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신익과 심포니 송이 오는 2월 7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26 마스터즈 시리즈’의 첫 무대를 연다. 이번 공연은 구스타프 말러의 대표작이자 대규모 합창 교향곡의 정점으로 손꼽히는 교향곡 제2번 ‘부활(Resurrection Symphony)’을 선보인다.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음악으로 마주하는 장대한 무대가 기대된다. 말러의 ‘부활’은 클래식 레퍼토리 가운데서도 가장 무대에 올리기 까다로운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높은 연주 난이도는 물론, 대규모 편성, 공간적 제약, 해석의 깊이, 재정적 부담까지 복합적인 요소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교향곡과 오라토리오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삶의 종말에서 시작해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여정을 그린다. 장례 행진을 연상시키는 1악장에서부터 고통과 회상, 초월을 거쳐, 마지막 악장에서 합창과 독창이 더해지며 완성되는 ‘부활’의 메시지는 말러 음악 세계의 핵심을 집약한다. 감정의 고조에만 의존하지 않으며,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가는 복합적 감정의 층위를 정교하게 그려내야 하는 작품이다. 함신익과 심포니 송 관계자는 “엄격한 구조 속에서도 인간적인 따뜻함을 놓치지 않는 해석으로 잘 알려진 함신익 지휘자는 이번 연주를 통해 작품의 본질을 꿰뚫는 해석과 통찰을 보여주는 ‘철학자형 지휘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낼 예정”이라며 “말러가 남긴 위대한 유산을 오늘의 청중과 진정성 있게 나누는 무대를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소프라노 이윤정, 메조소프라노 김선정이 솔리스트로 참여해 말러 특유의 내면적 서정과 극적인 고조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여기에 국립합창단과 인천시립합창단이 함께 무대에 올라, 작품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장대한 합창을 통해 ‘부활’의 메시지를 완성한다. 5악장에서 무대 밖 금관 악기와 오르간, 합창단의 입장이 더해지며 청중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오는 음향의 파도에 휩싸이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함신익 지휘자는 “말러의 ‘부활’은 단순한 교향곡이 아니라, 인간 존재에 관한 질문이자 희망에 대한 응답”이라며 “2026년의 시작을 이 작품과 함께하며 관객 여러분과 존엄한 감정의 깊은 울림을 나누고 싶다”라고 전했다.
현충원 맞은편 동작역 5번 출구에 대형 공연장 컨버스 스테이지 아레나(Converse Stage Arena) ‘여명’에선 ㈜넥스트스케치가 제작한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가 관객과 만나고 있다. 2019년과 2020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등에서 두 차례 공연한 후 5년 만이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지난해 말부터 다시 선보인 이번 공연엔 1991년 방영된 ‘여명의 눈동자’ 드라마의 향수를 간직한 5060세대부터 10·20대 관객 등 다양한 관객층이 찾고 있다. 지난 7일 찾아간 공연장은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마치 런웨이처럼 가로로 길게 뻗은 무대와 360도 사방으로 무대를 감싸며 상하좌우로 퍼져있는 객석, 관객들이 무대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독특한 구조 그 자체로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냈다. 작품은 기승전결의 ‘결’부터 시작한다. 1950년, 한 재판장에 서 있는 여인과 그녀를 손가락질하는 사람들. 작품은 ‘여옥’이 왜 그 자리에 이르게 됐는지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야기는 일제의 지배가 막바지에 이르던 1944년, 조선인 학도병 ‘대치’와 일본군 위안부 ‘여옥’의 만남으로부터 시작한다. 채 스무살이 되지 않았을 여옥의 파란만장한 삶의 시작점. 대치는 여옥을 데리고 도망치려 하지만 끝내 불발된다. 대치를 만날 수 있을 거란 희망으로 사이판에 이른 여옥은 그곳에서 의무병이던 ‘하림’과 운명적으로 만난다. 작품은 삼각관계에 놓인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이며 동시에 역사의 파도에 무참히 휘말리는 개인의 모습을 다룬다. 