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부동산 적폐 그 종식을 위해

우리 사회는 가히 부동산 공화국이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오랜 시간 동안 가장 확실한 자산 증식 수단이었다. 결코 실패하지 않는 투자처라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커갔다. 하지만 강남불패, 똘똘한 한 채, 영끌 등 부동산 투기와 관련된 말들이 회자될수록 부동산이 지닌 공적인 가치, 기본권으로서 주거권은 점점 더 잊히게 됐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인해 부동산 투기의 민낯이 드러났다. 그동안 토건 마피아라 부르던 부동산 개발세력들이 어떻게 국토를 유린하고 서민의 주거 안정성을 헤쳤는지가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이를 보는 일반 서민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졌다. 부동산과 관련한 우리나라 투기의 역사는 그 뿌리가 깊다. 1970년대 서울 강남 개발에서부터 최근 신도시 개발까지 수십 년은 족히 넘는다.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부동산은 사회적 신드롬을 넘어 신화가 되어갔다. 정권이 몇 번이 바뀌는 사이 개발세력의 입지는 더욱더 공고해지고 커졌다. 그렇게 적폐가 쌓여갈수록 서민들의 박탈감은 커졌다. 며칠 전 한국경제연구원에서 고용부와 통계청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최근 5년간 근로자의 임금은 3.4% 올랐지만 집값은 7.9%가 올랐다. 서울 집값은 무려 12.9%가 올랐다. 평균임금(2020년 근로자 임금 352만7천원 기준)을 받는 근로자가 돈 한 푼 쓰지 않고 무려 21.8년을 모아야 서울 중위가격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 이것을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이다. 언제까지고 부동산의 가치가 커질 수는 없다. 땅에서 나는 것을 먹고살고, 일상에 필요한 물건을 생산할 터가 반드시 필요한 이상 과도한 지가(地價)는 필연적으로 국가의 위기를 불러온다. 쌓인 부조리 역시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LH 사태는 부동산 투기의 적폐가 쌓이고 쌓이다 수면으로 드러난 경우다. 비록 LH 내부정보를 이용한 기관 직원의 부당이득으로 촉발됐지만 LH 사태는 특정 정파나 정권에 국한되지 않는다. 핵심은 공직사회까지 뿌리깊이 박힌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철저한 대책과 부동산에 쏠리는 투기 수요를 확실하게 끊어내는 것에 있다. LH 사태를 기회로 시대의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를 끝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4ㆍ7 재보선은 우리 사회 뿌리 깊은 부동산 투기의 역사를 끝낼 좋은 출발점이다. 투기로 인한 반칙과 부조리가 우리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음을 단호하게 보여줘야 한다. 더욱 투명한 법과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하고,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국토이용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우리나라가 새롭게 도약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분노의 계절

그제 춘분(春分)이 지나면서 봄이 어김없이 우리 곁에 왔음을 실감한다. 나무와 풀들이 일제히 겨우내 언 땅을 헤치며 꿈틀거리고 있다. 버드나무는 어느새 연녹색 빛을 띠기 시작했다. 양지바른 곳엔 벌써 목련까지 피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봄도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 코로나 확진자가 여전히 400여명 수준이라 5명 이하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방역은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정작 백신접종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접종 인원도 21일 0시 기준 67만5천여명으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 정도 속도면 연말이나 돼야 백신접종이 거의 완료될 것이라고 한다. 하여 올봄에 집콕에서 해방돼 봄나들이를 즐기고 싶지만 희망사항일 뿐이다. 상춘객들을 대상으로 대목을 노리는 소상인의 한숨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한편 지난 1월 실업자 수가 157만명으로 통계청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취업자 수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시기보다 더 급감했다. 60대 이상 급조된 노인 일자리 거품이 빠지면서 분식통계가 탄로 났다. 유례없는 집값 폭등과 수시로 바뀌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좋은 일자리의 희망도, 내 집 마련의 꿈도 앗아가 버리고 있다. 마침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터졌다. LH 투기사태는 코로나로 갇혀 있던 민심에 불을 질렀다. 들끓는 민심의 분노에 문 대통령이 사과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3년 전의 봄날이 온다에 목을 매면서 또다시 북에 추파를 던졌다. 그러나 지난 17일 김여정으로부터 온 답은 남조선 당국이 그처럼 바라는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돌아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겁박뿐이었다. 게다가 지난 18일에 열린 한미 2+2(외교ㆍ국방장관) 회담에서 미국은 정확하게 북한 비핵화를, 당사국인 한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외치면서 엇박자를 쳤다. 이어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2+2 회담에서 양국은 시종일관 난타전을 벌였다. 국제정치의 세력판도는 미중갈등 구조로 신속하게 재편되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과 연대해 쿼드를 비롯 대중포위망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미동맹이 바이든 정부에서도 엇박자를 내면서 한국은 쿼드에서 빠지고 오히려 중국과 북한의 심기를 살피고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할수록 북중 밀착은 가속화 되게 마련이나 정부는 3년 전 봄날에만 목을 매고 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분노의 계절 봄 같지 않은 봄 아침이다. 김기호 둘하나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디지털 네이티브와 대화할 수 있을까

