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쉬는’ 청년들이 넘치는 나라

이탈리아 베니스의 한 부부가 부모에 얹혀살고 있는 캥거루족 아들을 집에서 내보내 달라고 법에 호소하고 나섰다.이 부부의 아들은 41살이 되도록 독립하지 않고 노부모에게 온갖 수발을 들게하며 기생했다. 부모는 아들에게 독립할 것을 수차례 설득했으나 꿈쩍도 하지않자 참다못해 가정의 평화를 위해 이탈리아 소비자연맹 아디코(ADICO)에 법적 도움을 청했다. 아버지는 아디코 쪽의 변호사에게 더이상 견딜 수 없다. 아내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고 한탄했다.아들이 번듯한 직업이 있으면서도 집에 들어앉아 부모에게 빨래와 다림질, 식사 준비까지 요구하며, 집에서 나갈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부모의 의뢰를 받은 안드레아 캄프 변호사는 이 아들에게 엿새 안에 집을 떠나지 않으면 법적 조처를 취할 것이란 내용의 경고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쉬었음 인구 200만명 넘어서아디코 쪽은 장성한 자녀가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게 얹혀살면서 갈등을 빚는 사례가 접수된 것만 수백건에 이른다고 했다. 이번에 자녀 퇴거 요청을 한 부부도 최근 다른 부모가 법적 지원을 받아 자녀 축출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디코 쪽에 도움을 청한 것으로 알려졌다.지난해 9월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한 보도 내용이다. 국내 여러 신문에도 실렸다. 캥거루족 때문에 힘겨워 하는 부모들의 한숨이 깊다. 캥거루족은 어미의 배에 붙어있는 주머니에서 6개월 내지 1년을 보내야만 독립할 수 있는 캥거루의 습성을 빗댄 말로,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경제적정신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어쩔 수 없이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아니라, 취업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지않고 부모에게 빌붙어 사는 젊은이들을 가리킨다. 캥거루족의 등장은 심각한 경제난과 취업난, 늦은 결혼 등의 사회적 현상을 간접적으로 반영한다. 최근에는 결혼후 주거비 부담을 덜기위해 부모에게 얹혀 사는 신 캥거루족도 생겨났다. 캥거루족, 이제 주머니서 나와야캥거루족은 니트족으로도 불린다.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한다.보통 15~34세 사이의 취업인구 가운데 교육을 마친 뒤에도 진학이나 취직을 하지 않으면서 직업훈련도 받지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무업자(無業者)라고도 한다. 니트족은 청년실업이 심각해지면서 발생한 사회현상이다.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근로의욕을 상실한 청년실업자들이 니트족이 돼버린 것이다. 심신이 멀쩡한데 일도, 취업 준비도, 집안일도 하지않는 사람이 사상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의 1월 고용 동향을 보면,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데 아무 것도 하지않고 그냥 쉬었다는 사람이 201만5천명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60세 이상 노령층(71만9천명)이 쉬는거야 그럴 수 있다 하겠지만, 한창 일할 젊은 청년들이 쉬는 것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아닐 수 없다.20대 쉬었음 인구는 33만7천명으로 1년 전보다 27.3%(7만2천명) 증가했다. 지난 2010년 10월 이후 전년 동월 대비 15개월째 늘었다. 전체 20대 인구의 5.4%로 20대 스무명중 한명은 무위도식(無爲徒食)한다는 얘기다. 2003년 2.4%였던 20대 인구중 쉬었음 비중은 2010년 3.3%, 지난해 4.2%를 거쳐 올해 5% 대로 높아졌다. 청년층 가운데 졸업 5년 후에도 니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비율은 36.8%로 OECD 국가중 최고 수준이다. 젊은 층의 쉬었음은 일자리를 찾는 의욕조차 잃었다는 의미다. 일하지 않고 교육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니트족, 부모에 기대 사는 캥거루족이 늘어난다는 불길한 징조다. 경제활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사회가 병들고 있다는 신호다. 젊은이들이 놀고 있으면 경제활력 저하, 세수(稅收) 차질, 만혼에 따른 저출산 등 국가적 손실이 커진다. 더 많은 젊은이가 일자리를 포기한 채 무기력증에 빠지기 전에 정부와 기업, 학교, 가정이 적극 나서야 한다.이연섭 논설위원

