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왜적이 항복! 이것은 내게는 기쁜 소식이라기보다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일이었다….’(백범일지 중)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김구가 당시 일본의 항복 소식을 듣자 오히려 탄식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OSS와 함께 요원을 훈련하고 국내 주요 지점에 침투하기로 했던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말기 일본의 패망을 앞당기고자 노력한 한국광복군의 일침투훈련 관련 사료가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일부 공개됐다. 국사편찬위원회(이하 위원회)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이 보유한 OSS와의 연합작전을 포함한 광복군의 대일 침투훈련 관련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광복군의 훈련 모습 사진 등을 확보했다고 16일 밝혔다. 1940년 창설된 광복군은 연합군의 일원으로 대일전쟁에 참전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했다. 미국 정부 역시 한반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한인독립운동세력의 참전 가능성에 주목했다. 광복군과 OSS의 공동 작전에 관한 논의는 1944년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돼 1945년 봄과 여름에 걸쳐 한국인 요원들에게 사격과 무선교신 등에 대한 훈련이 진행됐다. 이들 요원 중 일부는 일본의 항복 직후 서울에 파견되기도 했다. 독수리 작전(Eagle Project), 냅코 작전(Napko Project) 등으로 추진된 이들 작전은 대한민국임시정부와 한국광복군의 지도부가 일본에 맞서 끊임없이 싸웠고 연합국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분투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위원회가 확인한 자료 중에는 무엇보다 광복군의 훈련 관련 자료가 눈에 띈다. 당시 훈련 모습을 담은 사진엔 광복군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고 구체적인 개인별 평가 내용, 훈련병에게 지급된 수당 명세서 등 훈련의 과정과 결과를 구체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가 확인됐다. 또 군수공장에서 일하는 한국인의 저항을 독려하기 위해 제작된 ‘삐라’, 한국인들의 독립 의지를 증언한 일본군 포로 심문 보고서 등도 눈길을 끈다. 위원회는 자료의 규모를 약 18만 장 정도로 파악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이들 자료를 전면 수집해 공개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위원회 관계자는 “이들 자료는 국편이 미국 현지에 파견한 전문연구인력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수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거둔 성과”라며 “국편은 미국과 일본 등으로 매년 전문연구인력을 파견해 한국사 관련 자료를 조사·수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후덥지근한 더위는 밤낮 없이 가실 줄 모른다. 국내든 외국이든, 혹은 나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휴가를 보낼 이라면 서늘한 공포와 반전으로 뒷목을 오싹하게 만들 소설 한 권은 어떨까. 여름을 더욱 즐겁게 할 한·중·일 인기 작가들의 추리 스릴러 작품이 눈길을 끌고 있다. ■ 매듭의 끝(정해연 지음, 현대문학 刊) 뒤틀린 욕망은 사람을 어디까지 추락시킬 수 있는가. 친구, 연인, 가족 등 가장 내밀하고 가까운 관계는 어느 날 날카로운 칼날이 돼 파고든다. 소설 ‘매듭의 끝’은 말끔한 겉모습 속에 감춰진 인간의 욕망을 파헤치며 ‘반전의 여왕’이란 수식어를 자랑하는 정해연 작가가 한국 추리·스릴러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홍학의 자리’ 이후 다시 한번 팬들을 즐겁게 할 작품이다. 그의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관계는 ‘어머니와 아들’이다. 작가는 “극한까지 처절한 모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며 뒤틀린 ‘모성(母性)’이란 욕망을 해부한다. “엄마, 사람을 죽였어”. 