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래 칼럼] 스트롱맨 시대와 한국 외교의 위기

한반도를 에워싼 강대국의 지도자들이 소위 스트롱맨(strongman)으로 포진하고 있어 한국 외교가 중대한 시험대에 놓여있다. 그러나 우리는 탄핵정국으로 인하여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체제로 국정을 운영, 강력한 리더십이 사실상 부재인 상태이기 때문에 외교정책 수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유년 벽두부터 주변 강대국들로부터 여러 가지 반갑지 않은 외교적 행태가 전개되고 있어 과연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 우선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되면 ‘미국 우선(America First)’ 라는 슬로건 아래 국가이익을 강조하면서 어느 때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무기 경쟁을 하겠다’며 핵 능력 강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다분히 러시아를 겨냥한 발언이기도 하지만 국무장관, 국방장관을 비롯한 외교·국방·통상 등 주요 고위직에 보수 강경론자들을 임명한 것을 보면 과거 냉전시대와 같은 논리에 의해 외교정책을 전개할 것 같다. 트럼프와 시진핑, 일전불사의 강경모드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2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통화를 통하여 ‘왜 하나의 중국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을 정도로 미·중 관계가 경색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통상정책에는 일본 도요타자동차 공장의 멕시코 건설을 철회할 것을 강하게 요구할 정도로 자국이익 중심의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한국과는 주한미국 방위비 분담 증액, 한미통상협정(FTA)개정 문제 등에 있어 강력한 미국의 입장을 요구할 것이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27일 막을 내린 제18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 당의 ‘핵심’으로 등장, 강력한 지도력을 확인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트럼프의 미국과 한판 승부를 치를 준비를 이미 하고 있다. 미국에 접근하려는 대만엔 무역·외교 보복을 했는가 하면, 한국이 미국과 합의, 사드배치를 결정한 이후 중국 내의 한국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등을 통해 기업 활동을 제재하는 가하면, 한국행 관광비자 발급 강화를 통하여 ‘유커(遊客)’의 한국관광을 제한하고 있다. 러시아도 블라디미르 푸틴은 2000년 대통령 취임 이후 무려 16년의 이상 장기집권을 통하여 쟈르 제정시대와 같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푸틴은 이미 ‘전략핵무기 부대의 전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힐 정도로 군비강화를 하고 있으며,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편들며 시리아 내전에 개입, 수많은 민간인 희생에도 불구하고 중동에서 영향력을 강화, 국제정치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일본 역시 아베신조 총리가 역대 어느 총리보다 보수세력의 절대적 지원 하에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장기집권의 모드에 돌입하고 있다. 2006~2007년 제1차 집권을 포함 6년 이상 재직하고 있는 아베는 미국의 대중국정책의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하여는 최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세운 위안부 소녀상 문제로 주한일본대사를 불러들이는 등 강경정책을 펼치고 있다. 동북아 균형추의 외교적 역할 필요 한반도 주변 국가의 스트롱맨의 등장은 우선 자국의 실리를 최대한 추구하려는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외부를 향한 공격을 통해 세계 질서를 흩뜨려 언론의 주목을 받아 국민적 관심을 끌어들여 내치의 취약성을 상쇄하려는 정치적 계산도 무시될 수 없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방의 제재와 저유가로 경제는 파탄 났음에도 푸틴이 80% 넘는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문제는 이런 스트롱맨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외교가 어떻게 활로를 찾아 국가이익을 우선하는 외교정책을 수행하느냐가 중요한 과제이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강대강(强對强) 대치 구도에서 어느 편에도 치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한국은 지금 동북아의 균형추로서의 외교적 역할을 어떻게 전개,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느냐의 중대한 시험기에 놓여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일수록 정부는 물론 국회가 협치를 통해 외교적 난관을 극복, 동심동제(同心同濟)의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국격과 촛불시위

사람에게는 인격이 있고 상품에는 품격이 있으며, 또한 국가에게는 국격이 있다. 아무리 돈이 많고 또한 막강한 권력과 전문적인 지식을 가졌다고 인격적으로 존경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이미 고인이 되신 김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은 돈과 권력, 지식에 관계없이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상품도 값이 비싸다고 반드시 좋은 물건은 아니다. 이와 같은 격의 구분은 국가에도 적용된다. 인구 약 1억4천600만명, 세계 제1위의 광대한 영토, 부유한 자원, 세계 제2위의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러시아는 분명 대국이다. 반면 인구는 불과 약 820만명, 국토면적은 러시아의 414분의 1정도인 유럽의 소국 스위스는 부존 자원도 풍부하지 못하다. 이들 양 국가를 국격의 관점에서 비교할 때 러시아가 스위스보다 국격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겠는가. 촛불시위에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 최근 외신들은 서울을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전개된 촛불시위를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무려 7주째 지속된 촛불시위는 주최 측의 추산에 의하면 연인원 약 750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백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촛불 시위였지만 기물파괴나 인명부상과 같은 폭력행사 없이 평화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런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뭉쳐진 민심은 천심이 되어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 가결까지 이어져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는 상황까지 발전되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대규모 시위가 수차례 있었다. 멀리는 4·19 학생혁명에서부터 ‘87년 민중항쟁, 그리고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운동까지 수십만명이 참가한 각종 시위가 개최되었다. 4·19학생혁명의 경우, 많은 학생들이 경찰의 총에 의하여 희생되었는가 하면 또한 광우병 사태 때는 경찰, 시위참가자 등 상당수 부상당하기도 하는 등 각종 불상사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촛불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은 법에서 규정한 시위 범위를 최대한 준수하였으며, 경찰은 물론 사법부도 성숙한 시민의 시위 질서에 화답하여 평화적으로 개최되었다. 때문에 법원은 경찰의 시위 금지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믿고 청와대 100미터 앞까지 행진하도록 허용한 것이 아닌가. 필자가 지난 11월19일 광화문에서 목격한 시위 장면은 문자 그대로 문화제 행사를 겸한 평화적 집회였다. 이런 평화적인 촛불시위는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으로 외국 언론에 의하여 조롱거리가 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추락된 대한민국의 국격을 상당 부분 회생시켰다고 본다. 세계 각국에서 100만 명 이상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가 수주일째 계속되면서 평화적으로 전개된 사례는 없기 때문에 외신들은 한국 시민들의 성숙한 민주의식을 대서특필한 것이다. 이는 한국민의 귀중한 사회적 자본이다. 이제는 정치권이 국격을 제고시켜야 국회가 절대적 다수에 의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를 가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토요일 박 대통령 조기퇴진을 주장하는 대규모 촛불시위가 역시 개최되었다. 물론 과거에 비하여 강도도 약하고 또한 다분히 탄핵 소추 가결 축하의 의미도 있는 문화제 행사의 시위였다. 그러나 국회에서 민의가 반영된 탄핵 소추가 가결된 지금, 비록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여부 결정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재판관들의 양식을 믿고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이 더욱 성숙된 시민의식이 아닐지. 이제 정치권은 촛불시위에서 나타난 성숙한 시민의식을 승화시켜 국정안정을 도모해야 된다. 여야정당은 물론 국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한 행정부는 협치 정신을 발휘, 국정혼란을 조속히 종식시켜 한국의 성숙한 정치의식을 세계에 보여 주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최순실 게이트’로 추락한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 단계 제고시킬 수 있는 방안이 아닌지. 정치권이 분노한 촛불민심을 협치로 풀어 국민들이 정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성숙한 민주정치가 행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나의 허망이 아니길 바란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트럼프와 불확실성 시대

금년도 최대의 뉴스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아웃사이더, 막말을 서슴지 않는 부동산 재벌, 인종차별주의자, 심지어 성 추문 등을 거론하면서 비인격자라는 모욕적인 언사까지 동원하여 비판하던 미국의 주류 언론들의 명성을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트린 고집불통의 트럼프가 내년 1월 20일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여 세계 지도자로서 지구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AI) 이외에는 전혀 예상치 않았던 트럼프의 당선으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는 최소한 앞으로 4년간 트럼프가 과연 어떤 정치를 펼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한국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이즘(Trumpism)에 의하여 통상은 물론 남북관계와 같은 안보에 지대한 변화가 예상되어 이에 대한 세심한 대처가 시급한 과제이다. 그러나 국내 정치상황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하여 최고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레임덕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과연 한미동맹, 북핵문제, 통상문제 등 중요 국정과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될 것인지 걱정스럽다. 그렇다고 국회가 여야를 초월하여 이 난국을 슬기롭게 처리할 능력이 있는지 역시 의문이다. 유명한 사회사상가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는 일찍이 현대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라고 말하였다, 1977년 발간된 그의 저서가 40년이 지난 오늘의 정치사회를 더욱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선거운동과정이나 앞으로 그의 정치행태가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적 진면목을 더욱 잘 보여줄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0일 박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 한국과 100% 함께 할 것’이라고 언급하여 전통적인 한미동맹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은 미국 국가이익에도 부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지금까지 주장했던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부담 증가 요구를 수정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지금까지의 삶의 스타일이 정치적 측면 보다는 사업적 측면을 중시, 거대한 부를 이룩한 사업가로서 최고직인 대통령까지 당선되었다. 또한 선거과정에서도 이를 최대한 활용, 저소득층 백인들의 지지를 전폭적으로 받았음으로 앞으로 한미관계도 이런 차원에서 정책을 수립할 가능성이 농후하여 한미관계의 불확실성이 예상된다. 우선 한국에 있어 트럼프 정부의 등장으로 가장 우려되는 불확실한 분야가 통상문제이다. 한국은 무역으로 살고 있는 국가이다. 미국은 한국의 제2교역상대국이다. 지난해 미국과의 교역에서 우리는 258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였는데, 이는 2011년 말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되기 전 흑자 규모 116억 달러에 비하여 대폭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한미FTA로 인하여 미국의 일자리가 상당수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FTA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어 통상문제에 험난한 파고가 예상된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는 대통령 선거사상 가장 비호감도 높은 후보자들 중에서 선택하는 선거이기 때문에 미국 유권자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불평을 할 정도로 인기가 없었다. 이는 막말을 거침없이 하는 트럼프, 이메일 스캔들의 힐러리 클린턴 모두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였다. 특히 트럼프의 경우, 미국의 상당수 젊은이들과 소수민족계통의 유권자들이 트럼프의 리더십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선거가 끝난 후 대통령 당선자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대도시 전역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은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이는 아직도 대통령으로서의 트럼프의 리더십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로서 가장 확실한 것은 앞으로 4년간 미국은 사업가 출신 트럼프에 의하여 이끌어 진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한미관계의 불확실성이 점증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트럼프가 한국과 이해관계가 가장 깊은 미국을 이끈다는 확실성에 의한 실체에 접근, 한미동맹의 새로운 관계설정에 깊이 고민해야 될 것이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미국 대통령 선거캠페인 유감