선심성 공약은 호객행위다

수원팔달의 4선의 남경필 의원은 얼마전 국군 사병 월급을 50만원으로 인상하고, 초중고교생에게 아침급식을 제공하는 것을 새누리당의 411 총선 공약으로 제안했다. 또 수원대구광주 등지의 도심에 위치한 군 공항을 이전하고, 공항 부지에 성장동력 산업단지를 유치할 것도 제의했다. 마치 대통령 선거에 출마라도 하는 양 자신의 지역구보다는, 대한민국을 아우르는 거시적인 공약들이다. 남 의원은 411총선을 향해 뛰고있다. 5선에 도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18대 국회의원으로서 그는 지역주민들에게 약속한 공약을 얼마나 지켰을까.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가 최근 도내 51명의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공약 이행현황을 요청한 결과, 남 의원은 공개를 거부했다.그는 23건의 공약을 내놓았다 하는데 무슨 공약을 얼마나 이행했는지 알 수가 없다. 궁금해 그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봤으나 개편중이라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겠다고 써있을 뿐이다. 국회의원들이 지난 4년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유권자들과 약속한 공약을 어느 정도 이행했는지 공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군다나 또다시 출마하겠다고 나선 의원이라면 공약 이행여부를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공약을 표를 얻기위한,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위한 선거용 도구로 여겼다면 그는 더이상 국회의원의 자격이 없다.411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선심성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각 당은 물론 개별 의원들도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으로 급조된 공약들을 터뜨리고 있다. 공약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사탕발림 공약 남발도 점입가경이다.새누리당은 무상 아침급식을 공약으로 내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남 의원이 제안한 공약으로, 초중고교생의 3분의1가량이 아침을 거르고 등교하는 점을 감안해 무료급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아침을 거르는 것으로 파악되는 전국 250만여명의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학생 개인부담 50%, 국가부담 50%으로 시작하되, 점차 무상급식으로 확대하자는 방안이다. 여기에는 연간 7천5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남 의원은 또 사병 월급을 50만원으로 인상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국가재정 거덜 낼 무상공약 남발현재 1인당 평균 9만3천800원인 사병 월급을 50만원으로 올리려면 약 1조8천억원(평균급여 기준)~2조2천억원(상병월급 기준)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100만 가구 전월세 대출이자 경감, 모든 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 1.5% 수준 인하의 공약을 내걸었다. 저출산 문제의 시급성을 감안해 만 0~5세에 대해 전면 무상보육을 실시하고, 총 2조~3조원으로 추산되는 고교 의무교육을 전면 실시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민주통합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창조형 복지국가를 새로운 복지모델로 제시한 민주당의 구상은, 누구든 실패하더라도 든든한 보편적 복지망을 버팀목으로 재도전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공약들을 보면 17조원이 들어갈 무상급식무상의료반값 등록금 약속은 이미 내놨다. 16조원이 필요한 일자리주거취약계층 지원공약도 발표했다. 군 사병을 대상으로 한 사회복귀 지원통장 공약도 제시했다. 이 제도는 일반 사병에게 매달 30만원씩 적립했다가 제대할 때 630만원을 지급해 복학, 창업, 취업을 위한 종자돈으로 사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설익은 공약, 오히려 표 떨어뜨려여기에 대기업의 청년고용 의무할당제를 실시하고, 전체 근로자의 47.5%에 달하는 비정규직을 25%로 줄이고 정규직의 56% 수준인 비정규직 급여를 80%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여야 정치권이 그동안 내놓은 공약들을 보면 국가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데다 구체적 재원마련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이 없다. 나라재정을 거덜 낼 무상공약들을 내놓으면서 표심잡기에만 급급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오죽하면 김황식 국무총리가 나서 정치권의 공약 남발에 대해 재정 등 신중한 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국무위원은 국가 미래와 국민 경제에 문제가 없는지 잘 검토해 대처해달라고 강조했을까. 각 정당들이 총선 승리를 목표로 쏟아내는 선심성의 달콤한 공약들은 호객행위일 뿐이다. 유권자들은 이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된다. 정치권은 설익은 공약 남발은 오히려 표를 떨어뜨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이연섭 칼럼

