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노인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확산을

한 해를 시작하는 때이다 보니 새로운 정책과 서비스가 발표되고 그 가운데 노인에 대한 언급은 빠지지 않는다. 호기심에 한 일간지에 게재된 글 가운데 ‘노인’ 혹은 ‘노년’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것들을 헤아려 본다. 2024년이 시작되고 20여일이 겨우 지났는데 70개가 넘는 기사와 기고가 노인과 초고령사회를 다루고 있음을 발견한다. 연구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글들을 분석해 본다. 그 가운데는 다양한 연령층이나 사회 집단 가운데 하나로 노인이 언급돼 딱히 가치나 판단이 개입되지 않은 예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글에서 노인들은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끼니를 챙기기도 어려우며 건강하지 못하거나 치매에 걸려 돌봄이 필요한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이만큼 암울하지는 않더라도 노인은 여전히 ‘지원’과 ‘봉사’의 대상으로 묘사된다. 노인이 되는 것이 곧 고비용과 저생산성의 주체가 되는 것만 같다. 사회의 문제를 짚어내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 중 하나임을 잘 알면서도 입맛이 쓰다.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는 취지로 구성된 고령친화도시국제네트워크(GNAFCC)는 대중에게 노인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려서부터 노화와 노인에 대해 배우고, 지역사회에서 평범하게 함께 살아가는 노인을 더 많은 기사와 뉴스와 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 때 서로 존중하고 포용하는 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노인의 대부분은 사회와 다음 세대에 부담이 될 만큼 의존적이지 않다. 물론 전적으로 돌봄에 의존해야 할 만큼 취약한 노인이 없다는 것이 아니고 노인을 위한 지원을 축소하자는 의미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눈이 안 좋으면 안경을 쓰고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듯이 노인의 취약한 측면을 부정적이고 부담스러운 것으로만 치부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은 누구나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이는 좀 더 도움이 필요할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노인이 되는 것도 나이를 먹는 것도 그리 서글프고 두려운 것만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천자춘추] ‘국가유산’ 시대, 지역의 관점으로 보면?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 오랫동안 법률·행정용어로 폭넓게 쓰여온 문화재(文化財)라는 명칭과 개념이 국가유산(國家遺産)으로 대체된다. 유형·무형문화재 등으로 나누던 분류체계도 문화유산, 자연유산,무형유산으로 개편된다. 문화재청의 명칭도 지난해 제정된 국가유산기본법이 본격 시행되는 올 5월에 국가유산청으로 바뀐다. 필자가 속한 기관 역시 경기문화재연구원에서 경기역사문화유산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재화적 성격의 ‘문화재(材)’ 개념을 바꾸자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됐기 때문에 당연한 변화라고 볼 수 있지만 다양한 유산을 통칭하는 용어로 국가유산을 선택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상응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즉, 세계>국가라는 범주적 형식 논리의 결과물이라고 여겨도 될 듯하다. 그런데 같은 논리로 국가>지역(지방)도 성립할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은 빠져 있다. 지금까지의 유산(문화재) 보존·관리는 국가지정(등록), 시·도지정(등록)으로 분류해 실시했는데, 문화재 대신 국가유산이란 용어를 쓰게 되면 국가지정 국가유산, 시·도지정 국가유산이라고 해야 한다.(국가유산법 제13조) 법에는 관리 주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라고 적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용어 그 자체에 지역은 빠져 있는 셈이다. 이전에 비해 국가(중앙정부)의 역할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나의 짧은 이름에 많은 걸 담을 수는 없겠지만 국가유산이란 용어에 지방은 삭제돼 있다고 생각한다. 이름이 갖는 중요성이나 파급력을 감안할 때 지방의 관점에서는 대단히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당장 각 지역에서 담당하고 있는 문화재돌봄사업의 명칭의 변경을 둘러싸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예를 들어 경기국가유산돌봄이라고 했을 때 국가유산의 개념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돌봄 대상을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또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부서 명칭인 문화유산과(팀)과도 맞지 않는다. 문화유산은 국가유산의 하위개념이라고 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고려·조선 이후 중앙집권 통치가 매우 강화되면서 문화적으로도 획일화되는 경향을 띠었다. 오늘날에도 지방문화의 독창성과 다양성을 특화하기보다는 중앙의 통합적 관점으로 정형화하는 것을 편리하고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이는 사실 지방분권을 지향하는 시대적 상황에 걸맞지 않는다. 결국 지방의 자리와 역할은 지방 스스로 찾아내고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문화재청은 국가유산의 ‘새 역할과 가치’를 제시하는 비전을 발표했는데. 그 첫 번째가 국가 및 지역발전의 신성장동력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지방의 유산이 진정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확장성 있는 자원이 되기 위해서는 지방의 주체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말 잘하는 이의 ‘희망 대기실’(巧言令色)을 경계하면서

