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세대 푹 빠졌다”... 다시 ‘만화책’ 열풍

일부 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만화책’이 최근 인기를 누리면서 ‘만화책 전성시대’가 돌아왔다. 1020세대가 실물 소장을 위해 종이 만화책을 구매하면서 흥행을 이끌고 있다. 5일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만화책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8% 증가했다. 특히 ‘만화·라이트노벨’ 분야의 1020세대 구매 비율이 최근 6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올해는 1020세대의 만화책 구매가 지난 2020년보다 2배가량 증가해 전체 만화 구매자 3명 중 1명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2020년 0.1%였던 10대 구매자 비율은 올해 12.6%를 기록하며 만화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이 같은 만화책 열풍에는 OTT 콘텐츠도 한몫 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방콕’ 생활이 길어지며 OTT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급증했는데, 애니메이션의 원작을 소장하기 위한 독자들이 만화책을 구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만화·라이트노벨 베스트셀러 2위, 4위를 차지한 ‘사카모토 데이즈’의 경우 지난 1월 넷플릭스를 통해 애니메이션이 공개된 뒤 서점가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아울러 초판 한정판·굿즈 한정판 등 스페셜 에디션을 출간하거나 굿즈를 제공하는 등의 이벤트도 만화책이 인기를 얻는 요인 중 하나다. 만화 일러스트를 활용한 책갈피, 포토 카드, 키링 등이 한정 출시되면서 ‘오픈런’ 현상을 빚기도 했다. 베스트셀러를 장식하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만화책을 모아봤다. ■ 여학교의 별 ‘가라오케 가자!’, ‘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上’ 등으로 국내에도 탄탄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와야마 야마 작가의 ‘여학교의 별’ 시리즈는 나리모리 여고의 국어선생님 ‘호시’와 생기발랄한 여고생들의 일상을 다룬 만화다. 최근 출간한 ‘여학교의 별 4’는 여름방학에도 출근 신세인 호시와 동료 교사들, 사복 차림으로 학교에 쳐들어온 학생들이 별난 졸업앨범 촬영 등을 하며 보내는 여름방학의 이야기를 다뤘다. 여름방학을 맞은 교사들과 학생들의 이야기를 와야마 야마 작가 특유의 과장되지 않은 건조한 유머로 잔잔하게 그렸다. ■ 사카모토 데이즈 20 트리플 특전판 ‘사카모토 데이즈’ 시리즈는 한때 전설적인 킬러였지만, 현재는 은퇴 후 단란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사카모토 타로’가 뜻밖의 일을 맞닥뜨리며 벌이는 화려한 액션코미디 만화다. ‘사카모토 데이즈’는 한국에서만 발행 누계 100만부를 돌파한 인기 시리즈다. 지난 1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동명의 애니메이션도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전설의 킬러였지만 은퇴하고 살이 쪄 푸근한 인상으로 바뀐 사카모토 타로의 일상 분투기를 그렸다. ■ 팬텀 버스터즈 3 ‘팬텀 버스터즈’ 시리즈는 서로 다른 4명의 남고생이 만나 악령을 퇴치하는 학원 코미디 오컬트 만화다. 국내에는 지난 4월 3권까지 출간됐으며, 일본 현지에서도 누계 60만부를 돌파한 화제의 만화 시리즈다. 일본의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인 네오쇼코의 작품이다. 최근 출간된 ‘팬텀 버스터즈 3’에서는 자키가 자신의 영감이 불러온 고민을 안고 벌이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룬다. 자키의 고민을 듣기 위해 모가리 일행이 파자마 파티를 계획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다.

어린이, 혹은 곧바로 어른이 된 우리를 위한 추천도서 [공감, 이 책]

