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영국 교육 시스템과 사회 분위기

최근 한 영재의 학교폭력 피해 논란으로 우리나라 언론이 떠들썩하다. 겉으로 봤을 때 이 사건은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보다 나이가 많이 어린 영재 학생이 또래 집단에 어울리지 못해 따돌림을 당한 ‘학폭’ 사건이다.  대중들은 이 영재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 학생들이 도움을 주지는 못할 망정 따돌림을 시켰으니 인성이 덜 됐다며 그 영재 학교 학생들을 비판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따돌림을 정당화할 순 없으나 시스템상 내신 관리가 치열하고 조별과제가 필수인 학교에서 나이 어린 피해 학생이 적응하지 못해 어쩔 수없이 다른 학생들에게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정황과 입장도 충분히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 문제가 영재 학생들 사이에서 이렇게 시시비비를 따져야 하는 일차원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교폭력 외에도 기득권 자녀들에게 유리한 특례, 시험 문제 유출 등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학교와 학생이 관련된 큰 논란과 사고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평등하지 못한 사회와 더불어 끊임없는 경쟁을 부추기는 분위기 및 교육 시스템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은 평등한 기회와 선행 그리고 이해와 배려를 배우며 자라야 할 어린아이들에게 이러한 덕목을 충분히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 영재 학교일수록 더욱더 숨쉴 틈도 없이 서로를 짓밟고 올라가야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다. 이 시스템에서 살아남지 못한 아이는 ‘약하고 머리가 좋지 않다’는 사회의 낙인이 따른다. 이 아이의 개성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대한민국의 영재교육에 대해 왈가왈부하기 이전에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고 경쟁만이 중요한 사회에 이들을 길들여 놓고 이제 와서 학생들에게 왜 뒤떨어지는 학우를 돌보지 않았냐, 왜 기득권의 특혜를 이용했느냐며 비판하는 것은 불공평한 대우라고 생각한다.  당장 위의 사건 당사자와 대중의 입장이 바뀐다면 당사자들과 다른 선택을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현재 우리나라와 영국을 비교하면 여러모로 교육에 관한 인식과 분위기에 큰 차이가 있다. 오래된 전통을 지키는 영국의 교육 체계는 우리나라 체계와 많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학기는 3월이 시작인 우리나라와 다르게 9월에 시작한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우리의 초등학교와 비슷한 Primary school, 중고등학교를 합친 개념의 Secondary school, 그리고 수능 공부의 개념과 비슷한 A-Level이 있다.  영국에서 대학을 가려면 A-level을 보기 전 UCAS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총 다섯 개의 대학에 지원해 오퍼를 받는다. 그 오퍼에 맞춰 A-level 점수가 잘 나오면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다. 이것이 제일 일반적인 과정이나 사회계급에 따라 이 교육과정은 크게 달라진다.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점은 바로 영국이 아직 ‘계급사회’라는 점인데, 계급에 따라 받는 교육 수준이 다르다. 계급에 따라 공립학교로 갈지 사립학교로 갈지가 나뉜다. 영국에서는 일반 계급의 아이들이 가는 공립학교 교사의 봉급이 높지 않아 선호되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교사가 항상 부족하다. 따라서 교사 1명당 담당하는 학생 수가 많아지게 되니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상류계층 아이들은 사립학교에서 공립학교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는다. 옥스브리지(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의 줄임말) 입학생들의 대부분이 이 계층 출신 아이들인 이유다. 이 교육의 질 차이가 영국 교육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다. 영국도 이렇듯 평등하지 못한 사회 체계로 인한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교육이 한국과 비교해 훨씬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영국의 교육은 아이들이 알파벳을 하나라도 더 많이 외웠느냐보다 그 아이가 사회성을 기르고 학습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개개인의 개성과 능력을 존중해주는 사회라는 것이다. 우리는 경쟁만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눈에 보이지 않게 된 지 오래다. 이제는 아이들을 획일적인 시스템에서 경쟁만 시킬 게 아니라 각각의 개성을 존중해 인간으로서의 발전을 도와주는 교육 분위기를 조성 하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세계는 지금] 안달루시아서 꽃피운 ‘콘비벤시아’

스페인 남부 이베리아반도에 위치한 안달루시아. 7세기 아라비아반도의 메카에서 발흥한 이슬람은 창시자 무함마드 사후 4대 정통 칼리프 시대를 거쳐 우마이야왕조에 이르러 이슬람 역사상 최대의 영토 확장을 꾀했다.  711년 아랍이슬람 정복군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이베리아반도를 습격해 당시 스페인을 지배하던 서고트족을 물리치고 불과 3년 만에 코르도바, 세비야, 톨레도, 사라고사 등 스페인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을 점령했다. 그러나 우마이야제국 내부의 반란으로 750년 압바스왕조가 들어서자 이전 우마이야왕실에 대한 학살이 시작됐다. 이후 10대 칼리파의 손자이자 우마이야왕조의 마지막 왕자인 압드 알 라흐만은 베르베르족 출신이었던 모계혈족의 도움으로 안달루시아까지 입성해 세력을 구축, 756년 코르도바를 수도로 정하고 후우마이야왕조를 세웠다. 압드 알 라흐만1세는 자신이 정복한 안달루시아지역 주민들을 억압하기보다 관용으로 통치했다. 자신들이 소수 세력이란 현실적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종교, 민족,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대립하면 결국 발전할 수 없다는 공존의 철학이 ‘콘비벤시아(Convivencia)’로 발현됐다. 이슬람 세력권이 된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는 무슬림과 유대인, 기독교도가 함께 조화롭게 살던 사회였다.  세 종교의 공존은 800년 가까이 지속됐다. 아랍인, 베르베르인, 토착 스페인인은 말할 것도 없고 이슬람으로 개종한 사람이나 유럽에서 이주한 외국인들까지 한데 어울려 살았다.  무슬림, 기독교도, 유대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안달루시아 아랍어와 뒷날 스페인어로 발전한 로망스어를 함께 사용했다. 아랍인은 고전 아랍어를, 기독교도는 라틴어를, 유대인은 히브리어와 아랍어를 함께 사용하면서 학문과 문학을 발전시켰다. 학자들은 현대 스페인어 단어 중 8%가 아랍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안달루시아 문화 특유의 공존 정신인 콘비벤시아 전통의 결과였다. 이런 융합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안달루시아는 주변 문화를 쉽게 받아들이고, 수준 높은 과학기술과 절충의 미가 빛을 발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꽃피웠다. 이슬람의 이베리아반도 통치는 동서 간의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동양의 문화, 과학 및 기술이 유럽과 그 밖의 지역까지 보급되도록 촉진시켰다. 아랍이슬람 왕조들은 그리스 철학과 과학 및 기술의 업적을 부지런히 흡수해 아랍어로 번역하고 보존해서 발전시켜 왔고 아랍세계에 전달된 인도와 중국 고대문명의 찬란한 과학기술을 발전시켰다. 유럽 문명의 암흑기라 불리던 중세 시대에 안달루시아는 이슬람과 기독교가 직접 만날 수 있었던 문명의 경계선이었고 코르도바를 중심으로 발전시킨 이슬람 특유의 융합과 창조의 문화는 유럽 전체의 문예 부흥의 기초를 다지는 역할을 했다. 정치적 진영 간의 분열, 세대와 젠더 간의 갈등이 만연한 한국 사회를 관조하며 스페인 안달루시아지역의 공존과 관용의 콘비벤시아를 사유한다.

