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연못 물 퍼내는 이들의 안면몰수

봄이 오고 있다. 얼었던 대지와 앙상한 가지마다 맑은 싹들이 각박했던 삶에 새 희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사회는 선거철만 되면 점점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도자를 자처하는 많은 이들이 비바람에 쓸려갈 낙화유수가 될지언정 연일 쏟아내는 ‘아무 말 대잔치’가 봄철 벚꽃 터지듯 번져 나가고 있다. 우리의 귀와 눈은 벌써 온갖 감언이설과 험담으로 지쳐 버렸고 이제 혐오와 분노가 돼 심판을 준비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선거는 민의를 대변할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순식간에 얼굴을 바꾸는 변검(變臉)의 경연장이 됐다. 안면몰수가 당연해진 선거판은 세상을 바꾸고,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팔색조 같은 정당을 앞세워 살아남기 위한 이전투구의 난장판이 돼가고 있다. 국가 부도로 비유되는 1998년 IMF 외환위기 시기에 한 살짜리 갓난아이도 손가락의 돌반지를 들고 줄을 섰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군사독재의 상징이라는 구실을 들어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했다. 그린벨트를 허물고 들어선 고층아파트와 건물 그리고 도로는 숨쉬기조차 불편한 교통지옥을 낳았고 그곳에 살던 사람은 삶터에서 쫓겨난 채 고단한 삶을 살아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근 들어 ‘노후계획도시정비지원특별법’을 통해 1기 신도시 평균 188% 수준인 용적률을 최대 750%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비수도권의 경제활력과 토지 이용 효율성을 높인다는 이유를 들어 그린벨트 해제를 20여년 만에 다시 선언했다. 연이어 마치 지역균형을 맞추기라도 하듯 주민 재산권 보장 차원에서 여의도 117배 규모의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해제했다. 농사지을 저수지마저 퍼내 고기 잡듯 눈앞의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갈택이어(竭澤而漁)의 파렴치한 행위들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 공자는 제자 자공과의 대화에서 첫째 마음이 음흉한 자(心逆而險), 둘째 행동이 거칠고 고집센 자(行僻而堅), 셋째 진실되지 못하고 말만 꾸미는 자(言僞而辯), 넷째 옳지 않은 것만 잘 알고 있는 자(記醜而博), 다섯째 비리를 따르면서 혜택이라고 하는 자(順非而澤)들은 간웅이 돼 당을 만들고 사회를 어지럽히기 때문에 옳은 지도자는 그중 하나라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탄소중립과 기후위기는 우리를 변화의 중심으로 거세게 밀어넣고 있다. 이제 세상살이는 땅을 파고, 나무를 잘라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을 보고, 바람을 느끼고, 숨을 쉴 수 있어야 한다. 적자생존이 아니라 공존공영을 위한 나눔과 배려의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세상의 모든 정보와 지식은 몇몇 명망가들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모략가와 선동가들에 의해 세상이 바뀌던 시대는 기억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옛이야기가 됐다.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선거라고 하지만 선거에 나서는 자들 가운데 국가의 미래와 지역을 대변할 수 있는 자들은 아직도 드물어 보인다. 풀이 바람을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풀을 눕히지만 그들은 아직도 구태의연하지만 한결같은 방식으로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천자춘추] 존엄한 죽음을 위하여

지난달 말 백수(白壽)를 일기로 할머니께서 소천하셨다. 고관절 골절로 걸으실 수 없게 된 이후 평소 가시고자 하던 요양원에서 1년 남짓 지내시다가 올 초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으셨다. 급격한 황달과 염증을 치료하고 다시 요양원으로 가셨지만 몇 주 지나지 않아 말기케어가 필요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불필요한 의료적 개입을 피하고 평화롭기를 바라던 할머니의 마지막 몇 주간을 확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할머니께서 집처럼 여기시던 요양원에서는 통증 완화와 같은 의료 처치가 불가능했다. 여러 호스피스에 입원을 문의했지만 대기자가 너무 많았다. 급히 찾아 옮긴 요양병원은 돈이 되지 않는 환자인 할머니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어수선한 입원실 한 구석에 누워 계시는 할머니를 잠깐씩 뵙고 오는 것은 죄스럽고 속이 아리기만 한 일이었다. 그나마 통증이 없고 정신이 명료하셔서 증손주들까지 알아보시는 것을 위안으로 여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께서 갑자기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셨다. 몇 시간에 한 번씩 진통주사를 놓아 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던 요양병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할머니를 상급의료기관 응급실로 이송했다. 먼저 통증을 가라앉히고 의사는 호스피병동 입원을 ‘허락’했다. 나흘을 일반 입원실에 계시고 나서야 할머니는 호스피스병동으로 옮겨 가셨다. 마침내 존엄한 죽음과 헤어짐을 준비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할머니는 원하시던 바에 따라 모든 종교적 의례를 드리실 수 있었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1인실에서 자식들의 손을 잡고 이 세상 소풍을 마치셨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향해 걸어간다. 예상치 못한 죽음을 피할 수 있기를 바라고 가족과 함께 평온하게 마지막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 하지만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말기암 환자가 아니고는 호스피스케어의 문을 두드리기도 어렵다. 호스피스 입원 ‘자격’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순서를 기다리다가 죽음에 이르기는 경우가 많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이 무색하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삶의 단계이며 지원과 돌봄이 가장 절실한 때다. 살던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말기케어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인 동시에 남겨질 가족에 대한 든든한 지원이 된다. 우리 사회의 말기케어가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길게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누구나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고 지원과 시설이 확충되기만을 바라고 또 바라본다.

