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한 13살 여학생보다 모텔비 적게 낸 20대 '유죄'

가출한 13살 여학생과 만난 20대 남성이 성관계하려고 모텔에 갔지만 수중에 돈이 8천원밖에 없었다. 염치 불고하고 모텔비 2만원 중 2천원을 깎고 여학생에게 1만원을 빌려 방을 구했다. 이후 미성년자 성매수 혐의로 기소된 이 남성은 여관비를 여학생이 더 많이 냈기에 성을 산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과연 죄가 있는 것일까. 법원은 당연히 죄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동부지법 제12형사부(김영학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22)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령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씨는 작년 6월 10일 자신의 집에서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A(13)양을 알게 됐다. A양이 가출해 당장 잠잘 곳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씨는 자신의 집에서 재워주겠다고 약속하고서 다음날 낮 A양을 불러냈다. 의정부역 부근에서 A양을 만난 이씨는 한동안 길을 돌아다니다가 "여기는 더우니 쉬러 가자"며 근처 모텔로 데려갔다. 모텔 대실 요금이 2만원이었지만 수중에 8천원밖에 없었던 이씨는 A양에게 "돈을 가진 게 있느냐"고 물어 1만원을 받아내고는 2천원을 깎아 겨우 모텔비를 냈다. 성관계를 끝내고 나온 이씨는 약속과 달리 "여행 갔던 부모님이 일찍 돌아오시는 바람에 재워줄 수 없다"는 말만 남긴 후 A양을 두고 집으로 돌아갔다. 법정에서 이씨는 "집에서 잠을 재워준다는 약속을 한 적이 없고, 모텔비 중 8천원을 냈지만 A양이 1만원을 냈기 때문에 성을 산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A양의 화장한 모습의 채팅 프로그램 프로필 사진이 20살 정도로 보여 미성년자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는 "얼굴을 보면 13살인 것을 모르겠느냐"며 호통을 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가출한 피해자를 집에서 재워줄 것처럼 해 만나서는 자신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려 성을 사는 행위를 했고, 그 후에도 자신 때문에 무일푼이 된 피해자를 나 몰라라 버려두고 온 점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A양이 1만원을 선뜻 준 것도 이후 피고인이 집에서 재워줄 것이라는 기대를 했기 때문"이라며 "피고인이 잠자리 등 대가를 제공할 것을 약속했고 A양은 이를 기대해 성관계에 응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법원 관계자는 "성매매 대가로 제공한 금액의 액수는 중요하지 않고 대가를 지급했다는 사실이 있으면 성매매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대법 "성관계 중 항의에 멈추고 사과하면 강간 아냐"

함께 모텔에 투숙했던 여성이 성관계에 명백한 거부의사를 밝히자 즉시 행동을 멈추고 사과했다면 강간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두 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최모(26)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최씨는 2012년 12월 A씨와 함께 술을 마신 뒤 집에 데려다 주다 차 안에서 성폭행하고, 이듬해 1월에는 함께 술을 마신 뒤 모텔에 투숙했던 B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두 사람을 성폭행한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A씨가 '오늘 집에 가지 않아도 된다'거나 '최씨와 같이 있을 것'이라고 주변에 말한 점을 고려해 두 사람이 서로 호감을 느끼고 연락하는 사이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B씨에 대한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B씨를 성폭행한 혐의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최씨가 B씨로부터 '이건 강간이야'라는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행동을 멈추고 사과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 의사에 반해 강제로 성관계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두 사람이 4시간가량 모텔에 함께 있을 동안 고성이나 몸싸움 소리가 들린 적이 없고, 사건 이후에도 피해자가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피고인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 등 B씨가 피고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행동하는 데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우울증에 딸 안고 투신했던 母, 또 집에 불질러 자살시도