인생의 목표라곤 오로지 회사와 아들의 성공뿐인 엄마 박희숙은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 수 없다’고 다짐한다. 사건을 담당한 이인우 형사는 박희숙-최진하 모자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헤칠수록 유년 시절 잔상이 떠올라 괴롭다. 그가 벗어날 수 없는 장면은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와 자신이 어머니를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품은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 수 없는 한 여성과, 아버지를 죽인 범인으로 어머니를 의심하는 각기 다른 두 모자의 이야기를 숨 가쁘게 교차한다. ‘모성’이란 욕망이 은폐한 사실, 잘못 꼬인 매듭이 풀린 후에 남겨진 것은 무엇일까. ■ 장미와 나이프(히가시노 게이고, 반타 刊) 히가시노 게이고의 마니아, 추리소설 ‘덕후’라면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소설 ‘장미와 나이프’는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 미스테리한 장르 소설의 대가로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추리 세계의 정수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누적 판매 1억 부 돌파, 데뷔 40주년 기념으로 복간한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사건의 구조와 인물의 심리, 반전의 쾌감을 어떻게 꾸려 나가는지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는 고풍스러운 작품이다. 소설은 정재계 VIP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회원제 조사기관 ‘탐정 클럽’과 고상함으로 포장된 ‘사회 부유층’ 의뢰인 사이에서 각자의 잇속과 이해관계에 담긴 추악한 가면 아래 민낯을 파헤친다. 작품은 대형 마트 사장의 죽음을 반드시 자살로 위장해야만 하는 이들과 탐정 클럽 간의 치열한 두뇌 게임 ‘위장의 밤’ 등 다섯 편의 이야기로 이뤄졌다. 일상 속 균열과 틈을 향한 몰입은 더위를 잊게 만든다. ■ 고독한 용의자 작품은 정통 범죄 추리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회고발문에 가깝다. 타인의 표정을 궁금해하지 않는 차가운 잿빛의 도시는 어쩐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그 도시는 ‘누구나 어느 정도의 정신병을 안고 있는’ 홍콩이다. 구닥다리 아파트인 맨션에서 41세 남성 ‘셰바이천’이 방 안에서 숯을 피워 자살한 채로 발견된다. 무심코 열어본 옷장에선 25개의 유리병이 나타나고 그 속엔 보존액에 담긴 시신이 들어있다. 인간의 팔다리와 장기, 괴로워하며 얼굴을 감싼 사람들. 강력반 형사 ‘쉬유이’ 경위는 온종일 방에 틀어박혀 게임을 해온 은둔형 외톨이 셰바이천을 범인으로 단정하지만, ‘바이천은 20년간 한 번도 방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는 뜻밖의 증언을 들으며 미궁에 빠진다. 작품은 ‘중화권 추리소설의 출발점’으로 불리며 전 세계의 사랑을 받은 작가 찬호께이의 ‘13·67’, ‘망내인’ 이후 3년 만의 신작이다. 작가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리얼리즘을 표방한 범죄 추리소설로 코로나 이후 시대 홍콩 사회를 배경으로 했다. 사회현상의 반영 속에 독자에게 만족스러운 선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천천히 늙어가는 법’에 귀가 솔깃하지 않은 이는 없을테다. 그야말로 ‘저속노화’ 열풍이다. 지난해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저속노화식단 레시피, 저속노화 식사법, 저속노화 삶 등의 영상이 공유되기 시작하며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나이드는 방법을 일상에서 실현하려는 이들이 많다. 천천히 나이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건강 관련 신간들이 눈길을 끈다. ■저속노화 마인드셋(정희원 지음, 웨일북 刊) 저속노화의 열풍엔 정희원 전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중심에 있다. 그는 2023년 1월에 출간한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더퀘스트)에서 ‘저속노화’라는 개념을 처음 소개했다. 정 교수는 신체적인 노화방지를 넘어 천천히 나이 들어가는 삶의 태도를 제시한다. 그는 이번에 출간한 ‘저속노화 마인드셋’에서 ‘마음의 속도’에 주목한다. 그는 가속 사회에서 시급한 건 더 많은 실천법이 아니라고 한다. 