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즐기기 좋은 시원하고 짜릿한 ‘추리소설’…‘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外

무덥고 습한 여름을 즐기기에 ‘공포’만한 게 없다. 무서운 이야기, 공포 영화도 좋지만 여름철 가장 좋은 피서는 오싹한 책 한 권을 들고 선풍기 앞에 앉는 것이다. 꿉꿉한 장마도 이겨낼 수 있는 시원하고 짜릿한 추리, 공포 소설을 모아봤다. ■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북다 刊) 책은 부유한 네 가족이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호화 별장에 모이면서 시작한다. 우아한 바비큐 파티를 즐긴 그날 밤, 파티 참석자들 중 다섯 명이 살해 당하고 한 명이 다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범인은 금방 자수했지만, 그저 사형을 당하고 싶어 무차별 살인을 했다는 말뿐,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사건을 규명하는 ‘검증회’를 열고, 그 자리에 장기 휴가 중이던 형사 ‘가가 교이치로’가 참석하면서 저마다 감춘 비밀이 드러난다. 일본 베스트셀러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가 대표 인기 시리즈인 ‘가가 형사 시리즈’물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를 냈다. 1986년 발표된 ‘졸업’을 시작으로 38년째 이어진 히가시노 게이고 미스터리의 정수인 ‘가가 형사 시리즈’의 12번째 작품이다. ‘가가 형사’의 화려한 귀환을 알린 이번 신간은 정교하고 치밀한 본격 미스터리로 완성됐다는 평을 받는다. 교묘한 복선과 연이은 반전, 예측 불가능한 충격적인 결말 등 3박자를 갖췄다. ■ 적산가옥의 유령 (현대문학 刊) ‘적산가옥의 유령’은 ‘현대문학’ 2023년 12월호에 실린 작품을 개작해 출간된 책이다. 조예은 작가의 신작 소설로, 일제의 식민 지배를 상징하는 음산한 적산가옥에 숨겨진 비밀의 ‘공포’, 세대를 거슬러 공존하는 주인공 유타카·박준영·현운주의 ‘연대’를 섬뜩하고도 애틋하게 그려냈다. 조 작가는 ‘칵테일, 러브, 좀비’, ‘트로피컬 나이트’를 통해 한국 호러-스릴러 붐을 일으켰고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 우수상과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에 출간한 ‘적산가옥의 유령’은 밤새 강풍이 휘몰아친 10월의 어느 새벽, 외증조모(박준영)의 기이한 죽음으로 시작한다. 외증조모는 바닥에 한쪽 귀를 댄 자세로, 50년 이상 살아온 적산가옥 별채에서 쓰러진 뒤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외증조모의 유언에 따라 적산가옥에 살게 된 나(현운주)는 그곳에서 가엽고 끔찍한 망령 가네모토 유타카를 마주한 뒤 90년간 4대에 걸쳐 적산가옥에 숨겨진 괴기한 비밀을 맞닥뜨린다.

유해 게시물 삭제자가 목격한 소셜미디어 세계의 이면…‘우리가 본 것’ 外 [신간리뷰]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상은 현실 세계는 물론 온라인 세상에도 존재한다. 두 세계는 언뜻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알지 못한 이면이 존재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상 속 정상성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책 두 권을 소개한다. ■ 유해 콘텐츠·플랫폼 청소부의 목격담…‘우리가 본 것’ “한쪽 팔에 불이 붙은 남자의 영상이었는데, 불꽃이 등까지 퍼지고 있는 것 같았지만 영상이 아주 짧았고 전후 사정이 불분명했어요. (중략) 내가 보고 있는 게 폭력 범죄인가? 아니면 사고? 장난?” (‘우리가 본 것’ 中) 오늘도 전 세계에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콘텐츠가 1초의 쉼도 없이 인터넷 세상에 게재된다. 잔인하고 때로 혐오적이며 의미를 알 수 없는 이미지와 동영상은 소셜 미디어에 의해 순식간에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된다. 지난 1일 출간한 소설 ‘우리가 본 것’은 온·오프라인 세계의 모호한 경계와 인간이 세운 도덕적 기준이 얼마나 약하고 모순적인지를 지적한다. 거대 플랫폼 업체의 하청 회사 ‘헥사’에서 근무하는 주인공 케일리는 정해진 규정에 따라 유해 게시물로 신고된 콘텐츠를 검토·삭제하는 일명 ‘플랫폼 청소부’이다. 가학성이 개입된 동영상은 삭제해야 하지만 교육적 가치가 있으면 괜찮고, 혐오적인 콘텐츠여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 정상과 비정상이 사라진 세상에서 사람들은 ‘감정적 좀비’가 되고 케일리와 동료들은 서서히 미쳐간다. 