이 1984년 새해에 뉴욕과 파리 등을 실시간 연결했던 위성 텔레비전 생방송이다. 미디어 감시와 전쟁이 끊이지 않는 미래 사회를 그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해가 됐을 때, 백남준은 고인이 된 오웰과 소설에 대한 응답으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내놓았다. 백남준은 오웰이 우려했던 통제의 기술을 당시 전세계 2천500만명의 시청자들이 함께 하는 소통의 기술로 전환해 보여줬다. 이번 전시에선 뉴욕 라이브 방송과 이를 구성하는 22개의 시퀀스 중 주요 장면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커다란 스크린을 가득 채운 ‘과달카날 레퀴엠’(1977)이 흘러나온다. 백남준은 샬럿 무어먼과 제2차 세계대전의 흔적이 남은 과달카날 섬을 찾아 참전 군인과 주민을 인터뷰하고,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 작품은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비디오의 역할, 상흔을 치유하는 예술의 힘, 전쟁 없는 사회를 향한 백남준의 바람이 담겼다. 이 외에 전쟁의 위협과 인류의 현재를 환기하는 백남준의 또 다른 위성 프로젝트 ‘세계와 손잡고’(1988)와 텔레비전을 가득 실은 자전거 로봇을 통해 21세기의 정보 중심 사회를 예견한 백남준의 조각 작품 ‘칭기즈 칸의 복권’(1993),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내용과 형식을 오마주한 바밍타이거·류성실의 ‘SARANGHAEYO 아트 라이브’(2024)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전시실 2층에선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 참여했던 당대 수많은 예술가들의 활동을 본따, 동시대 미디어 작가 9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빅브라더 블록체인’ 전시가 진행중이다. 홍민키 작가는 ‘라이브 방송 중 해킹 당한 BB?!??’ 영상을 통해 디지털 세계에서 벌어지는 감시와 착취를 드러냈다. 장서영 작가는 초개인화되는 미디어와 인류의 운명을 위태로운 비행에 빗대어 표현한 ‘터뷸런스’를, HWI(휘) 작가는 화석연료가 고갈된 뒤의 가상의 미래를 그린 ‘너의 전생’을 선보인다. 이 밖에 권희수의 ‘나선필름’, 삼손 영의 ‘제단 음악(우유부단한 신자를 위한 예배)’, 상희의 ‘원룸바벨’, 이양희의 ‘트립 더 라이트 판타스틱’, 조승호의 ‘은신처’, 히토 슈타이얼의 ‘태양의 공장’ 등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는 현대 예술을 만날 수 있다.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40년 전 백남준은 당시 소수의 권력만이 접근할 수 있었던 TV 방송의 긍정적 쓰임과 기술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관람객들이 백남준이 보여주고자 했던 세계 평화의 가치가 동시대에 어떻게 작동하고 있고, 우리에게 유효한 가치는 무엇인지 사유하는 시간을 갖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2025년 2월23일까지.

수원 미술사의 살아있는 역사, 그의 생애와 발자취 담긴 ‘이길범: 긴 여로에서’ [전시리뷰]

지천명을 훌쩍 지나 구순을 넘기고 어느덧 100세를 바라보는 이의 눈에 담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70여년의 화업, 한 세기라는 생애 긴 여로를 걸어온 우당 이길범 작가의 발자취를 통해 수원을 포함한 한국 미술계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지난달 27일부터 경기도 수원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한 ‘이길범: 긴 여로에서’에서는 온화하면서도 담백한 조형성을 가꿔온 이길범 작가가 수학기에 그린 작품부터 최신작까지의 작품 22점을 선보인다. 전시에선 ‘영모화조(새, 짐승, 꽃)’와 ‘인물’, ‘산수풍경’ 등 3가지 주제로 구분된 그의 대표작과 1940년대 습작과 집필서와 삽화가로 활동하던 작가의 젊은 시절 및 은사 이당 선생과의 추억이 담긴 아카이빙 자료 70여 점이 공개됐다. 1927년 수원군 양감면(현 화성시)에서 태어난 이길범은 17세가 되던 1944년 산수, 화조, 인물 등 전 분야에서 큰 명성을 떨쳤던 이당 김은호(1892~1979)를 만나 사제의 연을 맺었다. 이당 선생이 학생들을 지도했던 교습기관인 낙청헌 화숙을 비롯해 그의 문하에서 보낸 6년의 시간은 이길범 작가에게 깊은 영향을 남겼다. 1949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출품을 앞두고 이당 선생은 제자가 스승보다 대성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길범에게 ‘우당’이라는 호를 지어주기도 했다. 영모화조는 이길범 작가에게 가장 의미 있는 소재로 꼽힌다. 작가는 지난 1949년 제1회 국전에서 따뜻한 봄볕 아래 노니는 오리를 담은 화조화 ‘춘난’으로 입선하며 등단했다. 1981년 수원백화점에서 열린 첫 번째 개인전의 대표작도 꿩과 까치를 그린 영모화였다. 낙청헌 화숙의 채색화풍 작화 경향은 시적 정취가 풍기는 이길범의 서정적인 화풍의 밑거름이 됐다. 이번 전시에선 작가의 수학기이자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인 ‘오수’(1948) 등을 만날 수 있다. 이길범은 근대기 마지막 어진(御眞) 화가였던 스승 김은호의 화풍을 수련하며 정밀한 필치와 품격있고 우아한 채색기범을 익혔다. 이에 6·25전쟁으로 작품활동을 중단했던 그가 작가로서의 재기를 위해 제4회 국전에 출품한 ‘추향’(1955) 역시 인물채색화였다. 이후 1988년부터 이길범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고증과 심사를 거쳐 지정되는 정부 표준영정 제작에 세 차례 참여하며 인물화가로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전시에선 대중에게 가장 각인된 작가의 대표 인물화이자 그를 정부표준영정 작가로 만들어준 첫 작품인 조선 22대 왕 정조의 어진(1988), 정조대왕의 충신이자 수원화성 축성의 주역이었던 조선 후기 무신 조심태의 초상(2011)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영정 작품이 견고함과 위엄성을 자아낸다면 은은하게 피어난 연꽃과 담백한 색채로 표현된 여인의 모습이 담긴 ‘청아’(2003) 등의 인물화에서는 생기로움과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이는 세상에 대한 작가의 온화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느끼게 한다. 특히 산수풍경화는 수원 작가로서 이길범의 정체성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장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소재는 수원화성이다. 정조는 양주 배봉산에 있던 묘를 최고 명당으로 꼽히던 수원부의 화산으로 옮겨 현륭원이라 명했는데, 삽화가 시절 이길범의 예명이 ‘이화산’이었다는 일화를 통해 고향에 대한 작가의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작가는 1982년 수원의 첫 한국화 동인 성묵회 결성을 시작으로 수원 미술계를 이끌어 왔다. 옅은 먹과 청량한 청색이 어우러진 대표작 ‘수원화성’(연도미상)을 비롯한 산수풍경화에서는 기나긴 여로를 지나 전통적 소재와 화법에서 자유로워지는 작가의 현대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실제 세상의 물리적 크기나 관점에서 나아가 대상을 재조합하거나 상상을 바탕으로 회화화하며 독특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채영 수원시립미술관 학예사는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조명이 부족했던 수원작가에 대한 재평가와 연구의 일환이자 수십 년간 지역을 빛내온 원로작가 이길범을 조명하는 자리”라며 “작가의 온화하고 담백한 미감이 주는 정서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전시는 오는 6월9일까지.

