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먹고사니즘’과 책 읽기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10명 가운데 약 6명이 1년간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18일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2022년 9월∼2023년 8월) 성인 가운데 일반 도서를 단 한 권이라도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종합독서율이 43.0%에 그쳤다. 연령별로 나눠 보면 60세 이상 노년층의 종합독서율이 15.7%로 2021년(23.8%) 대비 크게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20대(19∼29세)는 74.5%로 조사 연령 가운데 가장 높은 독서율을 보였지만 역시 같은 기간 3.6%포인트 감소했다. 30대와 40대의 종합독서율은 각각 68.0%, 47.9%였다. 2017년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별 성인 1인당 월간 독서량을 보면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에 이어 독일과 영국 등이 상위에 랭크됐고 우리나라는 0.8권으로 세계 최하위권(166위)으로 나타났다. 이상하다. 한국은 2023년 1인당 국민소득 3만4천635달러로 세계 순위 14위다. 책을 읽지 않는 나라가 경제 선진국이라니 이런 불균형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한국인의 독서 장애요인으로는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24.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먹고살기 너무 바빠 책을 멀리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게임 등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23.4%),‘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11.3%)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국민 독서량이 줄어든 이유는 유튜브 같은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의 등장을 꼽을 수 있다. 또 다른 원인은 개인 경쟁 체제의 심화다. 극한 경쟁으로 인해 개인적 여유가 없어지고, 필수 노동이나 공부 등을 제외한 독서 활동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이 부족해진 것이다. 21세기를 정보화 사회,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21세기에는 창의력 있는 인간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회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니 주어진 일만 해서는 금방 도태될 것이며, 그에 따라 자신이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설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게 이런 주장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런데 창의력 넘치는 인재를 강조하면서 우리는 여전히 낡고 답답한 사람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창의적인 인재의 탄생은 특정한 지식과 재주를 주입한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창의적인 인간을 만들어 내려면 가족, 학교, 회사, 국가 등에 개성과 창의력이 생겨나고 발전될 수 있는 정신세계의 밑바탕이 형성돼야 한다.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토론하면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을 길러주도록 해야 한다. 한국인의 독서량 감소는 사회의 원활한 지식 생산과 유통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생각 없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사회적 환경이 갈수록 조악해지고 있는 이유는 생각 없는 사람들이 많은 것과 긴밀히 관련돼 있다. 먹고사니즘을 핑계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한국인에게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성숙한 사회를 떠나 한국 경제가 지속 성장할 수 있을까? 이 세상의 모든 책은 야만과 싸워 이룬 문명의 기념비라는 발터 벤야민의 말을 되새겨 본다.

[천자춘추] 부동산 직거래의 위험성

최근 이사철을 맞아 중개보수를 아끼고자 특정 앱을 이용한 부동산 직거래가 생겨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물론 그중 대다수가 전월세에 국한된 것이겠으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시점에 부동산 직거래가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 첫째, 임차인 관점에서 거래 가격 협의 시 현재와 같은 전셋값 급등 시기에 중간에서 가격 조정을 해 줄 중개사가 없다면 임대인이 요구하는 가격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둘째, 임대인이 먼저 집의 하자를 고지해 주지 않으면 발견이 어렵고 또 계약서 작성 이후 하자를 추가 발견하더라도 임대인이 보수를 해주지 않을 때 낭패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계약 시나 계약서 작성 이후 등기부등본 등 공부상에 나타나 있지 않은 숨은 제한물권이나 선순위 임차인을 임대인이 숨기고 고지해 주지 않으면 임차인으로서는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재산상 피해를 보거나 법적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넷째,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계약상 또는 계약 이행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가지 않아도 될 분쟁조정위원회나 법정 소송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불순한 목적을 가진 범죄자가 임차인으로 가장해 직거래 광고로 내놓은 집을 보기 위해 직접 방문하는 경우 기존 임차인은 적절히 대처할 방법이 없어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 여섯째, 월세를 계약해 살게 된 지 얼마 안 된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서에 적혀 있는 임대인 인적 사항을 위조해 집주인 행세를 하면서 집을 매도하고 계약기간을 길게 해 계약금과 중도금도 높게 받고 잔금일 전에 도주하는 실제 사례도 있었다. 임대인을 잘 알고 있는 공인중개사가 개입돼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아쉬운 사건이다. 부동산 직거래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공인중개사와 같은 자격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이유 중에는 이같이 불미스러운 사례들을 미연에 방지코자 하는 목적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피해 규모는 의미가 없다. 어떤 사람에게는 단돈 100만원도 그의 전 재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천자춘추] 위암 검진

