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대부분은 올리버 트위스트와 크리스마스 캐럴을 읽어 봤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작가 찰스 디킨스(1872-1870)가 쓴 두 도시 이야기(A Tale of Two Cities, 1859)는 생소할 것이다. 의사 마네트는 한 프랑스 귀족의 비밀을 알게 된 죄로 18년간 감옥에 갇혀 있다가 석방되어 런던으로 건너간다. 그의 딸 루시를 사랑하는 대니는 원래 프랑스 귀족의 조카였으며, 프랑스 귀족 제도가 싫어서 영국에 와서 이름도 바꾸고 살던 청년이다. 루시를 남몰래 사랑하고 있던 또 다른 한 청년인 변호사 카튼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프랑스 혁명정부에 의해 처형당하게 된 대니 대신 단두대에 오른다.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쓴 이 작품은 당시 귀족사회의 병폐를 잘 보여주고 사회 고발을 한 소설로서 파란만장한 플롯뿐 아니라 파리와 런던, 두 도시의 탁월한 정경 묘사로 주목을 받았다. 동양에서는 이보다 1600여년 전에 세 도시 이야기가 인기를 끈 바 있다. 서진(위진남북조)시대에 살았던 좌사(左思, 250-305)는 바로 직전 시대인 삼국시대(220-280)의 수도들인 업, 성도(成都), 건업(建業)의 화려함과 위, 촉, 오나라의 상황, 형세, 풍토, 지리, 인정 및 생산물 등이 상세히 담긴 삼도부(三都賦)를 썼다. 위국선생, 서촉공자, 동오왕손이라는 가상의 세 인물이 각자 자신의 도읍에 대하여 수사적인 문장을 사용하여 자랑하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이 인기를 끌자 당시 지식인들은 이 책을 구하려고 애썼다. 인쇄술이 발달하기 이전이라 필사를 해야 했고, 베껴 쓸 종이의 수요가 급히 늘어 급기야 낙양의 종이 값이 올랐다(洛陽紙價貴). 낙양지귀는 베스트셀러를 의미하는 고사성어가 되었다. 디킨슨이 격변의 시기인 18세기말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소설을 쓴 지 165년이 지났다. 좌사가 삼국 수도의 화려함에 대하여 논한 지 1천800년이 지났다. 당시 그들에게는 변방이었던 우리나라는 정부수립(1948년) 후 많은 것이 바뀌었고 또 바뀌고 있다. 필자는 정부수립 9년 후에 서울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교육받았으며, 지금도 수도권에서 일하며 살고 있다. 내가 살아본 서울은 커지고, 화려해지고, 복잡해졌다. 이제 다른 나라의 크고 아름다운 도시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를 대표하는 인물이 우리 도읍의 화려함 뿐 아니라 상황, 형세, 민심에 대하여 당당히 자랑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훌륭한 작가가 나타나서 우리 수도를 배경으로 우리가 어려움을 당당히 극복해나가는 글을 써 주면, 그 책을 여러 권 사서 친지들에게 나누어 주겠다. 그리하여 서울의 집값 대신 서울의 종이값(紙價)이 오르게 되면 정말 좋겠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오피니언
황건
2021-07-18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