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감동’

필자는 지난해 4월부터 한국무역협회 경기지부에 근무하다가 올해 3월에 본부 고객지원팀으로 자리를 옮긴지 벌써 두 달여가 되었다. 새롭게 고객지원 업무를 맡게 되다 보니 흔히 이야기하는 ‘고객 만족’이니 ‘고객 감동’이니 하는 화두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우선 고객 만족이나 감동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최근 어느 일간지에서 삼성전자가 금년 1·4분기에 극도로 악화된 실적을 발표한 이후 4월 월례회의에서 윤종용 부회장이 “엔지니어가 자기만의 기술을 고집할게 아니라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실용성 없는 기술과시형 제품을 없애고, 휴대폰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를 새로 조사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는 아무리 초일류 기업이라 하더라도 공급자가 아니라 고객(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하며 고객이 중심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주는 일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고객 섬김의 마음이다. 고객에게 존경받지 못하는 기업, 사랑받지 못하는 기업은 영속할 수 없다. 고객을 의사결정의 중심에 두는 고객 섬김 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또한 고객으로부터 칭찬을 받는 경영을 해야 한다. 고객으로부터 “나는 당신 회사의 판매원이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것인지, 나를 위해서 일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라는 정도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 회사의 발전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에 더해 진정으로 섬긴다는 마음을 갖고 고객을 대하고, 그들에게 최대한 이익을 주겠다는 자세를 갖는다면 더욱 더 번성할 것이다. 즉 “남을 이롭게 하면 그 이로움이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利他自利)”라는 불교의 이치를 바탕으로 고객감동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경청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일본경제신문에서 잘 나가는 영업사원의 ‘비즈니스 화술’을 조사하였는데, 그 결과는 “무조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다”, “업무 이외의 이야기 80%, 일 이야기 20%로 먼저 자신을 좋아하게 만든다”, “상대방의 연령층에 맞는 말로 이야기 한다”라는 응답 순이었다고 한다. 말 잘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으로 생각되는 영업에서도 ‘말 잘하는 것보다 잘 듣는 것’이 더 효과적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는 필자가 지난 1년여 동안 경기지역의 수출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기업 대표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들었던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즉 경청이 고객감동의 지름길이다. 마지막으로 고객감동을 넘어 고객참여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요즘 잘 나가는 기업들은 공통점이 있다. 기업이 갖고 있는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고객(수요자)에게 맡긴다는 점이다. 또한 고객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경쟁방식과 함께 네트워크를 통한 협업방식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제품개발 또는 생산을 위해 경쟁을 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이용하거나 소유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 차라리 서로 공유하고 협력하는 역발상의 자세도 필요하다. 한편 기존 고객에 감동을 주는 것과 함께 非고객을 찾아내 신규 고객으로 창출해 내는 것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 학 서 한국무역협회 고객지원팀장

중년병에 걸린 월마트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최대 기업으로 다시 등극한 월마트가 최근 심각한 중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월마트는 1962년 샘 월튼이 창업한 할인점 체인으로 불과 40여년 만에 미국에서 가장 큰 소매업체는 물론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까지 성장하게 되었다. 월마트는 지금까지 항시 저가격(everyday low price)이라는 가격제도를 통해 독특한 할인점 컨셉을 펼치고, 쓸데없는 비용을 철저히 절감하기로 유명한 회사이다. 이러한 강력한 가격경쟁력과 신속한 출점 전략으로 단기간에 미국 소매업체의 최강자로 부상하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주변 환경이 변화되면서 매출 성장률이 과거에 미치지 못하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그 결과 한 때 황제주로 여겨지던 월마트 주식의 가격이 2002년을 고비로 점차 하락하고 있다. 월마트의 실적 악화는 몇 가지 외부 환경의 변화로 설명할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업이 초창기 성장단계를 거쳐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발생하는 중년병이 더 큰 문제인 것으로 지적된다. 월마트가 가지고 있는 내재적인 문제로는 첫째, 무노조 경영에 따른 여론악화 및 중소유통업체와의 갈등에 대응하기 위해 홍보 및 인력관리 부서 등을 확대하다보니 관리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과거 철저한 비용절감으로 유명한 월마트가 이제는 일반관리비의 비율이 매출액의 18.6%를 넘는 비효율적인 기업으로 변하게 되었다. 둘째, 할인점 시장이 포화단계로 진입함에 따라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신규점 확대 위주의 성장 정책 때문에 지금까지 부각되지 않았던 기존점포의 업적 부진 문제가 표면에 부상되고 있다. 셋째, 주력 고객층이 저소득층에 머물러 있으며, 보다 구매력이 큰 중산층에의 접근이 제한되고 있는 것도 성장을 둔화시키고 있다. 중산층들은 월마트에서 생활필수품의 일부만을 구입하고 의류와 같은 고마진 상품의 구매는 꺼리고 있다. 다시 말해 월마트가 보다 구매력이 큰 중산층에 어필하지 못함으로써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넷째, 업태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월마트와 경쟁하는 업체가 다수 생기고 있다. 특히 크로거(Kroger)와 같은 슈퍼마켓 체인, 월마트와 유사한 할인점 업체인 타깃(Target), 전문 할인점인 베스트바이(Best Buy) 등과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중 크로거는 일련의 인수합병을 통해 경영규모를 키워왔고, 구조조정과 경영합리화를 통해 비용 절감에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월마트와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어 경쟁력을 회복하게 되었다. 아울러 드럭스토어와 합병을 한 편의점 업체들도 월마트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월마트의 어려움은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먼저 기업들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노동, 환경, 영세 자영업자 같은 사회적인 이슈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들 사회적 이슈를 무시하면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이 될 수 있지만 이들 문제가 불거지면 언젠가 대가를 치뤄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기업의 영역과 핵심역량을 한 부분에만 한정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월마트의 사례에서 보듯이 지나치게 한정된 고객층을 상대로 하는 것은 경제 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월마트 사례에서 보듯이 어느 기업도 영원히 승승장구할 수는 없고 다양한 위기를 겪게 된다. 앞으로 월마트가 이러한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할지 여부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어느 기업이든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김 동 환 안양대학교 무역유통학과 교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이유

필자가 2005년 한해 미국의 한 대학에서 교환교수로 머무르는 동안 경험했던 일이다. 필자는 전자기기 전문매장에서 복사, 스캐닝, 팩스의 기능을 두루 갖춘 컬러프린터 한 대를 200달러에 구입한 적이 있다. 생각보다는 값도 싸고 잉크젯프린터이지만 성능도 레이저프린터에 버금갈 정도로 매우 좋았다. 컬러프린터에 사용하는 잉크가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자주 교환해야 한다는 번거로운 문제를 제외하면 매우 만족스러운 제품임에 틀림없었다. 기업들이 컬러프린터 복합기를 이처럼 헐값에 내다 팔수밖에 없는 이유는 컬러프린터시장에 참여하는 기업이 매우 많아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시장에는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제품들이 모두 모여 있으니 살을 깎는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필자는 컬러프린터 복합기 생산업체들이 자사 제품들을 이처럼 헐값에 팔면서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래 가지 않아 프린터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기막힌 상술을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비록 컬러프린터의 가격은 기대 이상으로 대단히 저렴할지라도 비싼 가격에 판매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잉크는 개당 50달러로 매우 비싼 가격에 팔았기 때문이다. 잉크의 수명도 대단히 짧아 불과 몇 백 장만 인쇄하면 무용지물이었다. 따라서 몇 달만 사용하면 잉크 값이 프린터 값보다 훨씬 비싸,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실정이었다. 필자가 구입한 제품만 그러한지 알아보기 위해 여러 기업들이 생산하는 컬러프린터와 잉크를 비교해 보았더니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결론적으로 컬러프린터 복합기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자사 제품을 헐값에 판매하는 대신 자사 프린터에 사용하는 잉크를 비싸게 판매함으로써 컬러프린터 복합기의 헐값 판매로부터 입은 손실을 보전하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이들은 이윤극대화를 위해 시장원리를 철저히 이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컬러프린터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잉크를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고 소비자는 그러한 가격전략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컬러프린터에 사용할 수 있는 잉크를 오직 자사 제품 것만 가능하도록 한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프린터를 구매한 고객은 미우나 고우나 같은 회사에서 만들어 내는 잉크만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프린터시장에는 유사한 대체재가 많으나 프린터에 사용하는 잉크는 기업들의 보이지 않는 담합으로 제품을 차별화함으로써 잉크시장에 유사한 대체재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컬러프린터의 가격 변화에는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지만, 잉크의 가격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잉크를 비싼 값에 구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컬러프린터시장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기와 게임 팩, 컴퓨터와 컴퓨터 프로그램,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등과 같은 많은 유사한 사례들을 들 수 있다. 컬러프린터와 잉크시장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 휴렛팩커드, 삼성전자, 한국엡손, 롯데캐논 등 4개사가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프린터 소모품시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였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타사 제품의 호환이 어려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리필용 잉크조차 구하기 어려워 소비자들은 카트리지를 통째로 바꿔야 하는 손해를 감내해야만 한다. 웬만한 제품의 경우 카트리지 가격이 7만~8만원을 호가하니 소비자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일찍이 간파한 유럽 의회는 2006년부터 부품 교환이 안 되거나 부품의 재활용이 불가능한 프린터를 시장에서 완전 퇴출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이에 버금가는 소비자주권을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일까. 또 다시 프린터 잉크를 교체해야할 때가 다가오면서 문득 볼모로 잡힌 기분이 들기에 하는 말이다. /임 덕 호 한양대 경상대학장