50대 장년층에겐 연로하신 부모님이 있기 마련이다. 몸이 아파 병원 출입이 잦으시니 신경 쓰고 돌봐 드려야 할 일이 많아지면서 젊은 시절보다 부모님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기도 하고 그에 따라 20년 후쯤 자기 자신을 자연스럽게 떠올려보게 된다. 그 시대가 되면 세상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우리 생활은 어떻게 변해있고 나의 노년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 속담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이제 옛말이 됐다. 요즘은 삶이 변화가 1.5년 정도라고 볼 만큼 간격이 짧아져 미래를 예측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코로나가 세계를 강타하며 라이프스타일을 이토록 바꾸어놓을 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향후 5년을 예측하는 일도 조심스럽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다만 이것 하나는 예측할 수 있다. 중장년층과 부모세대 사이의 20년보다 밀레니얼 세대의 젊은이들과 지금 유아기에 있는 세대 사이의 20년이 더 큰 세대 차이를 보일 것이란 사실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나고 자란 세대를 일컫는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 살며 한국어를 쓰는 부모님 아래서 태어난 아기가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말하게 되는 것처럼 디지털 네이티브는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데 특별한 배움이 없이도 웬만한 것은 직관적으로 능숙하게 다루게 되는 것이다. 아직 말도 또렷하게 못 하는 아기가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스마트폰의 화면을 손가락으로 넘길 줄 알아서 그림책도 보고 동영상도 본다는 증언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반면 중장년층의 디지털 활용도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 포털 기사를 클릭해서 본다거나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고,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문자나 사진을 보낼 수 있는 정도인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디지털 뱅킹, 쇼핑, 예약 같은 자기 생활 속에서 유용한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의외로 그 부분까지도 어려워하거나 활용하지 못하는 장년층도 꽤 많다. 어쩌면 20년 후쯤 노인들은 어린이들과 대화하기 더욱 어려울지도 모른다. 앞으로 사회는 나 홀로 세상과 떨어진 곳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디지털 활용 능력이 떨어질수록 사회적 소외는 더 빠르게 일어나기 쉽다. 디지털 시대의 정보지지(informational support)는 사회적 지지의 요소로 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수명이 늘어나면 은퇴 후에 살아야 할 시간이 더 길어진다. 중장년층에게 다가오는 미래는 디지털 활용 능력에 따라 삶의 질에 큰 격차가 생길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환경이나 타의에 의한 변화를 따라가는 일은 힘겹다. 이제까지도 잘 살았는데 그냥 이대로 살지, 이 나이에 귀찮게 뭘 배워서까지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그때는 더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젊은 나이에도 변화하지 않으려 하는데 나이가 더 들어서 변화를 따라가긴 더 어렵기 때문이다. 디지털을 통해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되는 삶을 상상하며, 배움에 대해 즐겁게 생각하는 태도로 저항하는 마음을 응원하면서 나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윤택한 노년을 위한 중요한 준비다. 전미옥중부대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아침을 열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반도 지정학

미국은 지정학적으로 고립된 섬나라다. 신대륙 아메리카는 인류의 문명이 부흥했던 유라시아 대륙과 지리적으로 동떨어진 거대한 섬이다. 북미대륙의 이웃나라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의 압도적인 영향력 아래에 있으며, 적도를 넘어 기후대가 바뀌는 남반구에 위치한 남미대륙은 물리적으로도 이동이 쉽지 않다. 이러한 지정학적 특성을 활용해 미국 본토는 전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고, 주변 국가들은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잘 관리됐다. 그러나 문제는 유라시아의 대륙세력이다. 대서양 건너편에는 유럽이 있고 태평양 건너편에는 아시아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 패권을 장악한 미국의 강력한 경쟁상대는 소련이었다. 소련의 붕괴로 미소 냉전이 끝나자 한동안 평화롭게 대륙과 해양의 밀월이 펼쳐지는 듯했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으로 위협을 느낀 미국이 전략경쟁을 선포함으로써 세계는 다시 신냉전에 돌입했다. 해양세력 미국은 대륙세력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운다.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협의체 쿼드(Quad)는 해양세력의 결속을 위한 것으로 사실상 섬나라들의 연합이다. 일본과 호주는 실제로 섬이며, 히말라야 산맥으로 인해 대륙으로부터 단절된 인도는 지정학적인 섬이다. 지리적으로 중국을 포위하는 해양세력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대(對)중국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은 한국까지 포함시키기를 원한다. 이미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의 대립으로 70년간 분단됐고 한국은 섬 아닌 섬으로 전락했다. 이제 한국을 대륙으로부터 떼어 놓아 해양세력의 영향권 아래에 두고자 한다. 미중 전략경쟁 국면에서 한반도의 평화는 점점 어려워진다. 남북한의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적 교류협력이 확대되면, 중국의 영향력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균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반도에는 지정학적 원심력이 작용한다. 대륙은 북한을, 해양은 남한을 끌어당긴다. 대륙과 해양의 충돌 접점에 놓여 이와 같은 지정학적 운명을 가진 한반도의 미래 생존전략은 무엇일까. 대륙과 해양이 갈라서는 지정학적 관점을 탈피해야만 한다. 지정학적 충돌에서는 배타적 선택을 강요받는다. 하지만 지경학적(geo-economic) 연결에서는 연계와 협력이 가능하다. 해양세력인 미국과 일본을 북한 개발에 끌어들여 경제적으로 모두를 만족시키는 지경학적 연결을 시도해 보자. 예를 들어 원산 관광지와 단천 광물자원 개발 등 해양세력이 관심을 가질만한 북한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다. 북미관계 교착상태에서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일방적으로 확대되는 것은 미국의 전략상 불리하다는 점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지정학적 대립과 충돌을 지경학적 연결과 협력으로 전환해서 한반도를 대륙과 해양이 평화적으로 교류하는 공간으로 만들자. 민경태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3·1절 그날의 함성은

1919년 3월1일 오후, 민족대표 33인은 서울 태화관에 모여 독립선언서를 낭독한다. 이와 동시에 탑골공원에서는 학생과 시민들이 스스로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거리로 나와 만세시위를 벌였다. 같은 날 전국 곳곳에서도 조선 독립을 외치는 시위가 들불처럼 일었다. 3ㆍ1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3ㆍ1운동은 우리 민족사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독립운동이다. 독립선언이 있던 3월1일 이후 두 달간 1천500여회 시위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있었고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무엇이 있어서 평범한 사람들이 총칼로 무장한 일제의 서슬 퍼런 강압에 맨몸으로 맞설 수 있도록 했을까.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3ㆍ1 독립선언문 속에서 우리 민족을 하나로 묶어 움직이게 했던 원동력을 찾을 수 있다. 3ㆍ1 독립선언문에는 한 나라의 자주적 시민으로서 우리 민족 모두의 나라가 담겨 있다. 선언문에서는 반상(班常)의 구별도, 남녀(男女)의 구별도, 직업의 구별도 없다. 오직 조선의 독립과 자주적 시민만이 있을 뿐이다. 독립 만세를 외치는 모두의 나라가 담긴 것이다. 그 속에는 국민이 주인인 민주(民主)적 가치와 구성원 전부가 지향하는 공공의 선을 따르는 공화(共和)적 가치가 모두 담겨 있다. 이는 일제의 강압을 넘어선 우리 민족 모두가 나아가고자 하는 분명한 지향점이었고 모두가 하나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가치였다. 그날의 함성이 주는 울림이 백년의 시간을 넘을 수 있는 이유다. 3ㆍ1운동이 있은지 꼭 102년이 되는 날이다. 3ㆍ1운동의 의미에 비춰 최근 경기도 공공기관의 이전 결정을 생각하니 너무나 아쉽다. 무엇이 그렇게 급했을까. 공공기관 이전 결정은 민주적이지도, 도민 모두의 바람을 담지도 못했다. 오히려 경기도의 갑작스런 이전 발표로 도민들의 혼란만 부추겼다. 남부와 북부 간의 이견이 표출되고 있으며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각 시ㆍ군 간 경쟁 역시 가열되고 있다. 이는 경기도 공공기관 이전 발표가 도민 모두의 바람과 마음을 담아내지 못한 반쪽짜리였음을 보여준다. 경기도 균형발전이라는 도민 모두의 공감대가 있음에도 말이다. 경기도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를 담아낼 더 큰 그릇이 필요하다. 민주적이지 못한 결정은 필연적으로 갈등과 문제를 낳는다. 균형발전이라는 모두가 동의하는 공통의 가치가 있기에 우리는 더 나은 결정과 더 발전된 미래를 그릴 수 있다. 결코 혼자 먼저 가서는 성공할 수 없다. 3월1일 그날의 함성이 우리 후손들에게 들려주는 교훈이다. 장현국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다시 부르는 한산도가