“자연이 만든 낯선 행성으로의 초대”…전원길, ‘풍경의 법칙’展 [전시리뷰]

세상에 마지막 남은 공간과 그곳의 색은 어떠한 모습일까. 지난 40년 동안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작업을 이어 온 전원길 작가는 고향 수원에서 20년 만에 ‘풍경의 법칙’ 전시회를 열며 세상의 마지막 남은 공간이 펼쳐낸 또 다른 세계의 탄생을 그려냈다. 예술공간 아름 개관 2주년을 맞이해 지난 9일 개막한 전시에서는 작가가 2021년 완성한 ‘풍경’ 시리즈와 2022~2024년 사이 완성한 ‘풍경의 법칙’이란 주제의 신작 등 총 50여 점을 지하 공간(실험공간 UZ)과 지상 공간(아름) 각기 다른 두 개의 층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작가의 작품은 풍경의 ‘색’에서 출발해 ‘색’으로 완성된다. 1990년대 초 인간의 존재 형식을 회화 방식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시작한 작가는 1990년대 말 영국 유학 시절 주변 사물의 색에 주목하게 됐다. 그에게 풍경이자 배경, 자연과 색은 무언가를 담아내는 데 사용되는 도구나 수단이 아닌 그 자체가 구현의 대상이다. 작가는 “가만히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풍경의 색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다”고 말한다. 짙고 깊은 어두운 밤을 지나 날이 밝아오기 직전의 여명. 작가는 ‘풍경’(2021-3) 작품을 통해 어둠에 빛이 살짝 들어온 어슴푸레한 그 순간을 담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고요하고 적막한 어둠의 순간에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이 사라지고 태초의 풍경이 드러난다. 작가는 그 속에 펼쳐진 낯선 공간 안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작가는 평면 속에 입체감을 부여해 공간을 만들고 세우고 무언가를 올려 놓는다. 필름처럼 펼쳐지는 그라데이션은 배경 안에 공간을 만들지만 주변으로 벗어나면 공간의 깊이는 사라지고 원래의 평면 상태로 돌아간다. 작가는 “물체가 있어야 공간을 실감하듯 평면 속 공간을 만들고 연결하고 무언가를 세우는 건 자연 속에서 움직이며 작업하는 것과 같다”며 “내 안의 자연성과 실재하는 자연을 어떻게 만나게 하고, 그 둘 사이의 통로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를 고민해왔다”고 말한다. 지하의 공간이 그 안의 내면의 풍경 색을 표현한 것이라면 2층의 공간에선 마른 나뭇잎, 빨간 고추, 썩은 나무 토막, 달개비꽃, 마른 억새 이파리, 가을을 지나 겨울이 돼 완전히 말라 부스러기 직전의 단풍 등 실재하는 존재에서 영감을 받은 외부의 풍경 색을 표현했다. ‘푸른 아기 새’(2024) 등 신작에서 작가는 세상의 마지막 공간의 모습을 상상했다. 배경, 즉 풍경에서 출발한 색은 얇은 색과 명암의 표현으로 입체적인 공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색과 명도의 그라데이션으로 켜켜이 쌓인 층의 색 띠를 그려내며 하나의 공간을 탄생 시켰다. 이는 자연에서 튀어나온 빛의 한 조각일 수도, 흘러가는 시간을 따로 떼낸 조각일 수도 있다. ‘백색 풍경’(2024) 작품에선 마지막 빛이 횃대의 끝자락에 달린 횃불로 남아있고, ‘마지막 공간’(2024) 작품에선 시간이 만든 공간에서 탄생한 어떠한 존재가 자신이 탄생한 곳을 바라봄과 동시에 소멸하는 탄생과 소멸의 순환을 드러냈다. 작가는 “색이 만들어 준 공간에 들어가 그림 속을 거닐며 자기 안의 이야기를 경험해보라”고 말한다. 기암괴석 등 동양의 산수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 ‘풍경 속 풍경’(2024)이 그러하다. 자연이, 풍경이 만든 낯선 외계 행성에 들어가면 그 속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나무와 바위가 있다. 사물에서 색을 떼어내고, 빛을 분리시키고, 그것을 다시 색과 명암, 빛과 형상을 따로따로 조합하여 풍경을 재조립한다. 눈에 보이는 자연을 해체하여 다시 화면 속에 그 요소들을 집어 넣는다. 그렇게 자연의 세계와 다른 형식으로 변주된 그만의 풍경이 탄생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풍경이 만들어낸 낯선 공간. 작가는 “색이 이끄는 대로 그 뜻을 실현하는 회화 작업과 이에 영감을 주는 자연 속 야외에서의 작업 사이 상호 연계의 실험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22일까지.

‘사물, 현상’의 본질 들여다보는 ‘개는 뼈다귀를 훔쳤다’ [전시리뷰]

우수한 콘텐츠를 갖고 있는 ‘예비 예술인’들이 경기상상캠퍼스에서 특별한 전시를 열었다. 있는 그대로의 기능에서 벗어나 ‘사물, 현상’ 등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작품들이 한 데 모였다. 경기문화재단은 ‘예비예술인 창작시연 공간지원사업’으로 올해 ‘2기적팩토리’의 전시를 선정, 지난 15일부터 오는 29일까지 경기상상캠퍼스 디자인1978 전시실A에서 ‘개는 뼈다귀를 훔쳤다’ 전시를 열고 있다. 예비예술인 창작시연 공간지원사업은 우수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지만, 해당 콘텐츠를 전시할 공간이 없는 경기도내 예비 예술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경기상상캠퍼스의 장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학에서 문화예술 관련 전공을 했지만, 학교 선생님 등 다른 직업활동을 하다가 다시 예술활동을 이어가는 작가 10명의 작품 61점을 볼 수 있다. 전시는 이솝우화 ‘욕심 많은 개’의 이야기를 통해 기획됐다. 욕심을 부려 뼈다귀를 놓친 개의 행동을 해석하는 모습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세계에 대한 인식이 단편적이고 국한됐음을 알려준다. 최영귀 작가는 사별한 남편의 옷가지, 벨트 등의 유품을 오브제로 사용한 사진작품을 선보인다. 사냥을 즐겼던 남편의 옷을 사냥터 여기저기에 걸어 그리움을 표현한 ‘Woods’, 최 작가의 뒷모습에 남편이 사냥한 동물의 뿔을 오브제 한 ‘A deer’ 등이다. 작가는 흘러가는 과거의 시간, 변형되는 사랑과 기억 속 작가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한희준 작가는 ‘Plastic’ 등 찌그러진 플라스틱을 활용한 작품들을 내걸었다. 언뜻 보면 각종 물병·음료수병을 스케치한 그림 같지만, 찢기고 뜯긴 플라스틱을 촬영한 사진이다. 그는 편리함을 가져온 동시에 재앙을 가져다 준 물질로 플라스틱의 속성을 부각했다. 특히 플라스틱을 촬영한 뒤 프린트 해 감광액과 인화지를 만들고, 색을 입히고 덜어내는 과정을 거치는 ‘검 바이크로메이트(Gum Bichromate)’ 기법을 활용했다. 이미경 작가는 사진과 트라우마의 접점을 영민하게 활용했다. 이 작가는 설치 작품 ‘기억 보자기’를 통해 어머니에게 닥쳤던 큰 사고를 직면한 뒤 자신에게 남은 트라우마를 중첩시켰다. 오랫동안 모아둔 어머니의 사진을 얇은 천에 인화해 보자기 모양의 조형물을 만들어냈다. 특히 조정호 작가는 소리와 주파수가 일으킨 파동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미디어아트 ‘THE MOMENT’를 선보였다. 작품은 눈, 비, 바람, 번개 등 자연 현상을 모티브로 해 영상을 재구성하고, 소리의 파편들을 더욱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레이저빔을 합성해 평면적인 스크린을 입체 공간으로 확장함으로써 시각 효과를 넘은 공감각적인 체험을 가능케 했다. 전시에선 이 외에도 김희곤, 류엘리, 이인화, 이혜정, 정현주, 한영숙 작가의 설치미술, 사진, 팝아트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미경 ‘2기적팩토리’ 대표는 “작가들이 오랜 기간 작품활동을 하지 않다가 다시 출발점에 서게 되면서 마련된 전시라 큰 의미가 있다”며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남들과 다른 시선, 다양하게 생각하는 사고를 갖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입부터 50대 부장까지…주방에 녹여낸 조직문화 이야기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사' [공연리뷰]

