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으로 읽는 ‘미키 17’ [영화와 세상사이]

지난 2월 말,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최신작 ‘미키 17’을 세상에 내놓았다. 여러모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지만 사실 이 영화를 뜯어보고 음미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키 17’은 ‘봉준호 월드’의 최신 확장·개정판일 뿐이다. 다시 말해 여기서 관객들이 ‘새로움’을 찾아내기 힘들다는 것. 봉준호의 세계는 발전과 변주를 거듭해 왔다. 즉, 이제는 장편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나 엔딩의 여운을 남겼던 ‘설국열차’에서 보여줬던 번뜩임과 궁금증은 다소 옅어졌고, 어느덧 안정 궤도에 접어든 익숙함과 반가움만이 맴돌고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누구와 어떻게 ‘소통’하는가 이제 필요한 질문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의 작품을 보며 떠올렸을 법한 궁금증이다. 과연 ‘봉준호 영화’라고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가. 삑사리, 블랙코미디, 계급우화, 사회비판…. 여러 키워드가 있겠지만 이런 점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핵심 키워드가 있다면 그건 바로 ‘소통’이라 정의하고 싶다. 즉, 봉준호의 영화는 어떻게 소통할지 방법을 찾고, 그 소통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따져보고, 이어지는 소통의 결과가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지켜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미키 17’은 봉준호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위치에 놓일까. 직접 비교를 하면 ‘설국열차’와 ‘옥자’를 나란히 놓고 보는 편이 좋겠다. 세 편의 작품 모두 한국인들이 한국어만 사용해 소통하지 않고 외부의 존재들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순간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설국열차’는 국적과 인종이 뒤섞이는 상황이었고 ‘옥자’에서는 여기에 더해 동물과의 소통 문제를 끌어들였고 ‘미키 17’에서 인간은 외계 행성에서 아예 다른 종족인 크리퍼까지 마주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미키 17’에서 주인공 미키가 마미 크리퍼와 개선된 통역기로 소통하는 장면이 특히 중요하게 다가온다. 앞서 마미 크리퍼는 자신들이 내는 소리가 인간의 머리를 터뜨릴 수 있다고 겁을 줬지만 사실 이게 전부 거짓이었다는 점이 이 구간에서 밝혀진다. 그러자 미키가 “너희 종족도 허풍을 떨 줄 안다니 어이가 없다”며 헛웃음을 짓고 허탈감을 드러낸다. 이처럼 다른 종족 간의 차이와 접점을 인지하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소통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봉준호 영화를 움직이는 동력 역시 이런 소통 과정을 담아내는 데 있다. 앞서 ‘설국열차’에서도 봉준호는 이런 장치들을 십분 활용했다. 열차의 보안책임자인 남궁민수는 한국인이고 영어를 잘 모르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와 서양인들이 대화할 때 서로 통역기가 필요했던 걸 기억해 보자. 이때 흥미로운 건 남궁민수가 커티스 일행을 향해 짜증을 냈다는 점이다. 커티스 에버렛이 자꾸 남궁민수를 향해 “냄, 남(Nam)”이러면서 부르니까 “야, 니네들 똑바로 알아라. 내 성은 남궁이고 이름이 민수다. 성이 남이 아니라고”라며 윽박을 지르는데 통역기는 남궁민수가 이렇게 내뱉은 말들을 번역하지 못하고 오류를 낸다. ‘옥자’에서도 ‘동물해방전선’(ALF) 리더 제이가 미자와 대화를 할 때 통역가가 동원된다. 이때 제이는 대기업의 동물 착취를 고발하고자 슈퍼돼지 옥자를 활용하겠다는 플랜을 이야기한다. 