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가 되기 위한 현실적인 실천 방법…‘일류의 조건’ [신간소개]

18년 만에 복간된 사이토 다카시의 저서 ‘일류의 조건’이 출간 직후부터 10여일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책은 지난 2006년 국내에서 출간된 뒤 오랜 시간 절판됐으나 독자의 출간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복간본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수많은 독자의 구매가 이어졌고, 여전히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책은 ‘성공하기 위해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문화, 스포츠,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정상에 오른 ‘일류’들의 능력에 대해 날카롭고 통찰력 있게 분석한 뒤 일류가 되기 위한 해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가장 근본적인 힘 세 가지를 강조한다. 첫 번째로 제시된 ‘훔치는 힘’은 다른 사람의 지식과 요령을 훔쳐, 내 것으로 체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강조되는 ‘요약하는 힘’은 생활 전반에 있어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힘이다. 요약을 잘하면 핵심 주제와 목표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필요 없는 것들은 과감히 버림으로써 삶 자체가 간명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두 가지 조건과 함께 ‘추진하는 힘’이 있어야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일류’라 하면 나와는 동떨어진 부류로 생각하기 쉽지만, 저자는 일류가 되기 위한 세 가지 힘이 누구에게나 잠재돼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제대로 익히고 발휘하는 이들만 ‘일류’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시로 엮은 봄 향기…순수 시전문 문예지 ‘한국시학’ 2024 봄호 출간

순수 시전문 문예지 계간 ‘한국시학’이 2024 봄호를 출간했다. 이번 봄호에는 ‘저 여인네의 지아비도 아니면서’(문창갑 作)를 평론한 김우영 시인의 ‘봄, 시 한 편 읽기’, ‘한국시학이 주목하는 이 계절의 시인’으로 꼽은 강희동 작가와 임애월 편집주간의 대담 및 그의 ‘십구공탄’ 외 작품 네 편을 실었다. ‘나의 삶, 나의 문학’ 코너에서는 정진석 시인이 한국전쟁의 유년기를 거쳐 문인으로 일생을 보내기까지의 소회와 ‘沙月里 비타령’ 외 자전시 다섯 편이 담겼다. 정 시인은 “시는 팍팍한 내 삶의 버팀목이자 구원자”라고 말했다. ‘한국시학’ 2024 봄호 신인상을 수상한 강영준의 당선작 두 편도 만날 수 있다. 시 ‘경칩에 올리는 산신제’는 ‘산불 잿더미’로 묘사되는 아픈 현실 세계에서 화자가 산새와 벌레, 개구리의 생생한 노랫소리를 희구한다. 한국시학은 “겨울이라는 시련의 시공간속에서도 어쨌든 봄은 오고야 말 것이므로, 얼음장 밑에서 준비한 잉어 한 마리를 제물로 바치며 기운생동의 자연만물-산신에게 경배하는 모습은 죽음-삶(겨울-봄), 순환의 자연질서에 대한 경외심을 지닌 정결한 자세”라고 평했다. 이외 김월준 시인 등의 작품을 엮은 ‘이 계절이 시’ 1, 2부와 윤석산 교수의 시어에 관한 ‘화자시학 강의실’이 있다. 한편 지난 2010년 첫 발간을 시작으로 제69호를 맞이한 ‘한국시학’은 1966년 한국문인협회 수원지부를 창립한 임병호 (사)한국경기시인협회장을 발행인으로 한다. ‘한국시학’은 매년 ‘한국시학상 대상’, ‘한국시학상 본상’, ‘경기시인상’을 시상하며 국내 시문학 및 지방문예 진흥에 노력하고 ‘한국시학 신인상’을 통해 신인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선거의 계절, 책으로 돌아보는 정치와 민주주의

