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금지에 모욕… 국가유산지킴이 ‘수난’ [사라져가는 국가유산지킴이]

국가유산지킴이 수난 줄어드는 경기도 ‘국가유산지킴이’…지원 대책 시급 #1. 지난해 5월 본격적인 관광철을 맞아 경기도 ‘수원화성’을 청소하려 모인 ‘국가유산지킴이’ 20여명이 입구에 들어서지도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주말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끝내 수원시화성사업소의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원화성의 정화활동을 하는 국가유산지킴이로, 사비를 털어 옷가지와 청소용품 등을 마련했지만 이 같은 제재로 정작 활동한 횟수는 손에 꼽는다. #2. 비슷한 시기 하남시의 비지정문화재인 한 향교의 주변 환경 정화를 위해 현장을 찾은 국가유산지킴이 40명 역시 향교 유림회의 반대로 활동을 하지 못했다. 입구에서 두 시간 넘게 승낙을 구했지만, “들어오지 말라”며 고성이 오간 끝에 지킴이들은 결국 되돌아가야 했다. 국가유산 관리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민관협력체계로 마련한 ‘국가유산지킴이’가 현장에서 유산 보호의 역할을 제지당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유산지킴이는 생활 속에서 소외된 국가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지만, 정확한 매뉴얼이나 활동 권한 등이 없어 유산 보호의 역할을 오롯이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21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국가유산지킴이는 국가유산청이 지난 2005년 인력·예산 등 행정의 한계를 극복하고 1만여점의 국가유산을 관리하기 위해 추진한 제도다. 국가유산지킴이를 희망하는 이들은 9시간의 온라인 교육을 이수한 뒤 국가유산청의 위촉을 받아 4년간 국가 지정, 시·도 지정, 비지정 문화유산 등을 선택해 정화·홍보·학술 등의 활동을 해나간다. 하지만 국가유산지킴이들은 역할만 부여받고 권한이 없어 대다수가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유산을 관리하는 사업소에선 출입을 통제하기도 하고 비지정 유산의 경우 일반 관리 주체와의 갈등도 있어 국가유산 정비를 위한 출입조차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해마다 위촉되는 경기도의 국가유산지킴이 수는 줄고 있다. 도내 국가유산지킴이는 지난 2021년 531명에서 2022년 347명, 2023년 182명, 지난해(10월 기준) 59명 등으로 3년간 89% 감소했다. 재위촉을 받은 인원 역시 2020년 1천869명에서 2022년 1천256명으로 줄었다. 현재 도에서 활동하는 국가유산지킴이는 2천100명으로 도내 국가유산 7천441개에 비하면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2022년 지킴이로 활동한 A씨는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봉사하러 갔는데 오히려 출입 현장에서 제지 당해 아이들 보기에 부끄러웠다”며 “국가유산을 보호한다는 자부심으로 시간과 사비를 써가며 갔는데 문전박대를 당해 이후 지킴이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지킴이 경기인천권거점센터 관계자는 “지킴이는 문화유산 관리의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는 유일한 제도지만, 의무와 역할만 부여받고 권한은 없어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어 왔고 그 수조차 줄고 있다”며 “지킴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 “매뉴얼 정비… 유산보호 활동 연속성 높여야” [사라져가는 국가유산지킴이]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21580389

