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과학, ‘천문학’을 들여다보다”… ‘우리는 별에서 시작되었다’ 外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머리 위 별들을 나침반으로 길라잡이 삼아왔다. 밤하늘을 품은 우주는 태초의 기원이자, 오래된 미지의 영역이기도 하다. 국내 우주항공의 시대를 기념하는 국가기념일인 제1회 ‘우주항공의 날’(27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과학 ‘천문학’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장르의 책을 소개한다. ■ 우리는 별에서 시작되었다 11월의 어느 밤, 이제 막 연인이 된 두 사람은 연극을 관람하고 돌아가는 길목에 아쉬운 마음을 담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수십억 년의 세월이 쌓여 만들어진 그곳에서 이들의 머리 위로 아름다운 유성이 지나가고 둘은 조용히 소원을 빈다. 마침내 그 소원이 이뤄졌을 때, 남자는 당시는 회상하며 ‘그 밤, 내 인생이 바꼈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별에서 시작되었다’의 서문 속 이야기이자 저자인 로베르토 트로타 본인의 러브 스토리다. 우주론학의 세계 권위자이자 이론물리학 교수인 저자가 펴낸 책은 천문학자가 들려주는 한 편의 시와 같다. ‘별이 없었다면 인류는 어떤 존재였을까?’라는 과학자의 의문에서 시작된 책은 철학, 수학, 천문학, 우주 탐사, AI까지 아우르며 별에서 출발한 인류 문명의 궤적을 따라간다. 동시에 지구와는 정반대의 ‘칼리고’라는 별이 보이지 않는 대체 지구를 문학 가설로 탄생시켜 SF 소설과 같은 몰입감을 전한다. 책은 ‘시인처럼 글을 쓰는 천문학자의 매력적인 인류 역사’(월스트리트저널), ‘황홀한 글’(네이처)이라는 평을 받으며,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스미스소니언’의 ‘2023 최고의 과학책’으로 꼽혔다. ■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태양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의 저자 지웅배 박사는 다소 엉뚱해 보이고 어린아이처럼 느껴지는 이러한 지적 호기심이 천문학을 발전시키는 훌륭한 질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천문학 역사의 중요한 이론들은 ‘왜 저 별은 그렇게 움직일까?’, ‘지구는 정말 중심일까?’와 같은 사소하지만 거대한 의심과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책은 우리가 놓치기 쉽지만, 중요한 질문들을 다루며 거대하고 광활한 우주의 이야기를 평범한 ‘지구인’들에게 흥미롭고 친절하게 안내한다. “초록색 별은 왜 없지?”라는 질문 하나에서 우리가 빛을 인식하는 방식, 별의 온도와 스펙트럼까지 파고들며 “외계인은 정말 없는 걸까?”라는 의문에서는 우주 생명체 탐사의 현재와 과학적 증거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든다. 우주는 왜 깜깜하며, 우주의 끝은 어디이고, 블랙홀은 얼마나 뜨겁고 무거울 수 있는지에 대한 저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철학의 문까지 이른다. 저자는 ‘1.4kg의 우주’라는 별명을 가진 인간의 뇌 신경이 우주와 어떤 유사성을 지니는지 살피며 우주와 인간의 연결고리는 두텁다고 말해준다.

