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건강도시’ 법제화가 필요한 이유

세계인권선언은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건강권이 인간의 기본 권리로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을 밝힌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어느 특정한 계층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건강한 환경, 쾌적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가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건강도시는 의료보건뿐만 아니라 도시계획, 환경, 문화, 복지,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건강을 내재화(Health in All Policies)해 도시에서 살아가는 국민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나아가 지역 공동체가 건강해지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자발적으로 건강도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지원할 법적 토대 마련이 시급하다. 건강도시의 법제화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필요하다. 첫째, 2021년 5월 현재 우리나라는 102개의 지방자치단체가 대한민국건강도시협의회에 가입해 정보를 공유하며 해당 지역을 건강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지자체는 건강도시 조례를 제정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모법 근거조항이 없이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마치 부모 없이 아이가 태어난 것처럼 말이다. 이제 법적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건강권을 법률이 받아주는 법적 체계가 필요하다. 둘째, 건강도시는 지방분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지역주민의 건강은 지역에서 책임지는 커뮤니티 케어다. 건강사업을 통해 주민의 건강을 어떻게 증진시켜야 할지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셋째, 국민의 약 92%가 도시에 살고 있다. 도시는 인구밀집지역이다. 도시가 건강해야 국민이 건강해진다. 온종일 의자에 앉아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걷고 싶은 산책로를 만들어 주는 것, 여가와 힐링의 건강한 도시 숲을 만드는 것,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정감 어린 커뮤니티 공간을 만드는 것 모두가 건강도시 사업에서 비롯될 것이다. 예산이 수반되는 건강도시 사업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부디 이번에 건강도시가 법제화돼 지역의 특색에 맞는 다양한 건강도시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될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되길 희망한다. 건강도시법은 건강한 미래사회를 만들어가는 발판이 될 것이다. 이 땅에서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우리 다음 세대들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 되길 기대한다. 변병설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원장

[송경용의 이심전심] “선호야 집에 가자”

