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당국이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9일(한국시각) 대통령 당선을 확정 지으면서 코스피가 폭락하고,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주식시장은 후폭풍에 휩싸였다.특히 내수 침체, 투자ㆍ수출 감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로 혼란스러운 국내 상황과 트럼프 집권 이후 보호무역 강화, 환율 불확실성까지 예고돼 한동안 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코스피, 트럼프 쇼크에 공포지수 40% 급등…금융당국, 비상 대응책 마련 분주 트럼프 당선은 주식시장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는 9일 급락하면서 주식시장 ‘공포지수’가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EU 탈퇴) 찬반 투표 당시 수준으로 올랐다.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전 거래일보다 16.59% 급등한 19.26에 장을 마감했다. 브렉시트 여파로 시장이 크게 휘청거린 지난 6월27일(19.47) 이후 최고치다. VKOSPI는 장중 40% 이상 오른 23.24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경합 지역에서 앞서고 있다는 소식에 전해진 오전 11시 전후로 급락세로 전환했다. 결국, 코스피는 전날보다 45.00p(2.25%) 떨어진 1천958.38로 거래를 마쳤고, 원ㆍ달러 환율은 14.5원 오른 1천149.5원에 장이 마감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 충격이 당분간 지속하며 원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천2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정부, 24시간 모니터링 체제 전환…외화자금 유입방안 등 검토 정부는 미국 대선 개표가 시작된 이날 오전부터 금융시장 관련 회의를 잇달아 개최하며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정부는 금융, 외환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한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하고 단호하게 추진키로 했다.거시경제금융회의를 수시로 열고, 관계기관 합동점검반을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또 금융기관의 외화 유동성과 외채, 외화 보유액을 철저히 관리하고, 외화표시 외평채 발행, 민간부문의 외화자금 조달 등 외화자금 유입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정책의 우선 목표로 둘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외정책은 현재보다 보호무역주의 성향과 주요국에 대한 환율 관련 압박 강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유 부총리는 “한ㆍ미 양국의 공조가 더욱 강화되고 진화될 수 있도록 전방위적으로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경제단체 통상마찰 심화 우려…보호무역 대책 마련해야 국내 경제단체들은 공식 논평 등을 통해 미국과의 통상마찰 심화에 대해 우려하며 견고한 한미동맹과 경제협력이 안정적으로 지속되길 바랐다. 한국무역협회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세계적인 통상마찰 심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요 교역국 간의 상호 협력을 해야한다”며 “단기적으로는 대미 통상외교 채널을 재정비하고, 미국 내 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한미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한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한국경영자총협회는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 기업이 합심하여 신속한 대응 체계 마련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 김한수 통상본부장은 “우리 정부가 미국의 신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우리 중소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응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중소기업도 끊임없는 기술개발 등 자구노력을 통해 신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9일 ‘최순실 국정개입 사태’로 혼란에 빠진 정국 수습을 위해 국회가 새 국무총리를 조속히 추천할 수 있도록 총력전에 나섰다. 하지만 야3당 대표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총리 추천’ 제안을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일축, 정국 혼미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국회를 찾아 정세균 의장을 만나 박 대통령이 전날 “새 총리가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 내 나가도록 할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추가설명했다. 허 수석은 야당이 ‘내각통할권’의 권한과 범위 등에 대해 의문을 표한 것과 관련, “각료 임명제청권 등 권한을 충분히 활용하고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성례 청와대 홍보수석도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법에 명시된 총리의 권한인 내각통할권, 임명제청권, 해임건의권 모두 총리가 강력하게 권한 행사하는 것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배 수석은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후보에 대해 “능력 있고 좋은 분이면 (대통령이) 지체없이 임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거국중립내각 제안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국무총리의 내각통할권, 각료임명제청권, 해임건의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리의 제안은 명확하다. 