이어 리더는 미자에게 “네가 싫다면 계획을 실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생각을 묻자 미자는 “난 싫다. 옥자를 데리고 바로 떠나겠다”고 했다. 문제는 통역가 케이가 “미자가 작전에 동의했다”고 정반대로 바꿔 거짓 통역을 하면서 불거진다. 미자 입장에선 배신당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 대화는 나중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데 케이가 결국 “내가 작전 중단이 걱정돼 거짓 통역했다”고 자백하자 리더는 케이를 때리면서 “통역은 신성한 거다. 니가 우리 명성에 먹칠을 했다”고 나무랐던 걸 기억해볼 필요가 있다. 서로 언어가 다르고 소통 방식이 달라 이해를 완전히 못하면 필연적으로 오해가 생기고 왜곡이 된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곧 인물들의 행위와 선택에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이 소통은 어떤 테마와 이어지는가. 바로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 소통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기생충’에서 반지하에 살던 기택네 가족과 대저택에서 살던 동익네 가족이 서로 어떤 구도에 놓여 있었는지 뜯어 보는 작업 역시 테마와 연결된다. 또 ‘괴물’에서 정부가 괴생물체로 인해 신종 바이러스가 곳곳으로 퍼졌을지도 모른다면서 불안감을 조성했던 걸 떠올려 보자. 사실은 괴물이 문제였고 바이러스는 없었다. 정보의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한쪽에선 정보를 왜곡하거나 은폐하는데 그걸 모르는 다른 쪽에선 소통에 실패하니 자꾸만 부작용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렇게 영화 속에서 개체들이 서로 소통에 시행착오를 겪게 될 때 관객은 어떤 영향을 받을 수 있을까. 관객들은 그들의 눈빛이나 몸짓이나 감정 따위의 비언어적 표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더 집중해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즉, 극에 대한 몰입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 봉준호 영화에서 ‘소통’이라는 키워드는 극 중 장르적인 재미를 풍성하게 해줄 뿐 아니라 영화가 품고 있는 지향점이나 목적지로 가는 데 도움을 주는 가이드 역할도 하고 있다. 미키가 관객과 소통하는 방법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끌고 가다 보면 또 맞닥뜨리는 질문이 있다. 과연 미키는 관객과 어떻게 교류할까. 정답은 간단하다. ‘미키 17’이 선택한 형식에서 그 힌트를 발견할 수 있다. 영화의 첫 장면이 어떻게 시작했나. 어딘가에 쓰러져 있는 미키가 화면 가득 잡힌 채 누워 있다. 이때 중요한 건 미키가 내레이터로서 자신의 내면과 상황을 서술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봉준호가 이 영화에서 보이스 오버(화면에 나타나지 않는 화자의 목소리가 표현되는 방식)를 도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키 17’의 원작 소설인 ‘미키 7’의 도입부에서 미키 반스는 자신의 심리를 직접 일인칭으로 서술한다. 그렇다면 영화도 소설의 구조를 아무 생각 없이 빌려온 것이라고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지점은 바로 ‘미키 17’이 성장 영화라는 것. 이 영화는 미키 1에서 출발해 수없이 죽고 살아나는 평범한 복제품 인간이 미키 17과 미키 18이 마주하는 우연한 사건을 거쳐 고유한 존재인 미키 반스로 거듭나는 여정을 그려냈다. 시작점과 종착점이 정해진 성장 영화인 만큼 살아남은 그 존재가 수많은 복제품 사이에서 유일한 인간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 한다. 그렇기에 영화 내내 미키가 자신의 내면을 스스로 끄집어내 고백하고 토해내는 방식은 그 자체로 미키의 성장이라는 주제와 맞닿아 있다. 미키가 직접 자신의 생각 및 감정을 관객과 나누고자 하니 관객 역시 그 여정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대신 자연스레 동참하게 되는 셈이다.