지난 가을부터 경기도 전역을 들쑤셨던 집권 여당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가 막을 내리면서 소위 ‘김포·구리 서울편입특별법’은 자동 폐기의 수순을 밟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사람들의 한풀이식 해프닝이라고 하기에는 부적절한 선거꾼들의 해코지가 또다시 갈등과 혼란의 구렁텅이로 내몰고 있다. 말에 대한 역사적 교훈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차고 넘친다. 진시황을 대면한 한비자의 첫마디는 ‘알지 못하면서 말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고, 알면서 말하지 않는 것은 충성스럽지 않은 것(不知而言, 不智 知而不言, 不忠)’이니 함부로 입을 놀리는 자는 마땅히 사형에 처할 것을 권했다. 그보다 앞서 공자는 논어 학이(學而)편과 공야장(公冶長) 편에서 ‘말을 교묘하게 잘하면서 낯빛을 꾸미는 사람 중에 어진(仁)이가 드물다(巧言令色 鮮矣仁)’고 경고했다. 226개 기초지자체는 앞으로 1년 동안 대한민국과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탄소감축(2030년 40%)과 탄소중립(2050년)을 위해 지역이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무적 선택을 해야 한다. 반세기 이상 팽창과 개발이 지배해온 발전패러다임을 생소하기 짝이 없는 공존과 안전 그리고 지속가능성으로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지자체와 공공은 현안에 필요한 의견 수렴과 대안 마련보다 주어진 업무의 행정적 수행과 보고에 급급해 왔다. 이번에도 정부는 지자체의 계획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와 가이드 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국가의 목표를 위해 모든 지역은 책임과 의무를 분담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떤 곳은 더 많은 희생을 강요받을 수도 있고, 어떤 곳은 무임승차의 혜택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26개 지자체는 국가가 제시한 기준에 맞춰 하나의 계획을 제출할 것이다. 결국 지역의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혁신과 변화를 요구하지만 습관과 관행은 다가올 위기를 애써 외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선거철마다 반복해온 성장의 신화는 모두를 ‘희망의 대기실’에 가두고 다가올 위기를 외면한 채 카타르시스적 단순함을 강요해 왔다. 정치인을 자처하는 자들은 추수철 메뚜기처럼 전국 방방곡곡에서 정의를 앞세워 비현실적 희망으로 유혹을 준비하고 있다. 반복되는 희망 고문 속에서 서울마저 무너지고 있는 현실은 중요하지 않다. 탄소중립의 길은 삶의 조건을 바꿔간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이해충돌과 갈등을 내포한 현실적 전환의 길이다. 탄소중립은 목표치를 할당하고, 계획을 마련한다고 실현되지 않는다. 계획 수립은 목표 할당이 아니라 현실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렇다고 상향적 접근이 탄소중립 분야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할 수도 없다. 전 지구적 시급성과 내 삶의 현실성이 부딪치는 지역 현장에서 국가적 가이드라인과 주민의 요구를 조절할 수 있는 공공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 1년의 시간은 장밋빛 희망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성찰을 통해 모두가 할 수 있는 하나를 찾아내기 위한 선택과 집중의 시간이 돼야 한다.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고, 그것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불씨를 만드는 것이다.

[천자춘추] 경기도 개인용 이동 장치 현실

대중교통 수단이 열악한 경기도 다수 지역에서 개인 교통수단의 활용성에 대한 기대가 많으나 한편으로는 이동 수단의 사고 건수와 심각도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국내 전동킥보드 사고 건수는 2018년 225건에서 2019년 447건, 2020년 897건 등으로 증가했다. 지난 2021년 1천735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천386건을 기록했다. 5년 만에 960% 증가한 것이다. 매년 이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이에 비례해 사고 건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개인 이동 수단의 장단점과 미래 추세를 살펴보고 경기도의 정책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급속한 개인용 이동 수단의 확산 속도에 비해 인프라의 확충에 대한 투자 미흡과 기술적 결함이나 이용자의 부주의에 의한 사고 위험의 증가 및 개인정보 보호 같은 첨단 교통수단의 도입 때 예상되는 문제점은 꾸준한 투자와 안전교육 및 기술개발로 극복해야 할 문제이지 규제로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내에서 실시한 전동킥보드의 주행 위험성은 타 교통수단에 비해 주행 시 도로의 노면 상태, 기상 여건 및 주변 환경에 매우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마땅한 개인용 이동 수단이 없는 청소년과 각종 교통요금이 인상되는 현실에서 이동의 형평성을 제공하는 교통수단으로 안전을 확보하며 이용자에 제공돼야 하는 교통 기술이다. 특히 경기도와 같이 대중교통시설이 제한된 지역에서는 비교적 적은 투자로 안전한 개인용 이동 수단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해 안전성과 이동의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교통 시스템은 교통 이동을 최적화하고 안전성을 향상할 뿐만 아니라 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개인용 이동 수단도 이러한 추세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용 이동 수단은 현재와 더불어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 장단점을 균형 있게 고려하며 지속할 수 있고 안전한 미래를 위한 발전이 필요하다. 철도나 도로처럼 막대한 재원과 운영비용에 비해 적절한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초등학교부터 시작하는 개인용 이동 수단에 대한 철저한 안전교육 및 사고에 대한 보험제도를 정비해 보완해 나가면 훌륭한 교통수단으로 정착할 수 있다. 수많은 개인용 이동 수단 대여 업체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신속하고 적절한 유지관리에 대한 지속적인 행정지도를 통해 각 지자체의 교통체계에 맞도록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

[천자춘추] 광역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

2014년 정부의 ‘긴급차량 골든타임 확보’ 정책 추진 이후 일부 지자체에서는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을 도입해 적용하고 있다. ‘골든타임’이란 소방차가 신고부터 현장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2017년 국민안전정책 변경으로 5분에서 7분으로 확대됐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긴급차량 우선신호 제어 방식은 현장제어 방식과 원격제어 방식으로 구분돼 있으나 시·군 경계를 벗어나면 신호제어 주체가 달라 우선신호를 사용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경찰청, 경기도 시·군, 소방청, 도로교통공단은 2021년부터 기관협의 및 실무협의회를 거쳐 국토부 지능형 교통체계 고도화 사업의 공모에 선정된 ‘2022년 경기도 지능형교통체계(ITS)사업’을 통해 파주시와 고양시에 광역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을 구축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경찰청에서는 원활한 사업 진행과 정보 보안을 위해 ‘중앙제어방식 긴급차량 우선 신호시스템 표준규격(안)’을 마련, 광역 긴급차량 우선신호 시스템을 시범운영할 수 있도록 규격을 제정했다. 광역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은 긴급자동차의 우선신호 통합단말기(AVL)와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경기도 교통정보센터, 경찰청과 소방청의 정보 연계를 통해 긴급차량에 우선신호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AVL을 탑재한 긴급차량이 우선신호가 필요한 경우 단말기를 통해 우선신호를 요청하면 경기도 교통정보센터와 지자체 신호운영센터의 정보연계를 통해 긴급차량이 교차로 정지신호를 받지 않고 목적지까지 우선신호를 제공받아 도착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광역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의 시범운영 대상지인 파주시와 고양시가 광역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2023년 10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긴급차량 출동 6천825회(광역 864회)의 운영 결과를 분석한 결과 지역 내 출동시간은 기존 11분에서 6분40초로 36%단축됐으며 광역 출동 시간은 17분에서 10분으로 39% 단축됐다. 이 중 광역 출동 비율은 약 27%로 인근 시·군 간 신호연계를 통한 광역 긴급차량 우선신호 도입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향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긴급차량의 골든타임 확보와 통행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제어 방식 광역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의 보급 및 확대로 전국 재난응급체계를 하나로 묶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천자춘추] 탈출, 작심삼일(作心三日)