[천자춘추] 3·1운동으로부터 대한민국 시작됐다

올해는 3·1운동 105주년이다. 3·1운동은 1910년대 일제의 가혹한 무단통치에 저항한 항일독립운동으로 한민족 운동사에서 가장 빛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직접적으로는 식민지 조선에 대한 일제의 폭압과 약탈에 대항해 일어난 전 민족적 운동으로 한말부터 이어진 항일운동의 역량을 결집한 것이었다. 세계적인 변화, 즉 제1차 세계대전의 종결과 러시아혁명은 3·1운동을 결행할 수 있는 외적 원인이 됐다. 박은식은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서 3·1운동에 참여한 시위 인원은 200여만명이며 7천509명이 사망했고 1만5천850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4만5천306명이 체포됐다고 기록했다. 경기도에서는 4월 하순까지 2개월 동안 끊임 없이 시위운동이 벌어졌는데 전국 어느 지역보다도 격렬했고 많은 희생자를 냈다. 국사편찬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경기도는 시위 건수 367회, 참여 인원 17만~20만명으로 전국 최다를 기록했다. 사망자 수도 최대 130여명에 달해 평안북도·남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경기도의 운동이 광범위하고 격렬하게 전개된 것은 농민들의 적극적 참여 때문이었다. 투쟁은 주로 만세시위로 시작됐지만 일단 세가 형성되고 열기가 고조되면 면사무소, 군청, 경찰관서 등을 공격하는 폭력투쟁으로 전화됐다. 3·1운동으로 일제의 폭압에 위축돼 있던 민족의식이 크게 고양됐고 독립을 위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이를 통해 우리 민족은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한다’는 민족적 합의를 이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비록 운동이 즉각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으나 향후 정부 수립의 근거로 작용했다. 임시정부는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의 건국과 정부 수립을 3·1운동의 산물로, 그리고 독립운동의 출발점으로 인식했다. 또 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임시정부의 이념과 노선을 ‘공화주의’로 집약했다. 실제로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3·1운동 정신을 계승했다는 문구는 지금까지 한번도 빠진 적이 없다.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은 ‘자주독립국가’와 ‘근대국가’ 건설의 대의를 ‘민족적 과제’로 만들었고 이를 전 민중에게 각인시켰다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지난 2017년 경기도 항일운동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이듬해부터 2년간 항일 독립운동과 관련이 있는 장소, 항일 운동가의 집터 등 121개소에 항일운동 안내판을 설치했다. 안내판이 설치된 유적지들을 다녀보면 일제강점기 당시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도심뿐만 아니라 산 능선의 비탈길 등 경기도 곳곳에서 항일운동이 전개됐음을 새삼 알 수 있다. 3·1운동이 힘차게 벌어졌던 시기인 3~4월에 가족·지인과 함께 경기도의 항일독립운동 유적지를 찾아 민족적 단결과 투쟁의 숨결을 느껴보면 어떨까.

[천자춘추] 대중교통의 막대한 적자 해결

대중교통은 도시 발전의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다. 교통 체증을 줄이고, 공기 질을 개선하고, 사람들이 일자리와 서비스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대중교통은 막대한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한다. 대중교통 재정 문제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운영 비용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꾸준히 증가하는 인건비, 지속해서 증가할 수 받게 없는 연료비, 유지보수비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비용은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에 반해 대중교통의 수입은 주로 운임과 광고 수익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운임 수입은 감소하고 광고 수익도 정체돼 있다. 또 대중교통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지만 이러한 지원은 대중교통의 운영 비용에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대중교통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 대중교통 재정 문제는 다음과 같은 영향을 미친다. 대중교통 재정 문제로 인해 운행이 감소할 수 있다. 이는 교통 체증을 증가시키고 공기 질을 악화시키는 동시에 사람들이 일자리와 서비스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대중교통 재정 문제로 인해 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 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부담을 증가시킨다. 대중교통 재정 문제로 인해 서비스가 저하될 수 있다. 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불만을 유발한다. 대중교통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 운영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 연료비, 유지보수비 등을 줄여야 한다. 대중교통의 수입을 증가시키기 위해 운임을 인상하고, 광고 수익을 늘리고, 새로운 수입원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대중교통의 비용 구조상 비용 절감에는 한계가 있어 대중교통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 정부는 대중교통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세금 감면을 제공해야 한다. 대중교통 재정 문제는 도시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다. 필자가 1980년대 근무했던 뉴욕에서는 대중교통 재정 문제를 공룡에 비유하곤 했다. 시의 재정을 압박하는 공룡으로 덩치가 커져 감당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조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비유다. 경기도의 버스준공영제도 도입과 이에 따른 막대한 운영 비용의 폭발적인 증가는 경기도의 재정에 커다란 부담으로 대두될 것이 자명하다. 악화하는 경기도의 대중교통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운영 비용 절감, 수입 증가, 정부 지원 증가 등의 대책을 미리 수립해야 한다. 특히 경기교통공사의 역할을 확대 개편해 정치적인 이해에 독립적일 수 있는 경영전문가의 영입과 교통전문가의 투입이 필요한 시기다.

[천자춘추] 교통약자 보호구역 관리의 필요성

2022년 12월 기준으로 전국에 지정된 교통약자 보호구역은 1만9천954개소이며 이 중 어린이보호구역 1만6천641개소, 노인보호구역 3천194개소, 장애인보호구역 119개소로 교통약자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이어져 왔다. 그러나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및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최근 3년간(2020~2022년)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1천520건의 교통사고로 사망자 8명, 부상자 1천599명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노인보호구역에서는 2022년 25건의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보호구역 내의 교통사고를 방지하고자 보호구역에 대한 보다 안전한 도로환경 조성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실태조사를 통한 보호구역 운영상의 문제점과 교통안전 위해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등 보호구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같은 취지로 2023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어린이·노인 및 장애인보호구역의 정기적 실태조사의 근거를 마련했고 현행 제도의 운영상 발생하는 미비점을 개선·보완하고자 했다. 개정 법령에 의하면 시장 등은 제12조에 따른 어린이보호구역과 제12조의2에 따른 노인 및 장애인보호구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황 등 교통 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연 1회 이상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보호구역의 지정·해제 및 관리에 반영해야 한다. 한편 도로교통공단에서는 2023년 보호구역 실태조사의 효율적 운영 방안 연구용역을 통해 교통약자 보호구역 실태조사에 관한 조사 대상 및 수행방법, 보호구역 통합 관리시스템 운영에 등에 관한 연구를 완료했다. 연구용역을 통해 교통사고 현황 분석 및 보호구역 내 시설물 조사, 규정 준수에 따른 개선안 및 문제점 진단에 대한 체계적인 실시업무 절차를 마련했다. 도로교통공단 경기도지부는 법 개정 후 최초로 평택시와 어린이·노인보호구역 실태조사 용역계약을 체결했고 이를 통해 평택시 관내 지정·운영 중인 보호구역의 교통사고, 시설 현황 등을 조사해 문제점을 도출, 개선 방안을 제시해 보호구역을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보호구역 안전 확보에 기여할 계획이다.