김상회 경기아트센터 신임 사장 취임…“‘G-아트 브랜드’로 대표 공연기관 자리매김할 것”

김상회 경기아트센터 신임 사장이 14일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 임명장을 받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임기는 2년이다. 김 신임사장은 고려대 정책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또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자치발전비서관실 행정관, 경기국제인형극제 집행위원장 및 총감독,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조직위원,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경기지회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김 신임 사장은 경기아트센터가 경기도를 대표하는 공연문화예술 공공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G-아트 브랜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내 31개 시·군의 공연예술 기관 및 단체, 경기아트센터 예술단과 협력하고, 해외 문화예술 단체와의 네트워크를 확대해 경기도 공연예술가들의 국제적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G-아트 어워즈’, ‘G-아트 페어’를 개최해 우수한 공연예술 콘텐츠를 발굴하고, 공연예술 거버넌스를 구축해 국내외 관객과 만날 기회를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지역과 상생하는 문화예술 생태계 조성 계획도 제시했다. 문화소외지역 해소를 위해 경기아트센터뿐만 아니라 공공 유휴 공간을 활용한 상설 공연을 지원하고, 청년 및 장애인 예술가들의 창작활동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조직혁신 TFT’ 운영 등으로 조직문화를 개선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김 신임 사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경기아트센터는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로서, 도민들과 창작자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함께 만들어갈 미래를 기대한다”며 “하심(河心·겸허한 마음가짐)과 역지사지의 자세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도난당한 장물 ‘대명률’…사상 첫 보물 지정 취소

도난당한 장물을 사들인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된 고서 ‘대명률(大明律)’이 보물에서 제외된다.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유산을 취소하는 첫 사례다. 11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동산문화유산 분과는 최근 회의를 열어 보물 ‘대명률’의 지정을 취소하기 위한 행정처분 취소 계획을 논의해 가결했다. 대명률이 지난 2016년 보물로 지정된 지 9년 만이다. 문화유산위원회는 “(보물) 허위 지정 유도에 따른 형이 집행됨에 따라 이에 따른 후속 처리를 진행하기 위한 조치”라며 “법률 자문을 거쳐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명률’은 조선시대 형법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자료로 여겨져 왔다. 중국 명나라의 형률 서적으로 1389년에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며, 국내외에 전해 내려온 책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본이다. 그러나 대명률이 보물로 지정된 지 4개월여만에 논란이 일었다. 지난 2016년 경기북부경찰청이 전국 사찰과 사적, 고택 등에서 문화유산을 훔친 도굴꾼과 절도범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장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대명률은 2011년 도난 신고된 상태였다. 앞서 문화 류씨 집안이 1878년 경북 경주에 세운 서당인 육신당 측은 1998년 무렵 건물 현판과 고서 등 총 81건 235점의 유물이 사라졌다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했다. 당시 수사 결과에 따르면 경북 지역의 한 사립 박물관장이던 A씨는 2012년 장물을 취급하는 업자에게 1천500만원에 대명률을 샀고, 이후 보물 지정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대명률을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유물’이라며 입수 경위를 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국가유산청은 보물 지정 당시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위법하거나 부당한 처분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행정기본법’을 근거로 취소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현재 ‘대명률’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임시로 보관 중이다. 국가유산청은 조만간 보물 지정 취소 계획을 누리집과 관보 등을 통해 공고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은 “문화유산 출처 및 소장 경위를 철저히 검토하고 지정 심의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지자체 등과 협의해 사전 검증을 비롯한 절차를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작홍사용문학관 2025년 노작문예강좌 ‘문학삼각’ 수강생 모집

노작홍사용문학관(관장 손택수)이 2025년 노작문예강좌 ‘문학삼각’의 수강생을 오는 14일까지 모집한다. 올해의 주제인 ‘문학삼각’은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춰 달리는 이인삼각 달리기처럼, 분야별 전문 강사들이 페이스메이커가 돼 수준 높은 창작 강의를 진행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강좌는 시, 소설, 수필 3개 분야가 개설되며 3월부터 강좌별 12강 일정으로 운영된다. 시 강좌는 ‘시인의 시(詩)크릿,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라는 제목으로 박지웅 시인이 강사로 나선다. 오는 21일부터 6월 13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4시에 진행된다. 시 창작에 필수적인 다양한 기법을 배우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순간들을 시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방법을 알아볼 예정이다. 박지웅 시인은 2004년 ‘시와사상’ 신인상,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시집 ‘너의 반은 꽃이다’,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나비가면’을 펴냈다. 지리산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전봉건시문학상, 이육사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소설 강좌 ‘읽는 소설 듣는 소설 쓰는 소설’에서는 이은선 소설가가 소설의 구성과 역사부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작품까지 다룰 예정이다. 이달 19일부터 6월 4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1시30분에 강의가 시작된다. 다양한 소설을 보다 입체적인 방식으로 읽고, 자신만의 소설을 창작하도록 돕는다.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은선 소설가는 소설집 ‘발치카 No.9’ ‘유빙의 숲’, 산문집 ‘백석이라니’ 등을 출간했다. 김지헌 수필가가 강사를 맡은 수필 강좌 ‘삶을 예술로 만드는 수필 쓰기’는 20일에 개강하며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열린다. 12강의 일정 동안 수필을 쓰려는 예비 작가들에게 창작 이론을 습득하고 실제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소설과 평론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중인 김지헌 수필가는 1993년 ‘수필과비평’, 1996년 ‘월간문학’에서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수필집으로 ‘울 수 있는 행복’ ‘표면적 줄이기’ 등이 있으며, 신곡문학상, 국제문화예술상, 광주문학상을 받았다. 추첨으로 수강생을 선발하며 참가비용은 3만원이다. 수강 신청은 화성시 통합예약시스템에서 하면 된다.

