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평생교육진흥원이 올해 직장인·중장년 맞춤형 특화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등 인천 평생교육을 활성화 하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20일 진흥원에 따르면 인천 평생교육 컨트롤 타워로써의 기능을 강화하고자 평생교육 생태계조성과 지역 평생교육 역량 강화, 시민참여 평생학습 활성화, 지역연계형 특성화 사업지원, 학습자 맞춤형 특화프로그램 운영지원 등 5개 영역 16개 세부사업을 추진한다. 진흥원은 4차 산업혁명과 고용환경 악화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자 20~40대 직장인의 직무능력을 향상할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을 지원하고 이직, 전직, 은퇴대비 등 직업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또 역세권 학습공간을 발굴해 직장인의 학습접근성을 높이고 자발적 학습동아리 활동으로 지원하는 등 평생학습을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김연임 진흥원장은 “진흥원은 시민의 평생학습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학습성과의 발전 연계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영민기자
아파트의 재건축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인 안전진단 관련 규제가 참여정부 때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국토교토부는 20일 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첫 단계인 안전진단의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 을 발표했다. 주요골자는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구조안전성의 가중치를 20%에서 50%로 대폭 높여 노후화로 인해 구조적으로 위험해진 단지에 대해서만 재건축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안전진단의 평가 항목은 구조안전성을 비롯해 주거환경, 비용편익, 설비노후도 등 크게 5개로 분류된다. 이 중 구조안정성은 건물 노후화로 붕괴 등 구조적 위험이 있는지 살피는 항목으로 평가 항목 중 가장 충족하기 어려운 요소다. 이로 인해 정부는 재건축 관련 규제를 강화하거나 완화할 때 이 구조안전성 항목의 가중치를 조절해 왔다.이 항목의 가중치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45%에서 2006년 50%까지 올라갔다. 그러다 2009년 40%로 낮아졌고, 재건축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 2014년 9·1 대책으로 인해 2015년부터 20%로 하향 조정됐다. 이번에 가중치가 대폭 상승하면서 안전진단 기준이 과거 참여정부가 강남 재건축 단지를 집중 견제했던 2006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재건축을 결정하는 첫 관문인 안전진단 기준을 높인 것은 재건축 연한을 상향 조정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규제로 해석된다. 재건축 연한을 채워도 건물이 재건축을 할 만큼 노후화되지 않으면 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재건축 단지에 대해서는 한국시설안전공단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의 적정성 검토를 받도록 해 조건부 재건축 판정의 편법적인 운용을 차단하기로 했다. 조건부 재건축은 안전진단 결과 구조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명됐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재건축을 해야 하는 수준의 아파트에 대해 재건축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시간을 갖고 천천히 추진하라는 뜻에서 도입된 판정 기준이다. 그러나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대부분 단지가 바로 재건축에 착수, ‘재건축’ 판정과 차이 없이 운용돼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트린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런 내용의 도시정비법 시행령과 안전진단 기준 개정안을 21일 입법예고 및 행정예고할 예정”이라며 “내달 말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안전진단 기관에 안전진단을 의뢰하는 단지부터 새로운 기준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한국GM 부평공장의 생산부진이 인천지역 제조업생산 감소와 수출 증가세 둔화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은행 인천본부에 따르면 2014년(35만7천대·전년대비 -6.2%)과 2015년(32만1천대· 〃 -10.2%) 장기간 감소세를 보이던 인천지역 완성자동차 산업 생산(한국GM 부평공장 기준)은 2016(34만2천대 〃+6.7%) 소폭 증가세를 보이다 2017년(33만6천대 〃-1.7%) 다시 감소로 반전하더니 하반기 들어 생산이 급격히 축소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부평공장의 부진은 인천지역 2017년 12월중 제조업생산 전년 같은달 대비 12.2%로 감소하는데 영향을 미쳤고 수출은 전자부품, 철강제품 및 산업기계 호조에도 불구 전년 같은 달 대비 3.5% 증가에 그쳤다. 