[천자춘추] 상실의 시대를 딛고 일어선 RCY

전세계 192개국이 함께하는 세계적십자운동이 161주년을 맞았다. 그 중에서 대한적십자사의 청소년적십자JRC(Junior Red Cross)이자 지금의 RCY(Red Cross Youth)는 창립71년을 맞아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평화의 소중함과 나눔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RCY는 일제의 침략과 6·25전쟁을 겪으며 UN에 절박한 원조를 받던 그 절망의 시대에 고(故)이범석 미국 적십자사 극동지역 연락관(전 외무부장관)의 제안으로 탄생했다. RCY 단원은 1953년 봄 임시수도인 부산에서 황폐해진 국토를 복원하기 위해 1만 그루 나무 심기를 시작으로 국토 나무심기에 앞장서 왔다. 또 스승의 은혜를 기리기 위한 ‘스승의 날’을 제정했다. 자연과 생명, 사랑과 감사와 나눔의 소중함을 이어오면서 적십자 인도주의 봉사정신을 배우고 실천을 통해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오고 있다. 청소년적십자는 미래의 주인으로 사회적 활력을 창출하고 지구촌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청소년의 잠재력과 역동성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들이 타인에 대한 이해와 사랑, 배려와 나눔을 익히고 몸소 경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건강하고 조화로운 사회인으로 성찰하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 지구촌에 존재하는 빈곤과 불평등 그리고 재난재해로 인한 인간의 고통을 경감시켜 나가고자 하는 국제적십자운동에 우리 청소년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절박한 교육정책에 인성교육을 위한 교외활동 등이 외면당하고 있어 청소년 활동은 위기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답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세계 최악의 저출산 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저출산은 지역소멸, 국가소멸 위기와 함께 세대 간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따라서 이러한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정책과 청소년들이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초등학교 ‘어린이적십자단’, 중·고등학교 ‘청소년적십자단’, 대학에 ‘대학적십자회’ 등 전국10만5천589명의 청소년적십자 단원과 5천287명의 지도교사가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열정으로 인도주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RCY단원들이 전 세계 곳곳에 따뜻한 지구촌을 만들어 가고 우리나라 청소년 문화에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하기 바란다.

[천자춘추] 문화 예술 콘텐츠의 미래는?

문화 콘텐츠의 세계적 흐름은 산업화 정보화를 넘어 정신 문화 역사 예술 쪽으로 왔다. 문화산업은 영화, 음악, 게임 등 같은 콘텐츠 등으로 국가의 신성장 동력이자 차세대 핵심 산업이 되고 있다. 과연 문화 콘텐츠의 미래는 어떤 방향일까? 기존의 콘텐츠 내용적 스토리 중심에서 시각적 이미지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텍스트 형태보다 동영상 같은 이미지로 제시되는 서비스가 그 비중을 확장되고 있다. 기승전결 등 스토리의 짜임새의 완성보다는 이미지의 화려함과 독특함이 앞세우는 경향이 더욱 대세가 될 전망이다. 엔터테인먼트에서 생활문화 콘텐츠로 넘어가고 있다. 문화예술 작가들의 음악, 다큐, 사진, 글, 그림, 캘리그라피 등을 활용한 작품과 이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과 기회가 늘어나게 된다. 거대 콘텐츠나 트렌드 속에서 소규모 문화 콘텐츠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창작을 향한 열정과 의지, 창의성을 북돋우려는 문화 예술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미래는 어떤 콘텐츠여야 할까. 우리나라처럼 변화무쌍한 콘텐츠 흐름 속에서 오롯이 자신만의 스타일, 문화, 예술적 표현을 창조해야 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처럼. 사회 창조적 변화를 주도하는 새로운 가치관, 발상, 특별한 기량, 창의성을 지닌 자만이 살아남는다. 문화 예술에는 국경이 없다. 문화 예술의 교류는 점점 더 민족과 지역을 초월해 확대되고 있다. 최첨단 디지털 정보통신 기술이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하이테크, 언제나 새롭고 넓은 무언가를 쫓는 인간의 숨결을 가리키는 하이터치가 도도한 흐름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한류 확산은 변방 로컬문화에서 중심문화로 극적으로 이동 중이다. K컬처는 글로벌 도약하고 있다. 글로벌 문화교류에서 최대 수혜국이다. 정부는 올해 콘텐츠 키우기에 1조7천400억을 쏟아 붓는다. BTS와 오징어게임을 이을 다음 ‘K-컬처’, ‘K-콘텐츠’ 대표작을 발굴하자는 것이다. 창의적 콘텐츠가 생성될 수 있는 문화 인프라, 즉 생태계 구축이 어떻게 가능한가에 따라 지속 가능한 성장세를 보이느냐 마느냐가 판가름 나게 된다. 가장 한국적인 것, 한식(한국인의 음식), 한복, 한옥, 한글, 태권도, 다산 정약용 등을 베이스로 삼아야 한다. 문화 생태계는 콘텐츠와 미디어가 중심이 되어 개인의 마니아, 사회적 콘텐츠 비즈니스, 문화속의 장인정신과 생활환경 등이 선순환을 이루는 문화의 일대 거점이자 거대한 수자원이 된다. 창의성을 전제한 문화 생태계를 조성하고 문화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디지털 문화 콘텐츠 분야의 단체나 기관, 창의적 전문인력을 키우고 창작가 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역량을 증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터넷과 다양한 통신기기는 개인의 다양한 목소리와 창작 활동을 돕는 통로가 되고 있다. 여기에 ‘컨버전스(Convergence)’라는 새로운 개념이 추가되며 사회적 문화적 융합이 확산되고 정착되기 시작했다. 구분되던 다양한 영역들이 하나로 모이는 현상이 펼쳐지고, 더 나아가 영역의 경계 구분이 없이 새로운 사용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미래는 도시다. 오래된 도농지역에서 신도시로 변할수록 도시 브랜딩으로 미래의 먹거리를 위한 IT와 문화 예술을 통한 재도약 추진과 그럴수록 전통가치를 미래가치로 바꾸며 자연 친환적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아파트만 있는 베드타운 도시가 아니라 자연과 사람들이 함께하는 가장 살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도시가 답이다. 모든 시민에게 편리하고 안락한 삶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참신한 기획과 건강한 매개자가 희망과 사랑의 메신저이다. 그들이 도시의 빈틈을 자발적으로 창조한다. 문화 콘텐츠의 미래는 일과 놀이가 일치하고, 꿈과 현실이 교차 가능한 세계를 만드는 일이다. 문화 콘텐츠의 발전은 상상이 현실이 되는 본질적 일치를 추구하게 되고, 사람들의 놀이와 정신, 감성, 창조적 예술성이 바로 그 동력이다. 사람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미래 콘텐츠는 문화코드이다.