민주주의의 축제, 선거의 계절이다. 한국 사회는 요즘 선거의 말들이 일상을 뒤덮는다. 선거를 앞두고 민주주의의 역사와 정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 서점가에서 조용한 힘을 얻고 있다. 민주주의와 정치를 어떻게 해석하고 현대를 살아가야 하는지, 화두를 던진 책들을 살펴봤다. ■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리커버:K) 책은 흥미로운 이솝우화로 시작한다. ‘말과 사슴이 싸움을 벌였다. 말은 사냥꾼을 찾아가 사슴에게 복수하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사냥꾼은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정말로 복수를 하고 싶거든 내가 고삐로 널 조정할 수 있도록 입에 마구를 채우고, 사슴을 쫓는 동안 내가 편히 앉도록 등 위에 안장을 얹어야 해.” 말은 기꺼이 동의했다. 말은 사냥꾼의 도움을 받아 사슴을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 말은 사냥꾼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 내려와요. 입과 등에 채운 것도 풀어주세요.”, “이봐,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이제 막 마구를 채웠잖아. 난 지금 이대로가 좋단 말이야.”’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Steven Levitsky)와 대니얼 지블랫(Daniel Ziblatt)이 펴낸 정치학의 고전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리커버판이 출간됐다. 리커버판은 아테네 민주정의 상징이었던 파르테논 신전이 붕괴되는 모습을 담았다. 그동안 견고하게 느껴졌던 민주주의 체제가 언제든 한순간에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말과 사냥꾼의 우화는 오늘날 민주주의가 처한 실상을 대변한다. 자기에게 권력을 몰아주면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겠다고 정치인은 사냥꾼처럼 말하지만, 권력을 잡으면 생각이 달라진다. 권력의 속성이다. 두 저자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헌법 같은 제도가 아니라 ‘상호인정·존중’과 ‘권력의 절제’ 등의 규범이라고 말하며 이러한 규범들이 무너질 때 민주주의도 허물어진다고 전한다.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권력을 탐하고 시끄럽고 이율배반이 가득한 곳. 혹자는 ‘더러운 세속 정치’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정치는 우리가 멀리해야 하는 걸까. 정치를 멀리 할 때, 아름답고 고고하게 살 수 있을까. 김영민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과부·동양정치사상)는 지난 2021년 펴낸 책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에서 말한다. “살아있는 한, 어느 누구의 삶에서도 정치는 무관하지 않다. 복수의 인간이 사는 곳에서 정치는 불가피하고 정치를 외면하는 것은 세속의 삶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냥 사는 인생이나 마냥 권력을 쥐려는 정치가 아니라 반성된 삶과 숙고된 정치”라며 인간의 관계성과 삶, 정치를 대등한 관계에서 몰입감 있게 정치적·철학적 사유를 끄집어 냈다. “쿠데타는 하루아침에 일어나도 세속의 정치는 하루아침에 개선되지 않는다”란 저자의 말은 심심한 위로를 건네며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건전한 비판자가 되어라고 토닥이는 듯하다.

“문화예술로 이룬 ‘덕업일치’”…유경숙 ‘문화기획이라는 일’ [신간소개]

내가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에서 직업적 성취를 이루는 삶을 요즘 언어로 ‘덕업일치’라 일컫는다. 지난 5일 발간된 도서 ‘문화기획이라는 일’(큐리어스 刊)은 공연과 축제, 여행을 창의적으로 엮어내며 덕업일치를 이룬 문화기획 전문가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다. 최근 젊은 세대에게 ‘문화기획자’는 많은 관심을 받는 직업군이다. 대학에서 문화콘텐츠학과 설립 붐이 일고, 문화기획 관련 교양 강좌가 곳곳에서 개설되고 있다. 하지만 높은 관심에 비해 문화기획자는 비교적 직업적 실체가 알려지지 않았다. 흔히 떠올리는 공연과 전시, 이벤트나 축제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유튜브 콘텐츠나 게임, 미디어아트까지 문화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지만 되레 많은 이들이 산재한 정보를 취합해 그 세계에 접근하고 있는 요즘, 저자인 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 소장은 문화계를 꿈꾸는 청년들을 위해 책을 썼다. 저자는 대학생 시절 유럽 여행에서 만난 한국의 대표적인 공연 ‘난타’에 이끌리며 난타의 홍보마케팅 팀장으로 공연계 첫 발을 내딛었다. ‘공연도 상품’이라는 관점으로 당시로서는 새로운 공연 마케팅을 시도한 그는 이후 티켓링크의 마케팅연구소 팀장으로 ‘당일 티켓 판매’라는 혁신적 문화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90여 개국, 430개 해외 축제를 취재해왔던 그는 여행에서 공연, 공연에서 축제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도시 브랜드 마케팅 일환으로 굵직한 문화콘텐츠와 축제 관련 자문·컨설팅 작업을 이으며 2012 여수세계박람회 총감독단 상근 자문 위원을 시작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축제 평가위원 등 쉼 없이 달려온 자신만의 노하우를 책에 녹여냈다. 책은 크게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됐다. 전반부는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던 저자가 문화기획자로의 자아를 발견하고 그 세계에 발을 디딘 입문의 순간과 그 이후 겪게 된 다양한 경험담을 전한다. 후반부는 문화기획자의 꿈을 이룬 저자가 이직과 독립의 또다른 단계의 갈림길에서 나만의 콘텐츠,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독립한 기획자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문화기획자로 독립한 저자는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새로운 분야와 재능을 뒤늦게 발견하고 결국 ‘자기만의 수익모델, 자기만의 콘텐츠를 정하라’라는 선배들의 조언에 더해 본인의 가능성을 조금 더 폭넓게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사회 초년생 시절, 직업적 진로와 비전에 대해 솔직한 조언을 구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유명한 사람들의 자기계발서를 많이 봤던 기억이 난다”며 “이 책을 통해 고민 많을 청년들에게 ‘과감히 뛰어들어도 괜찮다. 도전해도 괜찮아’라는 확신 있는 경험자의 말을 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끝없이 탈주하는 시인의 운명”…‘해부되는 정신의 과잉’ [신간소개]

