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일대일로(一帶一路) 10주년, 변신과 지속가능성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중국이 일대일로 추진 10주년을 기념해 성과를 과시하고 국제협력을 강조하기 위한 외교무대로 기획됐다. 러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칠레 등 24개국과 국제기구의 정상들이 포럼에 참석함으로써 중국 경제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인시켜 줬고 중국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도 해양수산부 장관이 참석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전쟁의 여파로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유럽 국가들이 포럼에 대거 불참했고 최근 분쟁을 겪고 있는 중동지역 국가들의 참여율도 저조했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개발도상국들의 부채 문제 등과 같은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일대일로 10년의 성과를 저평가하고 그 지속가능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2013년 10월 시진핑 지도부가 제시한 국가발전전략 구상으로 중국 서부와 중앙아시아~러시아~유럽을 잇는 ‘육상실크로드 경제벨트(一帶)’와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유럽을 연결하는 ‘21세기 해상실크로드(一路)’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일대일로 구상의 핵심은 중국이 개발도상국에 대출이나 투자 형태로 자금을 빌려주고, 중국 기업이 해당 국가에 진출해 도로와 철도 및 항구 등과 같은 인프라를 건설해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은 국내에서 한계에 직면한 산업의 해외 진출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영향력도 확대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들 역시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인프라를 건설하고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일대일로 구상에 긍정적이며 적극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개발도상국에 높은 이자의 대출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부채가 발생하고 있고, 해당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는 곧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일대일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중요한 이유다. 세계은행의 2019년 보고서는 일대일로가 개발도상국의 무역과 투자 증진 및 인프라 개선 등에는 기여했지만 동시에 많은 부채를 안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파키스탄의 경우 중국과 경제회랑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금 부족과 비용 초과 및 환경 악영향 등의 문제에 직면해 계약을 취소하거나 무기한 연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전체 프로젝트 규모는 줄어드는 추세이며 미국과 유럽연합 등은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이나 ‘글로벌 게이트웨이 프로그램’ 등을 제시해 일대일로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지도부가 야심 차게 추진해온 일대일로 구상은 향후 일정한 ‘조정’을 거쳐 지속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이 구상이 중국의 소위 ‘두 개의 백년 계획’, 즉 2021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 및 20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과 연동돼 있는 장기 프로젝트이자 미중 전략경쟁의 장기화 추세에 대비한 국가전략이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2021년 11월 개최된 일대일로 좌담회에서 상대국이 감당할 수 있고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작고 아름다운(小而美)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을 강조했고, 이와 관련해 중국은 2022년 해외 대출 규모의 엄격한 관리를 위한 문건을 발표했다. 이번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서도 시진핑 주석은 일대일로 참여국에 약 1천66억4천만달러를 새롭게 출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향후 일대일로 국제협력의 중점이 녹색개발이나 공중보건 및 디지털경제 등과 같은 새로운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중국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인프라 건설로 시작한 일대일로 구상은 10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면서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프로젝트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도 대응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중국과의 영향력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향후 중국 경제의 회복 여부 및 관련국과의 관계 개선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대일로는 중국의 글로벌 표준 개발 및 영향력 확대를 위한 플랫폼으로 기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중국과 미국 등 강대국들의 개발도상국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함께 새로운 분야에 대한 실질적인 국제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세계는 지금] 케이티 헤셀의 ‘남성 없는 미술사’

2022년 8월 출판된 케이티 헤셀의 ‘남성 없는 서양미술사(The Story of Art Without Men)’는 출시되자마자 영국 최대의 체인 서점인 워터스톤으로부터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현재까지 핫이슈인 책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으나 미래의 한국 독자들을 위해 소개하고 싶은 책이다. 영국과 미국에서 이 책이 대중적으로도 유명해진 것은 21세기가 되면서 학문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여성과 페미니즘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술사는 현대까지도 굉장히 백인 남성 중심적이었다. 서양미술사의 교과서라고 여겨지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만 해도 여성 아티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단어도 나오지 않는 사실을 보면 말이다. 헤셀은 책의 서문에 이러한 현실을 비판하며 2000명의 영국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0%만이 여성 화가의 이름을 3명 이상 댈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뿐만 아니라 영국의 미술계를 대표하는 왕립미술원은 1768년 창립된 이래 단 한 번도 여성 아티스트의 개인 회고전을 열지 않았다. 영국에서는 2020년이 돼서야 내셔널 갤러리에서 이탈리아의 유명한 바로크 여성 화가인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전시를 열게 됐다. 따라서 페미니즘적 새로운 관점은 미술계에도 끊임없이 필요하며 다행히 현재의 미술사학은 과거와 비교해 많은 페미니즘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헤셀의 ‘남성 없는 미술사’는 르네상스 시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당시에는 이름이 꽤 알려져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역사에서 잊힌 여성 아티스트들을 한 명 한 명 디테일하게 재조명한다. 그동안 백인 남성 중심이었던 서양미술사를 폭로하고 떳떳하게 남성을 배제해 버리는 제목 또한 위트 있고 당당하게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커버 디자이너가 ‘남성 없는’ 부분의 글씨를 투명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서점 방문자들이 이 책을 찾는 것을 어려워해 항상 직접 찾아줘야 한다며 지역 서점의 주인이 필자에게 불평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미술사가 애초부터 남성 중심이라는 페미니즘적 관점이 서양미술사에 지금에야 막 등장한 주장은 아니다. 미술사학계에 처음으로 이런 관점이 제시된 것은 1971년 미국의 미술잡지인 아트뉴스에 실린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라는 린다 노클린의 에세이에서다. 그 당시만 해도 미술사의 주요 이론들은 사고방식이 남성 중심이거나 남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분위기가 미술계에서도 위대한 미술가들은 남성이 많다는 고정관념을 만들게 된 것이다. 미술사에서는 마치 여성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교육돼 왔다. 린다 노클린은 이러한 사실을 꼬집으며 그전까진 아무도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았던 남성 중심의 미술사에 충격을 줬다. 남성 우월적 분위기의 사회는 말할 것도 없고 과거에는 여성 화가와 남성 화가가 그릴 수 있는 장르가 달랐으며, 화가에게 필수인 누드 드로잉 연습을 하는 것까지 여성에게는 금지됐던 사실 등 구조적인 성차별적 문제가 현재의 남성 중심적 사고방식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폭로하면서 말이다. 위대한 여성 화가는 존재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지워진 것이다. 현대의 미술사학은 노클린 같은 새로운 페미니즘적 관점의 이론들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교육되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적어도 필자가 공부한 영국에서는 말이다. 이러한 이론들이 미술사학계에서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남성 없는 미술사’ 같은 책을 통해 대중적으로도 영향을 끼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필자 생각에 우리나라에도 여성의 관점으로 보는 페미니즘적 한국미술이론이 현재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방식과 이론이 대중적으로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금처럼 새로운 여성의 관점으로 미술사를 연구하고 전시를 기획하는 환경이 지속된다면 한국에서도 역사에서 지워졌던 위대한 여성 화가들이 앞으로 계속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 기대된다.

