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사람을 만든다... 우리동네 독립서점 '수연목서'

영국의 초대 총리 윈스턴 처칠은 폭격으로 무너진 하원 재건을 위한 연설에서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고 말했다. 2021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수연목서’ 대표 최수연씨도 이런 믿음으로 수연목서 공간을 만들었다. 사진작가로서 작업실로 계획했던 곳을 많은 사람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만들게 된 계기와 수연목서를 채운 책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과 건축이 담긴 공간 수연목서는 2021년 여주시 산북면에 문을 열었다. 자녀들이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는 동네에서 사진가인 최수연씨와 그의 아내의 가구 작업실 겸 공방을 염두에 두고 건축한 이 건물은 애초에 서울시립대 이충기 교수에게 건축을 의뢰할 때부터 작업자의 정체성이 잘 드러날 것을 주문했다. “땅 위에 건물을 지으면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될 텐데 우선 아름답고 의미 있는 건축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간이 사람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평소 생각과 ‘수연목서’라는 브랜드의 가치와 의미를 더하는 것에 신경을 썼습니다.” 공간에 대한 애착과 노력은 2021년 국토교통부 주관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빛을 발했다. 최씨는 수연목서를 오픈한 지 1년쯤 지나 작업실로만 사용하던 공간에 작업물을 전시하고 일반인이 편하게 들를 수 있도록 서점으로 꾸몄다. 사진과 건축 관련 서적을 주로 큐레이팅하고 있으며 평소 생각에만 머물러 있던 공간 나눔을 실천하고자 책방을 운영하게 됐다. “책만 판매한다고 하면 손님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들 것 같아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북카페로 오해하는 것 같아요. 수연목서는 책방이면서 갤러리의 정체성을 지닌 문화 공간입니다.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사진 작품과 전문가의 손길이 담긴 가구와 공예가 더해졌죠.” 국내외 사진 작가들 소개하고파 서점과 카페, 목공소와 갤러리, 사진 작업실 등이 세분화돼 있는 수연목서는 내년 5월까지 계획이 잡혀 있을 정도로 사진전이 상시 열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가죽, 목공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공예품을 전시해 문화공간으로서 의미를 더 한다. “앞으로도 사진과 건축을 주로 다루는 서점으로서 국내외 사진 작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소개하는 것이 수연목서의 장기적인 계획입니다. 수연목서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문의도 많이 들어오는데 차차 공연에 대한 계획도 더해 나갈 예정이고요. 모쪼록 수연목서가 책과 사진, 아름다운 건축물이 있는 따뜻한 공간으로 남길 바랍니다.”

경기 3030 도민행동, 경기도 기후위기대응위에 '정책 의견서’ 전달

‘경기 3030 실현을 위한 100만 도민행동’은 경기도 기후위기대응위원회에 ‘경기도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 도민참여 확대와 정책 이행 전환점 마련을 위한 의견서’를 전달했다고 26일 밝혔다. 경기 3030 도민행동은 지난달 ‘경기 RE100 비전 선포 1년 성과 진단 및 향후 과제 토론회’를 열고 경기도 민선 8기 전반기에 추진된 기후위기 대응 방향과 전략, 구체적인 사업 등을 평가하고 향후 과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에 따라 경기 3030 도민행동은 기후위기대응기금 조성·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 도입 등 민선 8기 경기도의 성과를 평가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우선순위 조정·조직의 재구성화 등 한계와 그에 따른 극복 방안을 의견서에 담았다. 경기 3030 도민행동은 먼저 ‘경기도 기후위기대응위원회’의 위상 재정립과 기능 확대에 대해 강조하며, 탄소중립 부문별 이행담당관 배치와 이를 지원하기 위한 사무국 설치를 요청했다. 또 ‘경기도-31개 시군 탄소중립협의체’의 구성·운영으로 경기도 탄소중립 의지와 실행력을 확산시키고, 이행계획을 추진할 때 현장에서 발생하는 난제를 해소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내년도 행정조직 개편과 예산편성 시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기본계획이 주류화될 수 있도록 전환점을 만들어달라고 강조했다. 특히 예산을 수립하고 평가할 때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경기 3030 도민행동 관계자는 “민선 8기 경기도는 선도적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경기 RE100’ 비전 선언, ‘Switch the 경기’ 발표, ‘제1차 경기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방향과 전략을 법제화하고 적극적이고 다양한 이행계획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제시한 목표를 임기내 또는 계획된 기간 동안 달성할 수 있을지 매우 우려스럽다”며 “의견서에 따른 탄소중립 정책의 전환점이 마련되도록 ‘경기도 기후대응위원회’의 숙의와 토론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편견의 벽 허문 하모니… ‘제21회 경기도 시·군 대항 장애인 합창대회’