유권자 혁명이 필요하다

민주통합당 천정배 의원이 지난주 19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안산 단원갑이 지역구인 4선의 천 의원은 지난해 8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19대 총선때 안산 출마를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천 의원은 고심 끝에 서울 동작을을 찍었다. 동작을은 현재 한나라당의 대권주자 가운데 한 명인 정몽준 전 대표의 지역구다.천 의원은 수도권에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 가운데 가장 센 인물과 맞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정 전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라며 동작을에서 승리해 수도권 승리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위해서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이 필수적이라며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정 전 대표야말로 재벌과 보수기득권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하지만 천 의원의 동작을 출마를 두고 비판론이 적지않다. 당장 이 지역 예비후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통합당 허동준 전 부대변인은 기자회견을 갖고, 동작을은 천정배 의원이 신경쓰지 않아도 이길 수 있는 지역이라며 동작을 지역은 철새도래지도 아니고 명분용 출마지역도 아니다. 당을 위해 희생하려면 꼼수부리지 말고 제대로 희생하라고 꼬집었다. 공약이행 않는 거짓 정치 안돼인터넷과 SNS에서도 비판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리안 signy**은 정치가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 되는 세상이 되었나 보다라고 했으며, konghee****은 천 의원은 도서관 메뚜기처럼 지역구를 옮겨 다닌다. 흥미로운 사실은 천 의원 이름이 오르내린 지역구들은 공통적으로 4호선 라인이라는 거다. 안산, 동대문, 동작을. 무슨 바바리 아저씨 같다고 했다. 천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안산 단원갑에 출마하며 41건의 장밋빛 공약을 내걸었다. 신안산선 조기 착공, 석수골역 건설, 원시~소사선과 서해선(안산~충남 홍성) 건설, 선부역에 교통환승센터 설치 및 대형 주차장 건설, 주민친화형 뉴타운 개발 추진, 대학종합병원 유치, 시화호 일대 해양생태관광단지 조성, 선부동 군자광장에 단원 김홍도 기념 문화예술공원 조성, 첨단 대기업 유치 및 대기업 공장 증설 허용, 등록금 후불제 등등.그러나 18대 임기가 얼마 남지않은 시점에서 공약이 뭐 하나 시원하게 마무리 됐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가 최근 도내 51명의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공약 이행현황을 요청한 결과, 천정배 의원은 공개를 거부했다. 공개를 거부한 의원은 모두 11명이다. 한나라당에선 정미경(수원 권선)남경필(수원 팔달)심재철(안양 동안을)원유철(평택갑)이화수(안산 상록갑) 의원 등 5명, 민주통합당에선 천정배김진표(수원 영통)강성종(의정부을)정장선(평택을)김영환(안산 상록을)우제창(용인 처인) 의원 등 6명이다. 당의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최고위원이나 국회 상임위원장을 지냈거나 현재 명함을 가진 의원이 상당수다. 새정치 새인물은 유권자의 몫국회의원들은 지난 4년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유권자들과 약속한 공약을 어느 정도 이행했는지 성적표를 공개하는 것이 맞다. 공약의 성실이행은 정치인의 기본이고 상식이다. 공약을 단지 표를 얻기위한,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위한 선거용 도구로 여겼다면 더이상 정치인의 자격이 없다. 메니페스토실천본부는 공약이행 현황을 공개한 40명의 의원중 3명은 공약완료율이 0 이라고 발표했다. 민주통합당 이찬열(수원 장안)손학규(성남 분당을)원혜영(부천 오정) 의원 등이다. 공양이행 현황을 공개하지 않은 11명과, 공약완료율이 0인 의원들은 문제가 있다. 유권자들이 반드시 재평가 해야 할 의원들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뼛속까지 바꾸겠다며 공천혁명을 얘기한다. 현역 국회의원을 대폭 물갈이 하고 개혁과 쇄신을 이뤄낼 것이라고 큰소리다. 그런다고 곧이 곧대로 믿고 기대감을 가질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 어느 때보다 기성 정치와 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해 있다. 그만큼 새 정치와 새 인물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거세다. 새 정치, 새 인물은 유권자가 만드는 것이다. 바른 일꾼을 뽑기 위한 선거혁명은 유권자의 몫이다. 그래서 유권자 혁명이 절실하다.이연섭 논설위원

