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의 세상 돋보기] 거짓의 시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냈다. 이 책은 정치가 아니라 기록이며 법무부장관 지명 이후 벌어진 사태를 정확히 기록함과 동시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최소한의 해명과 소명을 한 것이란다. 검찰 조사 때는 법정에서 진실을 밝힌다며 묵비권을 행사하다가 법정에서는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르겠다던 이가 입을 연 것이다. 정확히 기록하고 해명과 소명을 한다 했음에도, 적어도 사모펀드에 관한 책의 내용은 불리한 사실의 누락과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선 책에서 검찰은 압수수색 이후 내가 사모펀드에 관여하지 않았음을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조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다음과 같이 적시돼 있다. 피고인 조국은 2015. 12. 하순경 피고인 정경심의 요청에 따라 본인 명의 OO은행 계좌에서 8천500만원을 송금해 줬고, 그 무렵 피고인 정경심의 위와 같은 조범동에 대한 투자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이다. 여기 8천500만원은 코링크PE 설립 자본금 1억원 중 85%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과거 출처를 두고 익성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검찰이 그 출처를 명확히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정에서 조국 전 장관 측 변호인도 반론은 없었다. 또 책에서 2019년 9월26일에는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김경률 회계사가 페이스북에서 사모펀드 관련 업체들로부터 빼돌려진 돈 수십억원이 정경심 교수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조국펀드에서 사라진 15억원의 행방이 묘연한데, 조국도 몰랐을 리 없다 등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다는 내용이 있다. 아쉽게도 이 역시 사실과 무관한 것으로 필자는 2019년 9월26일에 그와 같은 내용을 페이스북에서 언급한 바 없다. 다만 빼돌려진 돈 사라진 자금을 이야기하는바, 이는 다음과 같은 사건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된다. 애초 조국 전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씨가 블루펀드에 투자한 자금이 웰스씨앤티에 투자되자마자 하루 만에 13억원을 2차전지 업체 IFM의 전환사채(CB) 매입에 쓴다. 2017년 6월 설립된 IFM은 당시 아무 실적도 없는 자본금 1억원의 소기업이다. 4개월 뒤 CB 인수계약을 해지한 웰스씨앤티는 13억원을 돌려받자마자 코링크PE 투자금(10억원) 상환에 썼고, 코링크PE는 다시 이 돈을 2017년 11월 WFM 경영권을 인수하는 데 쓴다. 이는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으며, 여러 증빙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처럼 애초 웰스씨앤티에 투자된 돈이 되돌려지는 일련의 과정은 허위 약정서 등으로 가능했고, 결과적으로 되돌려진 조국 전 장관 일가의 투자금은 은폐된 채로 상장사 WFM 주식을 취득하는 데 쓰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장주식 WFM 주식을 군산 공장 가동 등 호재성 정보로 인해 주가가 상승할 것이니, 실물 주식을 사라는 우씨로부터 권유를 받고 소유자가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즉 차명 형태로 WFM 실물 주식 12만주를 취득하기도 했다. 자본시장 주변에서는 이와 같은 실물주식을 이용한 매매 혹은 저당 행위를 저급한 행태로 파악한다. 이 같은 상황에도 조국 전 장관은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는 등 변명을 일삼고 있다. 이에 대해 앞서 실물 주식 구매를 권유했던 우씨가 상장사 WFM 주식 53억원 어치를 무상으로 코링크PE에 증여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코링크PE를 운영한 조범동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나이트클럽, 카센터, 주유소 등을 전전하다 신용불량 상태였다. 일상적인 영역에서 신용불량자에게 수십억원 상당의 상장사 주식을 증여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조 전 장관에게 묻고 싶다. 우씨는 이와 같은 사례뿐 아니라 금전적 편익을 제공하는 경우가 여러 차례 또 있었다. 지난해 이후 4차례의 좌천을 겪은 한동훈 검사의 다음과 같은 말로 글을 마무리 짓는다. 조 전 장관은 권력 비리가 아니라고 강변하는데 권력이 총동원돼 권력자 조국에 대한 수사를 막고 검찰에 보복한 것이 권력 비리가 아니면 뭔가. 조국 사태에서 비리를 저지른 것 보다 나쁜 것은 권력으로 비리를 옹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리를 저지르는 건 룰(rule)을 어기는 것일 뿐이지만, 권력으로 비리를 옹호하는 것은 룰을 파괴하는 것이다. 규칙이 무너지고 파괴된 그 피해는 권력자가 아닌 국민이 본다. 김경율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김경율의 세상 돋보기] 김부겸 총리 후보 ‘라임 펀드’ 의혹, 괜찮은가?

