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고독사 문제, 정책 전환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미국 CNN방송이 한국 중년 남성들의 고독사 문제를 집중 보도하면서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옮긴 ‘godoksa’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한국의 고독사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등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아지는 ‘다사사회(多死社會)’로 접어들면서 고독사 문제가 본격화하고 있다. ‘통계 없는 죽음’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망 통계에서조차 오랫동안 사각지대에 있던 고독사 문제에 우리나라도 2021년 4월부터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고 있고 같은 법 제2항에서 고독사를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되는 죽음이라고 정의한다.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보건복지부에서 최근 5년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2021년 고독사 사망자 수는 총 3천378명으로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고독사 발생률은 5년 사이 40% 늘었고 해마다 전체 사망자 100명 가운데 1명이 고독사로 나타났다. 이는 매일 9명의 생명이 외롭게 죽어간 셈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4배 정도 많고 50~60대가 52.8~60.1%를 차지하는 등 조기퇴직, 실업 등으로 두드러지는 50~60대 남성의 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또 20~30대 비중도 6.3~8.4%로 더 이상 홀몬노인의 전유물이 아닌 청년층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청년고독사’에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절반가량으로 학업·취업 스트레스와 실업 등이 청년들의 사회적 죽음을 가속화하고 있다. ‘조용한 사회적 참사’라고 불릴 만한 고독사 현상의 심각성에 비해 한국 사회가 사회적 죽음을 다루는 방식은 일천(日淺)하기만 하다. 1인 가구, 사별, 이혼, 별거, 실직, 신체장애, 노숙, 노인 빈곤 등에 따른 사회적 단절의 심화가 사회적 격리를 만들고 상실감과 무능력감을 줘 삶의 의욕을 좌절시켜 죽음에 이르도록 하고 있다. 결국 고독사의 원인은 사회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하며 그들의 죽음은 근본적으로 사회적 타살을 당하는 셈이다. 고독사가 단순히 홀로 살고 혼자 임종을 맞이한다는 ‘공간적 고립’이라는 특성이 있다면 그러한 공간은 물리적인 정책으로 해소해야 하며 관계의 단절과 사회안전망의 문제에 처해 있다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세대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고독사의 양상과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각 세대에 적합한 정책적 개입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미국 공중보건위생국장을 지낸 ‘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의 저자 비벡 H 머시는 그의 책에서 외로움은 삶을 무너뜨리는 질병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람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제는 돌봄사회를 위한 사회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족을 주 돌봄자로 여겨온 사회 정책을 버리고 개인을 표준 단위로 삼는 새로운 사회 정책을 펼칠 때다. 이제는 가족에게 도맡긴 돌봄을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국가가 개개인을 돌봐야 할 시기다.

[천자춘추] 인권, 일터의 문을 열고 들어가라

다양한 곳에서 인권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학교, 사회복지기관, 공무원에서 이제는 일반 기업에까지 인권의 이야기가 스며들고 있다. 인권교육의 확대는 어느 소식보다 반가운 내용이다. 그런데 인권교육의 확장이 인권의 지평을 넓혀주고 있는지 되돌아본다. 양적인 확대가 곧바로 인권의 깊이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권교육을 고민하는 사람으로 여러 생각의 줄기가 뻗어가고 있다. 특히 인권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참여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만나야 할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고민이다. 인권이 자신의 삶과 접속되는 지점을 찾아야 인권의 이야기가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사무실 안이 숨이 막혀 못살 것 같아’,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다’, ‘출근하면 영혼을 사물함에 꺼내 놓고 퇴근하면서 영혼을 다시 꺼내온다’. 대한민국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겪어봤거나 들어봤을 만한 대사다. 어쩌면 일보다 그 회사의 공기 자체가 싫었던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인권교육 활동가들과 함께 찾아낸 주제가 ‘인권친화적인 조직만들기’다.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에서 나와 인권 사이에 연결될 수 있는 고리를 살펴보며 인권과의 접점을 찾아보는 과정이다. 나는 한 국가와 지역의 시민이며 동시에 일하는 사람이고 공공사회서비스를 수행하는 인권옹호자이기도 하다. 시민으로서 권리와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권리가 보장될 때 보다 적극적인 인권옹호자의 책임을 다할 수 있게 된다. 어느 한쪽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나를 인권의 주체로 초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가 인권옹호자의 책임을 잘 수행하기 위해 인권친화적인 일터 환경과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인권의 간판을 내건다고 인권을 존중하는 운영이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조직의 일상적 활동 속에 인권정신이 반영되고 스며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체계적으로 방식을 익혀야 한다. 우리 조직은 사람을 존중하고 있는지, 어떤 차별이 있는지, 모든 구성원의 참여가 잘되고 있는지, 인권사안이 발생하면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는 부서나 절차가 있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회사 문 앞에서 멈춘 인권을 이제 문을 열고 한 발짝씩 들어가 보자.

[천자춘추] 동의정부역 신설 필요

오전 7시,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로 북적이는 역이 있다. “8호선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번 정차할 역은 동의정부, 동의정부역입니다. 다음 정차할 역은 청학리(남양주시)역입니다.”, “GTX-플러스 E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번 정차할 역은 동의정부, 동의정부역입니다. 다음 정차할 역은 송우리(포천시)역입니다.” 조금 먼 미래의 동의정부역 아침 출근길 풍경을 상상해봤다. 현재 동의정부역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신설 계획도 없다. 하지만 경기 북부 발전을 위해 동의정부역이 필요하다. 본 의원이 선출직 정치인으로서 지역주민들과 경기 북부 도민들께 괜한 희망고문을 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 경기도 GTX-플러스 연구용역에 검토 반영 중 의정부 동부지역에는 공동주택 택지지구가 두 곳이 있지만 철도대중교통이 전무한 상태며 지역주민들의 숙원사업인 8호선 연장 추진마저 확정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 고민이 깊어가던 중 민선 8기 김동연 지사의 핵심 공약인 ‘GTX 플러스’ 노선을 살펴보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게 됐다. ‘GTX-플러스 E’ 노선과 ‘8호선 연장 추진’ 노선의 공용선로 사용과 공용역사(플랫폼)를 신설하는 안은 어떨까? 검토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 본 의원은 2022년 행정사무감사 당시 (가칭) 동의정부역을 최초로 제안했으며 그 결과로 현재 경기도에서 진행 중인 ‘GTX 플러스’ 노선에 관한 연구용역에서 당시 제안된 내용이 심도 있게 연구되고 있다. GTX-플러스 E 노선과 8호선 공용선로 및 공용역사 신설을 제안하는 이유는 막대한 철도교통 신설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현재 8호선은 남양주 별내역에서 의정부 지역으로 노선 연장을 추진 중이며 ‘GTX-플러스 E’ 노선은 남양주 별내역에서 포천 송우리역까지 논스톱 다이렉트 노선으로 예정하고 있어 본 의원은 ‘GTX-플러스 E’ 노선의 ‘동의정부’ 경유 안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8호선 별내~의정부 노선 연장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내년도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해당 노선이 포함된다는 확신도 가질 수 없다. ■ 막대한 철도교통 신설 비용 절감을 위한 GTX-플러스 E 노선과 8호선의 공용선로와 공용역사 제안 철도대중교통의 신설은 경기 북부 도민의 교통이동권 향상에 꼭 필요하지만 비용에 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지금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할 때다. 비용 절감을 통한 예비타당성 향상과 제안 사업의 확률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 의정부 동부지역의 철도대중교통 신설은 경기 동북부 도민의 교통 편익 증진과 다가올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성공적인 안착 및 ‘대한민국 균형발전’에 큰 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와 경기도가 GTX-플러스 E 노선과 8호선 연장의 ‘동시 추진’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동의정부역’ 신설을 적극 추진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천자춘추] 나이 듦의 미학