출판기념회는 정치인 돈줄인가

결혼식 청첩장처럼 뿌려대는 출판기념회 초대장이 수시로 날라온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도 하루가 멀다하고 울려댄다. 4월11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출판기념회가 줄을 잇고 있다.현역 국회의원 295명 가운데 지난해 가을부터 선거법 제한을 받는 오는 10일 이전까지 출판기념회를 연 사람은 1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여기에 원내 복귀를 노리는 전직 의원, 중앙정치를 해보겠다며 말을 갈아타는 도의원, 정치에 입문하려는 거물급 인사에서 신인들까지 합치면 수많은 사람들이 출판기념행사를 벌인다는 얘기다. 출판기념회가 봇물을 이루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수단이기 때문이다. 선거일 90일 이전에는 서울이나 해당 지역에서 언제든지 출판기념회를 열어 총선용 실탄을 무한대로 확보할 수 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는 위기에 빠진 정당정치를 보여주듯 여야 의원들의 정치후원금 농사가 흉작이었다. 쪼개기 후원금 논란을 일으킨 청목회의 입법로비 의혹사건 처리가 마무리 됐는데도 여파가 이어진데다 경기침체와 정치불신도 복합적으로 작용해 소액 후원의 손길이 끊어진 것이다. 정치자금법 제한 안받아 이에 후원금 부족분을 만회하기 위해 출판기념회가 급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출판기념회에서 모금한 돈은 정치자금법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금액 한도와 모금 액수, 출판기념회 횟수에도 제한이 없으며 모금액에 대한 영수증 처리도 필요없다. 국회의원들이 책 판매의 대가로 정가의 수십 배에 해당하는 돈 봉투를 직접 받으면 현행법 위반이다. 하지만 불법적으로 보이는 출판기념회가 합법적인 이유는 이를 국회의원이 아닌 출판사가 주최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출판기념회를 연 한 의원은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법을 피해가는 법의 사각지대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출판기념회에서 걷힌 수익금 대부분이 고스란히 의원에게 전달되는 것도 관례다.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책은 대부분 기획출판을 한다. 하지만 정가 1만~2만원짜리 책을 10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받으면서도 내용은 거의 형편없다.정치인으로서 철학과 사상, 의정활동 등을 담은 깊이 있는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책은 보고서 짜깁기나 홈페이지 베끼기, 신변잡기, 취미생활 등을 담은 잡서 수준이다. 본인이 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의뢰해 펴내는 책에 정치인의 철학이나 비전이 들어있을리 만무하다. 모금액 투명하게 공개해야 애당초 읽으라고 펴내는 책이 아니라는 얘기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사람 역시 왔다갔음을 알리는 게 목적일 뿐, 책에는 별 관심도 없다. 방명록과 대조되는 돈봉투에 주인공이어야 할 책은 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현행법상으로 국회의원은 연간 1억5천만원을 후원금으로 받을 수 있고, 선거가 있는 해엔 3억원까지 가능하다. 이들이 선거에서 공천을 받거나 출마한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개중에는 고의적으로 돈만 챙기는 부류도 있다. 그런 정치인들이 책장사로 돈을 끌어모으는 건 개인 치부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거물급 정치인들은 출판기념회를 통해 2억~3억원씩 자금을 거둬들이고 있지만 관계기관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런 자금은 총선에서 불법 선거자금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다. 출판기념회가 정치자금 모금 행사로 변질되고 있음에도 국회는 이를 규제하는 법을 만들기는 커녕 책 이외에 다른 행태의 모금 행사도 허용하자는 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여야 의원 15명은 서화전과 바자회도 출판기념회처럼 금품을 모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물품도 책처럼 판매할 수 있게 허용하자는 것이다. 무슨 코미디같은 법률 개정안인지.정치인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법으로 규제하는 게 마땅하다. 당장 현역의원들부터 출판기념회를 통해 얼마를 모아 어떻게 썼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이연섭 논설위원

