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상상플랫폼서 연극인들의 축제 열려…17년만에 돌아온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

국내 최대 연극제이자 전국 연극인들의 축제인 ‘대한민국 연극제’가 17년만에 인천에 상륙했다. 26일 인천시에 따르면 오는 7월5~27일까지 전국의 모든 연극인들이 모여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이 열린다. 연극제에는 예술가 3천여명과 관람객 5만여명 등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한민국 연극제’는 지난 1983년부터 개최된 문화예술계의 큰 행사로 올해 43회째이다. 인천에서는 2008년 열린 이후 17년만이다. 오는 7월5일 인천 중구 상상플랫폼에서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개항’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와 인천 역사의 전 과정을 보여주는 지역 특화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개막식을 시작으로 약 1개월 간 인천문화예술회관 회의장, 학산소극장, 인천수봉문화회관소극장, 인천대 송도캠퍼스 23호관 등아트플랫폼 등 인천 전역의 공연장에서는 문화예술 교류 활성화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이 열린다. 연극인 100인 토론회, 인천 크로스 떼아뜨르 페스타, 네트워킹 페스티벌, 시민연극제, 인천국제연극포럼, 한국·해외 합동공연 등이다. 또 오는 7월6~25일까지 지역예선을 통해 선발된 16개 시·도 대표극단의 공연이 하루에 한 작품씩 모두 16일에 걸쳐 본선경연을 치룰 예정이다. 대상팀에는 3천만원의 상금과 해외 공연비 등을 지원한다. 시는 이번 연극제를 통해 ‘연극도시 인천’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연극의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인천으로 만들 예정이다. 특히 연극제 기간 동안 관광객 유입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 및 인천 홍보 효과가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오는 29일 배우 전무송의 ‘제43회 대한민국 연극제 명예대회장 위촉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극제 준비에 돌입한다. 김종진 ㈔한국연극협회 인천지회장은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 인천을 통해 300만 인천 시민에게 수준 높은 연극관람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문화예술 진흥에 기여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을 넘어 전국으로, 전국을 넘어 세계로 연극예술이 뻗어나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극제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 인천’의 공식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적십자사봉사회 송탄협의회, 베트남 다낭 고아원과 봉사 인연 맺어

“학용품, 실내화 받아 들고 기뻐 웃는 고아원 친구들. 솔직한 마음으로 가슴 찡하면서 안쓰러웠어요. 소중한 시간이었고,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네요”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송탄협의회(이광은 회장)는 36명 봉사원들이 지난 20~24일 베트남 다낭으로 해외봉사를 다녀왔다고 25일 밝혔다. 다낭 고아원을 방문한 송탄협의회는 한국에서 준비한 생필품, 학용품 등을 고아원생들에게 전달했다. 송탄협의회 관계자는 “고아원생들과 재기차기도 함께하고 그네도 밀어주고 함께 어울리면서 시간을 보냈다”며 미소 지었다. 다낭 고아원 측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봉사에 임해준 봉사원들에게 크게 감명 받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번 다낭 고아원 방문은 송탄협의회의 첫 해외 봉사활동이다. 이광은 회장은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또 방문하겠다”며 다낭 고아원생들과의 인연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 “해외봉사활동에 직접 참여는 못했지만 적극적으로 물품을 지원하고 현금으로 지원하는등 모두 한마음으로 협력해준 송탄협의회 모든 회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송탄협의회는 생계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생필품 기부, 기부금 모금 및 전달, 환경 정화, 수해복구 활동 등을 이어오고 있다.

