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에서 울리는 태평성대의 선율… 정기공연 18일 개최

포천시립민속예술단이 오는 18일 오후 7시30분, 반월아트홀 대극장에서 제22회 정기공연 ‘태평풍류(太平風流)’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나라와 백성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태평성대(太平聖代)를 주제로, 전통 예술의 깊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다. 아악곡의 정수인 ‘수제천’으로 막을 열고, ‘태평무’, ‘북두칠성’, ‘적벽가’, ‘설장구’, ‘고의 울림’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통해 전통의 미학과 에너지를 전한다. 특히 장구와 북의 리듬, 예인의 내공, 정갈한 풍류미가 어우러진 감동의 무대가 관객을 기다린다. 예술단은 이번 공연을 통해 예술의 공공성과 감동의 깊이를 시민들과 나누고, 전통 예술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과제를 예술적 감성으로 풀어낼 계획이다. 이중효 포천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는 “깊이 있는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에게 감동과 자긍심을 전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연은 포천문화관광재단 주최, 포천시 후원으로 진행되며, 5세 이상 시민 누구나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예약은 포천문화관광재단 누리집 또는 네이버 예약 시스템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유니온쳄버오케스트라, 평화의 공연 동두천서 펼친다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하루 빨리 평화가 오기를 함께 기원해주세요.” 우크라이나 유니온쳄버오케스트라가 오는 18일 동두천 시민회관에서 무료공연을 한다. 우크라이나 평화기원 2025년 대한민국-우크라이나 국제교류음악제로 양국간 활발한 문화교류를 지원하고 있는 동양대학교(총장 최성해)가 주최한다. 또 대한민국과 우크라이나 국제교류 음악제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국제예술교류협의회가 주관하며 동두천시와 부산여성실내악단,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 문화원(부산), 부산여성실내악단이 후원한다. 유니온 쳄버 오케스트라(지휘자 김현국)는 2003년부터 대한민국-우크라이나 국제교류음악제에 참여한 우크라이나 우수 교향악단 ‘체르니우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수석주자와 우수한 단원들로 구성된 실내악단이다. 2022년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 평화의 사도로 동서유럽, 그리고 아시아, 한국 초청 연주 등 '세계평화기원 음악제'라는 주제로 세계 곳곳에서 음악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날 공연은 김현국 지휘자 아래 플륫 김성식, 소프라노 신선미·양라윤, 피아노 이상미의 협연으로 펼쳐진다. 쇼팽 피아노협주곡 2번, 벨라바르톡 루마니안댄스, 플륫을 위한 베르디 리골레토 환타지, 비발디 사계 중 여름 등의 연주를 통해 동유럽 정통 클래식 악단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다. 최성해 총장은 "활발한 문화적 교류를 통해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등 전세계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동양대는 중국, 몽골,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네팔 등의 외국인 유학생 200여 명이 재학 중이다. 유학생을 위한 학내의 안정적인 생활환경 조성 및 다양한 유학생지원시스템 운영 등 외국 유학친화적인 글로벌 캠퍼스 조성에 힘쓰고 있다.