420여년 전 조선은 물밀듯 침범한 왜군으로 인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당시 조정은 무능의 대명사인 선조치하에서 당파싸움에 여념이 없었다. 일본의 침략 위협은 당리당략에 따라 무시했고 중국에 대해선 사대의존적이었다. 주적이 없다 보니 국방은 소홀해지고 훈련조차 받지 않아 관군은 오합지졸이었다. 결국 조선의 강토와 백성은 왜군에게 순식간에 짓밟히고 말았다. 다만 해상과 인접한 육지는 예외였다. 3도수군통제사인 명장 이순신이 지켰기 때문이다. 이순신은 거북선과 판옥선에 함포(승자총통, 지자총통)를 탑재한 160여척의 무적함대로 바다를 장악했다. 왜선은 1천여척에 조총으로 무장했으나 족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간교한 왜는 우매한 선조를 부추겨 이순신을 죽이려 했다. 함정을 파놓고 거짓정보를 흘려 왕명으로 이순신의 출동을 유인했다. 하지만 적의 함정을 간파한 이순신은 출전하지 않았다. 선조는 왕명을 어겼다고 이순신을 하옥하고 모진 고문을 했다. 후임인 원균은 싸울 줄 몰라 왜군의 함정인 칠천량으로 출동한 탓에 이순신의 무적함대는 순식간에 궤멸당했다. 이제 조선 수군은 배설이 도주시킨 12척이 전부였다. 선조는 이순신을 다시 3도수군통제사로 기용은 했으나 수군을 해체해 육군에 합류하라는 교지를 내린다. 그러나 이순신은 지금 신에게는 아직 전선 12척이 남아 있습니다라는 비장한 장계를 올리며 한산도가를 읊는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나라 위한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한 줄기 피리 소리는 나의 창자를 끊는구나. 이순신은 12척(후에 13척)으로도 왜선 1천척을 이길 지략과 담력이 있었다. 정읍현감에서 진도군수로, 다시 전라좌수사로 부임 시 건넜던 울돌목(명량)이 한 명으로 족히 천명도 막는 천혜의 장소임을 보는 군사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까막눈인 선조가 수군을 해체하라고 하니 모진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이순신의 창자는 끊어지는 듯했다. 지난 1월, 10년간의 과도기를 끝내고 당총비서에 등극한 혁명무력사령관 김정은은 9ㆍ19 군사합의로 국군의 눈과 귀와 손발을 이미 묶어놓고, 전술핵까지 만들어 남한을 단번에 쓸어버리라는 교지를 하달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북핵을 억제할 최고 장치인 전시작전통제권을 조건과 능력이 갖춰지지 못했음에도 빨리 가져오려 한다. 대신들과 여당도 김정은에게 여전히 진정한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한다. 코로나에 살기 급급한 국민은 북핵위협에 천하태평이다. 이순신이 피를 토하며 다시 부르는 한산도가가 귓가에 점점 가까이 들리는 아침이다. 김기호 둘하나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미래세대 ‘소울’을 위하여

여럿이, 더불어 할 수 없는 시대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산업을 꼽으라 하면 넷플릭스와 왓챠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분야일 것이다. 올해는 디즈니의 OTT인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출시를 확정했다. 세대에 따라 디즈니하면 미키마우스가 먼저 떠오를 수도 있지만, 디즈니는 마블과 스타워즈, 픽사는 물론 내셔널지오그래픽까지 가짐으로써 생쥐가 아닌 호랑이급 무장했다. 얼마 전 넷플릭스를 많이 이용하는 학생이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영미권 콘텐츠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보는 국가의 콘텐츠는 한국 콘텐츠 아닐까 한다고.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이고, 자신의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의 소소한 예능프로그램까지 자기보다 더 잘 아는 것에 놀랐다고 했다. 한 친구는 윤스테이에 빠져 영어 자막이 전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미 한국 콘텐츠 제작의 경쟁력을 간파하고 어마어마한 아시아 시장을 잡고자 한국에 통 큰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의 문화콘텐츠 시장을 이끄는 나라라는 점을 일찍이 간파하고 오리지널 시리즈에 한국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이러다가 디즈니가 코리아 프린세스를 모델로 신작을 발표하는 날도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야무진 상상을 함께 해보기도 했는데, 한편으론 그러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런 작품을 만들 수 없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우리나라 웹툰의 힘도 콘텐츠 산업 가운데서 점점 비중이 커지는 가운데, 작품 속에 어떤 철학이나 세계관을 담는 스토리텔링의 힘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인사이드아웃을 만들었던 픽사의 최근 개봉작 소울 같은 작품을 보면 확실히 어른을 사로잡는 철학이 담겨 있다. 실사판 영화로 담기 어려운 인간의 내면과 감정, 정신과 환상을 눈앞에 그려 메시지를 던지는 이들 영화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강력하고 보편적 스토리로 애니메이션의 고전을 만들어가고 있다. 종종 생각한다. 세계인을 사로잡는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은 어떻게 성장해왔을까. 어린 시절 어떤 교육을 받았을까. 많은 통계 속에서 인구 감소를 실감하는 그래프를 종종 본다. 학령인구가 크게 줄어 앞으로 15년간 한 해 수험생의 수가 45만 명 안팎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교육해야 하는 국가와 사회의 소명이 더 절실해졌다. 우리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 역시 이제까지와는 다른 차원이어야 한다. 모두 유튜브를 보고 넷플릭스를 보는 가운데, 어떻게 남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 기를 수 있을까. 우리 사회의 단점으로 인식됐던 빨리빨리가 디지털 시대를 맞으며 재평가된 만큼, 교육 문제에서도 제대로 발휘될 수 있길 바란다. 전미옥 중부대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아침을 열면서] 남북철도 통한 대륙 네트워크 연결