제45대 미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인단 선거가 앞으로 3주 후에 실시된다. 내달 8일 미국의 유권자들은 투표소에 나가 앞으로 4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지도자인 미국 대통령을 선출할 선거인단을 뽑기 위해 투표장을 찾게 된다.매 4년마다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선거이지만 이는 항상 지구촌 곳곳으로부터 최대의 이목이 집중된 선거였으며, 선거 결과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 지난 2월1일 실시된 아이오와주 코커스부터 전개된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은 매스미디어를 통하여 매일 중계되다시피 하여 우리는 때로는 국내정치보다도 더욱 구체적인 내용까지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금번 미국 대통령 선거는 과거에 비하여 첨예한 정책 대결보다는 섹스 스캔들, 이메일 파동 같은 부정적 이미지의 선거운동이 난무하고 있어 미국 국민들은 물론 세계 각국도 흥미진진하게 선거 결과를 기다리기 보다는 진흙탕과 같은 싸움을 보는 것 같아 오히려 민주정치 선진국인 미국정치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비호감도 후보 경쟁과 같은 선거 최초의 여성대통령에다 부부대통령의 기록까지 가질 수 있는 힐러리 클리턴이 민주당 후보로, 비록 막말은 해도 백인 소외층을 대변하고 기존의 워싱톤 중심의 기득권을 가진 정치세력에 도전하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유수 후보들을 물리치고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었을 당시만 해도, 기대 속에 미국 대통령 선거과정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민주당과 공화당의 후보 간의 TV토론이 두 차례 끝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는 지금 미국 대통령 선거과정을 지켜보는 세계의 시선은 실망 그 자체이다. 특히 지난 9일 있었던 제2차 TV토론은 세계를 이끌어 갈 미국 대통령 후보 간의 토론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치졸한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만 난무했다.심지어 권위주의 체제에서 볼 수 있는 상대방 후보를 감옥에 보내겠다는 막말까지 나왔을 정도의 토론이었으니, 미국 유권자들이 대선 때문에 오히려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닌 것 같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미국 유권자의 비호감도는 각각 59%, 54%로 나타났다. 따라서 미국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호감도에 따른 지지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즉 최선이 아닌 차선의 선택으로 비호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후보를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는 희한한 투표를 할 수밖에 없다. 이들 두 후보는 모두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더욱 높게 나타나고 있으니, 유권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양당제도의 문제점 부각 미국은 전통적으로 양당제도를 근간으로 정치체제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는 정치자금 모금 등 절대적 우위 하에 선거과정을 독점하게 되며, 또한 유권자는 양당제도의 틀 속에서 형성된 선거과정에 강제적으로 편입, 주어진 양당 후보 중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의 양당제도는 변화된 다문화사회의 욕구를 충족시킬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때문에 금번 대선이 끝나면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사회는 심각한 정치사회적 갈등의 후유증을 앓게 될 것 같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지만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특히 히스패닉, 아시아인, 무슬림과 같은 소수민족과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 같다. 클린턴 역시 이메일 파동, 고액강연료 등으로 인한 신뢰성, 부유층과의 유착 등으로 리더십 발휘에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19일(한국시간 20일 오전)에 마지막 TV토론이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다. 허허벌판 사막에서 미국 최대의 유락지로 변모, 기회의 땅이 된 라스베이거스에서 탈진상태에 빠진 미국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TV토론이 될지 또는 절망의 토론이 반복될지 그 결과가 궁금하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소셜미디어와 한국정치의 변화

추석 연휴 때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낸 사람은 정치인일 것이다. 특히 내년 12월에 있을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가 예상되는 정치인들에게 추석은 그야말로 대목이다. 추석은 민족대이동 기간으로 여론 형성에 최적기이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하여 전국을 누비는 것은 물론 소셜미디어(social media)를 활용, 자신을 알리기에 분주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추석 연휴가 끝난 이번 주 유력 정치인들은 연휴 기간 중 각가지 방법을 동원한 자신의 정치활동이 여론조사에 있어 과연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가에 손익을 계산하느라 역시 바쁠 것이다. 민족대이동 기간인 음력 설날과 추석 명절 연휴를 통하여 형성되는 국민 여론은 여야정당은 물론 정치인의 향후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정보강국이다. 2015년 기준으로 스마트폰 보급률은 83.0%로 세계 4위, 인터넷 이용률은 무려 85.1%에 달하고 있다. 이런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하여 선거를 비롯한 각종 정치과정에 지대한 변화를 주고 있다. SNS, 선거결과에 결정적 영향 2002년 12월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불과 1년 전 여론조사에서 한 자리 숫자의 지지 밖에 받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부동의 위치에 있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된 것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한 SNS(social network service) 덕분이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투표 당일 오전 중에는 이회창 후보의 지지투표율이 앞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었다. 그러나 오후, 특히 투표 마감시간대에 젊은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장을 찾음으로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이때 노무현 후보의 팬클럽인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를 중심으로 SNS를 통해 노무현 후보가 밀리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동시에 젊은이들에게 투표에 참여할 것을 독려, 이에 젊은 유권자들이 대거 호응함으로써 전세가 역전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4월 실시된 제20대 총선에서도 각 정당이나 후보자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와 같은 SNS를 적극 활용했다. 페이스북의 경우, 후보자의 약 71.4%가 이용하였으며, 특히 당선자들의 SNS 이용률은 낙선 후보자들보다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총선에서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트위터 이용률은 73.1%로 새누리당의 52%보다 무려 20%이상 높았다는 것은 총선 선거결과와 더불어 흥미있는 분석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SNS를 통한 선거캠페인은 주요 전략이 되었다. 특히 2008년 대통령 선거에서 무명의 초선 상원의원인 오바마 후보가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물리치고 본선에 진출, 승리한 것은 SNS 활용 덕분이었다. 오바마는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SNS를 중요한 정치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 임기 말임에도 불구하고 약 5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인 팬클럽, 폭발적으로 증가 정치인의 SNS의 이용은 뉴미디어 시대에 저비용·고효율 정치를 할 수 있어 이미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 여의도 광장에 수천대의 차량을 동원, 수십만명의 유권자들이 운집한 대규모 선거 유세는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정치인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를 통하여 자신의 지지자는 물론 많은 국민들에게 정책과 정치활동을 쉽고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특히 유력 정치인들은 자신의 팬클럽과 SNS를 통하여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으며, 또한 정치이벤트에 동원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박사모’를 비롯하여 김무성의 ‘김사모’, 문재인의 ‘문팬’, 안철수의 ‘해피스’ , 반기문의 ‘반딧불이’, 남경필의 ‘남사모’, 박원순의 ‘원순친구들모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팬클럽에는 SNS를 통해 접속하는 팔로워들이 수천명에서부터 수만명에 달하고 있다. 팬클럽은 해당 정치인과 철학을 공유하고 정치참여를 활성화한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정치 세력화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번 추석 연휴 때 정치인들의 SNS를 통한 정치활동이 앞으로 한국정치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관심있게 지켜보자. 김영래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김영래 칼럼] ‘민주’ 당명과 한국정치의 유산