[천자춘추] 직장 내 괴롭힘 대응 방법

작년 많은 사람이 공감한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은 와요’에는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불안증을 앓게 된 환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보통 직장 내 괴롭힘이 있어도 생계가 달렸기에 그 해결에 소극적이기 마련이다. 이와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의 내용과 이에 대한 대응 방법이 무엇인지 살펴보겠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①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②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③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여기서 ‘지위의 우위’란 직위·직급체계상 상위에 있거나 인적 속성, 근속연수·전문지식 같은 업무 역량 등에 따른 우위를 모두 포함한다. 두 번째 ‘업무상 적정범위’란 업무수행에 편승해 이뤄진 행위를 포함하며 사회 통념상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될지라도 행위 양상이 사회 통념상 적절하지 않다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은 것으로 인정된다. 마지막으로 ‘행위자의 의도’가 없었더라도 그 행위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느꼈거나 근무환경이 전보다 나빠졌다면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직장 내 괴롭힘이 있을 때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되면 이를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사용자는 조사 기간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근무 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을 해야 하며 만약 사용자가 신고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게 불이익한 처우를 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109조). 가해자에게는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며 위자료 700만원의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례가 존재한다. 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므로 산재보험법에서 정하는 적절한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있다(제37조).

[천자춘추] 다름의 벽을 넘어서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서로 다름에 대한 갈등의 골이 심화되고 있다. 누군가 내뱉은 말들이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여과 없이 전파되고, 그로 인해 서로 간의 다름의 벽을 쌓고 있다. 요즘 현대인들은 서로 다르다는 차이를 사소하게 간주하고 있다. 사실 거기서부터 모든 불행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사소한 차이에서 비롯된 다름은 커다란 차이로 이어지고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충분히 다툼거리가 돼 큰 분쟁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것은 개성일까? 아니면 이상한 것일까? 보통의 사람들과 말이나 행동이 다르다고 해서 이상한 것은 절대 아니다. 시각장애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어든 차별과 편견의 아픔을 이겨낸 이현악씨의 이야기를 전해보고자 한다. “저는 시각장애인이고 여자 친구는 비장애인입니다. 연애는 10년을 했어요. 저는 여자 친구에게 궁금증이 생겼어요. 그래서 여자 친구에게 물었어요. 내가 시각장애인이잖아! 그런데 나랑 사귀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 두렵거나 힘들지 않았어? 내가 시각장애인인데 왜 나랑 사귄 거야?” 여자 친구는 이렇게 대답한다고 한다. “그냥 사람이니까!” 보통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각은 장애인이 아무리 다재다능한 재능이나 훌륭한 인품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먼저 동정의 눈길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들은 ‘다름의 벽을 넘어서’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이 이토록 아름다운 사랑을 이뤄낼 수 있었다고 한다. 나와 다름이 배척의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분류의 사람들이 다양한 빛깔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성별, 나이, 계파 등이 그렇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흑백으로 나눠서는 안 되는 것처럼 특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삶을 구분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장애인이기 전에 한 사람이다.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게 된다. 그런 관계 속에서 서로를 위하고 도와주는 공동체 의식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는 서로 다름이 사회적인 문제로 가시화되지 않도록 조화와 질서를 이루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바람직한 심리적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천자춘추] 돌봄근로자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

최근 아동돌봄과 관련해 초등학교 내 늘봄학교 전면 설치 같은 정부 차원의 돌봄정책과 경기도 차원의 누구나, 언제나, 어디나 틈새 없는 전 방위적 360도 돌봄 같은 혁신적인 정책과 서비스가 시행됐다. 이렇게 높은 관심 속에 ‘돌봄 예산’을 늘리는 이유는 한국 사회가 심각한 저출생·고령화 문제,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와 인구 구조의 변화 등으로 인한 돌봄의 공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기 때문이다. 돌봄의 문제는 이제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이 아닌 돌봄의 사회화, 국가 책임이라는 인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공공형 돌봄 정책과 제도가 보편적 서비스로 우리 삶의 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민간 기관에 소속된 ‘돌봄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과 근로환경의 개선이 절실하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돌본다는 것은 관계를 기반으로 한 대면 서비스로, 이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고충은 다양하다. 돌봄 영역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우리 사회는 아직 너무 인색하고, 그들의 노고를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노동 강도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임금 문제, 교통비와 통신비 등 업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반 비용의 미지원, 돌봄시간 내 식사와 휴식시간 확보, 휴가 사용의 어려움, 돌봄근로자 대부분이 여성이므로 발생하는 성희롱 문제와 돌봄 근로 가치 저평가, 돌봄 신청자들의 갑질문화 등등 어려움이 많다. 누군가 내 사랑하는 가족을 돌봄으로써 우리에게 주어지는 사회·경제·문화적 가치와 효과는 엄청나다. 돌봄근로자가 우리들의 공백을 메워주지 않는다면 많은 가족 구성원이 일상생활 안에서 여유와 행복감을 느끼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돌봄근로자의 어려움을 면밀하게 살피고 그에 상응하는 처우와 근로환경을 제공해 따뜻한 돌봄이 사회에 정착되게끔 인식과 제도의 대변환이 필요하다. 더 이상 돌봄은 아무나 하는 허드렛일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나와 가족이 하기 힘든 일을 맡아 서비스 하는 돌봄근로자들에게 박수와 감사한 마음을 전해보자.