소설은 어쩌면 현실의 디지털 네이티브(태생) 세대가 겪게 될 트라우마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책은 네덜란드 올해의 작가(2021)로 선정된 바 있는 하나 베르부츠의 국내 번역서다. 네덜란드에서만 65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미국 등 14개국 번역 소개 및 현재 텔레비전 드라마를 위한 각색이 진행 중이다. ■ 영끌, 전세사기…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 ‘어쩌면 사회주택’ “이번 생에 ‘내 집 마련’ 할 수 있을까?”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은 한 번쯤 ‘내 집 마련’의 꿈을 품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언제 마주할지 모르는 전세보증금 피해 사기, 변동의 가계대출 정책과 패닉바잉(가격상승·공급부족 등에 관한 불안심리로 과도하게 물량을 확보하는 것) 현상 등 주거 불안을 야기하는 요소는 곳곳에 산재했다. 지난 4월 출간한 도서 ‘어쩌면, 사회주택’은 우리 사회에서 정답이자 정상으로 간주되는 ‘월세-전세-(아파트) 매매’의 주거 사다리가 주는 환상에서 벗어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는 새로운 주거 선택지의 개념을 제시한다. ‘사회주택’은 우리에게 조금 낯설지만 사실은 공공임대주택, 다세대주택, 셰어(공유)하우스와 같은 이름으로 이미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다. 최경호 작가는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장, 대학 겸임교수, 국토교통부 장관정책보좌관 등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다양한 논문의 저자이기도 하다. 총 4부로 이뤄진 책은 학자 겸 다양한 현장에서 일한 작가가 국내외에서 목격한 실증 사례와 주거이론에 관한 검증들로 구성돼 있다. 책은 ‘내 집’ 마련을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가 꿈꾸는 안정적인 출생과 노후, 공동체와 함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돌봄이 가능한 주거에 관한 방안을 소개한다.

기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 ‘경제안보와 외국투자안보법’ [신간소개]

미국과 중국은 왜 저토록 대립하는가. 기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다. 이제 강대국의 갈림길이 제4차 산업 첨단 기술의 확보에 달려 있다. 누가 더 많은 첨단 기술을 차지해 미래 강대국 지위를 장악할 것인가. 첨단 소재와 인공지능, 로봇, 바이오, 양자, 합성생물학 등이 국가안보와 경제를 좌우할 것으로 인식된다. 저자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법학자로서 2004년 ‘산업기술보호법’의 제정에 깊이 참여했다. 이후 20여 년 동안 강의와 논문, 보고서 등을 통해 대한민국 산업기술의 보호와 산업보안 인력의 양성에 천착해 왔다. 책은 모든 외국투자가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섬뜩한 경고를 던진다. 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서 큰 이슈가 된 일이 있었다. 세계 2위의 한국기술을 인수한 중국자본이 IT 기술만 빼내고는 감원에 나선 사건이다. 그간엔 유치 경쟁을 벌였던 외국투자다. 그러나 기술 패권 전쟁의 시대에서는 유치한 국가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례다. 미국이 경제 안보를 명분으로 첨단 기술의 통제에 나선 것은 중국의 경제력과 과학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천인계획’과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민군 융합기술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자들이 ‘천인계획’에 포섭된 사건도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올 3월 기준 13개 분야 75개 국가핵심기술, 45개 분야 128개 방위산업기술, 4개 분야 17개 국가첨단전략기술을 지정해 놓았다. 그러나 저자는 주요국의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도 첨단 기술 및 인프라의 보호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안보와 국익의 차원에서 기술 보호와 외국 투자를 판단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가칭) 외국의 투자와 국가안보에 관한 법률’의 제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조선후기 실학의 거두 ‘서파 류희의 삶과 학문 이야기’