지금부터 60년 전 초등학교 5학년 시절에 있었던 희미한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1956년 5월15일 제3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해이다. 그해 봄 고향인 여주시 소재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던 중 낯 모르는 아저씨로부터 대통령 선거 벽보를 받아들고 내용도 모르면서 집으로 가져와 집 대문에 붙였다가 선친으로부터 야단을 맞고 벽보를 다시 철거한 기억이 있다. 당시 문제가 된 선거 벽보는 제3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의 신익희 대통령 후보와 장면 부통령 후보의 ‘못살겠다. 갈아보자’ 라는 선거 구호가 새겨진 벽보였다. 당시 선친은 동리의 이장(里長)으로 계셨으니, 철모르는 아들이 야당 대통령 후보 선거 벽보를 가지고 와서 집 대문에 붙였으니, 상당히 당황하셨을 것이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당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시기에 이장 집의 대문에 야당 선거 벽보를 붙인다는 것을 생각할 수 없던 시절이다. 지금 생각해도 당시 불과 창당된 지 1년도 안된 신생정당인 야당 민주당은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국부로까지 칭송을 받던 이승만 대통령이 소위 사사오입(四捨五入) 개헌을 통해 영구집권의 길을 마련, 3대 대통령 후보에 출마하였으며, 이에 대항한 민주당은 신익희 후보였다.신익희 후보의 유세가 있던 한강백사장에 무려 100만 인파가 모일 정도로 야당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가 있었다. 만약 신익희 대통령 후보가 급서하지 않았다면 선거결과는 다를 수도 있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한국정치에 ‘민주당’이란 당명은 상당한 정치적 자산이다. 서구선진국에서도 ‘민주(民主)’가 들어간 당명은 상당한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다. 약 20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민주당은 말할 필요도 없고 상당수 국가에서 ‘민주’라는 당명을 단독으로 또는 다른 용어와 합성하여 사용하는 사례는 아주 많다. 이는 민주정치를 추구하는 당의 이미지와 상당한 관계성을 나타내는 이미지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1955년 9월18일 창당된 민주당은 5·16군사쿠데타와 더불어 해산되었지만 그 후 수많은 유력 정치인과 정당들은 민주당의 법통을 또는 정치적 자산을 계승하려고 때로는 법적 다툼까지 했다.예로 삼김(三金)의 김영삼은 통일민주당, 김대중은 평화민주당, 김종필은 신민주공화당의 이름 하에 삼김정치를 하였다. 심지어 김영삼과 김대중은 자신의 정당의 약칭을 ‘민주당’으로 칭하려고 서로 공방을 벌였던 때도 있었다. 아직도 60대 이상의 유권자들에게 이런 민주당의 이미지는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 상당수 장년층 유권자들은 ‘민주당’하면 ‘전통야당’, ‘수권정당’, ‘ 여당을 견제하는 참신한 정책 정당’의 이미지를 연상하고 있다. 최근에도 민주당이란 당명을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고수하려는 상당수 정치집단들이 있다. 지난 토요일 전당대회를 개최,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한 더불어민주당도 ‘민주당’이란 당명에 대한 애착은 상당한 것 같다. 지도부 선거에 출마한 모든 후보자들이 자신이 60년 민주당의 전통을 더욱 잘 계승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하고 열변을 토했다. 사실 지금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를 검색하여 보면 1955년 9월18일 민주당 창당부터 당의 뿌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당의 발자취를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의 홈페이지 주소는 www.theminjoo.kr로 되어 있으며, 약칭으로는 ‘더민주’라고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 ‘민주당’을 검색하면 제1야당이 아닌 군소정당 ‘민주당’(www.minjoodang) 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이 ‘민주당’은 당헌에 여하한 경우에도 당명인 ‘민주당’은 변경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을 정도로 강한 애착을 나타내고 있다. 새가 양 날개로 날아가듯이 민주정치에 있어 여야정당은 필요조건이다. 강력하고 건전한 야당이 있을 때 여당도 발전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새로운 지도부 구성으로 내년 대선에서 과거 민주당과 같은 수권정당으로서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 더불어민주당은 말로만 과거 민주당의 전통을 계승한다고 하지 말고 건전한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정당으로 발전, 수권정당으로서의 참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전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여풍시대와 포용의 리더십

여풍시대가 예측했던 것보다 더욱 일찍 도래하는 것 같다. 지난 6월 사망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의 제자들이 스승의 명저인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의 출간 40주년을 기념하여 2010년 미래사회의 변화를 예측하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미국토플러협회 소속 미래학자들이 ‘40년의 40가지 예측’이란 이름하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50년경에 가장 큰 정치변화는 세계 각국에서 여성 대통령 또는 수상과 같은 여성 정치지도자가 대거 진출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미래학자들의 예측에 답하기라도 하듯이 지구촌 곳곳에서 거센 여풍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은 여성정치시대를 본격적으로 예고하는 세 가지의 상징적인 정치변화가 있었다. 우선 지난 7월 25일 개최된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오는 11월 8일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되었다. 힐러리 후보는 미국 대통령 선거 사상 주요 정당의 후보로서 여성이 선출된 것은 처음이며, 더구나 오는 11월 선거에서 승리하면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처음으로 여성대통령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미국은 8년 전 흑인 출신의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이후 여성대통령까지 선출, 새로운 미국 민주정치를 실험하게 될 것이다. 유럽 정치, 여성지도자가 장악 둘째 변화는 영국에서 일어났다. 영국의 유럽연합 이탈이라는 ‘브렉시트’로 야기된 난제의 해결사로 등장한 사람은 보수당의 차세대 리더로 거론되었던 테레사 메이 전 내무장관이다. 메이 수상은 마가렛 대처의 뒤를 이어 26년 만에 여성으로 수상직에 오른 것이다.메이 수상은 브렉시트의 찬성론자인 전 런던시장 존슨과 반대론자인 수상 캐머런 등 남성정치인들이 저질러 놓은 ‘불확실성의 영국’의 뒤처리를 맡게 되었다. 메이 수상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EU 탈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일인데 그의 협상 상대는 역시 여성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다. 셋째 변화는 이웃 일본에서 일어났다. 지난 7월 31일 실시된 일본의 수도 도쿄도(東京都)지사 선거에서 무소속 고이케 유리코(池百合子) 전 방위상이 여·야당 후보를 큰 표차이로 따돌리며 당선되었다. 1947년 도쿄도지사 선거가 시작된 이래 69년 만에 여성정치인이 인도네시아의 한해 예산과 맞먹는 13조엔(한화 141조원)을 관리하는 도지사가 된 것이다.지난 6월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37세 변호사 출신 비르지니아 라지가 최초 여성 시장으로 당선되었으며, 2014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도 안 이달고가 첫 여성시장으로 당선됐다. 물론 한국에서도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였으며, 미얀마에서는 아웅산 수지 여사가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 사실상 미얀마를 지배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지난 5월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후보가 총통에 당선, 취임하였으며 야당인 국민당 주석에는 훙슈주(洪秀柱) 전 입법원 부의장이 선출, 취임하였다. 따라서 아시아 지역에서도 여풍은 유럽 못지않다. 여성 정치지도자, 포용리더십 돋보여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이 정치무대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그 동안 정치가 남성위주의 게임이었다면 변화된 정치사회환경에 따라 여성 정치인의 역할이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본다. 특히 여성이 지니고 있는 모성애에 기반을 둔 포용력 있는 정치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것도 여풍시대가 확대되고 있는 주요 요인이다. 메르켈 독일 수상은 사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 벌써 10년 이상 집권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도 8년 전 대통령 선거 시 경쟁 관계에 있던 오바마 대통령 정부 하에서 국무장관을 역임하였으며,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의 정책을 대폭 수용함으로써 적극적 지지를 받고 있다. 메이 영국 수상은 브렉시트 찬성자인 존슨을 외무장관에 임명, 역시 반대편을 포용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정치시대를 맞아 한국정치에서도 여성 정치지도자들로부터 서구와 같은 포용의 정치리더십을 보고 싶다. 김영래 아주대학교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미국 대통령 선거와 新고립주의