특히 한은은 인천 완성자동차 산업의 수출·내수판매·생산의 동시다발적 부진 심화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화되고 있는 GM 본사의 글로벌 구조조정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주요인으로는 2013년말 쉐보레 브랜드가 유럽에서 철수함에 따라 한국GM의 수출 부진이 지속됐고 더욱이 지난해 오펠과 복스홀을 인수한 푸조시트로엥이 향후 3년 이내에 한국에서 수입하던 차종을 오펠 자체생산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생산물량의 80% 이상을 수출했던 한국GM의 경영악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2016년 4월 말리부 출시 이후 후속모델 부재로 내수 점유율이 낮은 수준에 머문데다 지난해 유럽, 인도 등 5곳의 사업장을 폐쇄하거나 매각한 GM본사의 조치로 한국GM 철수설이 나돌아 소비자 신뢰가 저하됐고 산업은행의 ‘주주총회 특별결의 안건에 대한 거부권’이 지난해 10월 만료돼 한국GM 철수를 막을 방안이 없다는 우려가 신뢰도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한국GM차 ‘사주기 운동’의 실효성도 약화됐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또 한은은 향후 인천지역 완성자동차 산업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한미FTA 재협상 결과뿐만 아니라 GM 본사의 글로벌 구조조정 향방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라 전망했다. 한국은행 인천본부 관계자는 “한국GM 협력사의 지원방안 등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대응방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한다”고 밝혔다. 허현범기자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조치로 인천 부평공장을 비롯해 창원·보령 등 타지역 공장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이 심화되자, 한국GM노조가 근로자 고용 생존권 보장을 위해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GM노조는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글로벌GM의 일방적인 군산공장 폐쇄 및 구조조정을 통보를 규탄했다. 이들은 “글로벌GM은 한국GM에 고금리 이자와 과도한 매출원가율, 사용처가 불분명한 업무지원비, 수억원이 넘는 임원 임금 등 비정상적인 경영으로 수조원이 넘는 이익을 빼돌렸다”고 지적하며 “자구책도 없이 막무가내로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글로벌GM의 요구에 노조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한국GM 30만 노동자 고용 생존권 보장을 위해 글로벌GM의 자본투자와 시설투자 확약을 받아내야 한다”며 “한국GM 특별세무조사실시 및 경영실태실사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참여 보장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어 더불어민주당 한국GM 대책 TF와 간담회를 갖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 군산공장 폐쇄 즉각 철회, ISP(외국인 임원) 및 상무급 이상 임원 대폭 축소, 글로벌GM 차입금 전액(약 3조원)의 자본금 출자전환, 신차투입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 확약 등이다. 이 자리에서 임한택 지부장은 “글로벌GM이 신차물량이나 수출물량에 관한 구체적이고 연차적인 계획을 내놓는다면, 노조는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을 양보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한국GM 정상화 방안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대해 홍영표 더민주 TF 위원장은 “TF는 미국 본사와 한국GM간 불평등한 구조개선과 구체적인 생산물량·투자계획이 전제된다면 법과 기준에 따라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한국GM 노조는 오는 22일 유정복 인천시장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며, 23일에는 부평공장에서 부평역까지 군산공장 폐쇄 철회와 공장 정상화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양광범기자
인천지역 사립유치원들이 최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재정난에 교사 구인난까지 더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일 교육부와 인천 사립유치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최저임금이 인상된 이후 유치원 교사들의 최저임금제 적용 여부를 두고 아직 명확한 정부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다. 통상 교사는 국가공무원 보수 규정에 따라 인건비가 국가에서 지원되지만, 사립유치원은 교사임에도 인건비 국가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근로자에 해당해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교육부는 지난달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 관련 질의를 한 뒤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우선 최저임금을 적용해 임금을 인상,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립유치원의 경우 원비가 최근 물가상승률 평균을 넘지 못하게 돼 있어 올해는 1.3%까지만 인상할 수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교육청의 시정명령과 운영비 등 교육청에서 지원되는 예산을 반환해야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런 부담을 떠안고 교사를 구하려고 해도 지원자가 없다는 데 있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부족한 탓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젊은 인력들이 대부분 임용고시를 준비하면서 사립유치원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진원 사립유치원연합회 인천지회장은 “정부의 지원이 어린이집이나 국·공립 쏠림 현상을 빚어내면서 젊은 예비교사들 사이에서 사립유치원에 대한 인식 자체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당장 아이들을 지도할 교사를 구하지 못해 수업에 차질을 빚는 유치원도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 부분은 교육부에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시교육청에서는 이미 충분히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 지원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김경희기자
