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한 아픈 마음을, 소외되고 어려운 어르신과 함께하며 위로받고 있습니다.” 안산시 상록구 장상동 수인산업도로변에서 4년째 ‘백년家 교동 짬뽕’을 운영하고 있는 이기선 대표(46)는 지난해 1만여 명의 어르신에게 음식을 대접했다. 올해도 어르신 음식 대접은 계속 되고 있다. 이 대표가 이웃사랑과 인연을 맺은 것은 10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안산시 단원구에서 유통회사를 운영하던 이 대표는 사무실에 찾아오는 손님 중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고 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계획했다. 그러나 봉사에 막 나서려던 차에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업과 이웃을 돕는 일을 모두 접어야 했다. 6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많은 사람이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돌아선 현재의 교동 짬뽕 터에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기에 이르렀다. 열심히 일한 만큼 찾아주는 손님의 발길이 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적게 벌어도 멀리서 찾아준 손님을 위해 식재료는 최고로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음식점이 안정을 찾아가자 이 대표는 10년 전 이루지 못했던 이웃사랑의 꿈을 다시 꺼내 들었다. 10년 전 봉사활동을 중단했던 어르신을 찾아가 봉사하기 시작했다. 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어르신을 한곳에 모셔 자장면을 대접했다. 지금은 5개 동(1개 동 170여 명) 어르신을 매월 또는 특정한 날에 점심 식사에 초대하고 있다. “아마 돈을 별도로 준비해 음식을 대접한다면 쉽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가진 재능을 기부했기에 부담 없고 즐겁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특히 안산지역에서 ‘백년家 교동 짬뽕’에 가맹(40개)하려면 이 대표의 특별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것은 ‘어르신 봉사활동에 동참해야 한다”는 그만의 이웃사랑 철학이다. 이 대표는 “부모님께 효도를 못해 어르신을 대하는 마음이 더 애틋하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지난 2008년 지인을 따라 처음 찾아간 충남 서산시 한 장애인 시설을 8년째 찾고 있다.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자 자장면을 뽑는 기계 등을 별도로 주문제작해 한해 3~4차례 찾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숙자를 위한 봉사활동도 벌이고 있다. “돈은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 대표는 “어려운 이웃이 제가 직접 만든 음식을 먹고 웃음을 지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봉사활동은 꾸준히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안산=구재원기자
굵은 나무 줄기를따라 담쟁이 넝쿨이 살포시 몸을 의탁하고 있다. 공생을 하고 있는 두 식물은 올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자연스레 헤어지게될 것이다. 그전까지는 서로 위로하며 살겠지.김시범기자
한국에 계신 많은 분들이 지난 5월 방문한 경기도 대표단처럼 두브로브니크에 다녀가셨거나 여행계획을 갖고 계실 것 같습니다. 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는 그 유구한 역사를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완벽에 가깝게 보존하고 있는 도시로, 우리는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위대한 유산을 최선을 다해 보존하고 있습니다. 4만명 인구의 작은 도시지만 아름다운 성벽과 요새, 시가지 등을 보기 위해 세계 각 지에서 매년 더 많은 분들이 두브로브니크를 찾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많은 분들이 두브로브니크를 찾고 있다는 통계 수치를 볼 때마다 매우 흐뭇한데, 그 중에서도 한국에서 오시는 분이 가장 많습니다. 변함없는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수세기에 걸쳐 문화와 유산을 보존해 온, 절벽 위에 펼쳐진 도시 두브로브니크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문화와 과학은 우리 DNA에 흐르고 있습니다. 크로아티아의 시인, 극작가, 미술가, 수학자, 과학자들이 바로 이곳에서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고, 지금 두브로브니크는 그 유산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세계 관광의 중심지로서 세계 각지의 예술가, 외교관, 과학자, 장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먼 옛날 기적을 행함으로써 외세로부터 도시를 보호했던 두브로브니크의 수호 성인 성 블라이세(Saint Blaise)가 지금도 시민과 방문객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문화적 다양성과 관용으로 잘 알려져 있는 두브로브니크 역사의 중심에는 성 블라이세 교회와 성당뿐 아니라 동방교회, 이슬람 단체,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의 세파디 유대교 회당까지 위치하고 있습니다. 