미국 대통령 선거가 곧 본선에 들어서게 된다. 오는 11월8일 실시되는 대통령선거 본선에 출마할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자들은 지난 2월1일 아이오아주에서 실시된 예비선거부터 장장 6개월여에 걸쳐 당내 경선에 참여, 치열한 선거전을 펼쳤다. 이미 각 정당은 예비선거를 통하여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의 도날드 트럼프가 사실상 양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상태이지만, 앞으로 있을 전당대회에서 공식적으로 각 당의 후보로 지명될 예정이다. 공화당은 18일(한국시간 19일)부터 21일까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민주당은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민주당의 경우 버니 샌더스 후보가 지난 12일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하기로 공식 선언하였으며,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샌더스의 진보정책을 상당 부문 공약으로 받아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더구나 현직 대통령인 오바마까지 공식적으로 합동유세에 참여한 상태이기 때문에 민주당 전당대회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대권 진군의 승리를 위한 축제 분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의 전당대회 사정은 다소 복잡하다. 트럼프는 공화당의 유일한 후보이지만 그에게 반발하는 목소리가 워낙 커 전당대회장 주변에서 크고 작은 시위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어 경찰의 삼엄한 경계 하에 개최될 것 같다. 인권·환경 단체 등 반(反)트럼프 진영이 가두시위를 준비하고 있으며, 당내 반대세력도 상당수 반발하고 있어 격렬한 시위가 예상된다. 더구나 부시 전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의 거물급 정치인들이 불참을 예고하고 있어 전당대회는 축제 분위기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각 정당은 부통령 후보가 될 러닝메이트를 지명할 것이다. 지금까지 부통령 후보는 대선 본선에서의 승리를 위하여 지역적·이념적 고려를 통해 지명하는 것이 상례이다. 레이건 대통령의 경우, 자신은 서부 캘리포니아주 출신임으로 부통령은 남부 텍사스주의 부시를 선택한 것이다. 따라서 각 당의 대통령 후보가 누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느냐에 따라 유권자의 표심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트럼프는 인디애나 주지사인 펜스를 부통령 후보로 이미 지명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는 최근 실시된 대통령 선거 중 유권자들의 관심을 가장 끌지 못하고 있는 선거인 것 같다. 트럼프는 ‘미국이 제일’(America First)이라는 미국 이익중심의 선거슬로건 아래 이민정책, 안보정책 등에 대하여 극단적인 내용의 선거유세를 함으로서 오히려 미국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는 강한 비판을 언론 등으로부터 받고 있다. 때문에 공화당 내 주류 상당수가 트럼프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힐러리 클린턴도 최선의 후보는 아닌 것 같다. 퍼스트 레이디, 국무장관의 화려한 경력과 더불어 최초의 여성후보라는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장관 시절 중요한 국가정보를 개인 이메일로 사용해 조사를 받았을 정도로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화려한 경력이 유권자에게 신선함을 주기보다 오히려 서민층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기득권층의 낡은 이미지를 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번 미국대통령 선거에서 우리가 특히 주목할 부분은 영국의 브렉시트 이후 대두되고 있는 신고립주의 현상이다. 공화당의 트럼프는 이미 정책 최종안에 미국을 우선에 놓고 무역협정을 협상해야 한다는 내용을 확정했다. 또한 민주당도 노동자 보호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존 무역협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정강정책 초안을 통과시킨 상태이다. 미국의 양대 정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하여 보호주의 정책을 정강에 포함시킬 것이 거의 확실하다. 따라서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미국 대선에 관심을 가지고 이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될 것이다. 새삼 미국의 신고립주의 열풍에 가득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가 더욱 침체될 수 있어 염려된다. 김영래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김영래 칼럼] ‘87체제의 한계와 헌법 개정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약 70% 정도가 개헌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정치학회가 지난 주 발표한 20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의원 217명 중 93.5%인 203명이 개헌에 대하여 찬성한 것으로 답했다. 이는 개헌 의결정족수 200명을 넘은 수치이다. 이런 개헌에 대한 여론은 2년 전의 조사와는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갤럽이 2014년 10월 하순 실시한 개헌의 필요성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6%가 개헌에 부정적 의견을, 42%는 긍정적으로 나타날 정도로 의견이 갈려 있었다. 따라서 최근 여론은 2년 전의 비하여 무려 30% 정도 개헌 찬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와 같은 개헌에 대한 찬성 여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지난 4월 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이미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20대 총선에서 국민들은 1987년 정치체제의 문제점을 지적, 국회 구조를 거대 양당체제에서 3당체제로 변화시켰고 또한 정치세력 간의 이전투구가 아닌 협치를 요구하였다. 5년 단임 대통령제, 시대에 역행 올해가 87년 6월 시민항쟁이 일어난 지 29년이 된다. 6월 시민항쟁의 결과로 5년 단임 직선제 대통령제를 택한 제9차 개헌이 되었으므로 현행 헌법이 적용된 지 29년이 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6명의 대통령을 선출하였으며, 또한 8차례의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6명의 5년 단임제 대통령은 제왕과 같은 절대권력만 향유하였지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하지 못하였다.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에는 레임덕 현상을 맞아 효율적인 국정 운영은 하지 못하였으며, 심지어 일부 대통령은 집권당으로부터 탈당을 강요받아 탈당한 사례도 있다. 그러면 지난 29년간 국회운영은 어떠했는가. 의회정치의 본질은 토론과 타협이다. 그러나 한국 국회는 거대 양당 구조에 의하여 갈등과 대치가 의정활동에 주류를 이루었으며, 국회는 식물국회라는 오명까지 받을 정도로 국민들에게 불신의 대상이 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현행 헌법은 지난 29년간 시행을 통하여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으므로 이제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을 때가 된 것이다. 제9차 개헌은 기본적인 헌법 틀의 변경 없이 3김의 집권을 우선시하는 직선의 5년 단임제에 초점을 둔 것이기 때문에 현행 헌법은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정치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전개되는 개헌 논의는 역대 정권에 따라 다소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항상 거론되었다. 특히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후보 시 개헌을 선거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대통령 취임 후 경제문제 등을 이유로 개헌 문제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였지만, 지난 4월 총선으로 정치지형이 변화된 상황을 감안하면 개헌에 대한 입장이 과거와는 다를 수 있다고 본다. 대선 후보 부각 전에 개헌 논의 매듭을 20대 국회 개원과 더불어 개헌론이 봇물같이 터지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 개원식에서 ‘개헌은 더 이상 외면하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라고 역설하면서 개헌에 불을 지폈으며, 각 정당 대표들은 물론 남경필 경기지사 등도 개헌 논의에 동참하고 있다. 20대 국회는 정치개혁 차원에서 개헌을 우선적으로 다루는 것이 요망된다. 헌법은 국가의 기본법이다. 따라서 헌법을 자주 변경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시대가 변했음에도 헌법을 개정하지 않은 것은 더욱 문제이다. 지금은 4월 총선 결과로 여야 정당도, 그리고 청와대도 정치권력을 독점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내년 대선 후보도 아직은 뚜렷하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 봄까지 개헌문제를 매듭질 수 있는 적기이다. 대선이 본격화되면 개헌논의는 또 어려워진다. 민생문제에 전념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권은 조기에 개헌 문제를 공론화하여 매듭짓기 바란다. 김영래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김영래 칼럼] 대선에 반(半) 기운 반기문 총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5월 말 방한을 계기로 한국정치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지난 5월 25일부터 5월30일까지 5박6일의 반기문 총장 방한은 유엔과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 참석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관훈클럽 기자회견, JP를 비롯한 원로 정치인들과의 만남, 안동 하회마을의 방문 등을 통하여 남긴 각종 대화 내용과 행동을 보면, 반 총장은 내년 12월 실시되는 제19대 대통령 선거 레이스의 유력한 상수(常數)로 등장한 것 같다. 이번 한국방문에서 반 총장은 외교관이기보다는 내년 대선에 반(半)은 발을 담군 정치인으로서 행동한 것 같다. 필자도 이런 현상을 직접 현장에서 목격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는 지난 5월 30일부터 6월1일까지 경주에서 개최된 제66차 유엔NGO(비정부기구)컨퍼런스에 국무총리 자문 시민사회발전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하였다. 따라서 29일 저녁 만찬, 30일 개회식에서 반 총장의 연설과 행동을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관훈클럽 기자회견으로 이미 대선 후보로서의 행보를 내딛어 언론의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된 반 총장은 경주에서도 거침없는 정치인으로서 행동을 하였다고 본다. 반 총장은 비록 만찬 주최자인 경북 도지사의 권유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만찬이 끝난 후 참석자 모두와 일일이 악수하는 장면은 UN사무총장이라기보다는 대권을 겨냥한 정치인 반기문의 인상이 더욱 풍겼다. UN NGO컨퍼런스 개회식 기조연설에서도 시민사회와 유엔과의 강한 유대감은 물론, 어린 시절 한국 교육의 덕분으로 꿈을 갖고 유엔사무총장까지 성장한 배경을 강조함으로써 참석한 한국 시민사회인사들에게 자랑스러운 글로벌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켰다. 오는 12월31일 유엔사무총장으로 임기가 끝나는 반 총장은 내년 1월1일부터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시민으로 돌아오게 된다. 10년간 ‘세계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를 마치고 돌아 올 반 총장의 금의환향은 6·25전쟁의 폐허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라 원조를 받던 수원국에서 개발도상국에게 원조를 주는 공여국으로 변한 대한민국의 발전상만큼이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10년 전인 2006년 10월 14일 한반도의 조그마한 도시인 충주 출신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최종 선출되었을 때 우리는 얼마나 기쁘고 자랑스러웠는가. 수많은 젊은이들이 제2의 반기문이 되겠다는 장대한 포부를 가지고 세계의 문을 두드리면서 글로벌 리더의 꿈을 키우고 있으며, 실제로 그 후 상당수 대한의 건아들이 국제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반기문이란 이름은 한국의 귀중한 자산이자 동시에 세계적 자산이다. 은퇴 후 존경받는 글로벌 리더로서 강연 또는 저술을 통하여 한반도는 물론 세계평화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이번 경주컨퍼런스에서 한국시민사회는 UN NGO센터의 한국 유치, 건립에 관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반 총장은 기조연설에서 국가발전에 있어 NGO 역할을 강조하였는바, 임기 중에 유엔NGO센터를 한국유치, 건립하여 센터 내에 가칭 ‘반기문 세계평화재단’을 만들어 활동한다면, 제2의 반기문이 되겠다는 젊은이들에게 또 다른 꿈을 주는 것이 아닌지. 이미 대선에 반(半)은 기운 반 총장이지만, 대권이 최선의 선택은 아니지 않을까. 한국의 대선 레이스가 얼마나 험난한 길인가는 반 총장이 더욱 잘 알 것이다. 혹시라도 대선 레이스에서 상처투성이의 후보자가 된다면, 제2의 반기문을 꿈꾸던 젊은이들은 얼마나 실망할까. 필자는 그때도 학생들에게 제2의 반기문을 꿈꾸라고 말할 수 있을까.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전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아듀! 19대 국회