새해가 시작됐다. 사람들은 새해를 맞아 저마다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려 하지만 대부분의 목표는 얼마 못 가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만다. 어떤 소망은 지난 한 해를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했고 작심삼일이 몇 차례 반복되며 습관으로 자리 잡기도 한다. 인생의 매 순간을 열심히 살 수는 없다. 그러나 한순간의 치열함도 없이 무언가를 이루려 하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지 않을까. 올해는 운동을 해 살을 빼고 싶다거나, 담배를 끊겠다거나, 공부를 하겠다는 등 늘 그러했듯이 작심삼일로 끝난다. 나만 그런 걸까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실패를 했다고 포기는 말라. 아직 많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작심삼일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이다. 새로운 행동이 습관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 보다 일정한 시간 때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지가 약해지니 포기하는 것이다. 아침에 하던 운동을 거르고 저녁에 하든, 혹은 짬 날 때 하는 건 작심삼일로 가는 첫걸음이 된다. 습관화는 일정한 시간을 정해 놓고 하는 고정적인 프로그램을 말한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하나의 변명일 수밖에 없다. 물론 부득이 한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지나칠 수는 없다. 오늘이라도 다시 한 번 마음을 추슬러 보기 바란다. 습관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기적으로 도움을 받는 것이다. 공부를 하기 위해 학원에 등록하는 것과 금연을 위해 금연클리닉에 가보거나 가족과 친구에게 벌금내기 약속을 해본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생도 바뀐다. 좋은 습관이 결국 좋은 삶을 만든다. 사람들은 아무리 원대한 꿈을 가졌다 해도 지금 바로 실행하지 않으면 꿈은 꿈일 뿐이다. 이 순간 자신과의 꿈을 실행코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면 그 꿈을 향한 징검다리와 같은 목표를 세우기 바란다. 목표란 구성체와 가능성 기간을 정해야 한다. 목포를 세우고 나서는 어떻게 실행할 것이냐다. 버려야 가벼워지고 비워야 채워지는 것처럼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유연하게 조정하면서 끊임없이 성취해 나아가야 한다. 작년과 다른 자신이 되겠다고 하지만 그 결심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의 지혜를 빌린다면 “타자에게 파울은 실패지만 다음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완전한 실패는 아니다”라고 했다. 누구나 실패를 경험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가 온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 제야의 종소리는 조금씩 사라져 갈지언정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작심삼일 말고 작심365일을 위해 우리 내일도 오늘처럼 한 걸음씩 멋지게 나아가자!

[천자춘추] 사고하라 다산 정약용 선생처럼

인류 역사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 것을 든다면 말과 문자, 책과 그림 정도일 것 같다. 새들도 노래하고 춤을 춘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들의 삶도 한편의 드라마다. 그러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들고, 그런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사람만이 누리는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 한 편의 시를 읽으며 깊은 생각에, 한 권의 소설을 통해 끝없는 상상 속으로 빠져든다. 한 컷의 그림이나 영화를 보며 놀라운 영감을 받는다. 이처럼 문화 예술은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뒤흔드는 마력이 있다. 인생은 뇌와 혀와 손의 유쾌한 삼중주다. 세상은 생각하는 자와 말하는 자, 쓰는 자, 읽는 자로 나뉜다. 사람의 생각은 말과 글로 정리돼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고로 말이나 글은 곧 그 사람이다. 말하는 것이나 쓴 글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짐작할 수 있다. 말과 글에는 그 사람의 관점, 성품, 지적능력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말이나 글로 다 전하지 못하는 마음, 진정성을 담고 표현하는 것만큼 신뢰를 주는 건 없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원한다면 어떻게, 누구를 모델로 삼을 것인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작품을 나누고 삶을 경험하고’라는 4고(사고·思考)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저술’이라는 대단한 업적을 남긴 다산 정약용 선생처럼 끊임없이 새로움을 탐하며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좋다. 말하기나 글쓰기엔 천재가 따로 없다. 지루하고 힘들어도 지난한 과정을 차근차근 익혀야 한다. 처음부터 제대로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 매일 일어난 일을 사진 찍어 페이스 북이나 밴드, 카페 등의 기록으로 남겨라. 글이나 책을 읽으면 느낀 점부터 써라. 쓰기 위해서라도 읽어라. 읽었으면 써라. 읽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저희가 평안을 누릴 것이요,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사람에겐 에로스가 필요하지만 에로스는 결국 로고스를 열망하게 한다. 아마 태초에 말씀이 있었기 때문일까. 건강한 사회와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는 소중한 자산으로 종교와 문화 예술의 영역을 들 수 있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 문화 예술은 그 어떤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인간의 심리와 삶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므로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문화 예술에 심취하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가 안고 있는 삶의 갈등과 고뇌를 작품 속에서 작가를 통해, 또는 주인공을 통해 해소하거나 그 어떤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마치 다산 선생의 유배생활과 그 일대기가 파란만장했던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는 먹고사는 것보다 문화 창작의 욕구가 더 높을 수 있다. 작가들의 삶은 힘들었지만 그 아픔과 핸디캡을 결국 작품으로 풀어낸다. 문제를 극복하고 예술로 힘을 얻는다. 일종의 종교와 같은 것이다. 인간의 삶을 각본 없는 드라마에 비유한다면 문화 예술은 그 각본 없는 드라마를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해 우리와 다음 세대에 되돌려 주는 작업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 예술은 ‘오늘을 사는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라 정의할 수 있다. 학문적 스펙트럼이 넓은 다산 선생의 수많은 저서에는 작가의 뜨거운 혼과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이 시대에 다산 선생처럼 사고하고 따라하기는 최고의 자기 브랜딩이 될 수 있다.