지난 4월22일 300㎏이 넘는 철판에 깔려 죽은 23살, 대학교 3학년 이선호군의 추모제에서 이군의 아버지가 아들의 영정을 바라보고는 선호야 집에 가자, 왜 거기 있어, 빨리 집에 가자!라며 울부짖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옆에서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감싸주며 같이 슬퍼하고 울어주는 일밖에 없었다. 끔찍한 산업재해로 자식을 먼저 보낸 어머니 아버지들과 함께한 추모제를 끝내고 돌아오면서 갑자기 김민기 선생이 지은 강변에서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서산에 붉은 해 걸리고 강변에 앉아서 쉬노라면 낯익은 얼굴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온다.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새벽에 나가 노을이 지면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와서 함께 밥을 먹고, 걱정도, 기쁨도 나누면서 서로 보살피는 것이 정상이지 않은가. 어깨가 늘어지고 눈이 쑥 들어가도록 힘들게 일을 했어도 맛있는 된장국을 끓이며 기다리고 있을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면 아무리 힘든 하루였어도 다시 힘이 나지 않겠는가. 어스름이 짙어지고, 별들이 밝아지고 공장에서는 여전히 연기가 피어올라도 가족들은 오늘은 일이 많은가보다. 그래서 조금 늦는가 보다 하면서 밥상을 준비하는 것이 지극히 평범한 우리네 일상이다. 그 가족이 끝내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어린 자식이 일터에 나가 제시간에 돌아오지 않을 때 부모의 마음은 벌써 저 문밖에 나가 있을 것이다. 시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부모의 마음과 발걸음은 마을 밖으로, 정류장으로, 점점 멀리 나가고 있을 것이다. 매일 만나고 같이 살고 있지만 컴컴한 저 길목 끝에서 다가오는 가족의 그림자만 보아도, 어깨는 축 처져 있고, 눈은 한 자도 더 깊이 퀭하게 들어가 있어도 얼마나 반가운가, 살아있는 그 손을 꼭 쥘 수 있고, 따뜻한 가슴을 감싸 안을 수 있다는 것이, 왜 이렇게 늦었느냐,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아느냐, 내가 늦고 싶어 늦었느냐, 종일 바쁘게 일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며 눈을 흘기기도 하고, 토닥거리기도 하면서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얼마나 아름답고 거룩한가! 지난 월요일에는 전철역 문틈에 끼어 죽어간 구의역 김 군의 추모식에서 또 한 번, 뚝뚝 끊어지며 좀체 이어지지 않는 숨을 다독이며 추모와 다짐의 말씀을 보태야 했다. 아침 일찍 일터로 나갔다가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자식들의 가족과 함께 속 울음을 울어야 했다. 지난해 겨울, 자식을 잃은 어미, 아비들이 살을 에는 강추위 속에서도 30일 가까이 단식을 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을 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침에 일터로 나간 가족이 멀쩡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너무나 상식적인 일을 위한 것이었다. 많은 사람이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연간 2천여명의 우리 가족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축소됐고, 더군다나 시행령 마련을 앞두고 경제(기업)단체는 물론이고 노동부까지도 유족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면서 법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는 시행령 안을 내어놓고 있다. 이토록 슬프고 끔찍한 현실을 언제까지 감내하라고, 견디라고 할 것인가. 모든 생명에게, 심지어 미물들도 때가 되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생명의 본능이다. 죽을 때가 되면 본능적으로 고향을 향해 돌아눕고, 울부짖는다는 수구지심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더군다나 지금은 5월이다. 바깥세상이 너무나 밝고 아름다워서 더 어둡고 아픈 가족들이 참으로 많이 있다. 다시는 어린 자식의 영정 앞에서 집에 가자!며 울부짖는 어미, 아비가 없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댓전에 불을 밝혀놓아도, 셀 수 없이 많은 기차가 지나가며 강물이 일렁이고, 어두운 하늘에 별이 뜨고 지는 밤이 숱하게 지났어도 아직 집에 돌아오지 못한 내 가족, 우리 이웃들의 영혼이 부디 평안하기를, 본인들의 아픔을 딛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겨나지 않도록 서로 의지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는 유족들에게 크나큰 위로와 희망이 생겨나기를 기도한다. 자연을 찬미하며 밝고 명랑하고 아름다운 글을 쓰는 5월이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송경용 성공회 신부

[기고] 테러, 인식 변화로 예방하자

최근 세계적으로 테러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각국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 및 사회불안 등으로 인한 불특정 다수에 대한 테러와 모방범죄가 빈발하고 있다. 더불어 작년 국내에서 20대 남성이 짝사랑하는 여성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찾아가 사제 폭발물을 이용한 범죄로 실형을 받는 등 더 이상 대한민국은 테러에 안전지대가 아니다. 테러는 모습을 급변하며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데, 과거의 테러는 많은 인적ㆍ물적 자원을 필요로 했으나, 최근에는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자료들을 참고해 누구든지 테러 물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에 따라 우리 주위에 누구나 마음을 가진다면 테러범으로 돌변할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착용의 불가피성은 테러범 식별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기존 테러범은 얼굴을 가리고 거동을 수상하게 하는 등 구분이 용이한 부분이 있었는데, 현재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더욱 수상한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지금의 시대는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마스크 착용과 테러 용의자 파악을 위한 안면인식 필요성의 이중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렇다면 테러로서의 문제를 어떻게 하면 예방을 할 수 있을까. 현재 경찰에서는 이러한 테러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 여러 유관기관과 합동 대응훈련 및 국가 중요시설ㆍ다중이용시설 등 현장 지도점검을 통해 테러 예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공적 부분만으로는 모든 테러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적인 부분 즉 우리 모두의 테러에 관한 관심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인식변화의 시작은 테러가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생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특히 다중이용시설(쇼핑몰, 공항, 기차역) 등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에서는 테러 상황에 더욱 유의하고 이용 중에는 비상구 및 대피소를 미리 파악해 테러상황이 발생한다면 신속 대피 후 111, 112 신고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우리 모두 테러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사소한 것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조금의 관심과 용기가 대한민국의 평범하고 행복한 일상을 지킬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 김진환 남양주남부경찰서 경기작전계 경장

