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는 입시제도와 함께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가장 끈질기고 지긋지긋하게 우리를 괴롭혀온 난제중의 난제다. 더욱이 우리는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 투기에 관한 한, 공적으로는 물론, 사적으로도 참으로 많이 떠들고 자주 다투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성인들이 전문가 못지않은 비판과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꽤나 높은 경지에 올라있는 것 같다. 이제 웬만한 사람은 정부가 무엇이라고 설명하든지에 관계없이, 자기 나름의 대응전략도 확고히(?) 가지고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아파트 투기에 대한 대책과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양치기 소년의 외침을 듣는 마을사람들 같다. 정부가 새로운 처방을 내 놓을 때마다 잠시 엎드려 눈치를 보다가 다시 몸을 털고 일어나는 아파트 투기는, 마치 열이 난다고 해열제를 처방하고, 머리가 아프다니까 진통제를 처방하고, 이제는 약을 너무 자주 먹어서 소화가 안 된다니 소화제를 처방했는데, 이 병의 근본원인에 대한 처방이 아직 없기 때문에 약기운만 떨어지면 다시 아프기 시작하고, 그래서 더 강한 해열제, 더 강한 진통제, 그러다가 이제는 해열제+진통제+소화제를 복합적으로 처방하는 형국이다. 아파트 투기의 출발은, 아파트 매매가 아파트의 본래 용도인 ‘주거용’에서 벗어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정부의 아파트 공급정책은 국민들에게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마련해주는데 목적이 있다. 이것은 상식이고 기본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아파트를 많이 지어 공급하더라도 절반 이상이 ‘주거용’이 아니라 ‘임대사업자용’이나 또는 ‘부동산 투자용’으로 분양되고 있다. 이들은 은행금리보다 높은 임대수익과 집값 상승에 따른 이익이 어떤 다른 사업이나 자산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안전하고 많기 때문에 2~3채나 20~30채씩이 아니라, 많을수록 좋다는 식으로 사들이고 있다. 그렇다고 능력이 넘치는 부자가 수십, 수백 채를 가진들, 사유재산권이 보장되는 자유시장경제체제에서 무엇이 잘못이냐는 주장에 밀려서 아파트 문제가 발생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불로소득에 해당되는 임대소득과 양도소득, 그리고 재산소유에 대한 적절한 과세가 이루어지지 못한데서 발생된 문제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임대소득이나 양도소득을 인정하지 않거나, 또는 땀흘려 일하지 않고 얻은 불로소득이기 때문에 부당한 소득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에 합당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석유를 전량 수입하는 국가로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석유류에 대하여 높은 세금을 매기듯이, 담배나 술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세금을 매기듯이, 아파트가 많은 국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주거목적 외 주택소유(임대주택 소유)’를 어렵게 하거나 아주 비싼 비용을 치루도록 하는 법률과 제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꼭 지켜져야 한다. 일단 부동산가격 등기제가 도입을 앞두고 있어서 과세대상은 이제 정확하게 파악될 것이다. 또한 ‘주거목적 외 주택소유’는 등기부와 주민등록을 통해서 이미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면 이제 남은 것은 어느 정도나 과세를 할 것인가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뿐이다. 세금폭탄이라고 미리부터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은 벌써 이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은 아닐는지. /이 영 석 한국농업전문학교 교수
오피니언
이 영 석 한국농업전문학교 교수
2006-11-2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