FTA와 농업

한·미FTA가 타결되었다. 이번에도 칠레와의 FTA에서처럼 농업은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무슨 피해를 누가 얼마나 감당해야 할 것인지는 아직 그의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아서 판단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를 주제로 글을 쓰는 이유는, 양자간 협상인 FTA는 물론 다자간 협상인 WTO의 DDA협상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개방화는, 한·미 FTA 타결과 관계없이 계속해서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믿기 때문이다. 교통·통신 등 끊임없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교류는 잦아졌고 세계는 갈수록 좁아져왔다. 그리고 세계는 끊임없이 가까워졌고 시장도 쉬지 않고 넓혀져 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채택된 새로운 교역질서인 GATT 체제에서 UR을 거쳐서 WTO 체제에 이르는 과정도 세계가 하나로 묶여가는 과정이었고, FTA도 한 나라에서 두 나라로 그의 시장이 넓어지는 과정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여러 나라들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는 변화를 어느 한 나라나 세력이 멈추게 하거나 방향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국가나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적극적이고 공세(攻勢)적인 입장과 수세(守勢)적이고 수동적인 입장이 서로 맞서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강대국들에 대해서는 수세적이고, 약소국에 대해서는 공세적, 또는 우리가 앞선 분야에서는 공세적이고, 뒤떨어진 분야에서는 수세적이다. 여기서 수세적이라는 말은 세계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세계화를 하지 말자는 것이냐!”, “북한처럼 고립되어야 한다는 말이냐!”, “세계로 나가지 않고도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는 대안을 내놔라!”고 외쳐대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 한·미 FTA를 반대한다는 사람들은 농업인들을 포함하여, “조금 천천히”를 주장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농업인들에게, “나라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 “52조원은 어디로 갔느냐!”, “또 밑빠진 독에 물을 부으라는 것이냐!”, “농업보호는 불가침의 영역인가!”라는 등의 비난을 쏟아붓는 것을 보면, 우리 주변에 외눈박이 전문가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UR 협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던 1989년 농산물에 대한 수입개방이 크게 확대되면서 투입된 52조원의 국민세금은, 비닐하우스 짓고, 온실 짓고, 축사 짓고, 농기계도 사서 그동안 우리 국민들이 사시사철 큰 부족함이 없이 풍부한 농산물을 비교적 싼 값으로 공급함으로써 그의 대가를 거의 다 국민들에게 되돌려주었고, 그렇게 갖추게 된 새로운 생산기반과 축적한 기술로 1997년의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힘이 보태기도 했다. 10년 전 IMF 외환위기를 그 정도에서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농업이 버티어 주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그래도 우리가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해준 것이 우리 농업이었고(그렇지 못했던 인도네시아는 약탈과 폭동을 경험했음), 직장에서 고향인 농촌으로 되돌아온 많은 이들이 다시 기회를 잡을 때까지 굶기지 않고 보살펴주었다. 농업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충격들을 흡수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기업인들은 대부분 수익을 극대화하고, 많은 기업들이 그 수익으로 세계 각지로 진출하여 공장도 짓고 해외지사도 만들기 위해서 번 돈을 밖으로 가지고 나가지만, 우리나라 농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족경영 농가들은 행복 극대화를 위하여 소득을 얻고, 웬만하면 본인이 필요한 만큼만 벌고 그 이상은 남들과 나누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농업은 스스로 조금 어렵더라도 잘 참고, 이웃과 나누고 사회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우리 사회의 어머니와 같이 소중한 것이다. 우리보다 선진국으로 알려진 나라들 중에서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농업을 시장에만 맞기고 있는 나라는 아직 하나도 없다. 또한 DDA협상이 지지부진한 것도 결국은 자국 농민들에 대한 ‘농업보조금’을 줄이지 않으려는 선진국들과 그렇지 못한 국가들간의 입장차이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전문가들도 없다. /이 영 석 국립 한국농업대학 교수

對中輸出의 현재와 미래

지난해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695억 달러 수출과 209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작년 한해 우리나라 총 수출이 3천254억 달러, 무역흑자가 160억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얼마나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금년(1~2월)에도 중국에 대한 수출은 순항을 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증가율이 10%를 겨우 상회함예 따라 2002년 이후 30~40%를 넘나들던 대중수출증가율이 둔화세로 전환되는 변곡점을 지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내에서 90년대 이후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기업에 의해 중국제품의 국제경쟁력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대만 등 인근 국가로부터의 수입수요가 둔화되고 내수기업의 공급대체가 두드러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철강, 화학 등 중화학공업과 전기·전자 산업 등에서의 중국의 산업고도화가 진행됨에 따라 중·저가시장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우리의 수출시장이 잠식당하고 있다는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반면, 이러한 중국경제의 성장과 산업고도화가 우리수출에 위기상황이기는 하나 동시에 새로운 성장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해외투자유치와 수출이라는 양대 축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소득증대에 따른 중산층의 성장, 정부의 개인소비 활성화를 위한 정책지원 등에 힘입어 내수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져 이제는 ‘세계의 시장’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어 가고 있다. 이렇게 시장규모나 경쟁력 면에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중국수입시장에서 현재 11% 수준인 우리나라의 점유율을 유지 내지 확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더욱 확실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춤과 동시에 중국에 비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앞선 기술력, 기계·설비 등 자본재, 브랜드파워, 숙련노동력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먼저 중국경제가 성장하면서 수요증가가 예상되는 기초소재, 부품, 장비 및 중간재 수요에 대해 공급특화하면서 동반성장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중국제품 및 중국기술과의 차별화를 위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제품 핵심기술과 공정 개발에 주력하면서 핵심부품과 중간재를 수출하는 기업간 수직적 분업체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할 것이다. 최근 중국정부는 저부가가치 가공무역이 중국의 산업고도화를 지체시키고 외국과의 통상마찰을 가중시킨다는 판단하에 독자적인 브랜드와 자체기술을 보유한 자국기업 육성에 주력하는 ‘自主創新’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어 중국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기술우위를 갖추는 것은 중국시장 공략에 필수적 요소가 되고 있다. 이외에도 중국 사회에 친화적인 현지중심의 경영과 함께 다국적 기업의 중국본부 설치에 따른 전략적 제휴도 적극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국에는 연소득 5천 달러 이상되는 인구가 1억 5천만 명이 넘고 있어 이들 상위계층을 대상으로 한 자동차, 고급가전 등 전기전자제품, 고급 소비재에 대한 수요를 효과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 현재 중국에 불고 있는 한류(韓流)가 한국과 한국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주고 있으므로 소비구조 고도화 및 한류열풍을 활용한 고급관광, 부유층을 겨냥한 의료, 뷰티산업, 레저, 문화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이를 적극 수출상품화 해야 한다. 한편 중국정부의 긴축정책, 외자기업에 대한 세제축소, 환경규제 강화, 고용환경 변화, 위앤화 절상 가능성 등 중국 리스크 요인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수출기업들에게 상시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자체 및 수출유관기관들은 중소수출기업이 대기업과 함께 대중교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신기술개발과 이를 상품화할 수 있는 제품개발 및 마케팅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김 학 서 한국무역협회 고객지원팀장