북한은 지난 1월 노동당 8차 당 대회에서 철도 현대화 계획을 언급했다. 남북관계 교착 국면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북한은 중국과 협력해 평양-신의주 고속철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이미 2015년에 북중 접경지역 도시인 단둥(丹東)과 훈춘(琿春)까지 고속철을 개통한 바 있다. 북한에 고속철이 건설된다면 베이징에서 신의주까지는 4시간, 평양까지는 5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철도 연결에 합의했지만, 기초조사만을 진행한 후 교류가 중단된 상태다. 북미 관계가 교착된 상태에서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다면 철도 연결을 시작하지 못한다는 것이 마치 상식과도 같이 여겨진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야말로 70년간의 분단을 통해 우리 안에 자리 잡은 패배의식과 고정관념이 아닐까. 비상업적 공공 인프라인 철도는 북한의 군사력 증대와는 무관하게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기반시설이다. 따라서 더 적극적으로 유엔을 설득해서 철도에 대해서는 대북 경제제재의 예외조치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만약 우리가 혼자서 추진하기 어렵다면 국제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차원에서 추진해 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장해 동해안을 따라 부산항까지 잇는 한반도 철도 연결에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북한과는 이미 내륙철도 현대화 사업을 협의한 바도 있다. 일본은 북일 관계가 개선되는 것을 전제로 전쟁배상금을 활용해 원산과 같은 항만 도시에 투자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19년에는 북한이 일본 측에 평양~원산 구간 신칸센 건설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 북한 고속철도 구축에서 중국, 러시아, 일본이 참여하고 한국이 배제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한일 해저터널 구상이 언급되기도 했다.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는 한반도의 해양 네트워크가 확장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전략적으로 우리 입장에서 우선 시급한 것은 대륙철도와의 연결이다.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한반도의 지리경제학적 경쟁력을 되살리려면 북한을 통과하는 대륙 네트워크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 한편으론 미중 간 갈등과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중국러시아와 보다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하는 미국이 남북철도 연결에 부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전향적 태도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남북한의 교류와 협력은 지속돼야 함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북한의 인프라 구축 및 경제개발 프로젝트에 미국과 일본도 적극 참여시켜, 한반도를 중심으로 평화적 교류를 통해 얻어지는 이익을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원대한 구상이 필요하다. 민경태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설날 풍경, 새로운 날을 시작하며

새해의 첫날을 뜻하는 설이라는 말에는 다양한 해석과 유래가 있다. 새롭게 맞이하는 첫날이라 낯설다라고 해서 설이라고 했다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나이를 새롭게 시작하는 날이라고 해서 나이를 세는 단위로 설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설이라는 말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지만, 어찌 됐건 새해의 첫날로 새롭게 시작하는 날이라는 의미는 모두가 같다. 설날을 신일(愼日)라고도 불렀는데 근신하여 경거망동을 삼간다라는 뜻이다. 새로운 일 년을 시작하는 날인만큼 한 해를 바르게 시작하라는 의미다. 그래서 설날을 맞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시작에 대한 경건한 각오와 함께 새것을 맞는다는 설렘과 즐거움이 가득한지도 모르겠다. 설날의 풍경도 사람들의 표정만큼이나 밝고 활기찼다. 설날이 가까워 올 때면 설빔으로 새 옷을 마련하는 사람들, 설 선물을 고르는 사람들, 명절 음식과 차례상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시장은 북적였다. 고향을 향하는 마음에 이런저런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사람들로 붐볐던 기차역, 버스터미널의 풍경은 언제나 마주했던 익숙한 모습이었다. 이제 곧 설이다. 그 어느 때보다 유난히 힘든 한 해를 보낸 탓인지 낡은 것을 떨치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설에 담긴 의미가 올해만큼 절실하게 다가온 적이 드물었던 것 같다. 해를 넘겨 계속되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심리적 피로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명절의 활기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그만큼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과 지난해와는 달라지리라는 변화에 대한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큰 것이다. 올해는 자치분권의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해이기도 하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에 따라 새롭게 출발하는 지방자치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다지고 내실을 강화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또한 경기도의회가 광교 신청사로 이전해 새로운 광교 시대가 시작되는 해이기도 하다. 내적 역량만큼이나 새롭게 달라지는 외연과 확대되는 접근성으로 도민과의 소통을 더욱 활발히 하게 될 것이다. 비록 지난해의 어려움이 컸지만, 새해를 맞아 떨치고 일어설 기회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얼마 전 정부는 코로나19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했고 경기도의회 역시 예정에 없던 임시회를 열어 2차 재난기본소득 예산을 의결하는 등 감염병 속에 피해를 입은 민생을 되살리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어려움을 딛고 일상을 회복하고자 하는 부단한 노력이 새해에는 성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다시 출발점이다. 흰 소의 해인 신축년(辛丑年) 설에는 지난 1년간 우리를 괴롭혔던 모든 헌 것은 깨끗이 털어버리자. 가슴 속에 희망을 품고 새로움에 대한 기대로 다시 꿈꾸고 행동한다면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새롭게 도약하는 한 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4대 핵강국으로 가는 북한