노숙인 인문학에서 희망 찾다…책고집 ‘곁과볕’ 인문강좌

(사)인문공동체 책고집이 지난 6일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를 시작으로 올 한해 전국의 노숙인 시설과 지역자활센터 등에서 ‘사회적 약자 인문학 치유_곁과볕, 인문강좌’를 진행한다. 책고집이 2023년부터 진행해 온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교보생명이 출연하고, 생명보험 사회공헌위원회와 (사)함께만드는세상이 공모한 공익법인활동지원사업 중 하나로 마련됐다. 강좌의 공식 명칭은 ‘사회적 약자 인문학 치유’이며, 책고집은 이와 별개로 ‘곁과볕, 인문강좌’라는 이름을 지었다. 곁과볕이란 힘겹게 사는 이웃들에게 다가가 ‘곁’이 되어주고, 더 나아가 그들의 삶에 ‘볕’이 들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겼다. 올해엔 수원과 성남, 인천, 대전, 원주, 서울 등 전국의 12개 노숙인 시설과 장애인 복지관 1곳, 자립 준비 청년시설 2곳 등 총 15개 시설에서 인문강좌가 열린다. 책고집은 2023년 노숙인 인문학의 전국화를 외치며 전국의 노숙인 12곳에서 인문강좌를 진행했고, 24년에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운동에 힘입어 전국 7개 시설에서 강좌를 열었다. 전국의 노숙인 시설에서 인문 강좌를 운영해 온 국내 유일의 인문공동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2월엔 올해 인문강좌에 참여한 시설의 노숙인 40여 명과 함께 강원도 고성 일대에서 곁과볕 인문강좌 사전워크숍을 진행했다. 모처럼 여행의 기회를 갖게 된 노숙인들은 2025년을 희망 원년으로 삼겠다는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책고집은 이번 사업에 이어 한국형 클레멘트코스 설립을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1995년 미국의 뉴욕에서 시작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최초의 인문학 강좌인 클레멘트 코스를 벤치마킹해 국내에서도 이러한 교육시스템과 구조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시범적으로 노숙인 시설과 지역자활, 교도소 등에서 인문강좌를 진행하고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문화예술인문 교육의 장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최준영 책고집 대표는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주요한 척도 가운데 하나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가 제공되느냐일 것”이라며 “선진 대한민국은 경제 수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사람다운 삶을 영위할 자유와 권리를 누릴 때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합창의 새로운 매력 전할 것”…수원시립합창단 최초 여성 상임지휘자 김보미 예술감독 [인터뷰]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하나의 노래를 부를 때 느껴지는 합창만의 선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은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김보미 수원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47)는 지난 6일 수원SK아트리움 대연습실에서 열린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시민과의 예술적 공감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합창단의 연습실을 대중 앞에 처음으로 활짝 공개하고, 공식 인터뷰의 첫 장소로 택한 이유도 이러한 의지의 하나였다. 지난 1월 제6대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김 감독은 올해로 창단 43주년을 맞이한 수원시립합창단 최초의 여성 예술감독이자, 2년간의 수장 공백 상태를 깨고 이곳의 지휘를 맡게 된 인물이다. 그 앞엔 ‘최초’란 수식어가 많다. 지난 2012년 빈 소년 합창단 최초의 동양인이자 여성 상임지휘자로 발탁돼 큰 주목을 받은 김 감독은 유럽의 저명한 합창단과 연 100회 이상의 공연을 했고,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2013년에는 오스트리아 최고의 합창 지휘자에게 주는 ‘오르트너프라이스(Ortnerpreis)’를 수상했다. 이처럼 화려한 수식어를 가진 인물이지만 이날 김 감독은 “나는 ‘지휘자 김보미’이고, 지휘자로서 합창단원과 소통하며, 소통의 결과를 관객과 어떻게 나누는지 무대에서 평가받는 사람일 뿐”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드러냈다. 