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를 달리다 보면 간혹 야생동물들이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육교나 터널을 볼 수 있다. 이른바 에코 브릿지(Eco-Bridge)는 각종 개발사업으로 훼손 또는 단절된 생태계를 복원하고 야생동물들이 잘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생태통로다. 그런데 최근 한국토지공사에서 생태통로 표본 조사결과, 야생동물의 이용흔적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잘못된 노선선정 등으로 야생동물들의 로드킬(Road Kill) 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에코 브릿지는 1995년에 충남 아산시의 남산순환도로에 처음 설치된 이래 2003년말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48개소 이상이 설치·운영되고 있다. 에코 브릿지와 같은 도로상의 대형 구조물외에 배수 구조물이나 도로 횡단 방지용 유도휀스 등 각종 생태연결용 통로까지 합치면 지금은 700개소를 넘는다고 한다. 경기도 관내에만도 100군데 가까운 생태 통로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에코 브릿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야생동물들의 이동을 유도하기 위해 외형적으로는 수목과 은신처 등의 모양을 갖추고 있으나, 동물입장에서 도입했다기 보다는 주변 경관을 고려한 시각적 측면이나 시공 편의성, 인간의 이용 등에 관점을 두고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에코 브릿지 설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대상동물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생태통로 위치, 규격, 종류, 설치물 등을 결정하는 것이나 이와 관련된 연구는 매우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한마디로 야생동물의 습성과 특성도 모른 채 무늬만 에코 브릿지가 많다는 것이다. 토지공사의 이번 조사 결과, 우선 급경사로 연결돼 동물의 접근이 불가능하거나, 동물을 도로에 들어서지 않고 안전하게 생태통로로 유도할 수 있는 울타리가 없거나 짧은 곳도 있었다. 생태통로의 배수로도 대부분 양서·파충류가 빠져나가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었다. 또 생태통로 주변에 외래수종을 심어놓은 곳도 있었으며, 무인감시장치 등 사후 모니터링을 위한 시설도 부족했다. 이러다 보니 야생동물의 로드킬 사고가 해마다 늘고 있다. 고속도로에서만도 차량에 치여 죽은 야생동물은 2001년 429마리, 2002년 577마리, 2003년 940마리로 매년 늘고 있고, 2004년의 경우 상반기에만도 1천2마리에 달했다. 로드킬 사고는 야생동물에게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운전자에게도 차량손상은 물론 야생동물을 피하려다가 오히려 큰 사고를 당하거나, 생명을 살상했다는 생각으로 인해 정신적인 스트레스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에코 브릿지는 도로나 댐 건설 등으로 단절된 야생 동·식물의 번식, 월동, 휴식 등을 위한 이동을 도와 종 다양성을 높인다. 행동권·세력권이 넓은 동물의 서식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잘만 활용되면 자연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훼손된 지역을 환경친화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순기능이 적지 않다. 에코 브릿지는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인간이 야생 동·식물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인 것이다. 더불어 산다고 마냥 기뻐하기보다는 서식하기 더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현 도 관 한국토지공사 공보팀장
오피니언
현 도 관 한국토지공사 공보팀장
2006-07-2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