단순 의약품 소매점 판매가 필요하다

최근 의료법 개정과 관련하여 의사들의 반발이 심하다. 의사들은 의약분업 등 첨예한 이슈가 대두될 때마다 조직력을 발휘하여 그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고 있다. 전문직의 집단이기주의는 비단 의사 뿐 아니라 약사, 변호사 등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소비자의 편익 증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각종 개혁안들이 이들 전문직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목격하고 있다. 전문직 이기주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약사들이 단순 의약품의 소매점 판매를 막고 있는 것이다. 과거 정부는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소화제 진통제 드링크류 등 단순 의약품의 소매점 판매를 허용하고자 하였으나 약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실패한 전철이 있다. 현재는 모든 의약품이 약국에서만 판매되도록 되어 있으나, 약품의 오남용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단순 의약품을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저가격과 편리성의 편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할인점, 슈퍼마켓, 편의점 등에서 단순 의약품의 판매가 허용되면 이들은 대량 구매의 이점으로 해당 약품의 가격을 대폭 인하시킬 것이다. 특히 할인점은 시중가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해당 의약품을 판매하게 될 것이며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이익은 국가 전체로 볼 때 1조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울러 단순 의약품의 판매처가 약국뿐 아니라 일반 소매점으로 확대되면 소비자의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제도 하에서는 약국이 영업하지 않는 심야나 휴일에는 간단한 의약품조차 구입하기 힘든 상황이다.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 할인점 등에서 일부 의약품을 판매하게 되면 소비자가 필요할 때 손쉽게 약품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 소형 약국의 경영난이 우려되나 이들 약국이 경쟁력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면 일반 소매업체에 대한 우위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단순 의약품의 일반소매점 판매가 허용되면 약국 간에도 실질적인 경쟁이 이루어져 효율적인 방향으로 약국 구조가 재편될 전망이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일찍이 단순 의약품의 소매점 판매를 허용해 왔으며, 현재 세계적으로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미국의 드럭스토어들도 이러한 경쟁구조를 배경으로 성장해 왔다. 우리나라 약국도 일반 유통업체와의 경쟁하고, 대형화와 다양화를 추진하여 하루 속히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약사들은 단순 의약품의 소매점 판매허용을 반대하고 있다. 약사들의 주장대로 부작용과 남용의 우려가 큰 의약품은 전문가에 의해 취급되어야 한다. 하지만 광고 등을 통해 일반에 널리 알려져 있고, 경험상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 약품조차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집단이기주의적 사고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현재 대다수 소비자들은 약사의 도움보다 특정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소화제, 드링크류 등을 구입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적인 지식과 취급방식이 요구되는 의약품을 제외한 단순 의약품을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할 경우 파생되는 문제점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의약품의 소매점 판매는 국민 전체의 후생을 증가시키는 제도이기 때문에 시급히 추진되어야 할 과제이다. 일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말없는 다수의 이익이 침해되어서는 안 되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약사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에서도 소수의 이익집단에 이끌려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정책을 포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 동 환 안양대학교 무역유통학과 교수

식자(識者)의 도덕적 의무

교통과 통신수단의 발달로 ‘지구촌’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세계는 국경을 넘어 더욱 더 가까워지고 있다. 이로 인해 국가 간 경쟁이 심화하고 어느 한 국가의 경제·사회현상이 그 국가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다른 나라에 파급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의 한 단면이다. 우리는 지난 1997년 말 달러 부족으로 온 국민을 고통 속에 몰아넣었던 외환위기를 겪은 바 있다. 그 당시 외환 보유액이 30억 달러에 불과했던 것이 현재는 2천5백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제는 달러의 과다 보유 여부에 관한 논쟁이 일고 있다. “달러화 표시 자산을 매각하여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한국은행 총재의 국회 상임위 답변 한 마디에 전 세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격이 폭락하는 것이 오늘날 지구촌 경제의 현실이다.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우리 경제가 성장했다는 점에서 기분 좋은 소식일 수도 있으나 한 나라의 경제문제가 과거와는 달리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나라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그만큼 경제문제 해결이 어려워지고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프리드먼은 ‘숨겨진 질서(Hidden Order)’라는 책에서 “관심이 적은 다수와 이해관계가 걸린 소수가 정치적으로 부딪칠 경우 반드시 후자가 승리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법률이나 정책이 1천만 명에게는 1인당 1만원씩 총 1천억원의 손실을 발생시키지만 500명에게는 1인당 1억원씩 총 500억원의 이익을 발생시킨다면 이 법률이나 정책은 시행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프리드먼은 관심이 적은 다수는 숫자만 많을 뿐 결속력이 약한 반면에 큰 이익을 지키려는 소수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이익을 관철하려고 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나 법이나 정책은 소수의 이해 당사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2003년에 서울~부산 사이를 2시간대에 주파하는 경부고속철도가 10년이 훨씬 넘는 긴 공사를 마치고 개통되었다. 설계도면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착공하였던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예산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수배나 늘었으며, 공사 기간도 수년간 연장되었다. 국가의 대역사라고 하던 시화호가 15년이 넘는 오랜 공사 끝에 1990년대 중반에 완공되었다. 서해안의 지도를 바꾸어야 할 정도로 방대한 사업이었던 이 공사는 엄청난 공사비만 날린 채 주변 공단에서 흘러드는 폐수와 생활하수로 커다란 환경재앙을 예고하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한 순간의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이제는 시화호의 수문을 개방하여 무늬만 호수일 뿐 바다와 다름없으니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선거철만 되면 지하철 노선이 변경되어 수백억원의 공사비가 추가되는 등 이와 유사한 정책 결정이 다반사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국가적 대사인 대선도 불과 9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이 사회의 엘리트인 식자들은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남발하는 선거 공약들이 시기적으로 합당한가, 이 공약들이 시행될 때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가, 소요예산은 얼마이며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가 등에 대하여 가능한 한 정확한 정보에 근거하여 자기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사업에 대해 국민들이 깨어 살피지 않으면, 위정자들이 판단착오를 범한다고 해도 이를 시정할 기회를 잃고, 그로 인해 국민들은 큰 희생을 치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사회의 식자들은 자기 자신의 경제문제뿐만 아니라 이웃, 특히 자기보다 상대적으로 불행한 여건에 처한 이웃들의 처지를 비롯해서 자기가 속해 있는 기업이나 기관, 그리고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의 경제문제를 걱정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것이 배운 사람의 도덕적 의무(noblesse oblige)이기 때문이다. /임 덕 호 한양대학교 경상대학장