E-순환거버넌스, 초록우산에 사회공헌기금 3억5천만원 전달

E-순환거버넌스가 자원순환 캠페인으로 발생한 기금 약 3억5천만원을 초록우산에 전달하며 환경보호 실천과 함께 경기도 내 저소득층 아동들의 건강한 양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이바지했다.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회장 황영기)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진행된 ‘모두비움, ESG나눔 자원순환 실천대회’에서 E-순환거버넌스로부터 사회공헌활동 기부금 3억5천만원을 전달받았다고 20일 밝혔다. 이날 열린 전달식에는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 정덕기 E-순환거버넌스 이사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기부금은 지난 한 해 동안 진행된 E-순환거버넌스의 ‘모두비움, ESG나눔 캠페인’을 통해 마련됐다. E-순환거버넌스는 개별 가정을 방문해 폐기되는 전자제품을 수거하는 ‘대국민 무상방문 수거 서비스’ 뿐만 아니라, 기관·기업에서 폐기되는 전자제품을 회수하고 배출량에 따라 ESG성과를 제공하는 ‘모두비움’, ‘ESG나눔 자원순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기금을 마련했다. 기부금은 초록우산에 의해 경기도 내 저소득층 아동들에게 보육·학습·의료·주거비 형태로 지원돼, 아동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양육 환경에 보탬이 될 예정이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은 “이번 후원은 환경보호 가치와 함께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지원하는 ESG 실천의 대표 사례”라며 “앞으로도 언제나 아이들 곁에서 아동과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E-순환거버넌스는 캠페인을 시작한 지난 2022년 64개 기관・기업이 참가해 약 8천 톤을 재활용했으며, 올해에는 대폭 증가한 380개 기관・기업이 참가해 연말까지 약 2만5천 톤의 폐전기・전자제품이 재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안중근 담은 ‘하얼빈’, 일본 포함 전 세계로…서경덕 “고무적인 일”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가 영화 ‘하얼빈’의 해외 판매 소식을 전하며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서 교수는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영화 '하얼빈'이 미국, 일본, 프랑스, 호주 등 전세계 117개국에 판매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는 한국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면서, 이제 세계인들이 한국 역사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일본에 판매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그 의미를 강조했다. 서 교수는 3년 전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영화 ‘영웅'이 일본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점을 언급하며 “당시 일본 SNS에서는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며 많은 일본 누리꾼들이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다’, ‘한국이 테러리스트를 영화화한다’는 등의 어이없는 주장을 펼쳤다"고 회고했다. 그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전 총리가 지난 2014년 안중근 의사에 대해 “일본 초대 총리를 살해해 사형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언급한 사례도 언급하면서 “이는 일본 정부가 올바른 역사 교육을 시행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서 교수는 “영화 ‘하얼빈’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해 한국과 동북아시아 역사를 알리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우민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다룬 작품으로 배우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등이 출연한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개봉한 이후 이날까지 누적 관객수 431만여 명을 기록했다.