최근 몇 달 사이 체중이 감소하고 속이 더부룩하며 입맛이 없어 식사를 잘 하지 못하는 69세 남성이다. 상복부 초음파 검사를 하던 중 십이지장과 연결되는 위장의 마지막 부위인 유문동 벽이 현저히 비후해 곧바로 위내시경 검사 및 조직검사 결과 위암으로 진단됐다. 초기 위암의 80%는 무증상이며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암이 좀 더 진행되면 식욕부진, 체중 감소, 상복부 불쾌감, 소화불량, 팽만감, 위장관 출혈, 유문부 폐색에 따른 구토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며 드물게 명치 부분에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 위암 발생률은 1980년도에 비해 조금 감소했지만 최근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50대 62명, 60대 125명, 70대 194명으로 여전히 발병률이 높다. 국민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위암 환자 4명 중 1명은 75세 이상이며 위암은 다른 암에 비해 나이 들어갈수록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위암 발병률은 남자는 15%로 1위, 여자는 7.5%로 남자가 여자보다 두 배가량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 위암의 원인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돼 있거나 지속적인 만성위염 또는 위궤양을 자주 앓은 사람,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사람, 가족력에서 발병률이 높다. 위암의 검사 방법 다음과 같다. 첫째, 위장조영술은 황산바륨을 먹고 엑스레이를 촬영하는 방법이다. 위암의 모양, 크기 및 위치를 평가할 수 있어 수술 시 절제 범위를 결정하는 데 유용한 검사법이지만 진단 정확도가 낮아 조기 위암을 찾기 어렵다. 공복 상태로 마취 없이 검사를 받을 수 있으며 비교적 젊은층에서 선호하는 검사법으로 고령 또는 내시경 검사가 불편한 분들에게 추천된다. 하지만 용종 또는 암이 발견되면 추가로 내시경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둘째, 위내시경은 전신마취 상태에서 수면으로 시행하거나 국소마취 후 시행하는 검사법이다. 위암 검사 중 가장 정확한 진단 방법으로 종양의 모양과 크기, 위치를 평가하고 의심스러운 종양은 내시경 검사 중 조직검사를 바로 시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검사 시간은 5~10분으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이뤄진다. 셋째, 컴퓨터단층촬영(CT)은 암이 주변 장기를 침범했는지, 림프절 혹은 다른 장기로 전이됐는지를 평가한다. 위암이 간, 복막 등에 원격 전이가 됐는지 파악하고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검사법이다. 위암의 검사 시작 연령은 만 40세 이상 부터다. 국가검진 대상자는 출생연도가 짝수 또는 홀수일 때 검사를 하므로 2년에 한 번씩 위장 검사를 할 수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돼 있거나 지속적인 만성 위염 또는 위궤양을 자주 앓은 사람, 불규칙한 식습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40대 이전부터 검사를 1년마다 받아볼 필요가 있다. 초기 위암의 5년 생존율이 96~98%로 매우 예후가 좋다. 따라서 위암을 예방하기 위해 내시경 검사 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유무를 먼저 확인하다. 만약 감염됐다면 치료를 받고 40대 이후는 최소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조기에 위암을 발견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천자춘추] 양평고속도로와 6번 국도 정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6번 국도 정체를 검색하면 ‘서울~양평 구간에서 경강로 서울~양평 구간은 고속화되면 30분이면 갈수 있으나 교통량이 매우 많아 도로 특성상 365일 정체지역이고 20년이 흐른 지금도 매우 심각하다. 오전에는 삼패사거리부터 신원역 혹은 국수역까지 약 20㎞에 걸쳐 정체가 이어지고 오후에는 그 반대 방향으로 정체가 극심하다’고 적고 있다. 이러한 6번 국도 정체를 해소하고자 2008년 한신공영 등 6개 민자사업자들은 경기도에 고속도로 건설을 제안하면서 예비타당성검토를 통과할 수 있는 노선을 채택해 우선 통과한 다음 실시 설계 단계에서 현재 양평고속도로 변경 안으로 전환해 당시 D그룹에서 민자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안을 전제로 추진했다고 한다. 지지부진하던 하남~양평 고속도로는 문재인 정부가 ‘고속도로 공공성 강화’ 선거공약에 따라 2017년 1월 국토부 고속도로 5개년계획에 포함됐던 것이다. 하남~양평 고속도로가 민자사업에서 국가재정사업으로 전환돼 전임 군수의 치적으로 인정되는 2019년 3월 제 1회 예비타당성검토를 통과한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고속도로 건설 목표는 6번 국도 정체 해소에 있었다. 현재 양평고속도로 양평군 예비타당성검토 보고서도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와 국도6호선의 교통 정체 완화, 국가간선도로망 동서축(인천~강원~원주)지선으로 경기 동남권 간선도로망 확보, 서울시와 양평군의 지역 간 접근성 향상 등 세 가지다. 이렇듯 양평고속도로는 6번 국도 정체 해소가 최대의 목표인 것이다.당초 양평 고속도로를 추진할 때 배경이 된 6번 국도 정체 해소는 지금 정쟁놀이와는 별개의 사안이다. 하남~양평 고속도로는 당초 추진될 때 시점은 서울 오금동과 양평지역이었으나 하남 감일동으로 변경된 것이다. 고속도로 노선이 바뀌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국토부 발표에 의하면 국가재정법 제38조, 동법 시행령 제13조를 근거로 2018년 4월17일 제정된 예비타당성운용지침에 의해 예타제도가 도입된 이후 신설된 고속도로 사업 24개 중 14개, 즉 반이 넘는 고속도로가 시점과 종점 위치가 바뀌었다. 이렇듯 양평고속도로는 처음 추진할 당시부터 지금까지 양평의 목표는 6번 국도 정체 해소에 있었던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원안이 유지될 경우 6번 국도 정체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강하IC에서 원안 쪽으로 가자는 안 또한 원안에 강하IC는 없었다. 그 안은 강하IC를 지나 고속도로를 이용해 정체가 심한 6번 국도 방향으로 빠르게 진입하자는 발상과 같다. 왜냐하면 상습 정체지역인 신원역, 국수역을 향하게 되기 때문이다. 6번 국도 정체 해소를 위해 출발한 고속도로가 종점 변경을 통해 정체 지역을 벗어나는 일은 양평지역이 항상 바라고 원하던 일이다. 이제 총선이 끝난 지금 새롭게 양평의 민의가 반영되기를 기대해본다.

[천자춘추] “경기도박물관이 어디 있어요”