북한이 미국, 중국, 러시아에 이은 4대 핵 강국의 길로 들어섰다. 새해 벽두에 열린 노동당 8차 당 대회에서 당 총비서로 등극한 김정은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의 완전무결한 방패를 구축했다고 선언했다. 이어서 보란 듯이 자정 열병식으로 통해 지난해 10월 심야열병식에서 선보인 북극성-4ㅅ(시옷) 미사일보다 더 진화한 북극성-5ㅅ 미사일을 위력시위했다. 현재 세계에서 공식적인 핵보유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5개국(P5)이다. 이 중에서도 대륙간탄도탄미사일(ICBM)과 다탄두ICBM(MIRV) 및 전략핵잠(SSBN)을 갖춘 핵 강국은 미국, 중국, 러시아 3개국이다. 그런데 북한이 이들에 이어 4대 핵 강국의 길로 들어설 것임을 강력하게 공표한 것이다. 실제로 북한의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는 하루가 다르게 날로 진화하고 있다. 북한은 2017년 11월 화성-15형 ICBM을 발사한 후 핵보유국임을 선언했다. 그 후 겉으론 비핵화 협상을 하는 척하면서 3년이 지난 지난해 10월 심야열병식에서 2~3발 장착형 MIRV로 보이는 세계 최대의 괴물 다탄두 ICBM을 선보였다. 북한은 2019년 말 김정은의 공언대로 세상이 깜짝 놀랄 전략무기를 시현하고 있다. 지난 14일 심야 열병식에는 길이와 직경이 더 커진 북극성-5ㅅ형 다탄두 SLBM을 선보였다. 김정은은 직접 핵추진잠수함 설계가 끝나고 곧 건조에 착수할 것임을 천명했다. 북한은 최대 5천~6천t급 핵추진잠수함에서 3~10발의 SLBM을 탑재한 전략핵잠(SSBN)을 만들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ICBM, MIRV, SSBN 뿐만이 아니다. 북한은 미(美) 항모전단의 작전을 방해하고 사드(THAAD) 방공망을 무력화시키는 극초음속 미사일과 단숨에 남한 전역을 초토화할 전술핵무기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600㎜ 초대형 방사포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이 무기들의 전략전술적 운용을 위한 군사정찰위성과 남한 전 지역을 정찰할 수 있는 500㎞ 작전반경의 무인정찰기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개발됐거나 개발되려는 북한의 무기체계를 볼 때 북한의 국가 및 군사전략은 명약관화하다. 유사시 전략핵무기로 미국의 한반도 증원을 방해 및 차단하면서 전술핵 등으로 일거에 남한 전 지역을 석권하려는 것이다. 사실은 남한 석권은 북한이 보유한 세계 3위의 화생무기로도 충분하다. 북한은 이번 8차 당 대회에서 강력한 국방력에 의한 조국 통일을 헌법보다 상위규범인 당규약에 명시했다. 북한이 4대 핵 강국으로 가면서 미국을 위협하고 한방에 우리를 싹쓸이하는 무서운 전략무기를 개발하는데도 우리는 이를 막을 한미연합훈련마저 사전 북한과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 국군통수권자의 인식이다. 한국판 송양지인(宋襄之仁)이 아닐 수 없다. 김기호 둘하나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사람이 희망이다

아주 오래도록 대한민국을 서술하는 익숙한 말이 있었다. 작은 국토에 산이 많고 삼면이 바다이며 자원도 많지 않은 나라. 열악한 지리적 조건에 나라를 부강하게 할 지하자원도 별로 없는 빈한한 상황을 드러낸 말인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말은 우리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내세울 것 없는 나라라는 생각을 내재화하고 이미지화했던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 그런 표현은 뭔가 낡은 관용적 표현처럼 들리는 면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힘이 다른 데서 분출되었던 덕분일 것이다. 그건 모두가 아는 것처럼 교육의 힘이다. 교육과 교육열에 관한 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뜨거운 우리나라는 사람이 경쟁력이 되는 원동력을 교육을 통해 실현해왔다. 여기서 일찍부터 한 발 더 들어가 기업의 경영자 교육 계발에 평생을 바친 분을 잠시 추억하고자 한다. 얼마 전 작고하신 인간개발연구원의 창립자 장만기 회장은 좋은 사람 좋은 세상(better people better world)을 모토로, 인간개발, 인간존중, 생명경외, 멘토링을 통한 인재육성의 철학을 꾸준히 교육을 통해 실천하신 분이다. 잘 살아보자는 시대적 목표 아래,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대를 앞서 읽는 눈을 가진 공부하는 경영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고인은 산업계 각지에서 열심히 일하는 경영자들과 학계, 정계를 잇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했다. 그 과정이자 결실이 1975년 2월 재계와 학계의 명사들의 새벽을 깨워 시작한 조찬 모임이다. 최고경영자를 위한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를 개설하여 매주 목요일마다 아침을 함께 시작했는데, 이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기업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올해 46년을 맞아 현재까지 2천32회를 이어온 현재진행형 전설이 되고 있다. 더불어 인간개발연구원이 평생교육의 산실, 사회교육의 원조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우리는 모두 고인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말하는 분도 있는데 매우 공감한다. 이 부고가 더 애틋하게 다가오는 건, 교육 현장에서 있어 보니 교육을 통한, 교육자를 통한 사람과 사회의 성장이 디지털 시대가 발전할수록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38세의 젊은 나이에 미래에 정말 필요한 것에 대한 혜안을 가진 선각자의 큰 걸음을 통해 우리 앞의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헤쳐나갈 인재가 되도록 도울 사명이 새삼 깊이 다가온다. 우리 각자 소중하고 가치 있게 생각하는 일이 모두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하게 변치 않는 우선순위는 이것이 아닐까. 바로 사람이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2021년 새해 코로나로 힘든 한 해를 다시 보내야 하는 상황에도 사람에게 희망을 품어보자. 우선 나부터 누군가에게,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 되어줄 수 있는 해로 만들어가는 것은 어떨까. 전미옥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아침을 열면서] 남북이 함께하는 금강산원산 관광지구 개발

