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농촌 보며 예술 한 스푼…‘제3회 국립농업박물관 어린이 예술대회’

국립농업박물관(관장 황수철)은 ‘제3회 국립농업박물관 어린이 예술 대회’를 오는 28일 개최한다. 이번 대회는 그동안 우편으로 작품을 접수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어린이들이 풍성한 가을 농업·농촌을 직접 보고 느낀 점을 그림에 담도록 현장 그리기 대회로 열린다. 전국의 초등학생 연령 어린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그림 형태의 구분 없이 주제성(30), 완성도(30), 독창성(20), 표현성(20)을 심사해 우수작품을 선정한다. 수상자는 대상 1명(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 부상 50만원 상당), 최우수상 3명(국립농업박물관장상, 부상 30만원 상당), 우수상 16명(국립농업박물관장상, 부상 10만원 상당) 등 총 2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대회 당일에는 그림 대회뿐만 아니라 농촌마을 이야기, 반려동물 간식 만들기, 농기구 만들어보기, 다듬이 공연 등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해 가족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참가 신청은 오는 26일 오후 11시 50분까지 국립농업박물관 어린이박물관 누리집에서 하면 된다. 황수철 국립농업박물관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청명한 가을날 우리 농업의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하고, 어린이가 생각하는 풍성한 가을 농촌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장으로 변한 학교, 문학작품이 눈 앞에”…수원시립공연단 ‘찾아가는 예술무대’

수원시립공연단이 이번 달부터 개학을 맞이한 수원시 관내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교과서에서 보던 문학작품을 안무와 노래, 연기가 곁들어진 작품으로 감상하는 ‘찾아가는 예술무대’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찾아가는 예술무대’는 수원시립공연단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로 사회복지시설, 학교, 도서관, 기업체 등 문화예술 체험의 기회가 적은 시민 및 공연장 접근이 어려운 문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올 9월부터 학교를 중점으로 진행하며 학생들에게 다채로운 예술 경험을 제공하고, 교육적 가치를 높이는 데 주목했다. ■ 공연장으로 변한 ‘우리 학교’ 하반기 수원시립공연단 찾아가는 예술무대의 테마는 ‘낭독’으로 서양의 명작동화 ‘신데렐라’와 국내 초중고 필독 소설인 김유정의 ‘봄봄’이다. 첫 번째 낭독극 ‘신데룰라’는 우리에게 친숙한 명작동화 ‘신데렐라’를 현대의 감각으로 재구성한 낭독 뮤지컬이다. 생생한 연기와 함께 학생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안무와 노래가 공연의 즐거움을 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대의 여성상에 대한 성찰을 통해 학생들이 지금의 사회에서 스스로의 가치와 역할을 고민해 보는 기회를 마련한다. 두 번째 낭독극 ‘봄봄’은 작가 김유정의 단편소설을 해설과 연기가 더해진 낭독 콘서트 형식으로 꾸민다. 일제강점기 농촌 사회의 일상과 인간 본성을 세밀하게 그려낸 작품을 수원시립공연단 극단원들이 섬세한 연기로 각각의 캐릭터를 표현한다.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작품을 낭독이라는 장르로 접했을 때 나타나는 새로운 경험과 교육적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 직장인 위한 인식개선 교육 프로그램 올 2월을 시작으로 공직자 대상 직장교육, 빛누리아트홀 개관식 등 다양한 곳에서 선보이고 있는 기업 인식개선 교육 프로그램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사’는 수원상공회의소와 협력, 하반기에는 관내 기업을 두루 찾아다닐 예정이다. 지역경제 발전에 힘쓰는 중소기업을 찾아가 뮤지컬 한 편을 통해 조직 내 올바른 소통과 팀워크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찾아가는 예술무대 초청료는 무료이며 자세한 내용은 수원시립공연단으로 문의하면 된다.

김성진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국악 세계화에 온 힘”

“이전에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국악관현악’의 길을 연주자들과 함께 땀 흘리며 개척하고 있습니다. 우리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예술단이 되도록 단원과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할 것입니다.” 도전과 자유로움으로 대표되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김성진 예술감독은 국악관현악과 서양 오케스트라의 ‘경계’를 걷는 지휘자로 통한다. 동서양의 뛰어난 작곡가, 연주자들과의 협업으로 국가와 장르를 넘어선 새로운 음악을 창작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수장이 된 김 예술감독은 ‘고향의 정서로 국악의 세계화’를 모토로 한다. 그를 만나 예술단 운영 구상을 포함한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들어봤다. ■ 경기시나위 음악의 역동적 변화·국악당 활성화…‘정상’으로 가는 여정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는 1996년 ‘경기도의 소리를 중심으로 한 한국 전통 음악의 계승 및 발전’을 목표로 창단한 경기도를 대표하는 예술단체다. 정악, 민속악, 궁중음악부터 무용음악, 관현악,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우리 음악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국내 유일의 예술단이기도 하다. 김 예술감독은 취임 이전부터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연주력과 레퍼토리를 다각도로 분석했고 취임 후에는 나아가야 할 방향을 꼼꼼히 설계했다. 