연기와 노래, 무예에 퀴즈까지…수원시립공연단 ‘알고나니 수원하다’

“역도의 반역 음모야 새삼 놀랄 것도 없지만, 왕궁의 호위가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가장 실력이 뛰어난 무사들을 뽑아 국왕의 호위 부대를 재편하라!” 통탄함과 분노가 서린 정조의 모습은 보는 이를 한껏 몰입하게 만들었다. ‘역적의 자식’이란 오명 속에 지존의 자리에 올랐지만, 한 번도 편히 잠자리에 들 날이 없었을 조선의 왕은 왕권을, 나라를, 백성을 위한 개혁을 거듭했다. “자 여기서 문제 나갑니다. 조선 후기 1793년(정조 17)에 왕권 강화를 위해 설치한 군영으로 도성을 중심으로 한 내영과, 이곳 수원 화성을 중심으로 한 외영으로 이뤄진 이 부대, 조선 최강의 부대. 이 군영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지난 10일 수원 제1야외음악당 연습실에서 펼쳐진 수원시립공연단의 여민동락(與民同樂) 퀴즈쇼 ‘알고 나니 수원~하다’의 리허설 현장은 신나는 노래와 연기, 웃음을 자아내는 퀴즈에 무예까지 곁들어진 ‘종합 선물 세트’와 같았다. 특히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무예24기 시범단이 눈앞에서 펼치는 무예들은 그 옛날 조선의 서적에서 튀어나온 듯 감동을 더했다. 40분 남짓의 공연에 정신없이 빠져들고 나면 머릿속엔 어느새 수원화성을 근원으로 부국강병을 꿈꾸며 조선의 개혁을 이끌었던 정조대왕의 유산이 남게 된다. 13일부터 정조테마공연장 어울무대에 오르는 수원문화재단·수원시립공연단 공동주관의 이번 공연은 수원시의 문화관광 활성화 전략의 하나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공연 콘텐츠로 재구성했다. 조선 22대 임금 정조대왕이 품었던 공정한 나라, 부국강병의 꿈을 주제로 관객들은 무대를 통해 역사 퀴즈를 함께 풀어간다. 시원한 야외에서 야간에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수원화성을 방문한 관람객과 시민들이 오가며 편안하게 무대를 즐기고 퀴즈쇼를 풀며 선물까지 챙길 수 있는 ‘재미’와 ‘유익함’을 동시에 선물한다. “안녕들 하셔요, 안녕들 하시지라. ‘여민동락’은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하다’라는 뜻인 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거고요. ‘알고 나니 수원~하다’라는 말은 모든 뜻과 이유를 알고 나니 참으로 속 시원하다는 말입니다.” 공연은 소리꾼의 유쾌한 인사로 문을 연다. 정조에게 수원이란 단순한 장소 그 이상의 의미였다. 그의 꿈이 아로새겨지고,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이 벌어졌으며 조선 최강의 군대 장용영(壯勇營)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1790년 정조의 명으로 규장각 검서관인 실학자 이덕무, 박제가와 장용영 소속 장교인 백동수 등이 군사의 무예 훈련을 위해 ‘무예도보통지’를 편찬했다. 국내 최초로 무예24기 시범단과 극단이 함께 창단한 수원시립공연단의 무예24기 단원들은 지상무예, 마상무예로 유명한데 이번 공연에선 이들이 펼치는 무예도보통지 속 무예까지 만나볼 수 있다. 외세에 흔들림 없는 조선, 백성을 위한 조선을 이 땅에 세우려고 했던 임금의 꿈과 그의 곁을 지킨 장용영의 군사들은 보는 이에게 감동을 전했다. 공연을 기획한 수원시립공연단의 권호성 예술감독은 ‘재미’와 ‘유익’ 두 가지를 전하고자 했음을 강조했다. 권 감독은 “수원화성에 놀러 온 많은 분이 과거 이곳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역사적 배경을 알고 나면 도시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다”며 “정답을 몰라도 충분히 맞출 수 있도록 문제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퀴즈를 풀다 보면 정조는 왜 신해통공 정책을 펼쳤고 장용영을 설치했는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연은 무료이며 6월 13~14일, 27~28일, 8월 8~9일과 22~23일, 9월 12~13일, 10월 10~11일 오후 7시에 만나볼 수 있다.

[2025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11. 안산 성호박물관