“자네는 왜 요리사라는 힘든 길을 선택했나?” 한 때 몽블랑 레스토랑은 국내 최고의 정통 프랑스 음식점으로 드높은 명성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영광일 뿐,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몽블랑은 조금씩 도태되며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러던 몽블랑에 요리 경연대회라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위기에 처한 몽블랑은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지난 6일 수원시 정조테마공연장에서 시연회를 마친 2024 수원시립공연단의 찾아가는 예술무대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사’는 심각한 경연난을 극복하기 위한 몽블랑 레스토랑 직원들의 갈등과 극복, 화합을 다룬 뮤지컬이다. 수원시립공연단은 문화예술을 통해 조직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고민해 보는 ‘무대예술을 활용한 인식개선 사업’이자 민선 8기 핵심 과제인 ‘기업활성화’의 일환으로 이번 공연을 선보인다. 리더십·소통 등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공공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찾아가는 형태로 기획된 공익적 목적의 예술무대 프로그램으로, 관내 공공기관과 중소기업 등은 무료로 추진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사’는 부푼 꿈을 안고 회사에 입사해 아직은 모든 것이 어리둥절한 신참 막내 직원부터 한 때는 최고의 요리사이자 1인자를 꿈꿨지만 반복되는 업무에 지친 중간급 요리사들, 미각을 잃고 매일 술로 보내는 주방장, 레스토랑 운영을 책임지는 지배인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젊은 시절 청춘을 바친 레스토랑에서 점점 빛이 바래지던 주방장은 생기로 가득 찬 신참을 보며 자신이 왜 요리사가 되고자 했는지 잊고 있던 꿈을 되살려 본다. 결국 초심과 마주한 그는 직원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변화한다. 작품은 몽블랑 레스토랑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다루지만 작품 속 이야기는 ‘K-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두고도 각기 다른 구상을 하는 직원들 간의 갈등, 부서 간 갈등을 현실적으로 풀어냈다. 또 신참부터 중간급 직원, 부장급 관리자, 경영자의 이야기까지 각 캐릭터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다루며 다양한 조직원의 입장을 대변한다. 권호성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은 “문화예술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때로 몇 시간짜리 강연보다 강하다”며 “조직원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고, 화합해야 한다는 조직문화 인식개선 교육은 흥겨운 춤과 노래, 몰입도 높은 스토리가 들어간 작품 한 편을 보고 나면 누구나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연은 지난 10여년 전부터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펼치던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사’의 가장 완성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며 “수원을 대표하는 ‘인식개선 교육 뮤지컬’ 상품으로 특화·발전 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으로 표현한 현대사회의 단면…김봉각 개인전 ‘이탈다수’ [전시리뷰]

타인에 대한 불안, 강박 등 현대사회 속 일상을 선으로 재해석한다. 무질서한 선이 중첩되고, 또 밖으로 뻗어나가 모든 작품이 하나의 영상처럼 전환된다. 특유의 선형 기법으로 현대사회의 관계를 표현한 김봉각 작가의 개인전 ‘이탈다수’가 지난달 31일부터 아르띠앙서울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에선 김 작가의 자화상을 비롯해 불특정 다수의 현대인을 형상화한 작품 18점을 만날 수 있다. ‘이탈다수’는 김봉각 작가가 새롭게 만든 단어로, 현대사회의 관계를 투영해 현대인들이 서로 ‘스쳐지나가는’ 모습을 본따 만들었다. 김 작가는 어릴 적 우연히 고압전선 감전 사고를 목격한 뒤 세상을 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빨간색을 보면 식은땀을 흘렸고, 대상을 오래 관찰하는 습관도 생겼다. 특히 주변을 전깃줄과 같은 ‘선’으로 기억하는 표현방식이 만들어졌다. 이에 김 작가의 작품은 ‘선’이 배경을 이룬다. 선과 선 사이를 일종의 ‘틈’으로 인식하고, 실제 틈 사이로 지나쳤던 현대인들의 잔상을 표현하는 식이다. 김 작가는 “출퇴근 시간에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무표정하고 무기력한 현대인들의 표정을 관찰한다”며 “또 목적지를 가다 보면 수많은 출입문을 지나는데, 문이 열리고 닫히는 순간 틈 사이로 보이는 사람들을 중첩된 이미지로 편집한다”고 작품 과정을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선 김 작가의 대표작 ‘이탈다수 16’을 볼 수 있다. 작품은 한 인물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형상화해 장면의 전환을 연속적으로 담았다. 평면에 담겨 있지만 중첩된 이미지가 입체적으로 보이게끔 하는 이 작품은 작가가 애정을 들여 키웠던 식물 등을 그려 넣어 과거와 현재의 장면을 포착했다. 이와 함께 여러 차례 선을 중첩해 내면을 관찰하고 투영한 김 작가의 자화상인 ‘이탈다수 1’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선을 그려 넣지 않았던 그의 초기작 ‘감정시선 21-1’과 최근 작품인 ‘이탈다수 12’ 등을 비교해 작품 과정의 변화를 느껴보는 재미도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이 김 작가의 19번째 작품을 함께 만드는 참여형 공간도 마련돼 있다. 관람객들이 ‘기억에 나는 얼굴’을 주제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면 김 작가가 그 위에 선 등을 입혀 작품을 완성하는 형태다. 김봉각 작가는 “작품에는 가로선이 걸쳐져 있거나, 밖으로 뻗어나가는 것들이 있다. 이 라인들이 서로 연결되면 분할된 이미지가 영상처럼 작용한다는 재미있는 상상을 하며 작업한다”며 “관람객들이 전시를 통해 일상의 고요한 순간들, 혹은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2일까지.