[세계는 지금] 킹더랜드와 아랍왕자

최근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킹더랜드’에 등장한 아랍 왕자 캐릭터가 문화 왜곡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작 중 아랍 왕자 ‘사미르’는 세계 부자 순위 13위라는 설정의 캐릭터인데 킹호텔에 묵으며 여주인공인 천사랑에게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고, 전통혼례 체험을 하러 가는 장면에서는 팔을 잡고 이끄는 등의 스킨십을 하기도 한다. 또 사미르 왕자가 천사랑과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는 와인이 담겨 있는 술잔이 화면에 비쳤는데, 이는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엄격하게 금기시하는 것이라 아랍문화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설정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이슬람 율법을 따르는 무슬림 인구는 약 20억명이다. 대한민국 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이 강세를 보이며 특히 중동에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데 약 20억명의 무슬림 소비자에 대한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수적인 이유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해 중동 여러 국가에서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대비해 가장 소비량이 늘어난 콘텐츠 분야는 바로 드라마(63%)다. 그 다음으로 높은 소비 증가율을 보인 콘텐츠는 음악(62.4%), 영화(60.4%), 예능(60.2%) 등이라는 것만 봐도 우리나라의 다양한 콘텐츠가 얼마나 활발히 소비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2018년 스태티스타 통계자료에 따르면 중동에서는 하루 평균 6시간20분 동안 TV 시청을 하는데 이는 전 세계 평균 시간인 2시간48분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특히 중동지역의 2020년도 기준 방송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14억2천700만달러로 한국 방송 스트리밍 전망치의 2.8배에 해당한다. 이는 방송 스트리밍 시장에 있어 중동지역은 매우 성장세가 크고 향후 잠재력 또한 무궁무진한 시장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단순 소비 증가량에 주목하는 것을 넘어 중동 국가에서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경험하기 전후로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살펴보자. 한국 콘텐츠를 접한 이후 한국에 대한 인식이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했다”는 응답이 76.5%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 또한 존재한다. 이 경우 한류 스타의 부적절한 언행(30.6%), 지나치게 상업적·선정적(24.4%)이라는 것이 부정적 인식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데 이 점에 유의해 중동지역의 문화에 눈높이를 맞춘 콘텐츠를 제작해야 할 것이다. 금번 사태는 주사우디아라비아 대한민국 대사관의 적극적인 해명으로 현지 언론에도 소개돼 일단락됐지만 K-콘텐츠가 활발하게 세계로 수출되는 것을 고려했을 때 타 문화에 대한 존중과 이해는 필수적이다.

[세계는 지금] 영국의 음주운전 처벌 규정

잊을 만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음주운전에 의한 사망사고 소식이 들려온다. 최근 언론에 크게 알려진 사고는 지난 4월 대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9세 여아가 음주운전자의 차에 치여 숨진 사건이었다. 이전에도 이미 음주운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또 처벌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확실히 음주운전에 관대하다는 것이 대부분 국민의 생각일 것이다. 음주운전 사고는 특히 재범률이 높으면서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심각한 중과실 사고이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선진국들은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비교적 강력하다. 옆 나라인 일본만 해도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법적으로 최고 30년의 징역을 내릴 수 있다고 한다. 지난번엔 우리나라와 영국의 운전문화 및 도로 시스템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글을 썼으므로 이번에는 영국의 음주운전 처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 정부들은 매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한국에는 그중 가장 기본적으로 운전자들의 교통법규 위반을 방지하기 위한 벌점 제도가 있다. 영국도 우리나라처럼 벌점 제도가 있어 음주운전을 하면 운전 금지와 더불어 벌점과 벌금이 주어진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음주운전과 과속 같은 사안들을 굉장히 심각한 교통법규 위반으로 여겨 외국인이 영국에 영주권 신청 시 이러한 기록이 있으면 충분한 거절 사유까지 될 수 있다고 한다. 일단 단속에 걸리면 미국에서는 주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과속만 해도 감옥에 들어가거나 비자가 취소되는 경우가 있다. 영국 정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낸 사람에게는 징역 14년에서 최대 종신형까지 처할 수 있다. 스코틀랜드를 제외한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에서의 음주운전 판정 기준은 호흡 알코올 농도 0.035%로, 단속에 걸리면 최소 1년간 면허 정지와 무제한으로 벌금이 부과된다. 음주운전에 관해서는 정해진 최대 벌금이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사실 법적으로는 음주운전 사망사고자에게 최대 무기징역까지 내릴 수 있다고는 하나 실제 처벌은 대법원의 양형기준으로 인해 처벌 수위가 매우 낮은 실정이다. 심지어 이 기준은 놀랍게도 이미 양형위원회가 처벌 수위를 여러 번 높여온 것이다. 이러한 형량 기준은 현대 한국 사회의 현실과 매우 어긋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처벌 수위만 무조건 높인다고 해서 개선 가능한 문제인지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음주운전이나 과속이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가볍게 생각되는 경향이 있는 이유는 필자 생각에 아무래도 쉽게 운전면허를 딸 수 있는 환경이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영국에서 자동차 운전면허를 따는 데 걸리는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최소 6개월이 걸리는 편이다. 운전 연수를 대체로 40시간 정도 받으면서 운전면허시험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전면허시험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운전 연수하는 기간에 임시 면허증을 발급해 다닐 수 있다. 필기시험과 도로주행시험에서 합격하면 비로소 임시 면허증을 정식 면허증으로 바꾸는 것이다. 덧붙이면 영국은 주민등록증이 없어 이 운전면허증을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처럼 사용한다. 우리가 평소에 쉽게 간과하는 사실은 운전이란 자칫하면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는 신중함이 요구되는 행위라는 것이다. 13시간의 교육이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면허시험은 어쩔 수 없이 운전과 생명의 중대성을 무의식적으로 떨어뜨리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처벌의 강도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면허시험과 안전운전 교육 시스템을 더 철저하고 신중하게 바꾸는 것이 현재의 음주운전 사망사고와 재범률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고의가 없는 살인과 다름이 없다. 확실한 것은 계속해서 반복되는 비극을 보고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이 잘못된 일이다. 의미 없이 반복되는 참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대에 맞는 훨씬 더 강화된 처벌이 필요한 시기다.