성호는 무엇이라 말씀하실까. 안산 성호박물관을 찾으며 생각에 잠긴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7세부터 학원에 다니는 우리의 참담한 현실을 선생은 어떻게 진단하실까. 그 목적이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단지 돈을 많이 벌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면 선생은 과연 무엇이라 대답하실까. 3천7편의 글이 실려 있는 ‘성호사설’을 펼쳐보면 성호의 대답을 짐작할 수 있다. 여섯 마리의 좀벌레를 뜻하는 ‘육두’라는 글에서 ‘노비제도’와 ‘과거제도’를 먼저 지적했던 사실을 떠올린다.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은 성호를 이렇게 노래한다. “학식이 넓고 깊은 성호 선생을 백대의 스승으로 나는 모시네.” ■ 청년 성호를 만나는 성호문화제 위대한 실학자 성호 이익(星湖 李瀷·1681~1763)을 기리는 성호박물관은 2002년 5월 안산시가 건립한 1종 전문 박물관이다. 성호박물관으로 가는 길은 여유롭게 산책하기에 좋다. 김홍도미술관으로 이어지는 성호공원에 있는 안산식물원이나 박물관 건너편에 있는 점성공원도 성호와 관련이 깊다. 성호박물관은 다양한 방식으로 관람객과 소통하고 있다. 예컨대 봄이면 입춘첩을 선물하고 사진을 찍어주고 꽃씨를 나눠준다. 매년 안산 성호공원에서 열리는 성호문화제 역시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시민을 불러들이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제28회 성호문화제’가 열렸다. 행사 프로그램 가운데 ‘성호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음악회’와 ‘청년 성호 지식 콘서트’가 있다. 할아버지 성호와 청년 성호를 함께 다루는 것이 흥미롭다. “그렇지요. 우리에게 익숙한 할아버지 성호 선생님이 아니라 고민하고 방황하며 여행을 떠나던 젊은 성호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이수빈 학예연구사는 성호를 알리기 위해 궁리가 많다. 박물관 벽에 걸린 펼침막에 새긴 ‘고난, 유람, 유산기’와 ‘일상, 거인, 청년성호’라는 글귀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삼두회 체험’은 어떤 내용일까. 성호는 20대 청년 시절에 안산군 첨성리(안산시 일동)에 들어와 살면서 평생을 애민정신을 바탕으로 학문 연구에 몰두했다. 손수 닭을 기르고 농사를 지으며 나라가 부강해지고 백성의 생활이 넉넉해지는 개선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실천적 지식인이다. 특히 그의 사민평등의 인간관은 크게 앞선 생각으로 평가된다. ■ 위대한 실학자 성호의 부드러운 숨결 2층 상설전시실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성호의 일대기가 새겨져 있다. 성호의 한평생을 살펴보면서 그의 삶도 고난에 찬 삶이라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상설전시실 입구에 성호의 ‘수결’과 성호 선생의 흉상이 놓여 있다. ‘여주 이씨 성호 이익의 가계도’를 살펴본다. 역사책에서 만난 익숙한 이름이 여럿이다.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 정조대 명성을 떨친 이가환은 성호에게 직접 배운 제자들이기도 하다. 국가유산인 ‘천금물전(千金勿傳)’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 있을까. 풀잎처럼 곡선으로 이어지는 글씨체 초서(草書)는 마치 추상화 같다. 과연 무슨 뜻을 담고 있을까. 흥미롭게도 성호 이익의 집안은 17세기를 대표하는 서예의 명문가다. 부친 매산 이하진(1628~1682)과 셋째 형 옥동 이서는 특히 유명하다. 이하진의 글씨 ‘청풍(淸風)’을 비롯해 선조들의 소중한 글씨를 책으로 만들어 보존한 후손들의 정성이 가득 느껴진다. 이하진이 남긴 서첩 천금물전은 ‘천금을 줘도 그 사람이 아니면 전하지 말라’는 뜻을 담고 있다. 성호의 셋째 형 옥동 이서(1662~1723)의 다양한 서체를 수록한 서첩도 주목해야 할 유물이다. 포천에 살았던 이서가 안산에서 어머님을 모시고 있는 아우 이익에게 보내는 편지도 눈길을 끈다. 중요민속문화재인 다섯 줄의 거문고는 아주 특별한 명품 유물이다. “마음의 번뇌를 씻어주는 데 거문고보다 나은 것이 없더라.” 옥동금을 비롯해 무려 일곱 개나 되는 이름을 가진 거문고의 뒷면에 새겨진 사연은 무엇일까. 금강산 만폭동에서 벼락을 맞아 고사한 오동나무를 거문고 장인 문현립에게 맡겨 만들었다는 흥미로운 사연과 감리금, 천지금, 벽력금, 군자금, 봉래금, 풍계금이란 이름을 가졌다는 놀라운 사실도 알려준다. 거문고 위에 전시한 반주 악보 ‘우조초삭대엽’도 소중한 유물이다. 한글로 가사와 악보를 새긴 사실이 무척 반갑다. ■ 모두가 안녕하길 성호 이익이 여러 조카에게 부친 편지에는 집안의 혼사에 관련된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고 있다. 성호가 이사문에게 1743년 9월6일에 보낸 편지에는 아들 이맹휴가 다시 관직에 나아간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조용한 곳을 택해 쉼 없이 독서하고 있느냐. 오직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란다.” 독서를 열심히 하라는 아버지 성호의 당부가 절절하게 전달된다. 12각 소반에 음식이 놓여 있다. 자세히 보니 콩나물이 담긴 그릇도 보인다. “내가 근래에 삼두회(三豆會)를 마련했으니, 콩으로 죽을 쑤고 콩나물과 된장을 먹으며 친척들을 모아 환담하는 것이다. 