나는 푸어(Poor)다

한국의 2040 세대가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이른바 푸어(poor빈곤) 꼬리표를 단 세대다. 번듯한 직장이 있고, 집도 있고, 교육도 받을 만큼 받은 그들은 스스로를 빈곤층이라 얘기한다. 푸어족(族)이 한자리에 모였다. 신도시에 중대형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지만 대출금 상환에 치여 용돈마저 없이 산다는 A씨. 그는 남편의 전문직이 무색하게도 자신을 하우스 푸어(House Poor)라 칭한다. 이를 듣던 쌍둥이 엄마 B씨가 리빙 푸어(Living Poor)란 말을 들어봤냐고 응수한다. 출산후 퇴사해 가계 소득이 절반으로 줄었는데, 육아에 갈수록 돈이 많이 들어 이제 시어머니 마이너스 통장까지 빌려쓰는 신세란다. 맞벌이라 부러움을 사는 C 씨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둘이 벌면 그만큼 써야 할 일이 더 많아진다며 일을 해도해도 가난한 워킹 푸어(Working Poor) 명함을 내민다. 이들의 대화를 묵묵히 듣던 D씨가 한마디 한다. 모두 집도 없고 돈도 없는 나같은 하우스리스 푸어(Houseless Poor)보다는 나은 줄 알아!.이렇듯 빈곤을 호소하는 푸어 세대는 그 범위가 넓어지면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내집을 갖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 하우스 푸어다. 아이러니하게도 중산층으로 분류되지만, 집을 사기위해 대출을 받고 그 대출금을 갚느라 허덕이면서 생활 자체가 빈곤한 사람들이다. 전국적으로 하우스 푸어는 108만4 천가구, 374만4천명으로 전체 가구수의 10.1%로 나타났다. 수도권 거주자 중에서는 17.2%가 하우스 푸어다. 또한 40대의 21.5%, 30대의 20.1%를 차지한다. 하우스 푸어는 빠져나가고 싶어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다.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면서 집을 처분하고 싶어도 쉽지않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이라는 반갑지 않은 요인까지 그들을 괴롭힌다. 무엇보다 빈곤감이 가장 큰 건 집 없는 사람들이다. 하우스리스 푸어는 현재 전세에 살고 있으면서 은행 빚은 빚대로 있고 적은 월급을 받으면서 생활하는 빈곤층이다. 최근 전세금이 많이 올라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올려주면서 하우스리스 생활은 더욱 고달퍼졌다.리빙 푸어란 각종 빚 때문에 곤란을 겪는 계층을 일컫는다. 개인부채가 1천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향후 금리인상 추이에 따라 리빙 푸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결혼 후 퇴사한 한 지인은 혼수때문에 썼던 마이너스 통장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못메우고 있다. 생활이 안정되면 상환할 줄 알았는데 출산과 육아로 이어지면서 남편 월급만으로는 생활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외식과 문화생활을 포기하고 악착같이 생활해도 통장 잔고는 늘 마이너스다. 쉬는 날 없이 일을 해도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은 워킹 푸어라고 부른다. 열심히 일해도 저축하기가 빠듯한 근로빈곤층이다. 갑작스런 병이나, 불황에 따른 실직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곧바로 빈곤층으로 전락할수 있다는 점에서 언제나 마음을 졸여야 한다. 최근엔 베이비 푸어(Baby Poor)라는 말도 생겼다. 자녀를 낳으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가정이다. 늦은 취업으로 더 늦은 결혼을 하고 전세값,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맞벌이로 지탱하던 가계는 출산으로 반토막이 난다.이외에도 결혼을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하고 그로 인해 빈곤해지는 허니문 푸어와 남부럽지 않은 스펙(자격증경력)이 있어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스펙 푸어, 한 평생 일하고도 가난한 노후생활을 하는 실버 푸어까지 새로운 빈곤층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빈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하우스 푸어이기 때문에 워킹 푸어가 되고,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 실버 푸어의 길로 들어서는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푸어족은 신조어라고 치부하기엔 꽤 심각한 사회 현상이다. 이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내 이야기, 동료친구의 이야기다. 2040세대들의 불만이 극에 달할 수 밖에 없는 이 시대의 자화상이다. 2012년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새해엔 모두가 희망을 노래한다. 푸어족들도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싶긴 마찬가지다.이연섭 논설위원