일본의 각본가 유치다테 마키코의 소설 ‘곧 죽을 거니까’에 나오는 주인공 히나 여사는 나이가 드는 것을 세상의 그 무엇보다 싫어한다. 아니, 혐오한다. 히나 여사는 젊어 보이려고 나잇살이 찌지 않도록 매일 가벼운 운동을 하고, 흰머리가 드러나지 않도록 꼼꼼하게 염색도 하고, 최신 패션 유행도 놓치지 않고 옷도 계절별로 사 입는다. 이토록 철저한 자기 관리로 외모를 가꾸는 멋쟁이 히나 여사의 삶에 복잡한 가정사라는 풍파가 찾아오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문제를 해결해준 것은 젊게 관리한 외모가 아니라 그녀가 그동안 살아온 삶의 경험이란 지혜였다. “중요한 건 내면이 아니라 외면이야”라고 소설 내내 주장하는 히나 여사의 말과는 달리 나이가 들지 않고서는 결코 깨닫지 못하는 지혜가 있었다. 나 역시 소설의 주인공 히나 여사처럼 ‘나이 먹는 일’ 자체를 진심으로 싫어했던 사람이었다. 나이가 드는 것도 싫고, 늙어 보이는 것도 싫고,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모든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 역시 거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최근 사업차 만났던 한 젊고 유능한 청년을 통해 나이가 드는 것이 반드시 나쁜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내가 깨달은 ‘나이듦의 세 가지 미학’이다. 첫째, 지나온 과정이 있기에 보이는 것이 있다. 일 관계로 만난 상대는 나보다 훨씬 젊고 매우 유능했다. 그러나 일 처리를 하는 과정은 매우 이기적이고 서툴렀다. 그간 비슷한 일을 수도 없이 경험했기에 상대방의 배경이나 자신감 넘치는 행동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동업하는 상대를 생각하지 않고 자기 잇속만 챙기려는 상대방의 본심이 훤히 보였다. 둘째, 지나온 과거를 통해 이해하게 되는 것이 있다. 자기에게만 유리한 계약을 맺자고 하는 상대를 보며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살짝 불쾌한 마음이 들었으나 이내 내 얼굴엔 미소가 감돌았다. 상대방의 행동을 통해 사회 초년생 시절 나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그래. 그땐 나도 그랬지’라는 생각이 들자, 상대방이 나에게 해를 끼치려고 하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서둘러 성공하고 싶어 하는 조급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며 마음이 누그러졌다. 셋째, 보이고, 이해하니 여유가 생긴다. 내가 조금만 더 어렸다면, 아마도 상대방의 말을 들은 즉시 잘못을 조목조목 따졌을 것이다. 여기서 더 어렸다면,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 못 하고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을 것이다. 그러나 젊은 시절에 비해 많은 것이 보이고, 이해가 되는 지금 나에게는 꽤 여유로운 마음이 생겼다. 결국 나의 권유와 조언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충분한 이득이 되는 계약을 맺게 됐다. 나이 듦을 굳이 미학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내가 세월을 통해 얻은 지혜가 아니었다면 상대방의 잘못을 낱낱이 지적하며 상처를 주거나, 비즈니스를 멀쩡히 성사시키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서로에게 좋은 거래가 성사될 수 있었다. 엘리너 루스벨트 여사는 ‘멋지게 늙은 사람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는 말을 했다. 더 살았기 때문에 보이는 것, 더 아는 것, 그로 인해 생기는 여유가 누구에게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우리만 알고 있는 이 미학을 통해 우리 관계를 더 풍성하게 가꾸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예술가가 돼 보는 것은 어떨까? 숙성된 좋은 와인이 더 사랑받는 것처럼 우리도 나이가 들어감을 더 즐겁게 여기게 될지도 모른다.

[천자춘추] 높은 기대가 학업 성취도 높인다

자신이 만든 조각상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피그말리온의 마음에 감동한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그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줬다는 그리스 신화가 있다. 여기서 유래한 피그말리온 효과는 다른 누군가의 높은 기대에 부응해 높은 성취를 이뤄 내는 현상을 말한다. 흥미로운 실험을 한 가지 소개하겠다. 연구자들은 몇몇 학생에게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성취도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거짓 정보를 줬다. 사실 이 정보는 거짓이며 무작위로 학생들을 지목했다.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지목된 학생들은 그해 성적이 더 많이 향상됐고 학생이 어릴수록 더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7~8세 학생은 언어영역의 점수가 평균 10점 이상 상승했다. 특히 남학생들은 언어영역, 여학생들은 추론영역에서 뚜렷한 상승이 관찰됐다. 이는 후천적 지능인 결정형 지능이 개발된 것으로 타고난 유동형 지능이 아닌 학습과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지능이다. 결정형 지능은 나이에 상관없이 꾸준하게 개발이 가능하며 조력자의 적절한 개입이 있다면 얼마든지 높은 상승이 가능하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 한다. 뇌는 환경과 경험, 문화, 교육에 따라 변한다는 의미다. 타고난 지능지수를 이기는 것이 결정형 지능이며 이 지능은 후천적인 노력과 적절한 개입을 통해 큰 상승이 가능하다. 모든 아이에게 높은 기대를 갖게 하고 그 기대를 달성하는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것이 필자가 늘 주장하는 학습코치의 역할이다. 아이에 대해 학습적으로 발전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면 아이들은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노력하고 실제로 큰 발전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신 5등급의 학생을 꾸준한 상담과 코칭을 통해 학습 동기를 높여줬고 격려적 피드백을 줌으로써 학생의 학습실천을 도왔다. 단기간에 드라마틱한 성적 상승은 현 수능 체제에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학생을 지켜보며 지도한 결과 재수를 통해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 실제로 일반고 5등급 학생이 재수를 통해 서울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학생의 잠재력과 장점을 적극 활용한 학습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 학생에게 ‘너를 믿고 있으며 넌 잘해낼 것’이라는 지속적인 기대를 보여줌으로써 학생은 주도적으로 공부하게 됐고 높은 학업 성취를 이뤄냈다. 12년 긴 입시에서 학부모의 역할은 매우 다양하고 중요하다. 학습적인 직접 개입보다는 조력자로서 이러한 효과를 적절히 활용해 보면 좋겠다.

