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역학 구도 풀어낸 ‘미중경쟁의 기원’ 外 [신간소개]

■ ‘미중경쟁의 기원’ 정치학에서는 정치를 ‘권위의 바탕 위에서 가치를 배분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최근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행하는 정치행위(가치 배분)에 대한 국제 사회의 불만과 도전 양상이 빈번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대만 공격과 관련한 미·중의 긴장감 고조 등이 그 사례인데 패권국의 권위적 가지 배분 행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미중경쟁의 기원’의 저자 박상신 교수는 미국과 중국 간의 해외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 이하 FDI)와 관련된 투자정책의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양국 간의 정치적 갈등을 국제정치학의 시각에서 분석하고 그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아주대 세계학 연구소 연구교수이자 내나라연구소 정책실장 업무를 맡고 있는 박 교수는 두 나라가 관계정상화 이후로 우호와 협력의 수준을 계속해서 높여 왔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는 군사와 정치 및 경제 부문에서 점차 갈등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같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 변화는 국제적 상업활동이 국가 간의 상호의존을 심화시켜 평화를 증진시킨다는 국제정치학의 자유주의적 관점과는 상충되는 현상”이라며 “국제정치학 이론의 틀 안에서 미·중간의 FDI 관계를 살펴보면 세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박 교수는 “양국 관계의 변화 양상과 변화를 통한 향후 국제정치 체제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으며, 국제적 상업활동이 국가 간 평화에 기여한다는 기존의 국제정치의 시각을 제고하는 기회가 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FDI가 국가 간의 평화적 관계에 기여하는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이론적 문제에 도달하며, 국가 간의 평화적 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남촌물상론 사례집 남촌물상역학연구회 회장 김대영 동양철학 교수가 20년간의 연구와 강의, 수많은 상담 현장에서 쌓아온 모든 노하우와 깊은 통찰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이 책은 지난 2020년에 출간된 ‘남촌현대물상론'의 사례를 모은 지침서다. 이 책의 저자 김대영 교수는 오랫동안 명리학이 품고 있는 깊은 지혜를 현대인의 삶에 더욱 실용적이고 직관적으로 연결하고자 노력했다. 기존의 복잡한 이론과 암기 위주의 학습만으로는 삶의 다양한 면모들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자신의 호이자 특허 등록된 명칭인 ‘남촌’을 붙여 자신만의 독자적인 ‘남촌물상론’을 정립했다. ‘남촌물상론’은 사주의 글자가 지는 물상(物象), 즉 ‘자연의 법칙을 인간의 법칙’으로, 노자 사상의 지혜를 인간 삶의 해법으로 풀어내는 데 주목한다. 저자는 발간사를 통해 “‘남촌물상론 사례집’은 물상론의 정수가 녹아 있는 실제 적용의 결과물”이라며 “이론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명리 해석의 실제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명확히 보여줄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財)와 관(官)에 대한 관법’을 통한 직업 선택 및 진로 탐색, 대인 관계, 재물 흐름, 건강 문제 등 복합적인 상황들을 남촌물상론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어떻게 풀어내고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는지 그 과정을 세밀하게 담아냈다”고 전했다. 조성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추천사를 통해 “저자는 많은 임상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물상론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교정하고, 증명하고 있다. 앞서 발간한 책에서도 논증했듯 그의 새로운 천간합의 개발은 현대인의 인생 궤적의 바로미터처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하다”며 “전권에 이어 사유 확장된 그의 논리들을 이번 책에서도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도서관, 개관 80주년 기념 ‘동의보감’ 원본 16년 만에 공개