‘이슬비’ 총리처럼…

지난주 한 아침신문에 실린 사진 한장이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평택의 가구전시장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들 빈소에서 김황식 국무총리가 슬픈 표정의 어린 소년의 손을 꼭잡고 있는 사진이다.김 총리는 지난 4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주변 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뒤 근처 식당에서 수행비서, 경호원 2명과 함께 된장찌개를 먹었다. 점심을 마친 총리는 평택의 소방관 빈소로 가자며 차에 올랐다. 갑작스런 총리의 지시에 당황한 경호원들이 총리실 의전관과 경호팀에 이를 알리려하자 김 총리는 조용히 조문(弔問)하고 싶다며 만류했다.김 총리는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이재만 소방위와 한상윤 소방장이 화재를 진압하다 숨진 사건을 보고받고 곧바로 수행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평택에 다녀오려 한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라. 조용히 혼자가고 싶다고 말했다. 오후 2시쯤 분향소에 도착한 김 총리는 유족들의 손을 붙잡고 위로했다. 고 이재만 소방위의 9살 난 어린 상주에게 아버지가 뭐 하시는 분이신지 아니?라고 물었다. 소년이 소방관이라고 답하자 주변에서 일제히 울음이 터져 나왔고 김 총리도 눈시울을 붉혔다. 총리실 간부들과 의전팀은 김 총리의 잠행(潛行)을 다음날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다고 한다. 김 총리는 지난 11월23일 대전 현충원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1주기 추모식이 열렸을 때 40분 내내 장대비를 맞았다. 경호팀장이 우산을 받쳐주려 하자 치우도록 했다. 총리는 양복이 흥건하게 젖은 채로 전사자들의 묘역에 헌화하고 비석을 어루만졌다. 전사자의 부대 동기가 추모시를 낭독할 때, 비석을 어루만지며 총리는 울었다. 아까운 청춘을 조국에 바친 병사들에 비한다면 몇십분 비맞는 것쯤이야 뭐 대수로울 수 있겠는가 싶지만, 그동안 주변의 고위 공직자나 정치 지도자들에게서 보지못한 모습이었기에 짠한 감동이었다.김 총리는 지난달 성남의 가천대 경원캠퍼스에서 대학생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요즘 유행하는 청춘콘서트 형식의 간담회에서 그는 예민한 질문들을 회피하지 않았다. 한미 FTA 괴담이 나온 것은 정부의 소통부족 때문이라는 지적에는 노력이 부족했다면서도 무조건 정부 발표를 믿지않으려는 사람도 솔직히 존재한다고 했다.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가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하지만 내용에 허위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안철수 원장의 기부에 대해서는 사회환원 차원에서 (안 원장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 나도 그런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김 총리는 이 자리에서 현대사회에서 군림하거나 술수적인 리더십은 통하지 않는다며 진지하게 들어주고 내가 두마디 할 때 상대방 말 여덟마디 들어주면서 눈높이를 맞추고, 낮은 자세로 하면 거기에서 오히려 리더십이 생긴다고 말했다.이날 총리는 존재감이 없는 게 내가 목표하는 바라면서 국민들은 나를 잘 모르지만 내가 일한 게 쌓여서 국민에게 돌아가면 그게 더 좋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슬비 같은 총리가 되겠다. 조용히 내리지만 땅속에 스며들어 새싹을 키우고 열매를 맺는 역할을 하는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조용히 일하겠다면서 컬러가 없는 게 내 컬러라고도 했다.대한민국의 차가운 12월에 김 총리가 국민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 역대 총리들은 실권없는 2인자로 각종 행사에서 대통령 축사를 대독하는 대독 총리거나, 정치적 국면 전환때 대신 짐을 지는 방탄 총리가 대부분 이었다. 그러나 김 총리는 스스로를 중도저파(中道低派)라고 말하듯 우리사회의 낮은 곳을 찾아 현장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지금 대한민국에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자천타천의 실력자(?)들이 출현하고 있다. 그중엔 톱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당장 청와대 주인이 될 것 같은 사람들도 등장했다. 하지만 아직 그들에겐 신뢰감을 느끼지 못한다. 물론 젊은 세대들에겐 대단한 지지와 성원을 받는다지만 그 사람의 정체성도, 진실도 잘 모르는채 표면적인 것에 확 쏠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유창한 말보다는 조용한 카리스마로, 소낙비보다는 이슬비의 행보로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진정성있는 정치인을 만나고 싶다.이연섭 논설위원