문예지 ‘백조’ 2025년 상반기호 발간, 전통 계승하며 오늘의 문단 말한다

노작홍사용문학관(관장 손택수)은 통권 제20호를 맞이한 문예지 ‘백조’의 2025년 상반기호를 발간했다고 21일 밝혔다. ‘백조’는 지난 2020년 창간 100여 년 만에 제4호로 복간된 이후,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의 세련된 문예지로 거듭나고 있다. 문학관에 따르면 20호부터는 ‘백조’의 표지를 전통과 현대의 미를 아우르는 디자인으로 갈아입었다. 지역문화에 기여한다는 기존의 방향성을 유지하되, 보다 폭넓은 필진을 섭외해 다양성을 확보했다. 상반기호의 표제는 기획란 ‘작가 아카이브’의 첫 연재이기도 한 ‘아카이브 윤석산(尹錫山)’이다. 지역의 원로 문인들을 조명하고, 장기적으로는 구술 채록을 통해 문학사적 축적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초대 작가는 1970년대에 등단해 50여 년의 시력을 이어오고 있는 윤석산 시인이다. 60여년 가까이 작품활동에 매진 중인 현대시문학사의 산증인이자 동학자로서 천도교 교령을 지냈다. 인터뷰 진행은 이정은 시민문화활동가가, 윤석산 시인론은 홍박승진 국문학자가 맡았다. 특집 지면에는 노작홍사용창작단막극제의 최근 3개년 희곡상 수상작을 집중 조명한다. 황정은, 김나영, 김택수 극작가의 작품과 김기란 연극평론가의 작품론을 게재한다. 시 창작란에는 총 15인의 시인이 각각 신작시 2편과 근작시 1편으로 참여했다. 필진은 김바다, 김사인, 김승희, 김이듬, 동명 차창룡, 박균수, 박순원, 박은정, 배수연, 김지민, 안도현, 이기현, 전형철, 정다연, 함명춘 등으로, 명실상부 세대별 우리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신작이 실렸다. 소설 창작란에는 박현옥 소설가의 신작 ‘말하는 사람’, 이지 소설가의 신작 ‘쓸쓸함과 앙금과’를 소개한다. 손택수 노작홍사용문학관장은 “통권 제20호를 맞아 새로이 단장한 문예지 ‘백조’의 행보에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실패에서 배우는 소방조직 최초의 ‘징비록’ [신간소개]

양주소방서가 전국 최초로 소방조직의 실패 사례를 모은 ‘소방 징비록’을 발간했다. 양주소방서가 선도적으로 추진해 발간한 소방 징비록은 그동안 소방활동 과정에서 감추고 싶었던 현장과 행정의 생생한 실패와 시행착오 사례를 정직하게 담아내고, 이를 조직의 발전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양주소방서는 사례집에서 행정분야 57건, 재난대응분야 65건 등 122건의 사례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시행착오 사례도 부록에 20건을 수록해 실용성을 높였다. 사례집은 ‘누가 실패했는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실패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실패 자체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고자 했다. 사례집에는 각 부서의 다양한 시행착오가 담겨 있다. 인사분야에선 특정 인력의 부적정 배치로 조직 내 갈등이 유발된 사례가, 예산분야에서는 낙찰 차액을 예산에 반영하지 않아 연간 사업이 무산된 사례 등이 소개됐다. 재난현장 사례도 생생하다. 구조현장에서 지휘자의 판단 지연으로 작업이 장시간 지체된 사례, 구급분야에서는 응급환자 이송 중 산소통 부족으로 현장대응이 어려웠던 사례가 기록됐다. 예방분야에서는 감지기 설치 기준 오해로 시공업체와 갈등을 빚은 사례 등 현장에서 빈번히 발생할 수 있는 실수들을 짚었다. 권선욱 서장은 “실패를 숨기지 않고 복기하는 조직이 결국 가장 빠르게 성장한다”며 “이번 사례집이 소방조직의 ‘징비록’이 되어 실패를 공유하고 학습하는 새로운 문화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두 불평등 전문가의 만남…‘기울어진 평등’ [신간소개]

지난해 5월 세계적인 사상가 토마 피케티와 마이클 샌델이 파리경제대학에서 만나 토론을 펼쳤다. 각각 프랑스와 미국을 대표하는 지식인이자 대중 사상가인 두 사람은 만남 자체로 눈길을 모았고, ‘평등과 불평등, 진보’를 키워드로 목소리를 냈다. 평등의 가치는 무엇인지, 불평등이 왜 문제인지, 우리를 둘러싼 각종 격차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다. 이 토론이 올해 한 권의 책 ‘기울어진 평등: 부와 권력은 왜 불평등을 허락하는가’로 출간됐다. 샌델과 피케티는 불평등의 세 가지 측면인 경제적 불평등, 정치적 불평등, 사회적 불평등을 다각도로 조명하면서 지금 우리를 둘러싼 세계화와 능력주의, 불평등한 기본재 접근권, 기울어진 정치 참여, 사라진 노동의 존엄성 등 다양한 문제를 심도 있게 파헤친다. 책에서 이들은 지금 시대에서 ‘노동의 존엄성’은 인정받기 힘들며, 우리 사회를 지탱해왔던 연대의 개념은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의 여러 계층이 섞이는 기관들은 갈수록 감소하고, 부자들과 가난한 이들이 평소 살아가면서 마주칠 일도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경제적 격차와 정치적 격차보다도 사회적 격차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한다. 두 사람은 이 같은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교육과 의료를 포함한 기본재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투자, 더 높은 누진 과세 체제, 부유층의 정치력 통제, 기업에서의 노조 역할 확대, 대입과 선거에서 추첨제 활용 등 여러 가지 대안도 제시했다. 책은 불평등이 왜 문제인지를 통해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식물의 언어로 읽어나가는 세상…'숲을 읽는 사람'·'나무들의 비밀스러운 생활'