또한 두브로브니크 공화국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600년 전 노예제도 및 노예거래 폐지가 한참 화두였던 때, 유럽대륙에서 가장 먼저 노예무역을 폐지한 국가이기도 합니다. 이 역사적 사건의 6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10월 두브로브니크에서는 심포지엄 개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이로부터 거의 400년 후에, 미국은 449년 후인 1865년에야 노예제가 폐지된 것을 감안할 때 실로 대단한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두브로브니크 공화국의 노예제 폐지 후 수 백 년이 지나서야 1948년 세계인권선언과 1950년 유럽 인권 및 기본권 보호조약을 통해 노예제도가 폐지되었습니다. 오늘날까지도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일컬어지는 비인간적 환경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세계 각처에 있는 상황을 볼 때, 두브로브니크의 시민으로서 우리 선조들이 유럽뿐 아니라 세계에서 노예제도 폐지의 선구자였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역사, 유산, 문화의 화려한 왕관을 쓰고 있는 두브로브니크는 ‘왕좌의 게임’, ‘Fan’, ‘스타워즈’, ‘나이트폴’ 등 크고 작은 인기 영화나 TV 시리즈의 무대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시인이 두브로브니크를 찬양했고, 수많은 서적과 영화에서 이 도시를 소개했음에도, 두브로브니크만의 특색은 일일이 다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직접 오셔서 이 독특하고 유구한 역사의 도시와 사랑에 빠져보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지난 5월 남경필 경기지사 일행과 우리 두브로브니크 시청에서 문화유산 보전 정책, 양 지역간 교류방안 및 미래비전을 함께 논의한 것이 엊그제 같이 생생한데 양지역, 양국이 진일보한 관계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안드로 블라후시치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시장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는 자매 중 언니인 두얼이 연 카페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손님들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지만, 함께 일하는 동생 창얼이 개업선물로 받은 잡동사니들을 손님들이 가져온 물건과 ‘물물교환’을 하기 시작하면서 타이페이 명소로 자리 잡게 된다. 그 중 한 남자가 세계 35개국을 여행하면서 수집한 35개의 비누를 가져와 그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얼은 비누마다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떠오르는 한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 35장의 그림을 완성한다. 비누가 자신의 기억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는 35개의 이야기가 담긴 비누 35개와 그림 35장을 가지고 떠났다. 창얼은 언니의 그림까지 가져가버렸다고 화가 났지만 두얼은 이렇게 말한다. “그가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그림을 그릴 수도 없었을 거야. 그 그림은 원래 내 것이 아니야.” 이야기는 기억이고 기억의 모음은 결국 삶이다. 두얼은 자기만의 이야기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비누와 그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갈 용기를 얻었다. 그래서 두얼은 돈을 벌고 싶었지만 카페를 떠나고, 세계여행을 꿈꾸던 창얼은 자동차가 생겼지만 카페에 남는다. 사람의 삶은 고유하다. 출근길은 날마다 똑같은 것 같지만 어제 내 앞을 지나간 차가 오늘 내 앞을 지나가는 차가 아니듯, 평범한 많은 사람들의 삶 가운데 하나일 것 같지만 내 삶은 그 누구와도 같지 않다. 그래서 사실 두얼처럼 나만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 굳이 길을 떠날 필요는 없다. 어디에 있든 무슨 일을 하든 고유하게 생기는 나의 이야기를 발견하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이미 내 주위로 풍성하게 자라고 있는 나만의 있음에도 아직 그 이야기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삶의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그 첫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이야기를 솔솔 풀어낼 첫 시작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일화 하나면 된다. ‘허핑턴 포스트’를 창간해 언론계에 돌풍을 일으킨 아리아나 허핑턴이 쓴 베스트셀러 전기 파블로 카잘스와 마리아 칼라스는 작은 에피소드에서 시작한다. 물론 이 일화들은 주인공의 운명적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도입부에 차용된 것이지만, 무명의 삶이라고 해도 잊히지 않는 어떤 순간, 어떤 한 때는 있다. 그 결정적 한 장면부터 찾아보자. 그 다음엔 술술 굴비 엮듯 이야기가 엮여 나올 수 있다. 그래도 내 것이다. 그것이 진짜다. 전미옥 마이스토리 대표중부대 겸임교수