그는 “취임한 직후에는 ‘음악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았다”며 “경기도는 땅도 넓고 인구도 많은데 용인에 있는 경기국악원 국악당엔 좀처럼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시나위의 음악이 역동적으로 변화해 정점에 올라야 하는 건 물론이고 국악당 역시 경기도민과 음악을 만드는 단원 모두에게 국내 최고의 장소가 되도록 제반 시설 등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클래식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지휘법을 공부한 김 예술감독은 1993년 KBS 국악관현악단을 지휘하며 국악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서울시국악관현악단장, 청주시시립국악단 예술감독, 서울시청소년국악단장 등을 역임했으며 특히 서양음악 전공자로는 최초로 국악관현악단장, 예술감독 등을 맡아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악기 간 조화, 박자 등을 다듬어 정교함을 더하고 한국적 정서를 소리로 구현해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의 ‘경계’에 서 있는 국악지휘자로 이름을 떨쳤다. 김 예술감독은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와 ‘국악의 대중화’, ‘국악의 세계화’라는 지향점이 같아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보석’ 같은 경기시나위 단원들은 모두 음악에 ‘진심’이다. 연주회 레퍼토리가 정해지면 전체가 함께하는 연습 외에 단원 개개인이 모두 연습실을 찾아 밤 늦게까지 곡을 분석하고 쉼 없이 연습한다”고 말했다. ■ 성공 신호탄 쏘아 올린 ‘국악당 활성화’ 김 예술감독은 취임 직후부터 경기국악원 국악당의 활성화를 과제로 꼽았다. 용인 경기국악원은 한국 전통예술을 활성화시키고 도민과 외국인 관광객 등에게 다양한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급하기 위해 2004년 개관했다. 공연장과 함께 강습실, 합주실, 악기보관실 등 제반사항을 갖추고 있지만 일부 시설이 노후하고 국악 공연만 진행되는 데다 그마저 코로나19 등으로 공연이 줄어들자 점차 국악당을 찾는 관객들도 뜸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김 예술감독은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대부분 공연을 국악당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에 이뤄진 경기시나위의 세 차례 공연이 모두 국악당에서 진행됐는데 특히 모든 공연이 매진을 기록하며 국악당 활성화 성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3월30일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경기시나위의 레퍼토리 공연 ‘Weekend Concert-오후 4시’는 어린이, 청소년, 성인 등 다양한 관객층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관현악, 민요, 사물놀이, 전통음악, 무용 등의 친숙하고 쉬운 음악으로 주말 콘서트를 진행했다. 국악이 어렵지 않도록 방송인이자 피아니스트인 다니엘 린데만이 해설자로 나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Weekend Concert-오후 4시’는 각기 다른 테마로 5월25일(효), 7월27일(전통) 공연을 이어갔고 모두 큰 인기를 얻었다. 김 예술감독은 “국악당에서 어느 날 반대편을 바라보니 대단지 아파트가 눈에 띄었다”며 “그 순간 아파트 주민들만 오셔도 국악당이 충분히 만석이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후 4시’ 콘서트를 친숙하고 쉽게 바꿔 알렸고 결과가 좋았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 경기시나위와 국악당이 살아나고 있는 것 같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선보인 국악인형극 ‘천하태평 지구를 지켜라!’는 어린이 관람객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으면서 전석 매진을 기록, 한 차례 예정이었던 공연을 두 차례로 늘려가며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김 예술감독은 하반기 송년음악회를 비롯해 상반기에 성공을 거뒀던 레퍼토리 공연 등을 내년에도 국악당에서 꾸준히 선보여 국악당의 안정적 활성화를 이끌 계획이다. ■ 경기시나위만의 지속가능한 음악…‘레퍼토리 확장’ 그가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레퍼토리 확장’이다. 서양 오케스트라의 경우 말러, 베토벤, 드보르자크 등 주요 레퍼토리를 내세우고 관객들이 찾는 반면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는 손에 꼽히는 레퍼토리가 특별히 없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는 그동안 공들여 수많은 연습 끝에 작품을 무대에 올리면서도 연주회마다 새로운 레퍼토리가 등장하거나 초연되고 사라지는 곡이 많아 작품 간 연계성이 부족해 단절돼 왔다. 이에 김 예술감독은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에도 무대에 올린 작품들이 축적되고 연속성을 가져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레퍼토리 창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주요 레퍼토리를 발굴하고 확장해 관객층을 두텁게 만들고 청중이 꾸준히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김 예술감독은 “찰나에 반짝이다 사라지는 음악이 있고, 지속적으로 사랑받으며 길게 가는 음악이 있다. 우리는 아직도 200년, 300년 전에 만들어진 클래식을 듣기 때문에 후자는 클래식에 속한다”며 “빛이 사라지는 동시에 청중도 사라지는 음악이 아닌, 고유의 영역에서 지속가능한 음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계속 연주되고, 청중에게 익숙해지는 곡, 경기도이기에 만들어질 수 있는 고유의 곡이 필요하다. 한 번 짓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농사를 지어 수확물을 계속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는 4월 수원시립합창단과 함께 경기민요를 합창으로 선보인 ‘노랫가락’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또 5월에는 시대를 풍미한 대중가요 ‘봄날은 간다’를 국악관현악 버전으로 선보여 우리 악기에 대한 애정 등을 녹여내며 주목받았다. “듣는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 항상 스스로를 채찍질한다”는 김 예술감독은 “지휘자는 무대에 서기 전 80명의 소리를 듣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제일 많이 듣고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국악을 일정한 틀에 가두지 않고 다양한 장르와의 결합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동시에 청중에게 사랑받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데에도 빈틈이 없다. ■ 이탈리아, 튀르키예에 ‘우리 가락’의 아름다움 알린다 ‘함께하는 새로운 시작, 우리 여기에 있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김 예술감독은 ‘국악의 세계화’를 통해 우리 음악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각오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는 지난달 튀르키예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이달 이탈리아에서도 공연을 선보인다. 