경기도박물관의 지난해 관람객은 11만9천923명이다. 경기도 인구 1천400여만명의 1%도 안 된다. 서울 인구 1천여만명까지 포함한 수도권 인구로 보면 그 비중은 0.5%정도다. “경기도박물관장입니다”라고 필자를 소개하면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십중팔구 “거기가 어디냐”는 질문이 제일 먼저 돌아오는 것이 이제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 지방자치의 꽃인 문화자치와는 정반대의 행보이고 사회복지의 완성인 문화복지와도 거리가 멀다. 이 지점에서는 사실상 경기 문화가 죽었다고도 할 수 있다. 관객의 성격을 따져봐도 하루 300여명 중 학생단체가 대부분이고 청장년이나 노년층 중심의 일반관객은 드물다. 평생학교나 놀이터로서, 문화복지로 인구절벽과 초고령사회 문제는 물론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를 달리는 자살률을 급감시켜야 할 최후의 보루로서 박물관의 존재이유가 무색하다. 통계수치로만 보면 경기도민은 경기도박물관의 혜택을 안 받기도 하고, 또 못 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이 어느 때인가. 1인당 국민소득 3만5천달러의 세계 10대 경제강국이 우리나라다. 문제는 선진국이 돈만으로 안 된다는 사실이다. 문화와 양 날개로 날 때만이 가능하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유일무이한 도립박물관을 보유한, 그것도 유일하게 국립박물관이 없는 경기도로서 1% 아래의 관객수치는 어떤 이유로도 납득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은 보란듯이 관객이 400만명을 넘어섬으로써 세계 6대 박물관에 등극했다. 경기도박물관은 어느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일차적으로 스스로 대변혁을 감행해 스스로 기회를 창출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개관 30년을 앞두고 당도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기계시대 관객의 입장에서 유물의 성격을 재설정하는 길밖에 없다. 일면적이어서 ‘지루한’ 기존 유물의 진열 방식과 관점에서 탈피해 영상만이 아니라 실물X영상으로, 그것도 시공을 초월해 다면적인 유물 본래의 모습을 생생활활한 생명체로 다시 발명해내는 길이다. 그래서 관객들이 유물과 하나 돼 물아일체(物我一體)로 놀게 하는 것이다. 결국 과거 유물이 지금 나이고, 나의 미래임을 자각하고, 나의 마음이 궁극적으로 탈바꿈하는 자리가 경기도박물관도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태초에 돌은 돌이었고, 사람은 사람이었지만 인간이 돌을 깨면서 문명은 시작됐다. ‘한탄강주먹돌도끼’가 바로 그 증거다. 그러고 보면 지금의 ‘AI’는 ‘한탄강주먹돌도끼’의 아들의 아들이다. 여기서는 서로가 바로 직통하면서 구석기인이나 기계시대 사람이 인지적으로 다르지 않음까지도 확인한다. 박물관 유물이 그냥 죽은 고물이 아니고 우리의 오늘과 생생하게 호흡하면서 내일까지 제시한다. 이런 맥락에서 ‘한탄강주먹돌도끼’와 이우환의 돌과 철의 ‘관계항’을 한자리에 놓으면 돌들이 만나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무수한 미래 언어가 발명된다. 요컨대 현재가 역사를 무한 반복으로 되새김질하는 것 자체가 미래인 것이다. 미래는 따로 없다. 그래서 경기도박물관이 박물관을 다시 정의한다. 기계시대 인간이 유물에게 생명의 길을 묻는 자리로.

[천자춘추] 인문학 이대로 괜찮을까?

서울의 대학 최초로 덕성여대는 불어불문, 독어독문학과 신입생 모집을 미배정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결국 폐지 수순을 밟는다는 기사인데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 기사를 접하는 마음은 착잡하다. 산업화 이후 우리는 경제 논리로 학문을 대하기 시작했다. 소위 돈이 되는 학문을 해야 한다는 사고가 일찌감치 자리 잡으며 이공계가 뜨고 인문계는 점점 인기가 시들고 있었다. 대학에서 철학과의 폐지가 인문학 붕괴의 첫 신호였지만 무엇보다 ‘부자 되세요’라는 공익광고성 목소리까지 더해지면서 철학이 돈벌이가 되겠냐는 자조 섞인 한숨만 들려 왔을 뿐이었다. 인성을 중요 덕목으로 생각한 옛 교육을 생각하면 인문학은 더욱 필요하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인문학 열풍에 각 동사무소나 대학의 사회교육원,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강의가 개설되곤 했지만 인식의 전환엔 미치지 못하고 퇴임 중장년층의 시간 보내기용으로 소비되는 정도였다. 권력 상층부에 위치할 정치학과나 법학, 행정학, 경영학 쪽은 아직 수요가 많다. 하지만 국문학과 문예창작학을 통합해 스토리텔링학과로 축소하고 문학, 역사학, 인류학 등의 학문은 필요성이나 흥미를 느끼지 않으면 피하거나 돌아가는 형국이 됐다. 자연의 순환을 설명하고 인간의 이해와 서로를 연결하는 학문이 인문학 아닐까? 인문학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다. 읽고 쓰고 언어로 소통하는 생명체는 우주 공간에 인간이라는 종밖에 없다. 인류로 분류해 마땅히 인간이 우주의 중심임을 천명한다. 세상을 설명하는 것은 이공계 학문보다 인문학이 제격이다. 인문학은 맥락을 파악하고 서로의 눈빛을 이해해야 할 소통의 도구이며 갈등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공동체 안에서 땀 냄새 맡으며 간격을 좁히는 것과 인류가 거쳐온 문명과 관습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맥락을 알아야 할 필요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특히 한 가정 0.5자녀의 인구절벽을 향해 가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제도권의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학문은 인류 발전에 필요하고 각 분야의 고유한 역할이 있기에 균형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인간의 상상력과 동떨어진 학문으로 인류 문명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

[천자춘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시행을 맞아

지난해 12월26일 제정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올해 4월27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특별법은 노후계획도시의 도시기능 강화, 쾌적한 주거환경 확보, 미래도시 전환을 위해 다양한 혜택을 부여해 통합정비를 유도하는 법이다. 노후계획도시는 주택 공급 등을 목적으로 관련 법령에 따라 계획적으로 조성된 후 20년 이상 경과하고 면적이 100만㎡ 이상인 지역 등이 대상이 된다. 1990년대 본격 조성된 경기도내 1기 신도시가 주요 대상으로 법 시행에 따른 기대와 함께 사업 추진에 대한 움직임이 매우 활발하다. 1기 신도시는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 200만가구 건설이라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의 주택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그 일환으로 지은 신도시다.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1기 신도시에서 건설된 물량은 약 30만가구였으며 나머지 170만여가구는 인천 연수, 대전 둔산, 부산 해운대 등 지방 거점 신도시 및 전국 각지의 택지지구사업 등을 통해 추진됐다. 1기 신도시 조성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는 소위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리는 주거환경으로 정착됐다. 과거 주택 공급 중심의 베드타운으로 조성된 신도시는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도시 차원의 공간 재구조화가 필요하지만 개별 아파트 단지를 기본단위로 하는 기존 재건축 사업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특별법은 여러 개의 단지를 묶어 특별정비구역을 지정하고 각종 특례를 부여해 구역 내 통합 재건축 등 통합 정비를 유도하고 있다. 정부는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신도시별 전체 정비 물량의 5~10%를 선도지구로 지정하고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90년대 신도시로 불리며 우리나라의 새로운 주거문화를 제공했던 도시공간이 시간이 흘러 이번 특별법을 통해 노후계획도시로 정의되고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시대적 필요성에 따라 단기간에 조성된 신도시지만 재정비마저 단기간 내 속전속결로 추진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의 4차 산업혁명, 인구사회구조, 기후변화에 대응해 노후계획도시가 지속가능한 도시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지혜를 모으고 신중한 첫발을 내딛기를 기대한다.