[세계는 지금] 중동지역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역할 변화

이슬람과 중동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히잡이다. 히잡은 여성들에 대한 억압의 기제로 사용되며 인권 탄압과 규제라는 부정적 상징성을 부여해 왔다.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못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22세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 사건으로 여성의 기본 인권을 위해 싸우는 이란인들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이들의 외침을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한 일련의 노력들이 다수의 국가에서 진행돼 왔다. 중동지역 여성들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인식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중동지역에서 여성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진전이 이뤄졌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차별적인 남성 후견인 제도가 개정됐고 여성이 운전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튀니지에서는 가정폭력 피해 생존자들을 위한 민원창구가 설치됐고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항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신설됐다. 요르단에서는 소위 ‘명예살인’ 위험에 처한 여성들을 위한 보호소가 개소했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결혼, 상속, 양육권 등과 관련한 문제에 있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슬람 교리에서 말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지위는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이슬람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와 상당히 괴리적이다. 인류의 발전은 남성과 여성에 의해 만들어지고 진행돼 왔다고 적어도 이슬람 교리는 말하고 있다. 이슬람의 창시자인 무함마드의 언행록 하디스는 ‘진실로 여성들은 남성들과 대등한 관계이니라’고 말한 사도 무함마드의 발언을 증거하고 있다. 선지자 무함마드 시절, 여성은 합동예배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공동체의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고 무함마드는 지식 추구에 있어 여성의 역할이 남성보다 더 필요함을 역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 이슬람이 여성 인권 탄압의 비판 대상이 된 것은 꾸란에 명시된 것이 여성에 대한 권리의 전부라고 주장하는 보수적 이슬람 학자들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기인한다. 2015년 발표된 여성 인권에 대한 유엔 보고서도 극단주의와 보수주의가 여성 인권의 장애라고 명시했다. 세계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중동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정치 분야에서 중동 여성의 활동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여성이 행정부를 대표하는 총리로 선출된 것은 2021년 튀니지의 나즐라 부덴이 최초다. 아랍에미리트의 경우 내각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여성 정치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가의 여성 정치인의 의석 점유율은 지역 평균 17%이고 전 세계 평균은 26%, 대한민국은 19%다. 최근 중동지역에서 목격되는 일련의 사건들은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변화의 연속이다. 특히 사우디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에 대한 변화는 놀라움을 넘어 미래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와 기대에도 불구하고 중동지역 여성 인권에 대한 상황은 국가별로 크게 상이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향후 더욱 과감한 개혁과 변화에 대한 기대와 노력이 배가돼야 한다.

[세계는 지금] 심각해져 가는 세계 난민 문제

6월20일은 난민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유엔에서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월드비전은 올해 이날을 맞아 ‘보이지 않고 잊혀진(Invisible and forgotten)’이라는 제목의 난민실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18개국 4천789명의 실제 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기아 위기와 폭력 수준이 지난해보다 심각하게 증가했다. 기본적인 생필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빌려야 하는 난민 가정이 전년 대비 2배나 증가했고, 빈곤에 대처하기 위해 식사의 질과 양을 모두 줄인 가정은 조사 가구의 82%에 달했다. 전 세계 난민 수는 매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발표한 전 세계 난민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2배에 달하는 약 1억800만명이다. 이는 전년 대비 1천900만명이나 증가한 상태로 난민 통계를 시작한 195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전 세계 인구 100명 가운데 2명가량이 난민 생활을 하고 있는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전쟁이나 분쟁은 난민 발생의 가장 주요한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발생한 우크라이나-러시아의 분쟁으로 인해 800만명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인접 국가로 피란했다. 우크라이나 아동의 절반 이상이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시리아, 수단,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도처에서 여전히 크고 작은 총성이 멈추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국가는 전 세계 26개국에 달한다. 소수민족 차별과 박해도 난민 발생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일부 국가의 소수민족은 정치적, 인종적, 종교적, 민족적 이유 등으로 차별 및 박해를 받고 있다.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미얀마 로힝야족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7년 미얀마군의 폭력으로 고향을 떠나 지금까지 방글라데시에 머물고 있는 로힝야족은 91만명에 달한다. 로힝야 난민들은 인간의 기본권리를 박탈 당한 채 이국땅에서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기근으로 인한 난민 발생도 증가 추세다.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등이 속한 동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심각한 가뭄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당장의 식량 지원이 필요한 동아프리카의 인구 수가 2천만명을 넘어섰다. 세계식량기구(WFP)와 난민지원 비정부기구(NGO)들은 식량 지원과 함께 고향을 떠나온 난민들을 위한 캠프를 운영하고 있지만 증가하고 있는 난민을 감당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최근 들어서는 기후난민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다. 기후난민은 기후변화로 인해 생태학적 환경이 변하면서 살던 곳을 떠나는 사람들을 말한다. 지난해 자연재해로 고향을 떠난 전 세계 기후난민은 3천만명에 이르며 이는 전쟁으로 인한 난민 수를 넘어서고 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에서는 2050년에 이르면 최대 10억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기후난민을 포함해 전 세계 난민 수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난민 문제가 이제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도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세계는 지금] 영국과 한국의 운전문화 차이