“새벽 허파에 나는 산다. 살아 있으므로 맛봐야 할 시간의 독(毒)이 복리(複利)로 증식하는 허공의 집.… 나는 비둘기들과 함께 꿈의 사체(死體)를 천천히 쪼아댄다” (‘해부되는 정신의 과잉’ 中) 신종호 시인이 세 번째 시집 ‘해부되는 정신의 과잉’(북인 刊)을 출간했다. 어찌 보면 난해한 시집의 제목은 사유하고 시를 쓰고 끝없이 탈주하는 시인의 삶을 표현한 것이다. 과잉된 정신을 해부하는 것이야말로 시의 한 축일 터. 그의 시에서 어둠, 무의식, 죽음 등에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는 운명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시인의 일관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시집 1부는 ‘사랑의 회고록’이라는 부제의 연작으로 표상 너머의 사랑에 대한 탐구를 담았다. 시집에는 언어 기호에 끊임없이 의심의 눈길을 보내며 기호에 관한 지속적인 관심과 탐구가 나타나있다. 3부의 시 ‘르네 마그리트 그림처럼’은 현실 속 풍경인 재래시장이 배경이다. 시적 화자가 내세운 르네 마그리트는 재현의 공간과 원리를 파괴한 클레나 칸딘스키와 달리 재현의 낡은 공간을 그대로 수용하고 그 원리를 구현한 듯 보이게 회화를 구성한다. 표제시 ‘해부되는 정신의 과잉’처럼 정신의 과잉을 해부하고자 하는 욕망도 현실에 대앙하는 혼돈스러운 정신의 자기 검열이라 할 수 있다. 신종호의 시는 인간은 왜 투쟁해야 하는가를 골똘히 생각하게 한다. 시집의 해설을 쓴 우대식 시인은 모순에 맞서 시인이 지향하고자 하는 정신의 향방을 “동일성의 세계를 살아가도록 암암리에 강요받는 현실에 대항하는 혼돈스러운 정신의 자기 검열”이라고 설명한다.

민족사학 선구자·만주항일투쟁 지도자 ‘김교헌의 생애와 역사인식’