욕망과 행복을 담은 ‘하이퍼 팝아트’…홍승태 ‘HI, POP ART’ [전시리뷰]

공간과 조각을 팝아트 평면에 담아내는 ‘하이퍼 팝아트’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오는 8일까지 성남 헤드비갤러리가 선보이는 홍승태 개인전 ‘HI, POP ART’에서는 그의 하이퍼 팝아트 작품 38점을 만날 수 있다. ‘하이퍼 팝 아트’는 홍승태 작가가 기존의 팝아트 장르를 발전시켜 새롭게 만든 장르다. 지난 2007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한 홍 작가는 10년 이상 ‘하이퍼 리얼리즘’ 작업을 해오다 2016년부터 ‘행복’을 주제로 하이퍼 팝아트라는 새로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예술은 일상을 즐겁게 해야 한다’는 팝아트의 대명제 아래, 사랑·욕망·행복 등을 표현한 ‘Delivery Love(딜리버리 러브)’ 시리즈를 선보여왔다. 홍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모두 풍성한 한복치마에 하이힐을 신고, 얼굴의 10배에 이르는 가체를 쓴 모습이다. 특히 작가는 욕망의 집합체로 얼굴보다 큰 가체를 씌우고, 명품 가방 등을 등장시킨다. 불편한 듯 보이면서도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품고 있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행복을 표현했다. 그의 작품엔 한국적인 요소가 잘 녹아들어 마치 ‘‘코리안 팝’이 이런 것’이라고 항변하는 듯 하다. 무거운 주제의 ‘피에타’를 재미있게 표현한 점, 조각을 평면에 담아낸 발상 자체도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특히 이번 전시에선 홍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버킷리스트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작가의 작품이 뉴욕이나 유럽 구겐하임 미술관, 영국의 에비로드에 전시되길 희망하는 욕망을 표현했다. 이전까진 단순한 평면이 배경을 이뤘다면, 버킷리스트 시리즈에선 프랑스의 도시, 영국의 거리 등 작가의 염원이 담긴 구체적인 장소가 등장한 것이 특징이다. 성모 마리아의 자세를 오마주한 ‘피에타 시리즈’, 풍선 그네를 타는 ‘미인도 시리즈’, 제프 쿤스의 강아지 풍선을 들고 있는 ‘플렉스 시리즈’ 등도 작가의 새로운 세계를 엿보게 한다. 홍 작가는 “하이퍼 팝아트라는 장르를 세계 미술 역사에 남기는 것이 소망”이라며 “꿈을 담아 만든 작품들이기 때문에 관람객들도 꿈을 꾸는 듯 행복을 느끼는 전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디어 아티스트 권현진 개인전 ‘Pierced Body’…고장과 작동 사이 불어 넣은 숨 [전시리뷰]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으로 세상을 구분한다. 지지직 거리는 화면의 TV 스크린, 계속해서 잡음(노이즈)이 담기는 카메라는 흔히 말하는 ‘내다 버려야 할’ 고장 난 기기들이다. 권현진 작가는 우리 모두가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으로 구분되는 사회에서 무언가의 가치와 의의 그리고 유용성은 누가 정하는 것인지에 의문을 던지는 예술가다. 그가 던진 두 번째 질문. 미디어(기기) 너머의 세상은 과연 무엇일까. 4일 독립예술공간 아트 포 랩 에서 막을 내린 그의 첫 번째 개인전 ‘☒☒☒ : Pierced Body’에서는 역설적이게도 매개체로서의 기기를 파손함으로써 생명력을 입증해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접하는 현대인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미디어(대중매체)를 예술에 접목한 ‘미디어아트’는 무언가를 전달하는 매개체 모든 것이 소재다. 권현진 작가는 이미지 재생 기기를 드릴과 레이저로 절단하며 그 행위에서 발생한 우연한 이미지를 실험한다. 스포츠 중계, 뉴스를 보여주는 TV 스크린, LED 화면,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될 노트북, 갈수록 엄청난 성능을 자랑하는 스마트폰 카메라 등 일상의 모든 것이 재료다. ‘☒☒☒ : Pierced Body’에서 그의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그가 한 실험의 결과물을 지켜보는 재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관통된 몸’이자 ‘구멍 뚫린 기기’를 통해 그는 무엇을 드러냈을까. ‘one mouth, one Monitor’(2011)를 마주하며 처음 드는 감정은 ‘당황스러움’이다. 마치 방금이라도 문서 작업을 수행하는 데 활용됐을 것 같은 흔하디 흔한 노트북. 그런데 모니터의 화면 가운데에 동그란 구멍이 뚫려있고 그 주위로는 마치 계란 프라이의 흰자처럼 검정색 화면이 펼쳐져 있다. 검정색이 아직 닿지 않은 모니터 구석자리의 남겨진 일부 공간에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10여년 전 독일서 미디어아트를 공부하던 그는 “내 입으로, 내 목소리로 직접 말해보고 싶다”란 생각에 모니터에 입을 냈다. 재밌는 것은 그 후에 벌어진 일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갈수록 관통 행위로 인해 스크린이 어둡게 나타나는 검정 구간이 넓어졌다. 처음에는 구멍 근처에 얇은 띠처럼 까맣게 보이던 구간은 갈수록 넓어져 지금은 모니터의 대부분을 덮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기기의 ‘몸체(body)’에 구멍을 냄으로써 숨을 불어 넣게 됐다. 영상의 재생 기기라는 수단으로 존재하는 모니터는 인간에 의해 관통되고 파손되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그렇게 그는 고장과 작동 사이 시공간을 벌어 놓으며 지연되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우리가 끝내 영상을 볼 수 없게 되더라도 이를 고장이라 볼 수 있을까요.” 작품을 통해 권 작가가 드러내는 반문이다. 모니터에 언뜻 비친 영상은 입을 벌리고 끊임없이 말을 하는 작가 본인의 모습이다. 그 속에 뚫린 구멍은 모니터로 닫혀 있던 모니터 너머의 세상을 관객이 자신의 눈과 입, 귀로 ‘직접’ 보고, 말하고, 들을 수 있는 통로를 열었다. ‘Monitor Wors’(2016) 시리즈에선 피부와 혈관이 드러난 모니터가 모습을 드러낸다. ‘one mouth, one Monitor’(2011)가 완전히 관통된 기기라면 ‘Monitor Wors’(2016) 시리즈는 ‘닫힘’과 ‘열림’ 사이의 중간이다. 마치 병원에서 신체 일부의 엑스레이를 보는 것처럼 LED 화면 너머로 이를 구성하는 조명기기나 TV 스크린 액정 너머 초록색 기기판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에게 미디어를 보여주는 매체는 무엇으로 이뤄졌는지 그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그 위로 작가는 창문 위로 흘러내리는 빗물 같은 파란 바다나 끊임없이 모래가 자글자글한 사막의 모습을 영상으로 내보냈다. 하드웨어에 네모난 구멍을 뚫은 행위는 그 위에 소프트웨어로 재생되는 영상에 변형을 가져왔다. 권 작가가 초·중반기 모니터 작업에 주력했다면 최근엔 카메라의 조리개와 셔터스피드의 공간을 조작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특히 ‘프레임’(2023)에선 관객에게 기기를 통해 눈으로 보고 있는 현실 너머의 세상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상상력을 불어 넣었다. 권 작가는 “카메라 조리개의 공간을 어떻게 조정하는 지에 따라, 빛을 어떻게 조정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현상이 우리 눈에 포착되는데 이러한 현상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미디어로 둘러 쌓인 세상에서 이를 ‘뚫는’ 관통의 행위 끝에 우리가 목격한 것은 무엇일까. 권 작가는 “꼭 무언가 ‘쓸모’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매체에 대한 권 작가의 실험 정신이 내디딜 다음 단계가 기대되는 순간이다.