[천자춘추] 맹꽁이가 많아졌어요?

요즘 같은 장마철에 우리 주변에서 가장 활발하게 번식하는 양서류는 맹꽁이다. 맹꽁이는 개발로 인한 서식지 훼손으로 사라지고 있어 국가 차원에서 보호하기 위해 1989년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다. 그러므로 보호받아야 하는 양서류 중 하나다. 맹꽁이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울음소리다. 한 마리가 맹~ 하면 다른 한 마리가 꽁~ 하고 운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맹~ 맹~ 하고 우는데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른 것처럼 똑같은 맹~ 소리가 다르게 느껴질 뿐이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맹꽁이를 함부로 포획하거나 서식지를 훼손하면 벌금 최대 7천만원에서 징역 7년에 처해질 수도 있다. 도시의 개발로 인해 습지가 사라지고 있다. 이는 양서류에게는 치명적인 일이다. 일정 규모의 개발 시 환경영향평가를 받는데 멸종위기야생생물이 발견되면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공사가 중단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개발현장에서 멸종위기야생생물이 발견되는 것을 꺼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마저 없다면 멸종위기생물들은 정말 멸종할 것이다. 근래 들어 맹꽁이가 많아져 멸종위기야생생물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정말 많아진 것일까? 많아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서식지에 가까이 간 것이다. 논이었던 곳, 나대지에 물이 고였던 곳, 산자락에 우리는 아파트를 짓고 도로를 만들고 공원을 만든다. 맹꽁이가 살고 있는 그곳을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덮어 버린다. 그리고 사람이 모여 든다. 개발되기 전에는 가까이 가지 않았던 곳을 사람이 근접하게 됐으니 당연히 소리가 들린다. 맹꽁이는 본디 그곳에 살았던 것이다. 사람은 문제가 생기면 이사를 가지만 야생생물은 멀리 이동하지 못해 그 자리에서 죽거나 어렵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리는 개발의 주체로서 타 생물이 살던 곳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또 다른 생물로서 원래 있던 생물에 대해 예의를 갖춰야 한다. 맹꽁이는 장마철에만 번식을 위해 소리를 낸다. 이를 시끄럽다고 못마땅하게 여길 것이 아니라 살아줘서 고맙다고 할 일이다.

[천자춘추] 다큐멘터리 재미있나요?

영화제를 기획하고 작품을 선정하는 프로그래머로서 1년에 몇 편 정도 영화를 보는지 질문을 받는다. 정확한 숫자는 가늠이 되지 않지만 적어도 300편 이상의 장편, 만약 단편을 합치면 500편 이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관이 없는 도시에서 자란 어린 시절엔 영화를 원 없이 보는 것이 꿈이었건만 이렇게 많이 볼 줄이야.... 문제는 내가 다큐멘터리영화제의 프로그래머라는 사실. 몰입감 높은 이야기와 멋지고 예쁜 배우들이 가득한 극영화도 몇 편을 연달아 보면 지치기 마련인데 다큐멘터리라면 어떻겠는가. 이런 나를 걱정하는 것인지, 시험하는 것인지 이런 질문이 뒤따른다. 다큐멘터리, 재미있나요? 주저 않고 “그럼요, 재미있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나는 다른 대답을 들려준다. 재미있게 보는 방법이 있다고. 다큐멘터리를 포함해 영화를 보는 것은 일면 미식과 유사한 점이 많다. 풍토와 재료, 고유한 식사법을 잘 알수록 음식이나 술의 맛을 잘 즐길 수 있다. 말하자면 잘 먹고 마시기 위한 훈련이 필요한 셈이다. 영화도 그렇다. 역사와 소재, 접근 방법을 아는 만큼 더 많은 것이 보이고, 재미는 커진다. 물론 그러려면 다양한 종류의 영화를 보면서,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그냥 내 취향에 맞는 재미있는 영화만 찾아보면 되지 않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내 입맛에 맞는 음식만 먹고 살면 결국 편식이 되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큐멘터리의 진입 장벽은 꽤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럴 땐 내 안에 잠자고 있던 학구열이나 시민 의식에 호소하는 것도 방법이다. 생각해 보라. 다큐멘터리 영화는 짧게는 1~2년, 길게는 10여년의 제작을 거쳐 (통상) 두 시간이 채 되지 않는 분량으로 제작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다큐멘터리는 제작진의 지식과 고민을 쥐어짜낸 정수인 것이다. 어찌 보면 가장 밀도와 선도가 높은 마음의 양식인 셈이다. 또 다큐멘터리 영화는 사회의 가장 첨예한 갈등이나 이슈의 현장을 보여준다. 출연진은 대개 자신들의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변화가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영화 제작을 수락한다. 그리고 제작진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다. 그러니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바람에 조금은 응답하는 것이며 소박한 실천이 될 수 있다. 마침 지금 극장에 다양한 관심사를 만족시킬 만한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걸려 있다. 개발로 위협을 받지만 끈질기게 이어지는 생명의 위대함을 담아낸 ‘수라’, 서해안의 소도시 군산에 새겨진 식민과 전쟁, 개발의 역사를 그린 ‘군산전기’, 은폐되고 묻혀 버린 6·25전쟁의 진실을 발굴하는 시민 발굴단을 따라가는 ‘206:사라지지 않는’이 그것. 잠시 시간을 내 극장에 들러보는 것이 어떨까.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눌 누군가를 데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천자춘추] ‘미래형 체육 행정’ 혁신이 필요한 때