[천자춘추] 시민 중심 ‘문화예술 도시’ 탄생

도시가 팽창할수록 문화·예술·여가 활동에 대한 시민 욕구도 함께 커지게 마련이다. 국민의 문화 욕구가 커질수록 정부나 지방정부가 문화예술 정책에 기울이는 관심도 커져야 하는 게 상식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문화예술 활동을 생산활동보다 일회성 소비활동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예술은 특정한 사람만이 즐기는 문화생활이 아니다. 문화예술은 모든 사람이 자기 완성을 위해 향유하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예술 활동을 펼치는 예술가와 그것을 즐기는 관객은 별개로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시민은 그 자신이 관객이고 예술가다. 한 지역의 문화예술 활동은 전문 예술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즐기고 만들어가는 참여와 협동의 산물이라는 말이다. 이 점이 지방정부가 예산 일부를 문화비로 책정하고 국민의 문화예술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즉, 국민의 문화예술 여가 활동 지원은 국가나 지방정부가 책임지는 중요한 복지정책 중 하나다. 많은 지방정부가 인적·물적 문화 자원과 공연 전시 프로그램을 지역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 이미 ‘문화가 밥이 되는 도시’ 성공 사례는 무수히 많다. 지역사회에서 이를 실현하는 대표적인 문화예술 단체가 문화원이다. 우리나라도 ‘문화예술진흥법’이 발효되고 정부의 문화예술단체 지원책임과 의무가 규정된 지 오래다. 문화원도 지방문화원진흥법과 지원 조례를 통해 지역문화 개발, 연구, 교육 사업을 벌여 온 지 57년이 됐다. 그러나 문화원과 예총은 비영리 법인단체로 운영되기 때문에 보조금 지원 없이는 자생력을 가질 수 없다. 이 부분이 문화예술단체가 항상 국가와 지방정부로부터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받는 이유다. 1950년대 캐나다 독립예술기구 설립을 추진했던 당시 루이스 로랭 총리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국가의 문화예술 발전을 지원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지방정부 역시 지역 문화 예술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그들이 독창적인 지역 문화를 창조할 수 있도록 ‘지역 문화예술인 육성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절대로 문화예술인들을 관료 사회가 통제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어떤 형태로든 예술 활동을 제한하거나 그들의 자유를 훼손하려고 시도해서는 안 된다. 결과적으로 공공재원을 지원받는 문화예술기관은 정부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창의적 재량을 줘야 한다.” 문화예술 도시의 탄생은 이런 확고한 신념의 산물이다.

[천자춘추] 가족을 위한 생태 보전 활동

5월이 다가오면 우리는 가족을 더 많이 생각한다. 우리가 가족 범위를 친족(親族) 관계 외에도 좋아하고 사랑하며 살아있는 생명체로 한다면 필자는 반려동물은 물론이고 야생 동식물도 포함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가족의 범위를 넓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생태 보전 관련 업무와 환경 협력 네트워크 활동에 참여하면서 과거에 비해 생태, 환경 그리고 이동하는 철새에 관해 관심을 더 가지게 돼서다. 넓은 범위의 가족과 함께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세계 철새의 날’을 독자들과 축하하고 기념하는 인식증진 활동을 하는 건 어떨까 한다. 매년 5월과 10월 둘째 주 토요일은 세계 철새의 날로 이동성 물새와 서식지를 보전하고 관련 인식 증진을 위해 지정된 날이다. 올해는 5월11일로 주제는 ‘곤충’이다. 서식지 환경 변화와 화학 살충제, 기후변화는 곤충 종과 개체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철새의 먹이원 중 하나인 곤충 개체 감소는 철새에게도 위협이 된다. 올해는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 철새의 먹이원인 곤충을 보호하고 그들의 서식지를 보전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곤충을 강조한 것으로 생각된다. 철새 이동경로상 전체 개체수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종에는 관심을 가지고 보전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하는데 우리는 어떤 생태 보전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도요새·물떼새가 이동하고 월동하기 위해 이용하는 갯벌을, 학으로도 알려진 두루미와 기러기류를 위해서는 농경지를, 철새의 먹잇감인 곤충이 사는 생태계를 보전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2021년 발표된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갯벌 생태계가 제공하는 기후조절, 탄소흡수, 휴양 기능 등의 생태계 서비스 가치가 연간 17조원으로 갯벌 생태계를 잘 보전한다면 넓은 범위에서의 우리 가족이 얻는 혜택은 더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생태계가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크고 다양하며 이러한 혜택을 현 세대와 미래 세대가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생태계 보전과 훼손된 생태계 복원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 우리가 생태계를 이용할 때는 자연 기반 관찰과 활동, 자연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천자춘추] SSG랜더스, 새로운 모습을 그리며

며칠 전 인천SSG랜더스필드 경기장을 찾았다. 평일 저녁임에도 관람객이 적지 않았다. 그만큼 사용하는 일회용품도 많았다. 피자, 치킨, 분식, 카페 등 식음료매장은 온통 일회용기에 음식을 제공하고 있었다. 바비큐존에는 일회용 접시와 젓가락이 버젓이 사용되고 있었다. 경기 중간중간 전광판에는 수많은 광고가 나왔지만 아쉽게도 분리배출에 대한 안내방송은 한 차례도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분리배출함은 관람객들이 버린 쓰레기로 넘쳐났다. 환경부의 제5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에 따르면 전국 체육시설에서 발생한 폐기물 중 약 36%가 야구장에서 발생한다. 녹색연합은 야구장 쓰레기에 주목했다. 지난해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홈구장 총 아홉 곳의 조사를 통해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이후 각 구단에 일회용품 사용 금지 및 다회용기 도입 등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올해 초 녹색연합이 보낸 질의서에 SSG랜더스 구단에서는 쓰레기 분리배출함 추가 배치, 분리배출 캠페인 등을 실시하겠다고 답변했다. 일회용기 발생 저감을 위해 식음료매장의 다회용기 도입이 필요하다. 일부 야구장 내 식음료매장은 다회용기를 도입, 확대하고 있다. 실제 지난 2년간 잠실야구장에서 다회용기 시범사업으로 줄인 일회용 쓰레기는 22만7천518개에 달하고 작년 수원KT위즈파크에서도 일회용 쓰레기 13만4천506개를 저감했다. 인천시는 다회용기 지원, 회수 사업을 야구장과 대형 축제로 확산할 계획으로 SSG랜더스 측에도 다회용기 시범사업을 제안한 상황이다. 경기가 끝난 뒤 관람객들이 쓰레기들을 한데 모아 봉투째 분별없이 버리기도 했지만 분리배출에 신경 쓰는 관람객들도 있었다. 봉투 안에 든 각종 쓰레기를 꺼내 각 분리배출함에 분류하는 모습, 얼음을 비우기 위해 음식물통을 찾는 모습들을 보며 관람객들은 준비돼 있음을 확인했다. 이제 SSG랜더스가 응답할 차례다. 다회용기에 담긴 음식을 먹으며 SSG랜더스를 응원하는 야구장의 모습을 그려본다.