필자는 스무 살이 되자마자 1월에 운전면허를 땄다. 처음 운전면허를 따기로 결심을 했을 때 유럽에서는 수동변속인 차를 운전하는 것이 보편적이라며 1종을 따라고 하시는 어머니의 말에 따라 당시에 트럭으로 운전면허시험을 봤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서는 자동변속 차량이 훨씬 더 일반적이다 보니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굳이 왜 1종을 따냐’는 의문을 제기하곤 했다. 이후 런던에 살면서 유럽국가들을 자유롭게 방문하다 보니 필자의 어머니는 선견지명이 있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동변속기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큰 어드벤티지를 가진 것이었다. 차량을 렌트 할 때 수동변속차량이 렌트비도 훨씬 싸니 말이다. 이번에는 수동이냐 자동이냐 하는 유럽 자동차의 테크니컬한 면 외에 영국과 한국의 서로 다른 운전문화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야기해 보려 한다. 필자는 아직까지 영국에서 운전을 해 볼 기회가 없었다. 런던 내에서는 서울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사실 굳이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내심 안도하기도 했다. 영국의 도로 시스템은 우리나라와 상당히 달라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다른 점은 바로 운전석이 우리나라와 반대로 오른쪽에 있다는 것이다. 도로에서도 우리나라와 반대로 왼쪽 도로에서 운전을 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운전을 하다가 처음 영국에서 운전대를 잡으면 역주행하기 쉽다. 이 부분은 다른 차들을 따라가면 되기에 크게 헷갈리는 부분은 아닐 것이다. 상향등의 사용을 봐도 한국에서는 앞을 밝게 비추는 온전한 기능보다 앞의 운전자에게 무언가를 알리고자 할 때나 빨리 가라고 위협할 때 쓰고 영국에서는 양보의 의미로 사용한다. 무엇보다 외국인으로서 영국에서 운전할 때 가장 많이 헷갈리고 어려운 시스템은 바로 도로 위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라운드어바웃’이다. 한국에서의 로터리, 교차로 정도의 개념인 이 라운드어바웃은 주행규칙이 꽤 복잡해 외지인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직접 운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골치 아파지지만 라운드어바웃은 생각보다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라운드어바웃이 구조상 교통사고를 35%나 감소시킨다고 분석했다. 일방통행이라 차량이 엉키지 않고 진입 시 상대를 보며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점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영국의 라운드어바웃 시스템은 운전자들이 서로를 믿고 양보해야만 지속될 수 있는 운전 환경을 만든다. 또 영국의 운전 시스템은 보행자가 우선 이다. 한국에서는 보행자가 운전자의 눈치를 보고 움직이는 경향이 크지만 영국에선 운전자가 보행자를 먼저 배려한다. 이는 다른 유럽국가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사람이 없어도 차가 일단 멈추는 운전 습관이 보편화 돼 있다.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최근 우회전 사망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우회전 일시정지 법까지 만들게 되는 상황이 됐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로 인한 보행자 사망자 수는 1천명에 가까운 933명이다. 심지어 이 수치는 지난 10년간의 수치를 분석했을 때 연평균 7.5% 감소한 것이라고 한다.  반면 영국 정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우회전 일시정지 같은 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같은 해 지난해를 기준으로 보행자 사망자 수가 376명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차보다 사람이 먼저인 영국, 운전자들 사이에서 양보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 운전 시스템을 구축한 영국의 교통사고 사망률이 낮은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과거에 비해 운전문화가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지만 영국처럼 횡단보도나 스쿨존에서 일단 멈추기 등과 같은 보행자를 우선하는 운전의 기본을 몸에 새기고 자발적인 실천을 하며 상대를 존중하는 운전문화가 보편화된다면 이는 강력한 법 제정보다 훨씬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는 지금] 사우디아라비아 경제특구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개최됐다.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한 제4차 프레젠테이션에서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경쟁했다. 두바이 엑스포를 치른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메가 이벤트 유치와 다양한 정책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중 사우디의 발전 상황과 신설된 경제특구 정책에 대해서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사우디의 비전2030은 2016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0.6%였던 외국인 투자 규모를 2030년까지 5.7%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경제특구(SEZ) 설립 공표와 함께 사우디 정부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는 비전2030을 계획하기 이전인 2015년과 비교했을 때 지난해 비(非)석유 부문 매출이 440억달러에서 1천100억달러로 증가했으며, 사우디의 외국인투자(FDI) 가치는 81억달러에서 193억달러로 늘었고 사우디 내 공장은 7천206개에서 1만518개로 증가했다. 이 보고서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법인을 설립하고 상업적 등록을 마치는 데 기존에 8개 정부기관을 통해 15일 소요됐던 것에 비해 지난해에는 온라인으로 30분 만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여성의 노동력 참여 비율 또한 2017년 19.4%에서 37%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뤘다. 마지막으로 사우디의 연구기관을 통해 발표된 과학 부문 연구 보고서는 2015년 1만9천145건에서 지난해 4만6천932건으로 대폭 증가하는 등 발전이 있었다. 지난 5월29일 사우디 투자부 장관이자 경제도시 및 특구청(ECZA) 이사회 의장인 칼리드 알 팔리 장관은 사우디 특별구역 투자포럼에서 경제특구 설립 허가증을 수여했고 4개 경제특구를 신설하며 이는 해외 직접투자 유치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특구는 사우디 서부 홍해 연안의 킹압둘라 경제도시, 남서부의 자잔, 북동부의 라스알카이르, 수도 리야드의 킹압둘아지즈 과학기술도시 등 네 곳이다. 경제특구 신설로 외국인 투자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사우디의 최대 경쟁자는 이미 두바이 엑스포를 치른 아랍에미리트다. 현재 중동 지역에서 역내 최대 FDI 유입 국가는 2012년 이래 아랍에미리트가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으로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중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보인 국가는 사우디다. 사우디의 실업률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사우디 정부는 △투자 심리 및 신뢰 △디지털 경쟁력 △도로 연결성 △사이버 보안 △항만 운영 품질 등 다양한 사회 경제적 지표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6월 국제통화기금(IMF) 관계자는 사우디 경제가 민간 투자 활성화 및 당국의 경제 개혁으로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사우디가 경제특구를 통해 어떤 글로벌 경제의 중심 국가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그리고 네옴시티등의 빅프로젝트와 어떻게 연결할지, 메가 이벤트를 어떻게 활용하고자 하는지, 이 같은 경제특구의 신설이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볼 시점이다.

