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 진화를 꿈꾸다]<上>기부의 기본 개념과 현주소ㆍ문제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등 세계적 거부(巨富)들이 자신의 막대한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기보다 기부하기를 원한다. 이들의 기부는 요즘 배임, 증여 문제로 언론을 뜨겁게 달구는 우리나라의 일부 재벌들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각종 사회복지단체 등을 통해 기부가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기부 문화는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본보는 3차례에 걸쳐 기부문화의 진화를 꿈꾸다를 주제로 기부의 기본 개념과 현주소, 문제점에 대해 짚어보고 기부문화 정착 사례를 통해 기부문화 활성화 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대한민국 기부, 가나에 이어 45위 시민사회의 성장과 함께 기부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오늘날 기부문화는 한 나라의 시민의식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로 자리 잡았다. 기부는 세금이나 경제활동과 같이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옛 선조의 상부상조 정신을 바탕으로 한 두레, 향약, 계, 품앗이 등을 통해 나눔의 문화를 형성해왔고 현대에 와서도 그 형태를 달리하며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더이상 기부는 연말에만 국한된 행사가 아니다. 경제 성장으로 국민의 인식변화를 통한 기부문화 확산을 가져왔고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세이브 칠드런 등 여러 크고 작은 비영리조직들이 생겨나 기부활동을 왕성하게 펼치며 기부문화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기부 참가율이 종교단체에 대한 기부를 포함해 60%대에 머물고 있어 기부선진국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아직은 기부에 대한 사회적 참여가 정착되고 있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사회조사의 사회참여 부문 중 기부ㆍ자원봉사에 대해 조사된 세계 기부 지수(World Giving Index) 국가별 기부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1위부터 오스트레일리아, 아일랜드, 캐나다, 뉴질랜드, 미국,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영국, 파라과이, 덴마크 순으로 집계됐다.(세계 기부 지수 출처 Charities Aid Foundation 2012 자료) 자선단체에 금전적인 기부를 한 적이 있는가, 자선단체에 시간을 들여 도움을 준 적이 있는가, 모르는 사람을 도와준 적이 있는가 의 3가지 요소로 집계된 이 통계에서 대한민국은 가나에 이어 45위에 그쳤다. ■소액 정기 기부자 많아져야 기부문화가 정착되려면 기부금액 또는 기부참가율도 중요하지만 소액이라도 정기적으로 꾸준히 기부하는 구성원들이 많아져야 한다. 사회복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부자의 30% 정도만이 단발성 기부에서 멈추지 않고 정기적인 기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기부는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일부 소수의 전유물로 한정된 개념이 아닌 비가시적인 기부로서 포괄적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개인기부, 소액기부가 확산 돼가면서 우리나라도 선진국형 기부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부문화는 한 사회 구성원들이 나눔에 대한 인식, 행동 그리고 상호작용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들의 나눔 행위가 사회적 가치로서의 보편성을 지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나눔 행위가 외부의 권력이나 압력에 의해 조작적, 일시적, 강압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가치 판단에 의해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보편적 사고와 행위라 할 수 있다. 또한 기부문화는 구성원들이 사회적 가치로서 모든 구성원들에 공감과 교육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산해가는 사회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흔히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이나 유럽 등의 국민은 의무가 아닌 자발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매달, 매년씩 정기적으로 기부하는데 이런 기부가 익숙하게 퍼져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는 게 기부문화인 셈이다. ■재능기부 문화 확산 필요 기부의 형태는 기부대상물 가치의 크고 적음에 따라 거액기부와 소액기부로 나눌 수도 있고 기부주체에 따라 구분될 수도 있다. 또한, 기부하는 재화가 금전이나 물적 재화인지 무형의 지적 재능인지에 따라서도 구분할 수 있다. 특히 오늘날 기부문화는 물적인 기부에서 재능기부로, 기업위주의 큰 기부에서 개개인의 소액 다수 기부로 변화해가고 있다. 서울시 구로동에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나눔부가 현재 진행 중인 재능나눔버스 사업 역시 기부활동 중 재능기부의 일환이다. 예술가가 문화적으로 소외된 농촌, 군사경계지역 등 특수상황지역을 직접 방문해 그 지역 아이들에게 재능기부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 외에도 직원들은 정기후원대상자를 선정해 영재 아동을 후원하는 등 예술문화를 통한 기부문화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나눔부 김재중 부장은 기부에는 금전기부, 재능기부 등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기부라는 큰 맥은 함께하고 있다 며 예술나눔활동 역시 다른 기부활동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기부문화 정착에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보성 기부에 그치는 현실 우리 사회가 기부에 대해 인식하는 특징적 요소 중 하나는 기부의 지속성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기부를 일회에 한해 그 시기와 대상을 한정하는 특징이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인식은 특히 계절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연말연시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 대상도 불우이웃이나 양로원, 아동시설에 한정돼 나타나고 있다. 또한 기부행위가 일상생활에 자리 잡고 있기보다는 매우 특수한 행위로 인식하고, 기부를 하는 사람들이나 주체는 특수한 지위나 입장에 놓인 사람이나 조직이 해야 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그로 인해 개인 기부행위는 적어지고 기업이나 재벌들 위주의 기부가 형성돼 기부주체가 극히 제한적이다. 기부는 반드시 돈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매우 단순한 인식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기부행위를 하더라도 얼마의 돈을 어느 시설에 기부했다는 식의 홍보는 기부대상물을 돈으로 한정하도록 야기시킨다. 기부단위에 대한 몰가치성은 기부가치의 크고 작음에 따른 사회적 인식을 표현하는 데 유용한 개념으로 우리 사회는 큰 기부 즉, 큰 금액의 기부에 대해서는 중요시하고 작은 수많은 형태의 기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기부행위로 인해 모금된 물적 재화에 대한 관리와 운영의 측면에서 투명하지 못한 부분도 기부문화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경기지역 한 사회복지단체 관계자는 그 기부의 영향은 소액 다수의 기부가 사회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큼에도 기부단위에 대한 몰가치성으로 인해 기부문화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기부운영단체의 기부금액에 대한 용처의 불명확성이나 횡령 등의 사건은 고질적인 기부문화 발전 저해요소라고 말했다. 박준상기자 parkjs@kyeonggi.com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역사ㆍ문화체험 스마트하게 떠나요~