일명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오는 28일 시행을 앞두고 공직사회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한바탕 소란을 치르고 있다. 본격 시행을 앞두고 법 적용 대상과 범위, 금액의 한도를 놓고 논란이 계속해 진행중이다. 이런 가운데 김영란법의 신고포상금 한도가 2억이라는 점을 노리고 신고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 요령 등 소위 ‘란파라치’를 강의하는 학원이 성행할 정도라 하니 법 시행에 따른 사회적 여파는 이래저래 있을 것 같다. 온 나라가 떠들썩한 이 시기에 공직자로서 다시 한 번 꺼내 보아야 할 책이 있다면 바로 다산 선생의 ‘목민심서’가 아닐까 싶다. 총 12편, 72조로 된 이 책에서 다산은 검소(儉素)와 청렴(淸廉), 청심(淸心)에 대해 이야기한다. 검소해야 청렴할 수 있고 청렴해야 자애로울 수 있으며, 자애로워야 백성을 진정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목민관에게 주었던 가르침이고 지금의 공직사회에도 이어지는 이 책의 큰 맥이라 하겠다. 특히 제2편 율기에서는 ‘대탐필렴(大貪必廉)’, 청렴이야말로 ‘가장 큰 이익이 남는 장사’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큰 꿈을 가진 공직자는 청렴해야 승진하고 존경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때문에 가장 큰 것을 얻기 위해서는 청렴해야 한다고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옛날에도 능력 있는 관리가 겨우 수백 꾸러미의 돈에 빠져 관직을 박탈당하고 귀양을 가 뜻을 펴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큰 뜻을 이루고자 했으나 눈앞의 작은 유혹을 못 이겨 불명예스럽게 퇴출당하거나 공직을 내어놓는 경우가 더러 있다. 다산은 이를 지혜롭지 못하기 때문이라 여겼다. 지혜가 원대하고 생각이 깊은 자는 그 욕심이 크기 때문에 청렴한 관리(廉吏)가 되고, 지혜가 없고 생각이 얕은 자는 그 욕심이 작기 때문에 탐하는 관리(貪吏)가 되는 것이니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 중 청렴하지 않은 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수원소방서 직원들은 어떤 욕심을 품고 있을까. 다른 건 몰라도 조직 내 청렴문화 정착에 대한 욕심만은 1등이라고 자부하고 믿고 있다. 직원들의 눈빛에서 크고 푸른 꿈 ‘청렴’에 대한 의지가 느껴진다. 지혜롭고 생각이 깊은 청렴한 공직자로서 큰뜻을 함께 펼쳐 나가는 동반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일하는 우리 소방조직의 경우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듯이 깨끗하고 바르고자 하는 마음도 끝이 없어야 한다. 세상 가장 큰 욕심, 청렴의 끝에는 반드시 그에 대한 보상이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한가위, 가득 찬 보름달을 보며 어떤 다짐을 하고 어떤 소원을 빌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렸다. 나는 우리 소방 조직이 청렴이라는 기반 위에 전문성과 성실성을 더해 보다 선진화된 조직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본다. 정경남 수원소방서장
“경찰시험에 합격한 덕분에 이번 추석에는 외가댁 가는 길이 신이 납니다”12일 수원역에서 만난 기호근 순경(30·수원서부경찰서 고색파출소)에게 이번 추석은 그 어떤 때보다 감격스럽다. 기 순경은 서울 노량진 고시촌에서 2년 동안 경찰 시험을 준비했다. 그리고 올해 초 합격한 뒤 8개월간의 교육 끝에 지난 5일 순경으로 임관했다.그는 “지난해 추석만 하더라도 미래가 불투명한 ‘취준생’ 신분인 탓에 다 같이 모인 가족들에서 괜히 주눅이 들고 위축됐다”며 “하지만 이번 추석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신입으로서 떳떳할 수 있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계급장이 달린 정복을 가지런하게 차려입은 기 순경은 추석을 앞두고 이날 기차를 타고 외가댁인 충남 보령으로 명절 인사를 가려던 길이다. 취업 준비란 핑계로 2년이 넘게 가지 못한 외가댁을 가는 기 순경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이는 이유다.기 순경은 “2014년부터 준비한 경찰시험에 연속 3번을 내리 떨어졌다. 그때마다 좌절감에 울기도 무척 많이 울었다”며 그간 시험 준비에 겪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늘 속만 썩였기 때문에 이번 추석은 어떤 때보다 맞이하는 심정이 남다르다”며 “추석 당일에는 근무를 서야한다. 그전에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 정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손자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인사드리러 가는 길”이라고 덧붙였다.외가댁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기 전, 기 순경은 처음 받은 추석 상여금으로 백화점에서 가족들에게 나눠 줄 명절선물을 샀다. 