“‘조례 제정’, ‘이백원 의병장 묘 확인’ 등 큰 성과”…무명의병 5차 포럼서 성과 공유, 방향 모색

무명의병포럼은 16일 오후 2시 경기일보 1층 소회의실에서 ‘잃어버린 무명의병을 찾아서-제5차 무명의병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올해로 광복 80주년, 1895년 봉기한 을미의병 130주년과 함께 무명의병포럼 발족 4년차를 맞아 그동안 추진했던 ‘잃어버린 무명의병을 찾아서’ 사업의 새로운 시작과 결실을 준비하고자 마련됐다. 이 자리엔 강진갑 무명의병 포럼 공동준비위원장(㈔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장), 최종식 경기일보 기획이사 및 포럼 공동준비위원장을 비롯해 김영아 성균관대 문화융합대학원 초빙교수 겸 연극배우, 김지혜 용인문화원 사무국장, 윤정국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 연구위원, 이복재 양평의병기념사업회 의병 연구자, 최봉주 양평의병기념사업회 사무국장, 조미순 ㈜블루디씨 대표 등 15명이 참석했다. 포럼에선 그동안 추진한 주요 네 가지 성과가 공유됐다.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 일제잔재 청산 및 항일 추진 민간공모 지원사업’ 선정(2022년) ▲양평군 양평읍 오빈리 일대 ‘맥켄지 기자 의병사진 촬영장소’에 대한 학술적 고증(2022년) ▲양평 사탄전투에서 전사한 ‘이백원 의병장’ 묘 확인(2022년) ▲‘경기도 무명의병 기억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2024년) 등이다. 최봉주 양평의병기념사업회 상임이사는 “무명의병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안정과 평화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방보조금으로 맥켄지가 의병들을 촬영한 장소로 확정된 양평 오빈리에 무명의병 조형물을 만드는 예산이 편성됐다. 이들의 활동을 기념하고 알릴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강진갑 무명의병포럼 공동준비위원장은 “무명의병 연구가 2022년에 시작됐는데 조례가 제정되고 경기도에서 사업에 나서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며 “현장·사례 조사, 발굴, 연구 등을 이어가 사업이 추진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욱진 화백 제자들…초상 등 작품 ‘장욱진미술관’에 기증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장 장욱진 화백의 제자들이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 ‘장욱진 초상’ 등 작품을 기증했다.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김종학과 임충섭 작가는 장욱진(1917~1990)이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교수로 재직할 당시 제자로 인연을 맺었고, 장욱진이 1960년대 이후 유일하게 참여했던 미술단체 ‘앙가쥬망’에서 함께 활동했다. 이번에 기증한 작품은 ‘장욱진 초상’, ‘무제-1000와트’로 스승이자 선배였던 장욱진을 그리며 제작한 작품들이다. 김종학의 ‘장욱진 초상(하드보드에 유채·1970년대)’은 장욱진의 예술적 고민과 고뇌를 포착해 묘사하고 있으며, 임충섭의 ‘무제-1000와트(혼합재료·2000년)’는 장욱진에게 배운 자연과 환경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장욱진에 대한 존경심과 동경심이 담겨있는 이번 기증작들은 장욱진의 인격적인 면모와 장욱진이 평소에 인간관계를 어떻게 형성했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작품들로 미술사적 가치가 높다. 김지혜 미술관팀장은 “작가의 진정성이 담긴 두 작품은 장욱진의 삶과 예술에 관한 연구와 전시기획 측면에서 활용도가 높다”며 “기증에 대한 큰 뜻을 밝혀주신 김종학, 임충섭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인송문학촌 토문재, 입주작가 모집…창작활동 지원

인송문학촌 토문재(촌장 박병두)가 입주 작가를 모집한다. 모집기간은 오는 31일까지로, 문학 장르(시·시조, 소설, 수필, 희곡, 영화 시나리오, 아동문학) 분야와 함께 미술, 음악, 사진 평론 등도 참여할 수 있다. 등단한 기성작가, 지도교수의 추천서 제출이 가능한 예비작가 모두 신청이 가능하다. 선정된 작가는 다음달 10일 인송문학촌 누리집 또는 개별 통보한다. 입주를 희망하는 작가는 인송문학촌 토문재 누리집 공지사항 및 창작레지던스 입주작가 신청 게시판에서 신청서를 받아 이메일로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인송문학촌 토문재 운영위원는 심사기준에 따라 다섯 가지 항목별로 차등 점수를 둬 등단 연도와 매체, 수상과 활동 경력, 인문학적 기여도, 작품실적, 집필 계획의 적합성, 기대효과 등을 평가해 선정한다. 선정된 작가는 지난해 선정된 작가와 함께 오는 3월1일부터 12월30일까지 1년, 1개월, 2개월, 3개월, 1주 단위별로 입주하게 된다. 특히 선정된 입주작가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일부 지원을 받아 창작실과 식기재 도구 및 식재료 일체를 전액 무료로 경제적인 부담을 갖지 않고 오로지 창작에만 몰입할 수 있다. 또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며 토문재문학 작품발표 등 다양한 활동이 주어진다. 인송문학촌 토문재는 지난해 추계예술대 교수 김다은 소설가 등 입주작가 69명을 선정했으며, 2022년부터 지금까지 259명의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했다. 인송문학촌 토문재는 시나리오 작가이자 소설가인 박병두 작가가 지난 2020년 고향인 해남 땅끝 7천600여㎡ 부지에 사재를 털어 건립했다. 한국의 멋과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담은 전통 한옥으로 지어졌으며 본관과 별관으로 나눠 난초실, 하우실, 인송실, 송정실, 국화실, 목련실 등 창작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인송정 정자와 24시간 토문재 북카페 휴게공간, 세미나실 등도 갖추고 있다. ‘글을 토해 내는 집’이라는 뜻의 토문재는 땅끝 해남의 인문학 명소로 작가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각광을 받고 있다.