역사와 문화유산은 아이들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소재다. 역사를 어렵게만 생각하는 아이들을 위해 유적지나 문화재를 찾아 답사여행을 떠나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계획없이 떠난 답사여행은 아까운 시간과 비용만 낭비 할 뿐이다. 이에 교과서 위주의 획일적인 교육에서 탈피해 현장체험식 교육을 선도하는 단체가 있다. 제 2의 학교, 방과후 학교라 불리는 대안학교가 바로 그곳이다. 대안학교는 공교육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만들어진 학교로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기 어려운 학생, 학업을 중단한 학생, 개인 특성에 맞는 교육을 받기 원하는 학생 등에게 체험학습적성교육진로지도 등 다양한 교육내용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학교를 말한다. 수원지기학교 등 대안학교에서 책으로만 보던 문화재나 유적지를 직접 찾아가 피부로 느끼며 체험하며 학습할 수 있는 현장체험 프로그램과 적성 및 진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초ㆍ중ㆍ고등생을 대상으로 문화 체험학습을 운영하는 수원지기학교의 도움을 받아 효과적인 문화 현장체험학습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효과적인 교육 위해서는 주제를 선정해 집중답사 한꺼번에 너무 많은 유적지나 문화유산을 선정해 순회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하다. 정해진 주제가 없이 여기저기 답사하기 바쁜 체험학습은 아이들에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한가지 주제를 선정해 주제에 맞는 지역을 한 두곳정도만 답사하는 게 훨씬 교육에 도움이 된다. 주제를 선정함에 있어서도 학부모의 의견보다는 아이들이 궁금해하고 가고 싶어하는 곳을 답사지로 선택해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답사 전 사전정보수집은 필수, 답사 후 답사일지 작성 꼭 해야 찾아가고자 하는 문화재나 유적지에 대해 미리 학습함으로써 빠른 이해를 돕고 현장을 찾았을 때 아이들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답사 후에는 반드시 답사일지를 작성하도록 해 다시한번 기억을 되새김으로써 답사지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더 쉽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학습을 공부로 생각하지 않도록 현장중심 체험학습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이들이 현장학습을 공부라고 인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답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는게 현장학습의 목표이기 때문에 맹목적인 지식주입식 현장체험은 하나마나다.아이들이 공부라고 인식하지 않게 하기위해서는 지역특산물이나 음식 찾기, 사진촬영 등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흥미를 끌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한다. 수원지기학교 신영주 교장은 현장이야말로 가장 큰 학교이자 훌륭한 교과서다라며 체험학습은 유적지나 문화유산을 직접 만지고 느낌으로써 학습효과를 증대시키고 나아가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킬 수 있는 효과적인 교육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박준상기자 parkjs@kyeonggi.com

[나들이 가는 날]화성시 ‘융ㆍ건릉’

