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함께읽고 생각 나누고…수원 올해의 책 선정

지난해 한국 성인 10명 가운데 6명은 1년 동안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 등 독서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지자체마다 다양한 책 읽기 사업을 펼치며 독서율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 8일 ‘2024 올해의 책 선포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수원시민 한 책 함께 읽기’ 운동에 나섰다. 함께 읽기 운동은 수원시도서관의 독서문화운동으로 시민이 같은 책을 읽고 함께 생각을 나누고 소통함으로써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수원시 올해의 책은 지역 출신 작가 도서, 수원을 주제로 한 도서 1권, 일반도서 2권, 어린이도서 2권이 선정됐다. 시민을 대상으로 올해의 책을 접수하고 이를 도서관 사서 등 관계자들이 토론과 논의를 거쳐 후보도서를 선정한 뒤 도서관운영위원회에서 심의, 시민투표 과정을 거쳐 최종 5권이 뽑혔다. 수원의 책에 ‘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김남일 作), 일반 도서 부문은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성인/ 곽재식作), ‘순례주택’(청소년/ 유은실作)이 선정됐다. 어린이도서는 ‘왼손에게’(유아/ 한지원作), ‘고양이가 필요해’(어린이/ 박상기·이지오作)이다. 수원시 도서관 관계자는 “올해 선정된 책들은 독자의 마음을 강하게 울리는 이야기와 책 속 주인공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새로운 세계를 만나며 다양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며 “이러한 경험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원시도서관 20곳에서 도서와 관련된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행사도 이어진다. 대추골도서관에서는 ‘순례주택과 함께하는 매력적인 서평 쓰기’, 북수원도서관에서는 ‘환경영화인문학 영화로 만나는 기후위기’, 호매실도서관에선 ‘나도 웹툰 작가!-순례주택 독서웹툰 만들기’ 등 도서관마다 현재의 이슈와 연령대에 맞춘 강좌가 열린다.

‘기후위기’ 고민을 책 한 권에 압축…‘폭염살인’ 外 [신간소개]