대한민국의 국보 ‘동의보감’(1613)부터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2014)까지, 책 속에서 시작된 한국의 지식과 정신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개관 80주년을 기념, 본관 1층 전시실에서 ‘나의 꿈, 우리의 기록, 한국인의 책장’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 도서관이 수집·보존해 온 국보와 보물 그리고 초판본 등으로 23개의 시대별·주제별 책장으로 구성됐다. 특히 대한민국의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동의보감’(1613)의 원본도 지난 2009년 이후 16년 만에 공개된다. 또한 이날 최초로 조선 초기 간행된 불교 경전인 보물 ‘석보상절’(1446)과 양나라 무제가 황후 치씨(郗氏)를 위해 편찬된 ‘자비도량참법’(504)의 후대 교정본인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1352)의 원본도 전시된다. 해당 책들은 개막일 당일만 특별히 공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서관 관계자는 “과거 소수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책이 백성을 위하는 위민(爲民), 책과 함께하는 여민(與民), 스스로 기록하고 표현하는 시민(市民)으로 성장하는 서사를 담은 전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시대별로 점차 변해 온 책문화와 역사를 소개한다. 여성학자 빙허각(憑虛閣) 이씨(1759~1824)가 한글로 쓴, 옷 짓기나 옷 염색, 길쌈하는 법 등 당대 여성들의 생활과 표현이 엿보이는 여성을 위한 백과전서인 ‘규합총서’(1809)도 소개되는 것이 눈길을 끈다. 한국 최초의 근대 소설로 여겨지는 이광수 작가(1892~1950)의 ‘무정’(1917), 최초의 근대 잡지 ‘소년’(1920)과 어린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등장했던 잡지 ‘청춘’(1914)의 창간호와 윤동주 시인(1917~1945)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백범 김구(1876~1949)의 백범일지(1929, 1943)의 초판본도 소개된다. 아울러 청년 노동자 전태일(1948~1970)의 생애가 담긴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 전태일 평전’(1983),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최초로 기록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1985)’ 등이 전시되며,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2014)도 만날 수 있다. 국내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게임단 SKT T1의 ‘페이커’(본명 이상혁), ‘오너’(본명 문현준), ‘구마유시’(본명 이민형), ‘케리아’(본명 류민석) 등의 애독서를 선수들이 직접 쓴 추천의 글과 함께 특별 전시로 구성하기도 했다. 전시는 오는 12월 14일까지 진행된다. 김희섭 국립중앙도서관장은 “지난 80년의 세월 동안 도서관은 꺼진 적 없는 등불이자, 학문의 불씨를 지켜온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했다”면서 “지식과 정보는 디지털과 인공지능(AI)로 쉼 없이 혁신되는 시대를 맞아 ‘미래를 여는 지식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전 추석 연휴, 무슨 책 봤을까?” 지금도 통하는 인기 도서

민족 최대 명절 추석 연휴 동안 한가위 보름달처럼 넉넉해진 마음으로 책 한 권을 펼쳐보려는 독자들이 늘어난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도 잠시 나만의 독서 시간을 갖고 싶은 이들에게, 국립중앙도서관 ‘도서관 정보나루’ 자료를 바탕으로 10년 전(2015)과 5년 전(2020) 추석 경기·인천 지역에서 가장 많이 대출된 책들을 소개한다. 긴 연휴, 세월이 지나도 울림을 주는 이야기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 몰입감 있는 장편 소설…2015년 1위 ‘정글만리’ “고달프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고, 외롭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더냐. 자기 인생은 자기 혼자서 갈 뿐이다.” 10년 전인 2015년 추석 연휴(9월 26일~10월 3일), 경기·인천 지역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빌려 읽은 책은 조정래 작가의 장편소설 ‘정글만리’였다. 1천 건의 대출 가운데 102건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이 작품은 세계 자본주의의 최전선으로 부상한 현대 중국을 배경으로, 개인의 욕망과 국가의 운명이 얽히는 장면을 그려낸다.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주인공의 여정을 함께하며 이야기에 깊이 몰입해 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어울리는 선택이다. ■ 마음을 다독이는 에세이…2020년 1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월급의 두 배 짜리 명품백만이 낭비가 아니고, 연예인 걱정만이 낭비가 아니다. 우리 삶에서 곧 사라질 존재들에게 마음의 에너지를 쏟는 것 역시 감정의 낭비다.” 5년 전 추석 연휴(2020년 9월 30일~10월 4일)에는 김수현 작가의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경인 지역 대출 1위를 기록했다. 출간 이후 꾸준히 사랑받으며 지금도 국내외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책이다.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한 메시지를 담았다. 연휴 동안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싶은 독자에게 위로가 되는 이 책은, 그동안 쌓인 피로에 작은 쉼표를 찍어줄 것이다. ■ 가족과 함께 읽는 따스한 그림책…‘솔이의 추석 이야기’ “온 가족이 모였습니다. 이야기 꽃이 피고 맛있는 음식 냄새가 집 안 가득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기 좋은 그림책으로는 이억배 작가의 ‘솔이의 추석 이야기’가 꼽힌다. 2015년, 2020년 꾸준히 순위에 오른 스테디셀러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추석 풍경을 담아내 자연스럽게 명절의 의미를 알려줄 수 있는 책이다. 책 속에서는 추석날 아침, 고향을 향해 떠나는 솔이네 가족의 하루가 펼쳐진다. 북적이는 터미널과 막히는 국도, 시골 마을의 정경. 아이들이 그림을 보면서도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을 만큼 생생하다. 송편을 빚고 풍물놀이를 즐기는 장면에서는 따뜻한 정과 흥겨움이 느껴진다. 소설과 에세이, 그리고 세대를 잇는 그림책까지. 시간이 흘러도 독자들이 사랑한 책들은 여전히 곁에 머문다. 이번 추석만큼은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책 속에서 여유와 위안을 찾아보자.