[천자춘추] 불교철학은 과학이다

불교철학과 양자역학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불교철학은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탐구하는 ‘종교적 사상’이고 양자역학은 물질과 에너지의 근본적 성질을 연구하는 ‘과학적 이론’이다. 그러나 두 분야는 시간상의 엄청난 차이가 있다. 2천500년 전의 철학과 최첨단의 과학인 양자역학이 닮은 점이 많다는 사실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칼럼에서는 불교철학과 양자역학의 주요 개념들을 비교하고, 유사성을 알아보기로 한다. 불교철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공(空)’이다. 공은 모든 존재가 독립적이고 고정된 실체가 아닌, 상호의존적이며 무상(無常)하다는 의미다. 공은 존재의 비실체성(非實體性)과 비자성(非自省)을 나타내며 존재의 상대성과 인연(因緣)을 강조한다. 공은 또 존재의 근본적 비이성을 나타내는데, 이는 존재가 자체적으로 정의되거나 인식될 수 없고 다른 존재와의 관계로 인해 상대적으로 구성되고 표현된다는 것이다. 공은 존재의 비이성을 인식하고 존재에 대한 고정된 관념과 집착을 버리는 것이 깨달음의 길이라고 말한다. 양자역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얽힘(Entanglement)’이다. 얽힘은 두 개 이상의 입자가 상호 작용하며 그들의 상태가 서로 연결돼 한 입자의 상태가 다른 입자의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얽힘은 입자의 비국소성(quantum non-locality)과 비이성을 나타내며 입자의 상호 연관성을 강조한다. 얽힘은 또 입자의 근본적 비이성(非理性)을 나타내는데 이는 입자가 독립적으로 존재하거나 측정될 수 없고 다른 입자와의 관계로 인해 상대적으로 결정되고 표현된다는 것이다. 얽힘은 입자의 비이성을 인식하고 입자에 대한 고정된 관념과 예측을 버리는 것이 과학의 길이라고 말한다. 불교철학과 양자역학은 ‘공’과 ‘얽힘’을 통해 현실의 근본적 비이성과 상호 연관성을 설명한다. 두 분야는 모두 “존재가 독립적이고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상호의존적이고 변화하는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또 두 분야는 모두 존재가 자체적으로 정의되거나 인식될 수 없고 다른 존재와의 관계로 인해 상대적으로 구성되고 표현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유사성은 불교철학과 양자역학이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제공하고 인식과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듯 서로 다른 듯한 두 분야가 유사점이 많다는 점은 놀라울 뿐이다.

[천자춘추] 경장

조선시대 사상가 율곡 이이는 대표적인 경장론자였다. 어느 국가나 사회든 생성기, 창업기, 수성기, 멸망, 소멸의 단계가 있고 수성기와 멸망 사이에 경장(更張)이 필요하다는 것이 경장론의 주요 내용이다. 여기서 ‘경장’이란 팽팽하게 조여 다시 긴장시킨다는 뜻으로 변화의 시기에 맞춰 법이나 제도,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을 뜻한다. 이이는 당시 조선이 법과 제도가 변화된 시대를 반영하지 못해 경장이 필요한 시기였다고 생각했다.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법과 제도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방의회 전문위원 정수와 사무처 조직 구성을 규정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도 그중 하나다. 경기도의 경우 지속적인 인구 증가로 의원 정수가 156명으로 제10대 의회보다 14명이나 늘어났지만 입법을 지원하는 전문위원 정수는 여전히 의원 정수 131명 기준인 24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국 최대 광역의회인 경기도의회는 전문위원 1명당 지원하는 의원 수가 6.5명으로 전국 광역의회 평균인 4.1명의 1.6배에 달한다.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타 광역의회보다 제대로 된 입법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의회 사무처 조직 구성도 문제다. 인구수 및 의원정수에 상관없이 의회사무처장과 담당관 설치만을 획일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회의 경우 6담당관실, 13전문위원실, 78명의 정책지원과 등의 방대한 조직을 사무처장이 직접 통솔하다 보니 업무 가중과 한계에 봉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이는 선조에게 바친 상소문인 ‘만언봉사’에서 경장의 방법으로 때를 아는 것(時宜)과 인습에 안주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변화된 시대나 생활에 맞춰 실질(實質)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변화하는 시대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변화된 상황에 맞춰 제도를 개선해 지방의회의 효율성과 효용성이라는 실질을 추구할 때다.

[천자춘추] 합리적인 의대 정원 확대 방법

현 정부에서는 2035년 1만5천명이 부족한 의사 수급 상황을 고려해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는 방침을 정하고 2025학년도에는 2천명을 증원한 5천58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정부는 비수도권 의대 우선 증원 및 물리적, 시간적 제약을 고려해 의대 신설보다는 정원이 적은 이른바 미니 의대에 대한 집중 증원 방침을 밝혔다. 이에 앞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10조원 이상의 필수의료 분야 집중 지원 등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함으로써 의료인력 확충의 목표가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향상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년 이상 동결돼 온 의대 입학정원을 한꺼번에 늘리는 만큼 정책 성공을 위한 신중하고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책의 비전, 목적, 목표 및 전략을 체계화한 마스터플랜뿐만 아니라 단계별 로드맵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정책의 합리성은 정책 목표의 적합성과 수단의 적절성을 확보하는 것에 있다. 이 기준에 비춰 볼 때 정부의 의대 정원 정책은 과연 정책의 합리성을 갖추고 있는가. 국민의 건강권 보장과 의료서비스 접근성 향상이라는 취지에서 볼 때 필수 의료서비스가 취약한 지역에 확대 정원을 우선 배정한다는 원칙은 정책 목표의 적합성을 잘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의대 입학정원 확대는 필수 의료 향상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 낙수효과로 필수 의료인력의 확보가 충분해 질 것이라는 것은 의학 교육수련의 질 관리와 함께 지역과 진료과목 배분의 연계가 전제돼야 한다. 의료정책 수단의 적절성은 효율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의대 정원 확충을 통한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체계의 개선 가능성을 통해 판단될 수 있다. 취약한 의료지역의 인력 인프라 확충을 위한 지역 의대 집중 증원은 지역별 의료 격차 해소라는 형평성 측면에서, 또한 미니 의대 증원은 효율성 측면에서 의대 신설보다는 합리적 방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경기도내 의대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이번 증원 배정에서 배제된다면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 경기지역 인구 규모 대비 입학정원이 매우 적을 뿐만 아니라 지역 내 의료인프라 격차가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경기도내 미니 의대 우선 집중 배정을 통해 취약한 의료 인력 양성을 기대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 차원에서는 재활의료복지 패러다임 전환 대비 및 지역 보건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공 의대 신설의 투 트랙 접근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천자춘추] 경허, 술에 취해 꽃밭에 누운 선승