19대 국회가 이달 29일을 끝으로 파란만장한 임기를 마친다. 4·13 총선을 통하여 국민들로부터 준엄한 경고를 받은 정치권이 마지못해 마지막까지 일을 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임시국회를 지난 달 21일 개회, 오는 19일까지 열기로 했지만 상당수의 현역 의원이 낙선하여 국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다. 4·13 총선 결과에 의하면 19대 국회의원 292명(4월14일 현재 기준) 가운데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의원의 숫자는 148명(50.7%)이다. 따라서 144명(49.3%)은 20대 국회에서 볼 수 없다. 물론 이중 일부 의원들은 스스로 출마를 포기한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은 공천에서 낙천, 또는 낙선했다. 이는 그만큼 19대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아주 나빴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역대 의정 사상 최하위의 평가를 받고 있는 19대 국회도 출발은 심히 장대하고 국회에 대한 개혁 약속도 많았다. 지난 2012년 4월11일 실시된 19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제한을 포함해 의원 세비 30% 삭감, 무노동 무임금 적용, 의원 연금 폐지 등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심지어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 직전에는 이를 즉각적으로 실천하겠다고 당시 여야당의 원내대표였던 이한구 의원과 박지원 의원이 각각 기자회견에서 약속까지 했으나, 선거 후에는 꿀 먹은 벙어리 같이 묵묵부답이다. 세비 삭감에 관한 개정안이 제출되었으나 논의조차 되지 않아 19대 국회가 끝나면 제출 법안은 자동 폐기될 운명이다. 이뿐만 아니다. 국회의원 수가 너무 많다는 국민들의 지적에 의원수를 줄이겠다고 했다. 또한 각 상임위원장에게 지급되는 활동비는 월 600만∼700만 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영수증도 필요없는 돈이라 의원 부인이 생활비로 사용해서 문제가 되어 국민적 지탄을 받았음에도 역시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공약을 실천할 의지도 없으면서 당선만을 위한 헛공약만 남발한 것이며, 문제가 되면 임기응변식으로 적당하게 얼버무리다가 시간만 지나면 도루아미타불이 되는 것이 19대 국회의원들의 행태였다. 민초들은 거짓말쟁이 국회의원이 아닌 국민들로부터 부여된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신뢰의 국회의원을 원했지만, 이는 국회의원들에게는 마이동풍이며 우이독경이었다. 가장 큰 국회의 특권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비록 뇌물수수 혐의와 같은 부정부패가 있어도 회기 중에는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나 구금하지 못한다. 국회 동의도 재적의원 과반수 참석,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불체포 특권은 말 그대로 특권 중의 특권이기 때문에 사실상 전제주의 국가의 제왕이 갖는 특권과 다름이 없는 것인데, 이것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역시 또 불발이다. 언론에 보도된 자료에 의하면 국회의원은 장관급 대우를 받으며, 연간 세비는 약 1억3천800만 원, 보좌관들이 받는 총 연봉은 4억 원에 육박한다. 4급 보좌관과 5급 비서관 두 명씩, 6·7·9급 비서 한 명씩, 유급 인턴 2명 등 총 9명의 유급 보좌관을 둘 수 있다. 이외에도 의원회관 운영비와 차량 유지비 등으로 연간 약 9천만 원을 국고에서 지원받는다. 그러나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 같이 저버린 19대 국회였지만, 국회의원들은 세비 삭감은 고사하고 경제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금년도 세비는 오히려 3% 인상하였다. 국회의원 스스로 세비 인상을 합의하면 아무도 제재할 수 없는 무소불위의 국회이기 때문이다. 실로 국회의원들의 몰염치는 극치에 달하고 있다. 이런 후안무치, 책임회피, 조삼모사의 국회가 곧 ‘아듀(adieu)’를 고한다. 아듀는 안녕이란 뜻의 프랑스어이다. 세모를 보내면서 작별의 아쉬운 감정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이번 19대 국회를 보내는 ‘아듀’는 아쉬운 작별이 아니고 다시는 오지 말고 빨리 가기를 바라는 ‘아듀’가 아닌가.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전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국민의당과 제3의 길

4·13총선의 승자는 안철수의 국민의당이다. 국회의석수로 계산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을 차지하여 원내 제1당이 되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불과 1석 차이로 제2당이 되었다. 그리고 불과 2개월 전에 창당된 국민의당은 38석을 차지하여 원내 제3당의 위치를 확보, 사실상 승자가 된 것이다. 이를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 지지율로 보면 새누리당이 총투표수의 33.50%. 국민의당이 26.74%, 더불어민주당이 25.54%를 획득하였다. 전국적인 차원에서 국민의 당과 더불어민주당 간의 지지율 차이는 불과 1.20%이지만, 그러나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지지율의 차이는 더욱 벌어졌다. 특히 서울에서는 국민의당이 약 3%의 격차로 더불어민주당을 앞서고 있다. 제헌 국회의원 선거 이래 창당된 지 불과 2개월 정도 밖에 안 된 신생정당이 원내 제3당의 위치는 물론 전국적인 차원에서 20%중반 이상의 지지를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영남과 강원지역을 제외한 전국에서 20%이상의 고른 지지를 받아 전국정당의 이미지도 갖추게 되었다. 물론 과거 김종필의 자민련과 같은 제3당이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하여 제3당이 되어 여소야대 정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소위 3김의 한 측인 김종필이라는 산전수전을 겪은 정치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치연륜에서 보면 국민의당의 안철수는 2011년 9월 초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등장하면서 정치에 입문하였으니, 김종필에 비할 수는 없다. 때문에 우리는 당시 안철수의 혜성과 같은 등장을 일종의 ‘안철수 현상’이라는 이름 까지 명명하면서 각종 정치분석을 하였다. ‘안철수 현상’은 기득권을 가지고 서민들과 유리된 상태에서 정치인들 자신만의 리그전을 펼치는 기존의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새로운 정치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토크 콘서트를 통하여 젊은이들과 호흡을 함께하는 신선한 정치행태에 국민들이 열광한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는 2012년 대선 전 민주당과 합당하여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이름 하에 기성 정치인과 같이 정치생활을 하면서 대선에서도 빛을 발하지 못했다. 물론 그 후 실시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의원 배지는 달았지만 역시 정치인 안철수는 ‘현상’을 ‘실체’로 입증하지 못해 심지어 ‘안철수 현상’을 일종의 해프닝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정치는 역시 생물과 같아 이번 4·13총선에서 종말되었다고 본 ‘안철수 현상’은 소위 ‘강철수 현상’이 되어 실체로 다시 등장하였다. 과거의 안철수와는 달리 ‘죽어도 국민의당에서 죽겠다’라고 했는가 하면, 심지어 선거연설에서 독설까지 뿜어내면서 선거를 지휘, 이번에는 단순한 ‘현상’이 아닌 ‘현실’이 되어 국민 앞에 등장하였고 유권자들은 표로 이를 증명하여 주었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새로운 정치의 균형추로서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면서 남은 19대 국회의 마지막 임기회 개회를 요청, 성사시켰다. 19대 마지막 임시국회가 민생문제를 어떻게 매듭지어 역대 최악의 국회의 오명을 벗을지는 두고 보아야하겠지만 새로운 정치인 ‘제3의 길’로 가는 국민의당의 출발은 일단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제3의 길’은 영국의 전 총리 토니 블레어(Tony Blair)의 정책 브레인 역할을 한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가 논문 좌우를 넘어서에서 사회주의의 경직성과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극복하려는 새로운 이념 모델로 제시하면서 출발한 것이다. 앤서니 기든스는 제3의 길이란 저서에서 신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모두 반대하고 ‘제3의 길’로 불리는 새로운 사회발전 모델을 주창했다. ‘제3의 길’은 영국 토니 블레어, 프랑스의 조스팽, 독일의 슈뢰더 등 유럽의 새로운 정치를 편 중도파 정권의 밑거름이자 버팀목이 되었는데,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과연 기존 여야당에 실망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제3의 길’을 이끌 새로운 정치사회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국민들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전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총선, 유권자가 과연 주인인가