북한은 지난 5일 노동당 8차 대회를 개막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2020년까지 진행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 목표가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경제제재, 코로나19, 수해 등 삼중고를 겪은 북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다. 2021년에는 경제 분야에 역점을 두고 보다 현실적인 계획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유엔 경제제재가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실행할 수 있는 경제발전 전략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제 남아있는 대안은 남북 및 국제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제재를 일부라도 완화해서 북한경제의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다. 마침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7일 김 위원장의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를 전하면서 조성된 형세와 변천된 시대적 요구에 맞게 대남문제를 고찰했으며 대외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 발전시키기 위한 우리 당의 총적 방향과 정책적 입장을 천명했다고 보도했다. 남북이 우선 추진해야 할 협력 분야는 철도와 관광이다. 비상업적 공공인프라에 해당하는 철도는 경제제재의 예외조치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을 통과하는 철도는 유라시아 대륙과 직접 연결되는 육상 교통망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우리에게도 큰 이점이 있다. 또한 철도를 통해 북한 주요 관광지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면 남북한을 연계하는 국제관광 프로그램 개발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고속철도 건설에는 현지조사와 노선설계에만 수년이 소요되므로 제재와 관계없이 지금부터 당장 시작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20일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는 금강산 관광지구를 시찰하며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이 결합된 문화 휴양지로 개발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후 10여년간 방치돼 시설이 낙후됐기에 재개발이 필요한데, 여기에서도 남북 협력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관광객 방문에 대비한 의료시설 구축이 필요하다. 금강산에 남북협력 의료센터를 구축하고 K-방역 시스템을 전수해 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직 완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에서도 보건의료 분야 남북 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 단순한 의약품 지원이 아니라 첨단 의료기술과 설비를 제공하는 종합병원과 의료인력 육성을 위한 의과대학 건설 등 시스템적 지원이 필요하다. 의료시설 구축은 북한 주민은 물론 우리 국민과 해외 관광객의 건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여기에 우리의 컨벤션호텔헬스산업 경험을 접목한다면 원산을 국제적인 의료휴양 관광지로 개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들과 함께 서울역에서 고속철을 타고 원산과 금강산 여행을 다녀오는 날을 꿈꿔 본다. 민경태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다시 출발점에서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올해 새해맞이 행사를 함께하지는 않았지만, 차분히 새해를 맞이하며 앞으로 1년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감염병 상황은 새해 풍경마저 바꾸어 놓았다. 그래서인지 새해맞이의 순간에 들었던 기대와 희망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고 더욱 간절했다. 지난 1년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속에 자연재해마저 겹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간이었다. 개인과 개인, 지역과 지역, 나라와 나라 간의 단절이라는 유례없는 변화 속에 사회, 경제를 비롯한 우리의 모든 일상 역시 변해버렸다. 하지만 역경 속에서도 커다란 가능성과 빛나는 희망을 본 한 해이기도 했다. 감염병 확산 속에서 우리 국민이 보여준 절제와 질서, 배려의 정신은 우리나라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힘을 여실히 느낄 수 있게 했다. 또한 감염병 확산 속에서 지자체가 보여준 선제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대응은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역량이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잘 보여줬다. 이제 다시 새해를 맞았다. 지난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1988년 이후 32년 만에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방자치제도가 큰 틀에서 변화를 맞이했다. 자치분권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이 이뤄진 만큼 법률 개정에 따라 새롭게 시작되는 자치분권 시대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자치분권의 본질은 주민과 지방의원이 주축이 돼 지방중심의 정책을 주체적이고도 자율적으로 만들어 나간다는 데 있다. 지방의회법 제정, 실질적 자치분권을 위한 제도 마련 등 지방자치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준비해야 한다. 또한 2021년에는 경기도의회 신청사가 수원 광교에 들어선다. 성공적인 광교시대를 열기 위해 9월 말까지 이전을 마치고 청사이전 등의 변화로 의정활동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 준비할 것이다. 무엇보다 의정의 기본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도민과 만나 직접 소통하는 것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소규모 또는 비대면 소통으로 더욱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데 힘써야 하며, 제10대 의회의 정책공약 마무리에 집중해 내일을 위한 든든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경기 남ㆍ북부 균형발전을 위한 전국 지방의회 최초로 북부분원 신설도 매듭지어야 한다. 다시 출발점에 선 지금, 새해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기회와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지난해 어려움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 힘은 이제 위기를 극복하고 힘차게 도약하기 위한 훌륭한 자양분이 돼줄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니 새해에는 새로운 희망을 향해 꿋꿋하고 힘찬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2020 코로나

코로나로 시작했던 2020년이 코로나로 저문다. 해마다 연말을 떠들썩하게 했던 성탄절도 올해는 조용히 집에서 지내야만 했다. 이제 사흘 후면 2021년 새해가 오지만 희망과 기대도 없다. 2021년 한해도 거의 코로나에 찌들 것 같기 때문이다. 올해는 연초부터 중국에서 불어닥친 코로나가 순식간에 전 세계를 덮쳤다. 지난 주말 기준 통계다. 세계 확진자는 8천만명에 육박했으며 누적 사망자도 170만명을 넘었다. 미국은 누적 사망자가 2차대전 전사자 29만여명보다 많은 30만여명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누적 사망자가 760명이다. 때문에 코로나 대응이 우수하다는 K-방역 별칭을 얻었다. 코로나는 특히 북한을 더욱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방역 및 보건시스템이 극도로 열악한 북한은 연초부터 국경을 전면적으로 폐쇄했다. 지난 3년간 지속된 대북제재에도 북한이 지금까지 버텨온 것은 중국으로부터의 지원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올해 그 마지막 숨통마저 막아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수해까지 겹쳐 올해 곡물 부족량이 100여만t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겨울은 북한 주민에게 가장 혹독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망자에 추가해 아사자도 속출할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외부로부터의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외부로부터의 지원 속에 섞여오는 진실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와 여당은 북한 주민에게 진실을 알리는 유일한 수단인 대북전단살포마저 법으로 금지했다. 시스템 이론에 의하면 폐쇄체제는 외부로부터 정보와 지원을 받지 못해 결국에는 파국을 맞는다. 그래서 북한이 파국을 피하려면 외부로부터 지원과 진실에 입각한 정보를 받는 개방체제로의 전환이 유일한 대안이다. 이를 위해 북한독재정권과 그들로부터 압제 받고 있는 동포인 북한 주민을 분리해서 진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코로나는 사람을 접촉하지 않는 비대면(Untact) 시대를 열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전 영역이 바뀌고 있다. 저물어 가는 2020 코로나 해에 북한 주민에게 비대면으로라도 진실을 알릴 수 있는 방도는 없는지 고민해보는 아침이다. 김기호 둘하나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문화예술 유산의 금수저

부모가 자식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돈을 기준으로 금수저, 흙수저로 나뉜다. 그 기준에 의하면 난 흙수저다. 처음부터 난 그 이론을 극혐했다. 수저계급론엔 정신이 없다. 내가 부모로부터 받던 정서적 안정, 정직, 순수함 이런 가치가 없다. 이 말은 오늘날 청춘들의 일과 사랑, 아픔을 잘 보여주었던 드라마 청춘기록에 나왔던 대사라고 한다. 주인공의 이 독백은 어느 순간부터 돈으로 계급을 나눈 우리 사회에 뼈있는 한마디를 하고 싶었던 작가의 고백이기도 할 것이다. 수저론은 부모의 양육과 교육을 통해 갖게 되는 건강한 정신, 안정된 정서, 풍부한 문화적 감수성 같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자존감과 자신감을 높여주고, 자기표현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중요한 이런 항목을 소외시키고 있다. 이제 문화는 사회의 중심이다. 문화는 다음 세대로 계승되고 발전하는 인류의 경험에 대한 총합이며 유산이다. 개인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갖게 되는 신념, 사상, 법, 관습, 규범, 예술 등을 포괄하는 복합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과거 우리 사회는 예술활동이나 예술교육이 서구사회의 고급예술을 접하는 것으로 인식돼 그야말로 금수저와 같은 특정 계층이나 누리는 것으로 인식됐었다. 하지만 현재의 문화예술교육은 더 많은 사람이 예술의 주체가 돼가고 있다. 예술교육은 연극ㆍ음악ㆍ무용 같은 공연예술교육, 영화ㆍ디자인ㆍ미디어ㆍ사진 같은 시각예술교육, 시와 소설ㆍ극본 같은 통한 문학교육 등을 포괄하는데, 교과서에 나오는 음악가의 출신국ㆍ작품명 등을 외우기만 하고 정작 그 작품이 무엇인지 경험하지 못한 채로 학교를 졸업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다양한 형태의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예술 지식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력을 높여 통합적 사고를 하고 있다. 2020 문화예술교육 자원조사 현장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만날 수 있다. 중부대학교가 진행하고 있는 2020 문화예술교육 자원조사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할 때 교육의 소재가 될 수 있는 지역의 모든 유형, 무형의 자원을 찾아내는 일로 역사자원, 예술자원, 자연자원, 지역기반자원, 융합자원 등을 향후 문화예술교육 사업 및 프로그램 기획이나 개발에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국공립 기반의 박물관, 미술관, 문화센터, 아트센터, 공연장, 배움터 등 문화예술 활동의 근거지가 되는 곳 대부분이 운영을 중단하고 있고, 모여서 함께 보고 듣고 배우고 체험해보고 느끼는 문화예술교육은 언제 다시 시작하게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이제 문화예술교육 자체도 코로나 시대가 종료된다고 하더라도 이런 무거운 경험을 통해 미래 시대를 더 확실하게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문화예술자원을 어떻게 언택트 시대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앞으로 함께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준비는 문화예술교육에서 소외받았던 지역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긍정적인 교육 기회가 생길 것이다. 예술이 밥 먹여주냐고 소리치던 과거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문화가, 예술이 밥을 먹여주는 것은 물론 국가 경쟁력까지 길러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풍요로운 문화예술교육의 수혜를 통해 사회가 공동체 일원에게 정서적 문화예술적 유산을 많이 물려주는 미래가 되길 바라본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아침을 열면서] 독일의 교훈과 한반도 경제공동체 구상