“연필로 쓴 위로”…‘석양의 뒷모습’, ‘담쟁이는 벽을 종교인 것처럼’ [신간소개]

■ 석양의 뒷모습 등단한 지 50여년이 된 문학계 원로 4인의 합동시집 ‘석양의 뒷모습’이 출간됐다. 인생의 희로애락과 삶을 시로 관통한 원로 작가들의 자세를 통해 삶의 다양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시집엔 조병기, 허형만, 임병호, 정순영 시인의 시 각 20여편이 게재됐다. 이들의 시는 오래된 백반집 같다. 화려하지 않지만 삶에서 건져올린 담담한 삶의 단어가 행간행간 힘 있게 스며들어 자성과 해학이 담긴 시어로 춤을 춘다. “고놈 참 기특하게도 가을을 물고 와 빈방에 가득 풀어 놓는다/…부뚜막 어둔 자리 잡아 자장가를 불러준다…”. (귀뚜라미, 조병기作), “육체를 빠져나온 상처 난 영혼을 날마다 다리고 꿰매고 수선하는 세탁소 부부는 참 부지런한 시인입니다”. (세탁소 부부, 허형만作), “들녘 곡식들 영글어가는 소리 금빛 노래/… 세월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귀가 밝아진다”. (노년의 귀, 임병호作), “…내 얼굴에는/ 나를 내려다보는 별들이 반짝거리는/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습니다” (주름살, 정순영作) 조병기(85) 시인은 자연을 배경으로 정겨운 옛 정취가 묻어 나는 작품을 선보였다. 1972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해 동신대 국문과 교수를 역임하고 한국시학 대상(2021) 등을 수상한 그는 ‘가슴 속에 흐르는 강’ 등의 저서가 있다. 허형만(80) 시인은 세탁소, 지팡이, 택배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풍경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목포대 명예교수이기도 한 허 시인은 1973년 ‘월간문학’(시), 1978년 ‘아동문예’(동시)로 등단했으며 제7회 한국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1965년 ‘화홍시단’으로 등단한 수원 출신의 임병호(78) 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장은 아내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드러내는가 하면 노년의 깨달음으로 얻은 귀와 눈의 밝음을 이야기힌다. 정순영(76) 시인의 작품엔 종교적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 사랑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녹아들었다. 1974년 ‘풀과 별’로 등단한 그는 ‘시는 꽃인가’ 등의 저서가 있으며 세종대 석좌교수, 부산시인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임애월 한국시학 편집주간은 시집에 관해 “따스하고 정감 있는 사람 냄새가 난다”며 “연필로 꼭꼭 눌러쓴 글씨 같은 순수하고 담백한 위로와 웃음을 함께 공유하게 된다”고 말했다. ■ 담쟁이는 벽을 종교인 것처럼 ‘바람이 수평으로 행복과 어깨동무하고 옵니다/ 행복은 가무락 앞산 너머 남촌 어디서 오는지/ 실없이 부는 듯한 가벼운 농담에게 물어봅니다…’. (‘가벼운 농담’ 中) 단순하고 직설적인 표현, 자신의 솔직함을 토대로 작업을 하는 김어진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담쟁이는 벽을 종교인 것 처럼’(현대시학사 刊)을 펴냈다. 80여 편의 작품을 통해 시인은 언어의 물리성에서 자유로워지는 시의 가변성을 이야기한다. 시 ‘담쟁이는 벽을 종교인 것처럼’에선 ‘…내 방황은 부정적인 생각들의 파티에서 비롯된 발걸음/ 나는 내 침으로 당신을 분해시키고 싶을 때가 있는데/ 결핍은 굶주림과 욕망을 유발하는 벽을 종교인 것처럼’이라며 삶에서 겪는 방황을 세련되고 현대적인 시적 언어로 재해석 했다. 작품 ‘나무에 다람쥐가 수평 굴뚝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훈장님에게 왜 수평으로 굴뚝을 만들었냐고 묻는다/ 연기를 지상으로 배설하려는 뜻은 속내가 깊단다…’(‘수평 굴뚝’ 中), ‘밭은 고집 센 발로 버티다가 뿌리째 뽑히기도 하더니만/ 서로 육즙을 내주어 섞이며 천국의 맛을 만들어냅니다…’. (‘동치미를 속풀이로 읽는 아침’ 中)처럼 김어진만의 시적 해학이 돋보인다. 작품엔 누군가를 위해 연기를 볼 수 없게 배려하는 모습이 담겨있는가 하면, 평생 동치미 국물을 만들고 들이켰을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김순진 문학평론가는 “담쟁이넝쿨은 담장에 붙어사는 식물이지만, 김어진 시인은 담쟁이넝쿨을 담장에 매어두지 않는다”며 “그리하여 자신이 서 있는 모든 위치로부터의 사물, 공간, 관념에 가변성을 염두하고 의미를 확장해나간다”고 표현했다.