‘한국현대목판화’ 70년 조명부터 기후위기까지…경기도미술관에서 주요사업 발표

경기도미술관이 ‘한국현대목판화’의 한국성·역사성을 조명하는 등 올해 미술관을 활성화하기 위한 9개 주요 사업을 진행한다. 경기도미술관은 올해 ▲경기아트프로젝트 ‘한국현대목판화’ ▲동시대 미술의 현장 ‘기후위기와 RE100’ ▲소장품상설기획전 ‘飛물질’ ▲경기작가집중조명전 ‘김나영&그레고리 마스, 박혜수, 최수앙’ ▲신진작가 옴니버스 ‘박예나, 김민수, 강나연’ ▲맞춤형 교육프로그램 운영 ▲무장애 ‘경기도미술관 전시안내’ 애플리케이션(앱) 운영 ▲‘체험형’ 미술자료실 운영 ▲문화자원봉사 양성교육 운영 등 총 9개 주요 사업을 통한 활성화 전략을 세웠다고 14일 밝혔다. 주요 전시로는 오는 3월20일 경기아트프로젝트로 한국현대목판화 70년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목판화는 한국전쟁 이후 1950년대부터 전통성과 향토성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목판화가 2000년대까지 각 시대별로 담아낸 한국현대사의 주요 사건과 흐름을 예술적인 관점에서 살펴본다. 같은 날 소장품상설기획전 ‘飛물질’도 열린다. 실험미술, 퍼포먼스, 개념미술 등을 아우르는 ‘비물질’의 개념과 역사, 작품을 다루는 상설 전시다. 미술관 소장품 중 비물질에 해당하는 작품을 선별해 1차로 전시한 뒤 5월 열리는 심포지엄에서 논의된 담론을 통해 9월 2차 전시를 열어 새롭고 풍부한 전시콘텐츠를 마련할 계획이다. ‘기후위기와 RE100’을 주제로 한 ‘동시대 미술의 현장전’(7월24일)도 눈길을 끈다. 기후위기, 자연생태 환경, 재생 에너지에 관한 예술작품을 통해 위기 극복의 대안을 모색한다는 의도로 경기도 서해안을 비롯해 생태와 갯벌을 주제로 작업해 온 작가들을 초대해 동시대 미술이 인식하는 생태적 삶의 방식을 새롭게 조명할 예정이다. 11월 중진작가를 지원하는 ‘경기작가집중조명전’에선 김나영&그레고리 마스, 박혜수, 최수앙 작가가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3월부터 약 1년간 신진작가의 작품, 활동을 집중 조명하는 ‘신진작가 옴니버스 전시’도 마련된다. 올해는 박예나, 김민수, 강나영 작가가 참여해 3월, 8월 12월에 프로젝트갤러리에서 전시를 열 예정이다. 경기도미술관이 위치한 안산의 지역적인 특성과 연계한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관객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열린다. 북큐레이션 프로그램 ‘경미의 서재’와 ‘관객참여 프로그램’ 등 깊이 있는 미술 자료 콘텐츠를 제공하고, 무장애 관람을 위한 ‘경기도미술관 전시안내 앱’을 운영한다.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학생단체 프로그램 ‘G뮤지엄 스쿨’과 함께 기획전시 작품과 연계한 교육 대상별 맞춤형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영상] ‘이날치’에서 ‘정년이’까지…소리꾼 권송희, “전통의 미학 지켜야죠” [문화인]