우리가 농업을 지켜야 하는 이유

한미 FTA협상이 이제 막판을 치닫고 있다. 미국식 표준(Standard)에 서툴거나 준비가 부족한 업종의 반대도 거세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농업인들의 반대는 매우 격렬하다. 어떤 이들은 농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우리가 이번에 한미 FTA를 체결하지 못하게 되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수출시장인 미국시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지난번 UR협상이 타결되고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할 때, 또 칠레와의 FTA 협정 체결 때에도, 이제는 죽게 되었으니 살려야 한다고 수십조 원에 이르는 국가재정을 투입했는데, 그래서인지 우리 농업은 아직 죽지 않았고 그런대로 잘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약간의 재정만 좀 더 투입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식량을 해외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잘사는 국가들이 많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는 엄청난 규모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과 인접해있기 때문에, 길게 보면 농산물의 해외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농업인구도 줄고 있으므로, 농업인들의 아우성도 조금만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잦아들 것으로 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농업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음악을 소리로만 듣는 사람들이 음악을 생각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농업은 우리에게 농산물을 생산·공급하는 산업적 가치 말고도 문화적, 교육적 그리고 정서적 가치 등을 함께 가지고 있다. 농업인은 여타의 산업인들과는 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농업은 해님과 달님과 비와 바람과 땅, 여기에 농민들의 땀이 배어서 결실을 얻기 때문에, 농업인은 주변의 모든 것들과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경쟁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데 더 익숙한 사람들이다. 경쟁이라는 것도 사실은 인간이 만들어 낸 개념일 뿐, 자연 속에는 없는 것이다. 사슴 무리 중에서 힘없는 사슴이 사자의 밥이 된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그 한 마리의 희생을 통해서 다른 무리들이 무사해졌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1등만 살아남지도 않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는 1등보다 더 많은 2등과 그 아래의 보통사람들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다. 더구나 경쟁의 중심에는 항상 ‘나’가 있어야 하는데, 실은 ‘나’라는 것은 항상 ‘너’라는 것을 전제했을 때만 성립되는 개념이다. 그래서 ‘너’를 인정하지 않으면 ‘나’는 없는 것이요, ‘너’는 패자요 ‘나’는 승자라는 생각에 갇힌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나’는 ‘너’를 위해서 ‘너’는 나를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세상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농업은 바로 이것을 우리에게 깨우쳐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농업인들은 쌀값이 떨어져도 논바닥이 갈라지면 양수기로 물을 품어 올리고, 고기 값이 떨어져도 가축을 굶기는 일은 더욱 없다. 사람이 아니더라도 생명은 ‘돈’과 비교할 수 없다는 생명의 존엄성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가까이 함으로써 우리 사회는 생명의 존엄성을 가까운 곳에서 배우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어지러움은 절차와 규칙을 무시하고 어긴 사람들이 많아지는데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농업에서 멀어질수록 이를 강제해야하는 경찰력은 그만큼 더 강력해져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으로 생계를 꾸릴 수 없고, 농촌에서는 자식을 초등학교에 조차도 보낼 수 없도록 우리가 내버려둔다면, 빵 문제는 산유국들처럼 수입해서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경쟁 제일주의에 의한 패배감 팽배, 생명 경시, 무질서 등의 후진국 병은 어떻게 고쳐서 건강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인가? /이 영 석 한국농업전문학교 교수

신이 내린 직장과 X비효율

최근 한국은행, 산업은행과 같은 금융공기업들의 고임금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들 금융공기업은 물론 일반 공기업, 공무원, 교사 및 일부 사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긴 정년, 다양한 복지제도 등을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세간에서는 이들을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도 한다. 이에 반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임금도 상대적으로 저하되는 등 고용조건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더욱이 상당수의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을 하지 못하고 취업준비에 매달리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좋은 고용 조건이 시장 경쟁을 통한 높은 수익 때문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좋은 고용조건은 높은 효율성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이 내린 직장 대부분이 공공 부문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공기업과 공무원들은 경쟁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비효율성이 높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것은 경쟁력의 상징이라기보다는 비효율의 대명사로 국민적인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일찍이 라이벤스타인(Leibenstein)이라는 경제학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X 비효율(inefficiency)이라고 하였다. X 비효율이란 독점기업이 비용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쓸데없는 비용을 낭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거대독점기업이 최고경영자에게 엄청난 연봉을 준다든지 제트기를 제공한다든지 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공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사회의 평균 수준보다 엄청난 보상을 하는 것도 전형적인 X 비효율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신이 내린 직장에 대한 논란은 국민 감정상의 문제 뿐 아니라 국민 경제적으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공 부문 및 거대 독점기업에 있어서 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보상은 사회적 비효율성을 야기 시켜 국가경제에 해악이 된다. 특히 공공 부문의 경우 직원들에 대한 보상은 예산과 연계되기 때문에 과도한 보상은 예산 낭비와 이어지게 된다. 독점기업의 경우도 과도한 임금은 생산설비 및 기술개발에 투자되어야할 자원이 낭비되는 문제점을 가지게 된다. 또한 신이 내린 직장은 취업 준비생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의 취업시장은 공기업, 공무원, 대기업 등과 중소기업으로 2원화되고 있으며 그 격차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신입사원 연봉의 경우 대기업은 3천만~4천만원 인데 반해 중소기업은 1천만~2천만원 선으로 그 격차가 매우 크고, 기타 복지제도 등에서도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취업 준비생들은 중소기업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대기업 및 공기업 사원, 공무원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부문의 입사 문이 좁다 보니 엄청난 수의 대학졸업생들이 취업 재수를 하는 등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결국 국민경제 전체로 볼 때 구직과 구인 간에 미스 매치가 발생하여 비효율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신이 내린 직장과 관련된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각 부문에 경쟁구조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무원, 공기업 직원들에게는 철밥통이라는 고용보장을 철폐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예산 낭비를 철저히 감시해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민간이 할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민영화시켜 불필요한 공무원 숫자와 공기업 수를 대폭적으로 감축시켜야 할 것이다. /김 동 환 안양대학교 무역유통학과 교수

해외전시회, 바이어 발굴의 지름길

최근 장기적인 내수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도내 중소업체들이 크게 늘어났다. 기업현장을 방문하거나 혹은 해외시장 진출과 관련된 회의에 참가해보면 침체된 내수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시장 진출과 수출에 열의를 가지고 노력하는 수많은 중소업체 대표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해외시장 개척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해외바이어 발굴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바이어 발굴은 해외전시회 참가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해외전시회는 해당 산업분야의 거대 다국적 글로벌 기업에서 중소 제조사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의 제조·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모여 대면을 통해 제품홍보, 바이어 반응 탐색과 신규바이어 발굴 등 제품의 경쟁력 및 판매가능성을 가늠해보는 종합적인 마케팅의 장이라 할 수 있다. 해외전시 참가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참가전시회 선정에서 목표 바이어 발굴 및 수출계약 성사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치밀하게 단계별로 계획을 세워 준비해야 한다. 참가할 전시회는 자사제품이 속하는 대표적인 업종별 전문 전시회나 타깃 시장에서 개최되는 전시회 위주로 선정한다. 해외전시회 일정이 수록된 전시디렉토리, 무역잡지 및 경쟁업체들이 주로 참가하는 전시회를 통해 전문바이어가 많이 찾는 전시회를 중심으로 선정해야 한다. 특히 업종별 전문전시회는 세계 각국의 유수 기업들이 제품홍보와 시장정보 교환을 목적으로 대부분 참가하므로 참가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참가전시회를 선정하면 사전마케팅 및 예산계획 수립, 효과적인 현장운영 등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참가 전 적절한 제품샘플과 외국어 홍보물을 준비하고, 내방객 유치를 위해 기존 고객 및 잠재 바이어를 대상으로 초청장 발송 등 사전마케팅 활동을 진행한다. 개별기업이 별도 독립부스를 운영하는 경우 부스 임차료, 장치비, 전시품 운송비 등 많은 비용이 소요되므로 중소기업의 경우 수출지원기관이 주관하는 단체관에 참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효과적인 현장운영을 위해서도 사전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전시부스는 바이어에게 자사제품을 짧은 시간에 강렬하게 어필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여야 한다. 썰렁한 부스운영으로 찾아온 바이어를 민망하게 하거나, 조잡한 샘플로 바이어가 제품에 확신을 가질 수 없게 해서는 곤란하다. 상담요원은 제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최신의 기술 및 시장동향에 전문지식으로 무장하여 바이어에게 신뢰와 제품에 대한 호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전시참가 중에는 사전에 초청한 바이어들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요원은 회사 책임자급이 담당하여 바이어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부스내방 바이어들의 실질구매력 및 실질고객 여부를 등급별로 판단하여 거래가능성이 높은 바이어는 상담 후 별도 개별접촉을 통해 계약이 성사될 수 있도록 중점 관리하며, 전시 참가기간 동안 진행된 모든 상담 건은 철저히 기록하여 차후 영업부서의 마케팅활동 및 신제품개발에 적극 반영토록 한다. 전시기간 중에 경쟁사의 출품 제품수준, 제품가격, 판매조건 등을 알아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전시회가 끝난 즉시 상담업체 중 유력한 바이어를 중심으로 거래제의 서신, 직접 방문 권유 등을 통해 거래가능성을 열어가면서 자사의 바이어로 만드는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이상 살펴본 것들이 바이어를 발굴하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해외전시회 참가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사항들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해외전시회가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무엇보다도 자사제품을 알아줄 바이어를 찾아나서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한 e-marketplace가 아무리 활성화되어도 확실한 거래는 대부분 사람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해외전시회는 그 만남의 중심 역할을 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마케팅 기회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 학 서 한국무역협회 경기지부장