[세계는 지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향방

지난 7일 이스라엘과 전 세계는 이스라엘 내 가자지구를 실효 지배하고 있는 하마스 무장 정파의 집중 공격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현재까지 양측 합계 1천600여명의 사망자와 6천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건으로 ‘제5차 중동전쟁’으로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1948년 이스라엘은 현 영토에 이스라엘 건국을 선포했다. 전 세계로 흩어져 살았던 유대인들은 국가 건설의 염원이 실현됨과 동시에 이스라엘 영토로 몰려들었고 당시 현지에 거주하고 있던 아랍인(팔레스타인인)들은 하루아침에 집과 고향을 잃고 난민이 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바야흐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현재까지 수십년간 계속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중동지역 문제 중 가장 해결이 어려운 문제로 주변 아랍국과 미국을 포함한 서구국가들에 정치적 부담이 돼 왔다. 1993년과 1995년 극적으로 오슬로협정이 체결되면서 한 영토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국가가 공존하는 해법, ‘두 국가 해법(Two State Solution)’이 제시됐지만 이마저 흐지부지됐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은 악화일로를 걸어 왔다.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이스라엘뿐 아니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것은 공격의 양상이 기존 패턴과 상당히 다른 동시다발적인 집중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로켓포 4천500발을 동시에 발사해 이스라엘이 자랑하던 최첨단 저고도 방어시스템인 아이언돔을 무력화시켰고 육해공에서 수백명의 하마스 무장대원이 이스라엘로 침투해 민간인을 향한 무차별 공격을 감행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해외)와 신베트(국내)의 정보력 부재도 큰 문제로 대두됐다. 이들이 하마스에 허를 찔린 배경에는 이스라엘의 첩보력과 군사력에 대한 과신과 현 네탸냐후 정권이 주도한 사법부 무력화에 대한 반발로 인한 정치적, 사회적 혼란이 대두되고 있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중동 내 확전 가능성과 미국과 이란의 국제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과거 팔레스타인 문제를 형제국의 비애로 함께 싸워 왔던 아랍국들이 2020년 아브라함 협정을 맺어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수립했고 최근에는 미국의 중재로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마저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려는 상황이 하마스에는 상당한 위기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인들의 거주지역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두 곳으로 제한돼 있다. 특히 가자지구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로 인해 경제난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실업률 50%에 물과 생필품, 전력이 수시로 차단되는 기본적인 생존권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얻는 쪽은 누구이며 잃는 쪽은 누구인가? 중동지역에 아랍국가 연대라는 대의명분은 사라지고 자국 이익만 남은 상황에서 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대응, 그리고 국제사회의 대처가 갖는 함의는 무엇인지 상황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세계는 지금] 북-러 정상회담의 전략적 메시지들

지난 9월12일부터 17일까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이 있었다.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군사협력 가능성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향후 북-러 협력 양상에 따라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는 큰 변화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러는 정상회담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군사협력’ 가능성을 전면에 부각시킴으로써 국제적 주목 효과를 한껏 누렸다. 그렇다면 북-러 정상회담 행보 속 전략적 의도는 무엇일까. 첫째, 미국의 견제에 있어 북-러의 전략적 일치다. 러시아는 ‘장기적 소모전’으로 전환된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미국을 견제하는 데 북한을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대부분 포격전에 집중되면서 장기간의 사상자 발생, 장비 손실 및 탄약의 필요성이 절박한 상황이다. 양측 모두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장비 수리 및 교체, 최전선 병력 순환, 포탄 및 탄약 조달에 급급한 국면이다. 북한은 제재를 감수하면서 러시아의 소모전을 지원할 안정적인 후방 공급기지로서 최적의 국가일 뿐만 아니라 거의 유일한 국가다. 우크라이나전쟁의 장기화와 전세의 불확실성은 미국 대선 국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대선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공화당 내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팽배하다. 북-러의 군사협력 메시지는 미국 대선 국면을 염두에 둔 ‘심리전’ 차원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북-러 군사협력을 통한 대미 견제는 동북아로도 연결된다. 북한에 대한 핵·미사일 핵심기술 이전 가능성을 전면에 부상시킴으로써 동북아에서 미국을 견제하는 한편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경고의 성격도 띠고 있다. 우크라이나 유럽 전선과 동북아 전선 양쪽을 연계하는 대미 견제 차원에서 러시아는 ‘북-러의 군사협력’ 메시지를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선 북-러 군사 협력의 가능성은 핵·미사일 고도화를 통한 대미 억제 의미를 갖는다. 무기에 대한 기술 지원뿐만 아니라 동해상에서의 북-러 연합훈련을 통해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응하는 구도를 만들 수 있다. 한편 북-러 밀착을 통해 북한의 대중국 의존성을 분산해 군사·경제적 협력 창구를 넓히는 의미도 갖는다. 둘째, 실질적인 북-러 군사기술적 협력의 효과다. 단기적으로 한미일에 대응하는 북-러 협력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응한 동해상의 북-러 해상연합훈련, 공군 전력에서 절대적 열세에 있는 북한에 대한 대공미사일체계 지원, 얼마 전 북한이 공개한 ‘전술핵공격잠수함’ 개조에 대한 기술적 지원, 군사 정찰위성 개발에 대한 지원 등이다. 이 같은 지원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의 직접적 위반을 교묘하게 회피할 수 있는 ‘협력’이기도 하다. 향후 1년여 미국 및 중국의 반응, 북한의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한 기여 수준 등에 따라 핵·미사일 핵심기술에 대한 직접적 협력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북-러 양측의 협력은 유동적일 수 있다. 특히 중국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경우 북한의 대러시아 군사 의존이 높아지고 경제협력이 확대되면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 감소를 우려할 가능성이 높다. 북-러의 밀착은 중국이 통제하기 힘든 외교적 공간이 될 수 있다. 결국 향후 중국이 북-러 관련 어떠한 입장과 외교적 태도를 취하느냐가 북-러 밀착 수준을 가늠할 중요한 변수다. 그런 측면에서 조만간 있을 중-러 정상회담은 중국의 입장을 가늠해 볼 중요한 기회다. 이 회담 결과와 예상되는 푸틴-김정은의 후속 정상회담이 정세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북-러의 군사협력이 단기적 이해에서 중장기적 ‘전략적 일치’로 발전한다면 그 영향은 클 것이다. 북한의 대러시아 군수지원이 본격화되면 우크라이나전쟁의 전세 및 유럽의 안보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1년여 남은 미국의 대선에도 일정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북-러 군사협력은 한미일 대북 억제력 강화, 중국의 대미 견제 차원의 군사적 활동을 자극해 동북아 안보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 나아가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핵·미사일 기술 지원이 가시화될 경우 미국의 동북아 역내 억제력은 강화되고 한반도의 안보 딜레마는 보다 첨예화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는 지금] 항저우 AG과 중국의 속내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제19회 아시안게임이 개막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중국에서 치러지는 가장 큰 국제행사이자 올해 3월 시진핑 3기 지도부가 공식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홈그라운드에서 개최하는 스포츠 이벤트다. 최근 미중 전략경쟁이 가속화되고 서방국가들의 집중 견제와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이러한 중요한 계기를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지난 9월23일 열린 개막식은 중국이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외부 세계에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우선 중국의 역사와 문화 자원을 활용한 소프트파워를 과시하고자 한다. 개막식 공연에서 남송(南宋)시대의 수도였던 항저우의 문화와 역사를 주제로 하는 성대한 공연을 연출했다. 이번 대회 메달 수상자에게는 꽃다발이 아닌 도자기 형태의 꽃병을 시상품으로 전달할 예정이고 표면에 ‘열매가 결실을 맺다(碩果累累)’라는 뜻을 가진 한자를 표기했다. 또 항저우가 보유한 3개의 세계문화유산에서 힌트를 얻어 대회 마스코트를 선정하는 등 역사와 문화의 도시 항저우를 통해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의도를 표출했다. 다음으로 친환경과 디지털 강국 이미지를 세계에 발신하고자 한다. 중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저탄소 녹색발전의 친환경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스마트 대회로 치르겠다고 공언해 왔다. 개막식에서 전통 방식의 불꽃놀이를 폐지해 탄소배출량을 줄였고 5G 이동통신기술과 인공지능 및 증강현실(AR) 같은 최첨단 정보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성화 봉송 및 점화 방식을 선보였다.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의 본사가 소재하고 있고 2016년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경험을 가진 항저우가 갖고 있는 스마트시티 구현 능력을 기반으로 중국의 디지털 강국 이미지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조함으로써 우군으로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경쟁에 장기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반미 성향의 국가 혹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경제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해 왔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개막식 당일 환영 연회에서 아시아 운명공동체를 강조하고 냉전적 사고와 진영 대결에 저항할 것을 호소했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회담에서 한중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것이 우리의 정책과 행동에 반영되기를 희망한다고 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이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자국의 소프트파워를 과시하고 디지털 강국 이미지를 전파하며 역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현재까지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보인다. 중국의 역사 문화에 관련된 개막식 공연은 “중국이 중국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 했고 친환경 및 디지털강국 이미지도 국제사회에 긍정적으로 각인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아시안게임은 ‘옥에 티’가 보인다.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가혹한 탄압으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시리아 대통령을 만나 일대일로(一帶一路)와 관련된 협력에 서명했다는 점,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징계를 받았던 북한이 인공기를 들고 입장하도록 허용했다는 점 등이다.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그것이 소프트파워로 연결되기에는 여전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리가 배울 점도 있다. 좀 더 주목할 것은 중국이 단순히 과학기술 역량을 과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주변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중국은 첨단 과학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의 평가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의 과학기술 수준은 미국과 함께 여전히 세계 최고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과학저널 네이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이 2023년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과학기술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논문을 가장 많이 발표하는 나라가 됐고 최근 3년 동안 중동과 아프리카 및 중남미 지역 국가들과의 국제 공동연구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성과를 이끄는 원동력은 국가 차원의 관심과 연구인력의 배양 그리고 과감한 예산 투자일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2024년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 예산이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중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세계는 지금] 英•美•韓의 성소수자 차별•혐오 현주소