지난달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정세균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명했다. 유영민 비서실장은 김부겸 후보자에 대해 정치와 사회 현장에서 공존과 상생의 리더십을 실천해 온 4선 국회의원 출신의 통합형 정치인이라며 코로나19 극복, 부동산 부패 청산,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전 부처를 아우르는 노련한 국정 운영을 통해 일상을 되찾고, 경제를 회복하며, 격차를 줄이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헌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김부겸 후보의 지명과 관련 공존, 상생, 통합 등 흔한 문재인 정부의 레토릭보다 먼저 떠오른 것이 있었으니 바로 라임 펀드였다. 라임, 김부겸 사위 가족 맞춤형 특혜 펀드 만들어줬다-헤럴드경제 2020년 11월 5일자 제하의 보도로는 대신증권과 라임자산운용이 다른 펀드와 비교해 판매보수, 환매 방법 등에 있어 과도한 특혜를 준 비공개 펀드 테티스 11호 가입자 6명 중 4명이 김부겸 후보의 딸과 사위, 외손자손녀 등 일가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1명의 가입자는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다. 사실상 김 전 장관 사위 가족만 가입한, 맞춤형 상품인 셈이다. 나아가 테티스11호 펀드는 비공개 특혜 펀드로 펀드 운용자인 이종필 부사장이 가입해 별도로 관리했다. 다른 펀드는 매월 20일 하루만 환매가 가능하고 환매 신청 후 결제까지 한 달이 걸리지만, 테티스11호 펀드는 환매가 매일 가능했으며 환매 신청 후 4일 만에 고객에게 입금됐다. 가입자가 부담하는 환매수수료, 성과보수는 모두 0%로 설정됐다. 테티스11호 펀드는 2019년 4월18일 총 설정액 367억원으로 설정됐다. 실제 라임 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한 2019년 6월3일부터 환매에 들어가 275억원이 빠져나갔다. 이후 나머지 92억원에 대한 환매 청구에 대해 다른 일반인 펀드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거절됐다. 그럼에도, 다른 투자자들이 환매중단 등으로 말미암아 고통을 겪었던 것에 비하면 해당 펀드에 취해진 조처가 특혜였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라임 펀드가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이런 이유 뿐만은 아니다. 라임 펀드와 관련해 그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폭로한 라임 리스트가 정치권을 비롯한 세간을 뜨겁게 했다. 실제 리스트에 올랐던 인물 중 이상호는 금품수수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그리고 함께 그 이름이 있었던 김영춘 전 의원과 기동민 의원의 경우 실제로 형이 돈을 줬다고 그때 그거. 형은 2억5천 줬으니까. 누구냐면 부산. 그 해수부 장관 김영춘이야. 그때 울산에서 김영춘한테 직접 형이랑 가서 돈 주고 왔단 말이야, 기동민이한테는 두 차례에 걸쳐서 거의 억대 갔어. 한 세 차례 갔겠구나. 그 선거할 때라고 김봉현 전 회장이 말한 녹취록이 나왔다. 물론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김 전 사무총장은 허위 주장이다. 김 전 회장과 이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작년 11월3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김 전 회장으로부터의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되자 김봉현이라는 사람을 모르며 돈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기동민 의원 역시 2016년 총선 전후 김 전 회장으로부터 양복을 받았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라임 사태는 1조6천억원대의 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사건으로, 라임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는 14개 상장사의 경우 2017년부터 3개년 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등으로 인한 자금 유입액이 1조원을 넘김에도 불구하고 유무형자산에의 설비투자액이 1천억원에도 못 미칠 뿐 아니라, 같은 기간에 고용은 감소했다. 한 마디로 자금의 행방이 묘연한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은 금융사기 사건의 경우 엉킨 실타래는 자금 흐름의 행방을 쫓는 것이 시작과 끝임에도 이 정부 들어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폐지하는 등 자칫 덮는 데만 열중하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는 평등, 공정, 정의 따위 관심도 의지도 없는 수사를 주워 삼킬 것이 아니라,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라임, 옵티머스 펀드 등 굵직한 금융사기 사건의 자금흐름을 밝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묻는다. 김부겸 후보 가족의 맞춤형 특혜 펀드 의혹, 괜찮은가?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김경율의 세상 돋보기] 의심 없는 믿음은 악마