경기복지재단(대표이사 양복완)이 ‘건강협동센터’ 운영으로 지역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로 했다. 경기복지재단은 20일 안성시 보훈회관에서 ‘지역기반의 건강협동센터 운영 모델 정립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건강협동센터는 돌봄과 보건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있는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관련서비스를 연계ㆍ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시설이다. 이는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 되고 의료체계 접근성이 낮은 농어촌 지역 주민들을 위한 역량강화 및 공동체 재생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경기복지재단은 오는 3월까지 건강협동센터 운영 모델 관련 토론회를 진행, 현장의 다양한 의견과 지역에서의 적용 가능성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 관련 연구과제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양복완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는 “지역마다 다양한 욕구가 있지만 서비스와 시설에 대한 접근성 차이로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면서 “건강협동센터에 대한 이번 연구를 통해 지역 복지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진경기자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발표로 부평공장 근로자와 협력업체들까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군산공장 폐쇄 결정 후폭풍으로 부평공장이 소재한 인천지역이나 경기 반월ㆍ시화공단은 벌써부터 일감이 줄면서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줄도산 공포 위협까지 느낀다. 한국GM 협력업체들이 모인 협신회는 19일 유정복 인천시장과 간담회를 갖고 한국GM 경영정상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 협신회는 협상은 ‘GM과 정부 간 문제’지만 빠른 협상이 이뤄져 공장이 정상 가동되길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정부 협조와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GM 부평공장이 축소될 경우, 협력업체에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며 공장 축소는 폐쇄와 다를 바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GM 부평공장은 군산·창원·보령을 포함해 국내 4개 GM 공장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직접 고용 인력만 1만1천 명이 넘고, 남동공단을 중심으로 1차 협력업체 51곳의 고용 인원은 2만6천여 명에 달한다. 인천 지역내총생산(GRDP)의 15%, 인천 수출물량의 22%를 차지할 정도로 인천 지역경제의 핵심 동력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협신회는 인천시가 한국GM 지원과 관련해 정부에 긍정적 분위기 조성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또 세제혜택 등 시가 할 수 있는 선제적 조치와 함께 노조와의 협상과정에서 적극 지원해줄 것도 요청했다. 협신회는 설 연휴 전 청와대에 ‘한국GM과 관련된 근로자 20만명의 일자리를 지켜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유정복 시장은 “한국GM, 협력업체, 노조 등 각 대표와 회의를 열어 한국GM 회생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며 세제 혜택 등 제도적 지원은 검토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정부와 GM의 원만한 협상으로 다시 공장이 가동되면 좋겠지만 결렬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부평공장 등 타 지역으로 불똥이 튀고 지역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되므로 위기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군산공장이 폐쇄될 경우 ‘산업위기지역’ 지정 등 응급대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는 군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GM이 한국내 공장의 완전 철수까지는 아니어도 다른 공장을 축소하거나 구조조정할 수도 있다. 해당 공장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공장 인근 자영업자 피해 등 지역경제 악영향이 불 보듯 뻔하다. 특히 GM 의존도가 높은 인천 지역경제가 크게 휘청일 수 있다. 부평공장 근로자와 협력업체들은 군산공장 폐쇄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불안감을 크게 느낀다. 정부는 물론 인천시는 비상 상황임을 인식하고 자구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1954년 3월7일. 해방 후 9년만에 축구 한일전이 벌어졌다. 양국 국가대표가 맞붙는 첫 경기였다. 온 국민이 일본전 승리를 기원했다. 일본으로 떠나는 선수단은 차라리 전쟁에 나서는 군인이었다. 