■ ‘4x4의 세계’(창비 刊, 조우리 글, 노인경 그림) “걷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다시 살아가는 것. 너는 그걸 해내는 중이야.”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의 제29회 고학년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두 아이가 마음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희망과 우정, 성장을 그려낸다. 대상을 수상한 조우리 작가는 2019년 작품 활동을 시작해 청소년소설 분야에서 입지를 굳혀 왔다. ‘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 ‘오, 사랑’ 등 경쾌하고 생동감 넘치는 필치의 소설을 꾸준히 발표했다. 작가가 처음 펴낸 동화 ‘4×4의 세계’는 장애와 질병에 관한 주변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주인공인 아동을 통해 풋풋하고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를 잔잔하게 풀어냈다. 하반신 마비 장애로 걷지 못하는 소년. 어린이 재활 병동에 입원 중인 ‘호’는 우연히 또래 친구 ‘새롬이’를 만난다. 좋아하는 책에 메모지를 붙여 편지를 주고받으며 속마음을 털어놓고, 빙고 게임을 하고,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둘은 어느새 비 온 뒤 맑은 날 함께 산책하는 사이가 됐다. 하지만 이내 호의 퇴원이 결정되고 둘은 그들만의 세계를 계속해서 만들어 갈 수 있을지 불안에 휩싸인다. 두 아이가 마음을 나누는 과정은 애틋하면서도 유머러스하다.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붓 터치가 돋보이는 화가 노인경의 수채화 풍경이 성장담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더욱 울림을 전한다. ■ 내 마음 다친 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온더페이지 刊, 김호성 글) 휴앤 마음디자인 센터 김호성 원장은 마음이 아파 상담소를 찾지만 이유를 알지 못하는 이들을 많이 만났다. 그는 이러한 사람들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한다. 그 역시 겪어 본 일이기 때문. 자신 자체가 타고난 민감한 기질에다 어려운 집안 사정이 겹쳐 마음의 상처가 몸의 고통으로 발현됐다. 이렇게 살 수 없다는 한계에 다다랐을 때 스스로를 살리고자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의학최면을 배우고 뇌과학까지 공부한 끝에 죽음의 문턱에 있던 자신을 삶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는 뉴런의 구조를 바꿔야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심리학에 뇌과학과 의학최면을 접목한 ‘치유 프로세스’를 완성했다. 10단계로 이어지는 치유 풀코스는 힘들었던 일 리스트 작성하기-감정표 체크하기-마음아이에게 공명하기-거울을 마주해 스스로를 위로하기-가장 오래되고 깊은 상처를 찾아 들어가기 등 한 단계씩 코스를 밟아가다 보면 어느새 10단계에 다다르고 건강하고 평온한 일상을 영유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반적인 이론에서 벗어나 사례별 치유의 과정이 상세하게 드러난 점이 눈길을 끈다. 가족관계, 학창시절, 사회생활 등 다양한 사례에서 겪은 상처를 어떻게 마주하고 치유해 나가는지 실사례가 제기돼 있다.

거짓말보다 더 나쁜 ‘개소리에 대하여’

◆ 개소리라 치부하고 넘길 수 없는…‘개소리에 대하여’(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이윤 번역, 필로소픽 刊)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해리 프랭크퍼트가 ‘개소리’에 대해 철학적으로 분석한 책은 2016년 국내에 출판된 이후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책의 철학적 가치와 깊이와 함께 그만큼 ‘개소리’가 만연한 사회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의미도 있을테다. 우선 해리 프랭크퍼트 교수는 특유의 꼼꼼한 개념분석을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개소리’에 담긴 숨은 의미와 그것의 사회적 파급력을 낱낱이 뜯어본다. 처음부터 그는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라고 단언한다. 또한 모든 이가 이런 사실마저도 알고 있다한다. 우리도 모두 개소리를 한 번씩은 하니까. 개소리의 개념풀이 이후 거짓말과의 분류 또한 시도한다. 프랭크퍼트에 의하면 거짓말은 개소리보다 더 나쁘고 악의가 있다고 사람들이 인식한다. 반면 개소리는 비교적 가볍고 덜 나쁜 것으로 취급되곤 한다. 과연 그럴까. 거짓말은 그와 반대되는 진실을 찾아보려는 어떤 노력이 수반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떤게 진짜인지 판별을 해보려는 개인과 사회의 노력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소리의 본질은 사태의 진상이 실제로 어떠한지에 대해서 무관심하다. 거짓도 진실에도 의미를 두지 않고 그냥 싸지른다. 즉 ‘개소리의 작업은 보다 광범위하고 독립적이며 음기응변과 꾸며냄, 그리고 창의적인 연기의 여지가 많다. 이것은 들인 노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예술의 문제’라고 말한다. 개소리는 꾸며내는 것, 독창적인 예술이란 것이다. 그리고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 거짓말보다 훨씬 더 큰 진리의 적이다’라고 단언한다. 개소리를 하는 자는 애초에 진실에 관심이 없다. 거짓말은 진실이 드러나면 힘을 잃지만 개소리는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이어진다. 개소리가 거짓말보다 위험한 이유다. 저자가 개소리의 개념을 분석한 뒤 비판하는 대상은 결국 개소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개소리에 관대한 사회다. 우리사회의 회의주의는 문제의 진상 파악과 객관적 탐구를 위한 노력이나 가치, 믿음을 저하시킨다. 이때 개소리는 확산된다.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구분하기 어려운 말들이 넘쳐나는, 넘쳐하는 지금 한국사회는 개소리의 시대인가 아닌가. 국내에서 이 책이 지속적으로 회자되고 뜨는 이유를 우리 사회와 결부지어 생각한다면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다. 개소리가 담고 있는 ‘실체없는 것들의 향연’, ‘공인의 공들인 개소리는 사회의 악’이라는 저자의 지적을 곱씹어 볼 만하다.

