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37년의 이성구 이용사(55).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1만 시간의 법칙도 뛰어넘은 지 오래다. 오랜 세월이 녹아 있는 그의 손기술은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참가해 우리나라의 이용기술을 세계에 알린 故 성왕복 이용사의 기술을 그대로 전수받아, 20여 년에 가까운 세월을 서울의 유명 호텔에서 이용사로 근무했다. 흔히 말해 이용업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셈. 때문에 그에게 한번 머리 손질을 받은 이들이라면 평생 고객이 된다. 호텔 근무 시절 인연을 맺은 고객이 여전히 수원에 있는 그의 이용원을 찾는다. 가까운 서울에서 평창, 장수, 군산, 경주, 부산, 멀게는 제주까지 지역도 다양하다. 그에게 있어 이용 기술만큼 뛰어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봉사 정신. 그의 봉사 경력은 이용 경력과 비례한다. 가위를 잡은 순간부터 보육원으로 양로원으로 이발이 필요한 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하지만 처음부터 봉사만을 위한 활동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훈련하고자 찾아갔어요. 기술을 익히려면 머리카락을 많이 잘라봐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잖아요. 그때만 해도 많은 이용사, 미용사가 손기술을 익히기 위해 사회복지시설을 찾았거든요. 그곳에는 이발소나 미용실에 가기 어려운 분들이 계시니까. 경험도 쌓을 수 있고, 도움도 드릴 수 있었죠. 시간이 흐를수록 봉사 후 느끼는 성취감과 뿌듯함이 커졌다. 이발을 하고 나면 환해지는 그들의 표정과 감사하다는 말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어느 순간부터 봉사하고 나면 마음이 가득 채워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감사하다고 웃으며 인사하는 아이들, 예쁘게 잘랐다고 손잡아 주시는 어르신들의 표정 하나와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크게 와 닿던지. 살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봉사는 그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2003년부터는 사비를 들여 일 년에 한 번 해외봉사를 떠난다. 필리핀 바기오, 라오스 카이손폼비한 등 세계 각국 오지마을을 찾아다니며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현지 공항에 내려 오지마을까지 이동시간만도 48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하고, 3~4분에 한 명꼴로 이발해야 할 만큼 힘든 일정이지만, 가위를 잡을 수 있는 날까지 이어갈 생각이다. 오지마을에는 의사나 간호사보다는 머리카락을 자를 수 있는 이용사가 더 필요하더라고요. 누군가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만둘 수가 없어요. 앞으로도 저를 필요로 하는 손길을 찾아 더 많은 곳을 갈 계획입니다. 송시연기자
사람들
송시연 기자
2019-11-25 2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