인천문화재단, ‘2025 요기조기 음악회’ 뮤직 앰배서더 및 크루 모집

인천문화재단이 찾아가는 문화공연 ‘2025 요기조기 음악회’에서 활동할 ‘뮤직 앰배서더’와 ‘요기조기 크루’를 모집한다. 24일 재단에 따르면 요기조기 음악회는 인천 곳곳을 찾아 시민들에게 무료 공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24년 70개 팀의 뮤직 앰배서더가 약 180회 차례 공연을 통해 시민들을 만났다. 올해는 총 80팀을 선발한다. 뮤직 앰배서더로 선발되면 인천 관내 도서관과 박물관, 주요 행사 등에서 공연을 선보이며 시민들 일상 속에서 버스킹도 하게 된다. 뮤직 앰배서더 지원 자격은 전문예술단체와 개인 및 임의단체로 구분한다. 전문예술단체는 인천에 연고를 두고, 3회 이상 공연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등록 예술단체여야 한다. 개인 및 임의단체는 구성원 중 1명 이상이 인천 연고 기준을 충족하면 지원 가능하다. 재단은 또 뮤직 앰배서더의 공연을 홍보할 ‘요기조기 크루’도 10명 내외로 모집한다. 요기조기 크루는 공연을 리뷰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하는 역할을 한다. 지원 자격은 인천 연고를 가진 19~34세(1990년 1 월 2일 이후 출생자) 청년이다. 뮤직 앰배서더와 요기조기 크루 모집 기간은 오는 31일까지다. 신청 방법은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전시·공연·강연으로 '지역' 문제 들여다본다…‘두산인문극장 2025: 지역 Local’

두산아트센터가 문화예술과 강연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들여다보고 지역 불평등, 소외, 소멸 등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살펴보는 장을 마련한다. 두산아트센터는 다음달 7일부터 7월12일까지 ‘지역’을 주제로 공연 3편, 전시 1편, 강연 8회를 선보이는 통합 기획 프로그램 ‘두산인문극장 2025: 지역’을 선보인다. 두산아트센터가 지난 2013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두산인문극장’은 과학적, 인문학적, 예술적 상상력 등 다양한 분야의 관점으로 동시대를 살펴보는 프로그램이다. 빅데이터, 모헌, 갈등, 공정, 권리 등 매년 다른 주제로 사회 현장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올해의 주제는 ‘지역’이다. 두산아트센터는 지역이 중심에서 벗어난 장소라고 치부되기 때문에 이 같은 인식이 소외, 차별, 소멸을 불러와 대표적인 불평등의 상징을 만든다고 판단했다. 300만년 전부터 끊임없이 변화해 온 지역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지역이 조화로운 상태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한다. 두산인문극장은 8개의 강연으로 시작한다. 강연에선 역사, 경제, 문화,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한국 사회 속 지역과 당면한 지역 문제들을 살펴볼 예정이다. 4월에는 ▲윤신영 과학기자의 ‘1만 년의 고독: 인류의 이동과 지역의 탄생’, ▲안대회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교수의 ‘조선 후기 국토의 발견과 살 곳의 모색’, ▲신혜란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의 ‘지역과 우리, 나의 영토성: 이주와 정체성’, ▲임동근 도시지리학자의 ‘저출산, 설명할 수 없는 명백한 현상’ 강연을 개최한다. 6월에는 ▲박찬일 셰프의 ‘로컬푸드와 장소 정체성’, ▲양승훈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지역 청년이 겪는 수도권 바깥에서 먹고 살기’, ▲이정우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의 ‘서울 공화국이냐 균형발전이냐’, ▲조문영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지방소멸의 시간들’ 강연이 이어진다. 공연은 총 3편이 진행된다. ▲이민자로서의 삶, 성 정체성, 불법 체류의 위험 등 다양한 불안 속에서 젊은이들이 겪는 갈등과 방황을 다루는 연극 ‘생추어리 시티 Sanctuary City’(4월22일~5월10일) ▲영화감독 겸 극작가 셀린 송의 대표작으로 한국에 살고 있는 노년 해녀들과 지구 반대편의 미국에 살고 있는 극작가 하영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엔들링스 Endlings’(5월20일~6월7일) ▲광장시장과 종로 5가 일대를 배경으로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창작뮤지컬 ‘광장시장’(6월17일~7월5일)이다. 전시는 ▲‘링잉 사가’(6월4일~7월12일) 1편을 선보인다. 두산아트센터가 위치한 종로를 조명하는 전시로 구동희, 김보경, 안진선, 이유성, 홍이현숙 작가가 참여한다. 두산아트센터 관계자는 “‘지역’은 보통 경계가 나뉘어진 물리적 공간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기억, 관계, 문화가 축적될 때에도 형성된다”며 “지역을 경험하고 기억하는 방식에 따라 소속감을 느끼는 모든 장소와 공동체가 지역이 될 수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을 다양한 방향에서 이야기하며 우리 사회가 마주한 지역의 모습을 들여다 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초록우산 경기남부가정위탁지원센터 ‘2025년 제1차 시설운영위원회의’ 개최