건강 실천에 매번 실패하는 이유는 몸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고, 그러니 먼저 마음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말한다. 속도를 늦춘다는 것은 내 몸의 주도권을, 나아가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선언이다. 지치지 않고 살아가는 힘부터 회복하게 하는 마인드셋이 우선인 셈이다. 저속노화 전문가이자 번아웃을 통해 가속노화를 뼈아프게 경험한 저자의 시선은 단순한 의학적 조언을 넘어, 현실의 피로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천천히 회복할 수 있도록 진심 어린 조언들을 전한다. 바쁠 수밖에 없는 사회를 살면서, 숨 가쁠 수밖에 없는 삶 속에서 내 몸의 주도권을 되찾고 무너진 삶을 회복하는 방법이 눈길을 끈다.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호르몬이 만든다(안철우 지음, 피카 라이프 刊) 20~30대처럼 보이는 50대가 있는가 하면, 40~50대처럼 보이는 30대가 있다. 시술을 받거나 꾸준히 관리하고 꾸며서 어려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동안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국내 당뇨병 호르몬 분야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은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그 차이를 ‘호르몬’에서 찾았다. 호르몬은 인체가 스스로 분비하는 일종의 화학물질로, 몸속에 있는 수많은 장기들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신호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면역력을 높이고,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에 걸리지 않게 하며, 지방을 없애고 근육량을 늘려서 젊고 건강한 몸을 만들고, 우울증과 치매를 예방하는 일까지, 이 모든 것을 호르몬이 한다는 것.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호르몬이 만든다’는 지난 2017년 출간된 후 8년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책이 절판되면서 지난 8년간 건강 서적으론 드물게 10배가 넘는 가격에 중고 거래가 되기도 했고 독자들의 출간 요청이 꾸준히 이어졌다. 호르몬의 개념과 그 실체부터 저속노화를 위한 4대 호르몬, 호르몬 기능을 되살리는 저속노화 프로그램, 옥시토신 관리 등 저속노화를 위한 호르몬의 활용법이 상세하게 제기됐다.
대통령 선거를 치른 지 약 1개월 남짓, 대통령에 대한 책이 나왔다. ‘대통령이 말하다’는 누가 대통령이 돼야 할 지를 말하지 않는다. 어떤 대통령이 돼야 할 지를 묻는다. 지난 2024년 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다. 그해 12월14일 국회의원들은 탄핵소추를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다. 헌법재판관들은 탄핵 심판을 시작했다. 2025년 4월4일 헌법재판관 8명 전원 일치로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했다. 2025년 6월3일 국민은 이재명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숨 가쁜 정치 과정을 거치며 대통령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과연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 돼야 할까. 대통령 자서전이나 평전을 쓴 작가에게 강연을 듣고, 책으로 엮어서 펴냈다. 유시민 작가가 노무현 대통령을,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박정희 대통령을, 유시춘 EBS 이사장이 김대중 대통령을, 오인환 전 공보처 장관이 김영삼 대통령을 강연했다. 강연 참가자들에게 대통령 설문조사를 했다.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 소장이 설문조사 결과와 대통령 문헌연구 결과를 강연했다. 대통령은 국민통합의 구심점이다. 국론을 하나로 모아야만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하지만 포항석유개발과 같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한다. 더 잘하기 위해, 더 빨리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쿠데타나 친위쿠데타는 더 이상 안 된다. 국민은 쿠데타를 용납하지 않는다. 한국레저경영연구소가 기획하고 도서출판 혜윰터가 출판한 ‘대통령을 말하다’가 오는 18일 출간한다. 출간과 함께 유시춘 이사장이 출간 기념 북콘서트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바탕으로 노무현,박정희,김영삼 대통령을 조명하는 강연이다. 유시민 작가, 조갑제 대표, 오인환 전 장관 등의 저자도 북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다.
