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지난 달 23일, 신년특별연설을 통해서 수출 3000 억불 돌파, 경상수지 흑자, 외환보유고 증가, 종합주가지수, 실업률 등을 들어 우리 경제가 잘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경제가 어렵고, 앞으로는 더 걱정이 된다고들 한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은 물론 이려니와, 제법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어렵다고들 한다. 물론 어렵다는 것의 내용이나 정도가 모든 사람들에게서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살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그 어려움이 절대적인 어려움이라기보다는 상대적인 어려움으로 보인다. 나보다 잘 사는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나는 항상 모자라고, 그래서 무엇이든지 항상 더 갖기 위해서 뛰어야 하고, 매사에 남보다 앞서고 더 많이 가지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우열이라는 잣대가 절대적이고 당연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이제는 정책이 달라져야 한다. 이제는 부족함이 없도록 많이 만들고, 사시사철, 그리고 전국적으로 남거나 부족하지 않도록 수급을 원활히 하는 등을 목표로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 대한 참여를 공정하고 자유롭게 하고, 그로부터 얻어지게 되는 편익과 수익도 공정하고 적절하게 배분되도록 하는 목표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 무제한적인 독점권을 이해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서 서로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민주적인 절차와 제도를 마련하는 일이 훨씬 더 절실하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해서 얻어지는 부(富)의 크기가 모든 국민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을 만큼 많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제는 그 부(富)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올바르고, 또 그 부(富)가 공정하게 나누어지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국민들도 이제는 ‘지금 우리에게 모자라는 것이 진정 무엇인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하고, 정부와 학계, 종교계 등도 나서서 국민들이 그러한 진지한 고민을 하도록 하는 계기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서도, 그럴듯한 음식점이나 ‘가든’들은 여전히 북적대고 유흥가의 불빛은 밤마다 휘황찬란하며, 해외여행으로 공항은 늘 만원이다. 밥 먹으면서 한잔씩 곁들여 마시던 반주(飯酒)는, 자제력 부족으로 이제는 ‘부어라 마셔라’에서 폭탄주까지 나왔고, 그로인한 사회적 손실이 연간 무려 15조원에 이르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에게 진정 모자라는 것은 ‘나눔’이다. 혼자서 독차지하려면 아무리 많이 있어도 모자라지만, 나누면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그렇게 궁핍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누는 사람들은 불행보다는 행복을 더 많이 느끼며 살아간다. 돈을 가진 사람들은 돈을 나누고,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기술을 나누고, 힘을 가진 사람은 힘을 나누고,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지식을 나누어야 한다. 서로 가진 것을 나누는 사회를 우리는 건전한 사회라고 하고, 그런 사회를 우리는 선진사회라고 부른다. GDP가 높고, 외환보유고도 많지만, 그 부(富)가 일부 귀족들에게 집중된 중동의 산유국들을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는 ‘나눔’이 널리 확산될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제도나 정책만으로 선진국에 이른 나라는 아직 세상에 없다. 우리 스스로가 나누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는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어려서부터 소비욕구를 잘 다스릴 수 있도록 모범을 보이고 가르쳐야 한다. 소비는 미덕이다. 전우익 선생의 “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민겨”라는 질문을 각자가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찾아보면, 그리고 우리가 이런 질문을 자주 할수록 우리의 오랜 숙원인 ‘선진국’에 더 가까이 갈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영 석 한국농업전문학교 교수
오피니언
이 영 석 한국농업전문학교 교수
2007-02-0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