민족 고유의 정서 ‘한’을 녹여낸 영화 ‘서편제’를 보고 자라난 어린 소녀는 어느새 30년 차 소리꾼이 됐다. 국악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간 권송희(38). 그녀는 그룹 ‘이날치’ 멤버로 “범 내려온다”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 신선한 충격을 주더니, 이번에는 국극 대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정년이’의 소리 감독이 됐다. 권씨는 우리의 전통 소리가 다시 한번 뜨거운 관심을 받는 요즘, 국악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서도록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었다. 오랜 세월 전통을 이끌어온 스승 세대와 각종 ‘컬래버’(타 장르와의 협연)를 통한 퓨전 국악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젊은 후배 세대, 그사이에 자리한 권씨는 “전통의 아름다움을 보존하면서도 대중의 사랑을 이어가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정년이’는 해방 이후 1950년대 활약을 펼쳤던 여성 국극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리꾼과 고수로 구성된 ‘판소리’를 기반으로 남녀 역할을 나눈 ‘창극’이 탄생했고, 박녹주 선생 등 여성 명창들이 모여 창극을 하는 여성 국극이 생겼다. 권씨는 극 중 최고 인기인 ‘매란 국극단’에서 진정한 소리꾼으로 거듭나는 천방지축 천재 소녀 정년이를 열연한 배우 김태리를 집중 지도했다. 촬영 현장 모니터링과 극중극 소리 일부를 구성 및 작창, 녹음 참여 등에도 권씨의 손길이 가닿았다. “지난해에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냈어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 국극의 역사를 많은 분들이 알게 되고, 전에 없이 소리가 주목을 받으며 더 뿌듯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 중 특히 압권은 정년이가 ‘떡목’이 되는 부분이다. 판소리에서 너무 목을 혹사해 목소리가 나오지 않거나 상청(고음)이 나지 않는 것을 ‘목이 부러졌다’, ‘떡목이 됐다’ 등으로 표현하는데 극 중 파트너를 잃고 불안함과 경쟁심, 득음에 대한 욕망 등 여러 복합적인 감정으로 한계에 도전하던 정년이가 끝내 떡목이 되는 과정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김태리씨와는 2021년 4월부터 연습을 시작해, 다 같이 소리의 고장 남원에 가 합숙 훈련을 하기도 하는 등 정말 진지하게 임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떡목’을 그려내기 위한 과정이 기억에 남는데 쉰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 촬영 전날 모여 4~5시간 계속 소리를 지르기도 했지요.” 이 같은 과정은 배우에게도, 그녀의 소리 스승이던 권씨에게도, 시청자에게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만들었다. 권씨가 대중의 이목을 끌었던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녀는 “범 내려온다”로 잘 알려진 ‘이날치’의 원년 멤버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활동하며 ‘K-국악’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린 이 중 한 명이다. 퓨전 국악, 판소리의 대중화 등 수식어를 자랑하지만, 그 배경엔 묵묵히 걸어 낸 전통 소리길이 있다. “어린 시절 ‘서편제’라는 작품이 나왔는데 그때 소리를 따라하는 성대모사를 하곤 했어요. 그런데 부모님께서 제가 소리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셨고, 마침 명창분이 멀지 않은 곳에 계셔서 그분을 스승님으로 삼아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인생에서 ‘정년이’와 같은 순간이 존재했다. 사춘기 시절 변성기가 찾아오며 목소리가 변하게 된 것이다. 인생에서 첫 번째 위기의 순간이었다. 다행히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한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그렇게 꿈을 이어갈 수 있었다. 소리는 그녀의 인생에 또 다른 변화를 불러왔다. 소리꾼에게 있어 영원한 동반자인 ‘고수’를 인생의 동반자로 맞이하게 된 것이다. 권씨는 한 해가 갈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작품에서 느껴지는 깊이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판소리 마당을 묻자, 그녀는 ‘심청가’를 꼽았다. “아이를 낳고 인물이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이제는 ‘심청이’의 모친 곽씨 부인에 주목하게 됐는데, 소리의 깊이가 달라진다는 말이 인생의 경험이 얼마나 쌓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작품의 이야기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을수록 진짜 내 소리가 되는 기분입니다. 반면 예전에는 썩 좋아하지 않았던 ‘흥보가’가 요즘 들어 마음에 들어오게 되더라고요. 흥보 부인의 입장에서 서로가 정말 아끼고 좋아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며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깊어진 것인데, 이렇게 해마다 소리의 묘미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올 한 해 아티스트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 고루 균형을 이루며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면서도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은 역시 소리꾼다웠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 판소리라는 음악 장르가 전통의 미학을 지키면서도 살아남는 길에 대해서도 꾸준히 고민하고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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