“50년 전 아버지는 남북 평화의 시대를 내다보며 철원의 유산 속에 근면함과 성실함이라는 메시지를 남기셨습니다. 또 DJ 선생님을 10년간 모시며 이루 말할 수 없는 평화와 화해, 용서와 통합 정신의 가르침을 배웠습니다. 두 분의 유산에 땀으로 일궈낸 포도를 와인으로 빚으며 ‘평화’라는 시대의 염원이 잘 숙성되길 희망합니다.” 학군사관후보생(ROTC) 출신으로 1980년 신군부 상황장교였던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면서 ‘옳은 길’에 대한 강한 의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깊이 경험했다. 정치적 성공을 경험하다 돌연 자취를 감춘 그는 민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난 곳이자 태고의 신비를 품은 철원의 비무장지대에서 ‘평화 와인’을 빚는 농부의 삶을 살아간다. 제16대 국회의원으로, 또 장관급인 대한민국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김덕배 전 국회의원(71)의 이야기다. 김대중 정권 탄생에 크게 기여하고 ‘성공한 정치인’으로 살던 그가 최근 도서 ‘DMZ 평화와인’을 펴냈다. “지금 시대에 김대중 선생의 정신을 되새기며 평화를 논할 때라 생각했다”는 그는 최북단 철원 DMZ에서 포도를 재배하며 와인을 빚는 과정 속 민족의 평화와 미래, 시대의 가치 등을 말한다. 철원 비무장지대 월정역 부근 ‘철원사랑농원’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대표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그는 강원도 철원에서 포도와 사과를 생산하며 ‘DMZ 평화와인’을 탄생시켰다. DJ로부터 평화정신을 배웠다면, 그의 아버지는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일러줬다. 저자는 이 유산을 토대로 직접 재배한 포도에 평화 정신의 가치를 담아 와인을 빚어낸다. 아버지가 남기신 땅이자 그가 농사를 짓는 곳은 DMZ 민통선 라인에서 채 1.5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철조망의 상처, 평화의 상징 두루미, 매일 양쪽에서 반복되는 각종 방송과 소음, 눈앞의 양 진영은 그에게 많은 생각을 남겼다. 저서 ‘DMZ 평화와인’엔 ‘성공한 정치인’으로 통했던 저자가 정치를 떠나 철원 DMZ에서 포도를 재배하며 와인을 빚는 이야기, 드라마틱한 인생 이야기, 시대와 평화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책을 통해 동포의 평화에 대한 염원이 잘 숙성돼 진정한 평화의 시대가 열리기를 소망한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책엔 아버지와의 이야기, DJ와의 시간 등을 소회한다. 1장 ‘늦가을 와인의 향기’에선 스무살 저자가 아버지의 특별한 유산을 받고 인생 후반기 60세가 넘어 철원 DMZ 땅에서 포도를 재배하며 와인을 빚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2장은 ROTC 장교로 1공수여단 상황장교로 신군부 주역 이야기를, 3장은 작지만 알차게 성공시킨 개인사업과 저자의 JC(한국청년회의소) 이야기가 옮겨졌다. 4장은 DJ와의 만남과 정치적 여정, 5장은 DJ 퇴임과 국회의원 불출마를 선언하는 저자의 심정, 6장은 저자가 모셨던 DJ 대통령과 김원기 비서실장 등의 이야기가 실렸다. 7장은 저자가 꿈꾸는 미래와 희망이 그려진다. 특히 격변의 대한민국과 저자의 크고 작은 삶의 굴곡이 함께 맞물려 가며 새로운 가치와 이념, 시대 정신이 펼쳐지는 이야기는 마치 대하소설처럼 느껴진다. 독자들과 함께 ‘평화 유산’과 미래를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도 마련한다. 저자는 오는 17일 오후 1시 30분부터 킨텍스 제2전시장 301호에서 ‘DMZ 평화와인’ 출판기념회를 열고 그 뒷이야기를 독자들과 함께할 예정이다.