기 순경은 “늘 약자 편에 서서 그들을 헤아릴 줄 아는 경찰이 되고 싶다”며 “취업난에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취준생들도 다음 명절에는 나처럼 웃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윤모기자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지난달에 결혼한 한나라씨(30·여)는 이번 추석이 유난히 더 정신없다. 새댁으로 처음 명절을 맞이한 탓에 챙겨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한씨의 가장 큰 고민은 차례상 차리기다.그는 “결혼 전에는 명절 때마다 함께 모인 가족과 친척들이 차례상을 꾸몄다. 하지만 이제는 그 역할을 내가 해야한다”면서 “며느리로서 명절 때마다 준비해야 하는 탓에 아예 제대로 배워보고자 한다”고 ‘차례상 꾸미기’를 위해 손수 적은 메모를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신세대 새댁답게 한 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찾는다.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枾)’ 등 낯선 단어들에 대해 꼼꼼하게 적어가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한복 입는 법이나 절하는 방법, 차례 지내는 순서 등 동영상까지 찾아보며 때아닌 공부가 한창이다.가장 큰 고민은 ‘어디서 장을 봐야할지’에 대한 판단이다. 최근 정부 발표에서 차례상 차리는 비용을 놓고 전통시장(22만 4천211원)과 대형마트(31만 7천573원)등을 비교했는데, 한씨의 생각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품목별로 나눠 따진다면, 이곳보다 인터넷에서 나눠 사는 것이 훨씬 싸다”며 “명절 때마다 북새통을 이루는 시장이나 백화점을 찾기보다 온라인을 이용하려는 젊은 새댁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차례용품을 품목별로 가장 싼 인터넷 판매처에서 나눠 샀다.한씨는 “추석에 고기를 굽고 전도 부치는 등 차례상에 올라갈 각종 요리를 해야 하는데, 요리 실력이 서툴러 걱정”이라며 “조상님들이 차려진 차례상의 요리가 맛없다고 화내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수줍게 웃었다. 조철오기자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아침 이슬에 젖어, 귀여운 미소는 나를 반기어 주네~’지난 3일 오후 2시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에델바이스’가 울려 퍼졌다. 경쾌한 종소리가 함께한 에델바이스는 사뭇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이날 공연은 생활문화 동호회인 ‘분당요들클럽’이 발달장애우들을 위해 준비한 무대다. 공연에는 20여 명의 회원 가운데 5명이 참여했다. 동호회에 소속된 회원들은 ‘알프스소녀 하이디’에 나올 법한 빨간색 스위스 전통옷을 입고 등장해 시작부터 박수를 받았다.소 목에 다는 방울처럼 생긴 악기인 ‘카우벨’로 ‘에델바이스’와 ‘작은 동물원’, ‘꼬부랑 할머니’, ‘작은 별’,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 등을 연주하고, 기타연주를 곁들여 요들송을 메들리로 불렀다. 중간 중간 생소한 악기 설명을 곁들이고, 관객들의 환호를 유도하는 그들의 모습은 흡사 전문 예술인의 포스가 느껴졌다. 공연을 관람한 발달장애우들은 유도에 따라 동요를 따라 부르고, 공연 마지막에는 무대 앞으로 나와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 앉아있던 이들은 한 목소리로 ‘앙코르’를 외쳤고 한 시간 내내 연주하랴 노래 부르랴 분주했던 회원들의 입가에도 함박웃음이 지어졌다. 이날 멋진 공연을 펼친 분당요들클럽은 일반인으로 구성된 동호회다. 2008년 결성돼 회사원과 전업 주부 등 40~60대가 활동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한 시간 이상의 공연을 채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꾸준한 연습과 노력 덕분에 가능한 일이 됐다. 그리고 그 덕에 창단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공연활동을 펼치고 있다.김혜정 분당요들클럽 회장은 “분당요들클럽은 2008년 4월 창단됐다. 성남문화재단에서 요들 강의를 듣다, 요들에 빠져 동호회를 구성해 활동하게 됐다”며 “회사원, 전업주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20명의 일반인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성남문화재단 사랑방클럽에 소속된 이들은 성남 내 공연을 주로 했지만 활동반경을 넓혀보고자 동호회와 공연장소를 연계해주는 경기문화재단 생활문화사업에 지원, 올해부터 경기도내 곳곳을 찾아가고 있다. 재단에서 소정의 교통비와 식비를 지원받으며, 그간 수원과 안산 등에서 공연했다.김 회장은 “우연히 재단에서 동호회를 지원해주는 사업을 알게 됐다. 성남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경기도내 곳곳에 우리의 요들을 들려주고 싶어 신청했다”며 “덕분에 발달장애우들을 위한 뜻깊은 공연을 펼치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기뻐했다.이날 공연은 분당요들클럽 말고도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도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동이 쉽지 않은 발달장애우들의 특성상 문화 공연을 즐기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분당요들클럽이 찾아와 소중한 공연을 선물한 것. 