경허(鏡虛) 스님이 시종을 데리고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마침 장맛비로 개울물이 불어 개천을 건너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때 울고 있던 젊은 여인이 스님에게 자신을 업고 개천을 건너줄 것을 청했다. 스님은 망설임 없이 젊은 여인을 업어 개천 건너편에 내려놓고 무심히 앞서 걷고 있었다. 시종은 스님이 젊은 여인을 업고 개천을 건넌 점이 영 못마땅했다. 출가자는 여색(女色)을 멀리하라는 계율(戒律)을 잊었단 말인가. 아무리 막행막식(莫行莫食)을 하며 무애행(無碍行)을 즐기는 스님이지만 오늘 일은 이해할 수 없다. 시종은 때를 기다려 오늘 일을 따져 물을 참이었다. 시종은 망설이다가 “스님께 여쭤볼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 말해 보아라.”, “개울물을 건널 때 젊은 여인의 청을 거절하는 것이 출가자의 본분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스님은 어찌하여 망설임 없이 업고 건너 주었는지요?” 경허 스님은 웃으면서 “어허, 이놈 봐라. 나는 개울을 건넌 직후 바로 그 여인을 내려줬는데, 너는 어찌하여 그 여인을 아직도 업고 다니느냐?” 경허 스님은 계율을 스스로 파계(破戒)하고 ‘보살도(菩薩道)’를 실천하신 분이다. 계율을 지키기 위해 보살도를 행하지 못한다면 그건 큰 모순(矛盾)이다. 계율을 지키며 수행을 한다는 것은 보살도를 행하며 자아(自我)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보살도를 실천할 때는 ‘수단이 목적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 경허 스님은 “콧구멍 없는 소가 되어라(우무비공처·牛無鼻孔處)”는 말을 듣고 “콧구멍에 코뚜레가 꿰여 고삐를 당기는 대로 끌려다니는 삶을 살지 말라”고 한 뜻을 단번에 깨쳤다고 한다. 계율에 얽매여 보살도를 행하지 못한다면 ‘코뚜레에 코가 꿰인 소’하고 무엇이 다르겠는가. 스님은 막행막식을 하며 무엇에도 걸림이 없는 ‘무애행’을 즐겼다. 경허 스님은 계율에 얽매여 보살도를 행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수행자가 아니었다. 스스로 파계해 자신을 낮춰 불교의 숭고한 정신인 보살도를 실천하신 분이다. 이타심(利他心) 없는 무애행은 ‘막행막식을 정당화’할 수 없다. 그러나 ‘보살도가 우선 된 무애행’은 그 무엇에도 걸림이 없다. 이처럼 자유란 방종의 단순한 반대말이 아님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인플루언서 워

지난 보신각 타종 행사에 특이한 참석자가 있어 이목을 끈 바 있다. 나라의 미래 단면을 보여주는 인물이 아닌가 싶다. ‘장 엘리나’라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귀화 한국인으로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 1천330만, 유튜브 118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글로벌 인플루언서이다. 요즘은 SNS 소통이 대세다. TV와 인쇄매체가 눈과 귀를 홀렸던 시대에서 숏츠와 릴스로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말초적인 세계로 이동했다. 자본주의와 정보기술(IT)플랫폼이 결합한 SNS가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하며 일상의 커뮤니케이션을 지배하게 됐다. 소위 관계의 자본과 에로틱(매력)의 자본이 합쳐 니치(Niche) 괴물로 재탄생한 것이다. 정보와 지식의 유통이라는 측면에서 패러다임 시프트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종합일간 USA투데이와 지역신문이 세계적인 슈퍼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전담 기자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올렸다. 작년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도 선정됐던 가수. 인스타그램에서만 3억명의 팔로워 보유. 그녀는 작년 한 해 음반과 저작권료, 콘서트, 굿즈 등으로 약 2조4천억원(미국 빌보드)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그녀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스위프트 노믹스(Taylornomics)’라고 부르기도 한다니 그저 위대하다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명문 하버드와 플로리다, 뉴욕대에서는 그녀와 관련된 강의까지 신설한다. 원래 인플루언서는 SNS에서 활동하는 유명인을 뜻하다가 요즘은 마케팅 영역으로 확장돼 일반 대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특정 제품을 광고해 그 대가를 취하는 사람으로 널리 사용된다. 라이브 쇼핑 산업이 발전하면서 그들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하며 품질 경쟁력과 브랜드 자산이 어느 정도만 돼도 대기업과 맞짱 뜬다는 점에서(광고 마케팅 비용 절감) 새로운 게임의 시장이 열린 것이다. 오히려 이제는 대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하는 형국이다. 필자 주변에도 대만계 한국인으로 본인의 초상권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아바타로 구현돼 스타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기도 하고 유명 인플루언서와 회사도 같이 창업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인플루언서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무분별한 소비 조장 문화와 2차적 사회 병폐들이 노정된다. 중국의 인플루언서(왕훙·網紅) 중 ‘장다이’는 모델 출신으로 알리바바에서 수천만 팔로워를 동원 거액의 패션 판매실적으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반대로 우울증을 앓던 왕훙이 인터넷 생방송 도중 농약을 마시라는 팔로워의 악성 댓글에 음독해 숨지는 기상천외한 사건도 일어났다. 100만명 이상의 중국 왕훙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사도 생기고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 제작과 유통만을 전문 관리하는 MCN(멀티채널네트워크) 기업이 새로운 산업 플레이어로 등장했다.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의 부상으로 인해 이미 세상은 정보와 지식의 홍수다. ‘나노 인플루언서(특정 분야의 전문 영향력 인사)’, ‘디토 소비(추종과 모방 구매)’,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신종 허위 주문 배달과 추천 실적 사기)’, ‘핀플루언서(Finance+Influencer)’라는 신종 용어도 생겨났다. 요즘 SNS상에서 광고인 듯 아닌 듯하는 정체가 모호한 포스팅을 발견하기 어렵지 않다. 특히 유튜브 같은 메가 채널에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악용해 시장 정보를 교란하거나 투자 미끼 사기 리딩방, 수십만의 구독자를 꾀어 사전에 차명계좌를 심어놓고 추천 종목 매수를 권유해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경제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아세모글루가 ‘권력과 진보’에서 ‘기술 발전은 곧 진보인가’라는 테마를 던진 이유를 곱씹어 본다. 깨어 있는 의식들이 조직화돼 테크놀로지의 기득권과 폐해를 견제할 줄 아는 ‘인간을 위한 진보’만이 진정한 인류의 행복을 가져온다.