기록하고 축적하는 공간...우리동네 독립서점, 리멤(Remem)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카페거리에 위치한 리멤은 문을 연 지 이제 막 1년이 된 공간이다. 이곳 대표 김정식씨는 책과 커피, 취향을 나누고자 이 공간을 만들었다. ■ 기록하고 축적하는 공간 현존하는 최고의 SF소설가로 평가받는 테드 창의 단편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에는 ‘리멤(Remem)’이라는 기술이 등장한다. 인간의 일생을 녹화해 기록하는 이 장치는 우리가 갖고 있는 ‘기억’의 능력과 ‘사실’의 차이를 생각하게 한다. 미화되거나 주관적으로 해석되거나, 때때로 잊혀지는 기억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기록하고 축적하고자 쓰기 시작한 이름 ‘리멤’은 서점이기 이전에 지인들과 좋은 텍스트를 나누는 뉴스레터였다. “책방을 열기 전 몇 년간 책이나 기사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뽑아 주기적으로 뉴스레터를 발행했습니다. 평소에 기록을 많이 해두는 편인데 혼자 보기 아까운 글들을 모아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내던 것이 어느새 1천~2천명으로 구독자가 제법 늘었죠. 책방 이름을 고민할 때 ‘레터’ 콘셉트를 브랜딩해보라는 아내의 권유로 ‘리멤’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리멤의 대표 김정식씨는 책방을 열기 전까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학사부터 박사까지 10년여간 공부했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 또 10년을 보내고 보니 ‘이렇게 사는 것이 맞나’ 싶었다. 밖에서는 재미있는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데 회사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내와 맞벌이하다 보니 돈은 잘 벌었지만 저는 읽고 싶은 책을 사볼 수 있는 여유, 아내는 OTT와 맥주를 즐길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10년 다닌 회사를 퇴사하고 저보다 더 오래 직장생활을 해 온 아내가 먼저 책방을 제안했습니다. 인공지능 연구직에 종사하면서 오히려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 절실하게 느낀 것도 책방을 여는 계기가 됐습니다.” ■ 북카페 보다는 그냥 책방 검색창에 리멤을 쳐 보면 ‘북카페’로 소개돼 있다. 간판에 적힌 ‘Coffee&Books’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카페를 떠올리게 한다. 김씨는 “생존을 위한 재무적 해법과 커피에 진심인 아내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저는 이 공간을 오래 꾸려 나가고 싶은데 책만 팔아서는 힘들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됐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책도 읽고 쉴 수 있는 공간은 평소 제가 가장 필요로 했던 공간이기도 합니다. 저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람들이 찾아줄 것을 기대하며 사심을 담아 리멤을 만들었습니다.” 김씨는 ‘책’에 방점을 두고 리멤을 운영하고 있다. 동네 책방의 강점은 큐레이션이라는 생각에 책 선정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으며 같은 책이라도 책 표지가 보이게 놓을지, 책 등이 보이도록 꽂을지 등을 고민한다. “인테리어 단계부터 책들을 빽빽하게 채우지 않고 책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공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하나의 오브제처럼 책들을 전시해 색다른 경험을 주고 싶었어요. 책은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들이고 있습니다. 20% 정도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도서로 구성하려 노력합니다.” 지난해 가을 문을 열어 이제 막 1년이 돼 가는 리멤은 짧은 시간이지만 독서모임, 작가와의 만남 등을 진행하며 동네 서점의 모습을 갖춰 나가고 있다. “단순히 책 구매가 목적이라면 책방까지 걸어와 책을 고르고 책 냄새와 커피향을 즐기는 과정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책을 좋아하는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또 찾고 싶은 공간이 되기 바랍니다.”