[천자춘추] ‘주택보증금반환채권’의 소멸시효 법리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을 일정 기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채권이 소멸한다. 반면 채권을 계속 행사하고 있다면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주택임대차계약에서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에 관한 소멸시효 법리를 살펴본다. 임대차계약 종료에 따라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는 보증금반환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다. 다만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주택임대차계약의 경우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종료 후라도 동시이행항변권을 근거로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할 수 있다. 주택임대차계약이 종료됐으나 아직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경우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해 가지는 보증금반환채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10년이 지나면 소멸시효 법리에 따라 보증금반환채권이 소멸하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결론적으로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은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해 대법원(2020년 7월9일 선고 2016다244224 판결)은 “임차인이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는 것은 임대인에 대한 보증금반환 채권에 기초한 것으로, 동시이행항변권을 근거로 보증금을 반환받으려는 권리 행사의 모습이 분명하게 표시된 것이다. 임차인의 적극적인 권리 행사의 모습이 계속되는데도 보증금반환채권이 시효로 소멸한다면 임차인은 목적물 반환 의무를 부담하면서 임대인에 대한 보증금반환채권만 상실하게 되며, 보증금반환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임대인이 목적물에 대한 자신의 권리는 유지하면서 보증금반환채무만을 면하는 결과로 부당하다”고 판시했는데 ‘형평성’을 이유로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임대차계약이 종료됐음에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경우 보증금반환채권의 소멸시효는 진행하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법리는 임차인이 목적물을 점유하지 않거나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해 정당한 점유권을 갖지 않는다면 소멸시효가 진행된다.

[천자춘추] 한 아이 성장에 온 마을이 필요하다

경기도는 2023년 언제나, 누구나, 어디서나 돌봄에서 누락됨 없는 전방위적 돌봄을 실행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돌봄이 잘되면 앞으로 도민들의 거주 만족도와 삶의 질은 높아질 것이다. 그만큼 ‘돌봄’ 영역은 우리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중 아동돌봄 영역은 아동 인구의 감소와 이들의 권리기반 관점에서 보다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아동 돌봄은 어떻게 실행해야 할까? 1차적인 아동 돌봄은 사랑을 바탕으로 한 양육자, 가족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돌봄의 주체가 엄마든, 아빠든, 그 누구든 아이들은 무조건적이고 무한한 사랑을 주는 양육자가 돌볼 때만이 행복을 만끽하며 무럭무럭 자라난다. 이러한 양육자의 돌봄은 아이를 성장시키는 힘이 되고 자아를 형성하는 핵심이 돼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러나 1차적인 돌봄이 현실적으로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 있거나 가정마다 양육환경 차이로 인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바로 이때 우리 사회는 ‘한 아이를 온전히 잘 키워내기 위해 마을 전체가 한마음으로 나서는’ 2차적인 공적 돌봄, 사회적 돌봄을 수행해야 한다. 2차적으로 작동되는 공적 돌봄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의 실행이 필요하다. 하나는 아동이 충분한 사랑을 경험하며 성장하도록 돌보는 주 양육자들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육아휴직제, 임신부 단축근무, 가족돌봄휴가, 아동수당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혜택은 우리 사회 일부에서 가능하고 많은 분야는 아직 말도 꺼내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존재하므로 보다 충분히, 마음 편하게 아동을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두 번째는 태어나서부터 발달단계별로 생명권과 보호권, 발달권을 전제로 한 다양한 공적 돌봄을 이용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여러 유형의 보육과 교육시스템, 초등학령기 방과후 돌봄, 급식 지원 등 돌봄이 필요할 때 ‘언제나 믿고 요청할 수 있는’ 공적 돌봄을 우리 사회 곳곳에 촘촘하게 채우고 질 관리까지 담보해야 할 것이다. 합계출산율 0.7명을 기록하며 인구절벽의 벼랑 끝에 선 한국은 이제 ‘모든 아동은 사회가 함께 키운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다.

[천자춘추] ‘일+휴가’ 즐기는 워케이션과 지역활성화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로 우리의 일상이 많이 달라졌다. 그중 하나가 재택근무의 확산과 근무 형태의 다양화다. 코로나 이전에 사무실 출근이 필수였다면 이제는 재택근무, 재택근무와 오프라인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워크, 원격근무 등이 뉴노멀로 자리잡으면서 워케이션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워케이션이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합친 신조어로 근로자가 원격근무를 통해 휴가지나 관광지에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일과 휴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근무 형태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생활하던 사람들이 외곽이나 관광지 주변의 작은 마을로 대규모 이주해 워케이션을 즐긴다고 해 이 지역을 ‘줌타운(Zoom Town)’으로 부르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정부가 ‘일하는 방식 개혁법’을 공포하고 업무방식에 워케이션과 원격근무를 장려했다. 그리고 기업이 유연한 근무방식 적용과 위성오피스 설치 등으로 적극 참여하면서 위케이션 제도가 확산됐다. 여기에는 인구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들의 노력도 큰 몫을 했다. 이들이 워케이션에 관심을 갖고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른 관계인구 증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워케이션이 지역활성화를 위한 대안이 됐다. 실제로 인구소멸을 고민하는 지자체들이 나서서 지역 특색에 맞는 워케이션 시설 개설과 디지털노마드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 기업과 개인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15개 시·군·구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워케이션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행정안전부도 비수도권의 체류형 생활인구를 확보하기 위해 ‘고향올래 사업’을 추진 중이며, 지방에 위성오피스를 설치하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워케이션이 지역을 살리는 실질적인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일본과 같이 정부와 기업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지자체도 하드웨어뿐 아니라 지역의 특색에 맞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이 전제돼야 한다. 이를 통해 워케이션은 워라밸 측면에서 이용자에게는 일의 생산성과 행복 수준을 높여주고 새로운 장소와 지역상품 소비라는 측면에서 인구소멸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천자춘추] 이택상주