50대 아줌마들 ‘그늘’

#1 대형 할인마트에서 일하는 박모씨(54)는 아들 생각만 하면 화가 난다. 지방대를 나온 아들(29)은 1년 6개월째 백수 신세다. 박씨가 취업전선에 뛰어든 것은 취업준비하는 아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서다. 박씨는 한달에 110만원을 받아 거의 아들한테 쓴다. 하지만 요즘 들어 박씨는 아들이 취업을 할 의지가 없어 보여 답답하다. 입사원서도 내지않고 그저 건성으로 도서관과 집을 오갈 뿐이다. 박씨의 아들은 취업을 포기한 전형적인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다. 박씨는 언제까지 아들 대신 돈을 벌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자식 뒷바라지 하느라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2 결혼 2년차 아들을 둔 김모씨(57)는 넉달 전부터 아들 부부와 함께 살고 있다. 결혼할 때 구한 신혼집은 전세금을 한번에 5천만원이나 올려달라 하자,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된 아들 부부가 아예 짐을 싸들고 부모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겉으론 며느리가 시집살이를 시작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김씨가 며느리살이를 하고 있다. 맞벌이 하는 며느리를 대신해 청소빨래식사준비는 기본이고, 손녀를 돌보는 것도 김씨의 몫이 됐다. 김씨는 자식이니 나가라고 할 수도 없고, 다 늙어서 내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려니 몸과 마음이 지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3 윤모씨(55)의 남편은 2년 전 명예퇴직을 당했다. 중견기업에서 30년 넘게 일하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윤씨의 남편은 최근까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윤씨는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남편에게 매일 세끼 밥을 챙겨주느라 2년째 제대로 된 외출 한번 못했다. 남편은 예전과 다르게 가끔 감당할 수 없는 화를 내곤 해 윤씨는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다. 노후준비도 제대로 못한 형편인데, 막내 아들은 아직 대학생이고 딸은 결혼을 앞두고 있어 앞으로 돈 들어갈 일을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이다. 2011년 대한민국 50대 아줌마들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이들도 한때는 우아한 중년을 꿈꿨다. 자식들 시집 장가 보내고 나면 남편과 둘이서 여행도 다니고, 손자 손녀 재롱이나 보면서 취미생활을 즐기는 여유로운 삶. 그러나 중년 아줌마들의 그런 꿈은 말 그대로 꿈으로 끝났다. 요즘 50대 아줌마들의 상당수는 백수 자식 대신 돈을 벌고, 며느리 눈치 봐가며 손녀 손자 키우느라 등골이 휜다. 취직이나 결혼을 못한 자식 걱정에 잠을 설치고, 명예퇴직한 남편의 노후 고민까지 짊어지기 일쑤다. 그래서 50대 아줌마들이 남몰래 울고있다.다 큰 자식 대신 돈을 버는 엄마는 우리에게 더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통계청은 올해 2분기 50대 여성의 고용률(취업인구비율)이 59.3%로 같은 기간 20대 남성(58.5%)과 20대 여성(59.2%)의 고용률을 모두 앞질렀다고 발표했다. 50대 여성 취업자 수는 209만3천명으로 10년 전보다 87만6천명(72%)이나 늘었다. 대학 나와 취직한 자녀에게 용돈을 받아 쓰며 지내야 할 50대가 취업 전선에 나선 것은 반길 일이 아니다. 그 속내를 알고나면 씁쓸하기 짝이 없다. 자기 성취를 위한 게 아닌, 가족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마련을 위한 생계형 취업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의 기혼여성, 더구나 직장 경력없이 전업주부로 지냈던 50대 여성이 갑자기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식당 주방보조나 청소부, 가사도우미, 노인요양사 등 단순노동이나 신용카드 모집인 같은 서비스업이 대부분이다. 하는 일이 고달픈데 비해 신분은 임시직계약직으로 불안하고 수입도 최저임금 수준에 만족해야 한다.자식을 가르쳐만 놓으면 부모를 부양하던 메커니즘은 이미 깨졌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100세 시대를 외치지만 노후 준비는 안 돼 있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본격화하고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더 많은 50대 엄마가 일터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과도한 교육비 부담, 청년실업, 무너진 부모부양 시스템 등 50대 엄마를 일터로 내모는 요인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어머니, 당신은 위대합니다라고 위로하기에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 너무 부끄럽다.이연섭 논설위원