지난해 지구의 평균온도가 10년 전과 비교해 0.2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례 없는 속도로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하면서 탄소중립 등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이 같은 세계적 기후변화는 서점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위기의 실태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 책 두 권을 모아봤다. ■ 폭염 살인 (웅진지식하우스 刊) 이 책은 산업혁명 이후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2023년을 예견한 책으로 출간되자마자 미국에서 큰 화제를 일으키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 제프 구델은 수년간 남극부터 시카고, 파키스탄, 파리 등을 오가며 폭염의 생생한 현장을 취재해왔다. 책에는 평균기온 섭씨 45도의 생존 불가지대에서 살아가는 파키스탄 시민들, 야외 노동 중 희생당한 멕시코인 노동자와 미국 옥수수 농장의 농부들, 수십 명의 기후과학자부터 서식지를 잃은 북극곰까지 그들의 처참한 이야기와 폭염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한다. 저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육상 동물들이 10년마다 약 20㎞씩 북상하는 야생의 대탈출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전염병 매개체들의 서식지도 북상해 코로나19는 팬데믹의 서막일 뿐, 폭염이 질병 알고리즘을 새로 쓰고 있다고 피력한다. 이에 저자는 폭염을 피할 수 없다면 그 위험을 적극 알리기 위해 허리케인처럼 폭염에 이름을 붙이고 이미지화하는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극한 더위가 불러올 예측 불허의 재앙 앞에서 폭염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할 수 있다. ■ 나는 선량한 기후파괴자입니다 (동녘 刊) 모든 비극을 불러오는 기후위기에 앞장서고 있는 평범한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는 환경을 위한 기부금을 내고, 기후변화를 모른 체하는 정당에 표를 주지 않는다. 기업들은 친환경인증을 받으며 환경운동에 앞장선다. 이처럼 그 누구도 환경을 적극적으로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재촉하지 않는데, 지구를 파괴하고 있는 것은 도대체 누구일까. 책은 이 물음에서 시작한다. 환경운동가인 저자 토마스 브루더만은 많은 사람이 분리수거를 하고, 천 가방을 사용하면서도 한 번의 장거리 비행으로 그동안 아낀 탄소량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방출한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한다는 것이다. 책은 지구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기후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고, 이를 회피하려는 수많은 변명 속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를 파헤친다. 특히 탄소세와 같 시장 경제 원리와 공정성을 배제한 기후 정책의 약점을 날카롭게 꼬집고, 사회적 규범을 통해 기후친화적인 일상이 보편화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인권그림책 시리즈 총 3권 발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민주인권그림책 시리즈를 출간했다. 4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이 책은 사업회가 기획하고 사계절출판사가 발간하는 논픽션 그림책 시리즈(8권)로 지난 2022년부터 진행해 온 기념관 개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과거 국가폭력의 현장이었던 남영동 대공분실을 민주화운동의 역사로 기억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상징하는 공간인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조성 중으로 그림책이 기념관과 관련해 기획된 만큼 일상 속 민주주의와 인권을 생각해볼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의제를 담았다. 국내·외 13명의 그림책 작가들이 공동으로 작업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다채로운 시선을 그린 책은 민주화운동·차별과 불평등·이주노동·동물권 등 다양한 사회적 의제 담아 총 8권으로 5월 발간에 이어 7월, 9월, 10월에 순차적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5월 출간된 3권은 노동, 인권, 다문화 등의 주제를 다룬다. ‘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은 현대사회에서 흔해진 새벽배송·당일배송과 관련된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당신을 측정해 드립니다’는 모든 것을 수치화하는 현대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내용이며 ‘타오 씨 이야기’는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프로젝트 총감독은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그림책으로 다뤄 온 ‘꽃할머니’의 작가 권윤덕이 맡았다. 권 작가를 필두로 볼로냐 라가치상(매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개최되는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기간 아동도서 중 우수작품을 선정해 수상하는 상), BIB(Biennial of Illustrations Bratislav: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에서 열리는 국제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공모전), 대한민국 그림책상 수상 작가를 비롯해 개성 있는 그림책 작가들이 함께했다. 정진호, 권정민, 서현, 이명애, 조원희, 소복이, 오소리 등 국내·외 13명의 그림책 작가들이 민주인권그림책의 기획의도에 공감하며 동참했다. 그림책 연구자와 전문가, 창작자들은 여러 차례 세미나와 토론을 거쳤다. 특히 참여 작가들은 남영동 대공분실 현장 답사를 통해 프로젝트의 의도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를 촘촘하게 들여다보며 다양한 사회적 의제를 찾아내 그림책으로 풀어냈다.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그림책이 부족한 그림책 시장에서 창작자들이 주제와 소재·형식·표현 등을 실험적이고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 결과 차별과 불평등, 이주노동, 성역할, 폭력의 감수성 등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담은 그림책이 완성됐다. 이재오 이사장은 “민주인권그림책을 통해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되 그림책의 특성을 바탕으로 친근감있게 대중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온라인 설계는 어떻게 우릴 조종할까…‘다크패턴의 비밀’ 外 [신간소개]

■ 온라인 설계는 어떻게 우릴 조종할까…‘다크패턴의 비밀’ 나도 모르게 새 구독료가 빠져나가고 ‘한정’, ‘마감’ 알림에 조급해하며 결제 버튼을 누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용자의 자율성, 의사결정, 선택을 방해하거나 손상하도록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다크패턴’이라고 한다.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제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방식인데, 검색대를 통과해 비행기를 타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공항 쇼핑몰이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다크패턴의 방식을 낱낱이 공개한 ‘다크패턴의 비밀’이 출간됐다. 책의 저자인 해리 브리그널은 지난 2010년 ‘다크패턴’을 처음으로 정의해 공론화했다. 저자는 책에서 ‘착취적 디자인 전략’이라 부르는 다크패턴 설계가 인간의 여러 취약성을 어떻게 이용해서 온라인 설계에 반영하는지 보여준다. 색상대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부분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메시지를 놓친다거나, 스크린의 글을 꼼꼼히 보지 않고 훑어보기로 읽는다는 인간의 지각적 특징, 디폴트 효과·앵커링·프레이밍·사회적 증거·희소성 효과·매몰 비용 오류 등 인지 편향을 일으키는 심리적 특성까지 다루고 있어 지금까지 어떻게 다크패턴에 당해왔는지 알 수 있다. 특히 EU와 미국 등 선진국의 다크패턴 관련 법률을 살펴보고 다양한 사례와 연구를 담아 다크패턴의 지침서로 불리기도 한다. ■ 문명 발전시킨 ‘직물’의 역사 조망…‘패브릭’ 기능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문명을 발전시킨 ‘직물’의 역사를 짚어보는 ‘패브릭’이 출간됐다. 우리는 직물과 관련된 말들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계획을 ‘짜고’, 모임을 ‘조직하며’, ‘스핀오프’ 드라마를 본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우리는 햇빛과 공기처럼 직물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문명의 탄생을 논할 때는 농경, 바퀴, 문자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직물을 언급하진 않는다. 농업은 섬유를 수확하는 과정에서 발전했고, 대항해시대 이후 바다를 누빈 유럽인들에게 직물과 염료는 금과 향신료만큼이나 귀한 상품이었다. 또 산업혁명은 실을 잣고 천을 짜는 기계에서 시작됐다. 책은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섬유를 얻기 위한 인류의 노력부터 방적기에서 시작한 산업혁명, 합성섬유와 친환경 섬유의 발달까지 인류의 역사에서 직물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조망한다. 문명에 새겨진 직물의 이야기를 파헤쳐 인류 공동의 경험과 기억을 끌어올린다.