무원 김교헌(1867~1923)은 경기도 수원군 구포리(현 화성시 비봉면) 출신으로 근대 민족주체 역사관의 토대를 만든 인물이자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다. 그는 조선조 말기 과거를 통해 입신양명했다. 그의 집안 또한 대대로 벼슬을 역임했는데 조선 사회 벼슬을 했다는 것은 성리학적 유교 지식인의 세계에 깊이 녹아들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김교헌은 유교적 가치로부터 환골탈태했다. 그는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중화적 지식인에서 민족주의적 역사가로, 지체 높은 사대부에서 독립투사의 길로 인생을 바꿨다. 중화주의적 가치관 속에 함몰됐던 그는 ‘국망도존(나라는 망했어도 정신은 있다)’을 외친 홍암 나철과 대종교(단군을 기리고 그 실체를 되살리는 민족고유 종교)를 만나며 변했다. 만주로 망명해 항일투장무쟁운동을 추진하고, 민족 교육에도 힘쓴 그는 1919년 2월 이세영, 이승만, 안창호 등을 39인의 명의로 선포된 대한독립선언서(일명 무오독립선언서)에 가장 주동적인 역할을 맡기도 했으며 대종교는 조국을 되찾으려는 열혈지사들의 공동체가 됐다. 일제의 탄압으로 만주로 망명한 김교헌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에 기반한 민족적 가치가 담긴역사서를 만들어 애국혼을 고취시켰다. 이는 신흥무관학교를 비롯한 독립운동 현장에서 독립군들에게 정신적 교본이자 민족학교 교재로 사용됐고,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교과서로 사용되며 역사인식 고양의 중요한 지침이 됐다. ‘김교헌의 생애와 역사인식’(선인 刊)은 지난해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출간됐다. 대학에서 대종교 독립운동사와 국학 이론을 강의한 김동환 국학연구소 연구원이 펴냈다. 그는 명문가의 종손으로 태어나 질곡의 시대를 거쳐 각성을 통해 항일투쟁의 선봉에 선 김교헌의 일생과 ‘단조사고’ ‘신달실기’, ‘신단미사’ 등 그의 주요 저서 및 역사인식과 마지막으로 ‘주인과 노예의 역사학’이란 제목 하에 그와 그의 역사관에 대한 평가까지 아울렀다. 저자는 “사관은 역사를 바라보는 안목으로 주인 됨을 버리면 기준과 척도를 잴 수 없다”며 “중화적 사대주의사관이 일제강점기 식민주의역사관으로 연결됐다는 것은 다시금 주인의 눈을 잃어버린 아픔”이라고 말한다.

순간을 기록하는 ‘읽기 좋은’ 에세이 두 권…‘어쩌다 편의점’ 外 [신간소개]

일상을 바쁘게 살아가다 문득 다른 이의 삶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이럴 땐 일기처럼 편안하면서도 다른 이의 삶을 살짝 엿볼 수 있는 ‘에세이’를 통해 잔잔한 감동·통찰·위로 등을 얻을 수 있다. 어딘가로 훌쩍 여행을 떠날 때, 사색에 잠기고 싶을 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두 권을 모아봤다. ■ 어쩌다 편의점(돌베개 刊)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편의점의 뒷 이야기와 속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간됐다. 책은 편의점 CU를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 홍보팀 소속의 유철현 수석이 썼다. 유 수석은 지난 2010년 BGF리테일에 공채로 입사해 2012년부터 홍보 업무를 10년 이상 담당하고 있다. 편의점의 변천사부터 업계 동향과 최신 트렌드, 시대를 관통하는 소비 인문학적 통찰까지 꿰고 있는 편의점 전문가다. 그는 편의점 회사 입사 과정에서 겪은 일화, 생업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좌충우돌 이야기, 상품·마케팅·브랜딩 비화 등 42개의 에피소드를 책에 눌러 담았다. 특히 보도자료에서도 말하지 못했던 ‘빅 요구르트’ 등 편의점 상품 탄생의 순간들, 1년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은 삼각김밥이나 컵라면이 아닌 ‘컵 얼음’이라는 점 등을 재미있게 풀어낸다. 재치있고 능란한 유머 감각으로 잘 버무려진 말맛을 구사하는 저자의 필치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편의점 본사 직원이 들려주는 편의점의 모든 것을 통해 소비문화 변천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 벼랑 끝이지만 아직 떨어지진 않았어 (프롤로그 刊) 최초로 SBS, KBS, MBC 등 방송채널에서 일대기를 방영한 소재원 작가의 신작이 4년 만에 나왔다. 4년 만의 신작으로 소설이 아닌 에세이를 택했는데, 그 이유가 특별하다. 말기암 독자가 항암을 포기하자 소 작가는 오래전부터 스스로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써 내려갔던 글들을 편지로 보냈고, 글을 읽은 독자는 다시 희망을 부여잡고 항암을 시작했다. 이 같은 글들을 출판해달라고 부탁한 독자로 인해 편지들을 다듬어 에세이로 출판했다. 작가는 누구보다 불행한 인생을 살았다. 그 인생을 어떻게 대하고 살아왔는지, 거친 세상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는지 방법을 제시하는 편지글이 에세이의 첫 장을 다룬다. 작가가 좌절하고 무너졌을 때 그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써내려간 방법과 계획, 위로의 글들이 뒤를 따른다. 책을 통해 소 작가가 깨달은 진짜 행복의 의미, 희망, 삶에 대한 결론을 마주할 수 있다.