서파 류희(1773~1837)는 가난한 농부이자, 참선비였다. 출세할 수 있는 생원시에도 합격하고, 대과 응시 자격도 얻었지만 이를 뒤로 하고 오로지 학문 연마와 수양에만 몰두했다. 그가 남긴 책만 100여권에 달한다. 올해는 류희가 오늘날 국어학 연구의 보배로 꼽히는 ‘언문지’(諺文志)를 저술한 지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오랜 시간 서파 류희와 그의 어머니 이사주당의 삶과 학문을 기리는 다양한 선양 사업을 해온 지역 언론인 김종경·박숙현 부부가 최근 ‘서파 류희의 삶과 학문 이야기’(별꽃 刊)’를 펴냈다. 류희는 조선 후기 재야를 대표하는 실학의 거두였다.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드물었던 시대에 독창적인 방법으로 한글을 연구하고 훈민정음의 자모를 분류·해설한 조선 후기 최고의 정음학 연구서 ‘언문지’를 펴낸 한글학자이기도 하다. 학계에선 서파의 한글 연구를 “이전의 한자음 위주의 연구를 극복해 처음으로 우리말 위주로 연구를 시도했다”며 조선시대 국어학 연구서 중 가장 뛰어난 업적으로 평가했다. 류희는 우리말 어휘 연구에서 가장 귀중한 서적으로 인정받는 ‘물명고’를 지은 박물학자이자 어휘학자이도 하다. ‘물명고’엔 여러 사물을 한글과 한문으로 풀이해 한글풀이 표제어가 모두 1천660여개에 달해 국어 어휘 연구의 귀중한 사료로 꼽힌다. 책은 “서파 류희는 이 같은 어마어마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잘 알려지지 못했다”며 “그가 마주한 시대적 불운, 가문의 비운 속에서 관직에 나가지 않고 그가 태어난 용인 모현읍 일대에 은둔해 살면서 평생 학문에만 매진하면서 살았던 탓”이라고 말한다. 그러다 2005년 행방이 묘연했던 ‘문통’이 후손들에 의해 한국학중앙연구원에 기증되면서 류희는 성호 이익, 다산 정약용 반열의 대실학자로 단숨에 뛰어오르며 학계를 들썩이게 했다. 그가 남긴 ‘문통’은 경학, 문학, 음운학, 어휘학, 춘추학, 수학, 천문학, 역학, 의학, 음악, 농어충수, 측량학 등 전통시대 학문의 거의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 백과사전에 해당한다. 류희는 또 자연과 인간의 다양한 교감을 보여주는 1천500여 수의 시를 지었고, 15권의 시집을 엮은 시인이기도 하다. 이처럼 방대한 양의 책을 저술한 데엔 류희의 엄청난 독서량과 탐구열, 문장벽이 자리한다. 책은 평생 용인 모현 마산리 초야에 살면서 학문에 몰두한 류희의 삶과 학문을 들여다본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들면서 이 세상의 모든 학문을 섭렵하고, 그 근본을 꿰뚫었던 류희의 학문적 성과를 오롯이 담아냈다. 저자는 알려지지 않은 류희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그가 어떻게 이런 품성과 학문적 열정을 가지게 됐는지 알려준다. 타고나길 영재였던 류희를 키워낸 부모의 교육법이 소개된 점도 흥미롭다. 류희는 돌이 되기 전에 글자를 뗐고, 2세 때는 사자성구를, 4세 때는 문장을 짓고 편지를 썼으며 5세에는 성리대전을 통독했다. 또 수학과 의학에 뛰어났던 아버지 류한규의 가르침으로 천문, 역학, 공학 등 이과계열에 대한 깊고 방대한 학문적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정세에 치여, 또 세도정치에 염증을 느껴 벼슬길을 포기하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만세에 전하고, 유교의 가르침을 평생 실현하고자 노력한 류희의 삶은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는 현대인들에게 울림이 될 듯하다. 저자 김종경과 박숙현은 “조선 후기는 흔히 망국의 역사라고 폄훼되기도 하는데 이 시기 용인에서 태어나 살면서 우리에게 엄청난 문화유산을 남긴 서파 류희 같은 자랑스러운 선조가 살다 간 빛나는 시대이기도 하다”며 “이 글이 조선의 기록문화와 선비정신을 꽃피운 서파 류희를 기리고 이해하는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현직 지하철 기관사의 인간관찰기…‘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 外 [신간소개]