새해 벽두부터 대한민국이 큰 충격에 빠졌다. 백주에 제1당의 대표가 괴한에게 피습된 것이다. 범인은 평소 극우 성향의 유튜브 채널에 빠져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편향되고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 성향이 극단적인 범죄를 불러온 것이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급격한 위기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할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위기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소통과 대화는 사라지고 극단적인 대립과 정쟁, 증오만이 정치판을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선악을 가르고 승자가 독식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이념과 이해관계를 가진 상대방과 인내심을 갖고 소통·설득해 타협하고 협력하는 과정이다. 소통과 설득, 타협과 협력이 없이는 민주주의는 위기에 놓이고 결국 무너지고 만다. 미국의 정치학자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민주주의 붕괴의 시작은 법과 제도의 미비가 아니라 민주주의 규범인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념과 정책, 정당이 다르다고 적이나 경쟁 관계가 아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상생하고 협력해야 할 상대다. 법에 명시된 권력이라도 남용해서는 안 된다. 대화와 타협을 위해 권력의 행사를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정치풍토에서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는 실종된 지 오래다. 대통령과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앞장서 야당과 반대 세력을 향해 ‘패거리 카르텔’, ‘운동권 특권세력’ 운운하며 증오와 혐오를 부추긴다. 야당이 발의해 국회를 통과한 법안들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되는 것이 다반사다. 중앙이 하지 못하면 지방부터 정치풍토를 바꿔야 한다. 전국 최대 광역의회인 경기도의회가 시작해야 한다. 경기도는 연정, 정책협의회, 여야정 협의체 등 협치의 전통을 갖고 있다. 작년에는 여와 야가 현장 정책회의 등을 통해 도민의 민생과 일하는 의회 시스템 구축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다. 난항을 겪기도 했지만 여야정이 소통하고 양보하면서 예산 처리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택상주(麗澤相注), 두 개의 맞닿은 연못이 서로 물을 대주면 마르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는다고 했다. 여와 야도 부족한 것은 채워주고, 넘치는 것은 나눠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갑진년 새해에도 상생과 협력의 새로운 정치모델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천자춘추] 문제의 근원은 ‘자신 안’에 있다

바람이 불어 깃발이 흔들리는 것을 바라보며 두 스님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한 스님이 “깃발이 나부끼고 있구나”라고 하자 다른 스님은 “바람이 부는 거라고 하는 것이 맞지요.” 한 스님은 답답한 듯 “스님 눈에는 흔들리는 깃발이 보이지 않습니까?” 다른 스님은 가슴을 치며 “깃발은 바람 없이 스스로 움직일 수가 없지요. 저것은 분명 바람이 불어 깃발이 펄럭이는 것이 맞는 거지요.” 그러자 한 스님이 큰 소리로 “바람이 무슨 실체가 있단 말이오. 깃발이 펄럭여야만 바람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 아니오. 그러니 깃발이 펄럭인다고 해야 맞지요.” 그때 지나가던 ‘고승’이 한마디 거든다. 바람이 부는 것이 아니요. 깃발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지요. 흔들리는 것은 바로 그대들의 마음이오. 나부껴야 깃발이요 불어야 바람이다. 나부끼지 않는 깃발은 있을 수 없고 불지 않는 바람은 존재할 수 없다. 고승은 수행자가 ‘자신의 마음’ 밖의 일에 관심을 두는 것을 충고한 것이다. 쓸데없는 현상에 신경쓰지 말고 수행에 정진하라고 한 것이다. 이마누엘 칸트는 “인간의 이성(理性)으로 대답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했다. 바람이 불고 깃발이 흔들리는 자연적인 현상 앞에서는 침묵해야 한다. 그러한 문제는 ‘선험적(先驗的) 판단’에 맡기고 마음이 흔들리는 자신을 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직지인심(直指人心)’이라 했다. ‘진리를 구하려면 자신의 마음속 깊이 들어가야 한다’고 한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자신 밖’에서 찾으려 한다면 정답은 영원히 찾을 수 없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은 나의 마음속에 있다’는 진실을 깨달으면 누구나 바로 성불(成佛)할 수 있다고 한다. 불가(佛家)에서는 모든 문제의 근원을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우리는 문제의 근원을 ‘자신 밖’에서만 찾으려고 한다. 그러니 평생 남 탓을 하고 남을 원망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단언컨대 “문제의 근원을 ‘자신 안’에서 찾는다면 모든 고통은 봄날 눈 녹듯이 사라진다”는 격언은 진리(眞理)다.

[천자춘추] 경기도형 공공의대 신설을 통한 의대 정원 확대의 해법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필수의료 붕괴 위기에 대한 대응과 지역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정부에서는 지난해 10월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최소 1천명 이상 증원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 발표 이후, 의대 정원 확대의 규모와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전국 곳곳에서 의대 신설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의사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가 추진되면서, 의대 증원 배정 기준으로는 국립의대, 미니의대(정원 60명 미만), 지방의대, 의대가 전혀 없는 곳, 인구 대비 의사 수 및 의대 정원 등이 제시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2025학년도 적용을 목표로 수요와 역량을 기준으로 기존 의대 우선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미니 의대 증원은 의대 교육 효율화를 위해 80명을 확보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미니 사립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서는 우려가 상당한 상황이다. 실제 지방 의대의 경우, 서울 소재 협력병원에서 교육을 진행하면서 수도권 쏠림현상을 조장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취지인 필수·지방의료 육성과 상반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대정원 확대와 함께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 없는 지역의 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 도입’이 반드시 병행 추진돼야만 한다. 의대 정원 확대는 단순히 개별 대학의 입학 정원 확대 배정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 의료서비스가 취약한 지역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개별 대학에 정원을 증원해주는 방식이 아닌 지역 중심으로 배정하되, 보건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자체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특히, 필수의료의 경우 국립대병원이 운영상 권한과 책임을 갖고, 지자체에서 재정 및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보건의료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4년 1월 현재 3천58명의 의대 정원은 40개 대학에 서울 826명, 부산 343명, 대구 302명, 광주 250명, 강원 267명, 전북 235명, 충남 182명, 대전 150명 등이 배분돼 있으며,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인구가 많은 경기도는 120명에 불과하다. 인구 1천명당 평균 의사 수는 2.1명으로, 서울이 3.37인데 반해 경기도는 1.8명으로 격차가 큰 상황이다. 인구 1만명 당 의대정원을 기준으로 하면 전국 평균은 0.59명으로, 의대가 없는 전남(0명)을 제외하면 경기도는 0.09명으로 최하위 수준이다. 지역의대 신설은 2026년 이후로 기존 의대 증원 배정 후순위로 밀려났지만, 경기도의 경우에는 최우선적 고려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기도 내 의대 정원 120명은 아주대 40명, 차의과대 40명, 성균관대 40명으로 모두 사립대학에 속해 있다. 경기도 내 사립의대는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을 뿐 아니라 수련병원도 부족해 사실상 지역 공공의료를 담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12월14일 한경국립대는 의과대학 설치 시민공청회를 개최해 공공의대 신설을 통해 경기도민의 의학적 치료와 더불어 전문재활까지 병행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필수의료 접근성 확대를 경기도내 그 어느 대학보다 충실히해 지역주민에 대한 국립대의 책무성을 다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한경국립대는 장애인 고등교육거점대학인 한국복지대와의 통합을 계기로 보건복지 분야 특성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한경국립대가 소재하고 있는 안성시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도 있어서 안성의료사협과의 협력적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사회 건강 생태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보건복지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경기도 유일의 국립대학교인 한경국립대의 공공의대 신설과 부속병원 설치를 통해 보건의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와 경기도민의 건강권 향상이 현실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천자춘추] 디지털 전환, 심각한 사회 문제