책과 쉼, 배움이 공존하는 공간, 성남 수내도서관

6월 개관한 수내도서관은 개관 초기부터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고 시민들의 쉼터로 사랑받고 있다. ■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경험 6월 24일 성남시 분당구에 수내도서관이 개관했다. 개관식 당일 수내도서관 야외 광장에는 신상진 성남시장을 비롯해 국회의원과 도의원, 시의원, 수내동 주민 등 성남시민 300여명이 참석했다. 개관 후 3개월이 채 안된 도서관은 여전히 시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령대의 이용자들이 도서관을 방문해 책을 대출하고 열람 공간에서 독서와 휴식을 즐기고 있다. 개관 초기임에도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도서관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를 느낄 수 있다. 수내도서관 관계자들도 “개관 초기임에도 시민들이 전해주는 응원의 메시지와 긍정적인 반응에 놀란다”며 “도서관이 지역사회의 새로운 지식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말한다. 개관 당일에는 개관식을 비롯해 북큐레이션 전시, 개관 기념 포토존 운영 등 시민들이 도서관을 친근하게 여기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도서관에 대한 벽을 낮췄다. 특히 커뮤니티 라운지에서는 영수증 사진기를 활용한 기념 이벤트와 개관 축하 응원 문구 쓰기, 달고나 만들기, 페이스페인팅 행사를 진행해 남녀노소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수내도서관이 개관한 6월은 때이른 무더위가 찾아왔다. 이에 성남시는 수내도서관을 비롯한 공공도서관 18곳을 ‘이색 피서지’로 홍보하며 시민들의 북캉스를 독려했다. 실제로 6월 한 달간 18곳의 도서관 이용객은 전달 대비 3만명이 증가해 총 55만명에 달했다. ‘책과 쉼, 배움이 공존하는 복합문화도서관’을 지향하는 수내도서관은 2층 메이커스페이스(일상공작소)에 있는 프레스기와 3D펜 등 장비를 활용한 종이아트, 에코백 만들기 등 창작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일상공작소 외에도 AI면접실, 뚝딱영상룸 등 특화 시설과 고문서를 3D로 볼 수 있는 실감형 디지털북 등은 도서관이 독서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 책과 쉼, 배움이 공존하는 공간 연면적 7천16.2㎡, 지하 2층, 지상 3층의 수내도서관은 도서관 주변을 둘러싼 수내공원과 지하 1~2층의 ‘독서뜰이은 하나로 이어져 ‘쉼’을 연상케 한다. 계단형 독서공간과 대형 미디어월을 접목한 독서뜰은 책과 미디어 콘텐츠를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어 기존 열람 방식보다 공간 활용도가 높은 공간이다. 책으로 둘러싸인 도서관이지만 탁 트인 주변 경관을 활용한 도서관의 안팎은 시민들에게 자연 속 휴식과 독서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다가가고 있다. 특별히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마련된 AI인터뷰룸은 인공지능(AI) 기반 모의면접 공간으로 AI 면접관이 일대일로 모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지원자의 답변에 대해 즉시 피드백을 해줘 실전 감각을 키울 수 있다. 프레스기, 전사프린터기, 커팅머신, AI재봉틀 등 11종의 디지털 장비를 갖춘 일상공작소는 자신의 상상력을 토대로 실물을 구현할 수 있는 창작 활동 공간이다. 2만6천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 수내도서관은 문학, 인문, 과학, 예술 등 전 연령과 분야를 아우르는 도서를 균형감 있게 구성하고 앞으로 더욱 채워 나갈 예정이다. 특히 별도 서가를 운영하고 있는 AI 분야 도서를 올해까지 약 450권 규모로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용자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지속적으로 장서를 확충할 계획이다. 개관 당일 장서 2만6천여권 중 19%에 해당하는 4천715권이 대출된 것은 수내도서관에 대한 인근 주민들의 기대와 관심을 알 수 있는 단적인 사례다. 도서관 관계자는 “장서 확충과 안전적인 대출 서비스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삼고 도서관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을 채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내도서관 주소: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불정로 272(수내동) 종합자료실: 평일 오전 9시~오후 10시, 주말 오전 9시~오후 6시 어린이 자료실: 평일·주말 오전 9시~오후 6시 휴관일: 매주 금요일 및 법정공휴일