[세계는 지금] 사막 위에 펼쳐진 스마트시티 ‘두바이’

아랍에미리트는 아라비아반도 동쪽에 위치한 연방국이다. 아랍어로 군주를 의미하는 아미르(Amir) 혹은 에미르(Emir)가 다스리는 영역을 에미리트(Emirate)라고 하는데, 아랍에미리트는 총 일곱 개의 에미리트가 하나의 연방을 구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영토 규모와 경제력이 가장 큰 아부다비가 수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부다비의 아미르가 아랍에미리트의 대통령을 겸임하고 있고 아랍에미리트 내에서 두 번째로 서열이 높은 두바이의 아미르가 부통령과 총리를 겸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를 구성하는 각 에미리트는 자치권을 누리며, 각 에미리트의 아미르가 중앙정부의 각료가 돼 국정을 운영한다. 아랍에미리트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두바이는 막대한 오일 달러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중동의 금융 중심지로 발전했고 세계 각 대륙과 나라를 연결하는 허브 공항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바다를 매립해 만든 신개념의 인공 섬인 팜아일랜드를 건설하기도 해 세계적인 부호와 유명인들이 두바이의 호화 부동산을 분양 받으면서 새로운 기적을 이뤄 낸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산유량이 세계 5위권에 꼽히는 산유국이지만 석유 매장량의 95%가 아부다비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얼마 남지 않은 석유의 채굴 연한에 대비해 두바이는 2006년부터 미래전략을 수립하고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관광, 금융이 중심인 신도시를 사막 위에 성공적으로 건설했다. 그러나 오일 달러를 바탕 삼아 대형 건설 프로젝트 중심으로 성장가도를 달리던 두바이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한때 위기를 맞았다. ‘최대’, ‘최고’에 치중하던 두바이는 이후 성장 전략에 변화를 줬다. 그 핵심은 도시 전체를 미래 전시장 내지는 실험장으로 바꾸는 것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진행돼 온 스마트시티 조성에 대한 두바이의 열정은 뜨겁다. 두바이는 현재 3D 프린팅 건물, 무인 경찰 서비스, 드론 택시, 자율주행 버스 등 스마트시티의 요소를 직접 실험하고 있고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 중이며 700MW급 세계 최대 태양광발전소도 2020년부터 전력을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다른 아랍 왕정 산유국들이 두바이의 성공을 모델로 삼아 미래 도시를 설계할 정도다. 2017년 두바이 정부는 ‘두바이 클린 에너지 전략 2050’을 발표하고 친환경 에너지 생산 증가 및 이산화탄소 배출 최소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목표는 2030년까지 전체 전력의 25%를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하고 2050년에는 75%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두바이는 다른 어느 국가보다도 빠르게 인공지능(AI)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담당 장관을 임명한 것이다. 또 스마트 두바이라는 정부 기관을 설립하고 정부 행정의 디지털 전환, AI 산업 육성 등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시행하고 있다. 미래 도시를 향한 두바이의 가열 찬 전진이 더욱 눈에 띄는 시점이다.

[세계는 지금] 세계 환경의 날과 플라스틱 오염 퇴치

매년 6월5일은 유엔에서 정한 ‘세계 환경의 날’이다. 이날은 환경생태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지구 환경에 대한 책임을 전 세계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1972년 6월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제정한 기념일이다. 매년 기념일을 맞아 특별주제를 선정해 전 세계적인 행동참여를 독려하는데 올해의 주제는 ‘플라스틱 오염퇴치(Beat Plastic Pollution)’다. 2018년에도 동일한 주제였는데 올해 주제로 다시 선정됐다. 플라스틱 오염퇴치가 올해 다시 등장한 이유는 인류가 생산해 배출하는 플라스틱이 지구 생태계에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은 약 4억3천만t이다. 이 중 3분의 2는 사용 기간이 짧은 포장재, 소비재 등의 제품으로 사용 후 단기간에 버려지고 있다. 버려지는 전 세계 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은 10% 미만에 그치고 있다. 단기간 사용 후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썩어 없어지는 데는 약 500년이라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플라스틱이 소각 처리되는 과정에서 다이옥신, 수은 등 인간에게 유해한 수많은 독성물질이 발생한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플라스틱의 경우 토양, 바다 등으로 유입돼 환경오염과 함께 인류 건강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전 세계 바다에 떠다니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미세 플라스틱이 요즘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플라스틱이 비단 환경오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기후변화의 핵심 원인인 온실가스가 다량으로 발생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플라스틱 1t을 생산하는데 평균적으로 약 5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가뭄, 홍수, 폭염 등 과거에는 없던 극심한 기후변화가 지금도 전 세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는 저개발 국가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 자료에 따르면 지난 반세기 동안 전 세계에서 발생한 이상기후로 인해 20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 중 90%는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중국이 자국 내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중단한 이후 선진국에서 발생한 수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대부분 개도국으로 수출되고 있어 개도국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에 이어 ‘플라스틱 제로’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몇 개 국가의 의지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전 세계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중대한 국제적 문제다. ‘플라스틱 오염퇴치’ 주제가 전 세계적 행동목표로 다시 등장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하고 구체적인 국제적인 연대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세계는 지금] 영국과 한국의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인식 차이