특히 이들의 청아한 음색과 귀를 간질이는 목소리는 장애우들에게 문화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 됐다.요들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는 정한솔씨(26·여)는 “요들송 공연이라는 점이 특색있고 여러 레퍼토리가 좋았다”며 “일반인이지만 공연을 너무 잘해서 나도 기타 공연을 하고 싶다”며 즐거워했다. 옆 자리에 앉아있던 신승진씨(44)도 “에델바이스 등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줘 좋았다”며 “중창단을 했었는데 공연을 보며 옛 생각이 나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기관 관계자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승용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 팀장은 “외부에 나가기 어려운 장애우들은 문화공연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 이번 분당요들클럽의 공연이 큰 힘이 됐다”며 “우리에게 더 맞춤으로 공연해주신 것 같다”고 밝혔다.또 “생활문화 동호회 분들이 찾아줘 일반인들의 관심이 더 올라갈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런 일반인의 재능기부가 확대돼 양쪽 모두에게 보람 있고 즐거운 경험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이들에게 있어 요들이란 무엇일까. 동호회에서 지휘를 맡고 있는 신성봉 강사는 “요들의 매력은 노래를 잘하지 않아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남들이 못 내는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이라고 꼽았다.특히 그는 “요들은 큰 소리를 내어 서로 소식을 전하는 데서 출발한 것이다. 지금 사람들은 노래방 반주 등 여건이 있어야 노래할 수 있지만 요들은 스스로 소리를 내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할 수 있다. 비용도 들지 않고 생활문화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일상생활과 취미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요들은 그냥 삶의 일부”라고 단언한다. 그는 “취미라도 1~2년 만에 되는 건 없다. 활동 과정을 즐기는 것이 곧 배우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지금 40대라도 50대가 돼 훌륭하게 잘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을 펼치면 된다는 마음으로 해 왔다”고 말했다. 김혜정 분당요들클럽 회장 이들에 있어 요들은 단순히 취미활동이 아니다. 말 그대로 생활의 일부가 된, 생활 속에서 즐기고 있는 문화인 셈. 김 회장은 “생활문화 활동으로 삶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자랑했다. 그는 “생활이 바빠졌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내가 공연을 선보이는 연예인으로 바뀌었다. 분당요들클럽의 회장을 오래 하다보니 기타 치며 여성 트리오로도 활동하고 있다.4인조로 우쿨렐레도 한다. 기타를 치며 베이스와 협연하게 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조그만 곳이지만 공연도 하게 되고, 삶이 바뀐다. 노후를 즐겁게 대비하게 됐다. 생활문화를 하는 사람들은 하나에서 그치지 않는다. 다른 분야가 보이면 시도하게 된다”고 웃었다.그에게 생활문화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제2의 꿈을 꿀 수 있는 것. 제2의 인생이 열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배우고 공연하며 즐긴다. 사실 40~50대에 쉽지 않은 일이다. 일반인이지만 요들공연을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봉사공연 자체가 보람이다. 음악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삶이 특별한 무언가로 채워지는 것 같다. 전에는 퇴근 후 고기에 소주 한잔이 여가였다면 지금은 운동, 공연 등 다양해졌다. 의식 수준이 향상되며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여가가 됐다고 생각한다.” 송시연ㆍ손의연기자 후 원 : 경기문화재단
새누리당 경기·인천 중진들이 12일 ‘핵무장론’과 관련, 3인3색의 모습을 보여 시선을 모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원유철(5선, 평택갑)·홍문종(4선, 의정부을)·윤상현 의원(3선, 인천 남을)은 이날 ‘핵무장 등을 논의할 북한 핵 특위 신설’, ‘선(先) 국제사회 여론환기와 동의’, ‘핵무장보다 미국의 핵잠수함과 B52 폭격기 배치’ 등을 각각 주장했다. 