우리같이 띠집에 살면서 생계를 이어나갈 전답이 없는 자를 위해 글을 지어 자손에게 경계한다.” 그 옆에 놓인 책이 ‘백언해(百諺解)’인데 성호를 비롯해 박지원, 정약용 등 여러 실학자의 글들을 뽑아 필사한 책이다. 이익이 우리나라 속담을 정리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동행한 문화관광해설사가 편지 내용을 풀이해 준다. “성호 선생님은 편지로 자신의 안위를 전하고 지인들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눈빛이 빛나고 얼굴이 맑은 초상 앞에 선다. 그러나 아쉽게도 성호 이익의 영정은 진본이 아니다. 1780년(정조 4년)에 처음 제작해 소중히 전해오던 영정은 1950년 6·25전쟁 때 불에 타 버렸다. “이 초상화는 성호의 후손인 이돈형이 주도해 성호 유상을 관리했던 사람의 기억과 종손 이삼환의 초상화를 참조해 1989년 다시 그린 작품입니다.” 성호의 초상을 그리면서 참고했다는 종손 이삼환(1729~1813)의 초상을 다시 살펴본다. ■ 아이와 어른이 어울리며 꿈을 펼치는 공간 성호박물관은 옛날 성호 이익의 ‘성호장(星湖莊)’이 있었던 자리, ‘점섬(占剡)’이라고도 불린 곳에 세웠다. 이익의 호 ‘성호(星湖)’는 근처에 있던 호수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다. 둘째 형 이잠의 호 ‘섬계(剡溪)’와 손자 이구환의 호 ‘섬촌(剡村)’도 마찬가지다. 박물관에서 만난 한 권의 책에서 성호 이익 선생의 뜨거운 숨결을 느낀다. 가난한 이웃을 향한 선생의 갸륵한 마음을 편지에서 찾아낸다. 성호가 존경하고 사숙했던 이수광의 ‘지봉유설’과 유형원의 ‘반계수록’ 같은 문집과 성호의 영향을 크게 받았던 정약용의 ‘여유당전서’를 통해 성호의 사상사적 위치를 가늠해 본다. “소중한 유물을 안산시에 기증한 후손들이 있었기에 박물관을 설립할 수 있었지요. 고 이돈형 선생의 성호 이익의 유물 기증과 기탁은 박물관 설립의 바탕이었습니다.” 안산시는 이러한 박물관의 소장 자료를 바탕으로 성호학 연구 지원사업을 꾸준하게 펼쳐 성호학을 널리 전파하고 있다. 성호를 꾸준하게 공부하는 안산시민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이다. 대중적으로 전달하려는 박물관의 노력은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 지하 공간은 어린이 체험과 시민들의 학습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머리가 아니라 손으로 체험하는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이 무척 다양하다. 성호사설 서문에 실린 저자의 바람이 뜻밖에도 너무나 소박하다. “지극히 천한 퇴비와 지푸라기라도 밭에서 곡식을 기르고 부엌에서 반찬을 만드는 데 쓰인다. 이 글을 잘 보면 어찌 백에 하나라도 쓸 만한 것이 없겠는가.” 그렇다. 위대한 고전도 자세히 읽고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옛사람의 낡은 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새겨 읽으면 영혼을 살찌우는 거름이 될 것이다. 박물관 너머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 잡은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며 선생의 맑고 깊은 눈빛을 떠올린다. 권산(한국병학연구소)

“기록에 균열을 내고, 서사를 복원하다”…2025 아트 포 랩 ‘Archive Error : 기록의 바깥’

기록은 인간의 인식을 기반으로 한 기억, 선택, 선형적인 서술 방식의 편집이 작동하는 표준화된 체계를 갖는다. 아날로그에서 벗어난 디지털 세계는 어떤가. 영구할 것이라 믿는 디지털 데이터는 각종 저장 장치와 매체 환경을 옮겨 다니며 때론 소멸된다. 인간에 의한 기억도, 기록도, 디지털도 삭제와 망각이 발생하고 중심부의 이야기만 살아남게 된다. 안양시 동안구에 위치한 독립 예술 공간 ‘아트 포 랩(Art For Lab.)’에서 지난 7일 개막한 ‘Archive Error : 기록의 바깥’ 전시는 표준화된 기록 체계에 의구심을 던진다. 관객은 주류에서 제거되고 밀려난 ‘다름’의 존재, 주변화되거나 소외된 존재에 주목하며 예술을 기술에 접목해 잊혀진 서사를 복원하는 시도와 만나게 된다. 이번 전시에는 올해로 4회를 맞이한 ‘아트 포 랩’의 전시 공모 프로젝트 ‘사각지대’에서 선정된 이진선 기획자와 곽한비, 방선우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2025년 공모 주제인 ‘기술과 인간성의 경계’를 통해 인간의 존재가 현대의 기술 발전과 어떻게 충돌, 융합하는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탐구한다. 전시는 한 편의 설화처럼 시작된다. 전시를 기획한 이진선은 “망종 무렵, 전갈별 아래로 은빛 가시가 내려왔다”는 문장을 시작으로 ‘은빛 가시’라는 상상의 매개가 두 작가의 작업 세계를 어우름을 설명한다. 선형(線形)을 거부하는 은빛 가시는 오랫동안 억눌려온 기록의 잔해를 어루만지고 근대의 견고한 기록 체계에 균열을 만든다. 