일상에 대한 환기는 낯선 시선으로부터 출발한다. 시선을 살짝 돌려보면 매일같이 마주하는 풍경에서도 낯선 풍경을 찾아낼 수 있다. 일상과 비일상에 관한 색다른 시선을 가진 책 두 권을 소개한다. ■ 기관사가 건넨 지하 세계로의 초대장…‘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 우리는 매일 ‘BMW(버스‧메트로‧워킹)’에 몸을 싣는다.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을 책임져 주는 지하철의 하루하루를 들여다보면 다양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알 수 없는 고함을 지르는 일명 ‘지하철 빌런(악당)’부터 밤샌 공부에 머리를 꾸벅이는 학생들, 창밖으로 펼쳐진 한강 풍경을 보며 설렘의 감탄을 내뱉는 사람들까지. 지난달 말 출간한 도서 ‘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는 신인작가 등용문으로 자리 잡은 카카오 브런치북 출판프로젝트에서 올해 8천800여 편의 응모작 중 당당히 대상작의 영예를 안은 에세이다. 부산지하철 2호선 기관사로 근무하는 이도훈 작가는 현직 기관사가 목격한 승객, 지하철에서 근무하는 다양한 생활인 등의 생동감 넘치는 에피소드를 풀어내며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총 3부로 이뤄진 책에는 핵융합보다 제어하기 어렵다는 여름철 필수 냉난방 조절부터 수많은 분실물이 보관된 유실물센터, 수많은 빌런들 사이 어둠의 공간을 지키는 지하철 역무원과 청소노동자 등 ‘히어로’들의 이야기에 자살에 관한 기관사들의 고찰 등 에피소드를 다채롭게 다루며 지하철 희노애락의 현장을 전한다. ■ 내 앞에 놓인 생의 시간에 묻고 답하는 여정…‘무정형의 삶’ 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서 ‘낭만’이라는 단어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일상의 여유를 누리지 못하는 탓에 ‘낭만’은 ‘사치’와 동일시되기도 하지만 때로 일상에 숨구멍 하나 열어주는 것이 낭만 아닐까. 지난 10일 출간한 도서 ‘무정형의 삶’은 20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기 자신과의 낭만적 약속을 지키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떠난 (구)직장인의 두 달 간의 여행기를 담아낸 산문집이다. 저자인 김민철 작가는 세계적인 광고대행사에서 막내 카피라이터로 입사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20여년을 한 회사에서 근무했다. 자신에게도 무정형의 시간이 존재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던 그는 퇴사 후 인생의 반환점에 낯선 땅에서 다양한 ‘무정형의 삶’을 마주하게 된다. ‘내 일로 건너가는 법’, ‘모든 요일의 여행’, ‘모든 요일의 기록’ 등 도서로 다수의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작가의 이번 신간은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두 나라 꽃과 나무 이야기…‘식물에 관한 오해’外 [신간소개]

우리의 하루, 일생은 꽃과 나무, 숲과 풀의 자연을 떼어놓고 말할 수 없다. 아침에 마주한 밥상에서는 쌀과 빵이 식탁을 풍요롭게 하고 나물과 과일은 영양소를 더한다. 바쁘고 정신없는 등굣길과 출근길에는 주황빛의 능소화와 붉은 장미가 하루의 색채를 더한다. 식물은 또한 비일상적인 추억을 선물한다. 여름철 가족과 함께한 캠핑장의 숲 내음, 캐럴이 울려 퍼지는 겨울 거리를 메우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그러하다. 언제나 마주하는 식물에 관해 더 자세히 알게 되면 세상의 즐거움이 하나 더 해질 것이다. 한국과 미국, 동서양의 전문가들이 전하는 식물에 관한 두 가지 책을 소개한다. 자연의 세계를 이해하다 보면 그 안에 인생의 지혜도 담겨있다. ■ 전투적이고 전략적인 자연의 세계…‘식물에 관한 오해’ 지난 5월 말 출간한 ‘식물에 관한 오해’(위즈덤하우스 刊)는 식물 세밀화가이자 16년 넘게 식물을 관찰해 온 원예학 연구자인 이소영 저자가 깨달은 식물에 관한 편견을 되짚은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에서 꽃과 나무의 세계에 접근하며 인간이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흔히 보도블록 틈새를 비집고 피어난 민들레를 보며 척박한 환경에서 피어났다고 가여움과 대견함을 느낀다. 저자는 틈새라는 공간을 다시 살펴보라 말한다.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아래에는 흙과 모래가 펼쳐져 있어 식물이 뿌리내리기에 무리가 없고, 주변 경쟁 식물이 없기에 도시살이를 하는 식물엔 최선의 삶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쩌면 식물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강인한 존재가 아닐까. 한자리에서 수백 년을 거뜬히 사는 느티나무, 영하 60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수수꽃다리속 식물은 물론 라일락을 정원에 심고 관리하는 사람보다 그 옆의 나무가 더 오래 살아갈 확률이 높다. 식물의 생존전략 역시 알수록 흥미롭다. 도깨비바늘, 우엉과 같은 식물은 동물의 털에 잘 붙기 위해 씨앗이 가시나 갈고리 형태로 진화했다. 이러한 전략은 인간에게 발명의 아이디어를 주며 운동화부터 국제우주정거장의 장비까지 널리 이용되는 ‘벨크로’의 영감이 되기도 했다. 