경제문제와 선거공약

2007년 대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국가에서 실시하는 크고 작은 선거에서 경제문제가 주요 이슈에서 벗어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만큼 경제문제는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며 근본적인 치유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들은 선거 때마다 경제문제를 속 시원히 풀어나갈 해결사를 원한다. 유권자들의 그와 같은 기대에 부응하여 대권 예비후보자들 사이에 벌써부터 갖가지 공약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선거 판세가 치열할수록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공약들이 난무하고 결국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 우리가 익히 경험했던 현상들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경제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경제문제가 완화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첫째, 각 경제주체들 사이에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처방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저임금이나 저곡가정책을 시행한다면 상대적으로 큰 비용을 부담하는 노동자나 농민들은 그와 같은 정부정책에 대해 격렬히 반대할 것이다. 물가안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가 동의할지라도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국민 각자가 처해있는 입장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경제정책을 선택하는 데 정부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둘째, 하나의 경제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또 다른 경제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역사회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공장의 신·증설이 불가피하지만 이로 인해 환경문제라는 또 다른 경제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셋째, 국민들의 장기적인 안목이 결여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국민들은 미래보다는 현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정부정책이 장기적으로 초래할 결과에 대해 소홀히 하기 쉽다. 특히 경제정책이 단기적으로 보약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약이 될 수 있거나 반대로 단기적으로는 쓴 약이 장기적으로 보약이 될 수 있는 경우, 과연 어떤 정책을 선택할지 결정짓기가 쉽지 않다. 정책당국이 다음 선거 등과 같은 정치적 사정을 고려할 경우 대부분의 경제정책들은 단기적인 효과를 기준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비록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클지라도 우선 당장 국민 다수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경제정책들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 경제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편견이 심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매일 대중매체를 통해 나름대로 경제문제에 대한 지식을 축적한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 각자의 처해 있는 입장에 따라 다양한 주관을 갖게 되고 그 주관 속에 편견이 끼어들 소지가 크다. “수입자유화는 국가 이익에 반한다”, “외국자본 유입은 국부를 유출시키기 때문에 저지되어야 한다”, “외채든 국채든 빚은 나쁘다” 등등, 좋고 나쁜 것에 대한 주관적 견해를 신념처럼 갖는 수가 있다. 그 결과 정부의 처방에 대해 쉽게 수긍하지 못할 때가 많고 정부 또한 여론에 밀려 정책을 실기하거나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정책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은 장기적인 파장보다는 우선 인기 있는 공약을 내세우려고 한다. 유권자들은 더 이상 기대난망인 경제문제 해결사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비전과 함께 실현 가능한 정책을 제시하며 함께 고통을 감내하자고 호소하는 양심적인 후보자를 찾는 데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임 덕 호 한양대학교 경상대학장

도내 기업, 취업정보 격차 해소에 앞장서야

‘채용’이란 일련의 과정은 ‘구직자와 기업간의 연결’이란 결과에 앞서 서로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는 프로세스다. 기업과 구직자간, 기업과 기업간, 구직자와 구직자간 다양한 형태, 여러 매체를 통한 의사소통으로 일어나는 행위인 것이다. 그래서 기업과 구직자가 서로에 대한 정보 탐색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최근 인터넷 발달과 맞물려 진화해 온 채용의 변화를 돌이켜보자. 예전 CEO나 인사담당자들의 ‘어떻게 우리회사가 사람을 뽑고 있다는 것을 알릴 것인가?’였다. 대부분 신문이나 잡지 등 오프라인 인쇄매체를 이용해 채용광고를 게재했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벽보를 붙이거나 알음 알음 주위 인맥을 통해 직원을 채용해야 했다. 인터넷 채용이 가능해지자 그들의 고민은 ‘많은 인재 중 우수한 인재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로 옮아갔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은 인터넷을 통한 공개채용, 현지 대학방문을 통한 캠퍼스 리크루팅, 채용박람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되어 갔다. 이제 그들의 과제는 ‘그럼 그 우수한 인재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되었다. 인재경영이 화두로 떠올랐고 각종 보상과 능력개발 프로그램들이 속속 마련되기 시작했다. 이런 최근 십 수년간 채용의 변화는 곧 ‘진화’였다. 이 진화의 첫 출발은 오프라인 취업시장에서 온라인 취업시장으로의 변화일 것. 그리고 온라인 취업시장은 다시 또, 단순히 채용광고만을 중계하는 공간이 아닌 각종 HR 정보와 교육, 네트워크 쌓기 등이 가능한 공간으로 급속도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채용정보의 진화가 골고루 이루어지지 않고 특정 장소에만 집중돼 왔다면 어떻게 될까? 다시 말해 말한 채용의 선진화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만 일어난다면 말이다. 답은 간단하다. 지역 기업은 우수 인재 확보가 힘들게 되고, 지역의 구직자 역시 좋은 기업에서 능력을 펼칠 기회를 잃는 셈이다. 다시 말해 스스로를 정보 소외계층으로 내모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직도 대부분의 지역 기업들과 지방거주 구직자들은 오프라인을 통해 인재를 구하고 직장을 찾고 있다. 지역신문이나 무가지, 생활정보지 등이 지방권에서 주된 구인·구직정보처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 인터넷 보급률과 이용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고 하지만 정작 취업정보의 지역간 격차는 좀처럼 줄어들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런 채용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기업, 기관, 구직자 모두의 노력이 함께 필요하겠지만, 특히 기업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기관이나 구직자는 입장과 역할, 그리고 비용 등 여러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재경영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지금, 기업은 자사의 가치와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서라도 선진화된 채용시스템을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기업이 먼저 움직인다면 의외로 정보격차 해소는 쉬워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지역의 일자리가 늘고 지역거주 구직자들의 취업이 용이해질 수 있다. 또 해당 지역 대학이나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정보와 교육 등을 제공하여 그 지역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다시 기업에 부메랑처럼 돌아와 인력난 해소에 기여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보다 많은 인재들에게 자사를 홍보할 수 있고, 인재를 찾는 방법도 안내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인크루트도 올 한해 이런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원활한 정보전달의 매개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부지런히 지역을 누빌 계획이다. /서미영 인크루트 상무

우리에게 모자란 것이 진정 무엇인가?

