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식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돈을 기준으로 금수저, 흙수저로 나뉜다. 그 기준에 의하면 난 흙수저다. 처음부터 난 그 이론을 극혐했다. 수저계급론엔 정신이 없다. 내가 부모로부터 받던 정서적 안정, 정직, 순수함 이런 가치가 없다. 이 말은 오늘날 청춘들의 일과 사랑, 아픔을 잘 보여주었던 드라마 청춘기록에 나왔던 대사라고 한다. 주인공의 이 독백은 어느 순간부터 돈으로 계급을 나눈 우리 사회에 뼈있는 한마디를 하고 싶었던 작가의 고백이기도 할 것이다. 수저론은 부모의 양육과 교육을 통해 갖게 되는 건강한 정신, 안정된 정서, 풍부한 문화적 감수성 같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자존감과 자신감을 높여주고, 자기표현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중요한 이런 항목을 소외시키고 있다. 이제 문화는 사회의 중심이다. 문화는 다음 세대로 계승되고 발전하는 인류의 경험에 대한 총합이며 유산이다. 개인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갖게 되는 신념, 사상, 법, 관습, 규범, 예술 등을 포괄하는 복합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과거 우리 사회는 예술활동이나 예술교육이 서구사회의 고급예술을 접하는 것으로 인식돼 그야말로 금수저와 같은 특정 계층이나 누리는 것으로 인식됐었다. 하지만 현재의 문화예술교육은 더 많은 사람이 예술의 주체가 돼가고 있다. 예술교육은 연극ㆍ음악ㆍ무용 같은 공연예술교육, 영화ㆍ디자인ㆍ미디어ㆍ사진 같은 시각예술교육, 시와 소설ㆍ극본 같은 통한 문학교육 등을 포괄하는데, 교과서에 나오는 음악가의 출신국ㆍ작품명 등을 외우기만 하고 정작 그 작품이 무엇인지 경험하지 못한 채로 학교를 졸업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다양한 형태의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예술 지식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력을 높여 통합적 사고를 하고 있다. 2020 문화예술교육 자원조사 현장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만날 수 있다. 중부대학교가 진행하고 있는 2020 문화예술교육 자원조사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할 때 교육의 소재가 될 수 있는 지역의 모든 유형, 무형의 자원을 찾아내는 일로 역사자원, 예술자원, 자연자원, 지역기반자원, 융합자원 등을 향후 문화예술교육 사업 및 프로그램 기획이나 개발에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국공립 기반의 박물관, 미술관, 문화센터, 아트센터, 공연장, 배움터 등 문화예술 활동의 근거지가 되는 곳 대부분이 운영을 중단하고 있고, 모여서 함께 보고 듣고 배우고 체험해보고 느끼는 문화예술교육은 언제 다시 시작하게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이제 문화예술교육 자체도 코로나 시대가 종료된다고 하더라도 이런 무거운 경험을 통해 미래 시대를 더 확실하게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문화예술자원을 어떻게 언택트 시대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앞으로 함께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준비는 문화예술교육에서 소외받았던 지역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긍정적인 교육 기회가 생길 것이다. 예술이 밥 먹여주냐고 소리치던 과거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문화가, 예술이 밥을 먹여주는 것은 물론 국가 경쟁력까지 길러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풍요로운 문화예술교육의 수혜를 통해 사회가 공동체 일원에게 정서적 문화예술적 유산을 많이 물려주는 미래가 되길 바라본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오피니언
전미옥
2020-12-20 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