‘서정시 대표주자’ 박목월 미발표 작품 290편 발견

우리나라 대표 서정시인 박목월(1915~1978)의 미발표 육필 시 290편이 발견됐다.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박목월 시인의 장남 박동규 서울대 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자택에 소장한 노트 62권과 경북 경주 동리목월문학관에서 보관 중인 18권의 노트에서 다수의 미발표 육필 시가 발견됐다고 12일 밝혔다. 해당 시들은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쓴 작품으로 총 318편에 달했다. 기존에 발표된 작품을 제외하면 이번 조사로 290편이 새롭게 발견됐다. 이날 위원회는 새롭게 발견된 작품 가운데 문학적 완성도가 높고 다양한 주제와 창작의 변화 과정이 잘 드러난 작품 166편을 선별해 공개했다. 여기엔 1950년대의 제주를 소재로 한 시들을 비롯해 해방과 한국전쟁, 1960년대 사람들의 일상적 삶을 노래한 시 등이 담겼다. 위원회 관계자는 “이번에 발견된 시들을 연구해 이를 토대로 유고 시집 출간을 준비 중이다. 올해 상반기 내 출간이 목표”라며 “다만 육필 시의 원본성이 훼손되지 않고 문화유산으로서 후대에까지 널리 보존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박목월은 한국 시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손꼽히는 서정시인이자 교육자로 ‘나그네’, ‘청노루’, ‘윤사월’ 등의 대표작을 남겼다. 자연을 소재로 한 서정시를 많이 썼으며 해방 직후 조지훈, 박두진 시인과 함께 시집 ‘청록집’을 펴내 청록파 시인으로도 불렸다.

원현린, 40년 기자 생활 ‘열흘 붉은 장미 없다’ 출간 [신간소개]

‘사회의 막힌 곳을 뚫고 굽은 곳을 펴겠다’는 포부로 언론계에 첫발을 내 디딘지 어언 40년. 1982년 경인일보 사회부 기자로 시작해 인천일보, 경기일보, 인천신문 등을 거친 원현린 기호일보 주필의 칼럼집 ‘열흘 붉은 장미 없다’가 출간했다. 스스로 ‘네가 기자냐?’를 되뇌며 매일매일 자성하는 자세로 기자생활을 해 왔다는 원 주필. 그는 “인생은 문틈으로 얼핏 내다보아 백마가 벌판을 달려가는 것을 보는 것과 같이 빨리 지나간다(人生如白駒過隙)는 말이 실감난다”고 회상했다. 원 주필은 151편의 칼럼이 담긴 이번 칼럼집을 통해 지난 40년간 기자생활을 통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현실과 역사 인식을 등을 녹여냈다. 원고지만 따져도 3천 매가 넘는 압도적 시간의 무게도 담겨있다. 원 주필은 지난 1991년 청와대 출입기자 당시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과의 제주도 한소(韓蘇)정상회담은 물론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과 1992년 한중(韓中)수교, 캐나다·맥시코와의 정상회담, 유럽 언론실태 연수 등을 통해 급변하는 세계사의 소용돌이 속 한 복한에서 취재를 했다. 이를 통해 동서문제(東西問題)와 유엔이란 무엇인가, 한중 관계 등 국제정치 관련해 쓴 칼럼을 통해 당시 그의 국제정치사에 대한 소견을 살펴볼 수 있다. 또 청와대에서 지켜본 국가권력의 흥망성쇠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 인식도 책에 고스란히 품어냈다. 부동산 광풍으로 사회 양극화를 부추기는 가진 자들의 탐욕에 대해서는 좋은 풀이 있으면 혼자 먹지 않고 동무들을 불러 모아 사이 좋게 함께 풀을 뜯어먹는 시경(詩經)의 ‘유유녹명 식야지평’을 끄집어내 상생의 덕목을 일깨운다. 원 주필은 기자라면 언제 어디에서든 여론을 이끌며 국정이 흔들리거나 갈피를 잡지 못할 때 향도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그가 해악을 고발해 역사의 법정에 세우며 밝고 건전한 사회로의 길로 나아가도록 한 것은 스스로의 뿌듯함이다. 원 주필은 서문을 통해 “새로운 시간 위에는 새로운 역사가 쓰여져야 하고, 역사는 기록이다. 기록이 없으면 역사도 없다”며 “기자는 역사의 기록자다. 단순한 기록을 넘어 국정을 감시, 비판하며 역사 발전을 이끌어 언론을 혹자들은 ‘무관의 제왕’이라 추켜세운다”고 전한다. 이어 “곳곳에 죽간과 파피루스에 새겨놓았던 편린들을 찾아 모아 세상에 내놓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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