초록우산 경기남부가정위탁지원센터는 24일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의 한 식당에서 ‘2025년 제1차 시설운영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올해 열린 첫 운영위원회의로 위탁아동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고 경기남부가정위탁센터의 올 한해 사업에 대한 방향을 함께 살펴보고자 마련됐다. 자리에는 위원장인 장미애 변호사를 비롯해 차은미 수원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정자연 경기일보 문화체육부장, 조현웅 초록우산 경기남부가정위탁지원센터장 등 운영위원과 관계자 10여명이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지난해 결산보고 및 올해 본예산 보고, 올해 센터의 주요 사업 계획과 1분기 사업 보고 등이 공유됐다. 특히 지난 회의 때 자문이 요청됐던 가정위탁 사례의 자문 후속 진행 경과를 함께 인지했으며, 새로운 자문요청 사례와 관련해 함께 머리를 맞대 경기남부가정위탁지원센터가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조현웅 초록우산 경기남부가정위탁지원센터장은 “센터 구성원들의 열정과 운영위원회 위원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관심으로 센터가 지난해 가정위탁지원센터 중 5년 연속 최우수기관에 선정되는 성과를 올렸다”면서 “앞으로도 위기의 아동과 청년이 더 나은 환경에서 성장하고 삶을 가꿔 나갈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달라”고 말했다.

한국민속촌 봄축제 ‘족보가 사라진 조선, 신분을 증명하라!’…29일 개최

한국민속촌이 오는 29일부터 6월8일까지 ‘웰컴투조선: 너나, 나나 양반’ 봄 시즌 축제를 개최한다. 24일 한국민속촌에 따르면 이번 축제는 조선시대 신분제와 족보위조를 흥미롭게 재해석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이 직접 스토리에 참여해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올해 축제의 중심 이야기는 마을 곳곳에서 연이어 발생한 ‘족보 실종 사건’에서 출발한다. 족보가 사라지자, 마을은 혼란에 빠지고, 누구나 자신이 양반이라 주장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관람객들은 시대를 초월해 조선시대에 떨어진 듯한 현실감을 만끽하며 다양한 미션을 수행해 양반임을 증명할 것인지, 위조 족보를 통해 양반이 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축제기간 동안 매일 오후 1시 민속마을 공연장에서 열리는 공연 ‘이 양반이 그 양반?’은 신분도, 사랑도, 족보도 뒤바뀌는 한판 애기씨의 진짜 사랑을 찾는 이야기를 다룬다. 웃음 가득한 조선판 맞선 대소동을 유쾌하게 풀어내 주목된다. 관람객 참여형 콘텐츠로는 양반 신분을 건 4 vs 4 매치 ‘신분세탁소’, 족보 도둑을 피해 책 속에 숨겨둔 명문가의 족보를 찾아야 하는 미션형 게임 ‘겉다속족’ 등이 기다리고 있다. 매년 봄마다 인기를 끌었던 ‘엽전환전소’도 진행된다. 한국민속촌 내 엽전환전소에서 엽전을 환전하고 상점에서 물건과 먹거리를 구매하는 등 엽전을 사용해 조선시대 정서에 몰입하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한다. 체험프로그램 4종도 다채롭게 마련됐다. 조선시대 신분증인 호패에 자개를 사용해 나만의 커스텀 호패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자개 호패 만들기’, 조선 양반들의 전통 기와집을 미니어처 등으로 제작할 수 있는 ‘기와집 등 만들기’, 갓과 갓끈을 장식해 키링으로 만들어 보는 ‘갓 키링 만들기’, 조선시대 효문화를 경험하고 직접 편지를 작성하는 ‘문안 편지 쓰기’ 등 다채롭게 구성됐다. 이 외에도 아름다운 풍경과 봄꽃과 한옥의 미가 조화를 이룬 ‘담꽃 포토존’, 양반의 상징인 능소화가 가득 핀 담장을 배경으로 운치 있는 조선의 감성을 담아낸 ‘능소화 아래 포토존’ 등에서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 양반 핫플로 재해석한 ‘cafe 수묵’은 한국민속촌 내 ‘민향’ 에서 운영된다. 수묵화처럼 정갈한 분위기의 메뉴와 함께, 한옥의 고즈넉한 공간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감성 카페로, 관람객들에게 조선의 멋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쉼터가 될 전망이다. 다음달 19일부터는 야간개장이 시작돼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조명 아래 고즈넉한 한옥 야경과 함께 색다른 봄밤의 정취를 만끽할 기회다. 한국민속촌 관계자는 “과거의 전통을 단순 계승하고 보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생활 속에서 즐기며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며 “이번 봄축제를 비롯해 계절마다 새롭고 이색적인 축제를 선보이고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소통하면서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한국민속촌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축제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한국민속촌 누리집을 확인하면 된다