특히 17일엔 이탈리아 밀라노 카르카노극장에서 우리 장단과 가락의 다이내믹한 에너지를 알리고 20일엔 제노바 폴리테아마 제노베제극장에서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인다. 이들 공연은 한-이탈리아 수교 14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이다. 김 예술감독은 국악에 대한 우리의 익숙함이 외국인에겐 생소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생소함과 익숙함의 경계에서 조화를 찾아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전통이 살아있는 곡, 또 이탈리아에서 사랑받는 곡을 우리 음악과 혼합한 곡 등을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공연에선 한강수타령 주제의 의한 국악관현악 ‘이화 도화 만발하니’로 무대의 포문을 연다. 이 곡은 경기민요 ‘한강수타령’ 선율을 바탕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곡명은 경기민요 ‘사철가’의 가사에서 가져왔다. 곡은 가야금의 잔잔한 선율로 시작해 봄의 신선한 바람과 희망을 상상하게 한다. 특히 다양한 리듬 패턴을 사용해 역동적 변화, 미래를 향한 도전과 희망을 힘차게 표현한다. 이어 대나무로 만든 한국의 전통 관악기 ‘파리’의 독특한 선율과 전통적인 색채가 잘 표현된 ‘창부타령’을 선보인다. 또 한국의 무속음악에서 유래된 ‘비나리’를 사물악기 반주와 국악관현악에 맞게 편곡해 우리 전통의 정서를 이어간다. 특히 국악관현악과 두 명이 이탈리아 오보에 연주자가 함께하는 협연곡 ‘Transfiguration’이 연주될 예정이다. 이 곡은 구슬프지만 서정적이며 우아한 선율이 돋보이면서도 빠르고 강렬하며 역동적인 리듬 전개가 특징이다. 국악관현악과 서양악기 오보에와의 새로운 음악적 구조의 배합을 시도하며 국악의 세계화를 위해 작곡돼 의미가 있다. 무대의 마지막은 ‘나부코아리랑’이 장식한다. 한국 대표 민요인 ‘아리랑’과 이탈리아 오페라 ‘나부코’의 합창곡 ‘Va, pensiero’가 조화를 이루는 곡으로 앞으로 계속될 한국-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만남을 희망하는 의미를 담았다. ■ ‘가장 사랑받는 경기도 예술단’ 향한 도약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는 국악관현악을 연주하는 유일무이한 예술단이다. 우리의 전통음악이자 고유한 창작음악을 선보이면서도 다양한 예술장르와 융합하는 창의적인 시도를 통해 국악의 대중화,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김 예술감독이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를 경기도뿐만 아니라 국내, 전 세계의 ‘보물’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김 예술감독은 경기민요를 통한 경기도 천년 유산의 지향, 판소리와 합창 등이 어우러진 복합적·입체적 무대, 관객들과의 쌍방향 소통, 찾아가는 음악회 등으로 ‘가장 사랑받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를 꿈꾼다. 특히 ‘대한민국 악단 중 앙상블이 가장 좋다’, ‘레퍼토리가 가장 많다’, ‘프로그램을 정말 잘한다’ 등의 평가를 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12명의 젊은 작곡가들의 초연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十二 작곡가’ 공연과 미래의 명인을 발굴하기 위한 ‘젊은 명인’ 공연도 마련했습니다. 내년에도 더욱 완성도 높은 무대와 청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작품으로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드릴테니, 기대해주십시오.”

경기도자비엔날레 주제전 ‘투게더_몽테뉴의 고양이’…‘함께 살아간다는 것’ 고찰

인종, 민족, 역사를 연결해 온 ‘도자’를 통해 ‘협력’의 의미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렸다. 한국도자재단은 이천 경기도자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제12회 경기도자비엔날레’의 주제전 ‘투게더_몽테뉴의 고양이’를 통해 협력의 중요성과 현대사회의 소외에 대해 탐구한다. 경기도자비엔날레의 본전시인 주제전에서는 14개국 26명 작가의 작품 75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16세기 프랑스 철학가 미셸드 몽테뉴가 언급했던 “내가 고양이와 놀고 있으면서, 사실은 그 고양이가 나와 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어찌 알겠는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함께 살아간다는 것’, ‘진정한 협력’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특히 이번 전시의 특별한 키워드 중 하나는 ‘어린 아이들’이다. 전시장 곳곳에 있는 아이 관련 작품을 찾아보며 미술관이 주문한 ‘미래의 주인이 될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세계와 함께: 순환하는 대지의 질서’에서는 자연, 동물, 인간의 균형있는 상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어린이들의 영웅인 ‘삐삐 롱스타킹’과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모습을 형상화 한 마리떼 반 데어 벤 작가의 작품 ‘네가 어떻게 감히’가 관람객을 맞는다. 용감하게 우뚝 선 자세, 강렬한 눈빛 등이 인상적인 이 작품은 환경운동가로서 전쟁에 나서겠다는 그레타의 투쟁을 응원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작용한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두 소녀를 융합해 작품의 의미를 더 강력하게 표현했다. 킴 시몬손의 ‘모스 피플’ 역시 아이를 대상으로 한 작품이다. 