오직 한 번뿐인 ‘삶’에 대한 사유…‘단 한 번의 삶’ 外

‘한 번뿐인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럴 땐 저자가 담담하게 풀어낸 인생사로 삶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솔직하고 내밀한 이야기로 삶을 사유하고, 울림을 주는 책들이 있다. 어머니 빈소에서 시작된 이야기로 담백하지만 깊은 사유를 담은 책, 남다른 여행으로 세상을 겪은 경험담을 풀어낸 신간을 모았다. ■ 단 한 번의 삶 “때로 어떤 예감을 받을 때가 있다. 이건 이 작가가 평생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글이로구나. 내겐 이 책이 그런 것 같다.” 소설가 김영하가 ‘여행의 이유’ 이후 6년 만에 산문집 ‘단 한 번의 삶’을 출간했다. 지난해 유료 이메일 구독 서비스 ‘영하의 날씨’에 연재했던 글 열네편을 수정하고 다듬어 묶은 책이다. 저자는 그동안 보고, 겪고, 느낀 것을 기록하고 나누며 독자와 소통해왔다. 부지런히 쌓은 경험을 중심으로 사유를 펼쳐왔지만, 자신의 인생을 직접 꺼내어 내놓은 적은 드물었다. 이번 책에는 저자의 ‘삶’이 전면에 등장한다. 사적이고 내밀한 가족사와 함께 저자 자신의 삶을 무덤덤한 어조로 담아냈다. 이야기는 어머니의 빈소에서 시작된다. 알츠하이머를 앓다 돌아가신 저자의 어머니는 평생 자신의 결혼 전 삶을 자녀들에게 자세히 털어놓지 않았다. 저자는 그런 어머니의 장례식에 모여든 조문객들의 말을 듣고 어머니가 20대 때 군인이었던 사실을 알게 된다. 또 저자가 아버지에게 품었던 첫 기대와 실망도 돌이켜보면서 마음 한편에 쌓아뒀던 기억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지난 삶을 차근차근 톺아본다. 인생의 반환점을 막 돈 1968년생 ‘인간 김영하’는 ‘나는 왜 지금의 내가 됐나’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구해간다. 그리고 비슷한 질문을 독자에게도 전한다. 나에게도 이런 순간이 있었을까. 나는 무엇을 놓쳤고, 무엇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작가 삶의 에피소드가 나의 이야기로 전환되는 서사적 경험을 할 수 있다.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지난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에세이로 주목 받은 조승리 작가가 두 번째 수필집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을 출간했다.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시각장애인이자 안마사, 여성으로 살아온 저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신간에서는 저자가 외국 여행을 비롯해 시도한 낯선 경험과 면밀하게 관찰한 삶의 감각을 밀도 높은 감정과 함께 펼쳐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저자의 여행은 조금 특별하다. 일본 도쿄를 여행할 때는 일본저시력협회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의 여행길엔 협회 회원, 가이드, 친구 등 여러 사람이 함께한다. 전맹으로 살면서 때때로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 절망하고 슬퍼하기도 하지만, 조 작가는 “세상이 너무도 보고 싶어서” 기를 쓰고 자신이 느낄 수 있는 것에 마음을 쏟는다. 안정적이지만 무감각한 삶보다 차라리 엉망이 되더라도 세상을 구경하고 경험해내고야 마는 것이다. 저자는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는 그 나름대로 풍광을 감상하는 법이 있다”며 공감각적인 표현들로 새로운 글맛을 선사한다. 책에는 베트남 나트랑과 하노이, 말레이시아 페낭, 일본 도쿄, 홍콩 마카오, 필리핀 클라크, 백두산 천지 등에 대한 여행기와 함께 플라멩코 수업, 배리어 프리 전시, 바리스타 자격시험, 성형외과 상담 등 저자가 처음 해본 일들이 유쾌하게 담겼다.