시간과 권력의 그늘 속 침묵하던 이들은 깨어났고, 효율성과 체계라는 이름 아래 배제되고 누락된 이야기들이 되살아난다. 곽학비와 방선우의 작업은 기억과 기록을 지우고 다시 쓰는 행위다. 오래된 식물도감과 서랍 속 기록물들을 호출하며 두 작가는 아날로그 기록 매체가 지닌 물질성과 방식을 해체하고 현대 기술언어와 교차시킨다. 곽한비는 디지털 기억의 소멸성과 인간의 망각을 연결하며 기억을 분류하고 저장하는 도서관과 서랍 속 사물에 주목한다. ‘기억의 조건’(2025)은 유년 시절 다니던 도서관의 페계 직전 회전 서가에서 영감을 얻은 미디어 설치 작품이다. 한때 공공의 기억와 기록을 보관하던 서가는 개인적 기억과 뒤섞이며 타임머신처럼 작동한다. 관객은 스마트폰으로 작품의 NFC를 스캔해 특정 데이터와 기억에 접근할 수 있다. ‘오래된 서랍’(2025)은 작가와 가족이 오랜 시간 사용해 온 나무 서랍 속 사물들을 통해 사적 시간의 축적과 기억의 층위를 소환한다. 서랍은 기록과 망각이 공존하는 장소로 손때, 긁힌 자국 등 손길이 남아 있다. 그런가하면 ‘잃어버린 것을 위한 청구기호’(2025)는 도서카드목록함의 물리적 구조와 분류 체계를 해체해 작가가 고유의 분류 체게를 따라 청구기호를 새롭게 작성한다. 방선우는 식물 분류학과 명명 체계 속에 숨겨진 권력 구조를 해체한다. ‘조선 식물도설 유독식물편’에 수록된 식물 도상을 분석하고, 도감이 가진 선형적 서술과 편집의 규범성을 비틀며 시적 언어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존의 기록 회로를 벗어난다. 그의 작품은 구조화된 식물 군집에 주목하며 식물의 생태적 네트워크와 우주의 천체 질서까지 아우른다. ‘궤적의 환상근’(2025)에서는 식물 세포 식물 세포의 섬유질 조직(근)은 뿌리의 생태적 네트워크와 은하계 별들의 연결을 은유하며 미시-거시의 이분법 해체를 논의한다. ‘희미한 꽃들의 이탈된 몽상 궤적’(2025), ‘궤적의 환상근’(2025), ‘기억괴’(2025) 등 일련의 작업은 식물 세포에서 우주 구조까지를 연결한다. 아트 포 랩은 “두 작가의 작업은 분류보다 뒤섞임을, 완결보다 열림을, 표준보다 비표준을 택한다”며 “사라졌거나 잊힌 것들, 설명되지 못한 존재들이 다시 나타나는 실험은 밤하늘의 별처럼 흩어져 있지만 결국 연결되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전시는 무료이며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저녁 달빛에 비치는 ‘송악 김복련과 제작백가의 춤12-화성재인청춤 이동안 원류2’

‘송악 김복련과 제자백가의 춤12-화성재인청춤 이동안 원류2’의 공연이 오는 14일 오후 7시 30분 수원시무형유산전수회관 야외공연장에서 펼쳐진다. 수원문화유산 야행과 더불어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1991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된 승무와 살풀이춤을 비롯해 화성재인청류의 춤인 한량무를 선보인다. 월드퓨전시나위의 생음악 반주로 20여명이 출연해 춤 공연의 다양한 면모를 관객에게 보여준다. 수원시와 (사)화성재인청보존회가 후원하고 경기도무형문화재 제8호승무·살풀이춤보존회가 주최한다. (사)화성재인청보존회는 송악 김복련 선생이 2003년에 창단해 현재까지 화성재인청의 마지막 예인인 운학 이동안선생의 재인청류 춤과 기예를 정통성 있게 정립하고 전수하는 비영리 경기도전문예술법인단체이다. 송악 김복련 선생은 이동안, 정경파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화성재인청류 춤과 기예들의 정통성 있는 체계적인 정립을 위해 150여명의 제자들과 함께 화성재인청류 춤과 기예들의 고증 및 자료 검증을 통한 학술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또한 전문 교육인을 양성하는 교육과 전문 예술인들과 일반인들에게 화성재인청의 기예를 연수하고 일반인들에게 공연을 선보여 화성재인청을 전승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는 작년에 이어 화성재인청춤 ‘이동안 원류2’라는 이름으로 이동안-정경파-김복련으로 이어지는 화성재인청의 춤 이야기와 정통성 잇는 계보를 다시 한번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공연은 화성재인청 춤의 춤본 이라고 할 수 있는 화성재인청류 기본무를 시작으로신예담 전승교육사의 승무와 김복련 예능보유자와 이수자들의 살풀이춤, 화성재인청의 신칼대신무와 김복련류 한량무를 삼현육각의 생음악 반주로 신명나는 공연을 선보인다. 총연출 김복련 예능보유자는 “제자백가들의 탄탄한 화성재인청의 춤 속에서 이동안, 정경파 두 분 스승님의 손짓과 고갯짓, 발디딤새, 호홉과 신명을 관객분들께서 함께 나눠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진정한 만남’에 대한 다섯 작가의 시선… 한강뮤지엄 ‘만나서 반가워’