커피 한 잔에 예술 ‘한 스푼’…수원시립미술관 ‘시장 커피’ 프로젝트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상점들 가운데 어딘가 낯선 가게 하나가 문을 활짝 열고 있다. ‘COFFEE 핸드드립 진짜로 O원’이란 문구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니, 향긋한 커피와 함께 사방에 걸린 손바닥만 한 종이의 글과 그림이 손님을 맞이한다. 인근 수선집의 미싱기 돌아가는 소리, 이불집에서 흘러나오는 TV 소리, 두붓집의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와 커피 내려오는 소리가 한 데 섞인다. 이곳엔 사연이 담긴 글과 그림이 빼곡하다. 9번 출구에서 바나나 노점상을 운영하는 어느 노 주인이 그린 작품 ‘바나나’, 아흔이 넘은 머리 희끗한 아빠가 자신과 마주 앉은 70대 딸을 그려낸 작품 ‘나를 보고 있는 사람’부터 노 상인이 어린 소녀 감성을 한껏 담아내 아름다운 눈망울의 공주를 그린 ‘어느 날에’ 등. 그림만 봐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작품들은 평범한 이들의 마음 한편에 자리한 청춘을 끌어냈다. 지난달 27일 수원 역전시장 상가에 문을 연 이 작은 카페는 두 달간 시장 안에 미술관을, 사람들의 일상에 예술을 심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 10주년 특별전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의 참여 작가인 천근성 작가가 일상 공간에서 사람 간의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과 그 결과물을 담은 신작 ‘시장 커피(Bazaar Coffee)’(2025)와 연계해 운영 중인 프로젝트다. 이곳을 방문한 상인과 방문객은 커피값 대신 자신이 가진 것을 원하는 방식으로 지급하면 된다. 가방 안의 김밥을 교환할 수도, 그림을 그릴 수도, 시를 쓸 수도 혹은 나만의 이야기를 들려줘도 된다. 천 작가(41)는 “시장 상인들은 365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명절이 되든 휴일이 되는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미술관이, 예술이 낯설고 멀게 느껴질 존재들에 대해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카페가 문을 연 지 약 한 달이 지난 이곳은 상인과 손님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 됐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상인들이 찾아와 말을 보태고, 살림을 더하며 장소를 채워갔다. “카페라는 구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상인들 덕분입니다. 혼자 이곳을 분주히 오가고 있으니, 상인들이 한두 분 말을 걸며 ‘커피 한 잔 줄까?’ 하시더라고요. 시장의 문화였습니다. 어느 가게를 가도 누가 손님인지, 주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둘러앉아 같이 커피를 마시고 정을 나누는 모습 말입니다.” 믹스커피가 익숙하던 그들에게 작가는 서툴지만, 정성을 다해 원두를 내려 대접했고, 손님들은 수다를 떨거나 혹은 조용히 사색에 잠겨 자기 작품을 만들어간다. 그중 한 명이 ‘시장 커피’의 1호 고객이자 단골인 고정애 사장(78)이다. 이곳에서 15년간 각종 장사를 하며 아들, 딸을 키워낸 고씨다. 자신의 아들뻘인 청년이 처음 시장을 기웃거리자 고씨를 비롯한 이곳 상인들은 오며 가며 말을 건넸다. 때로 ‘오지랖’, ‘간섭’이란 말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낭만’이며 ‘정’이었다. 고씨 역시 자신의 가게에서 커튼을 가져와 ‘시장 커피’ 카페 한 면을 채워줬다. 고씨는 이곳에서 ‘역전시장 피카소’로 불린다. 뭘 그려야 할지 몰라 쑥스러웠던 그는 이제는 전날 미리 휴대전화에 그리고 싶은 사진을 챙겨와 자연스럽게 자리를 앉는다. 이곳에선 평범한 이들이 작품의 주인공이 되기도, 작가가 돼 꿈을 펼치기도 한다.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 ‘유명 패션’은 특히 단골 작품 소재다. 역전시장서 11년째 장사를 이어가고 있는 유영순 사장(72)은 “내 그림을 그리고, 또 그곳에 걸린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며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 채워진 글과 그림은 다음 달 15일 열릴 수원시립미술관 10주년 특별전에 전시된다. “상인분들의 작품이 걸렸으니 꼭 한번 미술관에 방문해 그곳에 걸린 자기 작품을 감상하시라는 미션을 드렸습니다. 예술의 문이 조금 더 넓어져 많은 분에게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프로젝트는 이달 27일까지(월요일 휴무) 수원 역전시장 내 상가 112호에서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누구나 방문 가능하다.