권영석 장편소설 ‘작전명 여우사냥’ [신간소개]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장편소설 ‘작전명 여우사냥’이 출간됐다. 작품은 조선 왕조가 몰락의 길을 걷던 1895년 가을,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1주일 간의 긴박한 정국을 정치 스릴러 형식으로 담아냈다. 저자는 권영석 전 연합뉴스 기자로, 베이징 특파원 시절 일본 언론인에게서 들은 일화를 계기로 집필했다. 소설은 1894년 일본군의 경복궁 점령 이후 조선이 청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일본의 압박에 놓이게 된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명성황후가 러시아와 손잡고 일본의 지배를 벗어나려는 움직임, 그리고 이를 저지하려는 일본 세력의 암살 계획이 맞물리며 사건은 숨 막히게 전개된다. 정치적 음모와 반전이 이어지는 서사는 독자에게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작전명 여우사냥’은 단순한 역사 재현에 머물지 않고 현실 정치에 대한 은유적 메시지를 던지며 독자에게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특히, 치밀한 역사 고증, 현장감 넘치는 묘사, 그리고 현재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을 동시에 담아냈다. ‘작전명 여우사냥’은 역사의 비극을 다시금 되새기며 오늘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정치 스릴러로, 독자들에게 강렬한 울림을 전한다.

바쁜 현대사회 속 쉼의 필요성 역설한 책들…‘나는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 外

현대사회에서 ‘쉼’은 가장 확실한 활력소지만, 때론 일상에 치여 숙제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왜 쉬어야 하는가?’, ‘어떻게 쉬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쉬더라도 죄책감을 느낀다. 몸이 멈춰도 머리는 여전히 일하고, 마음이 불안해 스마트폰을 손에서 떨치지 못한다. 나이가 들어 은퇴한 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쉼 결핍 증후군’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나를 회복하고 홀가분한 삶을 만드는 진정한 ‘쉼’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이 있다. ■나는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 미국 칼빈 대학에서 여가학을 가르치는 여가학자 이영길 교수가 휴식의 필요성을 역설한 책을 출간했다. 40년 넘게 여가와 쉼을 연구해 온 그는 ‘빨리 빨리 문화’로 대변되는 사회 분위기가 쉼 결핍 증후군을 유발하고 삶을 소진시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쉼 결핍 증후군이 단순히 쉴 시간이 부족할 때 찾아오는 것이 아닌 쉬는 시간이 낭비라고 여겨질 때 찾아온다고 강조한다. 쉬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며 겨우 시간을 내서 쉬더라도 죄책감을 느낄 때 말이다. 이처럼 쉼이 불안으로 이어진다면 삶 속에서 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책에는 심리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가 수록돼 있다. ▲충분히 잠을 자도 피로가 계속 쌓인다 ▲일을 안 하면 불안하거나 스트레스가 쌓인다 ▲최근 취미나 여가 활동 중에서 진정한 즐거움을 느낀 적이 없다 등 다양한 질문을 통해 스트레스, 번아웃, 보어아웃, 두려움, 외로움 등의 정도를 알 수 있다. 저자는 ‘멈춤의 쉼’, ‘일하지 않는 쉼’, ‘욕망을 재조정하는 쉼’, ‘기쁨의 쉼’ 등 6가지 쉼에 대해 소개한다.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인생은 없다”, ‘“괜찮다. 쉬어도 좋다”는 저자의 단단한 조언에 쉼을 놓지 않고 균형있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할 수 있다. ■나는 왜 마음 놓고 쉬지 못할까 편안하고 여유 있는 삶을 설계하고 싶다면 ‘놀고 쉬는 능력’을 키우라고 주장한다. 서울대학교 정신겅간센터에서 1만명이 넘는 청년들의 정신건강을 치료하고 있는 12년차 전문의인 김은영 교수는 이 책에서 잘못된 휴식 습관을 짚어내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가만히 있는 것’을 휴식으로 여긴다. 일하지 않는 시간엔 스마트폰을 보거나 침대에 누워 있는다. 그러고는 ‘그동안 일을 안 하고 놀았으니’ 쉴 만큼 쉬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같은 휴식이 질 좋은 에너지를 채워주지 못하고 쓸데없이 시간을 날렸다는 허무함만 남긴다고 설명한다. 진정한 휴식을 위해서는 ‘멈춤’과 ‘회복’의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여유 시간 보내기는 ‘멈춤’은 충족하지만 ‘회복’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좋은 휴식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은 저자가 그간 쌓은 임상 사례와 최신 연구, 개인적인 경험 등을 바탕으로 진정한 휴식법을 총 3부 5장에 걸쳐 소개한다. 제대로 쉬지 못하고 지치는 이유부터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는 장기적 휴식 설계법까지 ‘놀고 쉬는 능력’을 키우는 법을 알 수 있다