‘착한기업’ 사회적기업

박지성 선수가 뛰고 있는 세계 최고 축구클럽인 영국의 맨체스터유나이티드(맨유)의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Old Trafford)는 사시사철 세계 최고 수준의 잔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축구 전용경기장 잔디를 관리하는 이들은 대부분 장애인들로, 사회적기업인 쇼 트러스트(Shaw Trust) 소속 인력이다. 쇼 트러스트는 직원 1천600여명에 점포 수도 40여개에 달하는 영국의 대표적 사회적기업이다. 영국에서는 쇼 트러스트를 통해 매년 4천여명의 중증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다.파주에는 북한 이탈 주민 정착 및 자립 지원, 취약계층의 자활을 목표로 삼고 운영되는 메자닌에코원㈜이 있다. 오동나무에 국산 옻칠을 해 아토피에도 무해한 친환경 우드블라인드를 생산하는 이 업체는 지난 2008년 12월 설립돼 2009년 11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직원 32명 중 북한 이탈 주민이 절반에 가까운 14명이다. 장애인 3명, 한부모 가정 3명도 있다. 2009년 4억원으로 시작한 메자닌에코원의 연매출은 지난해 14억6천만원, 올해는 27억~28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화두가 된 요즘 취업이 힘든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기업이 있다. 저소득층, 65세 이상 고령자, 장애인, 북한 이탈 주민, 한부모 가족, 경력단절 여성 등 취약계층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일명 착한기업으로 불리는 사회적기업은 흔히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을 하기 위해 빵을 판다라는 취지 아래 수익을 추구한다. 이윤 추구는 기업의 본래 목적이지만 사회적기업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이윤 추구 과정에서 취약계층이 일자리를 얻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 취약계층에 일자리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이윤을 다시 취약계층을 고용함으로써 기업 규모를 키워나간다.경기도는 이러한 사회적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지난 2008년 12월 전국 최초로 사회적기업 육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올해부터 2013년까지 3년간 630개 기업을 육성해 1만3천230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113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매해 200여개 사회적기업에서 4천여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현재 경기도에는 전국(1천605개)의 16%인 258개 사회적기업이 있고, 4천980명이 일하고 있다. 이제 사회적기업은 경기도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대세다. 공생(共生)발전이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의 국정 화두로 제시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사회적기업은 사회공익적 경영 활동과 함께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로 경제와 사회공헌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최적화시킬 수 있는 기업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발맞춰 대기업들도 사회적기업 설립과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삼성은 성균관대 및 경기도와 협력해 사회적기업가 양성 아카데미를 2년째 운영하고 있다. 400명의 사회적기업가를 양성, 장애인과 다문화가정 지원 등 7개의 사회적기업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도 지난해 경기도와 함께 장애인 재활기구 생산기업인 ㈜이지무브를 설립했다. 내년까지 18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그러나 사회적기업들은 아직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수 기업만 수익을 창출하고 있을 뿐, 대부분은 정부나 관련 단체들의 지원없이는 운영이 힘들다. 정부가 지난해 1천480억원, 올해 1천630억원을 사회적기업에 지원하고 있지만, 문제는 지원금이 끊기면 부도 위기에 직면하는 기업들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단순한 자금지원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기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촘촘한 네트워크가 구축돼야 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민간부문의 자율적 참여와 사회 각 부분의 협력이 잘 배합돼야 한다.사회적기업의 근본철학은 나눔이다. 행복은 단순히 빵만으로 추구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기업에 나눔과 배려의 철학이 깃들어야 한다. 나눔을 실천하는 착한기업, 행복을 나누는 사회적기업에서 우리사회 희망을 찾는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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