‘불안한 아이 뒤에는 불안한 부모가 있다’...푸른칠판 刊 [신간소개]

첫 입학, 새학기의 설렘과 초조함이 함께한 3월이 지나고 4월의 중순, 아이를 학교에 보낸 많은 부모들은 여전히 초조함과 걱정, 기대로 마음이복잡할 것이다. 자녀에 관한 불안과 걱정은 마치 실과 바늘처럼 부모의 뒤를 따라온다. 신간 ‘불안한 아이 뒤에는 불안한 부모가 있다’(현운석 지음,푸른칠판 刊)는 17년차 초등교사이자 초등 4학년의 학부모, 교원 대상 학부모 상담 전문 강사, 교원단체 교권법률팀 등에서 활동 중인 현운석 교사가 부모의 지나친 불안을 잠재우고 실천 가능한 현실적인 솔루션을 담았다. 저자는 불안은 불확실성, 평가나 책임에 대한 부담, 불확실한 정보, 불공정한 기대와 지나친 비교·경쟁 문화에 의한 균열이자 총체적인 흔들림이라 분석한다. 흔들림이 심해지면 붕괴될 수도 있다. 그러면서 붕괴될지 아니면 흔들리면서도 균형과 중심을 잡아 나갈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조언한다. 부모가 중심을 잡아야 자녀의 자율성, 주도성, 책임감, 사회성, 자기효능감, 자기존중감 등을 온전히 지켜 나갈 수 있다는 것. 저자 역시 많은 부모들을 만나 온 현직 초등교사이면서도 한때 자녀에 관한 걱정과 불안에 잠 못 들었던 기억도 있다. 여러 시행착오와 고민, 그 과정에서 깨달은 내용 등을 정리하면서 그는 부모로서 불안은 당연히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리고 그 불안과 대면할 용기를 갖자며 위로하고 응원한다. 학교 현장에서 자녀가 겪는 실체적 갈등과 부모의 불안에 대한 심리학적 처방, 실천 가능한 교육 솔루션 등이 다양하게 담겨있다.

천상병 시문학상·동심문학상 수상 ‘모르는 입술’, ‘괴물이 될 테야’ [이 주의 책]

현대 문학계의 거성인 천상병 시인을 기리는 시문학상과 동심문학상에서 올해 수상자가 탄생했다. (사)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와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는 제27회 천상병시문학상 수상자로 장무령 시인을, 수상작은 ‘모르는 입술’(청색종이 刊)을 선정했다. 제7회 천상병동심문학상은 홍일표 시인의 ‘괴물이 될테야’(상상 刊)이다. ◆ 괴물이 될 테야(상상 刊) 풍부하고 재밌는 비유로 가득한 홍일표 시인의 첫 동시집이다. 독특하고 선명한 비유가 다양한 빛깔로 반짝거린다. 염소 똥 같은 까만 콩을 ‘가을이 낳은 똥’(‘까만 콩’)이라 하고, 통통배는 ‘통통통/재봉틀처럼 바다를 꿰맨다’(‘통통배’)고 한다. 보름달은 ‘하느님만 사용하는 가볍고 동그란 청소기’이고, 수박은 밭에서 볼 수 있는 ‘얼룩말알’(‘수박’)이다. 시인이 구사하는 풍부한 표현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의 세계도 어느새 알록달록하게 물든다. 시인은 ‘아빠가 올 때까지’ ‘혼자 어두워’지는 아이(‘저녁이 싫어요’)처럼 소외된 곳에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시인의 동심을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자신의 상황을 딛고 일어날 힘과 감동을 주는 듯하다. ◆ 모르는 입술(청색종이 刊) ‘119 응급대원이 박차고 들어와 무슨 일이냐며 이유를 물었다/응급차에 실릴 때 옆에 앉아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는 생각/ 타당성은 어이없이 만들어진다/ 남자 구실을 못하는 걸까/ 어린 의사의 눈동자는 어떻게 호기심을 감출까/ 오전 수업을 휴강해야 할 텐데/ 거기를 지네가 물었다는 것은 사실일까//나는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보잘것없어졌다(‘호모 사피엔스’ 중) 독특한 감각으로 역설적이면서도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펼쳐왔던 장무령 시인이 19년 만에 출간한 두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의미를 해체하는 또 다른 변용의 세계를 탐색하고 있다. 일상을 넘어서는 상징적인 세계는 와해된 언어의 형상들로 가득하다. 절대적 순수의 통각(痛覺)이라는 시적 경지를 잘 드러내 독자들에게 참신한 시 읽기의 맛과 재미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지금의 한국을 만든 건 무엇인가’...한국에 관한 새로운 시선 ‘한국이란 무엇인가’ 外 [신간소개]