일본군의 생체실험(세균전)에 동포들이 희생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고통에 몸부림치고 처절하게 괴로워하는 하림의 모습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어디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한 정체성에 고통스러워하며 울부짖는 하림의 장면은 오래도록 뇌리에 남았다. 해방이 됐지만 끝은 새로운 비극이 시작됐다. 2막은 현대사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4·3사건에 집중한다. 1막이 일제에 의해 자행된 만행을 목도하며 적에 대한 분노를 유발했다면 2막은 마치 실타래처럼 엉켜버려 누구를 원망해야 할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대의’라는 명목 아래 사랑하는 여인 여옥을 지켜주지 못한 대치와 역사의 한가운데 비극적인 인생을 살다간 여옥, 그 둘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하림의 모습은 강렬하게 관객에게 가닿았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의 특별함은 ‘진정성’에 있는 듯 하다. 화려한 연출이나 효과 대신 공간엔 배우와 관객 두 존재뿐이다. 국내 대극장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원형의 무대, 객석과 채 1미터도 되지 않은 거리에서 더 이상 ‘배우’가 아닌 살아있는 한 ‘사람’으로 다가왔다.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과 눈물, 손짓과 발짓 그 모든 게 목도되는 현장에서 관객은 세 사람의 시공간에 함께 있는 듯했다. 작품을 만든 변숙희 프로듀서는 현충원이란 공간 앞에 이동식 극장을 지은 이유도, 관객이 360도로 가까이 무대를 지켜볼 수 있는 구조도 결국 ‘진짜 사람의 이야기’임을 드러내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그조차도 작품을 올리기 전까지 제대로 몰랐던 현대사였다고 한다. “한 번쯤은 광복 80주년에 현충원 앞에서 작품을 올린 이유는 떠올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한 변 대표는 “이제는 몇 명 남지 않은 위안부 생존자, 4.3사건의 생존자들이 우리와 함께 현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뻗어나가는 무대는 역사는 계속 흘러가며 극장에 있는 모두가 그 속에 함께 자리한 존재임을 나타낸다. 재판장에 선 여옥을 내려다보는 관객은 법정의 증인들이기도 했다. 작품은 국내 대극장에서 그간 보기 힘든 원형 형태를 잘 살려낸 동선과 연출 그 자체로도 특별한 경험을 전했다. 관객의 성원에 힘입어 작품은 애초 이달 말까지 열릴 예정이었으나 3월31일까지 현충원 앞에서 앵콜 공연으로 이어간다. 이동식 극장의 특성을 이용해 지방 순회 및 전국 투어가 예정됐다.
부천아트센터가 2026년 상반기 라인업을 공개헸다. 2023년 개관한 부천아트센터는 국내외 클래식 연주자들이 리사이틀을 펼쳤으며 완벽한 설계와 최상의 여건을 통해 구현되는 환상적인 사운드를 통해 ‘음향의 전당’이라는 별칭으로 관객에게 사랑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부천아트센터에서는 독일 정통 사운드의 정수를 보여주는 ‘WDR 쾰른 방송 오케스트라’가 3월8일 공연한다. ‘WDR 쾰른 방송 오케스트라’는 정교한 앙상블과 깊이 있는 해석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지휘자 안드리스 포가, 독일 출신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쇼트, 차세대 한국을 대표할 바이올리니스트로 손꼽히는 김서현이 무대에 오른다.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 a단조’, 브루크너 ‘교향곡 4번’ 등을 연주한다. 4월5일 오르간 시리즈의 첫 문은 미국을 대표하는 오르가니스트 ‘카메론 카펜터’가 연다. 전통과 혁신을 넘나드는 독보적인 연주력과 부천아트센터의 시그니처인 파이프 오르간이 지닌 압도적인 스케일과 음향적 가능성을 극대화 해 J.S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 등을 연주한다. 오는 5월 중순엔 개관 3주년을 맞아 공연장 안팎을 아우르는 대규모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개관 3주년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데뷔 40주년 콘서트’(5월15일)로 시작한다. 이어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듀오 리사이틀(21일)이 이어진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레스피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b단조’, 바인베르크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4번’을 연주한다. 23일 부천아트센터 앞 잔디광장에서는 ‘파크콘서트’가 개최돼 시민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열린 음악 축제가 펼쳐진다. 이와 함께 페스티벌 기간(15~22일)엔 부천아트센터 곳곳에서 로비콘서트를 만날 수 있다. 콘서트홀 만큼 훌륭한 음향에 보다 친밀하고 따뜻한 소리를 전달하는 소공연장에서는 피아니스트 박상욱이 호스트를 맡은 ‘브런치 콘서트’가 2월25일, 4월22일, 6월24일 총 3회에 걸쳐 공연된다. 또한 재즈피아니스트 4인(임미정·고희안·이지영·전용준)의 재즈콘서트(3월6일)와 재즈피아니스트 허대욱의 공연이 6월5일 열릴 예정이다.