필자는 얼마 전 한국에서 운전을 하다가 앞차가 ‘차별 금지법 반대’라는 슬로건의 스티커를 자랑스럽게 붙이고 다니는 것을 봤다.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차별 금지법’이란 사회적 약자와 성소수자 등을 포괄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다. ‘선진국’이라고 하는 대한민국에선 2006년 처음으로 비슷한 법안이 발의된 이후로 아직도 입법화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대신 ‘장애인 차별 금지법’과 ‘성차별 금지법’ 같은 개별적인 차별 금지법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나 개별법이기에 모든 종류의 차별을 법으로 막아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대표적으로 성소수자들은 대한민국에서 감당하기 힘든 차별과 혐오를 받아도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성소수자를 배려하는 병원과 진료소를 찾기도 어렵기 때문에 성소수자들은 (특히 트랜스젠더) 진료를 받을 권리조차 불안정하다. 이렇듯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을 철저히 외면하는 위험한 나라인 한국을 어떻게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와 다르게 영국 국민들은 2010년부터 아홉 가지 개별적 차별 금지법을 통합한 ‘평등법’ 아래 보호받고 있다. 영국과 미국은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에 평등법까지 존재하니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없을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실제로 경험한 영국의 사회 분위기를 보면 법의 유무는 실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의 정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는 않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분법적 성별에 속하지 않는 성소수자나, 생물학적 성별과 성 정체성이 다른 트랜스젠더를 겨냥하는 혐오는 정도의 차이일 뿐 영국과 미국에서도 여전히 만연한다. 실제로 퀴어 혐오로 인해 일어난 미국의 증오범죄를 예를 들어보자. 2013년 캘리포니아에서는 본인을 여성도 남성도 아닌 ‘에이젠더’라고 정의하는 한 청소년이 외모가 생물학적 성별인 남성으로 보임에도 여성의 치마를 입고 버스를 탔다는 이유로 앞에 승차하던 다른 소년이 라이터로 옷에 불을 붙인 사건이 있었다. 놀라운 사건이지만 이는 너무나 많은 성소수자를 겨냥한 증오범죄 사건들 중 하나일 뿐이다. 퀴어들을 향한 합당치 못한 차별은 이렇게 리버럴한 서양 국가에서조차 적지 않다. 더 무서운 것은 포괄적 차별 금지법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지만 누구도 증오범죄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포괄적 차별 금지법을 반대하는 의견의 대부분은 이 법이 성소수자에 대한 그들의 혐오를 표현할 자유를 억압해 사회적 약자가 아닌 자신들을 오히려 역차별한다는 주장이다. 그게 아니라면 사회적 약자들이 이 법을 남용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정 종교인들은 이 법이 ‘관습’에 반하는 건강하지 못한 법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논리라면 한국인에게 대놓고 동양인 차별을 하는 백인을 봐도 그들은 그저 관습대로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그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너무나 위험한 생각이다. 또 국제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차별을 당연시하는 현재의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은 지금 갖고 있는 소프트파워의 국제적 인기도 결국 잃게 될 것이다. 외국인이 방문하거나 거주하기에 안전하지 않은 국가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천년 동안 인간의 역사가 알려주듯 권위를 가진 한 인간이 공동체에 잘못된 두려움을 조성해 서로를 혐오하게 만드는 수단은 한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숨길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방법이다. 대한민국에는 성소수자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조금이라도 평등한 권리를 가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권위자들이 많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지도자들도 잘못이지만 공포의 근본적 이유를 알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혐오와 차별을 정당화하는 국민의 무지함도 큰 잘못이다. 영국 정부는 교육을 통해 이 문제를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타기팅이 잘못된 무지한 두려움을 혐오와 차별의 정당성으로 이용할 것인가? 이제는 시대에 맞춰 많은 것을 바꿔 나가야 할 때다. 국민 개개인이 더 공부하고 젠더 감수성을 길러 진심으로 다양성을 존중하고 당당하게 차별을 금지하는 나라가 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는 지금] 사우디아라비아의 브릭스 가입의 함의

지난 8월 사우디아라비아는 경제 5개국 협의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가입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브릭스에 가입이 승인된 국가는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이란, 아르헨티나, 에티오피아로 2010년 남아공 가입 이후 13년 만에 브릭스는 외연을 확장하면서 회원국이 총 11개로 늘어났다. 이로써 세계 인구의 약 42%, 영토의 26%, 국내총생산(GDP)의 23%를 차지해온 브릭스는 지배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위치한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의 목소리를 세계 의제의 중심에 두는 본격적인 다극화 시대를 열게 됐다.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는 브릭스의 확장을 적극 추진해 왔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사이의 대립 구도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6개 회원국의 가입은 미국의 패권에 경쟁할 수 있는 세력을 결집하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 분석할 수 있다. 6개 신규 회원국 중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란, 이집트 등 4개국은 최근 10년 넘게 중국이 경제적, 외교적 지원을 하며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공을 들인 중동지역 국가다.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의 최대 수입국으로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며 중동 문제의 주요 행위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브릭스 가입은 미국에 대한 발언력을 확보하고 현재 추진 중인 탈(脫)석유 경제구조 다각화 프로젝트인 ‘사우디 비전2030’에 대한 적극적 투자유치가 주된 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아랍에미리트와 이란 등 에너지 부국들의 브릭스 가입은 러시아를 제외한 기존 회원국들에 향후 안정적 에너지 공급원으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의 브릭스 가입은 또 다른 함의가 있다. 이란은 브릭스 회원국이 됨으로써 미국의 경제적 제재에 맞설 기회를 모색할 수 있고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G7 경쟁자를 만들기 위해 브릭스의 확대를 추진한 중국의 승리”, “서방과 지정학적, 경제적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승리”,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합류로 브릭스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 “미국 주도 금융 질서의 대항마로서 브릭스의 새로운 역할” 등 세계 각국 언론은 이번 6개 신규 회원국의 브릭스 가입 의미를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브릭스의 외연 확장이 안보협력 단계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의구심은 남는다. 이번 신규 회원국 가입 승인 과정에서 보인 기존 5개 회원국 간 분열상은 11개 회원국의 각기 다른 당면 과제와 속내로 인해 향후 회원국 간 통합과 협력으로의 여정이 지난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6개국 가입 승인은 더 넓은 신흥국 세계의 통합과 협력을 위한 브릭스의 결정을 보여주는 것임이 분명하다.