틀에 박힌 평면적 교육방식보다는 아이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장체험식 교육을 선택하는 가족이 늘고 있다. 아이들의 역사학습은 물론 나즈막한 숲길을 거닐며 마음을 정화하고 옛 선조의 효심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화성시 융ㆍ건릉이 바로 그곳.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푸른 자연 속 문화답사공간 융ㆍ건릉으로 떠나보자. ■융ㆍ건릉(http://hwaseong.cha.go.kr) 융릉 건립은 정조의 오랜 꿈이었다. 11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며 살아남기 위해 누구보다 강해져야 했고 그래서 더 외로웠을 것이다. 왕의 자리에 오른 후에도 13년을 심사숙고하여 충분한 명분을 만든 후 양주 배봉산의 습하고 초라한 묘를 당대 명당으로 이름난 수원부의 화산으로 이장한다. 현륭원으로 승격시키고 보란 듯이 최대한 화려하게 꾸몄다. 능의 봉분은 연꽃 문양의 병풍석으로 감싸고 뒤쪽에는 3면의 곡장을 둘렀다. 문인석, 무인석, 망주석 등 석물의 조각 기법도 사실적인 새로운 양식으로 세워졌다. 조선시대 어느 능원보다 창의적이고 아름다워 19세기 이후 능 석물 양식에 큰 영향을 주었다. 정조는 죽어서 나마 효도하겠다며 아버지 발채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실제로 정조의 건릉은 융릉 바로 아래에 21년간 자리하다가 부인 효의왕후 김씨가 사망한 후 지금의 건릉 자리로 합장하여 옮겨졌다. 입장료 : 만 25세 ~ 64세 1천원 운영시간 : 09: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 경기도 화성시 안녕동 산1-1 전화 : 031-222-0142 기타 자세한 사항은 경기관광공사 홈페이지(http://www.ggtour.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준상기자 parkjs@kyeonggi.com

아이들이 직접 문화유적 찾아가 경험… 창의력 쑥쑥

수원 영통소재 대안학교 수원지기학교는 스스로를 마음이 자라는 길 위의 학교 라고 지칭한다. 지난 2005년 10월17일 개교한 수원지기학교는 아이들의 역사학습과 더불어 정신건강과 올바른 인성함양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학부모들이 모여 만들어진 교육공동체다. 학부모라고 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잠재적 인력을 뽑아내 일정기간의 교육과 강사양성과정을 거쳐 대안학교의 교사로 거듭난다. 지기학교는 아이들이 직접 문화유산이나 유적지를 찾아가 체험 학습을 통해 문화유산에 보다 쉽게 접근하고 이해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문화재나 유적지를 아이들이 직접 몸으로 느끼고 경험함으로써 문화재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지고 문화재를 보는 안목도 함께 기를 수 있다. 지기학교는 크게 초ㆍ중ㆍ고등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습교육과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학습교육으로 나뉜다. 1년단위로 운영되며 매년 입학식과 졸업식이 진행된다. 담임선생님도 따로 지정된다. 초등생반과 중,고등생반으로 구성되며 1년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졸업을 하게 된다. 다시 1년의 교육과정을 재신청 할 수 있다. 성인반의 경우 역사나 문화재에 관심이 있어 참가하는 인원도 많지만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가 성인교육을 통해 아이의 교육적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참여한다. 수원지기학교 신영주 교장은 지기학교는 문화체험을 통해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되고 역사를 통해서 타인을 삶을 맹목적으로 ?는게 아니라 자신의 삶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것을 찾아가는 곳이다라며 보다 많은 청소년들에게 그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지기학교 활동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의 031-205-3055. 박준상기자 parkjs@kyeonggi.com

[그림 읽어주는 남자]정동석의 ‘통일로’