타국에 거주하다 보면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 자국과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된다. 필자 또한 유학생으로서 런던의 일상을 살아가며 영국의 다양한 국가적 특성을 발견하곤 한다.  서로 지구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영국과 한국은 다방면에서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런던의 일상생활에서 고국과의 차이를 가장 쉽게 느끼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인데, 바로 ‘장애인의 이동권’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필자가 영국에서 살기 시작하며 바로 인식한 색다른 풍경은 밖에 나가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이었다. 고국에서 살 때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그것은 영국에 훨씬 더 많은 수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장애인이 집 밖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덜 느낀다는 것이다. 영국 내에서도 특히 런던의 모든 대중교통은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물론 런던 밖을 벗어나면 모든 시설이 그렇지는 않지만 전국 대부분이 그렇다. 학생인 필자는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편인데 런던에서 외출을 하면 하루에 최소 한 번 이상은 휠체어를 탄 사람의 대중교통 이용을 목격할 수 있다.  특히 버스는 장애인 접근성이 98%라고 한다. 모든 지하철과 시내·시외버스에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자리가 백프로 마련돼 있어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일상을 영위한다는 점이 런던 생활 초기 매우 강한 인상을 받았다. 시설만이 잘 돼 있는 것이 아니라 교통약자가 이러한 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심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사회적 분위기 또한 잘 형성돼 있는 것 같았다.  이러한 장애인의 이동권과 관련된 요소들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친한 친구의 어머니를 보며 더 많이 인식하게 됐다. 친구 어머니는 버스를 자주 이용하시는데 버스기사들은 그가 안전하게 탑승해 자리에 제대로 앉을 때까지 출발하지 않고 기다린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이러한 풍경이 전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영국 일상의 일부라는 것이다. 필자가 한국의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때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잘 돼 있어도 이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을 실제로 본 적이거의  없었고 한두 번 목격했을 때는 주변의 시선이 긍정적이지 못했다.  휠체어를 탄 사람이 버스를 타기 위해 소비되는 1, 2분의 기다림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는 이것이 일상적인 풍경이라기보다는 어쩌다 한 번 겪어야 하는 ‘불편함’ 정도로 인식되는 느낌이다.  비장애인인 나조차 그 상황이 상당히 불편했던 것이 기억난다. 아무리 기술적인 접근성이 발전했어도 사회적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용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시스템이 무슨 소용인가? 그러므로 한국에서는 장애인의 대중교통 이용이 보기 드문 것이 별로 놀랍지 않은 현상이다. 필자 생각에 현재 한국은 안타깝게도 평등한 사회를 위해 약자들의 권리를 고려하기보다는 기득권과 비장애인들의 편의가 당연시되는 사회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전쟁 직후부터 한 세기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빠른 경제성장만을 중요시했으므로 개개인과 약자를 위한 권리의 중요성에 주목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영국이라는 나라가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은 그들의 국민성이 원래 남을 배려하거나 월등해서가 아니다. 평등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충분한 논의와 인권운동의 시기를 거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장애인이 이동권을 위해 지금처럼 ‘투쟁’하지 않아도 살 수 있도록 전 국민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그들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사회의 일원인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중요한 사실에 아직 크게 공감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의 투쟁이 혐오의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인식 전환의 계기가 돼야 한다.

[세계는 지금] 소프트 파워, 중동의 아랍에미리트

소프트파워 또는 연성권력(軟性權力)은 미국의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가 고안한 개념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아 상대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영향력을 의미한다. 이는 군사력, 경제력과 같은 하드파워(경성권력)를 통해 상대를 위협하고 강제하는 힘과 대조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는 2004년 저서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통해 이 개념을 국제정치학적으로 더욱 발전시켰고 오늘날 소프트파워는 국가 브랜드, 문화 관계, 공공외교 등 여러 개념으로 확장되며 그 중요성이 널리 인식되고 있다. 조지프 나이는 20세기 국력이 강압적인 힘에 기반을 두었다면 21세기 국력은 ‘문화적 영향력’이라는 새로운 기준에 의해 형성된다며 우리는 ‘문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한다. 소프트파워는 물리적인 강압이 아니라 상대 스스로 하여금 그렇게 행동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중요한데 결국 국가의 마케팅과 브랜딩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중동의 걸프 국가들에 있어서 소프트파워는 그 중요성이 남다르다.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소프트파워, 즉,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가치를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의 많은 국가가 각각 국가 비전을 선포하며 소프트파워를 구축하고 국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외국인 관광객 및 투자 유치, 그리고 마이스(MICE) 산업 또한 소프트파워 구축을 위한 주요한 일환이다. 2020 두바이 엑스포와 COP28 개최를 통해 아랍에미리트는 국제사회에 헌신하고 문화적 역량을 키워 가는 국가로 이미지를 제고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걸프국가 중 가장 먼저 소프 파워를 구축한 선두주자로 평가받는데 글로벌 금융 허브이자 관광산업지로 일찌감치 두바이를 브랜딩하는 데 성공했다. 아부다비에는 루브르 박물관을 건립하고 각종 스포츠 행사 및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아랍에미리트의 문화 관광 산업을 위한 노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동의 선전은 눈에 띈다. 글로벌 소프트파워 지수는 영국의 브랜드 평가 컨설팅 회사 브랜드 파이낸스에서 매년 전 세계 100개 이상의 시장에서 121개 국가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측정하는 지표다. 2023년 글로벌 소프트파워지수에서 아랍에미리트가 중동 국가 최초로 세계 소프트파워 순위 10위 안에 진입을 했는데 2022 두바이엑스포 같은 메가 이벤트를 치르면서 진화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특히 COP28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엑스포 레거시를 적극 활용해 수소충전소를 준비해가는 모습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 파이낸스의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헤이그는 아랍에미리트가 이처럼 높은 순위로 등극할 수 있었던 이유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대규모로 백신 접종을 실시하고 비즈니스 및 무역 분야에서 다른 국가보다 앞서 출발했다는 점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 원조를 가장 많이 제공하는, ‘세계에서 가장 관대한 국가’ 중 하나로 평가 받았다는 점을 꼽았다. 앞으로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해 중동 걸프국가들이 경제 다변화에 성공, 보여주기 식에 그치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력을 갖춰 나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K-컬처를 앞세운 대한민국은 15위다. 다양한 기술 문화 융합의 시도로 더욱 분발해야 되는 시점이 아닐까.