자연과 사랑에 빠져 식물의 언어로 세상을 읽는 이들이 있다. 사라져가는 초목을 수호하는 식물분류학자, 숲의 생태계를 관리하는 산림감독원이 나무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과학적 통찰을 풀어냈다. 인간과 닮은 면모가 많은 ‘나무’의 탄생부터 의사소통 방식, 생존전략 등 나무의 숨겨진 이야기와 함께 자연 보호에 대한 진심어린 목소리를 정교하게 담았다. 식물과 사람이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를 담은 책을 모아봤다. ■ 나무들의 비밀스러운 생활 ‘나무들의 비밀스러운 생활’은 어린 시절 자연과 깊은 교감을 한 주인공 ‘페터’가 명성있는 산림감독원이 돼 동식물과 숲을 만나며 품게 된 사색과 통찰을 내레이션 형식으로 전달하는 한 편의 그래픽 소설이다. 책은 페터의 시선에 따라 숲과 나무, 그 안에 살아 숨쉬는 다양한 생명체들의 놀라운 이야기를 담았다. 책은 지난 2015년 독일에서 출간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뒤 ‘그래픽 노블(그림 소설)’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오랜 시간 숲과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탐구해 온 작가이자 각본가인 프레드 베르나르와 그림 작가 벤자민 플라오는 원작자 페터 볼레벤이 펼쳐낸 아름답고 섬세한 언어들을 다채로운 색감의 글과 그림으로 되살려냈다. 이에 책장을 넘길 때마다 페터가 숲 바닥에 앉아 한 줌의 흙을 쥐어 보고, 지구의 수많은 생명체에 관해 사색하거나, 숲길에서 마주친 나무를 세심히 관찰하는 장면 등을 만나게 된다. 땅속 생명체, 나무의 복잡하고 정교한 구조와 기능에 대한 풍부한 과학적 지식도 습득할 수 있다. 책은 자연 보호에 대한 깊은 메시지도 전한다. “인간이 잘 손질한 숲은 결국 반은 죽은 숲”이라고 말하는 페터는 동물과 마찬가지로 나무도 불필요한 고통을 받지 않도록 대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구의 탄생부터 인간이 숲을 이용해 온 기나긴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이 책은 인간이 나무와 숲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관한 진중한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 숲을 읽는 사람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일하고 있는 허태임 식물분류학자가 산문집 ‘숲을 읽는 사람’을 출간했다. 책은 저자가 일하는 풍경과 그 과정에서 마주친 식물들에 대해 들려준다. 저자의 일터는 곰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고, 진드기에 물리거나 해가 져서 깜깜해질지 모르는 인적 드문 산속이다. 저자는 식물에 대한 애정을 품고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길이 없는 곳에서 길을 만들어간다. 해발고도 1천300m 이상에서만 피는 ‘바람꽃’을 보기 위해 산 정상을 오르고, ‘노랑팽나무’를 찾기 위해 59번 국도를 따라 이곳저곳을 누빈다. 울릉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너도밤나무’를 기록하기 위해 울릉도 태하령의 너도밤나무숲을 탐사하기도 한다. 특히 책에는 산속에서 채집한 식물들의 목소리가 담겨 읽는 재미가 있다. 화려한 장미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있는 그대로의 수수한 모습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찔레꽃’,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씨앗에 독성 물질을 심어놓는 ‘귀룽나무’와 씨앗에 날개를 달아 훨훨 날게 하는 ‘박주가리’, 다른 존재와 공생하는 ‘겨우살이’의 이야기가 조곤조곤 이어진다. 이 같은 식물의 이야기는 저자의 다정한 경험과 맞닿아 더욱 확장된다. 어린 시절 식물을 향한 사랑을 처음 일깨워준 할머니, 올괴불나무꽃 향기에 여전히 소녀처럼 기뻐하는 엄마, 호야 화분을 선물로 건넨 두봉 주교, 비무장지대를 나란히 누비며 우정을 나눈 다큐멘터리 감독과의 기억이 식물 이야기와 화음을 이루며 깊은 울림을 전한다.