[세계는 지금] 북한의 ‘대한민국’ 호칭 전략적 의도

북한이 최근 ‘대한민국’ 호칭 사용을 공식화하고 있다. 주요 기관 담화는 물론 김여정 부부장 같은 최측근 담화, 김정은 참석 중요 당회의 보도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고도의 정치적 계산과 이미 진행돼 온 ‘국가 대 국가’ 구도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대한민국’ 호칭 사용 이면에는 북한의 대남 프레임 및 남북관계 인식 변화뿐만 아니라 군사전략의 변화도 함축돼 있다. 우선 핵무기 실전화와 ‘우리민족끼리’의 모순적 충돌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다. 전통적인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 논리는 ‘우리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통일을 하자는 것으로 설정돼 있었다. 그런데 핵·미사일이 고도화되고 대남·대미 실전 배치 및 작전화가 이뤄지면서 기존 통일전선 논리와 모순이 발생했다. 소위 같은 민족에게 핵무기를 겨냥하고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민족에게 핵을 사용한다는 자기모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가 대 국가’ 구도를 설정할 경우 외교관계가 없는 적대 국가에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순이 제거된다. 결국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와 대남 실전화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대 국가’ 구도를 설정한 측면이 있다. 핵무기 고도화에 따른 북한의 대남 프레임 변화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가시화됐다. 2019년 10월 김정은은 금강산관광지구 현지지도 때 그간의 남북한 교류협력을 국력이 미약했던 시기에 선대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강하게 비판하며 향후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설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일종의 대남정책의 가이드라인이 됐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북한은 대남 부서 폐지 및 축소, 노동신문 대남 지면 폐지, 한국의 대북 제의 무시 전략으로 일관했다. 또 2021년부터 ‘우리민족끼리’, ‘민족’, ‘통일’이라는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기 시작했다. 2021년에는 당규약 서문에서 늘 있던 대남 부문을 삭제했다. 또 2022년 6월 당중앙군사위원회 개최를 통해 전술핵의 작전화를 공개하며 대남 작전지도를 펼쳐 놓고 회의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급기야 2022년 12월 제8기 제6차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는 한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대적 행동으로 ‘전술핵’ 사용을 언급했다. 같은 민족을 상대로 한 대남 전술핵 작전화는 기존 ‘우리민족끼리’ 및 통일 논리와 충돌하기 때문에 북한은 핵·미사일이 점차 실전화 단계로 접어드는 국면에서 더욱 빠르게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 논리로 전환하려 시도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핵무기 개발의 국제적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의 유용성이다. 2021년 8월부터 북한은 한국의 주요 무기 실험에 유사 무기 실험으로 대응하는 양상을 노골화하며 ‘이중기준’론을 제기했다. 한국이 자위권 차원의 무기 개발을 하고 북한도 마찬가지로 일반 국가의 자위권 차원의 국방력 강화를 하는데 왜 자신들에게만 ‘도발’이라고 비난하느냐는 불만을 피력하기 위해서다. 소위 한국도 북한도 모두 일반적인 국가처럼 자기 방위력을 행하는 ‘국가와 국가’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맥락이다. 일종의 핵무기 개발의 국제적 정당성 확보을 피력하기 위한 차원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의 대북·통일정책 무력화 효과다. 한국 정부의 신통일미래구상, 담대한 구상, 비핵화 로드맵은 모두 민족 특수관계를 전제로 구상된 것이다. 북한은 ‘국가 대 국가’ 논리를 통해 한국의 대북통일정책을 차단하고 배제하는 효과, 대화와 협력 가능성을 아예 무력화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한반도 문제의 ‘군사화’, 한반도 문제를 북미 외교 문제로 제한하려는 전략적 의도로 볼 수 있다. 향후 한반도 문제를 핵우산을 투사하는 미국과 핵보유국 국가인 북한 사이의 군사외교적 사안으로 제한하려는 의도다. 이런 구도라면 한반도 문제를 북미 간 ‘핵 대 핵’ 문제로 귀결되고 기존 민족 간 특수관계 차원에서 이뤄진 남북 교류협력과 대화는 사실상 실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계는 지금] 영국 교육 시스템과 사회 분위기

최근 한 영재의 학교폭력 피해 논란으로 우리나라 언론이 떠들썩하다. 겉으로 봤을 때 이 사건은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보다 나이가 많이 어린 영재 학생이 또래 집단에 어울리지 못해 따돌림을 당한 ‘학폭’ 사건이다.  대중들은 이 영재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 학생들이 도움을 주지는 못할 망정 따돌림을 시켰으니 인성이 덜 됐다며 그 영재 학교 학생들을 비판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따돌림을 정당화할 순 없으나 시스템상 내신 관리가 치열하고 조별과제가 필수인 학교에서 나이 어린 피해 학생이 적응하지 못해 어쩔 수없이 다른 학생들에게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정황과 입장도 충분히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 문제가 영재 학생들 사이에서 이렇게 시시비비를 따져야 하는 일차원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교폭력 외에도 기득권 자녀들에게 유리한 특례, 시험 문제 유출 등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학교와 학생이 관련된 큰 논란과 사고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평등하지 못한 사회와 더불어 끊임없는 경쟁을 부추기는 분위기 및 교육 시스템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은 평등한 기회와 선행 그리고 이해와 배려를 배우며 자라야 할 어린아이들에게 이러한 덕목을 충분히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 영재 학교일수록 더욱더 숨쉴 틈도 없이 서로를 짓밟고 올라가야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다. 이 시스템에서 살아남지 못한 아이는 ‘약하고 머리가 좋지 않다’는 사회의 낙인이 따른다. 이 아이의 개성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대한민국의 영재교육에 대해 왈가왈부하기 이전에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고 경쟁만이 중요한 사회에 이들을 길들여 놓고 이제 와서 학생들에게 왜 뒤떨어지는 학우를 돌보지 않았냐, 왜 기득권의 특혜를 이용했느냐며 비판하는 것은 불공평한 대우라고 생각한다.  당장 위의 사건 당사자와 대중의 입장이 바뀐다면 당사자들과 다른 선택을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현재 우리나라와 영국을 비교하면 여러모로 교육에 관한 인식과 분위기에 큰 차이가 있다. 오래된 전통을 지키는 영국의 교육 체계는 우리나라 체계와 많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학기는 3월이 시작인 우리나라와 다르게 9월에 시작한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우리의 초등학교와 비슷한 Primary school, 중고등학교를 합친 개념의 Secondary school, 그리고 수능 공부의 개념과 비슷한 A-Level이 있다.  영국에서 대학을 가려면 A-level을 보기 전 UCAS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총 다섯 개의 대학에 지원해 오퍼를 받는다. 그 오퍼에 맞춰 A-level 점수가 잘 나오면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다. 이것이 제일 일반적인 과정이나 사회계급에 따라 이 교육과정은 크게 달라진다.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점은 바로 영국이 아직 ‘계급사회’라는 점인데, 계급에 따라 받는 교육 수준이 다르다. 계급에 따라 공립학교로 갈지 사립학교로 갈지가 나뉜다. 영국에서는 일반 계급의 아이들이 가는 공립학교 교사의 봉급이 높지 않아 선호되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교사가 항상 부족하다. 따라서 교사 1명당 담당하는 학생 수가 많아지게 되니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상류계층 아이들은 사립학교에서 공립학교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는다. 옥스브리지(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의 줄임말) 입학생들의 대부분이 이 계층 출신 아이들인 이유다. 이 교육의 질 차이가 영국 교육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다. 영국도 이렇듯 평등하지 못한 사회 체계로 인한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교육이 한국과 비교해 훨씬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영국의 교육은 아이들이 알파벳을 하나라도 더 많이 외웠느냐보다 그 아이가 사회성을 기르고 학습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개개인의 개성과 능력을 존중해주는 사회라는 것이다. 우리는 경쟁만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눈에 보이지 않게 된 지 오래다. 이제는 아이들을 획일적인 시스템에서 경쟁만 시킬 게 아니라 각각의 개성을 존중해 인간으로서의 발전을 도와주는 교육 분위기를 조성 하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세계는 지금] 안달루시아서 꽃피운 ‘콘비벤시아’