‘한국은 지금 어디쯤 와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을까’. 12·3 비상계엄과 탄핵을 겪고, 조기 대선을 앞두며 ‘한국’이라는 공동체를 다시 사유하는 책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홍익인간부터 12·3 계엄까지 한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짚어보는 책들이 출간됐다. 빈틈없는 논리와 유쾌한 상상력으로 ‘한국의 정체성’과 ‘한국인의 경이로움’을 짚어내면서 미래에 대한 충고도 곁들였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프랑스 문학평론가가 분석한 한국에 관한 신간을 모았다. ■ 한국이란 무엇인가 지금 우리가 ‘한국’이라고 부르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한국을 상상할 수 있을까.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를 익숙하게 설명해온 고정된 이야기들은 한국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기존의 언어가 만들어놓은 한국의 이미지를 해체하고, 그 틈에서 새로운 시대를 위한 한국의 정체성을 재구성했다. 신간 ‘한국이란 무엇인가’는 홍익인간부터 계엄의 밤까지,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변화한 한국을 돌아보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질문조차 하지 않는 개념들을 흔들고 새롭게 세웠다. 특히 단군신화의 낡은 관점을 새롭게 읽고, 일제강점기의 복잡성을 재조명하며, 미시적 독립운동의 존재를 새로 이야기했다. 나아가 한국의 시민사회와 대학의 의미를 다시 묻고, 청년과 어른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한국의 과거’에서는 홍익인간, 단군신화, 삼국시대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다고 믿어온 개념들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재해석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과거는 단순히 지나간 일이 아니라 현재의 욕망과 권력이 재구성하고 해석하고 정당화한 ‘기억의 서사’임을 일깨운다. 2부 ‘한국의 현재’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온 현실의 구조적 취약함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정당 정치의 무능과 정체, 언론의 불신, 교육 제도의 실패, 개혁 담론의 무기력함 등 한국 사회를 이루는 제도적 기반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진단한다. 3부 ‘한국의 미래’는 한국이라는 이름이 앞으로도 유효할 수 있으려면 어떤 조건들이 마련돼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 경이로운 한국인 (마음의숲 刊) ‘경이로운 한국인’은 프랑스 문학평론가이자 번역가, 엑스마르세유대학에 한국학을 창설하고 주임교수를 역임한 장클로드 드크레센조가 느낀 경이로운 한국인에 관한 이야기다. K-POP, K-드라마 등 프랑스에서도 한국의 문화, 정치, 경제에 대한 정보들이 쏟아지지만, 저자는 일상에서의 한국인들이 어떤지에 대해 흥미롭게 다뤘다. ‘글을 쓸 때 왜 새끼손가락을 바닥에 대고 쓸까?’, ‘여자들은 웃을 때 왜 손으로 입을 가릴까?’, ‘한국사람들은 달릴 때 왜 몸통에 팔을 붙일까?’, ‘한국에서는 주사를 맞을 때 간호사가 왜 엉덩이 볼기를 때릴까?’, ‘한국에서 시집들이 잘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이다. 한국에서 지내면서 신기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한 한국 문화, 습관, 관습, 언어까지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민족학적 고찰을 통해 우리가 지금 어떻게 살아내며 어떤 힘으로 이겨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총 7부로 구성된 책은 한국인의 언어, 식사 습관과 음식, 미신·장례 등 관습을 이어가는 모습, 친절함 등을 설명한다. 또 글로벌 무대에서의 위상을 자랑하는 한국과 그를 이뤄낸 한국인의 모습을 분석한다. 특히 저자는 나라가 어두울 때 가장 밝은 것을 들고나오는 한국인의 모습이 세계 속에서 한국이 빛나는 이유라는 점을 강조한다.