“내 멋대로 즐기는 클래식”…‘당신의 저녁에 클래식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신간소개]

매일 밤 유튜브의 세계에서 조성진과 임윤찬의 연주를 찾아 헤매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클래식 애호가’다. ‘당신의 저녁에 클래식이 있다면 좋겠습니다’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아리아나 워소팬 라우흐는 클래식의 ‘클’자도 모르는 것 같고, 클래식에 대해 무지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 숨겨진 ‘덕후’들에게 “클래식엔 아무런 ‘자격’이 필요 없다”며 “오늘 밤 그저 이 음악을 즐기면 된다”고 말한다. 철저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며 누구보다 클래식의 세계에 깊이 몸담았던 저자는 이제는 한 발짝 물러서 신랄하면서도 재치 있게 담장 높아 보이던 그곳의 이면을 알려준다. 권위의식과 엘리트주의 세상에 서 있던 저자 특유의 유머는 “클래식 별거 아니야”라고 속삭인다. 그 속엔 누구보다 클래식을 사랑하고, 클래식의 세상을 알려주고 싶은 저자의 애정이 담겨있다. 안내자는 따뜻하면서도 친절하게 독자를 이끈다. 1천년이 넘는 클래식의 역사를 짚어주고, 50여개의 그림 자료와 200여개의 각주를 통해 시대별, 작곡가별, 형식별 필수적인 지식을 알려준다. 여기에 저자가 엄선한 20여개의 플레이리스트에 담긴 200여곡의 추천곡은 큐알코드로 담겨 클래식 문 앞까지 독자를 안내한다. 클래식 세계의 뒷이야기는 ‘덤’이다. ‘론도형식의 곡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으니, 화장실을 미리 다녀오라’는 저자 특유의 농담부터 ‘작곡가의 9번 교향곡은 그 사람의 인생 마지막 교향곡이 된다’는 클래식계의 미신까지 흥미 가득한 에피소드는 독자를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오늘도 그냥 서점 합니다” 친근한 책방, 블랙버드북숍

인생의 큰 전환점에 가장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시작한 블랙버드북숍의 권성미 대표. 책과 사람이 좋아 시작한 이 서점은 권씨 본인에게, 그리고 이웃들에게 숨통이 트이는 공간이 되고 있다. ‘잘 시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검은 새’ 인생을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날도 있다. 업계에서 인정받으며 15년 차 헤드헌터로 일하던 권성미씨는 어느 날 불현듯 암 선고를 받고 하루아침에 암 환자가 됐다. 선항암치료, 수술, 후항암치료, 방사선, 재활치료까지 어렵고 지난한 시기를 보내며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했다. 그때 떠오른 것이 ‘책’이었다. “늘 무의식 중에 책과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아주 단순하게 시작한 편이에요. 오픈 초기에 선별한 책과 의자 몇 개 두고 독서모임을 시작했던 게 생각납니다. 여전히 암 생존자로서 때마다 추적 관찰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책방을 통해 만난 좋은 이웃들 덕에 이렇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서점 이름에 영감을 준 비틀스의 노래 ‘Blackbird’는 평소 권씨가 좋아하던 노래다. 부러진 양 날개를 파닥이며 날갯짓하는 검은 새와 그런 검은 새를 응원하는 내용의 노래 가사는 권씨가 브랜딩하고 싶은 서점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졌다. 권씨는 스스로를 “잘 시작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책방을 열 때도, 책방에서 어떤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기획할 때도 일단 시작하고 본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 남양주 다산동을 고를 때도 그랬다. “다산동으로 통합하기 전 ‘가운동’일 때 우연히 이곳에 들렀어요. 이 동네만이 갖고 있던 자연 친화적인 한가로움과 안온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서점이 하나도 없는 곳, 저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조건에도 잘 맞았고요.” “오늘도 그냥 서점 합니다.” 블랙버드북숍을 열고 보니 서점이 들어선 상가 자체의 유동 인구가 적고 활성화된 곳도 아니었다. 어떻게든 이곳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은 열정 하나로 책방을 꾸려 나갔다. 하나둘 생겨난 단골손님들이 만나고 싶다는 작가들을 섭외하면 그 작가를 언급한 손님을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저는 늘 누군가와 함께 일한다는 느낌을 좋아하는데 마치 모객도 책방 손님과 함께하는 기분이어서 힘든 줄도 모르더라고요." 한편 블랙버드숍은 올해부터 한 달에 한 번, 일요일 오후 5시에 '일요일에 여는 인생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3월엔 '저, 청소일하는데요'의 저자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김가지님, 4월엔 유튜브크리에이터로서 안내견과 단둘이 여행에 도전하는 시각장애인 양주혜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5월, 6월에도 훌륭한 MZ 선생님들이 대기하고 계십니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돌아가도 책과 사람간의 소통은 사라지지 않을 거란 믿음, 그 생각이 지금의 '블랙버드북숍'을 있게 한 버팀목이라고 말하는 권씨는 "서점을 찾는 이웃들이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블랙버드북숍이 있어 참 좋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오늘도 그냥 서점합니다."