편견의 벽을 허물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하는 ‘제21회 경기도 시·군 대항 장애인 합창대회’가 26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렸다. ㈔경기도장애인복지회 주최로 열린 이번 합창대회는 지난 2001년 시작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다양한 몸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다함께 기쁨을 누리는 축제의 장으로 마련됐다. 이날 행사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배우자인 정우영 여사와 정윤경 경기도의회 부의장, 이선구 도의회 보건복지위원장, 김정호 도의회 국민의힘 대표 등 도의회 의원들과 이세항 경기도복지단체연합회장, 신동진 경기도농아인협회장, 이완모 한국교통장애인협회 경기도지회장, 김장덕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국장 등이 함께 했다. 1부는 지난해 대상 수상팀인 의왕시장애인합창단의 ‘진달래꽃’ 축하공연과 싱잉엔젤스 어린이 합창단, 라우닛의 무대로 화려한 막이 올랐다. 이어 2부에서 열린 합창대회에선 부천, 안양, 오산, 구리, 양주, 과천, 안산, 광주, 성남, 이천, 수원, 군포, 여주, 하남, 파주, 화성, 광명 등 경기도장애인복지회 산하의 시 지부 장애인합창단 17개 팀이 아름다운 하모니로 무대를 가득 메웠다. 이번 무대를 위해 수많은 날을 연습해온 장애인합창단의 공연은 관람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대상은 ‘일어나’를 멋지게 소화한 수원시장애인합창단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최우수상은 화성시장애인합창단, 우수상은 하남시장애인합창단에 돌아갔다. 이어 금·은·동상과 장려상 등 참가한 합창단이 모두 수상을 해 경쟁보다 아름다운 화합의 무대가 펼쳐졌다. 최봉선 ㈔경기도장애인복지회장은 “이번 행사를 위해 수고해주신 많은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오늘 선보인 멋진 공연이 이곳을 찾은 모든 이들에게 사랑과 아름다운 삶의 가치를 전하는 음표가 됐길 바란다”고 전했다.

황대호 경기도의회 문체위원장, 경기뮤지엄파크 방문·활성화 논의

경기문화재단은 최근 경기도의회 황대호 문화체육관광위원장와 조미자 부위원장, 전자영 도의원이 경기뮤지엄파크를 방문해 박물관 시설 개선 방향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했다고 26일 밝혔다. 방문단은 우선 오는 2026년 개관 30주년을 맞아 전담조직을 구성해 도약을 준비 중인 경기도박물관을 면밀히 살펴봤다. 도박물관은 ‘여기가 경기’라는 미션을 ‘경기의 정체성, 세계성 확보’로 바꿔 초상화, 복식을 중심으로 한 ‘조선사대부 특화박물관’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조미자 부위원장은 “경기도박물관의 고유한 정체성이 지켜지도록 모든 사업이 박물관의 고유 설립 목적에 맞춰 계획되는 것은 물론 경기도 종합박물관으로서 도민의 역사문화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역할을 지속해달라”고 당부했다. 전자영 의원은 지역민들을 위한 박물관 공청회를 열어 상호 소통하고 채워간다면 커뮤니티 형성 및 공간 확장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대호 위원장은 박물관·미술관의 고유 정체성과 개별적 특성을 지역 주민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별도의 박물관 운영기관 설립을 제안했다. 특히 기관장을 중심으로 도청 및 도의회 관계자, 지역 주민이 함께 하는 전담 조직을 결성해 시설적인 측면과 박물관 콘텐츠의 특성을 살려 수준 높은 컨설팅을 받는다면 뮤지엄파크 시설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위원장은 이어 “지역 주민들의 수요를 잘 파악하고 그들과 함께 박물관을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두 박물관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건협 경기도지부, KT위즈와 ‘창립60주년 메디체크 브랜드데이’ 개최