‘체육(體育)’의 사전적 의미는 ‘몸(體)을 기른다(育)’는 것인 만큼 운동을 통해 신체를 튼튼하게 단련하는 일을 말한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건강을 유지하고 체력을 높일 수 있다. 또 다른 체육의 의미는 ‘몸을 기르는 교육’이다. 고대 그리스 시절에는 학생들이 배워야 할 3대 교과목 중 하나이기도 했다. 물론 우리 민족도 과거 고구려 때부터 조선시대까지 활 쏘기가 군사적 목적 외에 폭넓게 신체수련 방법으로 인기가 높았다. 고종은 신학문을 가르치는 학교를 세우면서 ‘교육의 본질은 덕육, 체육, 지육에 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현재로 따지면 체육은 덕육(도덕) 및 지육(국어·영어·수학)과 함께 매우 중요한 교육 중 하나인 셈이다. 인천의 학생을 포함한 모든 시민의 건강은 바로 체육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생긴 조직이 바로 인천시체육회다.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 즉 엘리트 선수의 발굴·육성은 물론 인천시민의 건강을 위한 활동인 생활체육까지 모두 맡는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과거 국민생활체육회장 시절 입버릇처럼 “운동은 밥”이라는 말을 했다. 매일 밥을 먹듯 매일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같이 체육이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자리잡기 위해선 유소년 및 학교체육이 살아나야 한다. 그래야 인천 체육이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체육 육성 프로그램으로 찾아가는 체육 서비스의 강화가 필요하다. 특히 인천지역 생활체육 상생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인프라를 지역 곳곳에 구축해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여기에 고령화를 대비한 어르신들의 참여 의지를 높일 수 있는 정책도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정책에 힘입어 모든 시민 개인은 물론 가족의 건강이 좋아지고, 이를 통해 인천시민의 삶의 질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체육시설 보급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 제공으로 체육 복지의 개념 정착, 미래 시대를 대비한 가족 체육·문화 환경 조성. 이는 인천시체육회라는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인천의 체육 시스템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잘 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천시체육회 내부적으로는 자금과 시설은 물론 그동안 쌓인 경험치를 잘 관리해야 한다. 또 외부적으로는 체육인으로서 자긍심을 높이고 체육에 대한 홍보 시스템을 확대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인권이 존중 받고 올바른 스포츠정신이 담긴 미래형 체육 행정이라는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천자춘추] 챗GPT 교육생들의 다양한 반응

챗GPT 교육의 시작은 2023년 5월부터다. 현재까지 7회 진행됐으며, 이는 짧은 기간에 꽤 많은 강의 수를 의미한다. 수강 대상도 다양한데 농식품 중소기업 대표, 여성기업인 단체, 지자체 공무원, 농업기술센터 농업법인 대표, 문인단체 등이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최근 인공지능(AI)이 더 이상 단순한 기술 이슈가 아닌 현실을 관통하는 주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챗GPT는 매일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기 때문에 강의할 때마다 최신 정보를 습득하고 교육한다. 챗GPT 강사는 항상 변화를 수용하고 최신 내용으로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자기 혁신이 필요하다. 이들 교육생의 공통된 반응은 ‘놀라움과 흥미’였다. 스태프 직원들은 챗GPT를 활용한 분석 및 기획 업무가 자신들의 일상 업무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주로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에 대한 기대와 관련이 있으며, 사무실 직원들은 인력 감축에 대한 우려를 함께 표명했다. 한 문인단체에서 내 강의를 수강한 백일장 추진 관계자는 행사를 시작하기 일주일 전에 이동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했는데 이는 챗GPT 인공지능을 통해 작성된 시나리오나 수필이 개인의 창작물이 아니라는 결정을 해당 추진위원회에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발전과 관련이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발전으로 챗GPT 같은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에 대중이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챗GPT 기반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제품들은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상황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런 제품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 기업은 드물지만 자체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경쟁력을 갖추는 기업이 앞으로는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상황에 변화가 시작됐다. 챗GPT 플러그인의 출시로 많은 서비스가 챗GPT를 통합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마치 애플의 앱스토어 혹은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처럼 새로운 챗GPT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기존 사업을 영위하던 기업들이 챗GPT를 활용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혁신적인 기능을 제공하거나 생성형 AI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이슈들이 어떻게 해결될지, 그리고 챗GPT가 어떤 형태로 혁신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을 넘어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할지에 대한 미래 지향적인 고민을 요구한다.

[천자춘추] ESG 경영만이 우리 경제가 살길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공정해야 하고, 깨끗하고 맑아야 한다. 이런 사회를 만들고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 경제 주체가 되는 기업이 합리적이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혁신적으로 경영돼야 한다. 그런 기업으로 가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ESG 경영을 한국 기업들이 조기에 정착화시켜야 한다. ESG는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적), Governance(지배구조)의 약자로,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핵심 요소를 나타낸다. ESG는 2000년대 초반부터 윤리적,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기업 경영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등장한 개념이다. 투자자들은 기업이 ESG 요소를 고려해 운영하는 것이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과 사회적 책임 수행을 촉진함으로써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ESG 경영은 기업이 환경오염과 탄소배출을 줄이는 등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하고, 노동자 권리를 존중하며,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기여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수행한다. ESG 경영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과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다. 투자자들은 ESG 경영을 수행하는 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이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ESG 경영은 기업의 위험 관리와 기회 창출을 위한 중요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한국 기업들은 ESG 경영을 실천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ESG 경영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환경 분야에서는 기업들이 미흡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ESG 경영을 수행하는 기업이 첨차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관련 법규도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에 대해 알아보면 환경(Environment) 관련 전략으로 친환경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환경 보호에 기여해야 한다. 탄소배출 감소 측면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시키기 위한 에너지 효율화, 재생에너지 도입 등의 노력을 진행해야 한다 . 자원 효율화 측면에서는 재활용, 폐기물 관리, 물 사용량 감소 등을 통해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을 추구해야 한다. 사회(Social) 관련 전략으로는 노동권 보호 측면에서 안전하고 공정한 근로 환경을 제공하고, 노동권을 존중해야 한다.다양성과 포용성 측면에서는 다양한 배경과 인재를 인식하고 포용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지역사회 기여 측면에서는 사회적 책임 프로젝트, 사회 공헌 활동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해야 한다. 지배구조(Governance) 관련 전략으로는 투명성 강화 측면에서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과 재무 정보를 공개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고, 윤리적 경영 측면에서 윤리적 가치와 규범을 준수하고 법적 규정을 지켜야 하며, 이사회 강화 측면에서는 독립적이고 다양성 있는 이사회를 구성해 기업의 지배구조를 강화해야 한다. 기타 전략으로 지속가능한 공급망 측면에서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고려해 윤리적인 파트너를 선택해야 하고,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혁신을 위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과 새로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위에서 나열한 전략들은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일반적인 가이드 라인으로 기업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조정돼야 하며 ESG 경영을 위한 실천 전략은 지속적으로 평가 및 개선돼야 함을 유념해야 한다.