이재명, "법정 최고금리 적정수준 11.3~15%" 추가 인하 주장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법정 최고금리의 적정수준은 경기연구원의 연구 결과 11.315% 정도라고 밝히며 추가 인하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25일 자신의 SNS에 기준금리는 0.5%인데,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서민들에게 20% 이자를 강요하는 것은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고, 하후상박, 억강부약의 공동체 원리에도 어긋난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는 현행 연 24%에서 20%로 인하된다. 이 지사는 세종은 연간 10%가 넘는 이자는 공, 사채를 불문해 금지하고 고리대를 없애기 위해 사창(社倉)을 설치해, 1섬에 연간 3되(즉 3%)의 저리로 곡물을 빌려주도록 했다며 조선 시대 내내 관철된 일본일리(一本一利)의 원칙(빌려준 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원금을 초과하는 이자를 취할 수 없다) 역시 민유방본의 철학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법정 최고금리를 추가 인하하고 금리인하 요구권을 보다 강화해 서민들의 금융기본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국민 모두에게 최대 1천만원의 연 2%대 장기대출 기회가 주어진다면, 18%에 해당하는 이자 차액은 대부업체 배를 불리는 대신 국민의 복리 증진에 쓰이는 것이라며 자신의 정책 브랜드인 기본대출 정책을 재차 강조했다. 최현호기자

[사설] 수원시정연구원 이사장, 민간인 이재율/연구원 최초, 市長에서 民間으로 바꿨다

수원시정연구원 이사장이 바뀌었다. 신임 이사장에 이재율 교수가 선임됐다. 이씨는 경기도 행정 1부지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연세대 보건대학원 특임교수를 맡고 있다. 이번 선임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민간 이사장으로의 체제 전환이다. 지금까지 이사장은 현직 시장이었다. 염태영 시장이 당연직으로 맡아왔다. 이를 민간인에게 넘기는 개편이 있었다. 자체 규정을 개정했다. 과정을 염 시장이 직접 시작했고, 마무리했다. 기초 지자체 연구원 가운데 첫 시도다. 전국 인구 100만명 이상 기초 지자체마다 연구원이 있다. 모두 현직 시장이 이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여기서 오는 한계 또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 연구원의 주된 역할이 시의 영역에 갇히곤 했다. 자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었다. 연구 분야 선택에서 시 의지가 지나치게 반영된 측면도 있다. 연구 결과가 시의 정책 방향에 맞춘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를 근본부터 바꿔 가는 것이 민간 이사장제다. 현재도 이사회 구성에는 다수의 민간인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사장직이 시장이다. 대외적으로 주는 상징이 있다. 수원시의 이번 개혁은 이를 틀부터 바꾼 것이다. 염태영 시장이 착안했다고 알려진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정관과 규정을 바꾸는 이사회를 직접 주도했다. 앞으로도 수원시장은 수원시정연구원 이사장을 겸할 수 없다. 본인은 물론 향후까지 제도로 못 박은 것이다. 염태영 시장이 마지막 주재 이사회에서 설명했다. 특례시에 맞는 연구원으로 태어나기 위해서 민간제를 택한다. 신임 이재율 이사장도 같은 취지의 인사말을 했다. 특례시 연구원으로 가도록 노력하겠다. 둘 다 특례시에 걸맞는 위상을 강조하고 있다. 중요한 가치이자 목표다. 인구 100만을 훌쩍 넘은 수원시다. 특례시 승격이 가져올 내부 책임이 막중하다. 이를 끌고 갈 이론과 설계가 있어야 한다. 연구원이 해 갈 일이다. 우리가 새로운 민간 이사장제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지역 경제를 살리는 연구의 비중을 높여주기 바란다. 때마침 이재율 이사장은 외자 유치에 정평이 나 있다. 경기도가 이룬 대형 외자 유치마다 그가 있었다. 투자 유치 담당 국장으로 세계를 누볐다. 파주 LCD 산단의 천문학적 외자 유치도 그의 공이었다. 그 경력과 수단을 수원시정에 녹아낼 수 있는 연구원 운영을 기대한다.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선임했다는데, 그런 희망의 표현일 것이다.