한국건강관리협회 경기도지부(본부장 김계환, 이하 건협 경기도지부)는 지난 2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홈 경기에서 KT위즈와 함께하는 ‘창립60주년 메디체크 브랜드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KT위즈, 롯데 자이언츠 경기와 함께 진행됐다. 특히 협회 임직원과 가족 230여명, 수원시 드림스타트 아동 및 가족 20여명을 초청해 행사에 의미를 더했다. 경기장 외부에 설치된 메디체크 브랜드데이 부스에서는 ‘룰렛 이벤트’를 펼쳐 다양한 상품을 증정해 메디체크 임직원 및 가족과 프로야구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경기장 내에선 김계환 건협 경기도지부 본부장의 시구와 경기 중 이닝 퀴즈 이벤트 ‘메디체크 QUIZ time’이 마련돼 관중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김계환 본부장은 “메디체크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2019년도부터 인연을 이어온 KT위즈와 함께 브랜드데이를 열어 많은 메디체크 가족들과 프로야구 팬들을 만날 수 있어 기뻤다”며 “올해 기록적인 천만 관중 프로야구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KT위즈의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화려한 개막…주목할만한 상영작 4편

제1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26일 개막했다. 메가박스 킨텍스, 경기도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등에서 다음 달 2일까지 7일간의 축제가 펼쳐진다. 43개국 140편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는 이번 영화제는 국제 경쟁, 한국 경쟁을 비롯해 베리테, 에세이, 기획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방문객들을 맞는다. 기후위기·청년·동물 등 한국사회의 당면 문제를 다룬 작품부터 농민 생존권·반 식민주의 등 시대를 초월한 의제를 다룬 국제 작품, 다큐멘터리의 본원적 의미를 해석하고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는 작품까지 풍성한 라인업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 국제 경쟁: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알렉스 푸킨 감독) 스위스의 로잔 대학병원 훈련 센터에서 의료진과 돌봄 노동자들은 연기자, 투병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연기하는 ‘가짜’ 환자들과 대면한다. 올바른 방식으로 환자들을 대면하는 방법에 숙달하기 위한 워크숍의 일환이며, 감독은 이들의 훈련과정과 대화를 기록했다. 영화는 의료진에게 전달된 조언과 방침이 현실과 극도로 대조되는 상황을 보여주며, 의료 현장의 구조적 문제와 돌봄의 상호성·상대성으로 화두를 옮겨간다. 자유주의화 되는 병원 시스템에서 이 시스템이 의료진에게 보이지 않는 폭력을 가할 때 이상적인 관계가 가능할까? 영화는 의료 현장에서 학습된 친절과 공감의 한계가 어디까지일지에 대한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 한국 경쟁: ‘1980 사북’ (박봉남 감독) 1980년 4월 강원도 정선군 사북에서 대규모 소요사태가 발생했다. 감시와 착취에 시달리던 광부 3천여 명이 사북을 장악하고 공권력과 충돌했다. 계엄군이 투입되기 직전에 협상이 타결돼 유혈사태를 피했지만,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영화는 가혹한 노동 환경 아래 고통받은 광부들의 삶을 조명하고, 상처를 회복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조명한다. 한국과 해외를 오가며 선이 굵은 시사적 다큐멘터리로 족적을 남겨 온 박봉남 감독은 오랜 인터뷰와 방대한 조사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이정표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 베리테: ‘경쟁자’ (클레어 티틀리 감독) 1998년 개그맨 지망생 청년 나스비는 15개월 동안 작은 방에 감금돼 의식주를 해결하는 시험에 든다. 나스비의 이 같은 곤경은 전파를 타고 1천700만명의 시청자에게 낱낱이 공개되지만, 나스비는 이를 전혀 모른다. 영화는 코로나로 출입이 봉쇄된 현재의 나스비가 20여년 전 감금의 기억을 회고하는 시간을 교차하며 전개된다. 흡사 ‘트루먼 쇼’(1988)처럼 전개되는 영화는 나스비의 주림과 고립, 혼란을 하강의 몽타주로 형상화했는데, 이를 통해 생존을 갈망하는 현대인의 애절한 몸부림을 보여준다. ■ 베리테: ‘세 가지 약속’ (유세프 스루지 감독) 영화는 2000년대 초 이스라엘 군대가 서안 지구에서 제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봉기)에 대응하는 동안 한 어머니가 카메라에 담아낸 가족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들의 일상은 지하실에서 서로를 보호하며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감독은 성인이 된 후 어린 시절 가족의 모습이 담긴 대량의 홈비디오를 발견하며 영화를 만들게 됐다. 전쟁의 공포, 그 속에서 서로를 보듬으며 희망을 잃지 않는 아름다움이 담겼다. 한 개인과 가족의 이야기를 넘어 인간의 연약함과 강인함, 회복력을 증언하며 보다 보편적인 이야기로 다가간다.