스페인 남부 이베리아반도에 위치한 안달루시아. 7세기 아라비아반도의 메카에서 발흥한 이슬람은 창시자 무함마드 사후 4대 정통 칼리프 시대를 거쳐 우마이야왕조에 이르러 이슬람 역사상 최대의 영토 확장을 꾀했다.  711년 아랍이슬람 정복군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이베리아반도를 습격해 당시 스페인을 지배하던 서고트족을 물리치고 불과 3년 만에 코르도바, 세비야, 톨레도, 사라고사 등 스페인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을 점령했다. 그러나 우마이야제국 내부의 반란으로 750년 압바스왕조가 들어서자 이전 우마이야왕실에 대한 학살이 시작됐다. 이후 10대 칼리파의 손자이자 우마이야왕조의 마지막 왕자인 압드 알 라흐만은 베르베르족 출신이었던 모계혈족의 도움으로 안달루시아까지 입성해 세력을 구축, 756년 코르도바를 수도로 정하고 후우마이야왕조를 세웠다. 압드 알 라흐만1세는 자신이 정복한 안달루시아지역 주민들을 억압하기보다 관용으로 통치했다. 자신들이 소수 세력이란 현실적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종교, 민족,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대립하면 결국 발전할 수 없다는 공존의 철학이 ‘콘비벤시아(Convivencia)’로 발현됐다. 이슬람 세력권이 된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는 무슬림과 유대인, 기독교도가 함께 조화롭게 살던 사회였다.  세 종교의 공존은 800년 가까이 지속됐다. 아랍인, 베르베르인, 토착 스페인인은 말할 것도 없고 이슬람으로 개종한 사람이나 유럽에서 이주한 외국인들까지 한데 어울려 살았다.  무슬림, 기독교도, 유대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안달루시아 아랍어와 뒷날 스페인어로 발전한 로망스어를 함께 사용했다. 아랍인은 고전 아랍어를, 기독교도는 라틴어를, 유대인은 히브리어와 아랍어를 함께 사용하면서 학문과 문학을 발전시켰다. 학자들은 현대 스페인어 단어 중 8%가 아랍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안달루시아 문화 특유의 공존 정신인 콘비벤시아 전통의 결과였다. 이런 융합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안달루시아는 주변 문화를 쉽게 받아들이고, 수준 높은 과학기술과 절충의 미가 빛을 발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꽃피웠다. 이슬람의 이베리아반도 통치는 동서 간의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동양의 문화, 과학 및 기술이 유럽과 그 밖의 지역까지 보급되도록 촉진시켰다. 아랍이슬람 왕조들은 그리스 철학과 과학 및 기술의 업적을 부지런히 흡수해 아랍어로 번역하고 보존해서 발전시켜 왔고 아랍세계에 전달된 인도와 중국 고대문명의 찬란한 과학기술을 발전시켰다. 유럽 문명의 암흑기라 불리던 중세 시대에 안달루시아는 이슬람과 기독교가 직접 만날 수 있었던 문명의 경계선이었고 코르도바를 중심으로 발전시킨 이슬람 특유의 융합과 창조의 문화는 유럽 전체의 문예 부흥의 기초를 다지는 역할을 했다. 정치적 진영 간의 분열, 세대와 젠더 간의 갈등이 만연한 한국 사회를 관조하며 스페인 안달루시아지역의 공존과 관용의 콘비벤시아를 사유한다.

[세계는 지금] 킹더랜드와 아랍왕자

최근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킹더랜드’에 등장한 아랍 왕자 캐릭터가 문화 왜곡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작 중 아랍 왕자 ‘사미르’는 세계 부자 순위 13위라는 설정의 캐릭터인데 킹호텔에 묵으며 여주인공인 천사랑에게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고, 전통혼례 체험을 하러 가는 장면에서는 팔을 잡고 이끄는 등의 스킨십을 하기도 한다. 또 사미르 왕자가 천사랑과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는 와인이 담겨 있는 술잔이 화면에 비쳤는데, 이는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엄격하게 금기시하는 것이라 아랍문화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설정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이슬람 율법을 따르는 무슬림 인구는 약 20억명이다. 대한민국 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이 강세를 보이며 특히 중동에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데 약 20억명의 무슬림 소비자에 대한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수적인 이유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해 중동 여러 국가에서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대비해 가장 소비량이 늘어난 콘텐츠 분야는 바로 드라마(63%)다. 그 다음으로 높은 소비 증가율을 보인 콘텐츠는 음악(62.4%), 영화(60.4%), 예능(60.2%) 등이라는 것만 봐도 우리나라의 다양한 콘텐츠가 얼마나 활발히 소비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2018년 스태티스타 통계자료에 따르면 중동에서는 하루 평균 6시간20분 동안 TV 시청을 하는데 이는 전 세계 평균 시간인 2시간48분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특히 중동지역의 2020년도 기준 방송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14억2천700만달러로 한국 방송 스트리밍 전망치의 2.8배에 해당한다. 이는 방송 스트리밍 시장에 있어 중동지역은 매우 성장세가 크고 향후 잠재력 또한 무궁무진한 시장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단순 소비 증가량에 주목하는 것을 넘어 중동 국가에서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경험하기 전후로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살펴보자. 한국 콘텐츠를 접한 이후 한국에 대한 인식이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했다”는 응답이 76.5%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 또한 존재한다. 이 경우 한류 스타의 부적절한 언행(30.6%), 지나치게 상업적·선정적(24.4%)이라는 것이 부정적 인식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데 이 점에 유의해 중동지역의 문화에 눈높이를 맞춘 콘텐츠를 제작해야 할 것이다. 금번 사태는 주사우디아라비아 대한민국 대사관의 적극적인 해명으로 현지 언론에도 소개돼 일단락됐지만 K-콘텐츠가 활발하게 세계로 수출되는 것을 고려했을 때 타 문화에 대한 존중과 이해는 필수적이다.

[세계는 지금] 영국의 음주운전 처벌 규정

잊을 만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음주운전에 의한 사망사고 소식이 들려온다. 최근 언론에 크게 알려진 사고는 지난 4월 대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9세 여아가 음주운전자의 차에 치여 숨진 사건이었다. 이전에도 이미 음주운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또 처벌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확실히 음주운전에 관대하다는 것이 대부분 국민의 생각일 것이다. 음주운전 사고는 특히 재범률이 높으면서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심각한 중과실 사고이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선진국들은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비교적 강력하다. 옆 나라인 일본만 해도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법적으로 최고 30년의 징역을 내릴 수 있다고 한다. 지난번엔 우리나라와 영국의 운전문화 및 도로 시스템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글을 썼으므로 이번에는 영국의 음주운전 처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 정부들은 매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한국에는 그중 가장 기본적으로 운전자들의 교통법규 위반을 방지하기 위한 벌점 제도가 있다. 영국도 우리나라처럼 벌점 제도가 있어 음주운전을 하면 운전 금지와 더불어 벌점과 벌금이 주어진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음주운전과 과속 같은 사안들을 굉장히 심각한 교통법규 위반으로 여겨 외국인이 영국에 영주권 신청 시 이러한 기록이 있으면 충분한 거절 사유까지 될 수 있다고 한다. 일단 단속에 걸리면 미국에서는 주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과속만 해도 감옥에 들어가거나 비자가 취소되는 경우가 있다. 영국 정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낸 사람에게는 징역 14년에서 최대 종신형까지 처할 수 있다. 스코틀랜드를 제외한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에서의 음주운전 판정 기준은 호흡 알코올 농도 0.035%로, 단속에 걸리면 최소 1년간 면허 정지와 무제한으로 벌금이 부과된다. 음주운전에 관해서는 정해진 최대 벌금이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사실 법적으로는 음주운전 사망사고자에게 최대 무기징역까지 내릴 수 있다고는 하나 실제 처벌은 대법원의 양형기준으로 인해 처벌 수위가 매우 낮은 실정이다. 심지어 이 기준은 놀랍게도 이미 양형위원회가 처벌 수위를 여러 번 높여온 것이다. 이러한 형량 기준은 현대 한국 사회의 현실과 매우 어긋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처벌 수위만 무조건 높인다고 해서 개선 가능한 문제인지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음주운전이나 과속이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가볍게 생각되는 경향이 있는 이유는 필자 생각에 아무래도 쉽게 운전면허를 딸 수 있는 환경이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영국에서 자동차 운전면허를 따는 데 걸리는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최소 6개월이 걸리는 편이다. 운전 연수를 대체로 40시간 정도 받으면서 운전면허시험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전면허시험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운전 연수하는 기간에 임시 면허증을 발급해 다닐 수 있다. 필기시험과 도로주행시험에서 합격하면 비로소 임시 면허증을 정식 면허증으로 바꾸는 것이다. 덧붙이면 영국은 주민등록증이 없어 이 운전면허증을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처럼 사용한다. 우리가 평소에 쉽게 간과하는 사실은 운전이란 자칫하면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는 신중함이 요구되는 행위라는 것이다. 13시간의 교육이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면허시험은 어쩔 수 없이 운전과 생명의 중대성을 무의식적으로 떨어뜨리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처벌의 강도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면허시험과 안전운전 교육 시스템을 더 철저하고 신중하게 바꾸는 것이 현재의 음주운전 사망사고와 재범률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고의가 없는 살인과 다름이 없다. 확실한 것은 계속해서 반복되는 비극을 보고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이 잘못된 일이다. 의미 없이 반복되는 참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대에 맞는 훨씬 더 강화된 처벌이 필요한 시기다.