행정부를 국무총리에게 맡기고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겠다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또한 “현행 헌법상 대통령은 군 통수권, 계엄권 등 고유 권한을 이양할 수 없다”면서 “국가원수로서의 기능까지 내놓으라는 것은 위헌이자, 하야하라는 것”이라고 야당 측을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국민의당 박지원·정의당 심상정(고양갑) 등 야 3당 대표는 국회에서 회동, 박 대통령의 총리 추천 제안을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거부하기로 했다고 민주당 윤관석(인천 남동을)·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이 공동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3당 대표는 또한 ▲이번 사태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명명 ▲12일 (광화문 촛불) 집회에 당력을 집중해 적극 참여 ▲강력한 검찰수사 촉구 및 국정조사와 별도특검을 신속 추진 ▲상임위·예결위 통한 국가안보와 민생 챙기기 ▲12일 이후 재회동 등을 합의했다.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제안은 총리 추천을 둘러싸고 정당 간에, 대선 주자 간에, 또 정당 내부의 논란을 촉발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을 국회로 돌리려는 술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2선 후퇴에 대한 분명한 입장 천명 이외에는 그 어떤 수습책도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게이트’ 사태로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가운데 ‘친박’(친박근혜) 색채의 당 지도부에 대한 퇴진 요구는 안팎으로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비박계는 야권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어 ‘제3지대’ 정계개편도 거론되고 있다. 친박과 비박(비박근혜) 사이 ‘중앙선’을 자처했던 정진석 원내대표까지 ‘이정현 사퇴론’에 가세하면서 대척점에 섰다. 친박계가 버티기를 이어갈수록 비박계와 야당의 ‘연합 공세’도 힘을 더해가는 모습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9일 “당 지도부 사퇴 거부 선언 이후 많은 의원이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분당 이야기가 흘러나온다”며 “당의 분열을 막아 대통령을 지킬 수 있는 이정현 대표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는 예산안 처리 및 거국중립내각 구성 이후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힌 정 원내대표가 당 지도부에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당내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던 중립 성향의 나경원 의원도 이정현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잇따른 퇴진 요구에도 사퇴거부 의사를 고수하고 있는 이 대표에 대한 압박 차원이다. 친박계의 버티기가 이어지면서 비박계가 되려 야당과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비박계가 앞장서서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해 야당의 요구를 선제로 수용해야 한다며 ‘여당 내 야당’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는 것. 두 계파가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면서 제3지대에 대한 논의도 수면 위로 계속 떠오르고 있다. 일례로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여당 비박계 대권주자들은 야권 의원들과 물밑 접촉에 나섰다. 지난 3일에는 비박계와 더불어민주당 비주류, 국민의당 의원들이 만나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했다. 새누리당 비박계 5선의 정병국 의원(여주ㆍ가평)과 민주당 비주류계 박영선ㆍ민병두ㆍ변재일 의원과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인 김성식 의원이 한자리에 모인 것. 여야 의원들은 ‘상황의 위중함에 대해 공감하고 난국을 풀기 위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모임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움직임이 대선을 앞두고 양당의 비주류가 제3지대에서 만나는 정계개편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 역시 지난 주말 동안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야권 대선주자, 추미애 박지원 등 당대표들을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국 수습방안에 대한 야권의 인식을 파악하고 거국중립내각을 위한 공감대도 어느 정도 마련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국회에서 김무성, 김종인, 김부겸 의원 등 여야 대선주자급 중진이 대거 참석하는 ‘비상시국 대토론회’를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인천시 서구와 남구가 각각 인허가 업무와 계약관리 분야 업무에 소홀하고 위법을 저지르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9일 감사원의 특정 감사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감사 결과 서구는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한 건축사사무소가 사실과 다른 ‘건축 허가조사 및 검사조서’를 제출했지만, 구는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은 채 허가를 내줘 특정 건축업체에 특혜를 준 것은 물론, 토지의 불법 형질변경 등이 이뤄지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구는 지난해 3월 비영리 사단법인인 A 야구협회가 개발제한구역에 생활체육시설(잔디야구장)을 설치하겠다는 허가 신고서를 접수, 같은해 9월 이를 허가했다. 