인천 강화자연사박물관이 겨울방학을 맞아 ‘숨겨진 자연사박물관 공간을 찾아라’를 주제로 수장고 탐방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예연구사와 함께 하는 이번 프로그램으로 10년 간 수집한 9천700여 점의 박물관 표본을 수장고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참여자는 조류와 동물 표본을 관찰·실측하고 직접 표본 카드를 작성하면서 수장고에서 표본들을 어떻게 보관·관리하는지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수장고는 박물관 개관 이래 최초로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것으로, 참가자에게 박물관의 숨겨진 공간을 탐험하면서 박물관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교육은 오는 24일과 2월 7일, 2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접수는 13일 오전 10시부터 선착순으로 한다. 자세한 사항은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또 박물관 2층에서는 내가 그리는 그림이 대형 미디어아트로 표출되는 ‘라이브스케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라이브스케치 체험은 휠체어 사용자도 이용 가능하도록 했다. 박용철 강화군수는 “강화자연사박물관은 2025년 미디어아트와 라이브스케치 공간을 조성하는 등 아동·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전시와 교육 사업을 추진해왔다”며 “앞으로도 자연 생태계를 체험하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과천지식정보타운 내 위치한 갤러리바다에서 이달 23일까지 겨울 기획전 ‘고요의 온도’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겨울이라는 계절이 가진 차가움 속에 숨어 있는 다양한 감정의 온도에 주목하고 있다. 눈이 내려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은 포근한 풍경, 차가운 새벽 고요 속에서 느껴지는 생명의 온기, 그리고 어느새 다가오는 봄기운을 품고 있는 희미한 따스함 등 유화, 아크릴, 수채화 작품을 통해 각기 다른 온도를 품은 겨울의 풍경과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 지난해 6월 장애예술인을 위한 민간 상설 전시장으로 문을 연 이곳은 공간의 특성에 맞게 발달장애예술인 11명이 함께 제작한 100호 크기의 대형 협업 작품 ‘겨울의 숨, 먹의 길’을 입구에 전시해 예술이 공동체 속에서 연결되고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요의 온도’는 작품 앞에 머물러 감상하는 시간을 갖도록 설명을 최소화 하고 있다. 눈 덮인 풍경의 정적, 숨을 고르게 되는 순간의 고요 등 관람객은 작품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며 또 다른 온도를 느끼게 된다. 전시엔 13명의 작가들이 작품 20여점을 만날 수 있다.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며 화가의 꿈을 키워온 배영순 작가는 갤러리바다의 지난 전시 ‘녹음이 빛을 바랄 때’를 통해 작품 5점을 판매해 주목받은 신예 작가다. 배 작가는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우거나 체계적으로 공부한 적도 없는 저에게 전시는 작가로서 첫 걸음 뗀 순간이었다”며 “특히 작품이 판매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누군가에겐 내 마음이 닿았다는 사실에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한편 개관 2년차를 맞는 갤러리바다는 매달 서로 다른 장애예술인들의 개인전을 비롯해 개관 1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다. 갤러리바다 관계자는 “2026년은 더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시로 풀어내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예술인에게는 꾸준히 발표할 수 있는 무대를, 관람객에게는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서구문화재단이 새해와 다가오는 행정체제 개편을 기념해 음악회·전시를 마련한다. 