겉보기엔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숲 속의 요정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그들의 표정은 어둡고 공허하다. 현대사회의 분쟁 등으로 지구에 종말이 찾아오자, 아이들이 스스로를 이끼로 위장한 채 숲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표현했다. 작품을 통해 미래 세대의 건강한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어른들의 역할을 돌아보게 한다. 2부 ‘타자와 함께: 우정에 대하여’에서는 퀴어, 유색인종, 이주민 등 사회적 타자로 여겨지는 이들을 환대하고 세심한 관계를 맺는다. 팁 톨랜드 작가가 만든 정교하면서도 초현실적인 도자 인물상 ‘백색증을 앓고 있는 아프리카 아이’가 대표적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알비노 아이들의 신체가 부와 권력,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그릇된 미신이 있어 종종 그들의 신체 일부가 절단돼 비싼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이 작품은 실제 사람의 두 배 크기로 제작해 알비노 아이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동시에 흑인가족의 비참함을 극대화하고 탄자니아의 비인격적인 이야기를 고발한다. 이어 전시의 3부 ‘자신과 함께: 디지털 세상 속에서’는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개인 소외 등을 조명하며 관계의 회복에 집중했다. 강용석 작가의 작품 ‘귀로’는 디지털 환경 속 단절된 노인소외 문제를 다루고 있다. 노인들의 신체를 양 옆으로 압축해 납작해진 모습으로 표현했는데, 이를 통해 연약함과 참담함을 극대화했다. 또 불편한 몸을 이끌고 리어카를 끄는 나이든 여성의 모습을 흰 자기로 표현, 정체성이 희미해져 하얗게 발화된 것을 묘사했다. 전시의 마지막은 황 춘마오 작가의 작품 ‘핑크 드림 미러’로 장식한 만찬장에서 끝난다. 그의 작품은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표면에 금칠을 더해 웅장함을 갖췄다. 식사를 하면서 유대감을 쌓듯 도자기가 가진 근본적인 힘을 통해 존중과 배려로 화합의 장을 이루길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임미선 예술감독은 “세상을 이루는 4원소인 공기, 물, 불, 흙이 결합된 도자예술을 통해 지구 속 복잡한 이슈들 사이의 ‘투게더’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했다”며 “주제전을 통해 우리의 ‘삶의 토대’를 스스로가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에 관해 공감하고 실천하는 시간을 갖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사립 뮤지엄 ‘연합展’⋯ 우리가 사랑한 실학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이 경기 남·북부의 문화예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북부 권역에 있는 사립 뮤지엄들과 똘똘 뭉쳤다. 실학박물관을 비롯한 동·북부의 공·사립 뮤지엄 7곳은 같은 주제로 각기 다른 연합전시를 추진해 경기 북부의 문화예술 활성화에 시동을 건다. 16일 실학박물관에 따르면 실학박물관은 2억원의 예산을 들여 내년 3월까지 경기 동·북부 공·사립 뮤지엄 6곳과 함께 ‘다산 정약용과 한강’이라는 공동 주제로 연합전을 개최한다. 실학박물관 개관 15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연합전은 경기도 내 최초로 공·사립 뮤지엄이 북부 권역의 문화 활성화를 위해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앞서 경기 남부 권역과 북부 권역간에는 문화시설 불균형 등으로 인한 문화 격차가 심각한 점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연구회가 지난해 발표한 ‘경기도 남부·북부의 문화관광 분야 격차 해소 및 균형발전방안 연구’를 보면 2021년 기준 남부엔 박물관이 85곳(66.4%) 있는 데 비해 북부엔 43곳(33.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술관 역시 남부엔 36곳(66.6%), 북부엔 18곳(33.3%)이 있어 북부의 문화시설 수가 남부의 절반에 불과했다. 특히 연구회가 지난해 도 공무원 39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경기북부가 남부보다 문화관광 분야가 낙후돼 있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57.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에 뮤지엄 7곳은 연합전시를 통해 동·북부 지역의 박물관, 미술관을 더욱 알려 북부 도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늘리고, 한강·정약용 등을 통해 북부 지역의 문화관광 활성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서호미술관은 ‘다산, 강따라 마주하다(10월18일~12월8일)’ 전시를 통해 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남한강이 하나의 강으로 합쳐져 한강으로 흐르는 지점을 주제로 풀어낸다. 정정주, 고산금, 신형섭, 강애란 등 4명의 작가가 다산이 추구했던 실학의 세계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전시를 펼친다. 한강뮤지엄은 정약용의 생각과 지혜를 재조명하는 현대미술전 ‘타라탁탁-열수(洌水)의 꽃, 정약용의 아언각비(雅言覺非)(10월1일~2025년 3월9일)’를 개최한다. 열수는 정약용이 고향인 한강변을 지칭했던 말이고, 아언각비는 유배 후 고향으로 돌아와 1819년 저술한 서적이다. 한강뮤지엄은 열수를 주제로 한 실외전에서 한강에 대한 정약용의 애정을 보여주고, 아언각비를 주제로 한 실내전에서 현대인의 말과 정보를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특히 실학박물관은 아버지 정약용이 아들들에게 내린 ‘하피첩’, 정약용이 고향의 사계절을 노래한 ‘소천사시사’ 등의 유물을 현대예술로 표현한 전시 ‘정약용과 한강, 두강(斗江)에서 만나다(12월~2025년 2월)’를 선보인다. 실학박물관은 연합전시를 종합해 현대예술과 실학의 학술을 융합할 계획이다. 또 우석헌자연사박물관은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을 중심으로 한 교육 체험 행사 ‘정약용을 그리다(10월1일~31일)’를 기획했다. 