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부는 2012년까지 4년 간 3조3천억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의 지역문화발전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전국 방방곡곡 문화활동지원 확대, 문화체육 기반시설 확충을 통한 삶의 질 제고, 지역 특성에 맞는 관광자원 개발과 지역경제 활성화, 문화 창조 거점지역 조성을 위한 지역 경쟁력 제고 등 4대 중점과제를 추진한다고 한다. 문화부는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공공 서비스 확대, 신 성장 동력 발굴, 규제 완화, 전문인력 양성을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 방안도 발표 했다. 발표에 의하면 내년도에만 총 1만5천여 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는 5년간 100조원 규모의 지방 살리기 사업, 14조원 규모의 4대강 정비사업과 같은 맥락에서 당면한 경제위기를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돌파 하겠다는 범정부적 의지로 이해된다. 문화예술분야의 뉴딜 정책은 이미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에 의해 성공을 거둔 전례가 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1930년대 대공황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뉴딜정책 일환으로 생계가 막연해진 예술가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한편으로 문화예술을 통한 국민적 사기 재창출 을 공익 차원에서 접근하고 사업추진에 탄력을 부여하는 지도력을 발휘 했다. 루즈벨트 정부는 문화예술 분야 뉴딜정책 담당기관으로 재무성 공공사업촉진국을 제도화 하고, 미술, 연극, 음악, 작가지원 프로젝트를 주도하게 했다. 법률가이면서 경영자의 이력을 가진 화가, 에드워드 브루스(Edward Bruce)를 재무성 미술 분과 과장에 임명, 생계 위협에 직면한 미술가들이 공공사업 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토록하고 1천400개가 넘는 공공예술 지원사업을 수행케 했다. 신축 공공건물 장식을 위해 3천750명의 화가와 조각가가 일자리를 얻어 1만5천600점이 넘는 벽화와 조각 작품을 제작했다. 연방 연극 프로젝트 일환으로 연극단체의 전국적인 순회공연에 1만2천700여명을 고용하여 경제적 어려움과 실업의 고통에 빠져 있는 국민들을 위로하고 위기 극복의 희망을 전파 했다. 음악인들은 공교육 음악프로그램으로 진행한 공연과 예술교육에 종사토록 했다. 현재에도 활발한 연주활동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오클라호마 심포니 오케스트라, 유타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당시 연방 음악 프로젝트의 성공사례들이다. 루즈벨트의 문화예술 분야 뉴딜정책은 예술인의 고용 창출로 시작 된 것이나, 그 성과는 80년이 지난 지금 엄청난 가액으로 평가 되는 공공 건축물의 예술작품으로 남아 있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전국적으로 확장, 지방 소도시 주민들까지 문화예술의 능동적인 수요자로 변화 시켰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오늘날의 공공교육, 공공 레크리에이션, 그리고 공공예술지원이 뉴딜정책의 문화예술분야 프로그램으로부터 기원했다는 사실이다. 1960년대에 이르러 뉴욕예술위원회(NYAC), 연방예술기금(NEA)이 창설되어 문화 예술의 공공재적 가치가 제도적으로 정착된 것도 뉴딜정책으로부터 연유한 것이다. 그래서 루즈벨트의 문화예술 분야 뉴딜 정책은 단순한 예술인 고용 창출이 아니라, ‘예술의 사회적 가치 제고’라는 미국식 문화예술지원의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 된다. 공공문화예술 인프라를 건설하고, 여가시간 선용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 개발과 레크리에이션 전문 인력양성을 중시한 루즈벨트의 문화예술분야 뉴딜정책이 한층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바로 ‘예술의 사회적 가치 제고’라는 철학에 있다.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문화예술 분야 뉴딜정책은 외환위기시의 수익성 논리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바란다. 문화예술의 공익성을 올바로 인식하고, 공공극장, 박물관, 미술관을 대대적으로 확충하는 등,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확산 시키는 획기적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오피니언
이진배 의정부 예술의전당 사장
2008-12-2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