재단은 오는 23일 오후 7시30분 인천서구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음악회 ‘플라이 하이 서구’를 연다. 1부에서는 오케스트라 ‘노을’, 합창단 ‘문콰이어’, 성악가 신현선이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A Whole New World’, ‘넬라 판타지아’ 등 새해를 맞는 희망찬 음악을 선보인다. 이어 2부에서는 전통타악팀 ‘아작’, 구립합창단·소년합창단이 대북 퍼포먼스, ‘황금별’, ‘라데츠키 행진곡’ 등을 통해 밝은 분위기를 잇는다. 마지막 3부에서는 합창단·소년합창단·풍물단 등 구립예술단 3곳이 함께 ‘아리랑’을 준비했다. 세대를 아우르는 합동공연으로 행정체제 개편을 앞두고 지역 공동체 화합을 나타낸다. 뮤지컬배우 민우혁도 갈라무대를 선보이며 마무리를 장식한다. 재단은 또 오는 20~25일 회관 전시장에서 ‘서구작가 신년전시’도 연다. 지역 작가 50명의 작품을 통해 지역 미술의 현재와 미래가능성을 드러낸다. 음악회와 전시 모두 무료 관람할 수 있으며, 음악회는 엔티켓 누리집에서 온라인 예매하면 된다. 재단 관계자는 “이번 음악회·전시는 ‘서구’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마지막 신년행사”라며 “주민, 지역 예술가·단체 등이 모여 공동체 의미를 되새기고 새 출발을 기념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천소방서(서장 주건환)가 7~16일 정부과천청사역 내 거리미술관에서 소방안전 메시지를 주제로 한 전시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출퇴근과 일상 이동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소방의 역할과 안전의 중요성을 접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전시는 총 세 개의 테마존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공간에서는 2026년 과천소방서의 운영 방향과 비전을 담은 서장 메시지를 소개하며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소방 조직의 역할과 의지를 전한다. 두 번째 공간에서는 2025년 한 해 동안 이어진 화재·구조·구급 현장의 주요 활동 사진과 함께 어린이 불조심 포스터 공모전 수상작을 전시한다. 마지막 공간에는 화재 예방을 주제로 한 카드뉴스가 게시된다. 일상 생활에서 쉽게 놓칠 수 있는 화재 위험 요소와 실천 가능한 예방법을 시각적으로 풀어내 시민의 자발적인 안전 실천을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주건환 서장은 “지하철이라는 일상 공간 속에서 시민과 안전 이야기를 나누고자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시민에게 더욱 친근한 방식으로 다가가 소방안전문화가 생활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몸을 앞뒤로 흔들거나, 손을 계속해서 움직이고, 의미 없이 소리를 반복하는 행동 등을 ‘상동행동’이라 일컫는다. 비장애의 세상에선 무의미하거나 이상한 행동으로 비친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느리고 더딘 속도는 비효율적이고, 불필요한 행위로 평가된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 달리하면 무의미해 보이던 움직임은 유의미한 행위가 된다. 장윤경씨는 아들 양예준 작가가 발달장애 판정을 받던 그 해를 생생히 기억한다. 초등학교 입학을 유예시키고 약물 치료를 시작했지만, 예준군은 유달리 부작용이 심했다. 심각한 부작용에 약물 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초조한 마음에 둘이서 ‘뭐라고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색연필을 꺼내들었다. 흔드는 행동이 잦았던 예준군의 손에 색연필을 쥐어주며 변화가 시작됐다. 예준군의 그림은 영국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열린 ‘스타트 아트페어 런던 2022’을 기념하며 개최된 학생미술 공모전에서 비장애 학생 등 1천200여명의 경쟁을 뚫고 블라인드 심사의 수상자로 선정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색연필을 도구로 선택한 아이는 거의 없었다. 빠르게 그릴 수 있는 아크릴 물감과 비교해 억겁의 시간과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씨는 그때 알았다. 무한히 반복하면 낙숫물도 바위를 뚫을 수 있다는 것을. “무의미해보이던 예준이의 행동에 가치가 생기고 의미가 생겼습니다. 