[천자춘추] 초등돌봄 서비스, 제대로 알고 선택해야

최근 몇 년간 사회보장 분야에서 지속적인 이슈로 나타나는 핵심 단어가 ‘돌봄’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동돌봄과 관련해 양육자들은 과연 아동돌봄 서비스와 아동돌봄 시설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잘 알고 이용할까? 아동과 가족이 학령기에 접어들면서 이용하는 ‘초등돌봄’ 관련 정보를 제공해 상황에 맞는 서비스 선택에 도움을 주는 내용을 소개한다. 학령기 아동 돌봄과 관련해 여러 분류 방식이 있겠지만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실행되는 학교돌봄과 마을돌봄으로 나눠 소개한다. 학교돌봄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초등돌봄교실과 방과후특기적성 프로그램, 그리고 최근 전국 초등학교에 초등돌봄교실을 대체해 실시하는 늘봄학교다. 학교 수업이 종료된 이후 맞벌이 가정 아동을 주요 대상으로 오후돌봄, 방과 후 특기적성 프로그램 이용 후 연계형 돌봄, 저녁돌봄, 방학 중 돌봄교실로 운영하고 있다. 초등돌봄교실의 경우 우선순위를 정한 후 추첨제를 통해 선발된 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었으나 늘봄학교로 대체되면서 학부모들이 신청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마을돌봄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보건복지부에서 실행하는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 여성가족부에서 실행하는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와 아이돌봄서비스다. 각각 지원 대상 연령과 운영 내용에 차이가 있으나 방과 후 아동들의 일상생활 지도와 보호, 교육 및 급식·간식 제공 및 정서 지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다. 이렇듯 다양한 초등돌봄 서비스와 시설이 있지만 이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 제공, 신청 절차와 방법, 내 집 근처 이용 가능한 돌봄시설, 긴급한 상황에서 요청 가능한 서비스 등에 대해 양육자들이 아직까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각자의 상황에 맞춰 돌봄이 필요할 때 언제나 요청하면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안내가 필요하다.

[천자춘추] 생활인구 확대 방법

정부는 지난 15일 인구감소지역을 ‘머무르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인구감소지역 부활 3종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정책의 핵심은 지역 생활인구 확대를 위해 인구감소지역 내에서 4억원 이하 주택을 ‘세컨드홈’으로 추가 취득하는 경우 1가구 1주택자로 인정해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는 지방소멸의 새로운 대책으로 정주인구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과 생활권을 공유하는 ‘생활인구 확대’라는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을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하는 정서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인구감소로 쇠퇴하는 지역에 세제 혜택만으로 세컨드홈 구입이 활성화될 수 있을까? 그동안 귀농귀촌의 과정에서 생활방식과 문화적 차이로 원주민과 귀농귀촌인 간의 심각한 갈등 문제가 발생해 민형사 소송으로까지 번지는 등의 일들을 생각해 본다면 연고가 없는 지역에의 생활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자연경관이 우수하거나 접근성이 양호한 대도시 주변에 위치한 일부 지역은 예외일 수 있으나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 휴양이나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세컨드홈을 구입하려는 수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생활인구 확대를 통해 지방소멸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세컨드홈 구입 장려 같은 하드웨어적 정책과 더불어 해당 지역과의 관계창출 가능성 제고를 통한 생활인구 확대 같은 소프트웨어적 접근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역에 애정을 갖고 있는 출향민, 과거 해당 지역에 근무하거나 체류한 경험이 있어 지역과 관계를 창출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생활인구 창출 사업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강원, 제주, 전남, 전북에서 시행하고 있는 출향도민증제도다. 또 방문객이 최대한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지역마다 차별화된 체험프로그램 등의 운영이 필요하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 달 살기 프로젝트나 단기 농어촌유학, 디지털관광주민증을 발급해 지역 방문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체류 기간을 늘리게 하는 방안이다. 워케이션 참가자들에게 참가 비용 일부를 지원하거나 일자리를 연계해 워케이션 기간을 확대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대표적으로 지방교부세 산정 시 주민등록인구뿐 아니라 생활인구 반영을 검토할 수 있다. 주민등록인구가 줄어도 생활인구가 증가하면 지역의 미술관, 도서관, 화장실 등 공공재의 사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생활인구 확대를 위해 안정적으로 머물 주거공간도 확보돼야겠지만 무엇보다도 지역 체류 인구의 관계창출 가능성을 높이고 지역에 대한 호감도 및 만족도를 제고해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차별화된 프로그램 운영과 재정 지원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군주민수(君舟民水)