이승만 대통령도 가세했다. ‘지면 현해탄에 몸을 던질 각오로 싸우라.’ 결과는 5 대 1 대승이었다. 이후의 한일전이 전부 그랬다. 선수도, 감독도 전투의식을 말해야 했다. 그래야 국민이 좋아했다. 1998년 일본으로 떠나던 차범근 감독의 한 마디도 유명했다. “나는 일본에게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양국 모두에서 상대를 향한 적의(敵意)가 난무한다. 쇼트트랙 여자 계주 예선전에서 한국 선수가 넘어졌다. 일본 인터넷에 실황 스레드가 들끓었다. ‘한국 넘어졌다’, ‘만세’, ‘한국 푸하하하’…. 한국 선수들이 점차 간격을 좁혔다. ‘다시 굴러라 조선인’ ‘캐나다 힘내라’…. 며칠 뒤 이상화 선수가 출전했다. 사전 인터뷰에서 ’일본 선수가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이 던져졌다. ‘전혀(신경 쓰지 않는다), 그 선수는 아직 올림픽 금메달도 없고’…. 방송은 이 멘트를 계속 내보내며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18일 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 고다이라 나오가 출발했다. 놀라운 스피드로 치고 나갔다. 500m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관중석에서 탄식이 나왔다. 36초 94, 올림픽 신기록이었다. 이어 이상화가 출전했다. 부상 후유증을 이겨낸 출발이었다. 100m까지 1위, 200m도 1위였다. 3코너를 도는 순간 사달이 났다. 삐끗하며 속도가 떨어졌다. 37초33, 은메달이었다. 이상화가 울었다. 트랙을 도는 그를 보며 관중도 울었다. 안쓰럽게도 예상이 맞았다(본보 2월 6일자 지지대, ‘3연패의 무게-이상화’). ▶그 순간,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울며 트랙을 돌던 이상화 앞을 일장기를 두른 나오가 막아섰다. 다가가더니 이상화를 안았다. 이상화도 나오 품에 안겼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뒤 함께 트랙을 돌기 시작했다. 태극기와 일장기가 함께 휘날렸다. 이때 시작된 박수가 한동안 경기장을 메웠다. 나오는 “상화는 내게 친구 이상의 존재”라고 했다. 이상화도 ‘멋진 한일전이었다’고 했다. ▶현해탄에 뛰어들 필요도, 증오를 퍼부을 이유도 없는 둘이었다. 그저 10년을 얼음판에서 마주쳐온 친구였다. 적어도 그 순간, 두 선수를 본 많은 이들이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한일전이라면 왜 이를 부득부득 갈아야 했을까…’. 하지만 한일전은 과거로 돌아갈 것이다. 또다시 증오하며 서로를 트집잡을 것이다. 안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될 것이다. 그래서 더 소중해지는 그날 밤의 추억이다. ‘한일전도 아름다울 수 있다’.김종구 주필
자유한국당 쪽에서 이상한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른바 ‘참패 필요론’이다.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패배할 것 같다는 추측이 아니다. 반드시 패배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것도 참담하게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야, 다음 총선에서 한국당이 이길 수 있다는 논리다. 정치 일정을 지방선거에 맞추고 있는 인사들은 물론 아니다. 주로 총선을 겨냥하고 있는 이들의 입에서 번지고 있는 주장이다. 도내 몇몇이 발언의 유포자로 특정되기도 한다. 선거공학적으로는 근거가 없지 않다. 2002년 12월 노무현 대통령 당선이 대표적 예다. 2년 앞두고 치러진 제16대 총선에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졌다. 야당인 한나라당이 133석을 얻을 때 115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대선을 6개월여 앞두고 치러진 제3회 동시지방선거는 더 참담했다.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 광역단체장을 모두 야당에 넘겨줬다. 6개월 뒤 대선에서 역전이 일어났다. 노무현 후보가 이겼다. ‘참패 필요론’의 효시였다. 그렇다고 이 논리가 명제는 아니다. 하필 그 극단의 예도 노무현 정부가 남겼다.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선거마다 졌다. 30연패니, 40연패니 하는 수식어가 매 선거에 따라붙었다. 작은 선거에서 지면 큰 선거를 이긴다는 셈법도 어긋났다. 당명까지 바꾸며 나섰던 17대 대선에서 26.1% 대 48.7%로 참패했다. 역대 최대 표 차이다. 당시 여당 소속이던 정장선 전 의원은 “우리 당이 ‘한방의 추억’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라며 자조하기도 했다. 이현령비현령이다. 끌어다 붙이면 결론이 달라지는 말장난이다. 그런데도 ‘참패 필요론’이 명맥을 유지하는 건 패배자의 변명을 위해서다. 당원을 결속시키고 유권자를 잡기 위해 쓰는 고육지책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당 경기지역에서 나도는 ‘참패 필요론’은 이상하다. 지방 선거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후보자 윤곽도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 한국당은 특히 그렇다. 그런데도 ‘당이 참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돈다. 그것도 알 만한 인사가 하고 다닌다. 한국당이 대한민국 보수층을 어떻게 만들었나. 국정 농단으로 낯을 들 수 없게 했다. 1천만 촛불 행진에 쫓겨난 죄인으로 만들었다. 보수라는 단어만으로 역사 앞에 폐족이 되게 했다. 그래놓고 이제는 마지막 선택의 희망마저 포기하라고 꼬드기고 있다. 유권자를 향해 ‘우리의 추락은 계속될 것’이라며 알 수 없는 협박을 하고 있다. 고민 속에 말하는 참회가 아니다. 그저 개인의 행보와 계파를 계산한 막말이다. 한심한 당이고 어이없는 당이다. 더 떨어져야 한다는 데, 한국당의 최근 지지도가 10% 내외다. 10%는 군소정당을 구획하는 마지노선이다. 더 내려갈 공간이라도 있나. 1 야당의 한자릿수 추락은 참패라고 쓰지 않는다. 괴멸이라고 쓴다. 그런 괴멸을 자초하는 말이 당 주변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집안 단속조차 못 하는 한국당이다.