다음 달 3일에 있을 취임 연주를 앞두고 기대감과 떨리는 마음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는 김 감독은 합창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내며 “합창이 가진 ‘소통’과 ‘화합’이라는 가치를 다양한 시도를 통해 최대한 많은 시민이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꾸려나갈 수원시립합창단의 올해 계획 중 가장 야심 찬 시도는 ‘주니어 콰이어’ 합창단의 창단이다. 2018년부터 국내 최초의 어린이 합창단이자 60년 전통의 월드비전 합창단 예술감독으로도 활동하는 김보미 감독은 “수원시 관내의 청소년에게도 합창을 통한 음악적 소양 향상과 올바른 가치관 및 정서 함양을 돕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그동안 혼자가 아닌, 함께 노래하는 아이들을 보며 사회성과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이 많이 향상되는 것을 여러 번 목격해 왔다”며 “학교와는 다르게 다양한 나이, 학년, 성별이 뒤섞인 ‘작은 사회’와 같은 합창단에서 아이들은 질적으로, 양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대 공연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며 성취감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1기로 출범할 ‘주니어 콰이어’는 수원시 관내 초등학교 고학년~중학생 50명 내외로 구성돼 반년 정도 수원시립합창단의 교육을 받게 되며 추후 단독 무대나 합창단 공연에 게스트로 참석하는 것이 목표다. 김 감독은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 공헌의 하나로 관내 초중고를 선별해 ‘명품 교가 선물하기’라는 이색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교의 얼굴’이자 학창 시절의 큰 추억을 차지하게 될 교가를 수원시립합창단원의 목소리로 더욱 세련되게 재녹음해 선물하는 것이다. 김 감독은 오랜 전통의 수원시립합창단을 이끌게 돼 ‘영광’이라면서도 합창단이, 그리고 ‘합창’이란 장르가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악기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사람들은 노래하기 시작했다. 혼자보다 여럿이 부를 때 그 가치와 의미를 더 커졌을 것”이라며 “합창은 남성끼리도, 여성끼리도, 혼성으로도 가능하고 언어도 장르도 무한대로 융합할 수 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하모니를 냈을 때 느껴지는 합창의 무한한 가능성과 선한 영향력을 시민들에게 선물해 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미술관 미술자료실 “‘경미’와 미술자료 탐구여행 떠날래?”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관장 전승보)은 지난 7일부터 미술자료실 관객참여 프로그램을 새롭게 시작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미술자료실 관객참여 프로그램은 4개월 동안 총 32회 운영하며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관객참여 프로그램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토요프로그램 ▲상설프로그램 ▲특별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연령 제한 없이 미술관을 방문한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으며, 매주 주말마다 다채로운 주제를 선보여 미술 자료를 더욱 쉽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다. 3월에는 신학기를 맞아 다양한 관객 참여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토요프로그램으로 ▲소망을 담은 캘리그라피 도어벨 ▲나만의 작은 판화! ▲모루공예 우드 이니셜 키링 체험이 진행되며, 상설프로그램으로 ▲화가들의 편지가 운영된다. 올해 프로그램은 12월 21일까지 이어진다. 경기도미술관 관계자는 “미술 애호가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하며, 다가오는 봄, 경기도미술관 미술자료실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프로그램의 세부 일정과 내용은 매월 초 경기도미술관 공식 누리집과 SNS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현재 3월 프로그램만이 공개됐으며 프로그램 참여는 운영 당일 현장에서 신청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경기도미술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감독·배우가 말한 영화 '명옥'…“미혼모 탈북민의 현실 담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