“'야구민족'이 된 당신을 위한 책”…‘야구의 나라’ 外 [신간소개]

그야말로 ‘야구 전성시대’다. 2024 프로야구가 지난 19일까지 열린 경기에서 KBO리그 10개 구단 체재 출범 이후 최다 매진 신기록을 세웠다. 야구의 인기는 방송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김성근 감독의 부임과 올 시즌 전 두산 베어스 출신 니퍼트의 합류로 큰 관심을 모은 인기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는 2024 시즌 10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했고, 각 구단의 팬들이 직접 야구팀에 관해 열띤 토론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 ‘찐팬구역’까지 등장하며 야구 매니아는 물론 입문자들의 눈길까지 사로잡고 있다. 야구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당신에게 화룡점정이 될 책 두 권을 소개한다. ■ 한국 파워 엘리트들은 어떻게 야구를 국민 스포츠로 만들었나… 지난 2월말 출간한 도서 ‘야구의 나라’는 “왜 야구는 축구를 제치고 최고의 인기 스포츠가 됐을까?”라는 흥미로운 질문에 관한 답을 논하는 책이다. 저자인 이종성 한양대 교수는 스포츠문화사학이라는 자신의 연구분야를 살려 일제 강점기부터 2000년대까지 야구가 국민 스포츠가 된 과정을 문화사로 풀어냈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고 말한다. 역사, 정치, 경제, 미디어가 결합해 ‘야구의 나라’가 건설됐다는 것이다. 특히 야구가 국민 스포츠가 된 배경에는 국내 파워 엘리트들의 학연이 절대적이었다. 책은 1923년 전원 조선인으로 이뤄진 휘문고보 야구팀 이야기부터 해방 이후 엘리트 출신들이 주축이던 신문사들이 앞다퉈 고교 야구 대회를 만들고,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학교들의 경쟁은 볼거리가 되는 한편 서울로 상경한 지역의 이주민들에게는 향수를 달래주는 수단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역을 대표하는 고교 야구팀과 이를 계승하는 프로야구팀 등 한국 사회에서 야구가 최고의 스포츠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흥미롭기 그지없다. 역사를 알고 나면 야구라는 스포츠가 한층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 50년 ‘야구 찐팬’이 쓴 신인 야구선수의 성장 스토리 도서 ‘야구의 나라’가 한국 야구의 지난 이야기를 정치·경제·문화 등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관점에서 쓴 역사책이라면 ‘야구의 길’은 야구를 지독하게 사랑한 야구 팬이 자신이 보고, 듣고, 느껴온 한국 프로야구 세계를 소설 속 세상에서 마음껏 펼쳐낸 책이다. 저자 김영권은 ‘야구 없는 인생은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50여년 야구 매니아다. 그의 장편소설 ‘야구의 길’은 세 신인 야구선수의 우정과 사랑을 담으며 험난한 한국 프로야구세계를 그린 성장 스토리다. 186cm, 89kg, 최고구속 154km의 김산은 장래가 유망한 좌완 투수다.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자였던 김산은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설득으로 대학을 선택한 김산은 어떠한 사건으로 대학 중퇴 후 프로로 전향한다. 프로의 세계에 발을 디딘 그는 중고교 시절부터 함께 야구를 했던 1년 선배 강수호와 동기 오재두를 만나게 된다. 멘탈이 붕괴돼 포볼을 남발하는 투수 김산, 팔꿈치 부상으로 투수 생명이 종료하는 오재두의 좌절과 드래프트, 스토브리그, 군대와 복귀 이야기 등 야구 팬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적이면서도 그 안에 희망이 담긴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책을 읽다보면 화려한 글솜씨와 기술보단 야구 ‘찐팬’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가족에게 전하는 이야기”…‘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