총선이 끝났다. 승자는 환호를, 패자는 탄식을 던지는 순간이 교차했다. 총선 판세를 두고 다양한 분석과 설왕설래가 이어졌고 마침내 야당이 압도적인 차로 승리했다. 국민은 윤석열 정권에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무엇보다 경기도에서의 승리가 눈부셨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체 의석 60석 중 53석을 얻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이 일찌감치 총선전략기획단을 구성해 준비한 것이 작은 도움이라도 된 것 같아 기쁘다. 도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세 곳 모두 승리했다. 초유의 여야 동수 구도가 깨지고 더불어민주당이 경기도의회 제1당이 됐다. 고무적인 것은 여당의 노골적인 선거운동이었던 서울 편입론이 유권자들의 심판을 제대로 받았다는 사실이다. 서울 편입 대상으로 거론됐던 김포, 광명, 부천, 구리, 과천, 하남, 성남에서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했다. 시민들은 부동산 욕망보다 민주주의와 경기도민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번 선거에서 분출된 국민의 요구는 명확하다. 나날이 심화하고 있는 민생을 살리라는 거센 요구였다. 야당 무시, 독단, 독선, 교만한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고 국민의 자존심에 큰 생채기를 입힌 굴종, 비굴한 외교에 대한 거부였다. 전국 최대 광역의회 교섭단체 대표로서 이번 선거 결과는 기쁨도 크지만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 군주민수(君舟民水), 즉 민심은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우기도 하고 배를 뒤집기도 한다. 이제 2년 뒤면 지방선거다. 방심하고 자만하면 윤석열 정부의 모습이 우리 당에 찾아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당장 눈앞에 놓인 후반기 원 구성 및 대표단 구성을 잘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어깨가 무겁다. 백가쟁명의 치열한 논쟁은 필요하지만 여야 모두 큰 틀에서 타협하고 양보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봄이다. 사방에 온갖 꽃들이 화사함을 자랑하고 있다. 따뜻한 춘풍과 꽃 내음에 취해 무더운 여름과 혹독한 겨울이 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은 없다. 민심의 바다에서 난파되지 않고 노를 힘껏 저어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지혜를 모으고 힘을 써야 할 때다.

[천자춘추] 삼국시대로 회귀한 대한민국

22대 총선이 마무리됐다. 이번 선거는 정책 대결보다는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저질 정치의 전형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뉴스에서는 날마다 상대방의 약점을 부각하며 서로를 비난하는 모습이 그대로 노출됐다. 한쪽에서는 ‘범죄자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불통 정치를 끝내자’며 욕설이 난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국민은 ‘범죄자’와 ‘불통 정치’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았고 결과는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며 끝이 났다. 정치는 본래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해 희망을 품게 하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하고 국민의 평가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는 ‘낙후된 정치’ 모습을 보였다. 경제가 침체해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희망을 제공하는 것이 바른 정치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비전의 부재’로 인해 결국 ‘지역 이기주의’의 극단을 보여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마치 백제, 신라, 고구려 시대로 회귀한 듯하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들린다. 22대 국회의원의 의석수는 총 300석이다. 이 중 지역구 의원은 254명, 비례대표는 46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의석수가 실제 업무와 비교해 과도하다는 의견이 있다. 전국의 시·군 수는 168개다. 시·군 대표 1명과 인구 10만명 미만의 지방자치단체를 통합해 100곳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특별권한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국회의원은 상임위원회 위원장 등 특별한 보직을 맡지 않는 한 차관급 예우를 받으며 최고위원의 경우 대기업 총수나 회장과 동등한 지위를 가진다. 국회의장은 국가 서열에서 2위, 국회부의장은 8위에 해당하는 예우를 받는다. 발언·표결의 자유와 불체포특권 및 상당한 세비(歲費)와 기타 편익을 받을 권리 등을 모두 내려놓고 국회의원을 봉사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21대 국회 당시 상정된 국정과제 법안 중 상당수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시급한 법안’의 처리가 늦어져 한숨만 내 쉬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계류 중인 법안 중 시급한 ‘민생에 관련된 법안’은 밤을 새워서라도 시급히 처리야 속 타는 성난 민심을 달래 줄 수 있을 것이다.

[천자춘추] 봄을 보내는 마음

절기에 맞춰 생활할 때 곡우(穀雨)는 봄의 마지막이지만 농사를 시작하는 희망의 절기였다. 우리는 얼마전 22대 총선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준비했다. 언제부터인지 생활환경은 풍족한 소비와 인간중심적 경제활동보다 ‘공존(coexistence)과 회복(resilience)’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치·사회적 현실은 정의를 빙자한 ‘왜곡된 심판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유엔이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발표한 이후 국제사회는 느슨한 형태이지만 당사국총회(COP)를 통한 다양한 시도를 전개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들은 탄소중립 선언과 더불어 자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보이지 않는 장벽 쌓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 경제는 ‘RE100’, ‘기후(환경)정보 공시(CDP)’, ‘ESG’, ‘VCM’(자발적 탄소시장) 등 수많은 민간 주도 이니셔터브를 통해 탈탄소 패러다임하에서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우리는 60여년간 양질의 노동력과 값싼 쌀값, 그리고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에 기반한 양적 팽창의 관성에 빠진 채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떠냐’는 식의 우물안 개구리가 굴 파는 소리를 서슴없이 내뱉고 있다. 공자는 시경(詩經)에서 ‘철피상토(徹彼桑土), 綢繆牖戶(주무유호)’라는 구절을 통해 “뽕나무 껍질을 벗겨 둥지를 보수해 장마철을 대비하면 무시하는 자들이 없을 것이고, 그런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면 누구도 업신여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선거를 통해 정부를 감시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지역의 일꾼을 선택했다. 진정한 일꾼은 ‘심판과 정파의 선택’보다 ‘변화와 혁신의 징후’를 통해 인정받아야 한다. 비록 22대 총선이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했지만 정치적 척결과 심판에만 몰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새로운 선거가 있기 전까지 2~3년의 기간은 기후위기에 대처하고 탄소중립의 길로 전환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경험해보지 않은 탈탄소의 미래는 두려움과 우려를 낳고 있다. 중앙정부와 17개 광역지자체, 226개 기초지자체는 지난해부터 탄소중립을 위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자연환경이 다르고 생활방식이 다르지만 하나 같은 226개의 실행계획이 만들어지고 있다. 계획이 지역의 수용성보다 상급 정부의 지침과 가이드라인에 충실하게 되면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즉, 구체적인 행동과 동기 부여가 마련되지 않은 계획은 무의미하다. 탈탄소 사회 전환에 있어 공공의 역할은 상급 정부의 시책을 전달하고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보다 스스로 실천함으로써 지역사회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천자춘추] 신인류의 사랑법