삶의 무게 때문에 메말라 버린 이들은 오히려 소리 내어 울지 않는다. 보는 이들이 대신 눈물 흘리게 만든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미혼모 북한이탈주민 여성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한 영화 ‘명옥’의 주인공 또한 그렇다. 영화 ‘명옥’은 미국 디트로이트 독립영화제 최우수인권영화상 등을 비롯해 지난 4일엔 중국 상하이독립영화제 여성영화상을 받는 등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30개가 넘는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영화제에서 명옥을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엔 어떤 현실이 담겨있을까. ‘명옥’의 주인공이자 실제 북한이탈주민인 배우 량진희(본명 김량진‧32)씨와 사회복지학과 출신의 이진혁 감독(42), 이번 영화의 공동제작사이자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돕는 경기남부하나센터의 소태영 센터장 겸 평택YMCA 사무총장(64)을 5일 평택의 경기남부하나센터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감독은 “해외에서 이렇게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면서도 “이러한 관심이 무엇보다 한국에서도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수상 소식이 잇따르지만 아직 국내에선 개봉조차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 감독이 ‘명옥’을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주위에 ‘이러한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했다. “경기남부하나센터에서 한 달간 사회복지학과 실습을 하던 때에 많은 이들을 목격했습니다. 그들의 삶에 관해 깊게 들여다보고 연구를 하며 북한이탈주민 여성의 삶은 한국 사회에서 미혼모가 겪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속에는 경쟁사회에서 낙오된 청년, 삶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평범한 중년 등 모두가 한 번쯤은 겪는 어려움이 공통적으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명옥은 이 감독이 목격한 20~30명가량의 실제 미혼모, 탈북 여성의 삶을 전형화한 캐릭터다. 그중 가장 큰 줄기는 바로 주인공 배우인 량진희씨다. 어린 나이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명옥은 15살이 되던 해 큰돈을 벌게 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중국으로 탈북을 감행한다. 하지만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한 시골로 끌려가 원치 않은 결혼을 한다. 남편의 끝없는 폭행, 폭언 등에 명옥은 뱃속의 아이와 함께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도망친다. 진희씨 역시 일자리를 준다는 말에 속아 중국으로 넘어갔다가 일련의 일을 겪었다. 작품의 가장 큰 반전일 수도 있는, 명옥의 딸 자애 역시 실제 진희씨의 딸이다. “한국에 처음 도착해 하나원에 있을 때 자애를 낳게 됐어요. 한 달 된 딸을 안고 하나원에서 졸업해 이곳 사회에 발을 디디게 됐습니다. 명옥의 삶이 제 실제 삶과 근접해 있기 때문에, 제가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에는 우리가 몰랐던, 충격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감독은 “최근의 북한이탈주민 대부분이 여성이며, 이들의 상당수가 임신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통일부의 ‘연간 북한이탈주민 입국입원 현황’을 보면 2023년 탈북민 196명 가운데 164명이 여성이다. 통계에는 담기지 못한 ‘찐’ 현실은 무엇일까. 이들에 따르면 최근 들어 북한의 많은 여성들이 일자리를 벌게 해준다는 이유로 중국으로 넘어갔다가, 그곳에서 뜻하지 않은 결혼을 하고 결국 한국으로 탈출한다. 일종의 인신매매 격인데 21세기에 그들이 겪는 삶은 과거 일제강점기 한국 여성들이 겪었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혼모 탈북민으로 겪는 현실은 처참하다. 애를 맡길 곳이 없는 명옥이 건물 화장실 청소하는 현장에 아이를 데려가거나 의류 수거함에서 옷을 꺼내 입는 장면, 중국 회화는 수준급으로 하지만 정작 ‘자격증’이 없어 취업하지 못하는 모습은 모두 진희씨가 실제로 겪었던 일화다. 제작사로 곁을 같이 해 온 소태영 센터장은 “그들(북한이탈주민)에게 갖는 편견이 크고 강할수록 결국 그들과 어울리게 됐을 때 그 간극을 해소하기 위한 비용이 더 많이 들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란 것을 알았으면 한다”며 “우리가 시선을 두지 못했을 뿐 주위에는 이러한 삶을 살아온 이들이 많으며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도 있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명옥' 美 디트로이트독립·샌프란시스코영화제 등 32개 해외 영화제서 수상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224580185