5월 ‘가정의 달’이 어느덧 중반을 지나고 있다. 누군가에게 가족이란 피를 나눈 존재가 될 수도, 혹은 피보다 더 진한 무언가를 나눈 존재가 되기도 한다. 가깝고도 먼 존재인 가족에 대해 일년 중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 지금, 가족에 관한 책 두 권을 소개한다. ■ 34년을 뛰어넘어 배달된 편지가 건넨 기적…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은유’에게 엄마란 존재는 태어나서부터 세상에 없던,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그래서 세상에 존재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비밀에 쌓인 사람이다. 아빠의 재혼이 다가올수록 은유의 마음은 뒤숭숭하기만 하고, 이러한 은유에게 아빠는 1년 뒤 자신에게 편지를 써보라고 제안한다. 21세기 소녀 은유의 편지는 엉뚱하게도 1982년을 살아가는 또 다른 ‘은유’에게 도착한다. “우리가 편지를 주고받게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야. 난 엄마의 비밀을 풀고, 넌 인생을 바꾸고”. 두 사람은 각자의 시간을 이용해 서로의 고민을 해결하기로 한다. 현재의 은유는 언니와 끊임없이 비교 당하는 1982년 은유에게 도움이 될 만한 미래의 일을 알리고, 과거의 은유는 2016년 현재의 은유가 평생을 궁금해 온 엄마의 존재를 대신 찾아나선다. ‘초딩’으로 시작됐던 호칭이 ‘너’, ‘언니’, ‘이모’ 등으로 바뀌는 동안 두 사람은 “넌 어때, 잘 지내?”라는 안부와 우정을 나누며 편지는 현재의 은유가 태어난 해인 2002년까지 계속된다. 2016년 은유가 1년을 살아가는 동안 1982년의 은유는 20년의 세월을 살아가고, 그 속도의 차이가 만들어낸 종착지에서 만난 두 사람 앞에는 감동스런 기적이 기다리고 있다.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꽃님 작가의 장편소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소중한 사람들을 영원히 잃어버린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가 담겨있다. 출간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교보문고 청소년 부문 베스트셀러 등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이 책을 덮고 나면 은유가 과거의 은유를 통해 치유를 받았듯 아름다운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 전 세계 부모를 사로잡은 자녀교육 바이블…‘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 세계적 가족 심리학자이자 가족치료의 1인자 버지니아 사티어의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는 전세계 15개국에 번역 출간, 누적부수 100만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 ‘The New peoplemaking’의 국내 출간작이다. 어린 시절 알콜 중독자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던 사티어는 끊임없는 노력과 의지로 일생을 양육과 가족에 대한 연구에 매진했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가장 특별한 손님’입니다”. 책은 사티어가 만든 70여년 결과물의 총체로서 아이에 대한 생각, 부모의 마음가짐, 인간에 대한 철학을 전한다. 사티어는 모든 부모에게 육아를 할 때 부모와 가정이라는 정체성부터 단단히 확립할 것을 권고한다. “부모도 부모는 처음이니까”. 온갖 변수가 충돌하는 육아의 세상에서 아이를 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못했다면, 주관 없이 남을 따라 아이를 길렀다면, 아이에게 언제 자유를 주고 언제 통제를 해야할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면 세계가 인정한 양육의 불변의 법칙을 한번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자세…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 계발’ [신간소개]

‘자기 계발’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새벽 운동, 건강한 다이어트, 높은 외국어 시험 점수 등 각자가 이룬 성과를 공유하며 살고 있다.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기술철학자 마크 코켈버그는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 계발’을 출간하며, ‘죽도록 자기를 계발하는’ 것이 진정한 자기 계발인지, 자기 착취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일침한다. 급속한 기술 발달에 따라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사람들은 평생 학습과 끝없는 자기 계발의 쳇바퀴에서 벗어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측정과 분류, 비교와 검색, 정보 제공 기능을 갖춘 도구들을 활용해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자기 계발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잉여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채찍질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고 비교하고 추적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 대한 정량화된 인식을 만든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과학은 나에 대한 인식을 생성하고 분석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저자는 자기 계발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자아와 사회에 대한 이해가 변해야 하며, 여기에 기술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무한히 확장하는 자기 계발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강박적인 자기 계발 문화를 탈피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