우리 삶의 양태 중 가장 무비판적으로 수용체화된 문화가 있다면 그건 아마 일부일처제일 것이다. 포유류 중에서도 영장류의 사회적 일부일처제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인용하면 현재 인류의 본성과 심리 속에는 수렵 채집 생활의 잔재들이 장기간의 진화 과정에서 뿌리 깊게 스며 있다. 이렇게 내재된 습성과 특질이 농경 정착 이후 더욱 발전해 간 종교의식 등과 합성돼 현재의 모습으로 제도화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현대의 최첨단 문명과 맞물려 호모 사피엔스들의 사랑법은 과거 터부시되던 성적 특질을 뛰어넘어 향후에는 다양한 형식의 라이프스타일로 진화하리라 본다. ‘매기스플랜(Maggie’s Plan)’이라는 로맨스 영화가 있다. 아이는 갖고 싶어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을 시도하면서도 결혼 생활 자체는 원치 않는 감성파 뉴요커 ‘매기’의 연애 스토리를 그린 작품이다. 미래에는 우리가 자연스레 맞이하게 될 우주시대의 ‘로미오와 줄리엣’일지 모른다. 소설가를 꿈꾸는 철없는 대학교수 ‘존’를 만나 우연히 사랑에 빠져 동거하며 귀여운 딸도 낳고 가정도 꾸민다. 하지만 이들의 불 같은 사랑은 ‘존’의 변해 가는 모습에 ‘매기’가 실망하며 결국 운명적 사랑을 믿기보다는 행복한 관계를 선택하는 인간 이성의 로직이 작동하며 가정은 해체된다. 요즘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적 관심을 끌 정도로 비상이다. 지난해 4분기의 합계 출산율이 0.65명으로 역대 최저다. 혹자는 전쟁국가인 우크라이나보다 낮고 중세 흑사병이 창궐하던 시대보다 위태롭다고 주장하니 심각성이 피부로 와 닿는다. 출산의 첫 번째 관문인 결혼도 중대 결심을 해야 하는 형국이라면 이제는 새로운 형태의 부부관, 라이프 스타일의 정립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프랑스는 시민연대계약(PACS)이라는 제도를 통해 결혼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차별 없이 아이를 낳아 기르고 부부에 준하는 사회적 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999년 도입돼 출산율 상승에도 도움이 됐다고 하며 동성 커플이나 비혼 부모도 가족을 이뤄 사회 구성체의 일원으로 손색없이 살아간다. 우리나라도 결혼을 선택하는 시기를 늦추거나 결혼 자체를 하지 않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평균 초혼 연령도 2022년 기준 남자 33.7세, 여자 31.2세로 높아졌다. 미래에는 가족이라는 집단 형식을 자유로이 선택하는 세상으로 변모할 것이다. 일부일처제를 포함한 결혼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과 성 역할이 바뀌고 공동의 육아 시스템도 불가피하게 도입될 것이다. ‘혈연 중심’에서 ‘관계 중심’의 가족 형성이 지배적이 되고 원활한 자녀 입양과 이민자 귀화 포용, 미혼모 권리 신장, 공공주택 개념의 확산 같은 사회적 이슈도 중요 어젠다가 될 것이다. 요즘 가부장적 유교문화에서 스스로 탈피하는 MZ세대 사이에서 소위 자상하고 가정적인 남자를 의미하는 ‘없던 남편’, ‘없던 아빠’가 등장하며 새롭고 미래지향적인 가족 가치관이 확산하고 있는 것 같다.

[천자춘추] 평생학습도시 지원 체계 마련해야

‘광명시민 평생학습지원금’이란 소득에 관계없이 50세에 도달한 광명시민에게 생애 1회 30만원의 평생학습이용포인트를 지급하는 것으로 광명시가 지난해 ‘광명시민 평생학습지원금 지급 조례’를 제정해 전국 최초로 시작한 보편적 교육복지제도다. 이는 시민들의 평생학습 참여를 확대하고, 지식 역량 강화를 통해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촉진하는 정책으로 정부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 바우처’ 제도와는 차이가 있다. 평생교육 바우처는 19세 이상 성인 중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기준 중위소득 65% 이하인 가구의 구성원에게 1인당 35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로 소득에 차별을 두고 지원한다. 현행 ‘평생교육법’은 모든 국민이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는 범국가 차원에서 평생에 걸친 체계적인 교육과 직업훈련을 통해 생애경력개발 경로를 구축하고 개발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누구나 평생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 학습비 지원, 고령층·장애인 등의 맞춤형 교육 패키지 개발 등을 통해 비용, 시간 등의 제약 요인을 완화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정부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광역시·도 평생교육진흥원, 시·군·구 평생학습도시·평생학습센터로 이어지는 국가 평생교육 추진체제를 구축하고 운영해 100세 시대 대비 세대별·계층별 맞춤형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평생교육 활성화를 위해 매년 기초지자체의 조직·인력·예산 등 평생학습 기반을 확인해 평생학습도시를 지정하고 있다. 또 평생학습도시로 최초 지정된 이후 4년이 지난 뒤 3년 주기로 재지정해 지속적인 평생학습 발전을 꾀하고 있다. 경기도는 도민의 평생교육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31개 시·군이 정부의 지원을 받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평생학습도시 재지정 및 운영에 대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에 도는 평생학습도시 지원 조례 제정, 평생학습도시 재지정 평가지표 분석, 예산 지원 등을 준비해 100세 시대, 급변하는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도민의 삶의 질 향상에 힘써야 한다. 나아가 평생학습도시와 별도로 지정돼 운영 중인 장애인 평생학습도시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성인 비디오 멸종될까 시위하는 일본