한국도자재단, 31일까지 ‘경기공예창작지원센터 매칭 공예교육’ 강사 모집

한국도자재단이 오는 31일까지 ‘2025년 경기공예창작지원센터 상반기 매칭 공예교육’ 강사를 모집한다. 한국도자재단은 강사가 설계한 양질의 공예교육을 통해 도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공예가의 일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이번 사업을 기획했다. 모집 분야는 원데이클래스(1회) 5개 강좌, 투데이클래스(2회) 5개 강좌 등 총 10개 강좌로 도자, 목공, 유리, 금속, 디지털 등 공예 전 분야에 걸쳐 모집한다. 지원 자격은 ‘경기공예창작지원센터 교육강사 인력풀’ 등록 강사다. 오는 11월30일까지 센터 누리집에서 상시 모집 중이며, 공예 관련 학사 이상 전공자로 경력 3년 이상 보유자 또는 공예 분야 8년 이상 경력자면 등록할 수 있다. 강좌는 오는 5월1일부터 센터 누리집에서 진행하는 수강생 모집을 통해 모집 분야별로 선착순 10명을 모집하며, 완료된 강좌부터 선정·개설한다. 최종 선정된 강사에게는 교육 운영 간 시간당 8만원의 강사 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최문환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사업을 통해 공예가와 도민이 만날 수 있는 장을 확대하고 공예문화 가치를 확산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도민의 문화 향유권 확대와 공예가들의 지속 가능한 창작 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식재료에 불교 정신 담아낸 ‘사찰음식’ 국가무형유산 지정 예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불교 정신을 담아낸 한국의 절밥이 국가유산이 된다. 23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사찰음식’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국가무형유산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무형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이 확정된다. 사찰음식은 경전에 나타난 부처님의 가르침과 불교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스며든 지혜를 바탕으로 사찰에서 전승해 온 음식으로, 승려들이 일상에서 먹는 수행식과 발우공양 등을 포괄한다. 사찰마다 다양한 음식이 전해져 오는데 육류와 생선, 오신채(五辛菜·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 등 자극적인 5가지 채소)를 쓰지 않고 채식이 중심이다. ‘살아있는 것을 죽이지 않는다'는 불교의 불살생 원칙과 생명 존중, 절제의 철학적 가치를 음식으로 구현해 고유한 음식 문화가 형성돼 있다. 발효식품을 중심으로 한 조리 방식,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식재료를 활용한 점 등은 다른 나라 사찰음식과 차별되는 독특한 점으로 꼽힌다. 특히 오늘날에는 채소 위주의 간소한 재료로 조화를 이루는 사찰 음식이 세계 곳곳에서 관심을 끌면서 유명 셰프들도 주목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전통적인 조리법을 유지하면서도 창의적으로 재해석하는 등 그 영역을 확장해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사찰마다 여러 조리법이 이어져 오고, 승려를 중심으로 사찰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집단 전승체계를 이루는 점을 고려해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CONNECT BTS부터 베니스비엔날레까지”…이대형 에이치존 대표 [문화인]

때로 백 마디 말보다 3분 남짓한 노래 하나가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지금의 전 세계는 갈수록 ‘다양성’은 사라지고, ‘연대’의 가치는 희미해져 가고 있다. 예술을 통해 우리는 연결돼 있음을 이야기하는 이가 있다. 이대형 에이치존 대표 겸 큐레이터(51)는 “전 세계가 처한 공통의 위기는 연대하고, 집단지성을 발휘할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며 “여기에는 시대와 국경을 넘어 다양한 사람과 생각을 연결 짓는 문화예술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 거리의 언어 케이팝에 세계 연결… “예술, 시대와 국경 뛰어넘어 사람과 생각 연결하고 공감 능력 일깨워” 몇 년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글로벌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아시안 헤이트(아시아인 혐오)’를 비롯해 ‘혐오’와 ‘증오’의 물결이 지배했던 2020년, 글로벌 전시 프로젝트 ‘CONNECT BTS’는 사라져가는 연대의 가치를 회복하자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CONNECT BTS’는 뉴욕, 런던,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서울 등 세계 5개 도시를 연결해 BTS(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추구하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재해석하고, 전 세계 예술가들이 이를 현대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켜 세상에 알리는 프로젝트이다. 