독일 통일 사례는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교훈을 준다. 독일과 우리의 상황이 유사해서가 아니라, 차이점에 대한 인식도 좋은 반면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동독이 서독의 체제로 편입된 흡수통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이와 같은 방식의 흡수통일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한반도가 처한 국제정치적 환경은 독일과는 달라서 흡수통일이 실현될 가능성도 작지만,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도 급진적 통일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통일 당시 동서독의 경제력 격차가 6배 정도였는데, 현재 남북한의 1인당 GDP 격차는 25배 이상이며 국가 총생산 규모는 5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만약 독일과 같은 방식으로 통일돼 북한 주민의 소득보전과 복지를 위해 남한이 비용을 투입한다면 우리도 힘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북한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오랜 기간 적대적 대립 상태가 지속되면서 사회적문화적 격차가 심화돼 남북한 사회통합도 단기간에 진행하기는 어렵다. 예멘의 통일이 엄청난 후유증을 남긴 사례를 비춰보면, 한반도의 급진적 통일은 축복이 아니라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독일 같은 흡수통일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통일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 점진적으로 상호보완적 협력을 추진하면서 남북한의 격차를 완화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경제적 협력에 집중하고 정치적 통일은 미래 세대가 결정하도록 유보해 두어도 좋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ㆍ25전쟁 70주년 기념식에서 우리의 체제를 북한에 강요할 생각이 없고 평화를 추구하며 함께 잘 살고자 한다. 평화를 통해 남북 상생의 길을 찾아내고,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급진적 통일을 추진하기보다 우선 평화를 강조한다고 해서 통일을 지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화해협력 단계를 거쳐 남북연합을 이루고 최종적으로 완전한 통일을 지향한다. 이 과정을 점진적으로 진행한다면 사실상 대부분 단계에서는 통일을 말하기보다 평화를 추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남북연합도 정치적 통합보다는 경제공동체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은 각 국가별로 주권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적 유대관계를 심화시킨 사례이다. 한반도 경제공동체도 독일통일보다는 유럽연합의 모델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남북이 점진적으로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방식을 추구한다면, 급진적 독일통일 과정에서 발생했던 문제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독일에서는 통일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던 것이 중요했다고 한다. 우리도 성급하게 정치적 통일을 내세우기보다 경제적 교류협력을 추진하면서 한반도 평화경제를 실현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민경태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희망을 이끄는 마무리

어느덧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매년 연말이면 드는 느낌이라고 하지만 올해는 특히 정신없이 지나버렸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로밖에는 표현이 안 될 정도로 많은 일이 끝없이 이어졌다. 지난해 연말 이어진 돼지열병으로 정신없던 와중에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는 한해를 통틀어도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여름에는 최장의 장마와 폭우 그리고 대형 태풍으로 인한 연이은 재해까지 발생하며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의 삶을 더욱 어렵게 했다. 수많은 일이 이어지면서 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되어버렸다. 바빠도 꼭 필요한 일이 있다. 한해를 되돌아보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한 해 동안 우리가 무엇에 천착했고, 어떤 일을 했고, 수많은 변수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살펴보고 평가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목표와 대응책들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올 한해 가장 큰 이슈는 코로나19였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이 감염병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던져주었다. 국가 간, 지역 간, 개인 간의 단절로 사회ㆍ경제적인 거대한 변화가 생겼다.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이전까지 우리가 누렸던 많은 것을 잃었다. 커다란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우리 사회 전부가 고통받았지만 그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은 더욱 컸다. 하지만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가능성을 확인한 한 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감염병과 자연재해 속에서 우리 국민이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은 가장 큰 희망이고 힘이었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멈추기 위해, 가족과 이웃을 지키기 위해 우리 국민이 보여준 배려와 인내가 없었다면 차단과 봉쇄 없는 효과적인 감염병 통제는 불가능했다. 또한 지방의 뛰어난 자치 역량을 확인한 해이기도 하다. 감염병이 확산하는 가운데 지방이 보여준 창의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은 우리의 자치 역량이 얼마나 성숙하고 뛰어난지 잘 보여주었다. 이제는 이 모든 것들을 모아 정리하면서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성숙한 자치 역량을 바탕으로 지방자치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올해 보여줬던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정책들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또한 거대한 사회 변화에 맞는 빠른 예측과 대응을 통해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끝맺음의 시간이다. 흔히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끝맺음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이 중요하다.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지금인 만큼, 깔끔한 마무리는 내일의 희망을 잇는 다리가 될 것이다. 장현국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김정은의 ‘적자생존’