2024년 새해가 시작됐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를 품는다. 어떤 사람은 로또 1등에 당첨되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겠지만 보통은 작년보다 더 나은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면서 낯선 것들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 타인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뿌듯한 한 해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장애노인들이 맞이하는 새해는 조금 다를 것 같다. 장애노인들이 겪는 고통은 질병, 빈곤, 외로움, 역할상실 등인데 최근에는 디지털 소외라는 새로운 고통이 추가됐다. 특히 디지털 세상에서 장애노인은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나는 실질적인 문맹이고 또 다른 하나는 디지털 문맹이다. 디지털 환경이 세상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카카오페이, 애플페이, 삼성페이 등 다양한 결제시스템으로 이제는 현금이나 실물카드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시대다. 단 하나의 스마트폰 기기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세상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줬다. 특히 인터넷 발달과 더불어 팬데믹 이후 빠르게 온라인으로 집결되면서 디지털 기기의 활용이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문맹인 장애노인들이 이를 이해하고 이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디지털 기기 사용은 모든 생활의 필수 불가결한 생존 역량으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더 심각하다. 향후 4차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디지털 문맹인 사람들의 일상생활은 더 어렵게 될 것이다. 즉, 생존의 문제와도 직결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국가는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주민센터 등에 디지털 배움터를 선정해 교육 장소로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민간단체 중심으로 정보기술(IT) 봉사단을 운영해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디지털 사회에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러한 측면만 봐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그러면 디지털 경제는 당연히 사회적 비평등과 불공평을 겪게 된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보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해 지역사회에 친화적인 생활공간 곳곳에 디지털 배움터와 상담서비스공간을 만들어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과 연계한 실용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디지털 문맹’, 이제는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인식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디지털 문맹인 사람들이 도전의 의지를 갖고 새로운 지식을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낯선 것들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용기를 줘야 한다. 특히 장애노인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디지털 시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디지털 교육에 익숙하지 않은 장애인을 위한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모두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끔 설계하고 이를 이용하는 교육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면 디지털 소외계층이 없는 디지털 사회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천자춘추] 고려의 이순신, 양규 장군

또다시 정치의 계절이 다가왔나 보다. 여야가 내놓는 대국민 선거 쇼맨십은 이제 진부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혁신위, 비대위라는 전가의 보도를 꺼내 들고 참신한 쇄신의 목소리를 내놓는가 싶더니 결국 돌아가는 속내는 내부 분열로 인한 신당 창당의 동력을 꺾고, 시대정신의 봇물을 일시적으로 피하려는 미봉책으로 밖에는 읽히지 않는다. 기득권 헤게모니를 놓지 않으려는 치졸한 응수이고 참 오래된 정치권의 히트치지 못하는 레퍼토리다. 국민들이 정치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늘 그대로인지 아니면 개혁이라는 프레임으로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술수인지 그저 목불인견이다. 필자는 혁신이란 희생과 동의어라고 생각한다. 기득권의 포기가 전제돼야 한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가 신선함을 잉태한다. 대선 승리의 공신들은 알량한 정치생명 운운하며 버티고 패배한 야당은 한 줌의 권력 씨앗이라도 확보하려고 춘추분당시대를 반복 선언한다. 이런 사람들은 미래지향적 파워시프트 인재도 아닐 뿐더러 절대 대의를 생각하고 자신을 버릴 줄 아는 지도자의 깜냥도 가지지 못한다. 요즘 고려거란전쟁 드라마가 인기다. 1009년 ‘강조’의 정변으로 고려 7대 임금 목종이 폐위되고 현종이 옹립되자 요나라(거란) 황제 ‘성종(야율융서)’이 이를 명분으로 40만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오는 제2차 여요전쟁이 스토리 배경이다. 이때 제일 먼저 막아선 장수가 흥화진을 지키던 ‘양규”다. 일주일간의 맹공을 방어해내자 성종은 여러 가지 회유책까지 시도했으나 실패한다. 이에 거란은 군사를 반으로 나눠 주둔과 남하 공격을 동시에 펼친다. 이후 진격하는 거란군에 의해 남쪽 고려 30만 주력군은 처참히 도륙당해 와해되고 서경까지 함락된다. 당황한 고려 신하들은 현종에게 항복을 주청했으나 홀로 항전을 외친 장수가 귀주대첩으로 유명한 강감찬이다. 일단 현종은 전라도 나주까지 도망가는 신세로 몰리고 고려 국운이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전쟁의 흐름을 바꾼 이가 또 한 번 양규 장군이다. 양규는 700명의 결사대를 이끌고 나와 잔류 중인 거란 병사를 전멸시키고 수많은 고려 백성을 구해낸다. 거란 대군의 중간 보급기지를 압박했으나 성종은 회군하지 않고 오히려 수도 개경으로 곧장 진격하는 전법으로 응수하며 무자비한 약탈을 자행했다. 뒤늦게 현종의 피란 사실을 알게 되고 고려 사신(하공진)의 위계에 넘어가 철군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상황으로 몰리자 그제야 본국으로 말 고삐를 죄는데 돌아가는 길은 역시 양규 장군이 준비한 피의 레드카펫을 밟지 않을 수 없었다. 요나라 본대와의 일전은 전력의 압도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종일 사투로 역전했다. 격전이 장기화되자 군사와 화살이 다 떨어져 모두 진중에서 전사했다(고려사 양규열전). 그런데 양규는 끝까지 퇴각하지 않고 부하들이 전멸할 때까지 무리하게 전투를 벌인 이유가 감동이다. 포로로 붙잡혀 있던 고려의 백성들이 도망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 그랬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양규는 원군도 없이 한 달 사이에 일곱 번을 싸웠으며 3만명의 포로를 구출했다. 본인의 사지가 눈앞임을 알았을 텐데 자신의 몸을 옥쇄해 가며 나라와 백성을 살린 진정한 영웅, 또 한 명의 성웅 이순신이다. 우리 정치판에서의 양규 장군은 진정 없는 것인가? 아무도 양규가 물러서지 않았던 지옥을 마주하려 들지 않고 오직 꽃길만 가려 한다.