한국과 몽골이 예술로 하나되다…‘몽골리안 루트 2024’ 전시회 [전시리뷰]

“예술의 힘은 언어가 달라도 누구에게나 통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와 수원지역 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작품으로 서로의 뜻을 이해했다. 지난 30일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아트갤러리 라포애에서 열린 ‘몽골리안 루트 2024’ 개막식은 ‘교류의 장’이었다. 언뜻보면 생김새도 비슷한 이들은 국가는 달라도 예술이라는 공통점으로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갑게 포옹을 나누고 각자의 전통문화를 선물했다. 라포애 갤러리가 주최하고 몽골 국립교육대학과 경기대, 수원문화재단이 후원한 ‘몽골리안 루트전’은 몽골의 수도에 자리한 국립교육대학의 미술학과 교수진 10여명과 경기대 미대 교수 등 한국작가 10여명이 참여한 한-몽 협력전이다. 몽골의 작품을 대거 한국으로 들여오는 과정조차 쉽지 않았던 이번 전시의 출발에는 약 15년 전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바트에르덴 몽골인한국유학졸업생협회 회장이 있다. 과거 경기대에서 관광경영학 석·박사를 딴 한국 유학 1세대인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몽골의 자연환경관광부 국장, 관광공사 사장 등을 지냈다. 한국에서의 소중한 기억을 간직한 그는 누구보다 한-몽간 교류가 계속되길 바라며 끊임없이 양국 교류의 물꼬를 터왔다. 여기에 제자들을 과거 몽골에 교생실습을 보내는 등 몽골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박성현 라포애 대표이사 겸 경기대 명예교수의 뜻이 맞닿았다. 박 대표는 “몽골과 우리는 하나의 뿌리를 가진 동질성을 갖는다”며 “4년 전부터 준비했던 전시인데 코로나로 무산돼 아쉬움이 컸다. 이번 기회를 통해 양국이 문화는 물론 교육 등 전 분야에서 함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1천여년 전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뻗어나갔던 몽골의 궤적을 현대의 예술로 다시 좇아가는 의미를 담았다. 갈바드라흐 몽골국립교대 미술학과장은 “서양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한 뿌리의 아시아의 역사를 예술로 풀어내 새롭게 개척하고 계속해서 뻗어나간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몽골국립교대 교수진이 직접 작가로 참여한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몽골의 드넓은 초원 위 말의 모습 등 자연 풍경화와 몽골인의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는 전통화, 서양화와 추상화 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김대진, 이동숙 등 한국 작가들 역시 전통화, 추상화 등을 다채롭게 선보였다. 전시는 3일까지.

현대 도예의 무한한 확장…경기도자미술관 ‘현대도예-오디세이’ [전시리뷰]

일반적인 도자기의 쓰임에서 벗어나 예술의 한 장르로 변화해 온 ‘현대 도예’ 작품들이 한데 모였다. 현대 도예사의 시작과 뿌리가 된 한·미·일 작가들의 작품부터 3차원의 입체 조형까지 다원화된 예술매체로서 점토의 혁신을 살펴볼 수 있다. 경기도자미술관은 현대 도예 231점을 선보이는 소장품상설전 ‘현대도예-오디세이’를 진행중이다. 전시는 ‘흙, 현대도예의 서막’, ‘흙, 물질과 조형 언어’, ‘흙, 현대도예 모색과 탐구’ 등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한국, 미국, 일본의 선구자 작품들을 통해 현대 도예의 형성과정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1950년대 중반부터 ‘한국적 정체성 구축’과 ‘현대화’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유근형의 ‘청자버들문매병’, 조소수의 ‘백자포도양각항아리’ 등 전통적인 도자기에서 많이 봤던 항아리 형태와 매병 형태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후 대학에서 도예 교육을 받고, 유학을 다녀온 2세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도예의 변천을 알린다. 임무근의 ‘하나님의 비밀’, 정담순의 ‘벗어나고 싶은 심정’ 등은 이들 작가들이 유약, 문양 등 표면의 표현변화를 모색하고 현대성을 반영하기 시작한 시기의 작품이다. 미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뒤 새로운 도예가 출현했다. 현대도예에서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자유분방한 표현방식이 특징적이다. 뜯기고 찢기고 덩어리감이 느껴지는 입체 작품들이 많이 나타났는데, 피터 볼커스의 ‘펜린’ 등을 통해 ‘추상표현주의’ 도자가 전성기를 이뤘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역시 쓰임의 기능을 버리고 ‘오브제’ 표현주의로 조형성을 추구한 도자가 발달했다. 2부에서는 ‘물질’과 ‘조형’을 중심으로 흙의 특징이 잘 드러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붉은색의 질퍽한 듯한 원초적 흙의 느낌을 살리고, 작품 구멍에서 빛이 새어나오는 형태의 로손 오예칸의 ‘치유하는 존재’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대표적인 추상 작품으로 평가된다. 또 ‘소통’의 의미를 띤 파이프 형태를 겹겹이 쌓아올려 무게감을 주면서도 하중을 버티는 안정감 있는 형태를 보여주는 토비욘 크바스보의 ‘튜브조형물’, 겹겹이 쌓인 흙을 깨부수며 그 단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유엔소링의 ‘발굴’ 등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의 수상작, 국제 공모전 수상작 등을 살필 수 있다. 3부는 도자예술의 회화적 특성이 돋보이면서도 흙이 아닌 사물 자체인 듯 극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실제 나무 상자와 두부를 갖다놓은 듯 보이는 아 레온의 ‘두부 인스톨레이션’, 현대사회의 관계, 소통 등을 모티브로 작가 자신을 형상화해 표정과 얼굴의 주름까지 완벽히 재현한 팁 톨랜드의 ‘짜증’ 등이 있다. 특 ‘기(器)’에 초점을 둬 쓰임과 그 이상의 무한한 확장성을 담은 작품, 차도구, 오브제 주전자 컬렉션 등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김지수 경기도자미술관 학예사는 “현대 도예는 탈장르, 융합의 의미를 넘어 도자예술 장르에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또 다른 범주로 확장되고 있다”며 “도자예술의 이해와 특징을 살피고, 내일의 현대도예를 향한 사고의 지평을 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027년 1월10일까지.