닭알(달걀)에도 사상을 재우면(주입하면) 바위를 깰 수 있다 북한 노동신문이 명언(名言) 중의 명언이라고 치켜세우면서 소개한 김정은의 말이다. 북한 간부들은 김정은의 명언이 수록된 명언집을 성경책처럼 항시 휴대하면서 외우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을 우상화할 목적으로 2015년에 이 명언집을 출간했다. 책자에는 북한의 간부들이 따라야 할 행동지침과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이 담겨 있다. 북한 간부들은 회의석상에서 건성으로 손뼉을 치거나 졸기만 해도 처형당하기 일쑤다. 그래서 북한 간부들은 김정은의 서슬 퍼런 공포정치 아래서 적자생존(適者生存) 하려고 김정은의 명언을 암송하고 있다. 김정은이 주재하는 회의에서나 김정은을 수행하는 모든 간부는 숨죽이고 김정은의 말을 받아 적는다. 그러다 보니 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평양판 적자생존이라는 자조적인 단어가 생겨났다. 김정은의 말에 따라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북한 간부들에게 김정은의 말씀은 곧 생명인 것이다. 북한은 간부들에게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명언 1이라는 명언집을 만들어 강제로 학습시키고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에게도 구호성 명언이 있었다. 김일성 통치 시기에는 경제건설과 관련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천 삽 뜨고 허리 한 번 펴기 운동이나 새벽별 보기 운동이 대표적이다. 김정일 통치 시기에는 고난의 행군 기간 아사자가 속출하자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라는 부드러운 명언도 등장했다. 그러나 김정은 명언집에는 직설적이며 살벌한 단어와 강력한 문장이 많다.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부족한 김정은이 공포통치로 강력한 군주 및 사이비 교주가 되려는 모습으로 보인다. 북한에서는 신이자 절대 군주인 수령의 말은 종교적 교리이고 어명이다. 이를 위해 노동당에 전담 부서를 두고 명언을 창작하며 수시로 명언 공모전이 열린다. 그러나 간부들의 행동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인지, 살아남기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티머 쿠란(Timur Kuran) 교수는 속으로는 진실을, 겉으로는 거짓을(Private Truths, Public Lies)이라는 그의 명저에서 이런 현상을 선호위장(Preference Falsification) 이론으로 설명했다. 독재체제하에서는 적자생존 하려고 속으로 진심을 감추고 겉으로는 거짓을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제제재와 수해와 코로나의 3중고의 늪으로 깊이 빠져드는 북한에서 간부들이 언제까지 김정은의 명언을 받아적는 적자생존이 지속될지 불확실하다. 언제가 김정은의 명언(名言)이 망언(妄言)이 돼 적자생존이 엎자생존으로 바뀔 날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기호 둘하나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그 안주인의 ‘아트’ 안목은 어디서 왔을까

지인 부부가 운영하는 팬션의 이야기다. 바쁠 때이기도 했는데 안주인이 하루는 캘리그라피를 배우러 가고 하루는 인문학 강의를 들으러 가고 그날은 우리쌀 베이킹을 배우러 그 지역 읍사무소로 가신다고 했다. 읍사무소 문화센터를 내 집처럼 이용하는 분이었다. 최근 이분 생각이 다시 떠올랐던 이유는 현재 중부대학교가 지난 8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문화예술교육 자원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 자원이란 지역마다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이 이뤄지는 데 필요한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말한다. 처음 이 사업에 조사원으로 참여하는 사람 가운데는 자신이 사는 지역을 조사지역으로 배정받은 분들이 있다. 그분들은 대체로 자신이 사는 지역에 그렇게 많은 문화예술교육 자원이 있는 줄 몰랐다고 입을 모은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문화재나 사료적 가치가 충분한 자원이 자신이 오가며 자주 보았던 그것이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문화예술교육은 사람마다 관심사가 다르고 지역마다 프로그램도 다르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두고 부지런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검색이나 전화, 이메일 같은 비대면 방식으로만 조사해야 하지만, 이 조사를 통해 그 문화재나 자원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물론, 몰랐을 때보다 훗날 이 자원을 이용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이것은 꼭 조사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 자원조사의 혜택을 받게 되는 모든 시민들은 조금만 관심을 두고 완성된 문화예술교육 자원 지도를 열람하게 된다면 이런 놀라움과 흥분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한다. 이 근방에서 제 안테나에 잡히는 좋은 문화예술교육이 있으면 저는 다 갑니다. 그분의 팬션 구석구석이 은은히 드러나는 아트의 손길로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그 안목이 다른 데서 오는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세대가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문화 감수성과 예술 소양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은 개개인 사람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문화적 소양을 기르고 일상에 충분한 윤활유가 되는 삶의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류는 한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여러 분야에 우리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지구촌 곳곳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 우리 국민 평균의 문화적 소양이 높아질수록 그것이 또 다른 문화적 토양을 만들어나가는 길이 된다. 문화강국의 길은 이런 환경에서 끊임없이 성장해나갈 것이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아침을 열면서] 바이든과 김정은의 첫 단추를 채워주는 법

내년 1월 취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상대로 북핵문제를 어떻게 풀어갈까. 만약 북한이 과거와 같은 도발적 행위를 시도하거나 미국이 강경한 원칙만을 고집해서 둘 사이가 틀어져서는 안 된다. 북미관계가 일단 잘못된 길로 들어서면 뒤늦게 우리가 촉진자 또는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이제 뒷전에 물러나 있지 말고 북한과 미국이 제대로 방향을 잡도록 첫 단추를 채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리 스스로 북핵문제에 대한 해결방안과 로드맵을 가지고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책임과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적극적으로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여러 개의 단추를 하나씩 단계적으로 채워나가야 함을 설득해야 한다. 이와 같은 우리의 입장 표명은 북한과 미국 모두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선 북한과 신뢰회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2018년 세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은 여러 과제를 합의했지만 이후 북미관계가 교착돼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북한의 신뢰 회복도 필요하지만, 북한이 남한의 추진력에 실망한 것도 문제다. 우리의 신뢰 회복을 위해 대북정책 실행 의지와 노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책임지겠다는 의사 표시가 있다면 북한도 우리를 믿고 따라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서도 공개적인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강대국을 상대로 비공개 협의만 진행해서는 우리가 끌려갈 수밖에 없다. 우리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공론화해서 한반도 주변국의 지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정부는 톱다운 방식 북미대화에 의존해 한국의 역할이 제한적이었으나, 바이든 정부는 동맹의 입장을 고려해 우리의 북핵문제 해결방안에 귀 기울여 줄 수 있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미국은 내년 1월20일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게 되며, 북한은 1월 중 8차 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전략 노선을 확정 짓게 될 것이다. 일단 미국과 북한이 새로운 정책 방향을 결정해서 발표하면 나중에 다시 수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올해가 지나가기 전 우리 정부의 북핵문제 해결방안과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 무드를 조성해서 북한의 돌발 행동을 억제하고 미국의 전향적 접근을 이끌어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단추를 하나씩 채워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민경태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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