현행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A 협회는 이를 영리목적으로 운영하면 안되지만, A협회는 3억8천여만원의 참가비를 받아 117개 사회인 야구팀이 참가한 리그전을 벌였고, 구는 이에 대한 고발이나 원상복구 명령 등을 게을리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 남구는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B 센터를 건립하면서 입찰 참가자격을 제멋대로 정해 제한하면서 ‘단독응찰’이라는 이유로 특정 업체를 배제하는 등 3차례 유찰시키고, 되레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업체 3곳과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엄마·아빠도 제대로 사랑받지 못하고 컸던데, 이제 저 아이마저….” 생후 2개월 된 딸을 내동댕이쳐 결국 숨지게 한 20대 부부가 구속 기소(10월11·12·13일·11월9일자 7면)된 가운데, 혼자 남겨진 한 살 된 첫째 아들이 부모의 전철을 밟는 불쌍한 신세로 남았다. 9일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월8일 태어난 A군(1)은 지난달 13일 아버지 B씨(25)가 구속되고, 엄마 C씨(21)가 심한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보육원에 맡겨졌다. 당시 엄마·아빠의 친인척은 모두 A군을 외면했다.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A군이 가족의 사랑을 전혀 받지 못하고 결국 보육원에서 자라게 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A군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엄마·아빠의 어릴 때를 그대로 빼닮은 삶을 살아가게 됐다”고 전했다. B씨와 C씨는 모두 재혼 가정에서 태어났다. B씨는 지난 2014년 2월 친구 소개로 가출 상태였던 C씨를 만나 동거했고, 곧바로 A군을 가졌다. 양가 부모님과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혼인신고를 마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듯했다. 하지만 원치 않던 둘째를 임신하면서 C씨는 남편에게 낙태를 요구하는 등 갈등을 빚었고, 출산 이후에도 육아 문제로 하루가 멀다 하고 다퉜다. 결국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을 앓던 C씨는 둘째를 차가운 바닥에 내던지는 등 방치해 결국 숨지게 했다. 검찰 관계자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이의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표정은 오히려 편안해 보였다”며 “불쌍한 A군만 혼자 보육원에 남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지검 형사3부(최창호 부장검사)는 지난 8일 생후 두 달 된 딸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B씨와 C씨를 구속 기소했다.
“한 번에 5천원~1만원 정도는 금방 써요. 유행이기도 하고 길가에서 쉽게 보이니 자주 하게 되죠.” 9일 오후 4시께 인천시 계양구 계산동의 한 먹자골목. 길을 따라 각종 음식점이 늘어선 가운데, 한집 걸러마다 인형 뽑기 기계가 설치돼 있다. 최근 상인들 사이에서 “인형 뽑기 기계가 짭짤한 수입원이 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너도나도 설치했기 때문이다. 한 음식점 앞에 설치된 한 기계에는 유명 캐릭터 인형이 한가득 전시돼 있고, 하교 중이던 학생들이 가던 길을 멈춘 채 인형 뽑기에 열중한다. 10분 사이 1만원이 넘는 돈을 넣어보지만, 생각처럼 인형이 뽑히지 않는다. 결국, 학생들은 돈만 날린 채 욕설을 하며 돌아섰다. 이 같은 인형 뽑기 기계는 주변 음식점뿐 아니라 편의점과 한의원, 부동산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 설치돼 있다. 이 거리에만 인형을 들어 올려 정해진 공간에 떨어뜨리는 크레인형 기계와 봉을 이용해 물건을 밀어 떨어뜨리는 푸쉬형 기계 등 다양한 종류의 기계가 수십대에 이른다. 같은 시각 부평구 로데오거리도 사정은 마찬가지. 다양한 종류의 인형 및 경품 뽑기 기계가 무분별하게 설치돼 있다. 더욱이 이들 일부 기계에는 성인용품까지 버젓이 경품으로 올라와 전시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 뽑기 기계가 상가 앞 길가에 놓여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이곳에서 길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큰 불편을 준다. 안전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달에는 20대 여성이 서구의 한 인형 뽑기 기계에 들어갔다가 119의 도움으로 구조됐고, 이틀 뒤 계양구에서 10대 소년이 기계에 갇히기도 했다. 이처럼 무분별하게 들어선 인형 뽑기 기계에 대한 관리·감독이 요구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해 이 같은 음식점, 편의점 등 일반 소매업소 외부에 설치된 인형 뽑기 기계는 모두 불법이다. 사행성 조장 등을 막으려고 건물 내부에만 최대 2개까지 설치토록 규정되어 있다. 지역 안팎에서는 경쟁하듯 들어선 불법 뽑기 기계가 보행·미관을 해침은 물론, 청소년 등의 사행성만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사행성 조장 문제 등 교육적인 요소와 안전사고 위험 있는 것 사실이다. 각 지자체·경찰에 단속을 독려하겠다.”