아리랑&클래식 하모니…수원시립교향악단 신년음악회 성료

‘클래식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우리의 전통 국악과 클래식 음악이 함께 어우러져 하모니를 선사했다. 지난 18일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열린 수원시립교향악단의 ‘2024 신년음악회’는 수원시향 예술감독 최희준 상임지휘자의 리드 아래 클래식 교향곡과 바리톤 김종표가 선보이는 한국 가곡, 독보적인 경기민요 소리꾼 송소희의 소리와 해금, 대금, 괭과리, 북과의 협연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동서양의 아름다운 조화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시민들의 얼굴에는 들뜬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수원시향의 이번 공연 목표처럼 공연장엔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무대는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 작곡한 그의 생애 마지막 오페라 ‘마술피리’ 서곡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미키마우스가 마법사의 제자로 등장한 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 ‘판타지아’의 음악으로도 유명한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가 펼쳐졌다. 해당 곡은 마법사가 외출한 사이 제자가 마법사의 주문을 사용해 빗자루로 물을 나르며 벌인 소동을 다뤘는데, 3대 바순이 함께 연주되는 ‘빗자루의 행진’ 등 묵직한 연주 속 별자리처럼 수놓아진 경쾌한 선율은 긴장감 속 장난스러움을 더하며 곡의 줄거리를 생생하게 그렸다. 이어 피아노와 심벌즈 등 국악의 전통 리듬과 클래식의 화성을 조합해 밝고 날카로우면서도 감각적으로 밀양아리랑을 풀어낸 이지수의 ‘아리랑 랩소디’에서는 귀에 익은 멜로디가 들리자 관객석에서 감탄의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매력적인 바리톤 김종표의 목소리는 관객에게 따뜻함을 선물했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 광복을 거치며 조국을 향한 그리움을 ‘임’을 찾아 노 젓는 모습에 담아낸 ‘뱃노래’가 끝나자 관객석에선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봄같이 노란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경기민요 소리가 송소희는 등장만으로 환호를 자아냈다. 송소희가 펼친 우리가락과 수원시향의 클래식한 연주는 아름다운 조화를 보여줬다. 대미의 ‘아리랑’ 무대는 서정적으로 시작해 이내 해금소리와 함께 신나고 경쾌한 리듬으로 변화하며 관객들은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기도 했다. 관객들의 환호와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채 펼쳐진 앵콜무대 ‘아름다운 나라’에서는 바리톤 김종표와 국악인 송소희가 함께 무대에 올랐다. 꽹과리와 북으로 시작해 바이올린, 첼로 등이 함께하는 동서양 협연의 앙상블은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앞서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수원시향 연주자들은 해금, 대금, 꽹과리 등 국악 연주자들과의 합주 과정 속에 서로 같은 듯 다른 동서양의 악기 결에 놀라움과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수원시향 관계자는 “올해엔 수원시향의 사운드를 보다 깊이 있게 보여드리며 음악 애호가를 위한 여섯 번의 정통 클래식 정기연주회와 시민 친화적이고 클래식 입문자도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기획연주회 등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간의 사색' 예술세계 고스란히… 서울시립미술관 ‘구본창의 항해’ 회고전 [전시리뷰]

도시의 풍경에서 출발한 그의 카메라는 자기 자신을 관통한 뒤 주변의 연결된 모든 요소로 뻗쳐나갔다. 구본창 사진작가는 언제나 새로운 관심사를 동력 삼아 세계를 구축하고 전개해 왔다. 도전과 탐색을 마다하지 않는 항해자처럼, 구본창의 항해는 순항 중이다. 지난해 12월14일 개막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1, 2층에서 진행 중인 회고전 ‘구본창의 항해’는 한국 현대사진의 서막을 알린 구본창 작가의 국내 첫 공립 미술관 개인전이다. 작가의 전 생애를 총망라한 작품뿐 아니라 작가이자 기획자로 활동하면서 모아왔던 수집품과 각종 자료까지 한데 모아 펼쳐내는 대규모 기획전이기도 하다. 관람객들은 ‘호기심의 방’, ‘모험의 여정’, ‘하나의 세계’, ‘영혼의 사원’, ‘열린 방’이라는 구성을 통해 500여점의 작품, 600여점의 관련 자료 등 총 1천100여점의 전시품을 만난다. ‘호기심의 방’은 구본창의 예술세계가 어디서부터 비롯됐고, 어떤 배경에서 확장될 수 있었는지 엿보는 공간이다. 어린 시절부터 색깔이나 형태를 오랫동안 관찰했다는 그의 사적 취향이 담긴 인쇄물, 버려진 잡동사니, 비누 등의 수집품이 어떤 방식으로 그에게 예술적인 영감을 줬을지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다. ‘모험의 여정’ 섹션에는 독일 유학 시절과 귀국 이후 다뤘던 실험적인 시도들이 펼쳐져 있다. 독일의 거리와 풍경을 찍던 카메라가 어느새 자신을 탐구하는 수단으로 변모해 가는데, 특히 ‘일 분간의 독백’ 등의 작업은 그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귀국 이후 보여준 ‘태초에’ 시리즈는 인화지와 바늘과 실을 끌어다가 사진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였다. 인화지 여러 장을 덧대고 꿰매면 조각보 내지는 누더기 옷감처럼 보이는데, 그 자체에서 묻어나는 질감이 축적된 시간의 흔적을 느끼게 해주는 매개체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다. ‘하나의 세계’를 통해서는 작가의 내면 변화가 작품의 구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자신과 연결된 소중한 것들에 점점 몰두해 온 구 작가가 치매를 앓던 아버지의 연로한 육체를 ‘숨’ 시리즈로 찍어내면서 인간 내부를 채우는 것과 인간으로부터 빠져나가는 것들에 관한 사색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흰 벽에 식물이 남긴 흔적을 촬영한 것인지, 눈으로 뒤덮인 풍경 속 나뭇가지를 찍어낸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화이트’나 제주도의 화산암을 수묵화 같은 질감으로 풀어낸 ‘스노우’ 역시 뷰파인더에 여백, 여운, 관조가 주는 감흥을 붙들기 시작한 그의 변화를 느껴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그의 대표 시리즈인 ‘백자’ 연작 역시 이 같은 시도의 연장선상에서 탄생했다. ‘영혼의 사원’을 수놓는 ‘문라이징 Ⅲ’과 ‘콘크리트 광화문’도 시공간에 깃든 흔적을 포착하는 카메라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결과물이다. 한희진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작가의 세계를 풍부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생애, 작품 시리즈별 제작 계기, 국내외 전시 개최 배경 등의 지표에 맞게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선보이는 전시”라며 “구본창 작가로부터 출발한 한국 현대사진의 태동과 전개 과정을 되짚어가다 보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길을 찾아 나섰던 그의 궤적 또한 깊이 음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3월10일까지.