‘20세기 무명의병, 21세기 어디에 둘 것인가?’…경기역사문화유산원 ‘바깥 포럼 1895’ 개최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우리시대 무명의병의 가치를 찾는 철학적 고찰을 이어가기 위해 인문대담 ‘바깥포럼 1895’를 개최한다. 바깥포럼 1895는 오는 19일 오전 10시 경기문화재단 아트홀에서 ‘20세기 무명의병 21세기에 어디에 둘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된다. 포럼은 ‘경기도 무명의병 기억과 지원에 관한 조례’로 시작된 경기도 무명의병 기념사업 중 학술 활동의 세부 내용으로 마련됐다. 특히 이번 포럼은 민족정신·순국선열로서 20세기 당사자성을 계승하되, 21세기 보다 폭넓게 경기도 무명의병의 정체성이 재구성될 수 있도록 정신적 가치를 모색한다. 공동체를 위해 죽음의 두려움도 받아들였던 무명의병의 경이로운 실천을 오늘에 투영해 인문학적으로 사유할 예정이다. 포럼에선 김광식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와 한상원 충북대 철학과 교수가 대담자로 무대에 올라 유홍일 작가의 사회로 진행된다. 관객과의 질의응답도 이어질 예정이다. 경기문화재단은 누리집을 통해 사전 신청을 받고 있으며, 역사·문화·예술·철학을 사랑하는 경기도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지훈 재단 경기역사문화유산원장은 “급변하는 세상에 올라탈 지혜를 주는 역사가 될 수 있도록 행사를 기획했다”며 “남다른 소재를 찾고 있는 창작자들의 참여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김정미 경기도간호사회 회장 연임 확정…“간호법 하위법령 제정 이끌 것”

경기도간호사회 제22대 회장 선거에 단독 입후보한 김정미 현 회장이 당선돼 연임에 성공했다. 김 회장은 간호법 하위법령 제정과 경기지역 간호 인력 발전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사)경기도간호사회는 6일 라마다프라자 수원호텔에서 ‘간호법 제정, 대한민국 간호 100년 새롭게 시작하겠습니다’를 주제로 제77회 정기 대의원 총회를 열고 임원 선거를 진행했다. 김 회장이 연임을 확정 지은 데 이어, 제1부회장에는 이춘미 추병원 간호부장, 제2부회장에는 신연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간호본부장이 각각 선출됐다. 이날 총회에는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부천갑), 유영철 경기도 건강보건국장, 전성원 경기도치과의사회 회장, 김태성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경기남부본부장 등 관계기관 단체장과 대의원 230여 명이 참석했다. 김 회장은 “오는 6월 시행될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와 범위를 명확히 하고,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를 개선할 초석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실질적 효과를 내려면 현장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는 구체화한 하위법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간호법 하위법령 제정과 우수한 간호인력 양성, 근무 환경 및 처우를 개선해 간호사 업무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며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총회에서는 우수 회원 등에 대한 시상도 진행됐다. 경기도지사상은 김경미씨(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재직) 등 5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대한간호사협회장상은 김영신 전 여주시간호사회장에게 돌아갔다. 경기도간호사회장상은 강경숙씨(명지병원 재직) 등 10명이 수상했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는 2025년도 사업계획, 예산 검토와 함께 올해 사업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또 간호법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 보편적 건강 보장과 수준 높고 체계적인 간호·돌봄 실현을 위한 건의안과 결의안 등이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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