[천자춘추] 공명하는 생명과 에너지

뜨거운 여름 7월을 상상하면 ‘하늘색’, ‘하얀색’처럼 자연의 색을 떠올린다. 지나치게 뜨거운 계절에도 매해 여름은 특별하다. 특히 뉴욕은 그렇다. 넘치는 에너지의 향연과 함께 관광객들이 수많은 설렘으로 뒤섞이는 이 도시. 거대한 도시 속에서 발견되는 색은 전쟁과도 같고 인상파 화가의 팔레트처럼 복잡하다. 사계절 모두를 흡수하고 모든 것을 사랑스럽게 받아들이는 이 도시에 색의 마지막은 흰색과도 같다. 변화하는 색채 에너지가 보존된 상태로 1년을 머금고 새로운 색이 탄생한다.  뒤섞이는 사람들 속에서 거대한 ‘숯 덩어리’가 뉴욕 중앙 심장부 록펠러센터에서 우두커니 자리를 잡고 있다.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쌓인 이 거대한 숯 조각은 비상하는 생명처럼 보인다. 뉴욕 도심 초고층 빌딩 사이, 5번가 6번가 사이에 자리잡은 록펠러센터에서 숯의 화가로 유명한 이배 작가의 ‘불로부터(Issu du Feu)’가 사람들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한국 작가 최초로 록펠러센터의 채널 가든에 숯을 높게 쌓아 올린 거대한 조각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압도적인 크기의 흑색의 숯 덩어리는 위엄 있고 차분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한국 문화와 전통을 환기시키는 숯의 에너지는 뉴욕의 불꽃으로 쏟아 내며 다양한 울림의 색을 머금는다. 마치 인간 본연의 모습이 저마다 다른 빛으로 반사하듯이. 한여름 뉴욕 5번가의 거리는 생명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숯은 ‘신선한 힘’이란 뜻이 있는 순수 우리말이다. 숯 조각들은 어떤 존재로도 변할 수 있도록 보존된 가능성을 가지며 결국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생명의 에너지 그 자체다. 작가의 한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숯은 단지 검은색이 아닌 수백 가지의 색상을 가지고 있다. 차가운 흑색, 뜨거운 흑색, 회색빛이 도는 흑색, 금색처럼 빛이 나는 흑색. 동양화의 다채로운 묵색처럼 다양한 의미와 뉘앙스를 풍기는, 속을 알 수 없지만 그 흑색 안에 현실적인 생명이 깃들어 있다. 나무가 타고 남겨진 숯은 불이 붙으면 다시 살아난다. 에너지로 가득 찬 물질이다. 단순한 조형에서 나오는 굵직한 곡면으로 주위의 에너지를 모아 성스러운 빛을 뿜어낸다. 평화와 희망이 담긴 이 숯에서 우리는 도시의 따뜻함을 느낀다. 한국 현대미술이 세계의 중심이 되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전 세계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거대한 숯 조각을 보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남김없이 받아들이고 슬픔, 희망, 평화, 전쟁 등 서로 모순되는 수많은 개념을 수용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 이 세계가 직면한 위기의 불편한 수분을 머금은, 도시 속 수분을 태워 모두 흡수하기를. 인간을 순수하게 만드는 급진적인 생각들. 즉 초월, 정화, 필멸과 불멸 사이, 마침내 부활을 불러일으키길.

[천자춘추] 나무를 보고 배운다

 장마가 시작된다는 일기예보를 접했다. 이런 경우 우리는 자주 안전에 대한 문자를 받는다. 나무들은 장마를 매년 맞이하는데도 어떻게 그 자리에 그대로일까? 나무들은 뿌리를 통해 서로 연결돼 있고 얽히고설킨 뿌리를 그대로 드러내며 살기도 한다. 나무 한 그루는 숲이 아니기에 비와 바람에 대책 없이 휘둘려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지만 많은 나무가 모여 생태계를 형성하고 더위와 추위를 막으며 상당량의 물을 저장하기도 하고 습기를 유지하기도 한다. 그 나무들은 서로의 영양분을 나누고 이웃이 위험에 처할 때 도움을 준다. 또 숲에 있는 나무들은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들은 자신의 모든 날들을 다른 나무들과 함께한다. 나누는 제 삶을 감당하며 자신에게 닥쳐오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고 넘어설 수 있는 힘을 갖는다. 하지만 그 힘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주변 나무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기꺼이 함께하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럼 우리 모습은 어떨까? 태아는 새로운 세계를 향해 그 위험하고 좁은 산도(産道)를 한사코 통과해 나온다. 배밀이를 하고 기기를 시도하고 마침내 일어선다. 걷기 시작하고 뛰는 경지에 이르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는 어느 날 사춘기가 시작되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고민을 하는 자아정체감도 발달한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돼 그 기분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을 기른다. 그렇게 자기만의 철학이 생기고 다양한 삶의 여정을 시작한 사춘기 아이들에게 우리는 지금껏 공부만 잘하면, 대학만 잘가면, 취업만 잘하면, 결혼만 잘하면 행복할 거라 가르쳤다. 그렇게 사는 것이 과연 행복할까? 각자도생의 삶을 사는 시대가 너무 자연스러운 지금, 우리가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경험하게 해줘야 하는 것은 혼자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힘을 기르게 하는 것이다. 나무가 살아가는 것처럼 함께 사는 것이 서로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고 행복을 나누는 것인지를 알려줘야 한다. 그것이 각자 외롭지 않고 안전하게 오래오래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천자춘추] 시장과 정부의 역할 점검해야