생활용어로 세무사가 쉽게 알려주는 ‘절세 방법’ [신간소개]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속세·증여세’에 대해 쉽게 풀어낸 책이 나왔다. 책은 법률용어를 가능한 배제해 생활용어를 사용했고, 질문과 답변 형식을 취해 절세 방법을 설명했다. 김관균 세무사는 지난 30년간 고객을 만나며 연구한 절세 방법을 담아 ‘생활용어로 아주 쉽게 알려주는 상속세·증여세 절세전략’(티에스세무법인 刊)을 출간했다. ‘상속세·증여세’는 생활과 밀접한 세법으로 관심이 높지만, 많은 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알아가야 할지 막막하게 느낀다. 저자 역시 지난 1995년부터 세무사 사무실을 운영하며 이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고객을 만나왔다. 저자는 세법이 법률이기에 한 글자, 한 단어로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어 잘못된 전달을 방지하기 위해 법률용어로 상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절세’는 세무사가 연구해 고객에게 쉽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저자는 지난 30년간 세법을 쉽게 풀어 전달했고, 이 같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책을 펴냈다. 책은 지난 2023년 나온 초판을 개정한 것으로, 올해 개정된 상속증여세법을 모두 반영했다. ▲상속재산 분배방법(민법) ▲상속세 절세방법 ▲상속 및 증여 내산의 평가방법 ▲증여세를 절세하는 방법 총 4개 파트로 구성됐다. 세법의 개념부터 생활과 밀접한 실무 위주의 여러 가지 절세방법, 주의할 내용들을 책 한 권에 꾹꾹 눌러 담았다. 특히 초판보다 질문을 많이 추가해 총 121개의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구성했다. ‘결혼하는 자녀의 신혼집 마련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등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질문을 단순하게 던지면서도 ‘신혼집 마련’을 절세하며 도와줄 수 있는 5가지 방법을 구체적으로 풀어냈다. 또 연관된 내용은 질문의 번호를 적어 상속세·증여세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도왔다. 아울러 저자가 오랜기간 세무사로 근무하며 쌓은 생생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동시에 사례를 포함해 세법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저자는 “세법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으면 필요한 부분을 물어보기 쉽고 이해하기에도 수월하다”며 “독자들이 재미있는 소설책처럼 가까운 곳에 두고 읽으며 상속세·증여세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린이와 어른이를 위한 ‘펀치’ 한 방…‘네 꿈을 응원해, 권투 장갑!’ 外 [신간소개]