[천자춘추] 아이 미래 위한 공정한 교육 기회

‘아이가 만 1세가 지나면 국가가 지원하는 보육기관에 갈 수 있다. 인구의 90% 정도가 고등교육을 받으며 대학 등록금도 국가에서 지원해준다. 그래서 전공이 적성에 안 맞으면 부담 없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만큼 본인의 의지로 진로를 정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찾는 데 적극적이다. 그리고 사회에 안정적으로 적응해 결혼하고 가정을 꾸린다.’ 대한민국도 공정한 교육을 통해 삶이 선순환하는 지속가능한 교육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 이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대부분의 스웨덴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이다. 스웨덴은 아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나 공정한 교육의 기회를 부여하고, 다름을 인정하며 개인의 특성을 배려하는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 또 중·고등학교과정은 대학 입시를 위한 교육의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적성을 찾고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로 활용된다. 반면 우리의 아이들은 오늘도 무한경쟁에 내몰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학교와 학원을 전전하며 원하는 대학 진학, 취업을 하기 위해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학교에서는 성적이 아이의 모든 것을 대변하고 공부 외의 다른 활동은 장식처럼 보인다. 비단 스웨덴의 교육제도가 정답은 아니지만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 대한민국도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교과 수업 외에도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을 받고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되기를 바란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은 학교의 수학여행을 포함한 현장체험학습 또한 필수적인 교육활동으로 보고 2024년부터 경기도내 고등학생의 수학여행비 지원이 가능하도록 예산을 마련했다. 학창시절의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학여행이 누구에게는 아픈 기억으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책을 수립했고, 모든 학생이 학교에서 이뤄지는 어떤 활동에서도 경제적인 문제로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경기도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있는 만큼 65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약속한 ‘균등한 교육 기회 보장과 공공성 확대를 위한 정책 추진’을 성실히 이행한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정책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아니라 아이들의 입장에서 검토하고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처한 상황에 상관없이 누구나 공정한 교육의 기회를 바탕으로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여야가 정치적으로 대립하지 말고 차별 없는 고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도화하는 데 힘써야겠다.

[천자춘추] 진찬연은 맛이 없다

얼마 전 문화계 지인들이 수원을 방문했다. 점심은 인터넷으로 검색해 유명 맛집을 방문했고 팔달문 주변의 전통시장, 성곽 걷기와 통닭거리까지 볼거리가 많아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수원천은 하천의 규모나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돌담의 느낌, 하천 주변에 나란히 발달한 시장의 모습이 마치 서울 광화문에서 동대문까지 이어진 청계천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며 오랜 역사를 지닌 대도시의 면모가 느껴진다고 했다. 또 화성 성곽 모양의 기념빵을 사먹으며 당일치기 여행하기에 딱 좋은 도시라며 즐거워했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곳은 화성행궁이었다. 사실 지인들은 주요 문화기관과 언론계에 몸담은 인사들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수원이 처음도 아니었고 요즘 인기 있는 서울 4대 궁궐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일가견이 있는 분들이었다. 그러나 이날처럼 순수한 여행객이 돼 입장권을 끊고 화성행궁을 1시간 넘도록 자세히 살펴본 건 처음이었다. 특히 ‘늙음이 찾아온다’는 의미의 노래당과 관광객에게 흥미를 전하기 좋은 ‘하마비’, 복잡하게 구획된 행궁의 동선을 보며 큰 관심을 보였다. 노래당은 정조 아들의 나이가 15세가 되면 왕위를 물려주고 수원으로 내려와 노년을 보내고자 했던 정조의 마음이 엿보였고 나이듦에 대한 왕의 인간적 모습에 공감이 갔다. 또 행궁 앞을 지날 때는 말에서 내려야 한다는 하마비를 두고 외국인들에게 ‘왕의 공간’을 상징적으로 알리고 활용하기에 좋은 콘텐츠인데 낮은 비석에만 새겨놓아 가려진 것이 아쉽다고 했다. 가장 안타까웠던 건 먼지가 쌓인 듯 맛없어 보이는 진찬상이었다. 정조가 혜경궁 홍씨에게 올렸던 진찬상의 모형이 너무 오래되고 색이 바래 “회갑상이 왜 이래! 이거 보고 누가 먹고 싶어 하겠어? 외국인들이 정말 실망하겠다”라며 색바랜 상차림을 보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주변에 있던 외국인 방문객들도 여기에서만큼은 흥미를 잃고 쌩하니 지나가는 코스로 여겼다. 누가 봐도 초라한 진찬연이었다. 거기다 눈이 온 다음이라 행궁 전체의 방문객 동선에 물웅덩이가 고여 불편함이 많았는데 시급히 조치가 필요해 보였다. ‘당일치기 여행에 딱 좋은 수원’이라는 수식어도 빨리 벗어야겠지만 하루가 되더라도 외지 방문객을 확실하게 만족시킬 세심한 관리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색바랜 진찬연 때문에 효심 많은 정조의 진심까지 퇴색될까 걱정이다.

[천자춘추] 기후유권자가 되어 기후총선으로

‘국회가 기후위기 대응을 못하고 있다.’, ‘기후대응 공약이 마음에 든다면 정치적 견해와 다르더라도 투표를 고민하겠다.’ 최근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로컬에너지랩이 참여한 기후정치바람이 국민 1만7천명을 대상으로 한 기후위기 여론조사에서 60% 이상이 이같이 답변했다. 기후 선거구를 선정하고 기후총선 캠페인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진행된 이번 여론조사는 성별, 계층별, 연령별, 지역별 등 차이와 특성까지 파악했다. 전국에서 보편적으로 지지받는 기후정책은 탄소세 도입, 내연기관차 판매중단, 자원 재활용 강화였고 해상풍력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았다. 인천에선 영흥석탄화력발전소를 2035년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32%, 2030년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28.5%에 달했다. 즉, 10년 이내에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60%에 달하는 것이다. 인천갯벌 세계유산 등재 찬반도 물었다. 인천 전 지역, 전 세대에서 높은 지지를 얻어 81.1%가 등재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교통 부문 탄소배출량 감축 정책에 관심이 높았으며 62.7%가 대중교통노선과 차량을 확대해야 한다고, 42.3%가 대중교통요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은 ‘기후유권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유권자는 기후 의제에 대해 알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후 의제를 중심으로 투표 선택을 고려하는 유권자다. 기후위기 대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법과 제도를 만들어 기후위기와 싸워야 할 국회는 여전히 밥그릇 싸움에 골몰하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기계적인 말만 뱉을 뿐 석탄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 신공항을 비롯한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하며 미래를 위협할 뿐이다. 기후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정당과 후보자들은 우리의 현재를, 미래를 살릴 기후정책을 적극 만들어 내야 한다. 기후총선의 바람을 만들어 국회를 바꾸고,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계기가 되도록 우리가 기후유권자가 되자.