현대사회에서 ‘진정한 만남’이란 무엇일까. 점점 희미해지는 관계의 본질을 예술적 시각으로 조명한 전시가 마련됐다. 한강뮤지엄(남양주시 와부읍)은 관계와 교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상반기 기획전 ‘만나서 반가워’를 오는 8월 31일까지 선보인다. 전시에서는 김명종, 강병섭, 김정미, 임승천, 감성빈 등 다섯 명의 작가가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작품을 펼쳐보인다. 이들은 만남이 형성되는 과정과 그 속에서 변화하는 감정, 정체성을 탐색하며 각각의 작품을 통해 현대사회 속 관계의 의미를 재해석한다. 먼저 김정미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개별성이 사라지고 획일화된 집단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탐구한다. ‘군중’ 시리즈에서는 익명의 무리에 섞여 개개인의 정체성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표현했다. 모두가 비슷한 표정으로 먼 곳을 응시하는 모습이 공허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화려한 머리와 액세서리를 통해 현대인의 본능과 욕망을 나타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개인과 집단의 관계, 또 관계 속에서 변화하는 개인의 모습을 사유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임승천 작가는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존재의 모순을 조각과 텍스트를 통해 풀어냈다. 그의 작업 속 인간 군상은 경쟁과 연대, 소외와 공존 사이를 오가며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갈등과 모순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고리 Ⅰ’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끼는 인간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텅 비어있는 머리를 가진 두상이 겹쳐져 인간의 가장 연약한 부분인 감정을 드러냈고, 아슬아슬하게 맞물려 교차하는 붉은 실은 쉽게 끊어낼 수 없는 필연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고조되는 갈등과 양가감정을 나타냈다. 특히 김명종 작가는 영화적 서사와 이미지의 조합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관계성을 탐구한다. ‘미스터 뱀파이어’ 시리즈는 사진과 영상을 활용해 관찰자와 참여자의 시선이 교차하는 구조를 구축하며 관계 속에서 자아가 변화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작품 속 인물들은 ‘파손 주의’ 스티커가 부착된 포장 과일로 표현돼 있다. 작품은 익숙하게 여겨지는 인물들의 모습과 반대로 익숙하지 못한 콜라주가 함께 나열돼 낯설면서도 안정된 느낌을 준다. 한 명이 촬영한 배경을 다양하게 콜라주하고 변형해 완성된 작품은 다양한 시점에서 마치 여러 명이 따로따로 만들어낸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자아’의 성찰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감성빈 작가는 상실과 슬픔의 감정을 기록하고 재해석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김 작가는 감정적 교류 속에서 인간이 서로를 어떻게 위로하고 다시 연결되는지 탐구하며 치유적 요소를 조명했다. 강병섭 작가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긴장 관계를 색채와 공간의 변형을 통해 표현했다. 익숙한 장소를 낯설게 재구성하며 같은 공간에서도 각자가 경험하는 세계가 다르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한강뮤지엄 관계자는 “전시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만남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며 관계의 의미를 고민하게 한다”며 “전시를 통해 변화하는 관계의 본질을 탐구하고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역사적 사건 재해석… 국현 ‘아더랜드 II: 와엘 샤키, 아크람 자타리’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는 이집트 출신 작가 와엘 샤키(b. 1971~)의 ‘드라마 1882’(2024)였다. 이집트 현대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우라비 혁명’을 다룬 와엘 샤키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8장의 오페라 형식을 빌어 이를 작품으로 재조명했다. 아크람 자타리(b. 1966~)는 레바논 출신의 뉴미디어 작가이자 중동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가이다.