세상을 어지럽히고 사람들을 속이는 것을 ‘혹세무민’이라는데 요즘 대표적으로 비난받는 것이 역술(易術)이 아닌가 싶다. 미래를 알고 싶어 하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한가지다. 역사에 기록된 최초 역술의 기원은 중국의 주역(周易)이라고 알려져 있다. 사실 주역은 점치는 책이라기보다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천지만물과 자연현상의 원리를 설명한 책이다. 인류 역사와 함께 한 역술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하여 미신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여기서 역술의 종류와 관련된 내용을 나열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심심풀이라고 보기에는 엉터리 역술가의 폐해가 생각보다 심각하기에 이 부분을 얘기하고 싶어서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대한민국 역술시장 규모는 3∼4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재미 삼아 보는 오천 원짜리 점부터 재벌들이 보는 수천 만원에 달하는 고수급 점에 이르기까지 천태만상이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내가 아는 자칭 고수가 전하는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은 다음과 같다. 과거는 제법 맞추는데 앞날은 적중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한자 해득(解得) 능력이 없어 남이 번역한 책에만 의존하고, 제대로 된 스승에게 공부하지 않아 수준 이하다. 품성과 인격이 함량 미달이고 돈만 밝힌다. 자칭 고수가 30년 영업을 토대로 내린 결론은 세상은 자기 뜻대로 굴러가지 않으며, 인생은 운명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 위에서 함께 굴러가는 존재이기에 사주팔자를 벗어나기 힘들단다. 그러나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과 그렇지 못한 삶의 결과는 달리 나타나기 때문에 인간의 의지와 노력은 아름답고 귀하다는 것이다. 중국 전한(前漢) 시대 학자인 유향(劉向)은 “운명을 아는 자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아는 자는 타인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운명의 이치는 밤이 가면 낮이 오고 낮이 가면 반드시 밤이 온다는 것이다. 작년 대선 전 각 역술가는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지 SNS에 현란한 설명과 함께 예언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갈수록 좋아진다고 예언한 역술가도 상당수였다. 틀린 역술가는 이 정도도 못 맞춘 것에 대해 사과하고 영업을 접는 것이 도리다. ‘아니면 말고’ 식의 뻔뻔함, 심지어는 1년 전에 예언했다면서 엉터리 허위 증거자료를 내놓는 후안무치에 법적으로 사기죄가 안 되는지 관계당국에서는 검토해 봐야 한다. 강호의 고수는 돈 받고 남의 운명을 봐주는 역술인에게 최소한의 자격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실시하는 시험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상이 아무리 먹고살기 힘들어도 몇 달 학원 다니고 나서 점상 차리는 세태만큼은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순신의 난중일기에는 점을 친 대목이 17회나 나온다. 오늘날 윷점을 말하는데 나무막대를 던져 괘를 만들어 길흉을 확인하는 것이다. 장군은 자신의 입신양명이나 부귀영화를 위해 점을 치지 않았다. 어머니, 아들과 아내의 안부, 전쟁의 승패, 후원자 류성룡이 아플 때 쳤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의지할 데 없는 마음을 다잡기 위한 충무공의 애틋한 심사가 가슴을 친다. 그분도 우리처럼 한없이 약한 존재였다는 동질감을 느낀다. 아플 때 병원 가듯이 힘들 때 점을 치는 일을 나무랄 수 없다. 힘든 사람을 더 힘들게 하는 일부 점술가들이 문제다. 이인재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