프랑스의 저명한 사회사상가 장 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는 그의 저서 ‘사회계약론’에서 “국민은 투표할 때만 자유롭다. 국회의원은 선출되면 국민은 다시 노예로 전락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선거에서 유권자는 선거 후에 정치인들로부터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오는 13일 실시되는 20대 국회의원 선거도 벌써 중반을 치닫고 있어 일주일 후면 유권자의 심판이 결정된다.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시장, 지하철 역 입구, 버스 터미널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서 허리를 180도로 굽혀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심지어 경로당에 가서는 큰절로 인사를 드린 후 무릎을 꿇는 후보도 있다. 이들 후보자의 한결같은 외침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유권자 여러분을 주인으로 모시고 열심히 일하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라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선거에서 주인은 유권자라는 것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이야기이며, 또한 후보자의 말은 옳은 이야기다. 그러면 과연 선거에서 헌법에 명시된 것과 같이 또한 후보자의 말과 같이 유권자가 주인인가? 우리는 지금까지 대통령 선거를 비롯하여 국회의원 선거,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 등 수십 차례의 선거를 치렀으나, 과연 선거에서 유권자가 주인으로서의 대접을 제대로 받고 또한 행세를 하였는지 자문자답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에서 진행되는 중요한 과정을 살펴보면 유권자가 주인으로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무시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권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정치인들이 자신들만의 이해관계에 따른 편익에 의거 선거과정을 정치인만을 위한 리그전을 펼침으로서 주인인 유권자는 소외당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후보자 공천과정에서 유권자는 주인으로서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선거에 있어 공천은 국회의원 후보자라는 상품을 선거라는 시장에 내놓아 소비자인 유권자가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제1차 과정이다. 제1차 과정이 잘못되면 그 후의 과정을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엉클어지게 되어 있다. 즉 후보자 공천이 잘못되면 아무리 많은 상품을 시장에 내놓아도 결국 불량 품질 속에서 선택해야 되기 때문에 좋은 물건을 살 수 없는 것과 같이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은 정당의 주인인 당원이나 또는 일반 유권자의 의사가 반영되기보다는 각 정당의 계파 간의 이전투구 현상에 의하여 진행되었다. 여야 공히 그 동안 정치개혁 차원에서 상향식 공천을 약속, 당헌·당규까지 개정하였지만 실제의 공천 과정은 또 다른 개혁의 미명 하에, 또는 시간상의 이유 등으로 결국 상향식 공천은 휴지조각이 되어 버리고 원칙도 기준도 없이 상처투성이의 공천파동만 야기, 정치불신만 증폭시켰다. 선거는 주인인 유권자가 대표자 선택을 통해 권력을 위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정당의 주인인 당원이나 일반유권자는 공천 과정부터 자신의 의사가 반영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각 정당별로 또는 지역구 별로 소속 정당의 후보자를 공천하는 예비선거제도가 정착되어 우리나라와 같은 공천파동은 없지 않은가. 국민이 주인이라는 인식 하에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는 정당 대표의 약속과 당헌·당규를 믿고 공천을 받기 위하여 선거운동을 했던 후보자와 지지자들의 허탈한 표정, 이것은 루소의 말과 우리 국민은 ‘투표 때’가 아닌 이미 ‘투표 전’에도 유권자로서 주인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선거에서 주인은 후보자가 아닌 유권자이다. 후보자는 유권자들의 봉사자이자 대변자일 뿐이다. 투표 때만이라도 유권자가 철저한 주인 의식을 가지고 정당과 후보자들이 제시한 정책과 공약의 실현 가능성, 국가발전에 대한 비전 등을 꼼꼼히 살펴, 참된 일꾼에게 투표한다면 선거 후에도 주인대접을 받지 않을 가. 결국 선거결과는 유권자의 책임이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전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매니페스토와 의정활동계획서

말도 많은 4·13총선 후보자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국회의원 후보공천 신청자들은 신청 서류 작성 때부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된다.이미 각 정당은 국회의원 후보공천 신청자들로부터 이력서, 병적사항확인서, 재산보유현황서는 물론 세금납부증명서, 배우자가 포함된 범죄경력에 관한 증명서 등을 각종 서류를 받아 이를 공천후보자 검증자료에 활용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25개, 국민의당은 15개의 각종 서류를 받고 있으며, 또한 공천신청 비용도 각각 100만원, 200만원, 300만원씩 납부하고 있다. 이중 우리가 눈여겨 볼 수 있는 신청서류 중의 하나는 의정활동계획서이다. 이 계획서는 형식에 있어 주요 정당들 간에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후보신청자가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을 경우, 과연 어떤 의정활동을 계획하고 있는가를 기술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새누리당은 의정활동 목표, 국정현안 과제, 상임위원회 및 입법활동 계획 등과 같은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담은 내용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구체적 요구 사항 없이 기술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 후보공천 신청 서류에 의정활동계획서가 첨가된 것은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이다. 그때까지 각 정당은 일종의 ‘참 공약’으로 지칭되는 매니페스토(manifesto)의 한 형식인 의정활동계획서 제출이 없었다. 매니페스토는 ‘헛공약’ ‘뻥튀기 공약’이 아닌 구체적인 예산계획까지 표기된 실천 가능한 공약을 말하고 있는데, 이미 영국과 같은 선진민주국가에서는 오래 전부터 실시되어 민주정치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당시 필자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로 한국의 선거문화를 변화시키고자 매니페스토 운동을 전개하였으며, 이 운동은 2006년 지방선거 시부터 도입되었다. 매니페스토 운동이 각 정당과의 협약식 개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지원 등으로 확산되기 시작하였으며, 이것이 계기가 되어 필자는 모 정당의 요청으로 공천심사위원회에 참여하게 되었다.이때 필자는 공천신청서류에 매니페스토의 한 형식인 의정활동계획서를 포함시킬 것을 강력히 제안하여, 해당 정당은 물론 다른 정당들도 매번 국회의원 선거 시 공천심사 신청 서류에 포함시키고 있다. 필자는 당시 의정활동계획서를 공천심사 시 자료로 활용하였으며, 이 계획서를 당 사무국에서 보관, 당선된 국회의원의 경우, 이를 4년 후 평가하여 차기 공천 심사 시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하였다. 물론 필자는 특정 정당의 당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 후 해당 서류를 당에서 보관하였는지 또는 19대 국회의원 공천 시 심사 자료로 활용하였는지 알 수 없다.또한 이번 20대 국회의원 후보 공천 시 의정활동계획서가 단순히 공천신청 서류에 요식행위로 제출되었는지 또는 후보자 면접 시 심사 자료로 활용되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최근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분석하여 보면 공천심사 시 제출한 의정활동계획서는 단순히 신청 서류의 한 형식요건으로 제출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제19대 국회의원들의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의정활동계획서를 공개한 의원들은 거의 없으며, 더구나 자신이 선거 때 약속한 선거 공약 이행진척도를 유권자에게 알려주고 있는 국회의원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지난 2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지역구 국회의원 239명을 평가한 결과에서 잘 나타내고 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 행한 평가 결과에서 의정활동계획서를 공개한 의원과 미공개한 의원을 비교해 보면, 선거과정에서 의정활동계획서를 작성, 공개한 의원의 공약 실천도가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선거과정에서 입법활동계획을 체계적으로 준비한 의원과 그렇지 못한 의원과의 차이가 극명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국회의원 후보 공천 신청자가 제출하는 의정활동계획서는 일회성 공천신청 서류가 아니다. 후보신청자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계획서에 있는 것과 같이 활동을 하겠다는 하나의 약속이며, 또한 이를 실천해야 될 것이다. 유권자들 역시 후보자가 제출한 의정활동계획서를 꼼꼼히 살펴 이번 총선에서 투표 시는 물론 차기 총선 투표 시에도 참고해야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정치인과 유권자와의 신뢰관계가 형성될 때 한국정치문화가 한 단계 발전, 선진민주정치국가가 될 수 있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전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선거구 획정과 정치공학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불과 두달도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선거구 획정이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헌법재판소가 현행 선거구 획정 기준인 3대1의 편차가 심하여 이를 지난해 12월31일까지 2대1로 조정해야 된다는 결정을 하였으나,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 무시하면서 현재까지 선거구 획정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국회는 선거구 획정을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좌지우지했다는 국민적 비판을 받았다. 이런 여론을 의식, 선거구획정위원회라는 독립기구까지 설치, 이 기구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하는 파격적인 조치까지 하였지만, 그 결과는 과거와 모양만 다르지 결정 과정은 거의 비슷하다. 선거구 획정을 위한 정치인들의 정치공학에 대하여 ‘혹시나’ 했던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역시나’로 끝나고 있는 것 같다. 그 동안 수차례에 걸쳐 선거구획정위원회 회의, 국회의장은 물론 여야정당 대표까지 포함된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었지만, 매번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고 최종 결정을 뒤로 미루고 있다. 선거구획정은 총선 후보자의 당락과 직결된 사항이기에 정당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여야 현직 국회의원들의 상호 공동의 암묵적인 이해도 일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현직 국회의원들이 가질 수 있는 프리미엄을 최대한 지키기 위한 상호 담합(?)이 선거구 획정 결정을 미루고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서 과연 여야정당이 자유로울 수 있을까. 선거구획정 지연과 관련된 정치공학은 다음과 같은 요인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첫째 선거구 획정은 선거구획정위원회와 같은 독립기구를 설치해도 여야정당의 이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이번 설치된 선거구획정위는 외관상으로는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지만 여야정당이 동수로 추천하는 각각 4인과 단순히 사회만 보는 중앙선관위 추천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획정위 안건 결정에 있어 표결은 3/2의 찬성을 필요로 하고 있는데, 이런 구조에서 어떤 민주적인 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가. 말로만 독립성을 강조했지 실제로는 여야정당의 대리전과 같은 획정위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독립성을 기대한 것이 무리이며, 공연히 죄 없는 획정위원들만 고생 시키고 있는 것 아닌지. 둘째 역대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이 결정된 기간을 살펴보면 아무리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다해도 현직 국회의원들은 스스로의 기득권을 최대한 누리기 위하여 총선 임박하여 선거구를 최종 획정하였다. 지난 2000년 이후 선거구 획정이 결정된 최종일을 살펴보면 이번도 과거와 비슷한 기일에 결정될 것 같다. 즉 2000년 제16대 경우 선거일 65일 전에, 2004년 17대는 37일, 2008년 제18대는 47일, 2012년 제19대는 44일 전에 최종 확정되었다. 즉 최근 4회의 총선에서 평균 48일전에 선거구가 확정되었다. 이를 금번 선거에 산술적 계산을 적용한다면 이달 20일 전후에 선거구가 획정될 것 같다. 셋째 인구편차 조정에 의한 선거구 획정에 대한 합의가 여야 간에 이뤄진다고 해도 시·군·구간의 세부적인 지역 통폐합 또는 분할에 대한 선거구 획정은 역시 기득권 위주로 될 가능성이 크다. 특정 후보자나 정당에 유리한 소위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식에 의한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게 된다면, 이는 유권자의 민의가 왜곡될 수 있다. 현직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기득권만 유지하려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시한까지 무시하는 후진적 정치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을 위한 정치가 아닌 정치인들만을 위한 허울좋은 선거를 치르려고 하는 정치인의 행태가 지속되는 한, 한국정치는 선진화되기 어렵다.과연 우리는 언제나 현직 국회의원들의 입김이 배제된 공정하고 독립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설치되어 올바른 민의가 반영되는 선거문화가 제도화될 수 있을까.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국회의장의 쓴소리와 권위