휘어진 손 끝에서 다시 피어난…‘제14회 대한민국청춘미술대전’

‘청춘’을 나이로 따질 수가 있을까. 풍부한 상상력을 갖고 열정을 쏟아 부으며 가슴 설레는 꿈을 갖고 도전하는 모든 이들은 지금 청춘을 살고 있을 테다. 그림에 자신의 세계를 담아내며 새로운 매일을 가꿔나가는 어르신들의 도전의 이야기. ‘제14회 대한민국청춘미술대전’이 지난 24일 수원시립만석전시관 1관에서 개막해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대한민국청춘미술대전은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효원의 도시 수원에서 펼쳐지는 어르신들의 문화잔치다. 어르신들의 지혜와 오랜 삶의 문화를 그림을 통해 되새기려는 취지가 담겼다. 치매미술치료협회가 주최하고 대한민국청춘미술대전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며 수원특례시와 3세대문화사랑회가 후원하는 이번 대전엔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사생대회 546점, 공모전 92점 등 총 638점의 작품을 접수했다. 이 중 심사를 통해 121점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사생대회 대상은 꽃과 열매가 풍성한 나무, 색색의 빛을 내는 태양으로 생의 설렘을 드러낸 정희영씨(85)의 ‘신혼의 단꿈’에 돌아갔다. 최우수상은 서정희씨(82)의 ‘수양버들과 수원천’이 차지했다. 삶과 꿈을 예술로 승화시킨 공모전 대상은 김선주씨의 ‘나와 함께’, 최우수상은 장정봉씨의 ‘비상’이 수상했다. 크레파스화가 주류를 이루는 사생대회 작품은 복지관과 경로당, 시설, 몸이 불편해 집에 계시는 홀몸어르신 등 다양한 곳에서 접수됐다. 평생 가족을 먹여 살리고 보살피느라 휘어진 손 끝에 쥐어진 크레파스는 어르신들의 추억과 그리움, 바람을 담아 한 폭의 소박하고 따스한 동화를 그려냈다. 정겹게 그려진 감나무, 돌담을 따라가다 보면 유년시절의 탐스러운 꽃과 같은 청춘의 시절과 일상을 묵묵히 일궈나가는 부모님들의 삶과 마주하게 된다. 쉽게 그려진 듯한 선 하나하나에도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겼다. 치매 초기증상으로 손에 힘을 주기 힘들어 무지개조차 그리기 어려워했던 한 어르신은 매주 3회씩 7개월간 신현옥 치매미술협회장과 함께 크레파스를 움켜 잡고 연습해 곡선이 유려하고 빛나는 무지개를 배경으로 한 그림을 제출했다. 공모전에 참가한 이들 중 가장 연장자인 김옥연 할머니(97)는 ‘사랑의 나무’ 작품으로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번 대전 수상을 통해 마을잔치가 벌어지기도 했다. 다섯 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수원 서호경로당이 ‘경사가 났다’며 이들의 작품을 주변에 전시하고 200여명이 함께하는 동네잔치를 연 것. 동네엔 모처럼 만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고 한다. 대회장인 신현옥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장은 “추억은 그림 같고, 추억의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그림으로 표현할 때 우리들의 삶은 더욱 풍성해지며 가치 있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며 “어르신들의 추억과 사랑과 기쁨이 깃들어 있는 미술을 통해 목적이 없는 삶에서 희망이 있는 삶으로, 또 자신의 인생을 사랑할 줄 아는 새로운 자신을 창조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금이 아동문학가 “외롭고 웅크린 작은 별 찾아... 위로·응원할 것”