[세계는 지금] 중동지역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역할 변화

이슬람과 중동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히잡이다. 히잡은 여성들에 대한 억압의 기제로 사용되며 인권 탄압과 규제라는 부정적 상징성을 부여해 왔다.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못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22세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 사건으로 여성의 기본 인권을 위해 싸우는 이란인들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이들의 외침을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한 일련의 노력들이 다수의 국가에서 진행돼 왔다. 중동지역 여성들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인식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중동지역에서 여성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진전이 이뤄졌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차별적인 남성 후견인 제도가 개정됐고 여성이 운전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튀니지에서는 가정폭력 피해 생존자들을 위한 민원창구가 설치됐고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항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신설됐다. 요르단에서는 소위 ‘명예살인’ 위험에 처한 여성들을 위한 보호소가 개소했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결혼, 상속, 양육권 등과 관련한 문제에 있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슬람 교리에서 말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지위는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이슬람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와 상당히 괴리적이다. 인류의 발전은 남성과 여성에 의해 만들어지고 진행돼 왔다고 적어도 이슬람 교리는 말하고 있다. 이슬람의 창시자인 무함마드의 언행록 하디스는 ‘진실로 여성들은 남성들과 대등한 관계이니라’고 말한 사도 무함마드의 발언을 증거하고 있다. 선지자 무함마드 시절, 여성은 합동예배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공동체의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고 무함마드는 지식 추구에 있어 여성의 역할이 남성보다 더 필요함을 역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 이슬람이 여성 인권 탄압의 비판 대상이 된 것은 꾸란에 명시된 것이 여성에 대한 권리의 전부라고 주장하는 보수적 이슬람 학자들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기인한다. 2015년 발표된 여성 인권에 대한 유엔 보고서도 극단주의와 보수주의가 여성 인권의 장애라고 명시했다. 세계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중동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정치 분야에서 중동 여성의 활동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여성이 행정부를 대표하는 총리로 선출된 것은 2021년 튀니지의 나즐라 부덴이 최초다. 아랍에미리트의 경우 내각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여성 정치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가의 여성 정치인의 의석 점유율은 지역 평균 17%이고 전 세계 평균은 26%, 대한민국은 19%다. 최근 중동지역에서 목격되는 일련의 사건들은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변화의 연속이다. 특히 사우디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에 대한 변화는 놀라움을 넘어 미래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와 기대에도 불구하고 중동지역 여성 인권에 대한 상황은 국가별로 크게 상이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향후 더욱 과감한 개혁과 변화에 대한 기대와 노력이 배가돼야 한다.

[세계는 지금] 심각해져 가는 세계 난민 문제

6월20일은 난민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유엔에서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월드비전은 올해 이날을 맞아 ‘보이지 않고 잊혀진(Invisible and forgotten)’이라는 제목의 난민실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18개국 4천789명의 실제 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기아 위기와 폭력 수준이 지난해보다 심각하게 증가했다. 기본적인 생필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빌려야 하는 난민 가정이 전년 대비 2배나 증가했고, 빈곤에 대처하기 위해 식사의 질과 양을 모두 줄인 가정은 조사 가구의 82%에 달했다. 전 세계 난민 수는 매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발표한 전 세계 난민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2배에 달하는 약 1억800만명이다. 이는 전년 대비 1천900만명이나 증가한 상태로 난민 통계를 시작한 195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전 세계 인구 100명 가운데 2명가량이 난민 생활을 하고 있는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전쟁이나 분쟁은 난민 발생의 가장 주요한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발생한 우크라이나-러시아의 분쟁으로 인해 800만명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인접 국가로 피란했다. 우크라이나 아동의 절반 이상이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시리아, 수단,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도처에서 여전히 크고 작은 총성이 멈추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국가는 전 세계 26개국에 달한다. 소수민족 차별과 박해도 난민 발생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일부 국가의 소수민족은 정치적, 인종적, 종교적, 민족적 이유 등으로 차별 및 박해를 받고 있다.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미얀마 로힝야족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7년 미얀마군의 폭력으로 고향을 떠나 지금까지 방글라데시에 머물고 있는 로힝야족은 91만명에 달한다. 로힝야 난민들은 인간의 기본권리를 박탈 당한 채 이국땅에서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기근으로 인한 난민 발생도 증가 추세다.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등이 속한 동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심각한 가뭄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당장의 식량 지원이 필요한 동아프리카의 인구 수가 2천만명을 넘어섰다. 세계식량기구(WFP)와 난민지원 비정부기구(NGO)들은 식량 지원과 함께 고향을 떠나온 난민들을 위한 캠프를 운영하고 있지만 증가하고 있는 난민을 감당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최근 들어서는 기후난민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다. 기후난민은 기후변화로 인해 생태학적 환경이 변하면서 살던 곳을 떠나는 사람들을 말한다. 지난해 자연재해로 고향을 떠난 전 세계 기후난민은 3천만명에 이르며 이는 전쟁으로 인한 난민 수를 넘어서고 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에서는 2050년에 이르면 최대 10억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기후난민을 포함해 전 세계 난민 수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난민 문제가 이제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도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세계는 지금] 영국과 한국의 운전문화 차이