[세계는 지금] 혁신·지속가능성의 미래, 사우디 네옴시티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중동 산유국들은 서서히 여러 도전에 직면해야 했다. 석유 매장량 감소라는 자연적인 사실과 역내 갈등과 추락한 유가, 그리고 최근에는 전쟁과 환경 파괴까지 더해져 더는 가만히 앉자 기다릴 수 없는 결단의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탈(脫)석유경제를 이끌어온 두바이를 비롯해 최근 ‘사우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내세운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새로운 경제 구조 구축을 위한 시도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석유 이후의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경제적인 이유와 더불어 환경 문제는 이미 모든 국가의 생존 문제가 됐다. 사우디에서 변화의 시도에 중심이 된 인물은 젊은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이다. 2016년 사우디 국가 개혁 프로젝트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한 빈 살만 왕세자는 2017년 세상이 깜짝 놀랄 만한 미래 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서울시 면적의 44배에 달하는 미래형 신도시 네옴시티 메가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새로운 미래’라는 의미처럼 젊은 왕세자가 그린 미래도시 네옴은 이전에 본 적이 없는 획기적인 도시의 모습이었다. 자동차와 탄소 배출이 없으며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 스마트 도시가 네옴의 청사진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2022년 3월 중동의 유명 언론 알아라비야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은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대한 그의 진취적이고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네옴 프로젝트는 세상 어딘가 있는 것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방식을 발전시키고 또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나가는 것입니다.” 혁신적인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젊고 개혁적인 성향의 빈 살만 왕세자의 리더십이 있다. 전통적인 사우디 왕정에서는 국왕이 왕실 사람들과 협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가적 사업을 실행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던 반면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빈 살만 왕세자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네옴시티 메가 프로젝트로는 현재까지 자급형 직선 도시 더라인(The Line), 해상 부유식 첨단 물류산업 도시 옥사곤(Oxagon), 친환경 산악 관광 스포츠 단지 트로제나(Trojena), 홍해 호화 리조트섬 신달라(Sindalah) 등 네 개의 개발 계획이 발표됐다. 너무나 공상과학적인 구상이라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명하는 전문가들과 일반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네옴시티 홍보 영상에는 히잡을 쓰지 않고 일하는 여성, 풍력발전소, 태양광발전소, 첨단 연구 단지, 쾌적한 아파트, 레저를 즐기는 관광객, 파티 장면 등이 담겼고 해상 위로 놓은 다리로 이집트, 요르단 등 주변 아랍국들과 연결되는 ‘초국경 지대’를 선보였다. 사우디가 꿈꾸는 혁신과 지속가능성으로 여는 미래, 그 중심에 네옴시티가 있다.

[세계는 지금] 아프리카 수단에 커져 가는 인도적 위기

지난 4월25일 아프리카 수단에 체류 중이던 교민 28명을 태운 공군 수송기가 무사히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정부의 발 빠른 교민 철수 작전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의 군벌 간 무력충돌이 격화되자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외교관 등 자국민 대피를 서둘러 진행했다. 수단은 알바시르 대통령이 지난 30년간(1989~2019년) 독재로 국가를 통치해 왔다. 오랜 기간 자국 내 분쟁으로 인해 2011년에는 수단 남부지역이 ‘남수단’으로 국가가 분리되기도 했다. 7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이번 수단 내 무력충돌이 인접 국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수단은 수단 항구를 이용하지 못해 석유 수출에 지장을 받고 있고 차드는 무력충돌이 자국 내로 번질 것을 우려해 국경을 폐쇄한 상태다. 이번 무력충돌은 쿠데타로 2019년 정권을 잡은 알부르한이 이끄는 정부군(SAF)과 다갈로가 이끄는 신속지원군(RSF) 간의 권력투쟁으로 인해 발생했다. 사실 이 두 군벌은 지난 30년간 수단을 독재하던 전 대통령 아래서 세력을 키워 오던 동지였지만 결국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갈라서게 됐다. 두 군벌의 무력충돌로 지금까지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11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인접 국가로 피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단은 이번 무력충돌이 발생하기 전부터 이미 약 1천580만명이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할 만큼 위기가 심각한 나라다. 특히 5세 미만 아동 사망률과 아동 영양실조 비율이 세계적으로 높은 나라 중 하나인 수단은 약 5만명에 이르는 아동이 중증급성영양실조(SAM) 프로그램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무력충돌로 인해 프로그램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적 지원 활동이 신속히 재개되지 않으면 아동 영양실조 비율과 아동 사망률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아동의 교육권 침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단은 10세 아동 중 70%가 글을 읽지 못할 정도로 아동들이 기초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무력충돌로 인해 많은 학교가 폐쇄돼 수백만명의 아동이 학업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실제로 여아의 경우 3명 중 1명, 남아는 4명 중 1명이 배움의 기회를 잃게 된 것으로 현지에서 보고되고 있다. 무력충돌 당사자인 두 군벌은 민간인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휴전을 논의 중이지만 전투기 공습 등 무력충돌이 내전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인다. 2019년 수단의 잔혹한 통치자 알바시르 대통령이 축출되자 국민들은 정치적 안정과 민주화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지만 이어진 군벌 간의 무력충돌로 인해 수단 국민들의 고통은 지속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아동을 포함해 수백만명의 민간인이 심각한 생존 위험에 내몰릴 수 있기에 평화로운 해법을 위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중재가 요구된다.

[세계는 지금] 중동의 한국 문화 콘텐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중동의 여러 국가에서는 한국의 다양한 콘텐츠산업이 강세를 보이며 성장 중이다. 한국 문화 콘텐츠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상위 5개국에 아랍에미리트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해외한류실태조사 2022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의 한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국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한국에 대한 전반적 인식이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무려 79%를 차지하는데 아랍에미리트에 한국은 “호감이 가는 국가”(79.8%), “경제적으로 선진국”(73.8%), “우리에게 우호적인 국가”(71.3%), “경쟁국이기보다 협력국”(69.0%), “문화강국”(64.5%)의 이미지를 가진 나라다. 또 한국 문화 콘텐츠를 경험하기 전후로 인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봤을 때 한국 콘텐츠를 접한 이후 한국에 대한 인식이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했다는 응답이 76.5%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만약 콘텐츠를 경험하기 이전에 갖고 있던 이미지보다 실제 경험 후 갖게 된 이미지가 부정적이었다면 한국 콘텐츠가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띠고 글로벌하게 발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 경험한 이후 갖게 된 이미지가 긍정적이라는 것은 그만큼 한국 콘텐츠가 경쟁력 있는 양질의 즐거움을 선사했다는 의미라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 또한 존재한다. 이 경우 “한류스타의 부적절한 언행”(30.6%)과 “지나치게 상업적(26.3%)”이고 “지나치게 선정적”(24.4%)이라는 것이 부정적 인식의 원인으로 꼽혔는데 이 점에 유의해 중동 지역에 맞춘 콘텐츠 제작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대비해 가장 소비량이 늘어난 콘텐츠 분야는 바로 드라마(63.0%)다. 그 다음으로 높은 소비 증가율을 보인 콘텐츠는 음악(62.4%), 영화(60.4%), 예능(60.2%) 등의 순이다. 스태티스타 2018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중동에서는 하루 평균 6시간20분 동안 TV 시청을 하는데 이는 전 세계 평균 시간인 2시간48분보다 2배 이상 긴 시청 시간이다. 중동의 방송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14억2천700만달러로 한국의 방송 스트리밍 전망치보다 2.8배 큰 규모를 자랑한다. 따라서 방송 스트리밍 시장에 있어 중동 지역은 매우 성장세가 크고 향후 잠재력 또한 무궁무진한 시장이라 할 수 있다. PWC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중동 지역에는 넷플릭스에서 스포티파이에 이르기까지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진출했으며 더 많은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 업체가 시장에 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례로 유튜브는 2021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및 기타 5개 시장에서 유료 음악 및 프리미엄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이 같은 중동의 현황은 한국의 콘텐츠가 활발하게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특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더 글로리’는 아랍에미리트에서 2022년 TV 프로그램 1위를 기록한 바 있으며 ‘작은 아씨들’, ‘여신강림’ 등 다수의 한국 작품이 중동 전역에서 넷플릭스 상위권에 들며 한국 콘텐츠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때 케이팝을 빼놓을 수 없는데 트위터에서 공식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케이팝 관련 트위터 해시태그가 2010년과 비교했을 때 10년이 지난 2020년,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수많은 게시글과 케이팝 관련 정보가 해시태그 및 리트윗을 통해 활발하게 생산되고 있다는 뜻인데, 특히 중동 지역에서 케이팝의 열기는 상당하다. 메가 이벤트인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서 방탄소년단 정국이 카타르 월드컵 주제가 ‘드리머스(Dreamers)’를 부르며 개막식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중동 지역에서 한국 콘텐츠가 꽃을 피워 가고 있는 만큼 중동의 문화와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해 가야 할 때다.