노 대통령은 지난 달 23일, 신년특별연설을 통해서 수출 3000 억불 돌파, 경상수지 흑자, 외환보유고 증가, 종합주가지수, 실업률 등을 들어 우리 경제가 잘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경제가 어렵고, 앞으로는 더 걱정이 된다고들 한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은 물론 이려니와, 제법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어렵다고들 한다. 물론 어렵다는 것의 내용이나 정도가 모든 사람들에게서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살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그 어려움이 절대적인 어려움이라기보다는 상대적인 어려움으로 보인다. 나보다 잘 사는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나는 항상 모자라고, 그래서 무엇이든지 항상 더 갖기 위해서 뛰어야 하고, 매사에 남보다 앞서고 더 많이 가지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우열이라는 잣대가 절대적이고 당연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이제는 정책이 달라져야 한다. 이제는 부족함이 없도록 많이 만들고, 사시사철, 그리고 전국적으로 남거나 부족하지 않도록 수급을 원활히 하는 등을 목표로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 대한 참여를 공정하고 자유롭게 하고, 그로부터 얻어지게 되는 편익과 수익도 공정하고 적절하게 배분되도록 하는 목표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 무제한적인 독점권을 이해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서 서로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민주적인 절차와 제도를 마련하는 일이 훨씬 더 절실하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해서 얻어지는 부(富)의 크기가 모든 국민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을 만큼 많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제는 그 부(富)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올바르고, 또 그 부(富)가 공정하게 나누어지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국민들도 이제는 ‘지금 우리에게 모자라는 것이 진정 무엇인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하고, 정부와 학계, 종교계 등도 나서서 국민들이 그러한 진지한 고민을 하도록 하는 계기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서도, 그럴듯한 음식점이나 ‘가든’들은 여전히 북적대고 유흥가의 불빛은 밤마다 휘황찬란하며, 해외여행으로 공항은 늘 만원이다. 밥 먹으면서 한잔씩 곁들여 마시던 반주(飯酒)는, 자제력 부족으로 이제는 ‘부어라 마셔라’에서 폭탄주까지 나왔고, 그로인한 사회적 손실이 연간 무려 15조원에 이르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에게 진정 모자라는 것은 ‘나눔’이다. 혼자서 독차지하려면 아무리 많이 있어도 모자라지만, 나누면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그렇게 궁핍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누는 사람들은 불행보다는 행복을 더 많이 느끼며 살아간다. 돈을 가진 사람들은 돈을 나누고,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기술을 나누고, 힘을 가진 사람은 힘을 나누고,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지식을 나누어야 한다. 서로 가진 것을 나누는 사회를 우리는 건전한 사회라고 하고, 그런 사회를 우리는 선진사회라고 부른다. GDP가 높고, 외환보유고도 많지만, 그 부(富)가 일부 귀족들에게 집중된 중동의 산유국들을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는 ‘나눔’이 널리 확산될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제도나 정책만으로 선진국에 이른 나라는 아직 세상에 없다. 우리 스스로가 나누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는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어려서부터 소비욕구를 잘 다스릴 수 있도록 모범을 보이고 가르쳐야 한다. 소비는 미덕이다. 전우익 선생의 “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민겨”라는 질문을 각자가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찾아보면, 그리고 우리가 이런 질문을 자주 할수록 우리의 오랜 숙원인 ‘선진국’에 더 가까이 갈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영 석 한국농업전문학교 교수

기러기가족의 비애

조기 유학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외로 나간 조기 유학생이 3만 5천명을 넘고 있으며 이 수치는 2001년에 비해 약 3배 정도 늘어난 수준이다. 이렇게 조기 유학이 급증한 결과 유학·연수 부분의 국제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한국 은행에 의하면 우리 국민들이 해외 유학·연수 목적으로 지출한 비용은 2000년까지만 해도 10억 달러가 넘지 않았으나 2005년 33억 7천달러를 기록한 후 올해 45억 7천만달러에 이르고, 2010년에는 82억 9천만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은 계속해서 증대할 수밖에 없지만 해외 유학과 연수를 국내로 돌릴만한 여건을 단시일 내에 갖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조기 유학은 이러한 경제적 비용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고 있다. 소위 ‘기러기 아빠’로 대변되는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가족과의 별거를 불사하고 희생하는 가장들의 고통 또한 적지 않다. 최근에는 해외 주재원들조차 가족들을 영어권 국가로 유학 보내고 자기는 이방에서 혼자 사는 소위 ‘신기러기 아빠’도 생기고 있다. 이러한 기러기아빠 문제는 아버지들의 과도한 희생이라는 문제를 넘어 가족 해체라는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기러기아빠 문제뿐 아니라 조기 유학을 위해 아이들과 현지에서 같이 생활하는 어머니들의 고통도 적지 않다. 오로지 아이들 교육 때문에 말도 잘 안 통하는 이국땅에서 고생하는 것은 감수한다고 치지만, 현지국 출입국시 받는 심리적 고통이 만만치 않다. 최근 미국에서는 테러 방지 등으로 입국심사가 까다로워지고 있으며, 단기 체류 비자로 아이들을 돌보는 경우 체류 허가 기간이 짧아지거나 심지어는 입국을 거부당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 조기유학생 어머니들이 빈번하게 출입국하면서 쓰는 비용과 고통도 만만치 않다. 조기 유학생들이 지불하는 사회적 비용과 고통도 증가하고 있다. 현지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탈선하는 조기유학생들의 수도 만만치 않고, 현지에서의 공부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현지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정체성 문제를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조기 유학 후 현지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출세를 보장하지 못하자 학생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해외 대학출신이라는 것이 국내 취업에서 이점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고 현지에서의 취업도 만만치 않아, 잘못하면 이들 조기유학생들이 국제적 미아로 전락할 위기에 있다. 이처럼 조기 유학 열풍은 눈에 보이는 경제적 비용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물론 조기 유학의 문제가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수가 급증하고 있고 조기유학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적절한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기 유학은 어떻게 생각하면 사회가 부담해야 할 인적자원 육성을 개인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며, 대국적으로 보면 글로벌한 인재를 육성하는 둘도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니 정부도 적절한 대책을 세워 이들이 우리 나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잘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과도한 조기 유학 수요를 감소시키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학교교육의 내실을 기해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영어교육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다시 세워 해외에 굳이 나가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적절한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겠다. 아울러 급증하는 조기 유학생들이 귀국할 때 국내에 다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특히 조기 유학생들이 현지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에 취업하는 경우 적절한 분야를 알선해줘 이들이 국가 발전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 동 환 안양대 무역유통학부 교수

丁亥年에도 수출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환율하락, 고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인력 및 자금난 등의 어려움 속에서도 3,260억 달러의 수출을 기록하여 세계에서 11번째로 3000억 달러를 초과하는 세계적인 무역대국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하였다. 경기도 역시 632억 달러를 수출하여 우리나라 총수출의 19.4%를 차지하면서 ‘한국수출’을 주도한 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금년에는 수출증가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적으로 세계경제의 3대 중심축인 미국, 일본, EU가 모두 2%대의 저성장에 그치고, 최대수출국인 중국 역시 긴축정책 지속으로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우리의 수출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적으로는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한 노사갈등, 대선 등 가변적인 요인과 함께 설비투자 및 민간소비 증가율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어 내수는 물론이고 수출도 그렇게 낙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가나 환율하락 문제도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유가의 경우 우리나라 원유수입의 약 7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 가격이 최근 배럴당 50 달러 내외로 낮아 졌으나 중동지역의 정치적 분쟁으로 인해 안정세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도 큰 흐름으로 볼 때 현재의 하락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이후 1998년부터 2006년까지 9년 동안 매년 평균 약 200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였으며, 환율은 이에 반비례하여 외환위기 이전수준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금년은 IMF 외환위기를 맞은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외환위기 이후 사회 전반에 몰아친 구조조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고 기업투자 감소에 따른 성장잠재력 약화, 양극화 심화 등의 문제가 발생했지만 외환위기 당시 39억 달러에 불과하던 외환보유고가 현재는 당시보다 약 60배 정도 늘어난 2,320억 달러로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9년간 수출을 통해 쌓인 약 1,800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결국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같이 수출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들은 금년에도 수출증대를 위해 이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를 찾아 적극 대처해야 할 것이다. 우선 환율이다. 환율하락은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수출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예상되고 있는 바, 전문가의 조언과 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환차익 환수문제로 리스크관리에 소극적이었지만 금년에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환 리스크 헷지상품이 개발·운영되는바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신시장 개척이다. 우리의 주력시장은 물론이고 최근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인도, 러시아 및 남미시장과 남아공·앙골라·콩고 등 석유, 광물자원을 무기로 지구촌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진출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금년에는 지자체나 수출유관기관도 신시장 위주로 해외전시회나 시장개척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또한 경쟁력 확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제품의 질이나 가격, 애프터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수출경쟁력이 있을 때 세계시장에서 바이어들이 기억하고 다시 찾을 것이다. 금년 丁亥年은 60년 만에 돌아오는 붉은 돼지해로 불이 활활 타오르듯 기운이 넘쳐 집안과 사업이 번성한다는 해라고 한다. 이런 의미가 있는丁亥年에 수출기업들이 우리나라 전체로는 약 3,600억 달러, 경기도는 지자체 사상처음으로 700억 달러 수출을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 학 서 한국무역협회 경기지부장