2023년부터 불어닥친 ‘인공지능(AI)’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AI를 활용한 기술이 날마다 쏟아지는 가운데, AI를 적극 활용한 ‘공생’이 강조되는 반면 일각에서는 AI의 잠재적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한다. 서점가에서도 AI 시대를 겨냥한 책들이 계속해 등장하고 있다. AI 시대 속에서 인간 고유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며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책들을 모아봤다. ■ 생각의 주도권을 디자인하라 “AI 시대가 도래했을 때 질문하지 않는 인간은 결국 AI의 도구가 된다.” 50만 베스트셀러 ‘관점을 디자인하라’로 뜨거운 인기를 얻었던 박용후 작가가 10년만에 신작 ‘생각의 주도권을 디자인하라’를 펴냈다. AI가 인간의 일상 속에 깊숙이 파고든 이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묻는 책이다. ‘빨리 빨리’ 문화 속에서 자기 생각을 훈련할 시간을 잃어버린 한국사회. 저자는 우리가 질문하지 않고 정답을 복사하는 데만 능숙해졌지만, AI 시대에 지켜야 할 마지막 주권은 ‘질문’이라고 단언한다. 질문은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시대에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능력이라는 것이다. 책은 총 5개의 주제로 사고의 회복을 돕는다. ▲정답을 찾는 능력보다 질문력을 먼저 키워야 한다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사고방식을 비추는 거울이다 ▲정보가 넘칠수록 관점을 설계하는 능력이 ‘생각의 틀’을 디자인하는 힘으로 연결된다 ▲당연한 것을 의심할 수 있어야 한다 ▲기계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으로 그 관계를 초월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등이다. 저자는 스마트함과 편리함, 효율 뒤에 숨은 ‘사고의 실종’은 그 어떤 기술적 진보보다 더 위험한 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질문을 설계하는 힘, 생각의 주도권을 디자인하는 능력, 결과를 해석하는 책임을 갖는 ‘사고하는 인간’만이 AI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창밖의 기린 ‘창밖의 기린’은 어린이를 위한 판타지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 소녀 ‘재이’는 AI 에모스가 만든 유토피아 ‘리버뷰’에 가족과 함께 들어가지 못한 채 혼자 남았다. 인류의 15%만이 리버뷰에 들어가지 못한 상황에서 혼자 남은 재이는 텅 빈 집에서 처음으로 외로움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당으로 들어온 기린이 말을 걸어왔다. “내 말 들려?” 그때부터 아주 신기하고도 특별한 만남이 하나둘 찾아온다. 동물과 소통하는 능력 때문에 리버뷰에 들어가지 못하는 재이는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없애고 리버뷰에 들어가려고 하지만, 이내 친구 소라를 만나면서 동물들을 돌보며 혼자 살기를 택한다. 김유경 작가의 ‘창밖의 기린’은 독자의 선택으로 최종 수상작을 결정하는 제2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어린이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인공 지능 시대를 사는 우리가 곧 마주할 미래와 특별한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어린이 심사위원 120명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책은 재이가 혼자 살면서 겪는 외로움과 불안, 다정한 돌봄과 진정한 자유가 긴장감 있는 서사로 흥미롭게 펼쳐진다. 책은 ‘동물과 인간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인공 지능이 언제나 정당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는가?’ 등 AI 시대를 살아갈 어린이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일흔 다섯의 나이에 세계 곳곳을 누비며 또 다른 세상과 삶을 만나고 있는 박태수 수필가가 수필 제3집 ‘저물녘 오솔길’과 여행에세이 2집 ‘신들의 고향 코카서스 세 나라’를 출간했다. ‘저물녘 오솔길’(문비 刊)은 느림의 모놀로그(2020) 새벽의 고요(2022)에 이은 세 번째 수필집으로 삶을 대하는 진지함과 차분함 잃지 않은 작가의 태도가 한 글자 한글자 묻어난다. 총 4부에 걸쳐 인생을 살아오며 느낀 그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 삶의 여정과 여행길에서 건져올린 세계의 문화·역사, 고전을 통해 세상과 삶을 통찰하며 옮긴 삶의 지표, 현 시대를 통찰력 있게 들여다 보며 써내려간 직설 등이 옮겨졌다. 삶과 죽음, 인간과 신의 종교부터 건강, 의료대란, 갈등 사회 등 분야를 넘나드는 저자의 깊이 있고 풍부한 해석이 특히 돋보인다. 