지난 2월 말 도쿄 긴자에서 AV산업(성인 영상물) 종사자들이 시가행진을 벌였다. 다만 시위하는 이유가 우리와는 정반대다. AV산업으로 진입하려는 젊은 친구들이 줄어들까(혹은 AV산업이 위축될까) 우려스럽다는 거다. 알려진 것처럼 일본의 AV산업은 합법이다. AV시장 규모도 연간 4조2천억원에 달하고 ‘성문화의 양성화’를 외치지만 일본 내에서도 관련 범죄 때문에 골치를 앓는 건 마찬가지다. 1970년대부터 포르노 같은 성인 영상물을 강력하게 규제하기 시작했는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민간 협의체 형식의 심의기구를 발족시켰고 이를 계기로 일본의 AV제작자들은 비로소 합법적인 AV제작이 가능해졌다. 이른바 음란물 심의에 안 걸리는 음란물 생산국이 된 것이다. 문제는 그 여파로 발생하는 각종 사회 문제다. 연예인이나 모델을 시켜주겠다며 청소년에게 접근해 AV 출연 강요, 성폭행, 노출 영상물 유포, 부모 협박, 위약금 협박 등 관련 범죄가 줄을 이었다. 한번 빠져든 청소년들은 자력으로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굴레에 갇혔고 이 같은 피해 사례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것이 2022년 6월 시행된 AV출연 피해 방지 구제법(AV신법)이다. 2년간 법안 검토 및 보완 기간을 거치는데 기한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거리로 나온 AV 배우들은 과잉 규제를 외친다. 섹스 워크(성 노동자)는 자신들이 좋아서 선택한 직업이며 AV 업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피해자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AV 신법은 자신들의 직업적 권리와 목소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세운 법안이라는 것이다. 현재 이에 동참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AV 산업의 적정화를 생각하는 모임’을 만들어 그들을 돕고 있다. AV는 말 그대로 성인용 영상물이다. 건강한 성문화와 양성화를 지향한다지만 일본 유학 경험자 입장에서 볼 때 현실적 순기능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의 AV에는 미성년자 출연, 집단강간, 친족간 성폭행, 가학적 성행위, 납치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내용이 대다수고 지금 일본 AV 시장은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져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무작정 축제 반대만 외쳐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성문화 양성화 논리 뒤에는 어마어마한 범죄적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AV를 허용한 국가가 많다는 것도 핑계다. 한국만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고 하루빨리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법이 움직이지 않으면 성인축제는 내년에도 후년에도 합법이 돼 돌아올 것이다.

[천자춘추] 노블레스 오블리주

서양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격언이 있다. 이는 ‘힘 있는 자의 의무’라는 뜻으로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지위와 권력에 걸맞은 ‘사회적 책무’가 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그런 힘을 얻기까지는 사회와 구성원(국민)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최근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벌어지고 있는 집단 이기주의를 볼 때마다 불안한 가슴을 억누를 수 없다. 의사라는 칭호를 얻기까지 개인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얻은 권력(?)으로 본인들의 안위를 위해 국민을 볼모로 삼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의료분쟁은 가진 것이 몸뚱이 하나뿐인 노동자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벌이던 정당한 노동쟁의와는 사뭇 다르다. 자유당 시절부터 있었던 학생운동은 ‘국가와 민족’의 안위를 걱정하는 분명한 대의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의사들의 이번 행동은 하찮은 밥그릇 챙기기, 즉 명분 없는 집단 이기주의적인 행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들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목숨을 구하는 일을 하기 위해 스스로 ‘의사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도 의사의 직분을 버리고 의료현장을 떠난다는 것은 의사 자격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국민은 환자이기 이전에 병원의 가장 큰 고객이다. 정부의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힘 없는 환자를 볼모로 잡아 놓고 협상 대상으로 이용하지 말고 다른 방법으로 정부하고 협상하고 투쟁을 벌여야 한다. 그래야만 정당성을 인정받을 것이다.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집단 행동하는 것은 비겁한 처사다. 그런 사례는 동서고금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사업을 하면서 생계 유지를 하는 사람들은, 고객을 섬기는 일을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여태껏 고객을 업신여긴 업주가 성공한 사례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본인의 의료 기술을 고객의 목숨을 위협하는 데 사용한다면 그것은 비웃음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왜 모른단 말인가. 당장 의사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국민은 우리 가족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 정부와 의사단체 간에 하루빨리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야 할 때다. 부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그런 ‘우둔한 집단’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천자춘추] 올봄, 지역 양조장 여행 어때요

관광산업을 ‘굴뚝 없는 공장’이라 한다.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은 없어도 고용 창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고부가 가치 산업이기 때문이다. 과거 관광 하면 단체로 명소를 방문하는 형태의 관광이 많았다. 최근 이러한 관광 형태도 변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여행 트렌드 몇 개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유명 관광지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로컬 관광으로의 변화다. 여행지가 가진 지명도의 영향력은 줄고 대중적이지 않은 지역 방문이 증가하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여행지에서 먹고, 자고, 취미를 즐기는 ‘새로운 일상 경험’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있다. 두 번째로 농촌, 산촌, 어촌에서 자연과 이색 체험을 동시에 경험하는 농촌여행이다. 이는 지역 체험 활동 및 자연과 환경, 역사와 문화, 생업이나 생활 등을 경험할 수 있는 여행이다. 세 번째로 개인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취미 여행이다. 팬데믹 이후 개인의 즐거움을 위한 여가 활동과 경험의 가치를 중시하게 됐다. 평소에 자신의 취미와 관련된 축제나 이벤트를 방문하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을 즐기는 여행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는 아이템 중 최근 ‘양조장 투어’가 떠오르고 있다. 우리에게는 아직 낯설지만 외국의 양조장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여행상품이다.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등은 오래전부터 양조장을 관광상품화했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프랑스의 유명 와인 양조장을 방문하길 소원한다.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인 부르고뉴와 보르도, 샹파뉴 등을 여행하며 와인을 즐기는 것이 그들에게는 힐링이 된다. 과거 우리나라 양조장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소가 아니었다. 양조장은 술만을 생산하는 곳이었기에 외부인들에게 보여주려는 노력도 그러한 시설도 없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양조장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양조장도 여행상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양조장을 꾸미기 시작했다. 정부에서도 지역의 우수 양조장 중에 관광·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했다. 2013년 5개의 양조장을 시작으로 2023년까지 총 55개 양조장을 선정해 운영 중이다.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생긴 중요한 변화는 양조장이 술 생산만 하는 제조의 공간에서 문화와 관광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 전환을 시킨 것이다. 현재 찾아가는 양조장은 전국에 고루 분포돼 있다. 꼭 찾아가는 양조장이 아니어도 지역에 관광과 연계돼 개별 관광 코스로 운영하는 양조장도 많이 있다. 여행의 많은 목적 중 식도락은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여행지에서 음식을 먹을 때 찾아가는 양조장 술과 함께하는 것을 권한다. 지역 술은 지역 음식과 오랫동안 함께 소비되면서 맛의 조화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양조장이 목적지가 아니어도 여행코스에 있다면 방문하는 것도 추천한다. 술 만드는 모습도 보고, 시음을 통해 마음에 드는 술은 구입해 저녁 식사 때 지역의 음식과 함께 즐기는 것이다. 이번 봄, 새로운 여행 추억을 추가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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