5월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축하받는 달이다. 이달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꿈을 응원한다’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부터 묵묵한 실천으로 세상을 따스하게 만든 ‘어른 김장하’의 이야기까지 각 세대를 위한 값진 선물이 될 책 세 권을 소개한다. ■ 네 꿈을 응원해, 권투 장갑! “제 이야기도 그림책으로 만들어 주세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는 작가가 강연장에서 만난 한 어린이의 요청에서 탄생했다. ‘네 꿈을 응원해, 권투 장갑!’은 작가가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바라보며 ‘모두 다르고, 모두 특별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의 신작이다. 장갑 초등학교엔 추리왕 가죽장갑, 야무진 고무장갑, 겁쟁이 비닐장갑 등 각기 다른 개성과 재능, 쓰임새를 지닌 장갑 어린이들이 있다. 만들기 숙제 발표 날, 목장갑이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아이들은 우연히 미래에 도착한다. 제빵사가 된 주방 장갑 등 어른이 된 친구들은 대부분 꿈을 이뤘지만 어쩐지 권투 장갑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권투 장갑은 모두가 예상한 대로 복싱 세계 챔피언이 됐을까. 유 작가는 앞서 달리기 경주에서 승리와 좌절을 맛본 거북이와 토끼 이야기를 다룬 초등학교 필독서 ‘슈퍼거북’과 ‘슈퍼토끼’가 지난해 가족 뮤지컬로도 탄생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번 책에서 작가는 말수가 적고 무뚝뚝하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권투 장갑을 통해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꿈을 응원한다”고 말한다. ■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 성적이 생각만큼 잘 오르지 않고, 친구 관계는 어렵고, 미래는 불투명한 청소년은 인생에서 긴 터널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존재다. 도서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은 ‘나’라는 존재와 타인, 공부와 성적, 꿈과 진로 등 고민을 겪는 청소년을 위해 불안한 마음을 다잡을 어른들의 다정한 위로와 같다. 김종원 작가는 ‘66일 인문학 대화법’, ‘부모의 말’ 등 지난 20년간 다양한 자녀교육서 및 인문도서를 출간, 누적 판매량 100만부를 돌파한 작가로 다양한 강연에서 부모들의 멘토로 자리매김해왔다. 작가가 처음으로 청소년을 위해 펼쳐낸 이번 에세이에는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삶의 모양이 달라질 청소년을 위해 매일 한 마디의 용기를 불어 넣는다. ‘자존감·관계·꿈·가치관·지성’의 5가지 키워드를 주제로 철학자들의 명언 70가지가 이어지고, 이에 대한 설명과 하루 5분 필사를 이어가다보면 어느새 단단해지는 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어른 김장하 각본 김장하 선생은 등산에 나설 때면 그저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걸으면 된다고 말한다. 짤막한 표현에는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담겨있다. 날 선 공격과 말이 난무하는 시대에 그저 묵묵히, 겸손과 평범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선생이 우리 사회 ‘진정한 어른’으로 재조명되는 이유다. 대학은커녕 중학교도 간신히 졸업한 선생은 가난한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낮에는 약을 썰고, 밤에는 공부한 그는 만 18세인 1962년 전국 최연소로 한약업사 시험에 합격했다. 한약방을 운영하며 버는 돈을 그는 지역사회에 환원했다. 1천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며 아이들을 어른으로 길러냈다. ‘김장하 장학생’ 중 한 명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다.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7년 넘게 꾸준히 김 선생 주변 사람을 만나 취재했고, 선생을 다룬 책 ‘줬으면 그만이지’를 출판했다. 동시에 MBC경남의 김현지 PD와 협업한 ‘어른 김장하’ 다큐멘터리는 최근 재개봉했다. 각본집에는 60년의 나눔 인생을 살아온 그의 삶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기며 여운을 더한다.

디지털 시대에 문학의 본질 조명…‘문학의 쓸모’ [신간소개]

프랑스 한림원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앙투안 콩파뇽의 신간 ‘문학의 쓸모’(뮤진트리 刊)가 인공지능(AI)이 글을 쓰는 디지털 시대에, 여전히 문학이 왜 필요한지 설득력 있게 풀어낸 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줄고, 비생산적이라는 오명 속에서 문학은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책을 통해 저자는 이런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회의와 냉소를 정면으로 받아내며 문학의 쓸모를 감조한다. ‘문학이 사회적·문화적 자산이자, 궁극적으로는 경제적 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정치인의 연설, 기업의 브랜드 스토리, 의사의 병력 청취 등 사회 각 분야에서 확인된다. 저자는 특히 의학계에서 주목받는 ‘서사 의학(Narrative Medicine)’을 예시로 들어 문학이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가운데 저자는 문학이 각광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시간’에 있다고 말한다. 독서와 글쓰기가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활동인 만큼, 속도와 효율성이 핵심 요소로 자리잡은 현대 사회에서는 문학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느린 속성 자체에 문학의 본질이 있다고 본다. 바로 그 점이 문학을 특별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느리게 읽고 깊이 사유하는 능력은 AI 시대에도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역량이라고 강조한다. 문학의 가치가 빛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동시대 모든 분야가 문학적 소양을 중요시하는 게 확실하니, 학교와 사회는 ‘문학’을 더이상 문학 학부라는 울타리 안에 가두지 말고 모든 교과 과정의 필수과목으로 재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을 예찬하는 많은 서적들이 있지만, 이 책이 의의를 획득하는 지점도 이를 통해 도출된다. 이를 두고 출판사 관계자는 “저자는 결국 ‘문학이 돈이 되는가’, ‘교육 시스템과 사회에서 문학 분야는 왜 뒤처지는가’, ‘절대적으로 시간을 써야만 하는 문학에 생산성 개선의 여지가 있는가’ 등의 관점에서 문학의 쓸모를 되짚어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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