필자는 스무 살이 되자마자 1월에 운전면허를 땄다. 처음 운전면허를 따기로 결심을 했을 때 유럽에서는 수동변속인 차를 운전하는 것이 보편적이라며 1종을 따라고 하시는 어머니의 말에 따라 당시에 트럭으로 운전면허시험을 봤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서는 자동변속 차량이 훨씬 더 일반적이다 보니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굳이 왜 1종을 따냐’는 의문을 제기하곤 했다. 이후 런던에 살면서 유럽국가들을 자유롭게 방문하다 보니 필자의 어머니는 선견지명이 있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동변속기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큰 어드벤티지를 가진 것이었다. 차량을 렌트 할 때 수동변속차량이 렌트비도 훨씬 싸니 말이다. 이번에는 수동이냐 자동이냐 하는 유럽 자동차의 테크니컬한 면 외에 영국과 한국의 서로 다른 운전문화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야기해 보려 한다. 필자는 아직까지 영국에서 운전을 해 볼 기회가 없었다. 런던 내에서는 서울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사실 굳이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내심 안도하기도 했다. 영국의 도로 시스템은 우리나라와 상당히 달라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다른 점은 바로 운전석이 우리나라와 반대로 오른쪽에 있다는 것이다. 도로에서도 우리나라와 반대로 왼쪽 도로에서 운전을 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운전을 하다가 처음 영국에서 운전대를 잡으면 역주행하기 쉽다. 이 부분은 다른 차들을 따라가면 되기에 크게 헷갈리는 부분은 아닐 것이다. 상향등의 사용을 봐도 한국에서는 앞을 밝게 비추는 온전한 기능보다 앞의 운전자에게 무언가를 알리고자 할 때나 빨리 가라고 위협할 때 쓰고 영국에서는 양보의 의미로 사용한다. 무엇보다 외국인으로서 영국에서 운전할 때 가장 많이 헷갈리고 어려운 시스템은 바로 도로 위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라운드어바웃’이다. 한국에서의 로터리, 교차로 정도의 개념인 이 라운드어바웃은 주행규칙이 꽤 복잡해 외지인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직접 운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골치 아파지지만 라운드어바웃은 생각보다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라운드어바웃이 구조상 교통사고를 35%나 감소시킨다고 분석했다. 일방통행이라 차량이 엉키지 않고 진입 시 상대를 보며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점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영국의 라운드어바웃 시스템은 운전자들이 서로를 믿고 양보해야만 지속될 수 있는 운전 환경을 만든다. 또 영국의 운전 시스템은 보행자가 우선 이다. 한국에서는 보행자가 운전자의 눈치를 보고 움직이는 경향이 크지만 영국에선 운전자가 보행자를 먼저 배려한다. 이는 다른 유럽국가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사람이 없어도 차가 일단 멈추는 운전 습관이 보편화 돼 있다.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최근 우회전 사망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우회전 일시정지 법까지 만들게 되는 상황이 됐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로 인한 보행자 사망자 수는 1천명에 가까운 933명이다. 심지어 이 수치는 지난 10년간의 수치를 분석했을 때 연평균 7.5% 감소한 것이라고 한다.  반면 영국 정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우회전 일시정지 같은 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같은 해 지난해를 기준으로 보행자 사망자 수가 376명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차보다 사람이 먼저인 영국, 운전자들 사이에서 양보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 운전 시스템을 구축한 영국의 교통사고 사망률이 낮은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과거에 비해 운전문화가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지만 영국처럼 횡단보도나 스쿨존에서 일단 멈추기 등과 같은 보행자를 우선하는 운전의 기본을 몸에 새기고 자발적인 실천을 하며 상대를 존중하는 운전문화가 보편화된다면 이는 강력한 법 제정보다 훨씬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는 지금] 사우디아라비아 경제특구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개최됐다.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한 제4차 프레젠테이션에서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경쟁했다. 두바이 엑스포를 치른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메가 이벤트 유치와 다양한 정책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중 사우디의 발전 상황과 신설된 경제특구 정책에 대해서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사우디의 비전2030은 2016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0.6%였던 외국인 투자 규모를 2030년까지 5.7%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경제특구(SEZ) 설립 공표와 함께 사우디 정부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는 비전2030을 계획하기 이전인 2015년과 비교했을 때 지난해 비(非)석유 부문 매출이 440억달러에서 1천100억달러로 증가했으며, 사우디의 외국인투자(FDI) 가치는 81억달러에서 193억달러로 늘었고 사우디 내 공장은 7천206개에서 1만518개로 증가했다. 이 보고서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법인을 설립하고 상업적 등록을 마치는 데 기존에 8개 정부기관을 통해 15일 소요됐던 것에 비해 지난해에는 온라인으로 30분 만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여성의 노동력 참여 비율 또한 2017년 19.4%에서 37%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뤘다. 마지막으로 사우디의 연구기관을 통해 발표된 과학 부문 연구 보고서는 2015년 1만9천145건에서 지난해 4만6천932건으로 대폭 증가하는 등 발전이 있었다. 지난 5월29일 사우디 투자부 장관이자 경제도시 및 특구청(ECZA) 이사회 의장인 칼리드 알 팔리 장관은 사우디 특별구역 투자포럼에서 경제특구 설립 허가증을 수여했고 4개 경제특구를 신설하며 이는 해외 직접투자 유치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특구는 사우디 서부 홍해 연안의 킹압둘라 경제도시, 남서부의 자잔, 북동부의 라스알카이르, 수도 리야드의 킹압둘아지즈 과학기술도시 등 네 곳이다. 경제특구 신설로 외국인 투자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사우디의 최대 경쟁자는 이미 두바이 엑스포를 치른 아랍에미리트다. 현재 중동 지역에서 역내 최대 FDI 유입 국가는 2012년 이래 아랍에미리트가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으로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중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보인 국가는 사우디다. 사우디의 실업률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사우디 정부는 △투자 심리 및 신뢰 △디지털 경쟁력 △도로 연결성 △사이버 보안 △항만 운영 품질 등 다양한 사회 경제적 지표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6월 국제통화기금(IMF) 관계자는 사우디 경제가 민간 투자 활성화 및 당국의 경제 개혁으로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사우디가 경제특구를 통해 어떤 글로벌 경제의 중심 국가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그리고 네옴시티등의 빅프로젝트와 어떻게 연결할지, 메가 이벤트를 어떻게 활용하고자 하는지, 이 같은 경제특구의 신설이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볼 시점이다.

[세계는 지금] 사막 위에 펼쳐진 스마트시티 ‘두바이’

아랍에미리트는 아라비아반도 동쪽에 위치한 연방국이다. 아랍어로 군주를 의미하는 아미르(Amir) 혹은 에미르(Emir)가 다스리는 영역을 에미리트(Emirate)라고 하는데, 아랍에미리트는 총 일곱 개의 에미리트가 하나의 연방을 구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영토 규모와 경제력이 가장 큰 아부다비가 수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부다비의 아미르가 아랍에미리트의 대통령을 겸임하고 있고 아랍에미리트 내에서 두 번째로 서열이 높은 두바이의 아미르가 부통령과 총리를 겸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를 구성하는 각 에미리트는 자치권을 누리며, 각 에미리트의 아미르가 중앙정부의 각료가 돼 국정을 운영한다. 아랍에미리트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두바이는 막대한 오일 달러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중동의 금융 중심지로 발전했고 세계 각 대륙과 나라를 연결하는 허브 공항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바다를 매립해 만든 신개념의 인공 섬인 팜아일랜드를 건설하기도 해 세계적인 부호와 유명인들이 두바이의 호화 부동산을 분양 받으면서 새로운 기적을 이뤄 낸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산유량이 세계 5위권에 꼽히는 산유국이지만 석유 매장량의 95%가 아부다비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얼마 남지 않은 석유의 채굴 연한에 대비해 두바이는 2006년부터 미래전략을 수립하고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관광, 금융이 중심인 신도시를 사막 위에 성공적으로 건설했다. 그러나 오일 달러를 바탕 삼아 대형 건설 프로젝트 중심으로 성장가도를 달리던 두바이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한때 위기를 맞았다. ‘최대’, ‘최고’에 치중하던 두바이는 이후 성장 전략에 변화를 줬다. 그 핵심은 도시 전체를 미래 전시장 내지는 실험장으로 바꾸는 것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진행돼 온 스마트시티 조성에 대한 두바이의 열정은 뜨겁다. 두바이는 현재 3D 프린팅 건물, 무인 경찰 서비스, 드론 택시, 자율주행 버스 등 스마트시티의 요소를 직접 실험하고 있고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 중이며 700MW급 세계 최대 태양광발전소도 2020년부터 전력을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다른 아랍 왕정 산유국들이 두바이의 성공을 모델로 삼아 미래 도시를 설계할 정도다. 2017년 두바이 정부는 ‘두바이 클린 에너지 전략 2050’을 발표하고 친환경 에너지 생산 증가 및 이산화탄소 배출 최소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목표는 2030년까지 전체 전력의 25%를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하고 2050년에는 75%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두바이는 다른 어느 국가보다도 빠르게 인공지능(AI)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담당 장관을 임명한 것이다. 또 스마트 두바이라는 정부 기관을 설립하고 정부 행정의 디지털 전환, AI 산업 육성 등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시행하고 있다. 미래 도시를 향한 두바이의 가열 찬 전진이 더욱 눈에 띄는 시점이다.