근대 이후 정부의 역할은 야경국가-행정국가-협치국가로 진화해 왔다. 시장은 완벽하지 못하다. 이론적으로 균형을 전제하지만 현실에서는 배분적 비효율과 불공정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시장 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비효율적이며, 시장만큼 영민하지 못하다. 정부의 역할은 가변적이고, 역동적이다. 시민과 근접한 거리에서 정책을 시행하는 지방정부의 역할은 신속성까지 요구된다. 그 결과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제도로써 보완하기보다는 직접 개입하는 형태의 정책이 선호된다. 제도의 변화는 많은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방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경우 신규 재원의 투입이 전제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대부분이 지원 형식의 사업이기 때문에 한 번 투입되면 쉽게 종료되지 못한다. 문제는 앞으로 지방정부가 직면할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2023년 하반기와 2024년 경제·재정 여건은 긍정적이지 않다. 세입 여건은 크게 위축될 것이고 시민의 요구는 더욱 커지고 복잡해질 것이다. 국가와 달리 양입제출(量入制出·세입을 정해 놓고 세출을 조정)의 속성을 갖는 지방재정 특성상 재정 압박은 더욱 클 것이다. 재정 압박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지방정부의 역할 명확화를 들 수 있다. 행정국가 시절에 진행된 시장기능 대리 수행의 타당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시장을 구축(crowding-out)하는 사업을 검토해야 한다. 구축 사례는 많이 목격된다. 예를 들면 지방정부가 체육시설 등을 통해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를 들 수 있다. 특정 소비자가 아닌 일반시민 모두에게 초점을 둔 값싼 공공 서비스의 공급은 시장을 구축시킨다. 민간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지역경제의 발전은 소원해지게 된다. 경기도 본청과 31개 시·군 공약 중 ‘경제’, ‘발전’이라는 단어는 거의 모든 지방정부에 반영돼 있다. 지역경제의 성장과 발전은 지방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방식으로는 쉽지 않다. 시장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하고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 지금까지 시장이 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정책으로 추진된 사업의 성과를 판단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심오한 가치의 충돌이 아닌 지방정부의 재정 생존을 위한 수단이다. 오즈번과 게블러가 1992년 ‘정부혁신의 길’을 통해 제안한 대안 중 ‘노젓기(rowing)가 아닌 방향 잡기(steering)’를 되새겨 볼 때다.

[천자춘추] 존재 확인

어린 시절, 그러니까 초등학교 3학년 정도였을 것이다. 나는 꽤 조숙한 편이었나 보다. 모든 것이 궁금했다. 그것이 오늘날 내가 생각하는 존재 확인의 문제는 아닐지라도 내가 어떻게 세상에 나왔는지 궁금했다. 내 존재의 원인이 당연히 부모님이라면 맨 처음의 인간은 어디서 왔을까? 동네의 맨 끝 외딴집이라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넓은 강변 풀밭에서 소에게 풀을 뜯기면서 혼자 외로이 상념에 들었고 커 가면서 그 물음도 커 갔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 나는 무엇 때문에 사는가. 시간은 왜 가는가. 신(神)은 있는가. 있다면 왜 나타나지 않으시는가. 우주는 끝이 있는가 없는가. 끝이 있다면 그 밖의 세계는 무엇인가. 호주국립대학 사어먼 드라이버 박사는 우주의 모든 별이 몇 개인가 세어 봤는데 7×10에 22제곱 개라고 했다. 양으로 표시하면 양손으로 모래를 모으면 약 800만개가 된다고 하는데 우주의 별은 지구 표면에 있는 모든 해변과 해저, 사막에 있는 모래 알갱이 수의 7배라고 한다. 얼마나 신비한가. 더하여 인간의 정신세계는 얼마나 복잡하고 신비로운가.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떠나는 시인이 있어 신을 만나거든 아무리 바빠도 한번 다녀가라고 말씀드리라고 했다. 2천년이나 기다린 백성을 가엾게 여기시고 한국이 아니더라도 어디든 오시면 생중계하면 되니 오시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푸틴도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할 것이고, 북의 돼지 남매도 핵무기 생산을 중단하고 신학교에 입학할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세파에 시달리다 보면 이런 문제를 잊기도 한다. 그러다 다시 내 자리에 오면 또 생각하게 된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생각했던 문제. 나는 이것을 ‘존재 확인의 문제’라고 명명한다. 눈을 들면 보이는 것도 이상하다. 모든 존재가 내 시야에 놓인 것도 그냥 받아들일 수 없다. 처음부터 그냥 있었다면 그것은 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 모든 것을 데카르트의 방법적회의처럼 의심하고 생각하게 된다. 나는 오늘도 길을 걷다가 문득 생각한다. 눈을 들면 보인다. 저것들은 왜 보이는 것일까. 존재는 왜 존재하는가?

[천자춘추] ‘공정한 변별력’을 택한 2024 수능

윤석열 대통령의 폭탄발언으로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교과서 외 내용은 출제하지 않고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과 EBS 연계 내용에서만 출제한다고 한다. 과연 킬러 문항 없이 최상위권의 변별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소수점까지 반올림해 촘촘하게 줄을 세워야 하는 현 수능에서 킬러 문항이 없다면 대학에서는 어떻게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킬러 문항 대신 준킬러 문항이 변수가 될 것이고 실수 안 하기에 무게가 실리게 될 것이다.  국어의 경우 독서지문에서 고난도 지문이 많이 출제되는 편인데 과학, 기술, 인문사회, 경제 등 다양한 교과서 밖 지문들이 활용됐고 수학의 경우 4점짜리 킬러 문항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여러 개념과 공식을 활용해야 하는 고난도 문제들이 출제됐다. 이러한 킬러 문항 대신 상대적으로 덜 어려운 준킬러 문항으로 공정한 변별을 하겠다는 것인데 과연 어느 정도의 실효성이 있을지 다가오는 9월 모평에서 확인해야 할 것이다. 교육과정 밖의 고난도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지문이나 과목융합형 문제를 배제한다는 교육당국의 발표는 과연 어디까지가 교육과정 안이고 밖인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과목융합형 문제였는지 의문을 낳게 한다. 학원가에서는 이런 혼란을 틈타 오히려 학원 마케팅이 성황이라고 하니 과연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윤 대통령의 취지에 얼마나 부합할지 지켜봐야겠다. 절대평가로 전환된 후 영어과목의 중요도가 다시 올라 갈 것으로 보인다. 영어 1등급은 매우 쉬운 것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90점 이상만 나오면 1등급이어서 상대적으로 덜 신경 쓰던 영어도 다시 집중해 열심히 해야 한다. 문제가 쉬워진다고 해서 모두가 성적이 오르지는 않는다는 점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전 과목을 골고루 실수 없이 문제를 풀어내는 것. 그리고 고난도 문항보다는 중상위권 문항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기초를 탄탄하게 다지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가능한 답이다. 6, 9월 모의고사는 수능의 출제 경향을 예측하고 자신의 위치를 전국 단위에서 파악해 보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런데 수능 전 가장 중요한 9월 모의고사의 출제 경향이 어떨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답답하다. 사교육시장 과열과 불공정한 고난도 문항 배제가 교육 당국의 핵심 요지다 그러나 이러한 혼란을 주는 정책이 오히려 더 사교육 시장의 열기를 뜨겁게 하고 학부모의 불안심리를 이용할 수도 있으며 수험생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수능이 150여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입정책 발표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또 문제가 쉬워지면 ‘해 볼만 한데’라는 생각이 들어 반수생이나 n수생도 더욱 늘어갈 것으로 보인다. 6월 모의고사에 응시하지 않은 숨어 있는 반수생들이 여름방학이 지나고 9월 모의고사에 응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킬러 문항 없는 수능에 다시 한번 도전하려는 반수생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천자춘추] 고양지방법원 승격이 필요하다