[천자춘추] 장애인 특수교육, 특혜 아닌 권리

대한민국 헌법 제31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 ‘교육 받을 권리’에는 학교교육 및 평생교육뿐 아니라 ‘특수교육법’에 따른 장애인 특수교육까지 포함된다. 장애인 특수교육은 대상자의 생애주기에 따른 장애유형·장애 정도의 특성을 고려해 적합한 교육과정과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제공하는 교육을 말한다. 장애인은 이러한 법적 근거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지만 ‘장애인 특수교육’의 현실은 막막하기만 하다. 2019년 기준 전국 장애 학생 수는 9만2천여명, 특수학교는 177개교로 전체 학생의 30%도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장애아동은 일반학교에 입학해 통합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은 경증의 장애를 가진 경우만 수용이 가능하다. 이마저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학부모들의 반대가 빈번하고 장애 유형별 지원 시스템도 부족해 장애학생의 특성에 맞는 교육과 사회통합을 위한 학교교육 체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법률에 따라 학생들이 장애 유형에 맞는 전문교육을 받아 사회 적응도를 높일 수 있어야 함에도 기본적인 학교 시설조차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졸업 후 성인이 돼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진다. 정부는 장애인이 소외됨 없이 평생학습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를 지정·운영하고 있으나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를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는 67곳뿐이다. 전국에서 장애인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 상황은 어떨까? 경기도내 등록 장애인 수는 58만4천834명(2022년 12월 기준)으로 전국 대비 22.05%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내 특수교육대상 학생은 2만5천여명, 특수학교는 38개교로 21% 정도만 수용이 가능하고 시흥, 광명, 군포 등 10개 시·군에는 특수학교가 없다. 또 광명, 수원 등 15개 시·군만이 장애인 평생교육도시로 지정·운영되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이 장애인 특수교육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특수학교를 늘리고 장애인 평생교육도시 지정을 확대하는 등 장애 특성에 맞는 교육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또 장애인 교육시설에서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발달장애인 위주의 프로그램이 다수로 시각, 청각장애인 등 다른 장애 유형을 고려한 프로그램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에 경기도의회(본의원 대표발의)에서 ‘경기도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에서 장애 유형별 맞춤형 평생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장애 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특수교육은 특혜가 아니라 필수로 제공해야 하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다. 이에 경기도 및 경기도교육청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누구나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차별 없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전 세대에 걸친 장애인 교육 지원체계를 마련해 장애인도 꿈을 갖고 실현할 수 있는 경기도가 되기를 기대한다.

[천자춘추] 나는 오구영이다

최근 안성에 주말여행을 갔다가 아주 특별한 식당을 만났다. 이름하여 590. 오구영은 안성 명동골목 뒤편에 위치한 작은 레스토랑의 이름이다. 안성 토박이지만 남편을 따라 해외로 이주했던 딸 허정옥씨가 중년이 돼 귀국하면서 어머니 오구영씨(87)를 위해 만든 작은 레스토랑인데 입구의 간판부터 메뉴까지 뭔가 심상치 않았다. 10여년간의 해외 생활 때문인지 가게 안팎이 여기가 경기도가 맞나 싶을 만큼 느껴졌다. 세련된 서양식 인테리어로 꾸며졌고 예쁜 테이블과 요리 플레이팅, 알록달록한 작은 화분들, 밖이 훤히 보이는 통창과 컬러풀한 외관 등 손님 중에 “주인이 외국에서 오셨나”라고 물어볼 정도로 이국적 풍미가 솔솔 풍겼다. 주메뉴는 돈가스인데 유럽식 돈가스인 슈니첼을 한국식 돈가스와 접목해 주인장이 개발한 퓨전 요리다. 맛도 그만이지만 진짜 감동적인 스토리는 지금부터다. 허정옥 대표는 5남1녀 중 외동딸이었다. 외동딸이니 특별히 귀여움을 받았으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올해 87세인 어머니의 지독했던 아들 사랑 덕에 딸 허정옥씨는 어릴 적부터 온갖 서러움을 감내해야 했고 어머니의 야속함에 혼자 훌쩍이던 기억들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오랜 해외 생활을 하다 보니 그새 훌쩍 늙어버린 어머니가 측은하기도 하고 평소 살갑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훨씬 커지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고향 안성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우연히 안성시의 ‘소상공인 빈 점포 지원사업’을 알게 됐다. 안성의 주요 상권에 빈 상점이 늘어나자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안성시가 내놓은 긴급 처방인 셈이다. 운이 따랐는지 허정옥씨가 이 제도에 선정돼 통창 유리문 공사비와 고급 어닝, 어머니를 그려 넣은 멋들어진 간판과 폐쇄회로(CC)TV까지 안성시의 전폭적인 창업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그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을까. 허정옥씨는 오픈 첫달부터 가게 수익의 일부를 어머니의 이름으로 안성시 사회복지기관에 기부를 시작했다. 이토록 진심어린 한 끼가 어찌 맛이 없을 수 있을까. 요즘 오구영 어머니는 당신의 이름이 걸린 상점과 기부 소식에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안성에서 아들 말고, 딸 덕분에 기부하는 오구영님!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천자춘추] 2024년 환경정책 전망과 기대

2023년은 가장 더웠던 한 해였다. 기후환경은 악화되고 있으나 환경정책은 급격히 후퇴하고 있다. 인천시의 환경정책도 답보 상태에 있으나 2024년에는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현재 인천시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 중으로 내년 4월 마무리 예정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에너지 전환과 수요 감축이 핵심이다. 유휴부지에 태양광 설치 방안, 해상풍력 추진 시 주민 및 생태적 수용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관계기관과 협력해 적극 추진해야 한다. 바다를 가진 인천에서 해양환경을 관리, 보전하는 인천시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도시와 육상에 버려진 많은 쓰레기들이 하천을 따라 바다로 유입되고 해양쓰레기가 되고 있다. 발생원 차단이 우선인 만큼 육상에서 유입되는 해양쓰레기 현황을 파악하고 차단하기 위해 여러 부서, 부처가 협력해야 한다. 부평미군기지 A, B, C구역이 반환된 것에 이어 12월20일 D구역도 반환이 완료됐다. 오염이 상당한 D구역 오염 현황과 정화 계획, 정화 과정을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 역사문화적 가치를 정밀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원조성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안전하고 깨끗한 공원, 역사문화적 가치가 공존하는 시민들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2026년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앞서 인천시는 소각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주민 반발로 입지 선정도 하지 못한 상황이다.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에서 환경기초시설은 어딘가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환경기초시설 입지에 대한 건강한 논의의 장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근본적으로 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이는 정책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많은 시민들은 절망과 낙담만 하고 있지 않다. 자원순환, 에너지, 해양쓰레기, 생물다양성 등 환경을 주제로 마을에서, 현장 곳곳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이어갈 것이다. 2024년, 희망이 있는 이유다.