분양원가 공개의 경제학적 의미

그동안 당정 간 줄다리기를 계속 해오던 민간택지의 분양원가 공개는 수도권 전역과 지방의 투기과열지구에 한정해 9월부터 실시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분양가 상한제와 함께 분양원가 공개의 민간택지 확대로 지난 99년부터 시행되었던 분양가 자율화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린 셈이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상품이나 서비스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힘겨루기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두말할 것 없이 가장 바람직한 시장구조는 시장에 참여하는 두 주체들의 힘이 균형을 이루는 구조, 즉 어느 한 편이 일방적으로 가격 주도권을 가질 수 없는 구조이다. 경쟁적인 시장구조 하에서 부족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는 자율적인 시장조절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데 이론의 여지는 없다. 그러나 이것은 경쟁적인 시장구조를 가정한 것이며, 만약 비정상적인 시장구조 때문에 시장의 실패가 나타난다면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분양주택시장은 선분양제를 고수하고 있어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마저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특히 저렴한 가격으로 공공택지를 분양받으면서도 공급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선분양제가 지속되는 한 분양원가 공개와 같은 정부의 분양주택시장 개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분양원가 공개 반대론자들은 “왜, 분양주택에 대해서만 원가공개를 요구하느냐”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주택은 소비자가 거래하는 재화 중 가장 고가이고 그 특성상 정보가 공급자에게 편중되어 있는 정보의 비대칭이 나타나는 재화이기 때문이다. 어떤 종류의 철근을 얼마나 썼는지, 배관 설비는 어떠한지, 어떤 수준의 마감재를 사용했는지 등, 공급자는 훤히 알고 있지만 소비자는 육안으로 봐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 주택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분양주택시장은 실체도 없는 아파트를 미리 분양하고 있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비자주권마저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 활동의 자율권과 경영의 노하우를 보장하는 것도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따라서 민영아파트까지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그보다는 우선 민영아파트가 공급되는 지역의 주변 공영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함으로써 소비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시 말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의 주요 대상은 공영아파트라고 볼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선분양제에서 분양원가 공개는 2-3년 후의 건설비용 추정치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과대 계상될 가능성이 크며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설사 주택업체가 정확한 분양원가에 기초해서 주변 시세보다 값싸게 분양한다고 하더라도 선분양제에서는 투기적 수요의 기승으로 주택가격의 안정을 기할 수 없다. 우리 소비자들은 새차가 중고차보다 비싼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새아파트가 중고아파트보다 비싼 것은 쉽게 용인하려고 하지 않는다. 만약 새아파트가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생각한다면, 그래서 분양가를 대폭 인하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면 현재 거래되고 있는 중고아파트 가격은 훨씬 더 큰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공공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더라도 민영아파트의 원가까지 스스로 공개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질서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은 공공아파트의 원가공개를 통해 민영아파트의 원가를 추정함으로써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 스스로 결정한 소비행위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질 줄 아는 것이 자본주의의 기본정신이라는 것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임 덕 호 한양대학교 경상대학장

도내 중소기업도 HR마케팅 나설 때

2007년 정해년(丁亥年)은 황금돼지의 해로 알려져 있다. 그 근거야 어찌 되었든, 재물과 부를 가져온다는 돼지해도 모자라 ‘황금’돼지의 해라고 하니 누구나 나름의 희망에 부풀어 있을 것이다. 이런 정해년 부푼 꿈은 기업도 마찬가지일 터. 특히 힘든 한 해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는 두 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새해 중소기업의 사정은 그리 밝지 않다. 고유가, 환율, 북핵문제 등 각종 리스크에 어두운 전망 일색의 경기전망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성장은 고사하고 현 상황 유지도 어려울 지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것은 올 채용계획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인크루트의 2007년 중소기업의 채용전망 조사결과 지난해에 비해 무려 28% 가량 채용을 줄일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중소기업 일자리의 3분의 1이 사라지는 셈이다. 새해 시름은 올해 졸업을 앞둔 구직자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기업들이 채용을 7% 이상 줄일 것(인크루트의 조사결과)이라고 하니 한숨이 앞선다. 하지만 이들은 대기업, 공기업 등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만 해바라기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중소기업은 이들에게 관심 밖이다. 아이로니컬하게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대기업은 평소보다 더 HR(Human Resource)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요즘처럼 경기 불안 요소가 크면 우수 인재확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로 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핵심인재 확보 및 유지관리’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이렇게 중요한 ‘사람’을 채용하는데, 유지하는데 어떤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열정과 도전을 가진 인재는 누구나 오라’고 말로만 외쳐서는 요즘의 젊은 인재들을 끌어올 수 없다.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자사만의 어떤 가치, 그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키워드가 있어야 한다. 이것을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관리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곧 HR마케팅에 다름 아니다. 경기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중소기업이 밀집한 곳이다. 우리나라 어느 지역보다 경제적으로 중요하고 영향력이 큰 산업단지다. 하지만 구직자의 눈은 소수 대기업, 공기업만 바라보고 있다.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중소기업은 어떨 것’이란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까닭이다. 한마디로 일방향적인 기업 이미지에만 매몰돼 있는 것이다. 이런 편견을 바꿔나가야 한다.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HR마케팅은 실은 중소기업에 더욱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젊은 인재들의 가슴에 ‘좋은 직장’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어야 한다. 깨어있는 도내 몇몇 기업들은 이미 ‘아름다운 사업장 만들기’와 같은 좋은 직장으로서의 이미지 구축에 나서고 있기도 한다. 모든 기업들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중소기업에게는 ‘사람’이 곧 ‘경쟁력’이다. 이제 경기도내 중소기업들도 자사만의 기업가치와 인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또 우수 인재의 확보와 관리에 브랜드의 개념을 도입한 ‘고용브랜드’에 주목해야 한다. 고용브랜드 제고로 ‘일하기 좋은 직장’, ‘일하고 싶은 기업’의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신규 핵심인재를 끌어들이고, 기존 직원들의 이탈을 막을 뿐 아니라 잠재 고객까지도 확보할 수 있다. 2007년 벽두, ‘인사가 만사’라는 지극히 평범한 어구를 다시 한번 곱씹어볼 때다. /서 미 영 인크루트 상무

유통업체간 인수합병의 의미

2006년 유통시장의 최대 이슈는 주요 외국유통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고, 그 점포를 국내 업체들이 인수한 것이다. 잘 알다시피 1996년 유통시장 개방이후 처음으로 우리 나라에 진출한 프랑스의 까르푸가 이랜드 그룹에 인수되어 홈에버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영업하고 있고,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 점포는 신세계 이마트에 의해 인수되었다. 대형 인수합병 이후 우리 나라의 할인점 업계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홈에버의 4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이와 같은 유통업계의 구조 재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먼저 유통시장 개방 당시 외국계 유통업체가 우리 나라 유통산업을 지배할 것으로 예측되었으나 그 예측이 빗나갔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우리 유통업체의 수준이 세계적 유통업체와 견주어 손색없을 만큼 성장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매우 반가운 것이다. 우리 유통업체들은 우리 시장을 굳건히 지킨 저력을 바탕으로 멀지 않은 장래에 세계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대규모 할인점 업체의 성장은 물가 안정과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에 기여해온 것도 사실이다. 할인점에서 제공하는 저가 상품은 저성장 경제하에서 중산층의 구매력 유지에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대형 할인점이 과거 고비용 저효율의 유통구조를 혁신하고 대형화로 효율성을 높여 국가적으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것도 유통업 구조 재편의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할인점 업계가 불안정한 4강 구도로 재편됨에 따라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먼저 할인점의 원래 컨셉이 상시저가 제도를 유지하여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데 있으나 최근 우리 나라 할인점 업계에서는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가격할인 행사가 주요한 판촉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할인점 가격에 대한 신뢰도가 급속히 추락하고 있으며, 가격 경쟁에 따르는 부담을 제조업체에 전가하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중소 제조업체들은 대형유통업체들이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상품의 구입가를 낮추고 입점료, 물류비 등을 부당하게 강요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대형소매업체들은 할인행사시 저가 납품을 강요하고 있으며, 자사 고유의 포장을 요구하거나 유통업체상표(PB)로 납품을 강요하는 등 부가서비스를 요구하기도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의하면 중소제조업체의 44%가 대형할인점, 백화점의 횡포가 심하다고 응답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불공정 행위 유형으로는 저가 납품 강요, 광고비와 인테리어 비용의 부당한 전가, 부당한 거래 중단 등을 들고 있다. 유통업체상표 상품의 경우 부당 반품과 판촉비 전가가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로 보고되고 있다. 물론 위와 같은 몇 가지 사례를 가지고 대형유통업체가 우월한 지위를 활용하여 제조업체를 압박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대형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간 거래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여 부당한 가격 인하 압력과 불공정 행위가 있는지를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고, 대형유통업체의 우월한 시장지배력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김 동 환 안양대 무역유통학과 교수