광물, 화석, 암석 채취 자료를 바탕으로 ‘한강’과 ‘정약용’을 주제로 한 3종의 역사·과학 융합형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와 함께 모란미술관은 정약용의 기예론에 담긴 정신을 실현하는 ‘모란 청소년 입체미술 공모행사(8월22일~12월27일)’를, 프라움악기박물관은 정약용을 기념해 야외 오페라와 실내 한국 가곡을 공연하는 ‘음악이 흐르는 한강(10월26일)’을, 남양주시립박물관은 ‘정약용 문화제’ 기간에 ‘다산 정약용, 실학을 집대성하다(10월11일~12일)’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한국희 우석헌자연사박물관장은 “공·사립 뮤지엄이 만나면 각각 다른 콘텐츠로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한 걸음을 뗀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며 “경기도의회와 경기문화재단 등의 도움으로 첫 단추를 잘 끼었으니 발전적으로 나아가 경기 북부의 자연, 역사, 유물 등을 널리 알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필국 실학박물관장은 “공·사립 뮤지엄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지역사회, 예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길 바란다”며 “실학의 현재적 가치, 실학의 동시대성을 조명해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현재 당면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실학의 가치가 관객들에게 전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석균 경기도의회 의원(국민의힘·남양주 1)은 “뮤지엄들의 ‘유쾌한 반란’으로 관객들이 새로운 시도, 재창조의 가치를 느끼게 될 것”이라며 “연합전시를 플랫폼화 해 해마다 동·북부 뮤지엄들이 도민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도록 안정적인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독서도 놀이처럼, 책과의 벽을 허무는 ‘독서 캠핑 가볼까’ [공간의 재발견_여주도서관]

여주시는 시민들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도서관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각 읍·면에 1개 관의 도서관을 설치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방문객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는 여주도서관은 여주를 관통하는 남한강처럼 여주시립도서관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남한강 품은 도서관 남한강은 여주시의 상징과도 같다. 여주를 관통하는 남한강의 물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전원과 도시가 공존하는 여주만의 독특한 풍경에 매료되기 마련이다. 그런 남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여주도서관은 지역주민들에겐 독서에 대한 만족감을, 근교 나들이를 나선 방문객에겐 꼭 들러야 할 필수 코스가 됐다. 2012년 3월 29일 개관한 여주도서관은 여주시의 독서문화진흥정책, 도서관발전종합계획 등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여주시의 중앙도서관이다. 여주도서관의 특화 자료로는 중국, 베트남, 일본 등 여러 나라의 다문화 도서와 도예 관련 전문 서적, 정기간행물을 꼽을 수 있다. 열람실 및 종합자료실 등이 있는 도서관동 건물과 각종 특강과 독서문화 프로그램, 공연을 진행할 수 있는 문화동 건물이 나뉘어 있는 것 또한 특징이다. 연면적 4천245.11㎡의 도서관동은 지상 4층 규모로 돼 있으며 1층에는 북카페, 북큐레이션 전시공간이 배치돼 있고 2층엔 어린이자료실, 3층과 4층엔 각각 종합자료실과 디지털자료실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여주도서관 자료실은 남한강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어 열람실 전면에서 풍경 조망이 가능하다. 이런 이점을 활용해 마련한 창가 자리는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고 사랑받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독서도 놀이처럼, 책과 함께하는 삶 여주도서관은 좋은 휴식 공간으로 주목받는 만큼 책과의 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 예로 어린이자료실 내 유휴공간을 활용한 체험공간 ‘PLAY PLAY’를 조성해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독서뿐 아니라 블록놀이, 미로찾기 등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아름다운 풍광을 활용해 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이 ‘독서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도서관 야외 공간을 꾸밀 계획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도서관으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지속적으로 특색 있는 장서를 구비하고 있으며 변별력 있고 수준 높은 독서프로그램과 독서진흥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매월 여주도서관 사서들이 선정한 주제로 북큐레이션을 기획·전시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인문학적 소양 함양을 위한 ‘여주 인문학 특강’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여주도서관을 비롯한 여주시립도서관은 영유아 독서 습관 형성에 주목하며 ‘독서진작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자’는 취지로 임산부 및 0~3세(35개월) 영·유아에게 책꾸러미를 나눠주는 ‘북스타트’ 사업을 필두로 4~6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천 권의 책을 읽게 하는 ‘내 아이 인생 성공 천 책(내천책) 프로젝트’, 7~12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초등학생 독서 능력 향상 프로젝트(초능력)’ 등이 활발히 운영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성인 이용객들이 세계고전문학에 관심을 갖고 완독할 수 있도록 기획한 ‘고전문학 백 권 읽기(고백) 프로젝트’, 여주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독서마라톤’, 마을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독후활동을 독려하는 ‘경로당으로 찾아가는 도서관 서비스’ 등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촘촘한 독서진흥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내에서 일곱 번째로 큰 여주시는 넓은 크기 탓에문화적 혜택이 고르지 못하다는 지역적 고민을 타파하기 위해 각 읍·면지역에 도서관 1개 관을 짓는 것을 목표로 공공도서관 확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서관이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여주·세종·점동·흥천·금산·대신·도서관 및 북내작은도서관·산북작은도서관·여주기적의도서관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2026년 말 개관을 목표로 추진 중인 강천면 공공도서관이 준공되면 각 읍·면 공공도서관 설치가 마무리된다. 