민주정치의 상징인 영국의회를 수년 전에 방문, 방청한 적이 있었다. 런던 테임스 강변에 위치한 고색창연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있는 영국의회 의사당은 오랜 민주정치의 역사만큼이나 전통과 권위를 상징하고 있다.영국의회 견학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하얀색의 가발을 쓴 영국의회 의장의 역할과 권위였다. 상원과 하원의 양원으로 구성된 영국의회는 상원은 귀족으로 구성된 명예직이기 때문에 주요 의정활동은 하원에서 진행된다. 하원의장은 치열한 경쟁을 통한 투표보다는 주로 여당과 야당의 합의로 선출되기 때문에 다선의 원로의원으로 여야의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의원이 선출되는 것이 관례이다. 하원의장은 선출과 동시에 소속정당에서 탈당, 무소속이 되며, 동시에 의장의 상징으로 하얀 가발을 쓴다. 엄격한 중립을 지키며, 의회질서 유지에 절대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방문 시 여야가 첨예한 쟁점을 가지고 토론을 전개, 여야 의원 간에 다소 소란스러운 장면이 전개되자 의장은 질서유지를 위한 ‘order(질서)’라고 말하자 의석이 일시에 잠잠해지는 광경을 목격하였다. 우리나라 국회에서 과거 여야 간의 심각한 견해차이가 있는 쟁점을 놓고 토론 중 국회의장의 사회 방식에 불만이 있을 때 의장석을 점령하는가하면 때로는 의장의 사회봉을 빼앗는 사례도 있었으며, 또는 국회의장의 의장석 입장을 저지하는 경우도 있었다.이런 폭력적인 행태는 영국의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얀 가발을 쓴 의장이 개회를 위하여 황금으로 장식된 지휘봉을 들고 호위관들의 경호를 받으면서 의장석으로 입장할 때 의원들과 관계자들이 기립하여 존경을 표시하는 장면에서 하원의장의 권위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우리나라 국회의장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소위 국회선진화법으로 과거와 같이 국회의장석을 점령하는 꼴사나운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사라졌지만 국회의장의 권위는 아직도 영국의회에 비하면 극히 낮은 수준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특정 법안의 직권상정을 강하게 요구하는가하면, 야당 역시 직권상정을 못하도록 의장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회의장은 삼권분립에 따라 입법부를 대표하는 수장임에도 불구하고 여야당은 물론 청와대로부터 존경이 아닌 비난, 또는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정도의 국회의장의 권위를 가지게 된 것도 지난 10월 14일 별세한 고 이만섭(故 李萬燮) 의장이 주도하여 개혁한 국회법 때문이다.고 이만섭 의장은 국회의장이야말로 여야당은 물론 청와대를 대변하는 의장도 아닌 국민을 위한 국회의장이라는 명분 하에 국회법을 개정, 의장의 당직을 이탈하게 함으로서 의장의 중립적 위치를 제도적으로 가능게하였다. 과거의 국회의장은 여당의 당적을 보유하고 있었고 또한 차기 선거도 의식하게 됨으로서 여당은 물론 청와대로부터도 자유스럽지 못하였으며, 때문에 국회의장의 권위는 아주 미약했다. 국회의장을 14, 16대 등 2회에 걸쳐 수행한 고 이만섭 국회의장은 의장 시절 의장석에서 사회봉을 칠 때 ‘한번은 여당을 보고, 한번은 야당을 보고, 마지막 한번은 국민을 보고 친다’라고 강조했을 정도로 국회의장으로서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노력을 다했으며, 또한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하여 역대 대통령 모두에게 쓴소리를 한 한국 정치의 산증인이었다.정치를 권모술수보다는 국민을 위한 마음으로 해야 된다는 신념은 그의 저서 ‘정치는 가슴으로’라는 저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 역대 2번째인 8선의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도 한 번도 정치자금 비롯한 어떤 스캔들에도 회자되지 않은 점에서 고 이만섭 의장의 강직한 성격과 의회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지난 금요일 국회에서 거행된 고 이만섭 의장 영결식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은 영결사를 통하여 ‘국회의원은 계파나 당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부터 생각하라’ 말씀하시던 의장님의 호통소리가 우리 귀에 들리는 듯하다고 말했는데, 과연 현재 사면초가에 몰린 정의화 국회의장이 어떻게 입법부 수장으로서의 권위를 지킬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전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기회의 땅, 베트남의 천지개벽

지난 달 초 대한민국ROTC동남아총연합회 총회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개최되어 해외ROTC동문들에게 최근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대한 특강 차 방문하였다. 3년 전 대학 총장으로 재직 시 학생들의 해외봉사 활동을 격려하기 위하여 하노이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 방문에서 필자는 하노이를 비롯하여 베트남이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이 변화된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3년의 세월이 지나기는 하였지만 베트남은 그 동안 천지개벽을 하였다. 당시 하노이에는 경남기업에서 건축한 72층의 ‘하노이 경남빌딩’ 2동이 랜드마크로 상징적인 건물이었고 오래전 세운 대우호텔이 그나마 시내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고층건물과 아파트가 즐비하고 신시가지에는 롯데호텔, 그랜드플라자호텔 등 5성급의 한국계 호텔이 곳곳에 세워졌는가 하면 시내에는 고급 자동차들이 출퇴근 시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그뿐 아니다. 하노이 근교에 있는 핸드폰을 생산하는 삼성전자는 근로자 약 5만명을 고용하는 초대형 제조업체로서 베트남 전체 수출의 무려 18%를 담당하고 있다고 하며, 베트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기업이 약 4천50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현재 베트남은 한국의 투자 순위 1위로서 금년 한국의 수출 대상국가 순위에서 지난 해에 비하여 약 46%가 증가, 중국, 미국, 홍콩에 이어 일본을 제치고 제4위를 점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과의 경제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베트남은 내년에는 홍콩을 넘어 3위로 부상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공화국이기는 하지만 1986년 ‘도이머이’의 개혁을 통하여 이미 시장경제체제를 가진 자본주의 국가와 비슷하다. 북쪽으로는 중화인민공화국, 서쪽으로는 라오스 및 캄보디아와 국경을 접하고, 동쪽과 남쪽으로는 남중국해에 면해 있는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로 2014년 7월 말 기준으로 약 9천341만명으로 세계 13번째이다. 면적은 약 33만㎢로 한반도의 1.5배이며, 연 7~8%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내고 있으며, 국민소득은 현재 1인당 2천100달러로 동남아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국가이다. 한국은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난제인데 베트남은 20~30대의 인구가 무려 6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풍부한 젊은 노동력은 대단한 발전 잠재력의 지표이다. 동남아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우수한 두뇌를 소유한 베트남은 쌀농사를 3모작까지 할 수 있는 세계1위의 쌀 수출 국가이다. 오랜 전쟁에 시달려 고통을 받았지만 강한 민족성으로 오늘의 베트남을 이룩하였다. 프랑스에 대항하여 식민지 전쟁에서 승리했으며, 또한 미국, 중국과의 전쟁에서도 승리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미국과의 동맹으로 베트남전에 참여한 한국에 대한 감정은 국가발전이란 대국적인 차원에서 구원(舊怨)을 벗고 가장 협력적인 관계로 변하고 있다. 하노이 국립대학을 비롯한 10여개 대학에 한국어과가 설치, 가장 인기 있는 학과로 되어 있으며, 이곳 졸업생들은 졸업 전에 한국기업 등에 취업이 보장되고 있다고 한다. K-pop과 한국드라마 등의 한류열풍으로 인하여 대한민국은 베트남의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이상국이 되고 있다. 베트남 국민은 말한다. 프랑스, 미국, 중국, 한국 등 과거 베트남과 전쟁을 했던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과거의 죄는 용서하지만 결코 잊지 않겠다’라는 응축적인 표현으로 대외관계를 정립하고 있다. 필자가 방문했던 기간에도 시진핑 중국 공산당 주석과 이태리 대통령 등이 방문했는가하면, 하노이 시내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넘쳐나고 있다. 기회의 땅, 베트남의 놀라운 발전상을 우리는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전쟁의 한맺힌 구원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잘못은 용서하되 결코 잊지 않겠다는 베트남의 강인한 민족성과 국가발전에 대한 열망을 새삼 되새겨 본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한반도 정세와 新조선책략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미묘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달 31일 박 대통령은 중국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한·중회담을 했고, 11월 1일 한·중·일정상회담이 3년반만에 개최되기도 했다. 또 지난 2일에는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 와의 한·일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한·중·일회담에서는 동북아 정세를 비롯, 3국간 경제협력, 북핵문제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논의를 통해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한·일회담은 오찬, 공동성명서 발표도 없이 끝났다. 다만 앞으로 양국 정상이 다시 만날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했다는 것이 소득이라고 할 정도이다. 지난 2개월간 한국를 비롯한 동북아에서 치열한 외교전이 전개되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은 9월 3일 파격적인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과 이를 계기로 한 한·중 정상회담을, 같은 달 25일 워싱턴에서 미·중 정상회담, 그리고 지난 달 10일 북한의 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의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이 있었다. 그 후 지난 달 16일 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 간의 한·미 정상회담 등 동북아를 둘러싼 미묘한 외교가 전개되었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의 틈새에 위치하고 있어 주변 정세가 미묘하고 또한 갈등이 심화될 경우, 외교적 곡예를 해야 되는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혹자는 지금의 한반도 정세가 조선조 말의 주변정세와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현재 한국의 국력은 그때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주변정세는 당시와 흡사점이 있다. 이런 한반도의 정세 변화와 관련, 조선조 말 당시 조선의 외교정책 방향에 대하여 언급한 주일 청국공사 참사관 황준헌(黃遵憲)이 지은 조선책략(朝鮮策略)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황준헌은 이 책에서 극동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러시아를 방어하기 위해 조선의 외교정책은 친중국(親中國), 결일본(結日本), 연미국(聯美國)하여 자체의 자강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황준헌은 중국과는 오랜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이를 증대한다면 러시아가 중국이 무서워서도 감히 조선을 넘보지 못한다는 것이며, 일본은 조선이 중국 이외에 가장 가까운 나라이고, 과거부터 통교해 온 유일한 국가이기에 서로 결합해야 된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경우, 비록 조선과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남의 토지나 인민을 탐내지 않고, 남의 나라 정사에도 간여하지 않는 민주국가로서 오히려 약소국을 돕고자 하니 미국을 끌어들여 조선의 우방으로 해두면 러시아로부터의 공략의 화를 면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이와 같은 황준헌의 친중국, 결일본, 연미국의 외교정책을 언급한 조선책략은 당시 조선 조야에 큰 반응을 불러 일으켰고 또한 이로 인한 논쟁도 상당했다. 이 책은 고종을 비롯한 집권층에게는 큰 영향을 주어 1880년대 이후 조선이 비록 소극적이나마 개방정책의 추진, 서구 문물을 수용하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국력이 약한 조선은 결국 일본의 침략 야욕에 의해 식민지가 되는 비운을 맞게 되었다. 외교는 국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주변정세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대응 정책을 통해 강한 국력을 기반으로 외교정책을 수행해야 된다.특히 미·중·일·러 등 주변 4대강국과의 숙명적인 외교관계는 한국이 직면한 외교 현실이다. 우리는 19세기 황준헌이 주장한 조선책략을 새롭게 음미하여 21세기형의 국가이익 추구를 위한 신조선책략을 수립해야 되지 않을까. 한국 외교가가 새로운 시련기를 맞고 있음을 외교당국의 직시, 험량한 외교파고를 헤쳐나가기 바란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ㆍ전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한국과 UN