2007년, 우리 달라져야 합니다

금년 한해는 유난히 길고 지루했던 것 같다. 아니 이렇게 길고 지루하게 느껴진지가 벌써 몇 년째가 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우리도 선진국에 들어설 것이라는 희망이 무너지고, 그 희망을 어떻게든 붙잡으려는 국민적 노력이 ‘금 모으기’로 이어지고, IMF로부터 빌려온 돈을 다 갚았다고 할 때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던 것 같은데…, 그로부터 1~2년도 아니고 벌써 4~5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는 아직도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을 뚱 말 뚱 한 지점에서 엉거주춤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것도 환율에 기대어…. 선진국의 문턱이 그렇게 높은 것인가? 1960년대 중반부터 거듭된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추진해오는 동안,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1997년까지 30년 이상의 세월동안 우리는 단 한번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6% 아래로 내려가 본 적이 없고, 같은 기간동안 단 한번도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보다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본 적도 없다. IMF 외환위기로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이미 IMF 채무로부터 벗어나는 등, IMF 외환위기도 이제 10년 전의 사건이었는데도 우리는 아직도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것은 혹시 고성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가기만 하면 언젠가는 저절로 선진국에 이르게 될 것이라거나, 아니면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선진국이 지금 ‘선진국’으로 불리고 있는 나라들과 다르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보다는 선진국 진입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준비가 충분하지도 체계적이지도 못했고, 우리가 가고자 한 선진국을 우리 스스로가 잘 모르거나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출을 많이 하고, 해외에 나가서까지 일을 해서 돈을 많이 벌어오고, 관광객들이 많이 와서 돈을 쓰게 한다고 해서 우리가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인 부(富)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되지만, 그것만으로 선진국에 이를 수도 없다. 선진국은 경제적 풍요 외에도 다양한 모든 국민들이 모두 사람답게 살수 있는 인권과 정의(正義)로움, 그것을 보장하고 규율하는 법과 제도, 그리고 그러한 사회적 규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국민들의 의식(意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부를 위해서는 경쟁과 결과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위해서는 사람(인권)과 더불어 사는 상생(相生)과 정의로운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더 이상 늘릴 수 없는 토지는 그의 개인적 소유권을 보장해주지만, 농지는 농업에, 상업지는 상업에, 공장지는 공업에 이용되도록 하고, 아파트나 주택은 주거 목적에 이용되도록 하는 일에 엄격해져야 한다. 임대를 목적으로 소유되고 있는 토지나 주택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국가의 지출 생산비와 생활비 지출은 더 많이 드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그만큼 빈부격차도 커지게 된다. 나아가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서로 이해를 구하고 극복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관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앞서가는 사람들이, 정부가, 그리고 국가 지도자들이 아무리 “우리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를 소리 높여 외쳐도,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는 이제 아무런 희망이 없으니 당신들끼리 잘 해보시오!”로 답하고 돌아앉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먹을 것도 필요하고 돈도 필요하지만, 반드시 희망이 있어야 한다. 또한 희망은 모든 사람들에게 앞으로의 계획과 예정을 갖게 해주고, 사람들은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는 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죽을 때까지 내 삶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거나 그저 막연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숫자가 갈수록 많아지게 된다면 우리가 어떻게 선진국을 논할 수 있겠는가? 희망이 얇아지고 붙들고 있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더는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당장 손에 쥐어지는 몇 푼의 돈이나 쌀, 연탄 등도 유용하지만, 그보다는 더 절실한 것은 ‘희망’과 ‘내일’이다. 우리가 진정 선진국이 되고자 한다면, 이제 사람과 더불어 나누는 상생(相生)과 과정(過程)의 정의(正義)로움을 더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이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 /이 영 석 한국농업전문학교 교수

수출 3천억달러 시대의 명과 암

우리나라는 1995년에 수출 1천억 달러를 달성하였으며 지난 2004년 2천억 달러를 넘어선 이후 2년 만에 다시 수출 3천억 달러라는 위업을 이룩하였다. 현재까지 수출 3천억 달러를 기록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10개국이며 2천억 달러에서 3천억 달러까지 평균 5.9년이 걸린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단 2년만인 짧은 기간에 수출 3천억 달러를 달성하였다. 수출증가율도 2003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를 나타내어, 현 추세대로라면 2010년에 수출 4천억 달러를 넘어서 2012년에는 수출 5천억 달러, 무역규모 1조 달러를 기록하여 홍콩, 네덜란드, 벨기에 등을 제치고 세계 교역규모 8위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무역대국으로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게 된 것은 주력 수출품들이 우리기업들의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기술개발에 힘입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나라의 양대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는 금년 들어 단일품목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각각 3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선통신기기는 저가제품을 중심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하여 수출세가 다소 주춤하나 3대 수출품의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한편, 수주물량 잔량기준으로 세계 5위까지의 기업이 모두 우리나라에 속한 선박 수출도 20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금년 들어 세계 LCD 패널 수요가 급증한 평판디스플레이는 2배 정도의 성장세를 보이며 수출 10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새로운 주력 제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반면, 금년에 이룩한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 수출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먼저 수출액은 늘었지만 소수 대기업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너무 높다. 국내에는 9만여 개의 수출기업이 있지만 이중 상위 10개사가 국내 총 수출액의 40.3%를 차지하고 있으며, 상위 100개사의 수출합계액은 70.4%에 달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수출기업의 수출비중은 적은 편이다. 이에 더해 환율하락, 원자재가 상승, 자금 및 인력난, 해외시장 개척 부진 등으로 한계에 직면한 상당수 중소수출기업이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지금까지 힘들게 버텨온 많은 중소수출기업들도 환율하락의 지속으로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더 이상의 수출활동이 쉽지 않다고 호소하고 있어 국내경기 부진으로 인한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 뿐 아니라 수출기업들 사이에서 양극화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내년에도 세계 주요국의 경기둔화, 세계적인 FTA체결확산에 따른 비체결국과의 교역위축 등 전반적인 환경이 수출기업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국별로는 현재 우리나라의 최대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증가세는 빠르게 둔화되어 2003년 50%에 육박하던 대중 수출증가율이 금년에는 겨우 10%를 간신히 상회하였으며, 내년에는 두 자릿수 수출증가율을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편 2위 수출국인 미국의 경우 내년에는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둔화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금년 3.4%에서 2.9%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어 우리 기업들의 수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 3천억 달러 달성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대기록이며, 이는 모든 수출기업이 합심하여 이루어낸 결과이다. 다만, 그 명암이 기업규모나 업종에 따라 크게 다른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를 토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여 “무역규모 1조 달러, 세계무역 8강”을 조기 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서 우선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을 갖춘 우량 수출중소기업 육성과 함께 투자활성화, 안정적인 노사문화 정착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이 확실히 조성되어야 한다. 또한 미래 우리경제를 주도해 나아갈 수 있는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과 부품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 1위의 수출효자 품목을 개발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김 학 서 한국무역협회 경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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