저자는 총 4부의 이야기를 통해 보다 능동적인 관점에서 식물의 지혜와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전한다. ■ 냄새의 언어로 나무를 알아가기…‘나무 내음을 맡는 열세 가지 방법’ 지난 4월 출간한 ‘나무 내음을 맡는 열세 가지 방법’(에이도스 刊)은 미국 최고의 자연작가로 불리는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의 국내 번역서다. 미국 코넬대에서 생태학과 진화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자연세계에 대한 과학적 탐구와 성찰로 ‘특이한 천재’라는 수식어를 자랑한다. 2023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 선정된 바 있는 전작 ‘야생의 치유하는 소리’에 이어 이번 신간에서 그는 나무의 내음과 후각에 초점을 맞추며 독자를 자연의 세계로 안내한다. “나무는 향기 분자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균류를 유혹하고, 곤충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며 미생물에게 속삭인다. 나무 내음은 그들의 언어이기에 그 내음을 맡는다는 것은 나무의 언어를 듣고, 자연의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다.” 나무와 인간은 수백만 년 진화의 역사에서 얽히고 설켰다. 나무들끼리 또는 곤충에게 보내는 향기 분자 신호를 해독하는 능력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인간의 신경 세포에 남아있다. 인간이 숲에서 위로와 편안을 느끼는 이유다. 책은 은행나무, 소나무부터 스튜에 담긴 올리브 잎이 전하는 가족의 따뜻함, 나무에서 피어나 인류를 문명으로 이끈 가구와 불, 책까지 인간과 뗄 수 없는 나무의 세상을 소개한다.

수원·화성 변천사, 수필집 발표한 김충영·김희숙 부부

수원시에서 40여년간 공직생활을 한 도시계획 전문가 김충영 박사가 수원화성의 복원·정비 등을 한 경험을 책으로 엮었다. 김충영 박사의 ‘도시전문가 김충영의 수원과 세계유산 화성 이야기’는 그동안 신문에 연재한 원고 100여편을 모아 펴낸 책이다. 저자는 공직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 첫 발령부서인 수원시 도시과에서 겪은 경험, 수원화성의 복원·정비 사업의 추진 과정 등을 책에 꼼꼼히 담았다. 특히 그는 지난 1997년 12월 수원화성이 세계유산에 등재됐다는 수원시청 구내방송을 들었던 순간을 기록했다. ‘앞으로 수원화성에 관광객이 많이 오게 될 것인데, 수원은 관광객을 맞을 준비가 됐는가?’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수원화성으로 향했다. 주차장, 도로시설이 엉망이던 것을 확인하고, 도시계획과장이 된 뒤 수원화성 복원·정비 사업을 추진했다. 이와 함께 책에는 2003년 저자를 중심으로 수원화성 업무를 전담하는 ‘수원화성소’가 설립된 과정부터 6년간 현재의 수원화성을 만들기 위해 기초를 닦은 작업 등을 상세하게 풀어냈다. 김동욱 경기대 명예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1997년 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이후 30여 년 사이에 수원이 세계적 관광도시로 변모하게 된 과정을 낱낱의 기록과 사진을 통해 정리한 역작”이라며 “오늘의 수원 화성을 세계 사람들이 즐겨 찾아오는 명소로 만들어내기까지 지혜를 짜내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많은 사람들의 자취를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자 김충영 박사는 “책을 통해 행궁, 수원화성의 변천사 뿐 아니라 수원이 125만 인구에 달하게 된 과정 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충영 박사는 수원공고를 졸업하고 1979년 수원시청 공무원으로 사회 첫발을 디뎠으며 수원의 도시개발을 담당했다. 경원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7년 수원화성을 공부하는 모임인 사단법인 화성연구회를 발족했다. 수원시 건설교통국장, 환경국장, 팔달구청장, 수원시청소년재단 이사장, (사)화성연구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김충영 박사의 아내인 김희숙 작가 역시 ‘늙은이가 애를 낳았다더니 너도 똑같구나’를 출판했다. ‘2023년 12월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께 드립니다’라는 헌사가 들어 있는 이 책은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추억 속에서’는 유소년 시절과 청년기 고향 시골살이의 추억 등이, 2부 ‘가족 이야기’에는 할아버지, 어머니, 아이들, 남편과 관련된 글들이 수록됐다. 3부 ‘여행이야기’에는 가족들과 여행을 떠났던 이야기들이, 4부 ‘살아가는 나날’엔 일상에서 느낀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희숙 작가는 방송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2001년 월간 ‘문학세계’ 수필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단했다. 한편, 김충영·김희숙 부부의 출판 기념회는 4일 오후 3시 팔달구 창룡대로 41번길 16 방방카페(팔달구청 후문)에서 열린다.