며 “적발 시 즉각 수거와 폐기처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삼성전자ㆍ마사회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삼성이 최순실 딸의 승마 훈련을 지원했다는 혐의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삼성의 압수수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기업들은 다음 타깃은 어디가 될지 긴장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돈도 뺏기고 뺨도 맞는 격’이라며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에서만도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53개 기업으로부터 774억원을 출연받은 것 외에 청년희망펀드(880억원), 지능정보기술연구원(210억원), 창조경제혁신센터 할당 등 다양한 준조세가 있었다. 정권 때마다 비슷한 재단 설립과 이런저런 명목으로 뜯기는 준조세가 한해 20조원에 달한다. 대기업 돈은 마치 정권의 돈이라도 되는 양 수시로 손을 벌렸다. 그러다 무슨 문제가 터지면 기업들은 돈을 건넸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아왔다. 정권의 눈치를 보며 돈을 바쳐야 하는 이런 나라에서 기업하기란 쉽지 않다. 투자를 통해 기업을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늘리는데 몰두해야 할 기업들이 엉뚱한 데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최순실 사태를 보면서 정경유착 망령의 부활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정권 탓만 하면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닌 것이 기업들도 반대 급부를 챙긴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서도 기업들은 사면·수사·경영권 승계 등 민감한 이슈들이 걸려있는 시기에 거액의 출연금을 내놓아 ‘뒷거래’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최재원 부회장의 사면이 걸려있던 SK그룹은 K스포츠재단 측에 비인기 종목 지원을 위해 80억원을 내달라는 요청을 받고 거절한 뒤 30억원 지원을 역제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동빈 회장 형제의 경영권 분쟁 이슈가 있었던 롯데그룹은 비자금 수사 직전에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가 검찰 압수수색 직전에 돌려받았다. 삼성 역시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문제가 걸려있다. 시내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도 두 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낸 기업들이 사업권을 따내 대가성 의혹이 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재단 설립 3달 전 대기업 총수 7명과 연쇄 개별면담을 가졌다는 보도가 사실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모금을 직접 독려했는지 규명해야 한다. 이 부분에 있어 기업들은 침묵하거나 숨겨선 안된다. 진상을 밝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력에 더 이상 돈을 뜯기지 않고 올바로 기업을 운영하려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박수영 전 경기도 행정1부지사의 K-컬처밸리 사업 관련 설명은 일관된다. 9일 본보 논설팀과의 통화에서도 그간 피력해왔던 주장을 재확인했다. 최초 제안은 지난해 2월 초에 있었다고 했고, 최초 제안 전달자는 “안종범 전 수석이 아니고 그 밑에 있는 관계자(행정관)”라고 밝혔다. 차은택씨와의 접촉 여부에 대해서는 “이름도 이번에 처음 들었다”며 부인했다. 남경필 도지사 보고는 “그 즉시(2월 초) 보고했다”고 확인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경기도 이익’이다. 사람만 있고 일자리가 없는 고양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판단했고, 경기도보다 청와대가 나서 주는 게 사업 속도나 투자 규모 면에서 훨씬 이익일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경기도가 얻은 이익도 설명했는데 주변 부지의 규제 철폐다. ‘부지와 접한 한강 쪽 땅 28만평’을 푼 것도 사업을 추진하며 (청와대로부터) 경기도가 챙길 수 있었던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K-컬처밸리 의혹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밝히는 바다. 의혹은 밝혀야 하되 사업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당시 도정의 총괄 책임자였던 박 전 부지사도 이날 대화 속에서 이 부분을 강조했다. “우리(경기도)가 하면 국토부, 농림부, 환경부 결재를 거치다가 세월 다 간다”는 말로 설명했다. 이제 남은 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의혹을 털고 가야 한다는 숙제뿐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남 지사의 해명이다. 박 전 부지사가 설명한 것은 사업의 일반적 개요다. 행정 부지사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도민의 눈은 이제 남 지사의 직접 해명을 기다리고 있다. 도가 한류마루 사업을 공개한 지 일주일 만에 K-컬처밸리로 급선회한 과정의 도지사 역할을 궁금해한다. 계약 과정에 빚어진 특혜 의혹도 지사가 직접 설명해주길 바란다. 행정 부지사의 일이 아니다. 도지사가 해야 할 설명이다. 이미 안종범 전 수석은 구속됐다. 차은택씨도 긴급체포돼 검찰에 있다. 어떤 형태로든 K-컬처밸리 사업에 대한 검찰 진술은 만들어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 지사의 선제적 해명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최순실 사건 초기 강경했던 남 지사의 워딩이 K-컬처밸리 논란 이후 갑자기 조용해졌다. 이를 두고도 정치적 해석이 분분하다. 이래저래 설명이 절실하다. 박 전 부지사가 다 말하지 않는-또는 다 말할 수 없는- 부분이 더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독거노인이나 복지시설에 후원하는 연탄, 김장 김치는 소외계층들이 한겨울을 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아직도 세상은 따뜻하구나’하는 생각에 후원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곤 한다. 