[천자춘추] 연말 송년회 전통주로 준비하자

과거 연말 모임은 술을 많이 마시다 보니 망년회(忘年會)라 부르며 원래의 의미(그해의 온갖 괴로움을 잊자는 뜻으로 베푸는 모임)와 상관없이 ‘술을 마시고 망하는 연말 모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이름보다는 송년회(送年會)라는 이름으로 연말을 차분히 그리고 뜻있게 보내자고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류 소비량은 성인 1인당 맥주 82.8병, 소주 52.9병(2021년 통계자료)일 정도로 많은 양의 술을 마시고 있다. 이렇게 많은 술은 연말에 더욱 집중적으로 마시기에 연말 송년회는 술을 못 마시는 사람에게는 부담 가는 자리가 된다. 송년회가 과거보다는 적게 마시고, 강제적이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술을 마시는 자리기에 그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송년회에서 많은 양의 술을 마시게 하는 문화를 가능케 하는 것은 서민의 술이라는 소주와 맥주의 낮은 가격이 큰 몫을 차지한다. 이러한 송년회에 마시는 술을 최근 인기를 끌고 있고 전통주로 바꾸는 건 어떨지 생각해 봤다. ‘전통주’ 하면 아직 저렴하고 소란스러운 술집에서 파는 막걸리와 파전을 생각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기존 주점과 차별화된 조용한 분위기에서 마실 수 있는 전통주 전문 주점이 많아지고 있어 차분한 송년회가 가능하다. 특히 전통주 전문주점은 다양한 음식과 함께 전통주들을 취급하고 있기에 음식 선택의 다양성도 넓고 기존에 쉽게 접할 수 없는 전통주들을 경험하는 즐거움이 있다. 대부분이 알코올 도수가 낮은 막걸리와 함께 작은 잔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술의 소비도 맥주나 소주에 비해 자연스럽게 줄어들기도 한다. 꼭 외부 식당에서 하는 송년회가 아니어도 회사 내에서 하는 종무식에서도 출장음식(케이터링)을 준비하는 곳들이 많다. 이때도 우리 전통주를 사용하면 기존 맥주나 소주보다 차별성과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연말에 친구들끼리 모여 하는 파티에서도 전통주를 가져가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아직 많은 사람이 전통주에 대해 가지는 편견이 있다. 이것은 오래전 전통주를 접했던 사람들의 경험일 것이다. 최근 전통주들은 과거의 술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품질이 좋아졌다. 제품의 종류도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정도로 다양해졌다. 온라인 검색을 조금만 하면 행사 분위기나 음식에 어울리는 술들을 찾기가 쉽다. 과거의 취하기 위해 마시는 송년회가 사라지는 지금 전통주를 통해 술의 소비 방법에 변화를 줬으면 한다. 전통주를 취하기 위한 술보다 즐기는 술로 사용해 연말 송년회를 즐겁게 만들었으면 한다.

[천자춘추] 드라마 주인공 된 장애인과 편견 없는 소통 경험한다.

사람들의 소통, 얼마나 완전할 수 있을까? 남자는 청각장애가 있는 화가다. 손으로 말하고, 진동으로 음악을 즐기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자”고 외치는 사람을 외면하거나 화재 현장의 아우성 혹은 자동차 경적에도 꿈쩍 않는다. 늘 먼저 죄송하다고 하고, 으레 누명을 쓴다. 그런 남자에게 여자는 수어를 배워 먼저 공연 티켓을 건넨다. 그는 단역배우, 보조출연자일 뿐인 여자를 ‘배우’라고 불러준 유일한 사람이다. 서툰 수어로 나누는 두 사람의 소통에는 어떤 편견도 없고, 오히려 놓치거나 오해하지 않으려 애쓰는 노력 때문에 서로를 향한 눈빛이 더 깊다. 정우성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ENA) 이야기다. 16부작 주인공이 청각장애인이라는 게 부담스러웠는지 이 작품은 13년 동안 묵혀 있었다. 주인공의 말문을 트이게 하자는 어처구니없는 의견도 있었단다. 이 드라마의 대사는 대부분 자막 처리했다. 이제 자막에 전혀 거부감이 없는 미디어 환경이 됐고, 우리 사회의 성숙해진 인식이 한층 유연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자녀 ‘코다(Children Of Deaf Adult)’를 주인공으로 장애인 가족 일상을 보여준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tvN)도 수어 연기가 많았다. 이미 ‘코다’ 실화를 다룬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를 리메이크한 미국 영화 ‘코다’가 연상되는데 이 영화는 주인공 가족 모두를 실제 청각장애인 배우로 캐스팅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tvN)의 발달장애인 정은혜씨가 떠오를 뿐 사례를 찾기 어려운 점은 아쉽다. 한편 장애인고용공단이 제작한 ‘이동식 노무사’라는 웹드라마도 흥미롭다. 인기 배우가 나오는 상업적 드라마는 아니지만 매회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차별과 갈등을 해결하는 노무사의 활약 속에서 사이다 반전과 유머, 따뜻한 공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의미 있는 콘텐츠가 아이유 노래 ‘드라마’ 가사처럼 ‘나왔는지조차 끝났는지조차 모르게’ 관심 밖으로 사라져 버린다면 너무 안타까울 것 같다.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듯 빠져드는 게 드라마의 매력인데 장애인이 등장하는 잘 만들어진 콘텐츠라면 이보다 더 좋은 인식 개선 효과는 없을 것이다. 편견 없는 다양한 콘텐츠를 위한 적극적이고 꾸준한 시도와 관심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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