5월 서울시 인구는 941만명인데 5개의 지방법원 본원이 설치·운영 중이다. 반면 경기도 인구는 1천361만명으로 서울보다 약 400만명 더 많음에도 수원과 의정부에 단 2개의 지방법원 본원이 설치·운영돼 경기도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경기 북부지역은 서울고등법원 의정부 원외재판소가 설치되지 않아 경기 북부 도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 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고양특례시, 파주시의 지역주민들은 민사·형사사건 제1심 재판에 대한 항소사건과 행정소송사건 제1심 등의 경우 의정부시에 있는 의정부지방법원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네 시간 거리를 왕래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5월 기준 고양특례시와 파주시 인구는 157만명에 이르러 대도시권을 이루고 있고 이에 따라 사법서비스 수요도 폭증해 2019년 고양지원에 접수된 본안사건 수는 2만651건에 달한다. 이는 춘천지방법원, 청주지방법원, 창원지방법원, 전주지방법원 등 상당수의 지방법원 본원의 사건 수를 상회하고 있다. 경기 북부 인구 330만명 중 50%를 넘는 157만명이 고양특례시와 파주시에 거주하고 있고 고양지원 관할구역인 파주시는 최근 7년간 31개 경기도 지자체 중 다섯 번째로 인구 상승률이 높은 도시이며 고양·파주시는 내년 하반기 GTX-A 노선이 개통되면 더 많은 인구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작년 7월 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 회원들은 157만 고양특례시, 파주시 주민들의 염원을 담아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을 고양지방법원으로 승격해 고양특례시, 파주시 주민의 실질적인 재판 받을 권리를 보장할 것을 대법원에 촉구한 바 있다. 현재 고양시에는 사법연수원이 있으나 사법시험 폐지로 사법연수원 건물 활용이 가능해 지방법원 승격에 따르는 비용 절감에 매우 유리하고 사법정책연구원, 법원공무원교육원, 법원도서관이 모두 고양특례시에 소재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북한의 급변 사태 등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통일에 대한 사법부의 사전 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사법부가 ‘통일 과정 및 남북 관계 개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준비를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고양지원을 고양지방법원으로 승격시켜 남북 교류와 통일 준비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

[천자춘추] 된장찌개와 마라탕

나는 된장찌개를 좋아한다. 겨울과 여름, 봄 가을 구별 없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뚝배기 된장찌개를 즐긴다. 60년 이상 먹어도 질리지 않고 아직도 길 가다 구수한 그 냄새를 만나면 멈춰 잠시 코를 벌렁거리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철 모르던 촌놈을 건강하게 키워 줬고 무지몽매한 나를 거센 풍파를 이겨내도록 힘을 보태준 원동력이 된장찌개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 대학생들이 카톡에 “마라탕 좋아하세요?”라는 시그널로 저녁식사 초대를 해 왔다. 내게는 생소한 음식이라 잠시 마음을 갸웃거리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ㅇㅋ’라 답하고 그들과 마라탕 집에서 마주 앉았다. 독특한 향신료와 색다른 매운맛이 선뜻 입에 맞지는 않았다. 탕수육이나 양장피와는 전혀 다른 중국 음식이었다. 만족감과 흐뭇함에 빠져 폭풍 흡입하는 대학생들을 접하며 잘 먹지 못하는 내가 마치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대가 달라 문화의 차이가 크다는 느낌이었다. 식사 후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BTS 일곱 남자 이야기, 아르바이트하는 매장 주인의 불친절한 태도, 부모님들 잔소리의 이모저모까지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마라탕 먹을 때와는 달리 즐거움과 진지함을 섞어 시원한 소통의 시간을 넉넉히 가졌다. 예나 지금이나 나이 먹은 사람들은 젊고 발랄한 청춘들을 공연히 불안해한다. 걱정과 지적으로 억누르고 ‘맞다’, ‘틀렸다’로 기를 꺾어 놓기도 한다. 그런 다음에는 “다 너희들을 위해서야”라고 이해 안 되는 위로를 건넨다. 신세대들의 희망이나 가능성은 알지 못하면서 근거 부족한 경험치로 대안 없는 문제만 열거한다. ‘꼰대’라는 별칭이 붙을 만 하다. 가만히 보니 나도 영락없는 꼰대다. 나날이 가르침을 빙자한 잔소리가 점점 늘고 있으니 말이다. 되돌아보면 학령기에 어른들 충고와 도덕성을 강조하는 스승의 가르침은 마냥 권태롭기만 했다. 오히려 저항의 농도가 짙어지는 요인이었다. 그랬던 우리, 아니 내가 젊은 청춘들을 입으로 지배하는 주체가 돼 있다. 조금은 씁쓸하다. 마라탕을 즐기는 꿈나무들에게 우격다짐으로 된장찌개의 맛과 효능을 설파하는 잔소리꾼이 돼 있다. 정치판을 누비는 2030세대들, 참신한 감각으로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청년 최고경영자(CEO)들, 지구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뮤지션들.... 우리가 보듬어 경청하며 힘차게 박수 쳐 주면 희망을 성공으로 바꿀 주인공들이다. 존중과 격려를 테마로 신뢰의 눈빛을 선물하면 신제품 행복으로 보답할 것이다. 꼰대로 말고 어른으로 반듯한 발자국을 남기면 당연히 우리를 어른으로 인정할 것이다. 몇몇 초등학생이 잰걸음으로 마라탕집을 향하는 모습이 정겹다.