각자의 속도는 다르지만 예술 안에선 어떤 장애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난 1일부터 양평 ‘러쉬빌리지 in 두물머리’에선 예준군을 비롯해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발달장애 예술가들이 2026 병오년 붉은 말의 해를 맞이해 말(馬)을 주제로 한 ‘2026년 새해맞이 붉은 말 특별전’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발달장애 예술가 88명 등이 그린 총 128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들은 또한 국립국어원, 고려대병원 등 전국 26곳 기관에 영상 작품 전시회를 개최하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예술을 통해 세상에 도움을 주고 기쁨을 전하며 나눔을 펼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엔 발달장애 작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이들의 어머니 작가 2명의 작품도 함께 전시돼 의미를 더했다. 이동민 작가는 ‘사랑해, 붉은 말아’를 그려 엄마 윤신노씨에게 선물했고, 윤씨는 자녀의 작품을 한땀한땀 수놓아 ‘사랑해, 동민아’ 작품을 완성했다. 윤씨는 “늘 동민이 마음이 궁금했었는데 이번 붉은 말 전시회를 통해 저와 동민이가 서로 조금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 중심엔 한젬마 예술감독이 창단한 네이버 커뮤니티 ‘그림 엄마’가 있다. ‘그림 엄마’라는 동명의 창의미술교육책을 펴내기도 한 한 감독은 2003년 청주공예비엔날레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청각 장애인이던 고 김기창 화백의 예술세계에 매료됐다. 그는 청각장애인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와 연을 맺고, 이를 계기고 발달장애 커뮤니티와도 접촉하게 되며 장애인 창작 아트페어 대회장도 맡게 됐다. 단순한 나눔, 봉사의 시선이 아니었다. 예술적 가치를 발견한 것이었다. 그들의 작품에 매료돼 이를 세상에 알리던 그는 더 이상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을 때, 이들이 한 데 모여 스스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그림엄마’를 만들었다. 발달장애 예술가 및 작가 지망생과 이들의 가족들이 모여 서로 품앗이를 하며 정보를 나누고 이야기를 공유하며 위로와 힘이 되어주고 있다. ‘그림엄마’는 2022년부터 매해 그 해 띠를 주제로 전국의 발달장애 작가들과 전시를 개최하며 2023년부터는 ‘러쉬 아트페어’를 시작으로 러쉬와 인연을 맺으며 영역을 더욱 확대했다. 장 씨는 “이 곳은 익명 카페이긴 하지만, 90%이상이 실명으로 활동한다”며 “‘우리, 여기에서만큼이라도 당당해집시다’라고 이야기하며 자녀인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이름과 이들의 부모들의 이름은 모두가 당당히 실명으로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예술에 편견은 없고, 장애도 없다는 말처럼 마음의 문을 열고 그림을 들여다보면 작품과 이를 지은 창작자의 이름만이 보이게 된다. 힘찬 생명력과 에너지, 역동성을 상징하는 작품들은 그리는 이뿐만 아니라 보는 이에게까지 새해의 시간을 남다르게 전하고 있었다. 전시는 다음 달 20일까지.
경기필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병오년(丙午年) 새해의 시작을 알린다. 경기아트센터(사장 김상회)는 10일 오후 5시 대극장에서 ‘2026 경기아트센터 신년음악회’를 선보인다. 김선욱이 지휘에 나서며 2024년 송년음악회 이후 1년 여 만에 경기필과 호흡을 맞추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공연의 시작은 바흐의 음악을 이탈리아 작곡가 레스피기가 편곡한 ‘세 개의 코랄 전주곡’으로 문을 연다. 경건하고 종교적인 바흐의 세계관을 레스피기 특유의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관현악 기법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경기필의 웅장함이 돋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선우예권은 2017년 제15회 반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14년 방돔 프라이즈(베르비에 콩쿠르) 한국인 최초 1위 수상, 2015년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 등 국제 콩쿠르에서 8회 입상하며 한국인 피아니스트 중 국제 콩쿠르 최다 우승 기록을 세우며 탁월한 실력을 입증했다. 뿐만 아니라 뉴욕필하모닉, 뮌헨필하모닉 등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카네기 홀, 베를린 필하모니 홀 등 저명한 해외 공연장에 오르며 국내외 클래식 팬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각인시키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선우예권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서정적이고 감상적인 선율, 화려한 기교와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피아노 협주곡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가 교향곡 1번의 혹평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던 중 자신감을 회복한 걸작으로 알려져 있다. 1악장 서두의 무겁고 낮은 화음과 고뇌에 찬 주제는 2악장 아름답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발전하고 이내 역동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3악장으로 마무리된다. 