금년은 해방과 분단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동시에 해방과 분단에 있어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친 국제연합(UN)이 창립된 지 또한 70년이다. 이런 역사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과 UN은 상호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런 관계는 계속될 것이다. 현재 UN을 대표하는 사무총장은 한국 출신의 반기문 전 외무부장관이다. 2006년 선임된 이후 5년 임기 후 연임되어 2016년 말에 임기가 끝난다. 반기문 사무총장 이외에도 과거에 비하면 고위직은 물론 일반 사무직에도 한국인이 다수 근무하고 있다. 한국 외교관인 김원수 UN군축담당 사무총장, 강경화 인도적지원담당사무차장보가 대표적이다. 매년 한국의 대통령은 가을에 열리는 UN총회에 참석하여 기조연설을 한다. 금년에도 지난 9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하여 UN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고 또한 개발도상국 발전에 한국의 경험을 전수,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겠다고 말해 국제사회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1960년대 한국은 UN에 가입도 하지 못해 옵서버 자격으로 UN총회에 참석은 허용되었지만, 투표권도 없었다. 물론 북한도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당시 남한과 북한은 한반도 통일방안을 각기 다른 내용으로 UN총회에 상정하여 이를 서로 유리한 방안이 채택되도록 남과 북이 치열한 외교전을 전개했다. 당시 우리는 UN에서 더욱 많은 지지를 얻기 위하여 남태평양군도의 불과 약 85만명 인구를 가진 피지(Fiji)와 같은 소국의 외무장관을 UN총회 전에 한국으로 초청, 융숭한 대접을 했다. 평소 어부로서 활동하던 피지 외무장관은 김포공항에서 출국 시 ‘금년 UN총회에서 피지공화국은 남한의 통일방안을 적극 지지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하던 장면이 회상된다. 북한 역시 비동맹국가 외무장관들을 초청, 남한과 UN에서 치열한 득표경쟁을 했다. 이런 한반도 통일방안에 대한 남북한의 소모적인 경쟁은 1991년 남북한이 UN에 동시 가입됨으로서 더 이상 없어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핵문제, 인권 문제 등으로 남북한은 UN에서 자주 충돌하고 있다. 한때 우리는 UN창립일인 10월24일을 공휴일로 정하여 기념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국제기구의 창립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공휴일로 지정했던 국가는 아마 우리가 최초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물론 한국전쟁 시 있었던 UN의 도움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UN은 제2차 세계대전이 국제연맹이란 국제기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여 비극적인 전쟁이 발생하였다는 강대국 지도자의 공통된 인식으로 1945년 10월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51개국이 참여, 창립되었다. 2013년 남수단이 가입, 193번째 회원국이 되었다. UN은 분쟁국에 평화유지군(PKO)을 파견, 세계경찰로서의 역할을 강력하게 수행하고 있으며, 한국도 이에 참여하고 있다. UN의 년 정규 예산이 약 28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회원국의 분담금으로 충당된다. 2014년의 경우, 미국이 약 6억 달러로 제일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으며, 한국은 년 5천400만 달러로 이는 분담률 세계13위에 해당된다. 이런 막강한 힘을 가진 UN의 역할 때문에 영세중립국인 스위스도 중립을 보장받는 것이 UN에 가입하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고 인식, 지난 2002년 190번째 회원국으로 가입, 활동하고 있다. UN을 통한 세계 평화와 안정된 질서 유지는 특히 한국에 있어 중요한 관심사이다. 이런 국제기구에 더욱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진출, 제2, 제3의 반기문과 같은 글로벌 지도자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렇게 되면 남북한 통일문제도 UN의 적극적인 역할로 해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다문화 사회와 포용정책

단군조선의 단일민족을 자랑하던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되어 가고 있다.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이미 진입단계를 넘어 출신국 별로 이주민 공동체가 형성되는가 하면 집단적 거주지가 출현하여 지역사회 정책 수립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도기 단계로 들어섰으며, 곧 정착단계로 발전될 전망이다. 집권 여당에는 필리핀계인 이자스민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다문화 사회를 위한 활동하고 있으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 경우, 지방의원이 있는가 하면 학교운영위원회, 농촌 마을의 동장, 이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외국 출신으로 귀화하여 한국적을 취득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다민족다문화사회의 일원인 것이다. 최근 행자부의 발표에 의하면 한국 내 체류 외국인은 2015년 1월1일 기준으로 174만 1천919명으로 약 3.4%에 달하고 있다. 이 수치는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의 약 10%에 비해 낮지만 개발도상국 평균인 1.5%보다는 높은 편이다. 이러한 증가 추세는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030-50년 사이에 총 150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필요할 것이라는 2001년의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외국인 주민 비율이 5%를 초과하는 시군구가 전국에 걸쳐 3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도 안산시는 외국인 주민이 이미 8만명을 넘어 전체 주민의 11.8%에 달하고 있으며, 도내 시흥시를 포함 전국에 주민의 10%이상 되는 기초지자체가 무려 7곳, 전국 시군구 중 54곳에서는 외국인 주민이 1만명 이상 거주하고 있을 정도로 다문화 사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다문화 사회로의 준비가 부족하다. 우리 사회가 가지는 인종적 편견은 아주 극심한 편이다. 때문에 체류 외국인 자녀 약 10만 명이 초등학교를 비롯하여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동료 학생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한국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뿐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에는 불법체류자로부터 태어나 무국적이 된 아이가 약 2만 명이 달한다고 한다. 이들은 성인 불법 체류자 수를 바탕으로 한 추정치이기 때문에 더욱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역시 의료는 물론 교육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있다. 한국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해 신분과 관계없이 아동의 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음에도 이들을 불법 체류자의 아이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육교육의료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국제협약의 의무불이행이다. 현재 한국에서 소위 3D업종에는 상당수의 외국인들이 일을 하고 있다. 일부 건설 현장이나 식당, 그리고 염색업체 등은 이들이 없으며 운용할 수 없을 정도이다. 최근에는 농촌에서도 가을 수확을 거두어들이는 데 이들 일손은 필수적이 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하여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이미 다민족다문화 사회가 되었으며, 오히려 다문화 사회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한국도 이들을 더 이상 사각지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미국과 같이 이중 언어 교육제도를 도입, 체류 외국인 자녀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정부도 별도 기구를 설립, 이들이 한국에 적응, 생활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 집행하여야 한다. 최근 수원 만석공원에서 경기다문화사랑연합 주최로 2015 다문화가족과 함께하는 힐링콘서트 및 행복나눔 바자회가 성황리에 개최되어 다문화가족들에게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이런 행사를 지자체, 기업, 사회단체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개발, 운용함으로서 다문화가족들이 한국사회에 쉽게 융합할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ㆍ전 동덕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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