[천자춘추] 설날 차례상에 전통주를 올려보자

설날은 지나간 한 해를 돌아보고 밝아오는 한 해의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의미를 부여한다. 따라서 조상들도 평소에 먹지 않던 특별한 음식도 준비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떡국과 도소주(屠蘇酒)다. 떡국은 흰 가래떡을 썰어 맑은 장국에 넣고 끓인 음식으로 설날 아침에 조상 제사의 메(밥)를 대신해 내놓았다. 밥을 떡국이 대신했다면 음료는 도소주가 대신했다. 도소주에서 도소라는 말은 소(蘇)라고 하는 악귀를 물리친다는 뜻이다. 설날에 마시면 부정한 기(氣)를 피할 수 있다고 해 만든 술이다. 지금은 설에 도소주를 마시는 풍습은 사라졌다. 오히려 차례가 끝난 다음 ‘음복’이라 하여 제사에 쓴 술이나 음식을 그 자리에서 나눠 먹는다. 돌아가신 조상과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은 조상의 덕을 이어받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지금 차례에 사용되는 술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아쉬움이 많다. 얼마 전까지 차례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술은 ‘정종(正宗)’이라는 청주였다. 주세법상 청주는 일본식 사케를 이야기한다. 정종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일본 제조 방법으로 만들어진 술들이 오랜 기간 명절 차례주로 사용된 것이다. 정종은 1840년 일본의 한 양조장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883년, 부산의 이마니시 양조장에서 정종이란 청주를 생산했다. 광복 후에도 일본 제조법의 청주는 쌀을 이용해 지속해서 생산됐고 자연스럽게 정종 하면 고급 술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명절에 좋은 술을 올린다는 생각에 정종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차례주라는 이름으로 전통적인 제조법을 사용하는 술의 비율이 늘고는 있지만 아직 많은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이제 차례주라는 이름의 우리 술과 함께 지역에 있는 전통주들을 차례에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전국에는 지역 전통주들 또는 우리 술(막걸리, 약주, 소주 등)이 많이 존재한다. 현재 양조장만 800개 정도가 된다고 하니 각 도에 적어도 1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양조장이 있는 것이다. 지역 술들의 지역의 쌀을 사용한다. 지역의 품질 좋은 전통주를 차례상에 사용하는 게 시중에 유통되는 술보다 의미가 있을 것이다. 차례는 조상들께 좋은 술을 올리는 동시에 결국 음복이라는 풍습을 통해 우리도 좋은 술을 마시게 된다. 전통주가 흩어져 있던 가족들과 소통하는 도구로 사용됐으면 한다. 이번 설 명절에는 지역의 전통주들을 차례상에 사용해 보자.

[천자춘추]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온다

아이가 참치 캔에 손을 다쳐 피가 났다. 누구의 잘못일까? 집에서 애 하나 제대로 돌보지 않은 엄마 탓일까, 아니면 조심성이 없어 노상 다치고 다니는 아빠를 똑 닮아서일까? 이렇게 옥신각신 다투다 이 가정은 이혼 위기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뚜껑을 부드러운 알루미늄 포일로 만들어 누구나 안심하고 딸 수 있는 참치 캔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시, 아이가 다친 건 여전히 개인과 가정의 잘못인가? 사회나 환경의 문제는 아닌가? 왜 그 회사는 캔 뚜껑을 따기도 힘들고 위험하게 만들어 사람들을 다치게 하나? 소비자 안전보다는 다른 가치를 선택했겠지? 한편 생산품 안전 규제를 해야 할 정부는 그 역할을 다했는가? 1970년대 미국 유명 디자인 회사에서 새로운 냉장고 디자인을 고민하는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관절염을 앓거나 손 힘이 약한 노인들도 쉽게 열 수 있는 냉장고 손잡이를 만들면 어떨까요?” 막내 디자이너의 제안에 “패티, 우린 ‘그런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하지 않아”라며 선배들은 무시했다. 고민 끝에 스물여섯 살의 디자이너 패트리샤 무어는 ‘그런 사람’이 되기로 결심하고 80대 할머니로 변신한다. 다리에 철제 보조기를 차고, 흰 머리 가발과 주름 분장에 솜으로 귀를 막고, 뿌연 안경과 지팡이를 의지한 채 ‘그런 사람들’의 세상을 경험한 것이다. 3년간 지독한 실험을 통해 그는 ‘사람은 누구나 젊은 시절에 즐기던 일상을 나이 들어서도 즐기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가능케 하느냐가 디자인의 역할이라는 결론을 얻는다. 그는 할머니가 냉장고 문 열기가 힘들어지자 요리를 포기하는 것을 보고 할머니에게 요리하는 ‘일상의 즐거움’을 되찾아드리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다. 결국 패트리샤는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내가 함께 사용하는 유니버설 디자인 철학을 구현한 바퀴 달린 가방, 양손잡이용 가위, 물이 끓으면 소리로 알려주는 하모니카 주전자, 계단이 없어 편리한 저상버스 등 수많은 제품들을 속속 세상에 선보였다. 통조림 캔 뚜껑을 한 번에 딸 수 없고, 냉장고 문을 쉽게 열 수도,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기 전에 길을 건너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만삭의 임신부 아내, 걸음이 느린 우리 어머니거나 혹은 내 어린아이일 수도 있겠다. 누구에게나 배려가 필요한 순간이 온다. 나이가 들어 힘이 다 빠진 어느 날, 덜컹거리고 불편한 버스에 올라야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시길. 버스기사와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곧 설날인데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고속버스 타고 고향에 내려갈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모두가 쉽고 안전하게 일상을 즐길 수 있으려면 ‘장애물 없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생활환경’이 더 많이 조성돼야 함을 새롭게 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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