원 의원이 주도하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누리당 의원 모임’(일명 핵포럼)은 오전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간담회를 갖고, 성명을 통해 국회에 ‘북한 핵 특위’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핵포럼은 “‘북핵 특위’에서는 북한의 추가적인 핵도발을 억제할 방안을 논의하고 우리의 독자적 핵능력을 포함한 실질적 대응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현실적 제약요인을 뛰어넘는 평화수호를 위한 자위권 차원의 독자적 핵무장 수준 프로그램을 포함해 모든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원 의원 등은 특히 “우선적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을 방지하기 위해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전에 한국에 배치돼 있던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홍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얼마나 답답하고 속상하면 우리가 핵무장까지 토론할 수밖에 없을까’라는 걸 정부 당국이나 국민들도 이해해줬으면 좋지 않을까”면서 “그런데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다는 건 알고 있다.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이어 “국제사회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북한의 핵을 대항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핵이 필요할 것이 아니겠느냐’라는 것에 대해 국제사회 여론을 환기시키고 또 국제사회에서 동의를 이끌어내는 그런 과정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권 차원에서 핵무장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나 현실성이 없다”면서 “핵무장을 위해선 NPT를 탈퇴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들이 많고 핵 확산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핵무장이 아니라 미국의 핵잠수함과 B52 폭격기 등 미국의 전략적 자산을 한반도에 배치하고 북한을 감시하게 하는 것”이라며 “전술 핵무기 재배치 논의 등 우리는 북에 확실한 경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민기자
법조계가 유례없는 수난을 겪고 있다. 인천지법 김수천 부장판사(57)의 청탁 재판 혐의와 인천지검 외사부장 출신 김형준 부장검사(46)의 스폰서 비리 의혹 등이 법조계의 생명인 ‘신뢰’를 추락시키고, 법원·검찰 전체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 특히 법원 판결 신뢰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 김 부장판사의 불공정 재판 후유증 우려가 현실화됨으로써 지역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과거 김 부장판사가 1심보다 4배 이상 많은 형량을 선고한 별건의 항소심 사건을 재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 법원의 고뇌가 깊어지고 있는 거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2일 구속한 김 부장판사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수감 중)로부터 1억7천만원대 금품 로비를 받고 네이처리퍼블릭에 유리한 판결을 해준 혐의가 드러나 충격을 줬다. 검찰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유명 화장품을 위조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9명의 항소심 3건을 맡았다. 그 중 지난해 9월 선고된 사건은 재판부가 피고인들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선고 형량 징역1년을 징역 10개월로 감형했다. 그러나 그 후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위조범에 엄한 처벌을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두 달 뒤인 11월 중순 선고된 두 사건은 1심의 집행유예를 6~8월의 실형으로 형량을 높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런데 인천지법의 석연찮은 해명이 문제다. 김 부장판사가 구속되기 전 이런 의혹이 일자 지난 8월 17일 인천지법은 지난해 9~11월 김 부장판사가 맡은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 위조사건 항소심 3건을 분석한 결과 “각 사건의 양형 참작 사유를 충분히 고려한 판결로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사건과 관련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 6일 사과함으로써 당시 인천지법 해명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게 된 거다. 법원 해명이 되레 신뢰성을 더 추락시켰는데도 인천지법은 아직 사과 한마디 없다. 이런 불신 때문에 김 부장판사가 과거에 맡은 다른 항소심의 ‘고무줄 판결’이 또 도마에 오른 거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피고인 A씨 항소심에서 1심의 징역 10개월 선고를 파기하고, 특별한 설명 없이 1심 형량의 4배가 넘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대법관 전원합의체 판결문에서 “이 같은 형량 선고는 자제해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판시했다. 결국 피고인 A씨는 지난 5월 재심을 신청했고, 지역 법조계 역시 재심을 촉구하고 나섰다. 법원은 지체 없이 재심을 통한 공정 재판으로 추락한 신뢰를 그나마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망가진 법관 정체성 재정립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