“걸리버와 떠나는 여행”…‘2024 서울국제도서전’ 개막, 무엇을 즐겨볼까?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서 주인공 걸리버가 마지막 여행지에서 만난 ‘후이늠(Houynhnhm)’은 마음은 양심을 향하고, 논리와 지성을 통해 더 고귀해질 수 있다고 믿는 존재들이 사는 나라이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그곳 역시 인간 세계에 대한 제한된 이해 등 우리가 꿈꾸는 이상세계가 맞는지 고개를 기울이게 만든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6일 개막한 대한출판문화협회 주관 ‘2024 서울국제도서전’은 책을 통해 막연한 환상이나 낙관을 넘어서 현실을 사유하고, 세계의 비참을 줄이며 미래의 행복을 찾는 의미를 담았다. 올해로 66주년을 맞이한 서울국제도서전은 출판사, 작가, 독자는 물론 학자, 예술가, 편집자 등이 한 데 모여 책문화를 교류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축제다. 닷새간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19개국 452개 참가사가 450여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국내 151명, 해외 34명의 작가 및 연사가 참여한다. 도서전의 주제는 ‘후이늠’이다. 300여년간 지도를 그리기 위해 길을 찾아 헤맸던 걸리버처럼 미래의 행복으로 가기위한 여정을 다함께 모색해보자는 의미다. 갈등의 사회, 심연에 자리 잡은 작은 폭력성을 인지하면 갈등의 전이를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채로운 강연 프로그램 중 27일에는 팔레스타인 분쟁 연구자 정환빈, 김민관 기자, 평화갈등연구소 정주진 소장이 ‘평화의 화살표는 어디로 향하는가’를 주제로 인간의 폭력성과 세계 곳곳에서의 갈등을 살펴보고 평화의 방향성을 논하는 시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간을 가장 이성적인 존재로 판단했던 착각은 생태계 파괴라는 재앙을 가져오기도 한다. 자연-인간관계의 패러다임에 자리 잡은 인간 중심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공감한다. 29일에는 ‘사라져가는 아름다움, 생태적 감수성’을 주제로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가 강연에 나선다. 올해 도서전의 ‘얼굴(홍보대사)’이자 지난 2013년 제주 바다에서 방사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해방을 중점으로 동식물과 생태계가 법적 권리 주제로서 인정받는 것에 관한 인간의 인식 변화를 이야기한다. 같은 날에는 2019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수상한 오만의 소설가 조카 알하르티와 오랜 시간 인간의 고유성을 탐구해 온 소설가 은희경, 문학평론가 허희의 북토크도 펼쳐진다. 두 소설가는 폭력과 갈등이 만연한 시대를 돌아보며 인간의 존엄과 자유에 관해 대화를 나눈다. 세미나 프로그램에서는 인간에게 유토피아가 될지 혹은 디스토피아를 가져다 줄지 논란이 되는 과학기술의 발달 등에 관해 분야별 전문가들이 보다 깊이 있는 논의를 함께할 예정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함께 저작권법의 기초부터 쟁점, 창작이라는 경계에서 문학과 인공지능(AI) 기술 사이 이슈를 살펴보는 다양한 저작권 세미나도 열린다. 이 가운데 27일 열리는 박준 시인과 송길영 작가의 ‘문학과 AI를 횡단하다’ 저작권 세미나에서는 유토피아로 보이는 AI 기술이 문학계에 미치는 영향 등의 저작권 이슈를 살핀다. 세미나 프로그램 중 28일에는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각종 방송 등으로 얼굴을 알린 물리학자 김상욱과 인기 유튜버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는 넷플릭스 등 온라인 상에서 이슈를 몰고 있는 ‘세상을 뒤흔든 물리학의 세계: 삼체에 관하여’ 세미나를 통해 SF 소설 속 물리학과 상상력을 이야기한다. 주제전시 ‘후이늠 Houyhnhnm’에서는 3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된 400권의 도서 큐레이션을 통해 자신만의 ‘후이늠’을 고민해볼 수 있는 다양한 책들이 마련돼 있다. 