여주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의 기본적인 역할을 잘 수행하면서도 할 수 있는 한 많은 시도를 할 생각”이라며 “많은 시민들이 도서관이 소중한 장소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내면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주도서관 주소 : 여주시 여양로 190-17(천송동) 운영시간 : 월~목: 오전 9시~오후 10시(어린이: 오전 9시~오후 9시) 토~일: 오전 9시~오후 6시 휴관일 : 매주 금요일, 법정공휴일 휴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추석특집]

농경사회에서의 추석은 한 해 걷이를 앞둔 시점의 큰 축제와도 같았다. 지금의 명절은 연휴와 휴가가 주어지는 공휴일의 의미가 크지만 여전히 추석은 모든 것이 풍부하고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가장 좋은 계절이다. ‘가을의 저녁, 가을이 저문다’ 음력 8월 보름에 해당하는 추석은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 다양한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이 지정한 우리 민족의 5대 대표 명절 중 하나이기도 한 추석은 강강술래부터 송편까지 다양한 세시풍속을 보유하고 있어 명절의 꽃으로 불린다. 가을 추(秋)에 저녁 석(夕)을 쓰는 추석은 ‘가을의 저녁, 즉 가을이 저문다’는 뜻으로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 곡식 수확이 완료되는 시점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계절적으로는 아직 가을이 한창이지만 한 해의 농작물을 수확하기 직전 가장 풍족한 시기를 앞두고 풍년을 기원하며 기쁘게 맞는 명절인 것. 햇곡식으로 밥과 떡을 빚고 술과 햇과일을 정성껏 준비해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성묘하며 그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전통적인 추석의 가장 큰 의미였다. 일가친척이 모두 모여 음식을 서로 교환하며 넉넉한 인심을 나눴고 한 해 농사의 마감과 다음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 전통 농경시대의 미덕이었다. 추석의 유래는 다양하게 전해져 내려오지만 정확하게 기록된 것은 없다. 12세기 삼국사기에 신라시대의 대표적인 명절로 언급된 것으로 미뤄 삼국시대 이전부터 시작됐을 거라고 추측할 뿐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가배(嘉俳) 또는 가배일(嘉俳日)은 신라 3대 유리왕 32년부터 시작된 가배놀이에서 유래된 것으로 짐작된다. 가배놀이란 매년 음력 7월 중순부터 8월 보름까지 여자들이 두 편으로 나눠 베틀 짜는 경기를 벌이고 왕이 심사하는 놀이였는데, 이때 진 편이 이긴 편에게 술과 음식을 장만해 푸짐하게 대접하고 춤과 노래를 더해 신나게 논 것을 ‘가배’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외에도 추석을 부르는 말은 다양하다. 순우리말인 ‘한가위’는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를 합친 말로 ‘8월의 한가운데 있는 큰 날’, ‘가을의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조선 후기 학자 김매순이 한양(서울)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책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는 4대 명절 중 하나였던 추석이 중요한 명절이었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 있다. 이 책은 추석에 대해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추석엔 으레 모두 쌀로 술을 빚고 닭은 잡아 반찬을 만들고 안주나 과일도 상에 가득 차렸다”고 기록하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표현을 쓴 바 있다. 명절에만 즐기는 음식 명절에 먹는 음식을 ‘절식(節食)’이라고 한다. 추석에 먹는 음식은 사실상 설날의 음식과 큰 차이는 없으나 추수를 앞둔 계절이라 모든 것이 제철에 갓 생산한 재료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햇곡식으로 지은 밥은 유난히 기름지고 신선하며 그 쌀로 빚은 떡도 맛이 좋다. 대표적인 추석 음식인 송편도 햅쌀로 빚고 속에 넣는 콩, 팥, 밤, 대추 등도 모두 햇곡식으로 빚었다. 추석 음식은 먹는 것 그 이상이다. 이는 한국의 풍부한 문화유산을 요리로 표현한 것이다. 이 명절에 제공되는 각 요리는 한국의 정체성을 형성해 온 땅, 사람,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족들이 밥상에 모여 전통 음식을 나누면서 계절의 맛을 즐길 뿐만 아니라 수 세기 동안 세대를 연결해 온 의식에 참여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추석 음식은 몸과 마음 모두에 영양을 공급하며 축제의 지속적인 유산의 필수적인 부분이 된다. 풍년을 기원하는 여성들의 놀이 추석의 대표 놀이문화로는 1966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돼 보존, 계승되고 있는 ‘강강술래’를 빼놓을 수 없다. 호남지역의 여성들이 즐겨하던 집단놀이로 시작된 강강술래는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밤에 외출하는 것이 어려웠던 과거의 여성들이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놀이였다. 우리나라 춤 중 유일하게 손을 잡고 추는 집단무용이기도 한 강강술래는 손을 잡고 도는 원형을 기본으로 하되 춤이 진행되면서 다양한 형태로 변화한다. 선창자의 노래에 맞춰 원을 그리며 왼쪽으로 돌기 시작하는데 진양조의 느린 가락으로 진행되는 춤을 ‘늦은강강술래’라고 한다. 그러다가 보통 걸음 정도의 빠르기로 중모리·중중모리 장단에 해당하는 ‘중강강술래’로 이어지고 점차 자진모리장단으로 향하면서 도는 속도가 빨라져 손을 잡은 간격도 넓어지고 원의 크기도 커진다.