2부에서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교향곡 6번 ‘비창’과 더불어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중 가장 널리 연주되는 곡으로 1악장과 2악장에서는 다소 어두운 정서가 표출된다. 3악장의 왈츠 선율과 4악장의 희망과 생기로 마무리되며 ‘어둠’에서 ‘승리’로 나아가는 전통적인 교향곡 서사를 따르지만 형식과 구조 자체는 틀에서 벗어나 다채롭고 자유분방하게 구성돼 있다. 경기필의 전통적인 레퍼토리이기도 한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은 2015년 한국 오케스트라 최초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 홀에서 연주했을 당시 호평을 받았으며 2016년에는 세계적인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이 곡으로 경기필과 호흡을 맞추며 “지휘자의 요구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오케스트라”라고 극찬한 바 있다. 2023년에는 당시 객원지휘자였던 김선욱이 경기필과 처음 호흡한 곡이기도 하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김선욱과 선우예권, 두 젊은 음악가가 빚어낼 호흡을 기대해달라”며 “클래식 애호가는 물론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도 신년을 맞이하기에 더없이 좋은 공연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손을 씻고 물을 끓여...(중략)...큰 기적이 있을거야.” 140여 년 전 조선을 찾은 벽안의 선교사이자 교육자이며 의사인 청년 올리버 로버트 에비슨(김동준 분)은 콜레라 등 전염병과 질병에 신음하는 조선 조정과 백성을 향해 “(서양 의술을) 그저 믿어만 준다면 함께 이뤄 나갈 수 있다”며 이같이 호소한다. 전염병 방역의 기틀을 세우고 조선인 의사를 양성하며 의료의 미래를 설계한 에비슨과 함께 한국 최초 서양식 병원 제중원을 설립한 호러스 뉴턴 알렌(아스트로 MJ 분), 근대교육의 기초를 닦은 호러스 그랜드 언더우드(SF9 재윤 분), 부의 사회환원을 통해 세브란스병원 설립을 후원한 루이스 헨리 센브란스(틴탑 리키 분)까지. 이들은 어떤 시대적 소명으로 이국만리 조선을 찾았을까. 조선 최초의 서양 의사 1호이자, 근대 의료 및 근대 교육을 창시했던 이들의 행적을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쇄국의 땅 조선에 상륙한 청년 선교사들의 좌충우돌 조선 도전기를 그린 작품 뮤지컬 콘서트 ‘더 미션:K’이다. 장소영 총괄프로듀서 겸 음악감독은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알렌, 언더우드, 에비슨, 세브란스라는 실존 인물들의 숭고한 정신은 딱딱한 역사로 풀기 보다는, 누구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콘서트 형식으로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시로선 오지라 할 수 있는, 지구 끝 작은 나라 조선에 도대체 이들은 어떤 소명을 갖고 왔는지, 그 자체가 놀랍다는 그는 “20대 초반에 조선땅을 밟은 이들에게서 당시 아이돌을 상상해 봤다”며 이들을 지금 시대로 소환하고 뮤지컬 콘서트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 총괄프로듀서는 “K의료와 교육의 뿌리가 된 이들의 미션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음악으로 전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콘서트 ‘더 미션:K’는 조선에 도착한 4명의 청년이 의료와 교육의 기틀을 다져온 여정을 토크쇼 형식과 K-POP 퍼포먼스로 풀어냈다. 단순한 공연을 넘어 깊은 울림과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는 제작진과 출연진의 바람이다. 오늘날 방역시스템을 구축한 에비슨 역의 배우 김동준은 “한 명의 환자를 치료할 것이 아니라 천명의 환자를 고칠 수 있는 조서의 의사가 필요하다”는 극 중 대사를 전하며 이분들의 희생을 알리고자 작품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더 미션:K’ 극본은 예능·라디오·뮤지컬 작가로 창작 영역을 확장해 온 김은혜 작가가 집필했고, 연출은 안정적인 흥행과 완성도를 입증해 온 안진성 연출이 맡았다. 주연 배우 외에도 30여 명의 앙상블과 15명의 아역 배우, 30여 명 규모의 오케스트라가 함께해 완성도를 높였다. 한편 뮤지컬 콘서트 ‘더 미션:K’는 30일부터 2월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