“소녀와 치매 노인이 찾은 따스한 회복”…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 外 [신간소개]

■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 악몽 같은 기억을 안고 자란 15세 소녀 ‘린다’는 달리는 자동차 앞에 뛰어들어 죽고 싶다는 생각이 일상이다. 어느 날, 린다는 요양보호사 ‘에바’에 의해 일주일에 3번, 86세의 노인 ‘후베르트’를 돌보게 된다. 후베르트는 40년간 수영장 안전요원으로 일하며 단 한 명의 아이도 사고 없이 지켜낸 일을 평생의 자부심으로 살아온 사람이자, 지금은 7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치매가 나날이 악화하며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후베르트를 위해 린다는 고급 녹음기를 빌려 호수 옆 수영장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싱그러운 바람소리를 들려주기로 한다. 가장 따스했던 순간의 온기를 전해주며 린다는 후베르트에게 다정함을 전하고 후베르트와의 유쾌한 시간 속에 삶의 의미와 희망을 느끼게 된다. 소설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은 이처럼 무너진 일상 속 가장 약한 존재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연대하며 삶과 관계에서 회복되는 감동을 다룬다. 저자 ‘페트라 펠리니’는 오랜 세월 간호사로 일하며 느꼈던 경험을 책 속에 따스하게 담아냈다. 정식 출간에 앞서 단 22페이지의 원고로 오스트리아 지역 최고 문학상을 수상하고, 독일 13개 출판사가 판권을 따기 위해 경합을 벌여 화제를 모은 작품은 지난달 한국 독자와 처음 만나 국내에서도 인기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삶에 대한 존중과 인간의 존엄에 대한 예의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하늘의 모든 새들 인간, 마녀, 인공지능(AI)이 한 데 등장하며 과학적 발상과 초자연적 요소를 곁들인 SF·판타지 소설 작품이다. 독창적인 결합은 ‘생기발랄’하면서도 ‘괴상한’ 성장 소설에 가깝다. “너와 놀았다고 우리 부모님께 거짓말하면 돈을 줄게. 지긋지긋한 캠핑에 그만 가고 싶어”. 슈퍼컴퓨터를 홀로 만들 정도의 천재 소년 ‘로런스’는 마녀가 되겠다는 괴짜 소녀 ‘페트리샤’에게 친구가 되자고 제안한다. 계약 친구에서부터 시작된 둘의 우정은 사랑으로 발전하지만 이들 앞에 지구 멸망이 다가오고 만다. 인류를 구하기 위해 실험을 가속하는 과학자들과 그들로 인해 상처 입은 자연을 회복하고자 인류를 멸하려는 마법사들은 서로 대립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문제의 답을 찾는 과정에는 ‘페러그린’이란 AI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작품은 ‘찰리 제인 앤더스’의 국내 첫 번째 단행본으로 그는 마거릿 애트우드와 J. K. 롤링의 뒤를 잇는다는 평과 함께 휴고상·네뷸러상 등 주요 SF 문학상을 석권하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작가다. 만화 주인공 같은 등장인물의 설정은 화려한 색채를 자랑하는 판타지와 같은 첫인상을 주면서도 작가 특유의 소수자와 세상을 향한 시선은 작품에 독특한 분위기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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