민속놀이 즐기며…뮤지엄에서 즐거움 두 배 더 [추석특집]

추석은 음력 팔월 보름에 풍농을 기원하고 조상과 신에게 풍성한 수확에 감사하는 세시풍속이다. 아침에는 조상께 감사 차례를 지내고 저녁에는 한 해 중 가장 밝은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가족·이웃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전통이 있다. 추석 연휴를 맞아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뮤지엄 나들이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어른들은 전통 세시의 추억을 공유하고 어린이들은 명절의 의미를 배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 세대 넘어 온가족 즐길거리 가득 국립민속박물관은 15·16·18일 3일간 ‘2024 국립민속박물관 추석한마당-한가위를 ‘힙’하게’를 선보인다. 전통 세시를 즐기며 추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우선 남성들의 민속놀이었던 ‘한가위배 씨름대회’와 ‘씨름체험교실’이 열린다. 풍농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가족대항 전래놀이 릴레이도 펼쳐진다. 특별공연으로는 민속공연인 강령탈춤과 한가위 여성놀이인 강강술래가 이어지고, 사물놀이와 비보이가 만나는 퓨전공연도 마련된다. ‘7080 추억의 거리’를 걸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추억의 거리 약속다방에선 ‘DJ 오빠’가 관람객을 기다리고, 스타의상실에선 7080 유행했던 스타일의 옷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골목 어귀에서 비석치기, 사방치기 등의 골목놀이를 하다가 만화방과 분식집, 문구점 등 동네 골목을 누비다 보면 어느새 땅거미가 진다. ■ 추석 지식 쌓고 전통 놀이 즐기고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에선 활동지 ‘모여봐요! 추석대잔치’에 참여해 퀴즈를 풀어 추석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 1층 체험공간에선 ‘올게심니 키링 만들기’가 이어진다. 올게심니란 익은 햇벼를 베어, 짚째로 문 위에 걸어 풍작에 대한 감사와 풍년을 기원하는 뜻이 있다. 즉석 인화가 가능한 보름달 모양의 포토존에선 이날의 추억을 남겨볼 수 있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풀짚공예박물관과 협력해 14~15일 어린이와 동반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마녀빗자루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모시풀을 활용한 마녀빗자루 만들기 체험을 하며 선조들의 슬기로운 지혜를 엿볼 수 있다. 16·18일에는 우리나라 전통놀이인 ‘팽이 만들기’ 프로그램도 열린다.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은 14~18일까지(추석 당일 제외) ▲놀이마당 ▲상설마당 ▲동화마당 ▲퀴즈마당 등 총 4개로 구성된 ‘한바탕 추석마당’을 운영한다. ‘놀이마당’에선 동두천문화원 강사들의 지도로 전통놀이 8종(공기놀이·팽이놀이·비사치기·쥐불놀이·쌍육·윷이·산가지·투호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상설마당’은 박물관을 방문하는 관람객 누구나 언제든지 전통놀이(제기차기·공기놀이·윷놀이·사방치기 등)를 즐길 수 있다. ‘동화마당’은 박물관 인근에 있는 소요산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원효대사와 요석공주’ 설화를 주제로 동화구연이 펼쳐진다. 동화마당이 끝난 직후에는 ‘퀴즈마당’이 열려 추석과 관련된 퀴즈로 정답을 맞힌 어린이에게는 소정의 기념품이 제공된다. ■ 농촌 정취 느끼며 색다른 연휴 농촌 생활의 향수를 느끼고 민속놀이를 즐기고 싶다면 수원특례시 서둔동에 위치한 국립농업박물관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박물관에선 다채로운 민속놀이 한마당 ‘가을보따리’를 개최한다. 박물관 남측 광장에선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명절놀이 6종’에 참여할 수 있다. 투호 던지기, 팽이치기, 딱지치기, 활쏘기, 제기차기, 비석치기 등 현장에서 즉석 민속놀이마당이 펼쳐진다. 어린이들은 현장 신청을 통해 ‘가을맞이 체험’ 머리띠, 팔찌 만들기를 할 수 있다. 농촌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박물관 식물원 앞 아산 외암 ‘마을 포토존’에선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남기기 좋다.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추석 맞아 지구촌 가족 ‘어울림의 장’ 형성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회장 장길자·이하 위러브유)가 추석을 맞아 지구촌이 하나되는 따뜻한 잔치를 마련했다. 위러브유는 지난 11일 성남시 국제위러브유 교육관에서 ‘2024 지구촌 가족과 함께 나누는 행복한 한가위’ 행사를 열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초청해 사회적 연대와 정서적 유대를 높였다. 행사엔 어용바타르 작닥 주한 몽골 공사참사관, 잔카를로 브레냐 알레그레 페루 이등서기관, 수리야 버하두러 타파 네팔 이등서기관을 비롯해 필리핀, 라오스, 미국, 에콰도르, 카자흐스탄, 시에라리온 포함 19개국에서 온 외교관, 외국인 유학생, 다문화가족 등 약 180명이 참여했다. 타향살이의 어려움이 많았을 외국인들은 함께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위러브유는 이들과 한국 명절 음식을 나누고 전통문화 체험으로 어울림의 장을 선사하며 온 가족이 모이는 다복한 추석의 의미를 공유했다. 위러브유 장길자 회장은 환영사에서 “추석은 가족과 함께 모여 정을 나누며 따뜻함을 느끼는 날”이라며 “고향을 떠나온 여러분께는 그리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 이 자리가 가족 같은 사랑과 위로가 가득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행복하고 건강한 한가위 보내기를 기원하는 덕담으로 용기를 북돋웠다. 기념식 후 마련된 잔칫상에는 푸짐한 음식들이 가득했다. 잡채, 불고기, 김밥, 소고기뭇국, 식혜 등 한식은 물론 토르티야, 카프레제 샐러드 등 이국적인 메뉴들도 상에 올랐다. 참석자들은 ‘어머니 손맛’이 담긴 음식을 나누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명절 분위기를 만끽했다. 이어 부대행사장에는 배씨댕기, 아얌, 복건, 노리개 등 전통 장신구를 하고 색색깔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외국인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송편 빚기 코너에서는 장길자 회장이 직접 송편 만드는 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손수 시범을 보이는 장 회장을 따라 오밀조밀 송편을 만들며 행복한 한때를 보냈다. 참가자들은 직접 만든 달고나를 맛보고 제기를 차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청사초롱과 전통부채를 만들어보며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도 가졌다. 