50년 경기여성활동의 성장과정 한 눈에…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경기여성활동사’ 발간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회장 이금자)가 근대화부터 현재까지 50년간의 경기여성활동을 정리한 ‘경기여성활동사’를 발간했다. 지난 50년간 경기도 여성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변천사를 통해 경기여성활동의 성장 과정을 총망라해 여성 활동의 태동기와 변천사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경기여성활동사’는 ‘50년 발자취, 100년을 향한 발걸음’을 주제로 대한민국 ‘여성 활동사와 여성단체 활동 발자취’, ‘경기 여성 담대한 변화로 새로운 지형도를 그리다’, ‘경기도 여성단체들 그 위대한 저력’ 등 총 3개의 대주제로 구성됐다. 19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스페셜 인터뷰, 태동기, 성장기, 도약기, 비상기 등으로 나눠 관련 사진과 원고를 실었다. 책은 도서관, 여성단체, 여성관련 연구기관, 대학교 등에 무료 배포되고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누리집에 ‘경기여성활동사 E-Book’란을 게시해 도민들이 쉽게 접근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오는 23일 오전 11시엔 경기여성의전당 둘로스문화홀에서 여성단체 회원 200여 명과 지역사회 관계자 등을 초대한 출판기념회도 개최한다. 이금자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장장은 “‘경기여성활동사’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우리가 함께 이뤄낸 역사의 증거이자 미래 세대에게 전하는 값진 유산이 될 것”이라며 “지역 곳곳에서 시대의 변화를 이끌며 사회적 책임을 다해 온 여성들의 빛나는 발자취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책과 함께 우리가 다시 살펴봐야 할 민주주의와 올바름, 역사 [신간소개]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한국은 지난 4개월 간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입증했다”고 분석했다. 극단으로 쏠린 사회는 위기를 부르고 상식과 연대는 회복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것을 우리 사회는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위기에서 회복의 시대로 나아가려는 지금 우리는 어떤 것을 경계하고 살펴봐야 할까. 폭넓은 시야로 사회를 조망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렸다. ■ 잘못된 단어(르네 피스터 지음, 문예출판사) 이야기의 맥락과 상관없이 단어 하나에 정치적, 사회적 생명이 다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특히나 인종과 젠더 등 그 주제가 예민할수록, 가치치향적일수록, 진보적인 의제일수록 더욱 그렇다. 목소리 큰 소수는 이를 ‘잘못된 단어’로 규정하고 공격하는데 사활을 건다. 한 단어로 깨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구분되며, 그렇지 못한 사람은 격렬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표현의 자유는 언제나 진보를 위한 무기이자 약자들이 특권층의 탄압에 맞서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이었는데 아이러니하다. 독일 진보 잡지 ‘슈피겔’의 워싱턴 특파원 르네 피스터는 이를 새로운 독단주의라고 부른다. 저자는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하며 미국에서 정치적 올바름에 어긋나는 ‘잘못된 단어’를 공격하는 일에 사활을 거는 현상을 파헤친다. 일명 새로운 독단주의다. 학교, 언론, 기업, 공공기관, 문화예술계 등 미국의 일상생활을 좌우하는 모든 곳에 새로운 독단주의가 스며들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깨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끊임없이 구별해 도덕적 위계를 매기는 시대의 분위기는 옳은가. 저자는 미국과 그 영향을 받은 독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박진감 넘치게 추적한다. 정치적 올바름이 침묵을 종용하게 하는 미국과 독일 사회 전반의 모습은 대한민국 사회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정치적 올바름, 단어의 올바름에 맹목적으로 매달릴 경우 사회는 양극단으로 갈 수밖에 없고 자유로운 표현의 자유와 이로 인한 실질적인 변화마저 가로막는다고 경고한다. 극단적 분열과 갈등이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가 곱씹어볼 만한 내용이다. ■ 고등학생운동사(조한진희 기획, 동녘 刊) 12·3 계엄 선포로 광장에선 어떤 존재들이 계속 ‘재발견’됐다. 2030여성의 ‘재발견’, 10대의 ‘재발견’,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의식의 재발견까지. 하지만 10대들의 투쟁은 역사에서 늘 존재했다. 11·3학생의날 유래가 된 일제강점기 학생 항일운동, 4·19혁명의 시작과 주역은 고등학생이었다. 최근 사회의 크고 작은 정치적 이슈에서도 10대들은 늘 자신들의 목소리를 자신들이 가능한 범위에서 강조해 왔다. 최근 출간된 고등학생운동사는 1980∼1990년대 국내에서 벌어진 고등학생 운동, 이른바 ‘고운’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조명하는 책이다. 고등학생 운동에 몸담았던 11명의 기억을 토대로 고운의 다양한 층위와 당시 10대들이 지녔던 문제의식 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10대=입시’로 직결되는 한국사회에서도 ‘고운’은 상식을 지키고자 끝없이 교실 밖을 나섰다. 불의한 사회, 폭력이 난무하는 학교 문화에 분노해 사회에 상식과 정의를 물었다. 사학 재단의 비리에 저항하고자 단결된 목소리를 냈다. 1980년대 초부터 이어진 군사 정권 타도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품고 운동에 참여한 고교생도 있었다. 대한민국사에 획을 긋는 정치적 역할을 했던 고교생들의 사회운동은 왜 늘 재발견될까. “우리 사회가 10대를 정치적인 주체로 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책의 지적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별에게’, ‘봄파 할아버지와 곤충 탐험을 떠나요’ [그림책 이야기]