사진으로 만나는 우리 모두의 ‘파리’…성남큐브미술관 ‘매그넘 인 파리’ [전시리뷰]

로버트 카파, 마크 리부, 브뤼노 바르베 등 세계적인 사진 작가들이 카메라로 붙잡아낸 파리의 과거와 오늘이 사진 작품으로 펼쳐졌다. 성남큐브미술관 특별기획전 ‘매그넘 인 파리 : 문득, 파리. 눈앞의 파리’가 지난 12월15일 개막했다. 이번 기획전은 세계대전 이후 포토저널리즘을 선도해온 보도 사진가 집단 ‘매그넘 포토스’ 소속 사진작가 39명이 프랑스 파리의 생생한 면모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사진을 담아냈다. 작가들이 카메라로 붙잡아낸 파리의 역사 속 현장, 인물, 풍경 사진 등 150여점과 미공개 사진 작품으로 제작한 영상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매그넘 포토스’는 동시대의 현실을 때로는 온기 가득하게, 때로는 냉철한 비판 의식을 내세운 시선으로 생생하게 포착해온 만큼, 이들이 낭만과 예술과 혁명의 도시 파리를 각자 어떻게 담아내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엔 1930~40년대 혼돈으로 가득한 사회상에서 출발해 50년대 세계 대전 이후 재건되는 도시의 모습, 60년대를 들끓게 한 혁명의 순간, 70~80년대를 거치면서 사랑과 낭만 그리고 예술의 도시로 변모해가는 과정에 이어 동시대에 이르는 파리의 면밀한 모습들이 알찬 구성으로 펼쳐져 있다.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까이에서 찍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던 로버트 카파. 어떤 현장이든 일단 뛰어들어 카메라를 갖다가 대면서 그 때에만 만끽할 수 있는 순간을 뷰파인더 안에 봉인하려고 했기에 그의 사진이 생명력을 얻는다. 현장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의지만 맴돌고 있는 건 아니다. 사진을 진실과 허상을 분별하는 매개체로 대하는 작가들의 시선도 엿볼 수 있어서다. 패트릭 자크만이 찍은 사진이 그렇다. 범람하는 센강 속 종아리까지 차오른 물에도 굴하지 않고 벤치에 앉아 키스하는 연인의 모습이 보인다. 연출을 통해 조작된 현실처럼 보여도, 과연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허구인지 수용자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현대 파리의 모습을 담아낸 섹션도 주목하면 좋다. 특히 팬데믹으로 모든 게 멈췄지만 파리는 언제나 변화했다는 점에서 동시대의 풍경을 포착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개선문을 래핑하는 대형 프로젝트 작업 등을 담아낸 사진은 코로나19의 상처가 서서히 치유되는 과정이다. 파리라는 도시를 떠올릴 때 빼놓기 힘든 ‘패션’에 관한 사진들도 흥미를 자극한다. 유명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자신의 컬렉션 발표가 끝난 뒤 수줍어하면서 떠밀려 런웨이로 나가는 모습을 절묘하게 찍은 압바스의 사진은 특히 생동감이 넘친다. 파리 곳곳에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초상도 목격할 수 있다. 알랭 들롱·장 피에르 레오(배우), 파트리스 쉐로·프랑수아 트뤼포(영화감독)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파리와 소통하고 교감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11월 95세로 타계한 매그넘의 최고령 사진작가였던 엘리엇 어윈의 눈으로 펼쳐낸 파리 역시 만날 수 있다. 그의 따스한 시선과 섬세한 관찰력이 깃든 인물과 풍경 등의 일상 사진이 눈길을 끈다. 성남문화재단 관계자는 “파리의 역사와 함께 호흡하면서도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느낌이 들도록 전시 공간을 구성했다”며 “파리의 어제와 오늘을 마주할 뿐만 아니라 내일까지 가늠하는 시간”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3월24일까지.

그리움에 대한 탐구…mM아트센터 '제4의 벽' [전시리뷰]

미술은 비가시적인 모든 것을 가시화 하는 힘을 지녔다. 누군가의 마음을 직접 관찰할 순 없지만 미술은 그림을 매개로 작가의 생각은 물론 고뇌와 소망과 같은 감정을 드러낸다. 그림이란 언어에 오염되지 않은 개인 내면의 오롯한 표현이자 원형적 상징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지난 19일 mM아트센터에서 개막한 기획초대전 ‘제4의 벽’은 작가로서 박신양의 내면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다. ‘제4의 벽’은 연극 용어다. 무대와 객석 사이에 놓인 가상의 벽이다. 관객과 배우 사이에 놓인 투명한 벽을 전제해 서로 볼 수 있지만 간섭하지 않도록 설정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박 작가는 전시실 ‘천장’을 제4의 벽으로 사용한다. 전시장에 입장하면 곧장 계단으로 2전시실로 향하게 된다. 그의 작업실을 그대로 구현한 1전시실은 이곳에서 관람할 수 있다. 1전시실의 천장이 곧 제4의 벽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그가 그림을 그리거나 쉬는 모든 과정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고, 전시 공간은 물론 전시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2전시실엔 그리움을 주제로 한 그의 연작이 걸렸다. 그는 구상이 추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표현했다. 구상이 추상으로 변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며 관람객은 그가 대상의 해체 속에서 고찰하고자 한 원형적 그리움의 본질을 느낄 수 있다. 박 작가는 그리워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친구가 그리워 친구를 그리는데, 왜 그림을 그리는지 궁금했다. 게다가 그림은 도대체 어떻게 그려야 하는 지에 대한 문제가 한꺼번에 몰아닥쳤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대상이 그리 중요하지 않구나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리움은 해결되는 것이 아닌 아주 오래전부터 원래 있었다는 확신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사과 연작은 그가 두봉 주교에게 받은 사과를 그린 작품이다. 사과의 내·외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색마저 바뀌는 변화의 과정을 통해 사과에 담긴 원형적 그리움은 두봉 주교를 만났을 당시 받은 떨림과 감동이었음이 강조된다. 당나귀 연작도 마찬가지다. 짐꾼으로서의 숙명을 기꺼이 받아들여 잔꾀를 부리지 않고 짐을 짊어지는 당나귀의 모습은 오히려 형태가 사라지고 추상화할수록 더욱 역동적으로 다가온다. 3전시실에는 그의 다른 작품과 함께 작품 활동에 사용한 종이 팔레트가 전시됐다. 아무 의도 없이 짠 물감의 형태가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을 발견하고 적은 그의 메모도 함께 적혀 있다. 이번 전시에선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영상도 상영된다. 1전시실과 2전시실 사이 공간에선 김동훈 철학자, 고충환 미술평론가, 김영운 총괄디렉터, 최승일 관장이 각각 작품 해설, 기획의도, 전시 공간을 설명하는 인터뷰 영상이 재생된다. 전시실3에선 박 작가가 김동훈 철학자와의 대담으로 작품의 동기 등을 밝힌 90여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영상이 상영된다. 내년 2월말엔 박 작가의 작품을 응용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김영운 총괄디렉터는 “박 작가는 전시장에 구현된 작업실 안에서 그림을 그리고 일상을 보내는 반복된 행위를 연출하며 관람객을 마주한다”며 “작업실과 관람객 사이의 제4의 벽을 두고 매일 다른 전시가 연출되고 중첩되면서 전시가 종료되는 마지막 날에 비로소 전시가 완성된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4월30일까지.