대중 언어와 순수예술의 전무후무한 만남에 뉴욕타임즈, 가디언지, BBC 등 해외 언론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당시 BTS는 ‘거리의 언어’로 치유와 연대, 자기 긍정과 소통, 다양성, 변두리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전 세계 다양한 계층과 언어, 종교를 뛰어넘어 그들의 음악을 듣는 수많은 이들을 하나로 연결했다. 여기에 세계적인 조각가 안토니 곰리, 설치미술가 토마스 사라세노 등 22인의 저명한 각국의 작가와 큐레이터가 뜻을 모았다. 음악에 담긴 다양성과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는 고전 철학, 인문학에 녹여낸 ‘연대’의 가치는 국내외 예술가들에 의해 재탄생하며 미국, 영국, 독일, 아르헨티나, 한국에서 전시가 이어졌다. 해당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이대형 대표는 이를 통해 예술이 가진 선한 영향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베를린에서 열린 전시에서는 한 흑인 소녀가 미술관 관장에게 감사하다며 꽃다발을 들고 왔다고 합니다. 아프리카의 전통 음악과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줘 감사하다는 것이었죠. 그런가 하면 영국에선 한 소녀가 수첩을 들고, BTS의 이야기를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하게 메모하고 공부하는 것을 보며 인종도, 교육 환경도, 언어도 다 다르지만, 이들이 친숙한 일상의 언어를 바탕으로 하나 되며 다양성의 철학을 흡수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2025년 현재에도 혐오의 물결은 여전하다. 오히려 더욱 강화됐다. 그가 추구하는 인류애적 가치가 더욱 강조되는 이유다. 이처럼 이대형 대표는 큐레이터로서 시대에 필요한 메시지와 가치를 던지는 일을 한다. ■ 2017 베니스비엔날레서 현지 문화 보호하는 기부 펼쳐… “문화예술은 공동의 것” 이 대표는 큐레이토리얼 회사인 에이치존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는 자신의 회사에 대해 “예술이 실제의 삶과는 거리가 있기에 그 간극을 메워가며 지금의 시대 혹은 작가, 미술계, 기업, 정부 등에 ‘마땅히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것이 무엇인지’, ‘결핍돼 있지만 추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바로 그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 제시하는 일을 한다”고 설명한다. 큐레이토리얼이란 단순한 작품 배열이 아닌, 문화예술을 통한 특정한 메시지나 문제의식 혹은 철학의 실천 또는 이를 담아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구성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이 대표가 예술이 가진 선한 영향력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게 된 배경엔 미술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시절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관의 예술감독이 되는 것은 올림픽의 국가대표 감독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2017년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참여하며 그곳에서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사회적인 기대치와 스스로의 욕심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베니스에 도착해 다양한 문화재를 보니 모든 것을 잊고 그저 감동하게 됐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예술’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이기려 하는 게 아닌,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선한 영향력으로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본질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결국 그러한 진정성은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5개 국가가 뽑은 베스트 전시라는 좋은 결과도 가져왔다. “비엔날레에서 한 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전시를 통해 사람들의 행동을 바꿔보자는 것이었죠.” 