전시 공간에는 관람객이 후이늠에 관해 질문을 던지고 직접 글과 그림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체험존도 구성된다. 서울국제도서전은 독창성, 심미성, 차별성 등의 가치를 특징으로 하는 한국 책을 발굴하고 국내외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BBK) 공모’를 주관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올해 4개 분야에 걸쳐 최종 선정된 40권의 책을 현장에서 특별 전시로 만나볼 수 있다. 올해 주빈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국제관을 통해 도서와 세미나, 전통문화 체험, 대추야자 시식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의 전체 강연 및 기획 프로그램은 도서전 누리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본격 여름 시작…무더위 식히는 ‘소설 바캉스’ 떠나볼까

연일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이른 여름휴가를 계획하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마음에 드는 책 한권을 골라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수영장의 선베드에 누워 여름휴가의 낭만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출판계가 여름 바캉스를 맞아 잇따라 내놓은 소설 두 권을 모아봤다. ■ 소설보다: 여름 2024 (문학과지성사 刊)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는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해 ‘소설보다’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다. 올해 여름 편에는 타인의 시선이나 신념을 허물어뜨리는 사건에도 굴하지 않고 확고한 신념으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세 편의 소설과 작가의 인터뷰를 실었다. 서장원의 ‘리틀 프라이드’는 트랜스 남성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과 그 조건이 요구하는 것들 가운데서 갈등하는 토미를 주인공으로 한다. 트랜스젠더인 토미는 성별정정을 위한 인우보증서가 필요한데, 그가 떠올린 사람은 오스틴이다. IT스타트업 기업에서 함께 일했던 오스틴은 외모콤플렉스를 해소하기 위해 사지연장술을 받는다고 한다. 이처럼 소설은 외모와 관련된 콤플렉스를 다루는데, 자신의 몸을 긍정한다는 일이 갖는 복잡한 함의를 고민하게 한다. 예소원의 ‘그 개와 혁명’은 수민의 아버지 태수씨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다. 소설은 운동권이었던 태수씨를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유연한 노동문제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운동권 세대가 대표하는 거대한 담론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다음 세대의 피로감을 보여준다. 함윤이의 ‘천사들(가제)’은 주인공 ‘나’가 미처 정리하지 못한 감정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영화 오디션을 심사하는 꿈을 꿨지만, 그 꿈이 닿은 곳은 현실의 장례식장인 것처럼 말이다. 함 작가는 “천사와 사랑 그리고 애도와 죄의식 또 수치심 등이 서로 그리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표현했다. ■ 결혼식을 위한 쾌적한 날씨 (휴머니스트 刊) 책은 대첨 부인의 딸 ‘돌리’의 결혼식을 위해 영국 시골 저택에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야단스러운 소동극으로 시작한다. 3월의 어느 날 강한 바람이 우짖으며 휘몰아치고 있지만, 대첨 부인은 자꾸 날씨가 좋다고 말한다. 당사자인 돌리는 정작 결혼에 확신이 없어 침실에 앉아 럼주를 마시고 있고, 돌리를 사랑하는 ‘조지프’는 연신 “결혼을 막아”라고 중얼거리며 돌리를 찾아다닌다. 돌리의 부자 신랑 ‘오언’은 돌리의 거북이를 마음대로 놓아준다. 과연 허례허식으로 가득 찬 사랑 없는 결혼식은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 책은 상대를 속이는 것보다 자신을 속이는 것이 쉬운 사람들이 모여 어떻게든 굴러가는 삶을 기괴하면서도 쾌적하게 보여준다. ‘뉴욕 타임스’는 책에 대해 “대단히 특이한 유머 감각과 관찰력, 통찰력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짧은 스케치 같지만 매력적인 색깔과 질감, 정확한 묘사들로 가득 차 읽는 재미가 있다.