“어린이∙청소년 문학의 본질은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죠. 어렵고 냉혹한 현실이라 해도,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해야 하고 그럴 수 있다는 희망을 늘 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책이 그런 데 조금이라도 일조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올해로 등단 40주년, 대표작 ‘밤티마을 이야기’ 출간 30주년을 맞은 이금이 작가(62)가 지난 24일 오후 7시 화성시 노작홍사용문학관의 산유화극장을 찾아 독자들과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문학관이 28일까지 개최하는 ‘노작문학축전’ 중 상주작가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이금이 작가의 ‘독자와 함께한 밤티마을 이야기’ 특강에서다. “지난 15년 동안 작가님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말한 스물일곱 살 여성 팬부터 그의 책을 읽으며 성장 중인 초등학생, 육아를 하며 겪는 새로운 세상을 작가의 책을 통해 더 넓게 품고 있다고 말하는 중장년까지. 문학관의 작은 극장에선 낭독회와 이 작가의 ‘문학관’을 관통하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1984년 새벗문학상에 동화 ‘영구랑 흑구랑’이 당선되며 등단한 이 작가는 40년간 50여권의 작품을 집필한 한국 아동문학계의 거장이다. 교과서에 실린 ‘너도 하늘말나리야’(1999)는 70만 부가 팔렸고, 대표작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1994)은 꾸준한 개정판 출간으로 30년간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초엔 아동문학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HCAA)’의 최종 후보 6인에 한국인 최초로 올랐다. 이 작가는 개정 작업을 꾸준히 이어온 데 대해 “오늘을 사는 작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사회의 문화 감수성만큼 시대를 거스르는 표현과 이야기를 세심하게 살펴 수정하는 것 역시 오늘을 사는 작가의 책임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유진과 유진’(2004)에서 ‘남자친구가 손잡자고 하면 어쩌지?’ 하는 부분에 ‘남자는 쉬운 여자를 싫어해’라는 표현을 ‘그건 전적으로 너한테 달렸어’라고 수정하기도 했죠.” 이 작가는 지난 4월 밤티마을의 새 이야기를 기다려 온 독자들을 위해 네 번째 시리즈인 ‘마리네 집’을 출간했다. 이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대’다. 그는 밝고 아름답게 빛나는 별보단, 외롭고 한곳에 웅크리고 있어 잘 보이진 않지만 어딘가에 늘 존재하는 작은 별들을 찾아내 그들과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밤티마을’ 시리즈에선 환대 받지 못하고 겉도는 아이들과 어른이 나오고, ‘너도 하늘말나리야’와 ‘유진과 유진’ 등에선 결손가정과 아동 성폭력 등이 등장한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2020년)에선 한 시대를 살아 낸 선대 여성들의 연대와 사랑을 그려냈다. 그는 희미하지만 단단하게 자신들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또 하나의 작은 별을 찾아내 써내려 가고 있다. 일제강점기 사할린으로 이주한 동포 여성들의 삶이다. 올해 안까지 초고를 완성하고 내년 초께 독자들과 만나겠다고 그는 약속했다. “서로 존중하고 연대하고 나아가는 세상이 바람직한 사회일 텐데, 동화와 청소년 문학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 준다면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는 시민으로 자라나지 않을까요. 제 안의 이야기주머니들을 통해 그런 메시지를 쭉 전하고 싶습니다.” 정자연기자

[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22-⑥ 웅장한 돌기둥⋯ 전사들의 신전과 ‘엘 메르카도’

■ 전사들의 신전 ‘전사들의 신전(Temple of the Warriors)’은 전사 부조가 새겨진 돌기둥에 둘러싸인 거대한 신전이다. 관람객은 위로 올라갈 수 없어 외관만 볼 수 있다. 상단에는 마야의 ‘비의 신’인 차아크가 누운 모습을 새긴 석상이 있는데 이 석상 위에 사람의 심장을 올려놓고 인신공희를 행했다. 누운 석상의 시선은 하지 때 일몰 지점을 향한다고 한다. 신전 입구에 세워져 있는 사각 기둥과 동쪽으로 이어진 엄청나게 많은 둥근 기둥에는 짚으로 만든 지붕을 덮었다고 하나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기둥만 남았다. 신전 입구 정사각형 기둥 60개에는 톨텍 복장을 한 전사 조각을 새겼는데 이 때문에 ‘전사들의 신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워낙 앞에 기둥이 많아 ‘천 개의 기둥 신전’이라 부르기도 한다. ■ 엘 메르카도 ‘엘 메르카도(El Mercado)’를 처음 발견한 탐험가는 기둥이 공터 주위를 쭉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 시장의 가판대와 비슷하다고 여겨 시장이라는 뜻의 ‘엘 메르카도’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현재 고고학자들은 이곳이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일종의 예식을 치르는 제례 장소일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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