정전협정 60년이다. 우리는 반세기 이상 분단체제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그러므로 가장 뜨거운 시대의 계절일지 모른다. 통일을 향한 국민적 열망이 없는 것은 아니나 통일을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무언가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든다. 1983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아니 정전협정 30년이던 그 해에 온전히 이 땅의 풍경이 되지 못한 분단 풍경을 촬영한 사진가가 있었다. 정동석이 바로 그다. 그가 반反풍경 시리즈를 시작했던 1983년은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의 현상이 한국사회를 자본주의 사회구조로 빠르게 변모시키고 있던 때다. 그래서 그로 인한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도 만만찮았다. 1979년에 발기하고 1980년 10월에 창립한 미술동인 현실과 발언(현발)은 그런 사회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거나 또는 비판적으로 그리려 애썼다. 그들이 추구했던 실천미학은 예술은 현실을 반영한다는 현실주의 미학에서 비롯되었다. 정동석은 현발의 유일한 사진작가였고 그도 또한 그런 현실주의 미학을 추구했다. 그는 현발에 참여하면서부터 반反풍경 작업을 시작했다. 통일로는 반풍경 연작 중 한 작품이다. 그것은 무척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2013년의 현재 상황도 DMZ 사진작업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진가 이시우가 강화고려산 미군통신시설을 찍은 사진 작품으로 국가보안법에 걸려 재판을 받아야 했던 2007년의 일을 생각하면, 그것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 생각된다. 그런 위험요소를 고려해서 정동석의 <반反풍경> 작품들은 들여다보면 무언가 보이기 시작한다. 우선 그의 사진들에서는 철책의 총구나 긴장감 따위를 감지하기 힘들다. 어딘지 모르게 철책의 풍경들은 어눌하고 비현실적이며 느릿느릿하다. 시간은 때때로 황량하게 메말라서 거친 샛바람이 아니어도 길가를 뒹군다. 철책이 그어 놓은 대지의 선을 따라 한없이 따라가다 보면 언 듯 무연한 풍경 속으로 몽롱하게 빨려 들어가 버릴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사뭇 몽상적이기까지 한 이 풍경의 질감은 그래서 선禪의 여울같은 그 무엇이다. DMZ를 두고 이 얼마나 황당하고 무례한 언사인가! 그는 이 땅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분단의 고통과 통일의 간절함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바로 그것이 작업의 출발점이었다. 분단 이후, 반세기 동안 우리 국토의 동쪽 서쪽 남쪽 그리고 북쪽의 DMZ, 즉 네 개의 면은 숨 막히는 대치공간이었다. 그의 사진이 표상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말한다. 맞닿아 있는 하늘, 땅, 우두커니 서 있는 철책, 요즈음 난 이것들의 무심(無心)에 눈물이 난다고. 김종길 미술평론가ㆍ경기문화재단 기획팀

[경기도문화원의 시대공감]19. 동두천문화원 ‘2013년 백중상머슴 놀이 한마당’