술꾼들의 문화史  한 잔, ‘주정뱅이 연대기’ 外 [신간소개]

■ “우린 왜, 언제부터 술을 마셨을까?”…술꾼들의 문화史 한 잔, ‘주정뱅이 연대기’ 인류는 어디서, 어떻게, 언제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을까? ‘부어라’ 마시며 양으로 승부를 보는 시대에서 다양한 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하이볼의 유행 등 맛과 멋을 즐기는 취향의 시대로 음주 문화는 달라지고 있지만, 술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은 여전하다. 오늘도 술 한잔 기울이는 술꾼이라면 혹은 술 한잔은 꺼리지만 밤새 듣는 이야기는 좋아하는 이가 알고 보면 더 맛있고, 모르고 보면 더 흥미로운 술에 관한 인류의 연대기를 다룬 책이 나왔다. ‘주정뱅이 연대기’(비아북 刊)는 작가이자 언론인 마크 포사이스가 재치 있는 입담을 풀어내며 지난 달 말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저자는 “우리는 ‘인간’이기 전부터 이미 ‘술꾼’이었다”고 말한다. 선사, 고대, 중세, 근대의 4부로 구성된 책을 통해 그는 술과 함께한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서술한다. 천 만년 전 위대한 인류의 조상은 땅에 떨어져 발효된 과일의 당분과 알콜을 섭취하며 이를 분해하겠다는 일념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오직 만취만을 위해 매년 모두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마시는 만취 축제를 벌였고, 아테네 사람들은 술에 잡아먹혀 이성을 잃지 않도록 계획적으로 술을 마시는 심포지엄을 열었다고 한다. 음주의 기쁨 속엔 슬픔도 있을 터다. 저자는 문명의 발달 이래 음주 교정을 위한 정부의 정책과 도시의 발달 등 선사시대와 고대 수메르부터 중세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서부에 이르기까지 어떤 시대에도 어떤 대륙에서도 인류 옆에서 술과 함께 나아간 문명사를 전한다. ■ “‘듄’의 모레벌레는 어떻게 마음을 사로잡았나?”…문화물리학자의 창의성 특강,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나날이 진화를 거듭하는 인공지능(AI)의 소식은 매일 전세계를 놀라게 만든다. ‘AI로 인해 사라져 버릴 100대 직업’에 관한 기사들이 관심을 끄는 것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과 호기심의 결과일 것이다. 과연 과학기술의 발전은 디스토피아를 초래할 것인가, 아니면 멋진 신세계를 가져다 줄 것인가. 신간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동아시아 刊)의 저자이자 스스로를 ‘문화물리학자’라고 소개하는 박주용 카이스트(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창의성이란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에서 단 하나의 우아한 연결을 발견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KAIST 포스트 AI 연구소장을 역임한 AI 전문가인 저자는 책을 통해 미래는 저절로 생성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열어가는 것으로 미래에도 중요한 것은 ‘창의성’이요, 그 열쇠는 과학과 문화에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근대과학의 도그마를 깨뜨린 현대과학의 탄생부터 변화를 받아들이고 편견을 넘어섰던 위대한 예술가들의 창작 노트까지 아우르며 창의성의 본질을 파헤친다. 그 속에서 컬러프린터 속 괴테의 색채론으로 그가 뉴턴을 뛰어넘는 광학 연구를 할 수 있던 비결과 다빈치의 그림에서 영화 ‘어벤져스’의 타노스의 몸짓으로 이어지는 계산기하학의 이야기, 슈뢰딩거의 DNA 추론부터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과 SF 걸작 ‘듄’ 시리즈 등 혁신의 순간에 자리한 과학·문화·예술의 씨실과 날실의 결합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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