■ 별에게(안녕달 지음, 창비) 올해로 창작 10주년을 맞은 안녕달 작가의 ‘별에게’가 출간됐다. 작은 섬 마을 하굣길, 한 아이가 별 하나를 사서 집으로 온다. 아이는 엄마와 별을 애지중지 한다. 별을 잘 못 키워 금방 사라진 집도 많다는데, 이들은 별을 달만큼 키우기 위해 밤마다 함께 산책을 나서기도 한다. 아이가 커지는 만큼 별도 쑥쑥 자란다. 엄마와 산책할 때도, 귤을 딸 때도 늘 별이 함께 있다. 어느덧 아이는 어른이 돼 섬을 떠나고, 별도 심상치 않게 커버렸다. 아이가 한참을 걸려 집에 도착하자 마당에 크고 환한 별이 있다. 두 사람은 별을 꼭 안아준 뒤 하늘로 올려보낸다. “네가 와서 집이 참 환해졌지. 우리에게 와 줘서 고마워” 별은 누구에게나 있다. 몸은 떨어져있어도 돌이켜보면 곁을 지켜준 소중한 존재는 누구에게나 언제나 있다. 누군가의 보살핌과 사랑, 믿음은 우리를 자라게 하고 또 우리의 곁을 떠난다. 작가는 모녀와 별이 함께한 시간을 정성스럽게 그리면서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보살피는 마음이 어떻게 깊어지는지를 섬세하게 드러냈다. 작가만의 감성과 환상이 더해진 섬마을 바다에 비친 별과 서정적인 풍경은 서로를 보살피는 마음을 더욱 와닿게 한다. ■ 봄파 할아버지와 곤충 탐험을 떠나요(데이비드 스즈키·타니아 로이드 치 글, 친 렁 그림, 찰리북) 봄파 할아버지는 쌍둥이 남매를 데리고 집 주변에서 자연 탐험을 한다. 쌍둥이 남매 나키나와 카오루는 할아버지와 곤충 탐험을 하면서 곤충을 살피며 곤충이 되어 보는 상상을 마음껏 한다. 이들은 곤충의 중요한 역할을 알게 된다. 꿀벌과 나비 등이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 식물은 열매를 맺고 인간은 과일과 채소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 등이다. 그리고 곧 깨닫는다. 우리는 곤충 없이 살 수 없고 곤충은 자연을 지키는 가장 작은 영웅이란 것을. 나키나와 카오루는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곤충이 사라진다면, 또는 인간이 사라진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 본다. 세계적인 과학자이자 환경 운동가인 데이비드 스즈키의 경험담에서 나온 그림책이다. 데이비드 스즈키가 실제로 손자 손녀와 곤충 탐험을 하며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해 이야기 속에서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현실감 있고 재밌다. 책은 곤충 탐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환경과 생태계, 함께하는 삶 등의 주제를 담았다. 캐나다 총독문학상을 받은 일러스트레이터 친 렁이 표현한 봄파 할아버지와 쌍둥이 남매의 캐릭터는 친근하고 사랑스럽다.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명력 넘치는 자연과 곤충을 보며 삶과 생태계의 또 다른 면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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