[사설] 동물복지축산농장 육성·지원책 확대돼야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 해당 농장은 물론 인근 농장의 가축에 대해 대규모 살처분이 이뤄진다. 살아있는 가축을 땅에 그냥 묻어 버리기도 하고, 닭의 경우 파쇄기에 넣기도 한다. 잔인하고 비윤리적이다. 가축 전염병 발생에 따른 예방적 살처분 조치는 축산농가에 엄청난 물적ㆍ정신적 피해를 입힌다. 경기도내에서 지난해 12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올해 2월까지 1천400만여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 하는 등 3개월간 1천억원 넘는 피해를 입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나 구제역 등이 발생했을 때도 피해가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거의 매년 발생하는 가축 전염병을 예방하고, 극단적 살처분을 막기 위해서는 축산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본보는 지난 3, 4월 집중취재를 통해 가축 전염병 발생 시 이뤄지는 살처분 작업과 관련해 일부 업체와 공직자가 유착 관계를 맺고 있는 의혹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처참한 가축 살처분 현장과 실태도 고발했다. 이는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살처분 및 매몰지 복원 관련 불공정 관행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하도록 했다. 또 도내 31개 시ㆍ군을 대상으로 부정부패 사례 확인을 위한 전수조사 및 특정감사 추진을 유도했다. 동물보호 인식을 고취하기 위해 살처분이란 용어를 안락사 처분으로 순화하는 행정절차에 나서는 계기도 마련했다. 이번엔 경기도의회가 나섰다. 김인순 도의원(민주당ㆍ화성1)이 가축전염병 발생농장 반경 3㎞ 이내에 위치한 농장의 무분별한 살처분을 막는 경기도 동물복지축산농장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조례안은 동물복지축산농장이 정부의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 포함될 경우 경기도가축방역심의회가 살처분 제외 여부 논의 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정부에 살처분 철회를 건의해 구제하는 방안이다.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도는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소ㆍ돼지ㆍ닭 등에 대해 국가가 인증하는 제도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관리, 사육시설, 청소 및 소독 등 엄격한 심사 기준을 통과해야 인증 받을 수 있어 가축 전염병에 잘 걸리지 않았다. 실제 친환경 농법으로 3만7천마리의 산란닭을 키운 화성 산안농장은 지난 1984년부터 37년간 AI가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에 입법 예고된 조례안이 통과되면, 동물복지축산농장의 살처분 제외 등으로 축산농가의 경제적ㆍ정신적 피해 등 유ㆍ무형 손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축산시스템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 향후 전국으로 확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시론] 백령공항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