“오직 상처만이 상처에 스밀 수 있다”…‘아일랜드 쌍둥이’ [신간소개]

“형이 죽은 뒤, 나는 그의 인생을 대신 살기로 했다”. (‘아일랜드 쌍둥이’ 中) 미국 남부의 한 도시, 한국계 미국인 형제 ‘재이’와 ‘존’은 같은 해 다른 날 태어난 아일랜드 쌍둥이로 우애가 깊다. 하지만 형 재이가 병을 앓고 가족들의 관심은 오롯이 형을 향한다. 끝내 형은 죽고, 재이의 죽음 후 동생 존은 형을 좋아하던 여성과 교제하거나 군인의 길을 택하는 등 마치 형을 대신하는 삶을 살아간다. 미군으로 일본에 파견돼 작정을 수행하던 존은 방사능에 피폭 되는 사고를 겪는다. 장애가 언제 겉으로 드러날지 모른다는 불안 속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던 존 앞에 어느 날 한국 여성 ‘수희’가 나타나고, 존은 묘하게 그녀에게 이끌린다. 한국 군인이었던 동생을 잃고 미국으로 도망치듯 떠나 미술 치료를 공부하던 수희는 존을 미술치료 워크숍에 초대하고, 그렇게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각자의 아픔을 끌어안고 있는 청년들은 한 공간에 모이게 된다. 지난달 23일 출간된 홍숙영 작가의 장편소설 ‘아일랜드 쌍둥이’(클레이하우스 刊)는 한국과 미국,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어 아픔을 지닌 청년들이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는 지금 시대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오직 상처만이 상처에 스밀 수 있다고 말하는 홍 작가의 ‘아일랜드 쌍둥이’는 피 대신 영혼을 나눈 쌍둥이들의 연대를 다룬다.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을 받고 기자, PD, 시인이자 소설가로 활동한 작가는 자신이 보고 듣고 겪은 다양한 삶을 작품에 녹였다. ‘아일랜드 쌍둥이’는 2017년 여름, 개인적인 상처를 안고 미국의 한 대학에 초빙교수로 가게 된 작가가 그곳에서 때때로 우울한 표정의 대학생들을 마주하면서 집필하게 됐다. 작가는 “한국의 청년들이 천안함 피격 사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겪은 것처럼 미국의 젊은 세대에게는 끊이지 않는 교내 총기 난사 사건 등에 대한 불안함과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며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청년들이 서로 의지하며 힘을 얻는 이야기를 써보겠다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이어 “누구라도 공감하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었다”며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안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야 한다. 지금 우리 시대 청년들에게 책을 통해 용기를 내고, 일단 살아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삶의 희노애락 담은 시집…정겸 ‘악어의 눈’ [신간소개]

‘푸른 경전’, ‘공무원’, ‘궁평항’에 이어 정겸 시인이 네 번째 시집 ‘악어의 눈’을 출간했다. 특히 이번 신간은 전자책 형태로 발간돼 스마트 기기를 통해 어디서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시집은 시인의 고향인 화성시 궁평항과 송산면 공룡알 화석지를 배경으로 삼았다. 시집은 대기업에서 구조조정된 뒤 귀농한 농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인은 구조조정의 대상자가 됐을 때 인사부장을 ‘악어의 눈’으로 생각하며 원망했는데, 귀농한 뒤 배추묘를 생산하기 위해 어린 싹들을 뽑는 모습을 되돌아보며 마치 어린 싹들이 구조조정 당시 시인의 모습과 닮았다고 회상한다. 그는 별을 보고 출근해 별을 보고 퇴근하는 사람들, 비탈진 산동네를 내려와 조조할인 버스를 타고 새벽 인력시장에서 운이 좋게 건설 현장으로 가는 순간 등 소소하지만 녹록지 않은 우리네 삶의 모습을 담았다. 동시에 인생에 대한 통찰, 현대인들에 대한 따뜻한 위로 등을 담아냈다. 정겸 시인은 경기도청에서 30여 년간 근무한 공무원 출신으로, 2003년 ‘시사사’로 등단했고, ‘공무원문예대전’ 시·시조 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또 ‘경기시인상’ 공무원 재직 공로로 대통령상과 홍조근정훈장 등을 받았다. 현재 ‘빈터문학회’ 회원,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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