[천자춘추] 걷기의 미학

매년 초가 되면 헬스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신년 목표로 운동계획을 세워 봤을 것이다. 체지방을 줄이기 위해, 체력을 기르기 위해, 건강을 되찾기 위해 등 이유도 다양하다. 그러나 현실은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절반을 넘는다고 하고, 헬스장에선 이를 ‘작심삼월’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흔히 운동이라고 하면 장시간 달리거나 다양한 기구를 활용한 신체운동을 생각한다. 빠르게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거나 격한 부담을 줘 근육통이 발생해야만 건강이 좋아진다고 믿는 것이다. 체지방 감소와 근육의 생성을 위한 운동은 빠르고 강할 때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나 바쁜 일상 속에서 계속되는 근육 고통과 누적되는 피곤함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올해의 계획을 내년으로 미루게 된다. 그러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남녀노소 연령대와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있다. 내적으로 심혈관 질환 예방, 면역 기능 증진, 체내 노폐물을 배출하고 외적으로는 대근육 발달 및 체력을 향상시키며, 정서적으로 스트레스 해소 및 자신감을 제고하는 효능이 있다고 전해지는 이 운동은 바로 걷는 것이다. 예부터 걷기는 삶의 불안과 고뇌를 치료하는 약이며, 걷기는 세상을 여행하는 방법이자 마음을 여행하는 방법이라는 명언이 있다. 한숨의 여유조차 없이 힘들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야말로 몸과 마음을 치료해 주는 가장 간편한 치료약인 것이다. 빠른 속도와 생산성만을 강요하는 사회를 벗어나 자연, 인간, 환경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여유롭게 살자는 의미의 ‘느림의 미학’이라는 말이 있듯이 힘들고 격한 운동에서 벗어나 멀지 않은 주위를 걸으며 경치와 도로의 미를 느끼는 ‘걷기의 미학’을 통해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면 그야말로 일거양득일 것이다. 올여름엔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한다. 긴 장마가 오기 전 시원한 바람이 부는 지금이 걷기에 딱 좋은 시기가 아닐까 한다.

[천자춘추] 슬로푸드 운동 이야기

슬로푸드 운동은 1986년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맥도널드가 이탈리아 로마의 한 유서 깊은 스페인 광장에 첫 체인을 론칭하면서 카를로 페트리니가 지역주민들과 함께 미각의 즐거움, 전통음식 보존 등의 기치를 내걸고 패스트푸드의 진출에 대항하면서 시작됐다. 본능적 쾌락인 단맛과 기름진 맛으로 사람들을 자극하는 패스트푸드가 전통 식탁과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에 직면하면서 슬로푸드 운동은 구체화됐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퍼뜨리는 가공식품으로 인한 폐해는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령이었던 퍼시픽아일랜드 지역 미크로네시아의 경우 주민 90% 이상이 비만이고 80% 이상이 당뇨병에 걸리는 등 매우 비정상적인 신체 변화에 세계의 많은 영양학자들이 주목한 바 있다. 이곳 원주민들의 주식은 전분질의 빵나무 열매나 바나나, 어류였으나 미국식 햄버거나 피자 가게가 곳곳에 들어서면서 기름지고 단 음식에 현혹돼 집단적인 대사병에 노출되고 말았다. 맨발로 생활하는 원주민들에게 당뇨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족부병증과 괴사에 의한 절단은 패스트푸드가 지닌 시대적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유례없는 빠른 압축성장을 통한 산업화, 세계화와 함께 서구의 가공식품들이 우리 전통의 밥상을 밀어내고 식탁을 점령한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1997년 일어난 외환위기 이후 햄버거나 치킨, 피자, 도넛 등 미국식 패스트푸드점이 도시의 요지를 차지하고 외식에서도 육류, 유제품 또는 기름에 튀긴 음식 일색으로 바뀌었다. 각종 암에 의한 사망률과 청소년들의 비만 증가율은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사회적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리는 세계가 인정하는 슬로푸드인 된장, 간장, 고추장, 김치, 젓갈 등의 발효식품이 있다. 오랜 세월 조상 대대로 이어온 우리의 식품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의 마음을 닮아 있다. 이러한 우리의 음식은 자연의 시간에서 얻어진 것이어서 달팽이 철학이기도 하다. 우리 고유의 밥상을 찾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진정한 슬로푸드 운동이다.

[천자춘추] 시대정신이란?

81년생인 나는 고등학교에서 이과를 거쳐 공과대학을 나왔다. 1999년 대학에 들어가 바로 변리사 시험을 치르는 등 ‘사회에 나가 무엇을 할지’에 대한 준비만 했을뿐 ‘사회 그 자체’에 대해 생각을 깊게 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2학년이던 시절에 당선된 학생회장이 당시 ‘최초의 비운동권’이라는 것이 화제가 됐고, 축제 때 더 이상 민중가요를 부르는 가수나 밴드가 오지 않게 됐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나 존 롤스의 ‘정의론’ 등을 접할 기회도 없었고 접할 이유도 없었다. 자본주의 사회니까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하면 되겠거니 하면서 살아왔다. 그런 내가 40대가 되면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다. 많은 발명가와 사업가를 만나는 변리사 업무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고객들의 사업이 더 잘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언론과 정치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됨을 알게 된 것이다.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면 부정과 부패가 만연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지 못하면 나라는 후진국이 됨을 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우리 스스로의 ‘철학’을 갖지 못한 것이 그 근본적인 원인임을 깨달았고, 그 과정에서 나의 멘토들로부터 ‘시대정신’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먹고사는 문제만 생각했던 나에게 ‘시대정신’은 멋지긴 하지만 추상적인 단어였다. 시대정신(Zeitgeist)은 한 시대의 지배적인 정신적 경향이라고 한다. 국가를 이루는 사회 구성원들 중 80% 이상이 공감하는 정신이 바로 시대정신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40년대부터의 건국 세대들은 “대한독립만세”, 1960년대부터의 산업화 세대들은 “잘 살아 보세”, 1980년대부터의 민주화 세대들은 “타는 목마름으로”를 외치며 우리나라를 만들어 왔다. 짧지만 명확한 표어들은 시대정신을 그대로 담아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국민들은 하나가 돼 사회를 발전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202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시대정신을 갖고 있을까? 나만 잘 살면 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생각을 모아 발전적인 시대정신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건국, 산업화, 민주화라는 큰 산을 세 번이나 넘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답답해한다. 새로운 시대정신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 그래야 함께 행복할 수 있고 세계를 이끄는 선진국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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