내가 태어나 자란 골목은 리틀 시카고라 불렸다. 미군들이 지은 그 이름은 마피아와 갱단이 활약하던 범죄의 도시 시카고에서 따온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여러 가지 색깔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 노란색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 빨간색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 파란색 눈동자를 가진 사람, 회색 눈동자를 가진 사람, 갈색 얼굴을 가진 사람, 검정색 얼굴을 가진 사람 그 사람들이 모두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면 꼭 무지개가 뜨는 것 같았다. 그 골목은 갖가지 색깔을 품고서 오십 년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_정한아의 리틀 시카고 본문에서 1962년 기지촌의 대명사 동두천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중의 한 대목이다. 소설 속 동두천과 소설 밖 동두천은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다. 동두천 전체 면적의 42%( 3천960만㎡)가 미군 공여지다. 이는 여의도의 14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사실상 임야를 빼면 개발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못살던 시절에는 미군으로 인해 잠시 호황을 누리기도 있었으나 62년간 동두천 지역민들은 국가안보라는 명분 때문에 커다란 상처를 받았고,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동안 정체되는 등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도시가 됐다. 재정자립도도 19%에 불과해 경기도내 31개 시ㆍ군 중에 꼴지다. 더욱이 제조업 시설이나 상권이 미약해 고용률은 전국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이러한 열악한 지역경제가 동두천은 문화 불모지라는 낙인을 더욱 깊게 파이도록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동두천시가 기지촌의 오명을 벗고 문화도시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동두천문화원(원장 안민규)이다. 동두천문화원이 지역문화를 활성화시키고 문화 불모지 낙인을 벗기 위해 시작한 것이 동두천 백중상머슴 놀이 한마당이다. 백중놀이는 음력으로 7월15일 백중일(伯中日)에 행해지던 놀이를 지칭하는 것으로 예로부터 우리나라 농촌에서는 전통적으로 백중을 명절로 여겨 가정에서는 차례를 모시기도 하고, 또 마을에 따라서는 동제를 모시기도 했다. 특히 김매기를 끝낸 농사집에서 머슴들의 힘든 노동의 서글픔을 달래기 위해 푸짐한 음식을 차려놓고 노래와 춤 민속놀이를 즐기며 하루를 보냈다. 이러한 백중놀이의 취지를 살려 동두천문화원은 지난 2007년, 2008년 백중상머슴놀이 한마당을 2년 연속 개최했다. 그러나 예산상의 어려움으로 행사는 중단되고 말았다. 안민규 원장과 문화원 직원들은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시 지원이 중단됐더라도 행사를 방문했던 시민들의 행복한 표정과 감사인사를 받고 이 행사를 반드시 개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예산이 없다고 해서 마냥 손놓고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2012년 경기문화재단 우리동네예술프로젝트(커뮤니티 예술 진흥을 위해 31개 시군에서 활동하는 예술단체가 동네와 마을에서 추구하는 예술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사업)에 공모했다. 동두천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사라져가는 백중제의 원형의 기틀을 마련하고 재현보존에 힘써온 동두천문화원의 노력으로 공모사업에 선정돼 사업비를 지원받게 됐다. 이로써 3년동안 중단됐던 동두천 백중상머슴 놀이 한마당 다시 태어나게 된 것. 2013 동두천 백중상머슴 놀이 한마당은 오는 31일 오후 2시 시민공원 야외무대(동두천시 지행동 691)에서 펼쳐진다. 행사는 ▲전통음식먹거리마당(연포국, 누룩술, 두부, 빈대떡) ▲전통민속 문화체험(가훈 써주기, 노끈공예, 한지공예, 투호놀이, 떡메치기) ▲흥겨운 전통문화공연(우리가락한마당, 송서율창, 풍물놀이) 등 먹고, 만들고, 즐길 수 있는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특히 전통음식먹거리 코너에서는 두부나 무ㆍ고기 등을 넣고 끓이는 맑은 장국인 연포국을 맛볼 수 있다. 동두천에 거주하는 90세의 어르신의 고증을 통해 준비하는 연포국은 세련된 맛은 아니지만 시골에서 할머니가 끓여주던 투박한 토속적인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이 모든 먹거리와 체험이 다 무료로 진행되다 보니 지난해 행사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동두천 백중상머슴 놀이 한마당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백중 상머슴선발대회다. 20kg 가마니 메고 달리기(남), 새끼 꼬기(남여), 물동이 이고 달리기(여) 3개 종목이 개최되며, 현장 신청도 가능하다. 안민규 원장은 동두천시는 지난 2008년 신시가지 조성 이후 7만 명의 인구에서 9만6천여 명으로 증가한 이후 현재 정체된 상태로 10만 명이 채 안 된다며 국가안보라는 명분아래 60여년간 희생해 왔던 동두천시민들이 겪어야 했던 헬기와 탱크의 굉음, 미군들의 잦은 군사훈련 등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 원장은 우리 조상들이 백중 하루만큼은 즐겁게 여흥을 즐겼던 것처럼 동두천시민들이 잠시나마 열심히 일한 머슴과 농군이 되어 2013 동두천 백중상머슴 놀이 한마당을 만끽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문화 불모지에서 어렵게 싹틔운 동두천 백중상머슴 놀이 한마당이 경기문화재단의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으로 동두천시를 대표하는 문화사업으로 성장해가길 기대해본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풍속화 속 풀짚민속품 찾아라” 광주 풀짚공예박물관 이색전시ㆍ교육프로그램 풍성

풀짚공예박물관(관장 전성임)이 풍성한 가을을 앞두고 2013 경기도ㆍ광주시 지원사업으로 이색적인 전시와 재미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우선 27일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 풀 짚공예와 조선 풍속화展-풍속화로 보는 풀 짚공예 문화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조선의 풍속화가로 당대를 풍미한 김홍도의 작품 단원풍속화첩(檀園風俗?帖)에서 농사, 가사, 상업, 식생활과 관련된 작품을 발췌해 풍속화 속 풀짚공예품을 실제로 선보이는 특이한 자리다. 김홍도의 풍속화와 연계된 유물과 사진ㆍ엽서를 비교 감상하도록 구성해 풍속화 속에 나타난 풀짚공예 민속품을 실제로 접하면서 잊혀져가는 풀짚문화를 재현한다. 이와 함께 교육 프로그램 옛 그림 속 풀 짚공예 이야기도 오는 10월 31일까지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 조상들의 생활 모습을 잘 표현해 놓은 풍속화 속 민속품을 실물과 비교해 보고, 풍속화 속의 사람들처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전성임 관장은 풀짚공예박물관은 풀짚공예가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는 창조적인 공예 예술분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연구와 전시, 교육활동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며, 이번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민과 학생들이 우리의 풀짚문화를 이해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에 있는 풀짚공예박물관은 조상들의 솜씨로 만들어진 풀짚 민속 생활용구와 공예품을 수집하고 보존, 연구, 전시하기 위해 설립된 전문박물관이다. 풀짚공예박물관 홈페이지(www.pulzip.com), 매주 월요일 휴관. 문의(070)4655-4538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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