보건학 박사이자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영전략본부장과 경기인천지역본부장을 역임하고 보건학 분야로 대학 강단에 30년 넘게 서온 저자의 보건 전문 지식과 수필가로서 쌓아올린 문학적 세계, 다양한 공간과 세계를 여행하며 건져올린 그만의 이야깃거리가 문장마다 풍부함과 읽는 재미를 더한다. ‘신들의 고향 코카서스 세 나라’(문비 刊)는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 아르메니아순으로 한 달 동안 둘러본 여행기다. 그의 두 번째 여행에세이로 곳곳마다 아름다운 자연과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수도원, 교회가 즐비한 코카서스에서 아름다운 동화같은 이야기를 펼쳐낸다. 코카서스 세 나라는 19세기 초 러시아 제국의 땅이었다가 독립 후 다시 편입과 독립의 역사를 지녔다. 저자는 이 곳의 같은 듯 하면서도 각기 다른 문화와 역사, 민족적 성향 등을 그가 옮긴 발걸음을 따라 풀어내며 여행의 세계에 독자를 초대한다. 저자의 발걸음과 친절한 해설과 함께 따라가다 보면 우리에게 익숙하지도, 널리 알려진 명소도 없는 이 곳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어릴 적부터 꿈이 세계일주였다”는 저자는 환갑 때 글쓰기 공부를 시작했다. 경희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에서 공부하면서 여행을 글로 옮겼다. 현재까지 그가 여행을 다닌 나라만 70여곳. 그는 프롤로그를 통해 “스스로 가능성을 믿고 인생을 대하는 것이 성공을 향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며 “지금도 새로운 여행 꿈꾸고, 여행길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길 기대한다. 오늘도 새로운 도전을 향하여 마지막 촛불을 태운다”고 밝혔다. 책의 끝 무렵 코카서스 여행기를 마치며 풀어낸 저자의 글에서 끝이 아닌 또 다른 여정의 시작과 설렘이 느껴지는 이유다.
47년차 교육자가 삶의 기억과 진심을 담아 시집 ‘대답 없는 날의 인사’를 펴냈다. 저자 백기명은 수많은 계절과 사람들 사이를 지나온 나날들의 회상과 마음 한 편에 묻어두었던 말들을 시로 풀어냈다. 이 시집에는 부모에 대한 애틋함은 물론, 한 인간으로서 느끼고 살아낸 순간들이 잔잔하게 담겼다. 이 시집은 화려한 말보다는 담담한 진심에 집중한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아직도 눈가에 아른거리는 지난날의 풍경에 대한 기억이 한 편 한 편의 시로 다듬었다. 저자는 “삶의 태생부터 현재까지 살아온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인사들은 마음속에만 묻어두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시집을 통해 인연을 기억하고, 아직 전하지 못한 마음들을 조심스레 꺼내 보인다. 특히 부모님을 향한 시편에서는 진심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설팍이 닳도록 오가며 자식 돌보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는 고백과, “잔잔한 미소를 지닌 얼굴에 남은 주름이 부모님의 훈장”이라는 문장은, 그가 전하지 못했던 사랑의 무게를 고스란히 전한다. ‘대답 없는 날의 인사’는 삶을 돌아보며 전하는 진심의 기록이다. 모든 이별이 말로 마무리되지 않듯, 이 시집은 말 대신 시로 전하는 ‘늦은 인사’다. 백기명 저자는 “살면서 미처 다 말하지 못한 마음이 참 많다”며 “지나고 나서야 소중했던 순간들이 보여 그 시간들을 시로 붙잡아 봤다. 시집을 통해 지금 이 순간 피어나는 더 따뜻하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5년차 편집기자가 인공지능(AI) 시대에 더욱 극대화되는 ‘편집’의 가치를 소개하는 책을 출간했다. 저자 김형진은 AI가 뉴스와 정보를 분석해서 이용자에게 제시하는 방식이 편집기자가 뉴스 가치를 평가하고 제목을 뽑을 때 활용하는 방식과 같다고 주장한다. 편집의 기술을 익히게 되면 복잡할 것 같은 AI의 작동방식에 대해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편집이 우리 삶의 모든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정리가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2개 이상으로 나눠질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이것과 저것이 연결될 수 있다면, 뭔가 더해서 의미와 재미를 높일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면, 반전의 여지가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런 곳에서 편집은 상상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편집’을 ‘무엇인가를 업그레이드하는 개념’이라고 정의한다. 