우린 모두 여러 가지 색깔로 이루어진 누더기, 헐겁고 느슨하게 연결되어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펄럭인다. 그러므로 우리와 우리 자신 사이에도, 우리와 다른 사람들 사이만큼이나 많은 다양성이 존재한다.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인용된 몽테뉴 수상록의 일부이다. 읽는 이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으나, 나는 이 문장을 인간의 불완전함과 그로 말미암은 타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으로 읽었다. 오랜 시간 우리 인간은 완전무결함, 절대성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삶과 자연은 일견 완전무결해 보이는 절대 강자도 한낱 스쳐 가는 바람에 허물어지는 것임을 보여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스스로 최고 절대자라 일컫는 세력이 미치는 해악은 아직도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완전무결한 절대자인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은 절멸되어야 하는 악이라는 이유로 무자비한 탄압을 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권력이 압도적 지지와 물리력을 바탕으로 지배자로 한때 군림할 수 있었지만, 바로 같은 이유로 처참한 말로를 맞았다. 움베르토 에코의 첫 소설 장미의 이름 역시 나는 그렇게 읽었다. 절대자 혹은 절대적 믿음을 향한 인간의 욕구, 결국은 그로 말미암은 개별 인간의 파멸. 소설 속에서 에코는 이를 의심 없는 믿음은 악마라고 표현했다. 내가 이 글에서 몽테뉴와 움베르토 에코를 소환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의심 없는 믿음을 가진 집단을 이곳에 끌어내기 위해서다. 맞다 독자께서 연상하셨듯이 문재인 정부이다. 지난해 8월 윤도한 전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를 떠나며 이 안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결과, 문재인 정부는 그 어느 정부보다 깨끗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정부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민주정부의 전형이자 모범이라며 급기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권력형 비리는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전형적인 신앙고백이다. 절대자를 향한 찬양과 무오류성에 대한 예찬이다. 이들은 스스로가 믿었던 것처럼 완벽했을까? 먼저 청와대 내부뿐만 아니라 공직사회 전반의 기강을 다룬다는 민정수석실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조국 전 민정수석은 2019년 말 불구속기소 되었던바 적용된 죄명은 뇌물수수와 부정청탁금지법공직자윤리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업무방해위조공문서행사허위작성공문서행사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증거위조교사증거은닉교사 등 11개에 달한다. 그의 배우자와 동생 5촌 조카, 아들딸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더 언급하지 말자. 최강욱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허위 인턴증명서를 주고도 지난해 415 총선 후보자 시절 조 전 장관 아들이 실제 인턴을 했다라는 취지로 허위 발언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1심이 진행 중이고 지난해 4월 페이스북에 편지와 녹취록상 채널A 기자 발언 요지라는 제목으로 허위사실이 담긴 글을 올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오는 9일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민정수석실에 머무르는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또 어떤가. 조선일보 4월 1일 보도로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금 의혹,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관련 보고서 작성 의혹 및 신현수 전 민정수석 패싱 개입 의혹 총 네 가지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옵티머스 펀드 관련 무자본 인수합병의 핵심 역할을 한 인물로 추정되는 이를 무려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끌어들인 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상황이 이럴진대, 민정수석실이라는 이름은 범죄의 온상이라 이름 붙여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청와대는 직제상 당연히 있어야 할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대통령 취임 이래 내내 공석인 채로 비웠다. 끝끝내 자신들은 완전하다고 믿어서였을까? 인간은 유한하고 따라서 불완전하며, 자칫 절대적인 것을 찾겠다는 혹은 찾았다는 것은 헛된 꿈이자 본인과 주변을 나아가 사회 전체를 망가뜨린다. 김경율 회계사ㆍ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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