113개의 섬으로 구성된 옹진군, 그 가운데 서해안 최북단 섬인 백령도가 있다. 백령도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222㎞, 4시간 이상을 달려야 들어갈 수 있는 섬으로 먼 거리에도 두문진과 사곶해변, 콩돌해안 등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배로만 접근이 가능하고 기상 악화로 결항률까지 높은 탓에 주민들은 삶에 큰 불편함을 겪고 있다. 백령대청소청도를 갈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여객선은 단 3척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2천톤급 여객선을 제외한 2척은 3m 정도의 파도에도 운항이 불가능하다. 인천 연안부두와 백령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지난해에만 82일 결항했고, 연간 결항률은 25%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오는 2023년 5월이면 3척 중 가장 큰 2천톤급 여객선마저 선령 제한으로 운항이 불투명해지면서 그야말로 백령도 주민들은 생존권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그간 추진됐던 백령공항 사업과 새로운 여객선 도입 등 백령도 교통망 확충에 대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 특히 기획재정부의 대응은 안일하기만 하다. 백령공항 사업은 옹진군 백령면 솔개지구 일원에 25만4천㎡, 약 7만7천평 공항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1천740억원 전액 국비로 진행된다. 50인승 가량 소규모 비행기가 운항하는 소형공항으로, 민군이 모두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토부의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BC값)이 2.19로 수익성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비타당성 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는 국가재정평가위원회의 부정적 시각으로 지난해 예비타당성 사업 선정에서 2차례나 연이어 탈락하는 등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재부는 공항개발 사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하고 여객 수요 예측 과다, 지방공항의 적자 문제를 이유로 백령공항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실제 김포, 김해, 제주공항을 제외한 12곳의 지방공항에서 연간 15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지방공항 신설에 신중하겠단 기재부의 이야기는 일면 이해가 된다. 그러나 가덕도 신공항, 울릉공항 사례에 비춰 보면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은 합리성과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 총사업비가 12조원에서 최대 28조원으로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 붓는 가덕도 신공항과 BC값은 1.19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11월 착공한 울릉공항(6천651억 원). 이들은 되는데 백령공항은 왜 안 된다는 걸까? 원칙과 기준도 없을 뿐더러 이중적 잣대가 아닐 수 없다. 백령공항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올해 하반기 백령공항 사업이 반드시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선정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백령공항 건설에 대한 정부와 기재부의 각성과 전향적 자세를 촉구한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

[지지대] “머뭇거리지 말자”

입대 전, 중간고사를 며칠 앞뒀을 때였다. 고교 동창 꾐으로 녀석이 다니는 대학 강의실로 들어섰다. 달음박질치느라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5분 정도 늦었다. 교수님의 눈초리가 꽤 따가웠다. 낯선 학생을 향해 곧장 질문이 던져졌다. 왜 뛰어왔는가 ▶어리석은 학생의 대답은 참으로 아둔했다. 선생님 강의를 빼놓지 않고 들으려고 그랬습니다.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아무튼 살아야 하겠다는 의욕이 생긴다고 대답했다. 현문(賢問)에 우답(愚答)은 계속됐다. 살아야 하겠다는 의욕은 열공하게 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참한 여성과 결혼하고, 아들 딸 낳아 잘 키우고. 뭐 이런 식이었다. ▶(교수님의) 마지막 말씀이 일대 반전이었다. 학생이 내 강의를 들으려고 뛰어온 목적은 결국 죽기 위해서가 아닌가? 대답거리가 막혀 버렸다. 막막했다. 강의실은 순간 웃음바다가 됐다. 바야흐로 유신정권 말기였던 1978년 5월 하순이었다. ▶필자를 주눅이 들게 만들었던 장본인은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였다. 장안의 젊은이들을 울리고 웃겼던, 그리스시대 소크라테스를 연상케 하는 철학자다. 올해 100세를 맞으셨다. 99세를 가리키는 백수(白壽)보다 1년이 높은 연세다. ▶비록 직접 은사로 모시진 못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인생의 스승으로 모셨다. 힘들 때마다 43년 전의 그 일화를 생각하며 이겨왔다. ▶국내 서양철학의 체계를 세운 김형석 교수가 엊그제 또 명언을 남겼다.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2차 세계대표자대회 기조강연에서다.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를 주제로 남을 위해 사는 이타심 있는 삶을 설파했다. ▶그는 친한 동료 학자였던 안병욱김태길 교수와의 우정을 이야기했다. 먼저 세상을 뜨긴 했지만, 모두 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기라성 같은 철학자들이다. 이 친구들의 학문 연구는 환갑이 넘어 비로써 시작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 같은 열정은 국가와 민족을 생각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독일 속담도 인용했다. 마지막 구절이 또 반전이었다. 인생은 얼마나 짧은가. 그러니 절대 머뭇거리지 말자. 이젠 반백이 된 그때의 젊은이를 그 대철학자는 기억하실까.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