[세계는 지금] 세계 환경의 날과 플라스틱 오염 퇴치

매년 6월5일은 유엔에서 정한 ‘세계 환경의 날’이다. 이날은 환경생태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지구 환경에 대한 책임을 전 세계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1972년 6월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제정한 기념일이다. 매년 기념일을 맞아 특별주제를 선정해 전 세계적인 행동참여를 독려하는데 올해의 주제는 ‘플라스틱 오염퇴치(Beat Plastic Pollution)’다. 2018년에도 동일한 주제였는데 올해 주제로 다시 선정됐다. 플라스틱 오염퇴치가 올해 다시 등장한 이유는 인류가 생산해 배출하는 플라스틱이 지구 생태계에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은 약 4억3천만t이다. 이 중 3분의 2는 사용 기간이 짧은 포장재, 소비재 등의 제품으로 사용 후 단기간에 버려지고 있다. 버려지는 전 세계 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은 10% 미만에 그치고 있다. 단기간 사용 후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썩어 없어지는 데는 약 500년이라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플라스틱이 소각 처리되는 과정에서 다이옥신, 수은 등 인간에게 유해한 수많은 독성물질이 발생한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플라스틱의 경우 토양, 바다 등으로 유입돼 환경오염과 함께 인류 건강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전 세계 바다에 떠다니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미세 플라스틱이 요즘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플라스틱이 비단 환경오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기후변화의 핵심 원인인 온실가스가 다량으로 발생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플라스틱 1t을 생산하는데 평균적으로 약 5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가뭄, 홍수, 폭염 등 과거에는 없던 극심한 기후변화가 지금도 전 세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는 저개발 국가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 자료에 따르면 지난 반세기 동안 전 세계에서 발생한 이상기후로 인해 20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 중 90%는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중국이 자국 내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중단한 이후 선진국에서 발생한 수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대부분 개도국으로 수출되고 있어 개도국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에 이어 ‘플라스틱 제로’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몇 개 국가의 의지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전 세계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중대한 국제적 문제다. ‘플라스틱 오염퇴치’ 주제가 전 세계적 행동목표로 다시 등장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하고 구체적인 국제적인 연대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세계는 지금] 영국과 한국의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인식 차이

타국에 거주하다 보면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 자국과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된다. 필자 또한 유학생으로서 런던의 일상을 살아가며 영국의 다양한 국가적 특성을 발견하곤 한다.  서로 지구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영국과 한국은 다방면에서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런던의 일상생활에서 고국과의 차이를 가장 쉽게 느끼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인데, 바로 ‘장애인의 이동권’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필자가 영국에서 살기 시작하며 바로 인식한 색다른 풍경은 밖에 나가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이었다. 고국에서 살 때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그것은 영국에 훨씬 더 많은 수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장애인이 집 밖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덜 느낀다는 것이다. 영국 내에서도 특히 런던의 모든 대중교통은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물론 런던 밖을 벗어나면 모든 시설이 그렇지는 않지만 전국 대부분이 그렇다. 학생인 필자는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편인데 런던에서 외출을 하면 하루에 최소 한 번 이상은 휠체어를 탄 사람의 대중교통 이용을 목격할 수 있다.  특히 버스는 장애인 접근성이 98%라고 한다. 모든 지하철과 시내·시외버스에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자리가 백프로 마련돼 있어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일상을 영위한다는 점이 런던 생활 초기 매우 강한 인상을 받았다. 시설만이 잘 돼 있는 것이 아니라 교통약자가 이러한 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심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사회적 분위기 또한 잘 형성돼 있는 것 같았다.  이러한 장애인의 이동권과 관련된 요소들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친한 친구의 어머니를 보며 더 많이 인식하게 됐다. 친구 어머니는 버스를 자주 이용하시는데 버스기사들은 그가 안전하게 탑승해 자리에 제대로 앉을 때까지 출발하지 않고 기다린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이러한 풍경이 전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영국 일상의 일부라는 것이다. 필자가 한국의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때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잘 돼 있어도 이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을 실제로 본 적이거의  없었고 한두 번 목격했을 때는 주변의 시선이 긍정적이지 못했다.  휠체어를 탄 사람이 버스를 타기 위해 소비되는 1, 2분의 기다림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는 이것이 일상적인 풍경이라기보다는 어쩌다 한 번 겪어야 하는 ‘불편함’ 정도로 인식되는 느낌이다.  비장애인인 나조차 그 상황이 상당히 불편했던 것이 기억난다. 아무리 기술적인 접근성이 발전했어도 사회적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용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시스템이 무슨 소용인가? 그러므로 한국에서는 장애인의 대중교통 이용이 보기 드문 것이 별로 놀랍지 않은 현상이다. 필자 생각에 현재 한국은 안타깝게도 평등한 사회를 위해 약자들의 권리를 고려하기보다는 기득권과 비장애인들의 편의가 당연시되는 사회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전쟁 직후부터 한 세기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빠른 경제성장만을 중요시했으므로 개개인과 약자를 위한 권리의 중요성에 주목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영국이라는 나라가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은 그들의 국민성이 원래 남을 배려하거나 월등해서가 아니다. 평등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충분한 논의와 인권운동의 시기를 거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장애인이 이동권을 위해 지금처럼 ‘투쟁’하지 않아도 살 수 있도록 전 국민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그들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사회의 일원인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중요한 사실에 아직 크게 공감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의 투쟁이 혐오의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인식 전환의 계기가 돼야 한다.

[세계는 지금] 소프트 파워, 중동의 아랍에미리트

소프트파워 또는 연성권력(軟性權力)은 미국의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가 고안한 개념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아 상대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영향력을 의미한다. 이는 군사력, 경제력과 같은 하드파워(경성권력)를 통해 상대를 위협하고 강제하는 힘과 대조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는 2004년 저서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통해 이 개념을 국제정치학적으로 더욱 발전시켰고 오늘날 소프트파워는 국가 브랜드, 문화 관계, 공공외교 등 여러 개념으로 확장되며 그 중요성이 널리 인식되고 있다. 조지프 나이는 20세기 국력이 강압적인 힘에 기반을 두었다면 21세기 국력은 ‘문화적 영향력’이라는 새로운 기준에 의해 형성된다며 우리는 ‘문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한다. 소프트파워는 물리적인 강압이 아니라 상대 스스로 하여금 그렇게 행동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중요한데 결국 국가의 마케팅과 브랜딩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중동의 걸프 국가들에 있어서 소프트파워는 그 중요성이 남다르다.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소프트파워, 즉,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가치를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의 많은 국가가 각각 국가 비전을 선포하며 소프트파워를 구축하고 국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외국인 관광객 및 투자 유치, 그리고 마이스(MICE) 산업 또한 소프트파워 구축을 위한 주요한 일환이다. 2020 두바이 엑스포와 COP28 개최를 통해 아랍에미리트는 국제사회에 헌신하고 문화적 역량을 키워 가는 국가로 이미지를 제고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걸프국가 중 가장 먼저 소프 파워를 구축한 선두주자로 평가받는데 글로벌 금융 허브이자 관광산업지로 일찌감치 두바이를 브랜딩하는 데 성공했다. 아부다비에는 루브르 박물관을 건립하고 각종 스포츠 행사 및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아랍에미리트의 문화 관광 산업을 위한 노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동의 선전은 눈에 띈다. 글로벌 소프트파워 지수는 영국의 브랜드 평가 컨설팅 회사 브랜드 파이낸스에서 매년 전 세계 100개 이상의 시장에서 121개 국가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측정하는 지표다. 2023년 글로벌 소프트파워지수에서 아랍에미리트가 중동 국가 최초로 세계 소프트파워 순위 10위 안에 진입을 했는데 2022 두바이엑스포 같은 메가 이벤트를 치르면서 진화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특히 COP28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엑스포 레거시를 적극 활용해 수소충전소를 준비해가는 모습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 파이낸스의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헤이그는 아랍에미리트가 이처럼 높은 순위로 등극할 수 있었던 이유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대규모로 백신 접종을 실시하고 비즈니스 및 무역 분야에서 다른 국가보다 앞서 출발했다는 점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 원조를 가장 많이 제공하는, ‘세계에서 가장 관대한 국가’ 중 하나로 평가 받았다는 점을 꼽았다. 앞으로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해 중동 걸프국가들이 경제 다변화에 성공, 보여주기 식에 그치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력을 갖춰 나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K-컬처를 앞세운 대한민국은 15위다. 다양한 기술 문화 융합의 시도로 더욱 분발해야 되는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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