주변부로 밀려났던 '한국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귀환 [전시리뷰]

분야를 막론하고 ‘대세’는 어디에든 존재한다. 미술사도 마찬가지다. 시대마다 흐름을 이끌어 간 대표적인 경향이 있는가 하면 주변부로 밀려난 사조도 있었다.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이 그랬다. 서구에선 20세기 내내 현대미술의 주요한 경향으로 존재했지만, 국내에선 달랐다. “한국적이지 않다”라는 박한 평가를 받았다. 소외됐던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새롭게 마주할 기회가 마련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과천관에서 선보이는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전을 통해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한국 대표 추상미술가 47명의 기하학적 추상 작품 150여점을 모았다. 기하학적 추상미술은 점과 선, 원과 사각형 등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형태, 원색의 색채와 화면의 평면성을 강조하는 회화의 한 경향이다. 전시는 우선 1920~1930년대 경성의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영화 전단과 잡지, 백화점의 내외부 기하학적 외형에서 그 흐름을 찾았다. 시인 이상이 당시 미츠코시 백화점 내외부의 기하학적 외형을 보고 ‘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과 같은 문장으로 묘사한 시도 내걸렸다. 영화 프로그램을 소개한 전단에서도 기하학적인 구성과 원색의 색면을 이용해 추상적으로 디자인 했다. 1929년 2월 제작된 ‘단성주보’의 표지와 1932년 11월 김규택이 디자인한 잡지 ‘제일선’의 표지에서 기하학적인 구성과 원색의 색면을 이용해 추상적으로 디자인이 엿보인다. 한국의 추상 1세대 미술가들의 초기작부터 추상화 실험을 해 나간 과정도 살펴볼 수 있다. 1930년대 김환기와 유영국은 최초의 한국 기하학적 회화 작품 ‘론도’(1938), ‘작품 1(L24-39.5)’(1939)을 통해 작품에 서정적인 감성을 부여했다. 완벽한 질서와 균형에 기반한 엄격한 기하학적 형태가 아닌, 자연이 지닌 부드러운 선과 형태에 기초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들은 이후 점, 선, 면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조형 요소와 색을 통해 자연의 형태를 단순화 하며 추상화 실험을 해 나갔다. 전유신 학예연구사는 “류경채, 이기원 등 국내 1·2세대 추상작가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들을 발굴해 이들을 재조명 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추상미술이 건축, 디자인 등과도 접점을 형성하며 한국 미술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점도 전시에서 살펴볼 수 있다. 1967년에 열린 ‘한국청년작가연립전’은 그 시발점이었다. 앵포르멜 이후의 미술을 모색했던 최명영, 문복철이 ‘한국청년작가연립전’에 출품했던 작품이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재공개 됐다. 단색화 거장 윤형근의 작품 ‘69-E8’이 최초로 공개됐고, 한국 기하학의 핵심인 최명영 작가의 초기작인 ‘오(悟) 68-C’는 50여 년 만에 관객과 만나는 등 추상작가들의 작품이 재발굴 됐다. 본격적인 우주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에 눈 뜬 추상미술가들도 만난다. 변영원의 ‘합존 97번’(1969)을 포함해 이성자, 한묵 등의 작품이 소개됐다. 특히 변영원의 드로잉 노트 총 9권이 전시돼 그 안에 담긴 생산과 기술 과학, 양자물리, 한국의 미래, 철학적 내용 등 천재 면모를 보였던 작가의 고민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비주류였던 한국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다시 살펴보고 활발한 담론을 이끌어 내려한 노력이 돋보인다.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은 한국 미술의 흐름을 폭넓게 살펴보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호평을 하기도 했다. 수원에서 전시장을 찾은 김영선씨(35)는 “접하기 어려웠던, 일일이 책을 뒤져야 흐름을 알 수 있을 법한 미술사의 흐름을 주변부로 밀려났던 미술사조를 불러 들어 하나의 스토리처럼 전시를 구성했다는 점에서 꽤나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방문한 황현희씨(42)는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혹은 놓치고 있는 한국 미술의 흐름을 다양하게 되짚어 보고 발견하는 전시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가 한국 기하학적 추상미술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고, 더욱 활발한 연구와 논의를 끌어내어 한국 미술의 줄기를 더 풍성하게 키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5월19일까지.

17세기 사대부들의 출토 복식전 ‘오늘 뭐 입지?’ [전시리뷰]

아침마다 하게 되는 흔한 고민들이 있다. ‘오늘 뭐 입지?’가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옷’은 일상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개인의 취향과 기분, 당시의 유행까지 반영된다. 이 때문에 400여년 전 조선시대 사대부들에게도 ‘무엇을 입을까’는 중요한 고민이었다. 경기도박물관은 8일부터 내년 3월10일까지 출토 복식 특별전 ‘오늘 뭐 입지?’를 열어 17세기 사대부 남성과 여성의 다양한 복식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청송 심씨 사평공파 문중이 기증한 조선시대 문신 심연(沈演, 1587-1646)과 그의 부인 전주 이씨(1606-1668), 그의 할머니 나주 박씨가 공들여 골라 입었던 다채로운 우리 옷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 옷들은 지난 2017년 도박물관 학예사들이 사평공파 묘역을 정리하는 과정에 참여해 직접 수습하고, 3년여의 보존 처리와 연구를 거쳐 선보인 유물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전시는 17세기 여성의 복식을 선보이는 ‘1부: 삶을 담은 옷가지’, 17세기 남성 복식을 살필 수 있는 ‘2부: 겹겹이 품은 이야기’, 무덤에서 옷을 수습해 연구와 재현, 전시로 이어지는 과정을 소개한 ‘3부: 무덤에서 박물관까지’로 구성됐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나주 박씨가 가장 겉에 입고 있던 옷인 ‘단령형 원삼’과 전주 이씨의 ‘원삼’을 볼 수 있다. 이들의 옷은 50년의 차이를 두고 옷깃의 형태가 원형인 ‘단령형’에서 네모 모양의 ‘직령형’으로 변화하는 과도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 2부에선 심연이 입고 있던 관복인 ‘단령’을 볼 수 있다. 단령의 가슴과 등엔 금으로 화려하게 수놓은 비오리 흉배가 있는데, 이는 본래 명나라 것으로 조선시대 관료의 옷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연이 당시 조선의 규정에 따라 기러기 흉배를 하지 않고 비오리를 사용한 것은 명나라 멸망 이후 조선의 흉배 제도가 문란해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전시실 중앙엔 심연의 시신이 출토될 때 껴입은 상태로 발견된 8벌의 옷 중 일부를 차례로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도 박물관은 무장애 전시를 표방하는 ‘구름 물결 꽃 바람’ 특별전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전시에선 옛사람들이 문화유산에 즐겨 사용하던 전통 무늬에 담긴 소망을 다뤘다. 자연을 닮은 다양한 무늬를 시각·촉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했으며, 도박물관이 소장한 ‘요지연도 8촉 병풍’을 실제 크기로 다시 제작해 그림 속 무늬들을 촉각 모형으로 느껴볼 수 있게 했다. 도박물관은 휠체어가 자유롭게 이동하도록 전시실 내에 전선 캡을 사용하지 않거나 조명의 빛을 밝히고, 점자판의 높이를 낮춰 장애인과 고령자 등 몸이 불편한 관람객이 자유롭게 전시를 관람하도록 했다. 전시를 관람한 이기연씨는 “무덤에서 출토한 400년 전의 실제 옷을 보니 당시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생활상을 피부로 느끼는 듯했다”며 “복식을 통해 장례 문화와 유교 문화, 당시 복식 디자인의 특징 등을 알 수 있다. 특히 오감으로 전시를 느끼는 무장애 전시도 함께 즐길 수 있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자녀를 둔 40대 김진미씨는 “아이들이 교과서로만 접하던 것을 박물관을 통해 생생하게 볼 수 있고, 당시의 이야기를 입체감 있게 그려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경기도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낯설게 보이는 옛 유물에 담긴 생각과 마음이 지금의 우리 것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며 “감각과 매체 등을 통해 많은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즐기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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