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형식의 ‘거부하는 조종사에게 보내는 편지’(2013)는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레바논관 개인전을 통해 소개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이 국제적 명성의 뉴미디어 작가인 와엘 샤키와 아크람 자타리 2인의 대표작 2점을 소개하는 MMCA 소장품 ‘아더랜드 II: 와엘 샤키, 아크람 자타리’ 전시를 6월 3일부터 8월 17일까지 과천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 출품작 2점은 베니스 비엔날레를 통해 이미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국내에서는 미공개된 작품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소개된다. 두 작가는 특정한 역사적 사건을 탐구하고 그것을 재해석한 작품을 제작해왔다. 이번 전시에선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역사적 주제를 다루는 현대 미술가들의 태도와 그것이 반영된 동시대 뉴미디어 미술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명인 아더랜드는 ‘다른 공간’ 혹은 ‘다른 세계’를 뜻한다. 두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과거와 현재, 실제와 허구가 혼재되며 만들어진 다층적인 공간과 이야기 세계를 말한다. 와엘 샤키는 중동 지역의 역사와 신화를 동시대적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그가 감독이자 극본가, 작곡가, 아트디렉터로 참여한 ‘드라마 1882’는 이집트 현대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우라비 혁명’을 다룬다. ‘우라비 혁명’은 19세기 말 수에즈 운하 건설을 계기로 프랑스와 영국이 이집트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벌어진 이집트의 민족주의 저항운동이다. 작가는 그동안 서구 역사가들의 관점을 중심으로 기술되어 온 우라비 혁명사가 객관적인 것인지, 제국주의 시기의 역사를 재평가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회화, 조각, 설치미술로 보이는 작품 속 다채로운 배경과 서구 열강에 의해 꼭두각시 인형처럼 조종당했던 제국주의 시기 이집트인들을 연상시키는 슬로우 모션 연기가 눈여겨볼 만하다. 작품은 약 48분 길이로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매시 30분에 감상할 수 있다. 아크람 자타리의 ‘거부하는 조종사에게 보내는 편지’는 1982년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발발하며 작가의 고향인 레바논의 사이다 시에 이스라엘 조종사가 학교 폭격 명령을 거부했다는 소문이 확산된 데서 출발한다. ‘이스라엘 조종사는 왜 명령을 거부했을까?’라는 질문은 작가가 예술가로 성장하는 내내 주요한 화두였다. 2012년에는 이 소문의 내용이 포함된 책을 출간했는데, 이를 계기로 작가는 그 소문이 허구가 아닌 실제의 사건이었음을 알게 된다. 작가는 실존 인물인 조종사와 직접 만나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 ‘거부하는 조종사에게 보내는 편지’를 제작했다. 제목은 프랑스의 소설가 알베르 카뮈가 제 2차 세계대전 중 가상의 독일인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책인 ‘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차용했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의 몰입감을 극도로 높이는 데 특별히 신경 썼다. 각각 오페라와 영화 형식의 작품인 만큼 작품의 몰입도를 위해 과천관 1원형 전시실에 특별한 공간을 조성했다. 오페라 극장에서 사용되는 커튼을 포함해 조명, 좌석 등이 배치돼 실제 오페라나 영화를 관람하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평면과 입체의 경계 넘나드는 황은화 작가 ‘또 다른 시각’… 서울 아트센터 자인서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인식과 감각이 어떻게 다층적으로 확장하는지 살펴보는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 아트센터 자인에서는 3일부터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황은화 작가의 초대전 ‘또 다른 시각’이 펼쳐진다. 현대미술에서 평면과 입체, 실재와 허상 사이의 경계는 오랫동안 예술가들의 탐구 대상이었다. 