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오는 27일 전국의 1만5천명의 조합원을 동원해서 고속도로 상경시위와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고 한다. 여기에 민주노총이 가세해서 6월 달로 예정했던 촛불시위를 앞당기기로 했다는 얘기도 함께 들려온다. 만약에 이들의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우리는 또 한 차례 물류대란과 함께,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물류란 본래 물적유통(物的流通)을 줄인 말로서 30~40년 전까지만 해도 특별하게 관심을 끌지는 못했던 부문이다.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 이르는 유통조직(도매상, 소매상, 대리점, 중개상, 무역업 등)의 거래관계, 즉 상품의 거래이전(商的流通)에 부수된, 물품의 이동 및 보관 과정이었을 뿐이다. 운송업, 창고업, 하역업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물류는 경쟁력 강화에 없어서는 아니 될 가장 중요한 핵심부문으로 부각됐다. 그래서 이제는 정부조직에 물류를 다루는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각 대학들이 다투어서 물류전공을 만들어서 전문가들을 키워 내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이미 ‘동북아 물류중심기지’라든지, ‘컨테이너 터미널’ ‘내륙화물터미널’ ‘물류센터’ 등의 캐치프레이즈나 명칭에 익숙해진 지 오래됐고, 이런 물류부문에서의 위상확보가 우리 경제가 이룩해야 할 과제의 하나라는 사실에도 동의하는 정도가 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뜨거웠던 대선공약인 대운하 건설도 기본적으로는 이런 물류의 원활화에 명분을 둔 것이고, 이것이 선거에 먹혀들 것이라고 판단했음은 다시 말할 나위도 없다. 물류가 이처럼 큰 비중을 가지게 된 것은 경쟁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량생산, 대량판매, 대량소비 시대가 열리면서 기업 간의 경쟁이 더욱 격화됐고, 특히 WTO(세계무역기구)의 출범으로 대표되는 시장의 글로벌화가 가져 온 무한경쟁시대를 맞아서 물류관리 내지 현대화가 절대적인 경쟁력 강화 요소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어찌됐던 이젠 물류부문에서 뒤진다는 것은 곧 국제경쟁력에서 뒤진다는 얘기가 됐고. 이런 여건변화가 그동안 약자의 편에 있었던 개인화물업자들을 결속시켜 단체행동에 나서게 만들었고, 또 이것이 효과를 보면서 화물연대는 걸핏하면 파업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지경에 까지 왔다. 우리는 지난 2003년, 2005년, 그리고 2008년, 2~3년 간격으로 혹독한 물류대란을 겪었다. 또한 그로 인한 수출입, 한국의 이미지 추락, 하역기지 상실, 그리고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심각했던 지도 경험한 바 있다. 그런데 꼭 1년 만에 또 다시 화물연대의 파업을 겪어야 할 판국이 됐다. 우려되는 바는 바로 이점이다. 물류대란이 연례행사화 되는 것이 걱정스럽고, 그렇게 되도록 임시 봉합에만 매달리는 당국의 태도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번 화물연대의 단체행동은 명분으로도 지난 세 차례에 비해 크게 빈약하다. 지난번 경우는 그런대로 공감할 수 있는 구조적 요인이라든지, 유가의 급상승에 대한 대책촉구 등이었지만, 이번엔 대한통운 한 개 회사의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정부도 기업도, 그리고 국민가계도 모두가 힘을 합해서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지난 3월부터는 그런대로 수출물량이 조금씩 늘어나 경기에 대한 희망을 키워가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물류대란이 일어난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해서 얻어내는 것에 비해, 그들이 만드는 물류대란 때문에 생길 손실을 따져 볼 때 이번 파업이 국민의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부가 파업에 대비한 군 수송력 투입 등 대책을 강구하고, 불법시위 등에 대한 엄벌방침을 천명하고 있긴 하나, 이 또한 지난 파업의 경우에도 늘 있어왔던 대책들이다. 파업 당사자들을 적극적인 대화로 설득하고, 불법파업에 대한 단호한 대응 등 실천적으로 보여 줄 의지가 있어야 한다. 모처럼 돋아나기 시작한 회복의 새싹을 짓밟는 잘못이 있어선 아니된다. 걸핏하면 집단행동으로 나서는 화물연대의 불법파업도 이제는 지양돼야 한다.
오피니언
조장호 경영학 박사·前 한라대 총장
2009-05-1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