편집은 흐름상 어색한 대목을 ‘잘라 달라’는 뜻 외에도 ‘내가 좀 더 잘, 멋지게 나오게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있다. 이에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게 없는 수준까지 빼는 ‘사고의 다이어트’라는 것. 몸을 가볍게 한 뒤 모방과 연상, 연결로 의외의 시너지를 도모하는 것이 편집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그는 편집이 특권이 아니라 배우기만 하면 누구든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책을 통해 현직 편집기자의 편집 기술과 노하우를 익힐 수 있다.
■ 노간주나무(글 김해솔·북다 刊)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다. 영화, 드라마, 동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김해솔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로 집과 가족을 주제로 반전의 이야기를 펼친다. 소설엔 나의 엄마, 나의 아들, 그리고 나가 등장한다. 나인 영주는 20여년 전 계단에서 굴러 죽을뻔했는데 영주를 민 건 다름 아닌 엄마였다. 이후 어린 시절 겪었던 이 끔찍한 일을 반복적으로 꿈꾸며 고통에 시달린다.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영주는 아들 선호가 커갈수록 점점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자 엄마에게 도움을 청한다. 3대가 함께 있으면서 영주는 이제 엄마가 자신이 아닌 아들을 죽이려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영주 일가의 이야기와 형사 윤성이 의문의 사망 사건들을 추적하는 과정이 서로 독립적으로 펼쳐지다가 두 이야기의 연결점이 차츰 드러난다. 작가는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공포의 대상이 될 때 느끼는 서늘한 공포를 그려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 집이고 가장 맏을 수 있는 사람은 가족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흡입력있는 문장과 촘촘한 구성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가족과 가정에 대한 오래된 환상과 믿음을 서스펜스 요소로 활용한 작가의 치밀함도 돋보인다. 심사위원에게 “압도적이며 저돌적인 이야기”, “비틀린 애정과 집착, 두려움을 탁월한 심리 묘사로 풀었다” 등의 평을 받았다. ■ 지방자치 시대 지속 가능한 정책(글 박진우·모아북스刊) 지방자치 30년, 지역에선 어떤 변화가 있을까.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지역 주민들과 지역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행정은 실현되고 있을까. 책은 전국의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지역에서 공들여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을 자세하게 분석했다. 전국의 17개 광역의회와 226개의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수많은 정책 속에서 모범 사례를 찾아 실제 정책이 어떻게 실행되고 시민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저자가 직접 전국을 뛰며 조사하고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눈에 띄는 것은 지방자치 정책의 이론과 실천이 연결되는 배경과 과정, 결과까지 살펴봤다는 점이다. 1부에선 기후위기라는 세계적인 고민거리에 대처하는 지방자체단체들의 정책을 소개한다. 2부에서는 지역사회의 돌봄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탐색하고 3부에서는 시민과 함께하는 마을 만들기를 살펴본다. 4부에서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5부에서는 지역사회를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문화의 다양한 면모를 정책으로 승화한 사례가 제시된다. 시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의 문제에 함께 머리 맞대고 문제를 해결한 23개의 정책을 통해 지역에 나타난 작은 변화들은 무엇인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여러 각도로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