조선시대 길을 밝혀 손님을 맞이하는 데 사용하던 청사초롱의 의미를 설명한 봉사자 임수연(30) 씨는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손님들에게 환영의 의미를 전하고 싶다”며 “다양한 체험을 통해 한국을 이해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더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5년 됐다는 한 베트남 다문화가정 주부는 “매년 추석을 맞아 시댁 가족들과 모일 때면 고국에 있는 가족들이 더 생각났다. 예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오늘 하루가 큰 위로가 됐다”고 전했다. 이날 외국인들은 사골곰탕, 육개장, 황태국밥 등 속을 든든히 채워줄 가정간편식과 밀가루, 부침가루, 당면 등 필수 식재료까지 총 20가지 먹거리를 정성껏 담은 추석 선물도 받았다. 이를 포함해 위러브유는 전국 60여 지역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연계, 홀몸어르신·한부모·조손·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 1천400가구의 행복한 한가위를 기원하며 식료품 1천400세트(7천만 원)를 전했다. 앞서 설에 기탁한 선물세트까지 포함하면 올해 총 2천800가구에 1억4천만 원의 물품이 전달됐다. 누구나 존중받는 세상, 모두가 행복한 지구촌을 지향하는 위러브유는 20년 넘게 다양한 복지활동을 해왔다.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 등 자선행사를 개최해 각국 취약계층의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 다방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겨울이면 다양한 직군의 회원들이 재능기부로 참여해 소외이웃의 노후 주택을 수리하는 등 맞춤형 보금자리 개선 활동도 펼친다. 유엔 DGC(공보국) 협력 NGO인 위러브유는 전 세계에서 헌혈하나둘운동, 클린월드운동, 맘스가든 프로젝트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긴급구호, 난민지원, 물·위생보장, 빈곤·기아 해소, 환경보전 등 여러 분야에서 7월 기준 85개국에서 95만여 명이 동참한 가운데 4400회 이상 복지활동을 펼쳤다. 이에 각국 정부와 기관들이 대한민국 훈장, 미국 대통령 자원봉사상 금상, 캄보디아 국왕 훈장, 에콰도르 국회 훈장 등 다수의 상을 수여했다.

현재를 바라보고 통찰…제1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26일 개막

국내외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만날 수 있는 축제인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오는 26일 임진각평화누리 대공연장에서 개막해 7일간 다채로운 영화로 관객과 만난다. 정해랑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지난 4일 서울 중구 CGV명동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영화제의 슬로건은 갈등과 폭력, 전쟁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대처하자는 의미에서 ‘우정과 연대를 위한 행동’으로 정했다”며 제1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변화와 특징 등에 대해 설명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연대를 위한 행동’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열악한 제작환경에 대한 연대와 극복의 의미를 담은 ‘제작자와 동행’, 제작자와 시민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강조한 ‘시민의 삶 속으로’, 영화제의 연중기획 계획을 담은 ‘영화제의 시공간 확장’, DMZ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발견한다는 의미의 ‘DMZ다큐로드’ 등 5가지를 키워드로 선정했다. 이 같은 키워드에 따라 올해 영화제에서는 43개국의 다큐멘터리 140편(장편 80편, 단편 60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개막작으로는 니쉬타 자인, 아카시 바수마타리 감독의 ‘혁명을 경작하다’(인도, 프랑스, 노르웨이 공동제작)가 상영된다. 농업법에 반대하기 위해 인도 전역에서 모인 수십만 농민들의 시위 현장을 담아냄으로써 역사적 순간의 감동과 희생의 의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폐막작은 영화에 대한 애정이 담긴 아르노 데플레셍 감독의 ‘영화광들!’(프랑스)이 상영될 예정이다. 특히 영화제에서 매년 선보이는 ‘기획전’ 프로그램은 올해도 작가전, 주제전, 아카이브전으로 진행된다. 작가전의 주인공은 독일의 건축 다큐멘터리 감독 하인츠 에미히홀츠로로, 14편의 작품으로 구성한 ‘자서전으로서의 필모그래피’와 600여점의 드로잉 작업물을 전시하는 ‘기울어진 비전’을 동시에 선보인다. 주제전 ‘모던 코리아 시네마’는 KBS의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 코리아’를 기리며, 올해 시네마 버전을 제작해 최초 공개한다. 아카이브전 ‘연대의 연대기’는 한국 다큐멘터리의 원류인 비디오 액티비즘을 조명해 7편의 프로젝트를 상영할 예정이다. 올해 영화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행사들도 눈여겨 볼 만하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올해 주 상영관을 메가박스 킨텍스로 옮겨 3호선 주엽역에서 상영관으로 이어지는 길을 페스티벌 로드 ‘DMZ Docs 도시산책’으로 조성했다. 거리를 다채로운 이벤트로 채워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영화제 속으로 들어오게 한 것이다. 또 ‘DMZ Docs 플러스+’를 도입해 경기도 전역으로 영화제의 시공간을 확장했다. 파주시 헤이리시네마, 안산시 경기도미술관,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 수원시미디어센터에서도 영화제의 공식 상영작을 만날 수 있다. 이 밖에 다큐멘터리 미학, 저작권, 지원정책 등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 ‘DMZ Docs 포럼’도 새롭게 선보인다. 올해 슬로건에 따른 실천과제로 5가지 포럼 주제를 설정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담론장을 마련했다. 정 위원장은 “다큐멘터리는 현재를 기록하고 바라보며 통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장치”라며 “올해 영화제의 예산이 삭감돼 현장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민들과 더 많이 만나고 시민들 속으로 더욱 들어가기 위해 변화와 혁신을 거듭했다. 더 넓은 공간에서 상영, 공연, 전시, 이벤트가 이뤄지니 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이 이 시대의 다큐멘터리와 삶의 가치를 고민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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