연말에 집중되는 이 같은 기부는 우리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각박한 세상을 조금이나마 밝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유독 소외계층들을 대상으로 한 후원이나 봉사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들에게 올해 월동준비는 우울할 수밖에 없다. 김영란법 시행에,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초겨울 바람이 더 차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의 취지는 부정청탁 근절, 부패 방지다. 이 같은 긍정적인 취지에 대한민국 대부분 국민들이 동의했다. 이제 세상이 좀 더 청렴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했다. 그런데 시행 초기 김영란법이 엉뚱한 곳에 피해를 주는 현상이 나타났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전국 31곳의 연탄은행이 확보한 연탄이 약 40%나 감소했다고 한다. 연탄은행은 이 같은 현상을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법 시행 초기 구설에 오를 수 있다며 바짝 웅크리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문화계도 한겨울 찬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각종 문화사업이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예산을 환수당할 위기에 놓여 있고, 사업 자체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직접적인 잘못은 물론, 연관이 없는데도 공공기관과 공무원들은 사업지원에 ‘주저주저’한다. 기업들의 ‘괜한 오해를 받지 않을까’하는 눈치 보기가 길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타격을 입는 사람들은 금수저들이 아니라 없는 사람들 이른 바 흙수저들이라 안타깝다.비단 연탄을 지원받아야 할 소외계층뿐만 아니라 불경기 탓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등 우리 주변에 보이는 평범한 소시민들이 피해 당사자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어수선한 사회분위기 핑계로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럴 때일수록 주변을 돌아보고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보면 어떨까? 이선호 문화부장
인천에 있는 공원 중 가장 먼저 떠오는 공원은 어디일까? 규모가 가장 큰 장수동 인천대공원? 아니면 바닷물을 유입해 운영하는 송도 센트럴파크? 또는 넓은 호수를 자랑하는 청라의 호수공원? 인천 도시 중심가에는 대규모 녹지벨트를 형성하고 있는 공원이 있다. 바로 남동구와 남구 일원을 잇는 중앙공원. 길이는 남북으로 약 4㎞에 달하고, 폭은 100m에 육박한다. 과거 붉은마을이라고 불리던 무허가 판자촌 등 주변지역을 정리하면서 공원으로 조성된 곳이다. 300만 인구를 갖춘 도심 중간에 이러한 녹지벨트가 존재한다는 것은 인천시민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먼저 중앙공원은 9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공원을 조성할 때 한꺼번에 전체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라 1994년부터 2005년까지 구역별로 약 10년에 걸쳐 재정 여건을 고려, 차례로 공원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원은 주변 도로에 의해 7곳이나 끊겨 있다. 구역별 공원 컨셉도 교통교육, 올림픽기념, 조각전시, 체육공원 등 제각각이다. 특히, 공원에 조성된 체육시설과 공연시설 등이 중구난방으로 거의 사용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중앙공원을 운영·관리하는 행정부서도 동부공원사업소, 인천시시설관리공단, 남동구청, 남구청 등으로 나뉘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원 이용률은 타 공원보다 매우 낮다. 지난 10월 초에 개최된 중앙공원의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시민토론회에서도 상당수 전문가는 더는 중앙공원을 지금처럼 버려두면 안 되고 새롭게 리모델링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리모델링을 위해서는 첫째, 인천도심의 녹지축으로 시민 휴식 공간 마련이라는 중앙공원의 컨셉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각기 나뉘어 있는 구역의 컨셉을 통합해 공원을 일원화시켜야 한다. 둘째, 공원을 단절시키고 있는 도로에 대해 일부 폐쇄와 또는 생태 브릿지를 통한 연결성을 확보해 중앙공원 처음부터 끝까지 산책로를 확보해야 한다. 셋째, 구역별로 방치된 체육시설과 인공구조물은 과감히 철거하고 놀이터, 분수대, 연못, 광장, 어린이 교통교육장도 재조정돼야 한다. 넷째, 중앙공원 관리운영 등을 담당하는 행정조직이 단일화돼야 한다. 지금과 같이 여러 행정부서로 나뉘어 있는 것을 통합, 단일한 행정체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다섯째, 이러한 공원 리모델링에 시민과 함께하는 거버넌스방식을 도입해 보자. 과거와 달리 행정의 일방적인 기획 및 조성이 아닌 시민과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모전 등 다양한 의견 시민의견 수렴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를 위해 인천시는 2017년에 최소한의 공원 리모델링 설계용역비 등 관련 예산을 세워야 한다. 인천의 가치 재창조는 새로운 것만 찾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던 가치를 다시금 원래대로 복원하는 것이다. 도심중간에 이러한 허파와 같은 녹지축 공원은 인천도시의 품격을 높여줄 것이다. 고령자 시대에 필요한 것은 육체를 고치는 병원도 필요하지만 정신적 스트레스와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녹지공원이 더 훌륭한 병원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