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오스트리아 유학 당시, 한국의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을 빈 국립음대 교수에게 소개해 준 일이 있었다. 그 당시 한국의 이름 있는 모든 콩쿨은 거의 모두 다 수상 하였고, 영재 수업을 받는 학생 이었다. 부모님의 열정 또한 대단 하셨던 걸로 기억 한다. 한국의 방학을 이용해 빈 국립음대의 교수님께 음악의 본고장에서 더 깊은 레슨을 받기를 원해했고, 어렵게 교수님과의 첫 만남이 비엔나에서 이루어졌다. 그 학생은 조금의 떨림도 없이 처음 뵙는 유럽 교수님 앞에서 너무도 멋진 연주를 했다. 당시 그 학생이 연주했던 곡은 그 연령의 학생들이라면 한국에서 입시를 위해, 콩쿨을 위해 당연히 소화해야 되는 곡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연주가 끝난 후, 교수님께서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박수를 쳐 주셨고, 이 학생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을 말씀하시기 시작 했다. 아기가 태어나면 고개를 좌우로 돌리고, 그다음 몸을 엎어졌다 돌아누웠다 하면서, 팔에 힘이 조금씩 생기고, 팔에 힘이 생기면 기어가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무언가를 잡고 일어서려 하고, 그리고 다리에 힘이 붙으면 몇 걸음씩 걷고, 그러다가 걷게 되고, 뛰게 되고 하는데이 학생의 경우, 아직 무언가를 잡고 일어서면서 팔에 힘부터 키워야 할 나이에 걷는 걸 연습하고 있으니, 정작 걷고 뛰어야 할 나이가 되면 아마도 관절에 이상이 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다른 아이들은 아직 팔, 다리에 힘이 없어 기어 다니고 있을 때, 어떤 아이가 이미 부모님들의 욕심에서 나오는 시도로 인하여 무리하며 몇 걸음씩 걷고 있다면, 그 당시에는 그 아이가 박수 받고 주목 받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처럼 걷고 뛰어야 할 나이가 되었을 때, 그 동안의 끊임없는 무리한 시도로 인하여 그 아이의 관절은 제대로 형성되기도 전에 이미 망가져 있을 겁니다. 전문 음악가가 되려면 연령, 시기별로 정확히 다듬고 숙련 되어져야하는 테크닉이 있어요. 이 학생이 조금 전 연주했던 곡은 이 학생 나이로 생각한다면 너무도 큰 곡이라 생각 됩니다. 이 연령대의 학생이 이 곡을 이렇게 연주 한다는 건 훌륭했어요. 하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하려 하는지 이해하지요? 너무도 중요하고 정확한 지적이었다. 이 점에 대해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승용 지휘자ㆍ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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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용
2019-03-11 2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