황 작가는 이러한 전통적 개념을 계승하면서도 고유한 시각 언어로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제안하는 ‘공간 회화’라는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황 작가의 작업은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입체감을 부여하고, 회화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든다. 그는 “한 점은 모든 것을 품고 시작하며, 면은 그 안에서 입체를 만들어낸다”며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을 입체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재구성한다. 황 작가의 작품은 흰 캔버스 위에서 출발해 절제된 선과 중첩되는 색채의 층위를 통해 익숙하면서도 낯선 내면의 풍경을 그려낸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선형적 시간에 매몰된 시각에서 벗어나 더 깊은 차원의 시간 전환을 유도한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가 서로를 비추며 공존하는 이중적 세계관은 작가가 언급한 ‘한 수레바퀴’의 은유로 표현된다. 작가는 “비움은 채움을 기다리고, 채움은 비움의 순환 고리를 갖는다”고 말하며 어둠과 빛, 낮과 밤, 이쪽과 저쪽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통해 시각의 환기와 전환을 유도한다. 수원 출신인 황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런던예술대 첼시미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미술협회원, 수원미술협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지난해 수원전통문화관, 2022년 정문규미술관, 2021년 북수원도서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작품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황 작가는 “작품의 출발은 일상의 사물을 절제된 선과 색의 층위를 더해 낯설게 환기하는 데서 비롯된다”며 “관람객이 전시를 통해 공간 회화 속에 깊이 몰입하며 평면과 입체,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경계의 미학을 온전히 경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고뇌하는 여자 햄릿, ‘헤다 가블러’…14일 수원SK아트리움 무대 올라

헨리크 입센의 명작 ‘헤다 가블러’가 오는 14일 오후 3시 수원 SK아트리움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극단 툇마루(대표 조금희)가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지난 2023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 후 두 번째다. 작품은 19세기 세계 최고의 극작가로 평가받는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희곡으로 문학적 사실주의, 19세기 연극, 세계 드라마 장르에서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작품은 1890년 노르웨이 크리스티아니아(현 오슬로)시의 서부 외곽 테스만가 저택에서 이틀 사이에 벌어지는 헤다 가블러의 비극을 다뤘다. 처음 희곡이 만들어졌던 당시 여성이 결혼 후 남성의 성을 따르지 않고, 주도적으로 상황을 끌고 가 많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해석에 따라 불평등한 사회와 싸우는 여성 인물이자 전형적인 페미니스트로도 그려지기도 한다. 때로는 모략에 능하고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는 악인으로 그려지기도 하는 등 다양한 해석을 보여주며 연출과 배우들에게 인기가 높은 작품으로 꼽힌다. 극의 헤다는 연극계에서 위대한 극적 역할 중 하나로 여겨지며 햄릿의 여성 변형으로 묘사된 바 있다. 이번 공연엔 배우 방은희가 헤다 가블러역을 맡았다. 또 연기파 배우 이원종, 오순태와 뮤지컬 배우 이태원, 한국여성연극협회 이사장이자 국악인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강선숙, 연극 레미제라블을 비롯해 많은 작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도영희, 남승화가 출연해 무대를 풍성하게 채울 예정이다. 공연 관계자는 “조금희 연출은 이번 공연에서 전형적인 헤다와는 조금 다른 헤다의 모습을 그려냈다”며 “욕망과 연민에 초점을 맞추고, 브랙 판사의 역할을 크게 부각시켰으며 각 캐릭터들의 섬세한 내면 연기를 통해 작품이 주는 깊이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람료는 R석 5만원, S석 4만원, A석 3만원이며 5월 20일까지 조기 예매 시 20% 할인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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