당시 그는 한국관의 신문을 만들어 판매하고, “당신의 자본으로 인류애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다양한 나라의 관람객들에게 받은 돈을 바탕으로 베니스의 물 자원에 관한 환경보호 단체에 기부하게 된다. “베니스 당국과 환경단체 등에서 ‘왜 그런 행동을 했냐’고 물었습니다. 반대로 당신들이 한국의 경복궁에 오면 똑같은 경건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문화와 예술은 모든 인류가 감상할 수 있는 공동의 자산이고, 이를 지키는 것 역시 공동의 몫이라는 것이었죠.” 동양의 케이팝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글로벌 전시를 이끄는 데 색안경을 끼던 현지인들과 해외 언론을 감탄하게 만든 것도, 미술을 주인공으로 한 올림픽에서 ‘경쟁’을 펼치러 온 타국의 예술감독을 추켜세운 것도 결국 그가 추구하고자 한 따뜻한 메시지의 진정성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그는 6년 넘게 현대자동차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며 세계적인 미술관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과의 파트너십을 이끌기도 했으며, 지난해에는 2024 파리 올림픽을 맞이해 현지에서 열린 한국 미디어아트 전시 '디코딩 코리아'를 기획했다. ■ 국내 미술계 “협업 통해 시너지 효과 발휘할 수 있어”…“오리지널 매력 담긴 ‘독창성’ 추구해야” 세계 곳곳의 미술관, 기업, 아티스트, 국가 등 굵직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이끌어 온 이 대표이지만 그는 자신이 나고 자란 땅 한국과 경기도를 비롯한 국내 미술계의 발전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달 말에 그는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연계 인문학 강좌에 참여해 수원 지역의 작가와 관객들에게 ‘AI와 현대미술’을 주제로 기술 발전의 흐름 속에 인간과 예술, 미술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는 경기도와 수원에 대해 수준급의 전시 인력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도내 미술관의 인력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서 도나 시를 위한 공공의 프로그램이 마련되기를 제안합니다. 공공 미술이 될 수도, 페스티벌이 될 수도 있고 형태는 다양할 것입니다. 중요한 건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오리지널리티(독창성)를 만드는 것입니다.” 시대의 맥락 속에 더 깊은 울림을 주는 방향을 이끌어가자는 이야기다. ■ “큐레이터, 시대가 추구해야 할 가치 던지는 역할”… “위태로울지라도 경계선에 서, 안과 밖 들여다봐야” 그에게 큐레이터의 역할에 관해 묻자, ‘생각의 지도를 확장하는 이’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오래전 사람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몰랐을 때 바다 너머는 낭떠러지가 아닐까라고 착각했습니다. 그 너머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죠. 예술은 사람들의 사고를 확장하는 역할을 하고, 그것을 일러주는 것이 큐레이터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연한 사고를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들려준 나이테에 관한 비유를 들려줬다. “해가 갈수록 나무의 나이테가 하나둘 넓어지는 것처럼 생각이라는 것도 나이 듦에 따라 머릿속에 하나씩 나이테처럼 자라나게 됩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지금의 네가 어디에 서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나무의 안쪽 가운데는 딱딱하지만, 나무의 경계선, 외곽은 계속 성장해야 하니 무르고 부드럽습니다. 할아버지는 제게 나무의 가운데 서 있을 것인지, 경계선에 서 있을지를 물었습니다.” 나무의 안쪽 한가운데 서 있으면 사람들은 안전하고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더 자라날 수는 없고, 그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너머를 그려볼 수 없다. 반면 경계선은 위태롭지만, 끊임없이 자라나며 안과 밖 세상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다. “당신의 생각이 경계선에 설 수 있어야 세상 중심의 서는 것입니다. 생각의 지도, 지평선의 가운데가 아닌 경계선에서 그 너머를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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