26년 전 두 딸을 안고 한강에 투신해 네 살배기 딸을 숨지게 한 우울증 환자가 이번에는 자신이 사는 빌라에 불을 질러 자살을 기도했다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과거 딸을 죽음으로 몬 자살시도를 했을 때도 집유를 받고 풀려났는데 또다시 무고한 이웃까지 위험에 몰고 간 방화를 저질렀지만 재차 실형을 피했다. 우울증 환자가 또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기까지 제대로 된 관리가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회 보호망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올 전망이다. 16일 서울북부지법에 따르면 강모(56여)씨는 올해 3월 29일 오전 3시께 자신이 사는 다세대주택에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로 기소돼 국민참여재판을 받았다. 강씨는 당시 자신의 집 거실에 전기장판과 이불, 비닐봉지를 올려놓고 불을 질렀다. 지하층을 포함해 총 3층인 건물에는 강씨를 제외하고 4가구가 거주했고 화재 당시 모두 잠들어 있었다. 강씨는 불을 내곤 겁에 질려 밖으로 뛰쳐나가 행인을 붙잡고 신고를 요청했다. 곧바로 경찰이 출동해 불을 끈 덕에 인명피해는 없었고 불이 다른 집으로 번지지도 않았다. 법정에 선 강씨는 30년 넘게 우울증을 앓았다고 주장했다. 2013년 11월 인쇄공장에 세탁 보조로 취업했는데 이틀 만에 화장실에서 미끄러지면서 쇄골이 부러졌고, 이후 건강 문제로 일을 구하지 못해 우울증이 도진 탓이라고 항변했다. 강씨는 범행 전 한 달간 거의 잠을 자지 못해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운 상태였고, 방화 이틀 전에도 목을 매 죽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강씨의 과거 범행을 지적했다. 강씨는 1989년에도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당시 네 살과 두 살이던 두 딸을 껴안고 한강에 뛰어내린 바 있다. 이때 큰딸은 세상을 떠났고, 살아남은 작은딸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이혼한 전 남편이 데려갔다. 이 일로 강씨는 1990년 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피고인은 본인의 우울증이 딸을 잃게 했을 만큼 위험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또다시 아무 죄 없는 사람들에게 위험을 끼치는 방식으로 자살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비닐봉지를 준비하는 등 우발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방화를 저지른 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씨의 변호인은 "결과적으로 다친 사람이 없고 방바닥 정도만 불에 탔다"면서 "형법상 처벌을 받을 때는 벌어진 결과에 한정해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피고인에게 필요한 것은 엄한 처벌이 아니라 병원 치료와 사회의 관용"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을 심리한 형사13부(이효두 부장판사)는 강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의견을 반영해 양형을 정했다"며 "피고인의 죄질은 나쁘지만 스스로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형의 유예 기간만큼 보호관찰도 함께 명령받았다. 연합뉴스

‘마곡택지지구 토사’에 몸살 난 김포시 해법 찾는다

김포지역 내 상당수 농경지가 서울시 강서구 마곡택지개발지구에서 반출된 토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부수도권행정협의회가 실태를 점검, 대책을 마련키로 해 주목되고 있다. 15일 김포시 및 시민들에 따르면 현재 김포지역은 마곡택지지구에서 반출된 토사 15만여톤이 100ha(100만㎡)규모 농지에 대량 매립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량농지와 농업기반시설(농로, 용퇴수로) 등이 훼손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산 먼지와 소음으로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또한 토사를 실어나르는 덤프트럭들의 과속과 정체로 도심 교통 흐름에 장애가 유발되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 추가로 반출돼야 할 마곡지구 내 토사가 52만톤에 달해 김포지역 농경지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자 김포시는 최근 인천시 부평안전체험관에서 열린 제53회 서부수도권행정협의회에 마곡택지지구의 대규모 건설사업으로 반출된 토사로 인한 농경지 훼손 등의 실태를 보고했다. 회의에서 유영록 시장은 최근 마곡택지지구의 대규모 건설사업으로 반출된 토사가 김포 등 주변 시의 농토로 대규모로 유입돼 우량농지 및 농로 훼손, 먼지소음 등이 급증,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공동으로 해법을 찾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인천시 계양구와 서구 또한 김포지역과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며 공감했다. 그러나 인천시 계양구는 대규모 개발예정지역이 있어 100여만톤 상당의 토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협의회는 서울 강서구와 인천 계양구 등과의 협의를 통해 마곡지구에서 발생하는 토사를 계양구가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한편, 서부수도권행정협의회는 부천시, 시흥시, 광명시, 김포시, 서울 구로구, 양천구, 강서구, 인천시 부평구, 서구, 계양구, 강화군 등 11개 지자체가 도시 간 균형발전과 공동 문제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지난 1993년에 발족한 협의체다. 김포=양형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