[세계는 지금] 영국 음식이 맛없는 이유

영국 유학을 하다 보면 도대체 뭘 먹고 사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많은 분들이 영국 음식이 맛이 없다는 소문을 듣고 이렇게 걱정을 해준다. 고급스럽고 맛있는 음식에 대해 생각할 때 사람들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요리를 많이 떠올릴 것이다. 반대로 맛없는 음식으로 유명한 나라를 생각할 때 필자는 사람들이 1초의 고민도 없이 영국을 떠올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러한 인식은 유럽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다. 인터넷에서 많이 돌아다니는 ‘웃기는 짤’ 중에 영국 음식이 주제로 만들어진 것이 꽤 있다. 그중 ‘정어리 파이’라는 게 있는데 비주얼이 압도적이다. 여러 마리의 정어리 머리가 밖으로 나오게 파이에 꽂아 그대로 구운 음식이라 생선 머리가 노골적으로 사람을 쳐다보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 친구들이 이 정어리 파이 사진을 필자에게 보내주며 안부를 묻는다. 이 칼럼의 첫 부분에 언급된 질문에 대답을 하자면 필자는 주로 한식을 해 먹는다. 한식을 안 먹을 때는 파스타 같은 다른 외국 음식을 해 먹는다. 이건 필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친구들과 무언가를 축하하기 위해 멋진 곳에서 좋은 식사를 계획할 때도 당연히 외국 음식을 생각한다. 영국 가정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있는 음식도 파스타다. 웃기게도 영국 사람들도 영국 음식을 잘 해먹지 않는다. 영국에서 가장 많은 분점을 가지고 있는 프랜차이즈 식당들도 다 다른 나라의 음식이다. 지금까지 언급된 이야기들은 매우 현실적인 영국의 식문화에 대한 인식과 일상이다. 영국의 명소나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영국적 요소들은 식민주의 시대에 영국이 식민지에서 뺏어 오거나 수입해온 문화와 문화재들이 대부분이다. 대영박물관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물관과 미술관들과 식자재 같은 것들이다. 영국인들이 매일 마시는 차도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다. 이렇게 영국이 음식문화의 발달에 소홀했던 이유는 산업혁명의 영향이 크다. 18세기 후반에 일어난 산업혁명은 농산물의 생산보다는 기술 발달에 큰 중점을 두게 했다. 풍족하고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하기에는 열악한 기후조건도 무시할 수 없다. 영국에서 살다 보면 계절에 상관없이 햇빛을 보기가 힘들고, 비가 오다가 바람도 불다가 결국 하루 안에 사계절을 다 겪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날씨가 좋은 날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모두가 밖에 나와 일광욕을 한다. 이러한 기후환경으로 인해 품질이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기 어려우니 나라를 대표할 만한 빵이나 와인조차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음식을 만들기도 어려운 환경에서 산업혁명으로 밤낮없이 일까지 해야 했으니 좋은 음식 문화를 만들기는커녕 끼니를 대충 때우고 일만 하기에도 벅찼을 것이다. 따라서 영국이 식민지를 만들고 플랜테이션 농업을 강행한 것은 영국 내에서 개선하기 어려운 기후환경과 농산물 문제를 식민지의 다른 환경과 노동력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절대로 정당화할 수 없는 인류의 역사지만 말이다. 이러한 가운데도 영국을 대표하는 국민 음식들이 당연히 있다. 피시앤칩스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영국 음식으로 튀긴 대구와 감자튀김 요리다. 펍에서 자주 먹는 요리인데 맥주와 같이 먹으면 꽤 맛있다. 웃기게도 맛이 없기 힘들어 보이는 이 피시앤칩스도 의외로 맛없게 만드는 곳이 영국에 많다.  두 번째로 잘 알려진 음식은 선데이로스트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영국인들이 일요일에 즐기는 전통음식이다. 가장 전통적인 형태는 그레이비소스를 얹은 채소와 로스트비프, 그리고 요크셔푸딩으로 이뤄져 있다. 가정에서도 많이 만들어 먹지만 필자는 주로 친구들과 펍에서 먹는 편이다. 결론적으로는 이렇게 영국도 국민음식이 있긴 하지만 열악한 기후조건과 식민지 시대의 영향으로 인한 외국 음식문화 수입으로 현대 영국의 식문화는 그 음식의 근원지를 찾는 것이 의미가 없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인류가 세계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그 영향이 더 커지는 듯하다. 음식이 문화의 다양성을 가장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라는 흥미로운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오늘 저녁은 친구와 선데이로스트를 먹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세계는 지금] 이스라엘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최근 이스라엘 안팎이 혼란스럽다. 안으로는 라마단 달과 유월절이 겹치는 시기에 발생한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에서의 이스라엘 경찰과 무슬림의 충돌, 그리고 네타냐후 총리가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사법개혁안을 둘러싼 야당, 시민단체, 군대 등 이스라엘 내부의 반대 시위 등으로 시끄럽고 밖으로는 알아크사 사원 충돌 문제로 주변 아랍국인 레바논과 시리아의 로켓포 보복 공격, 사법부를 무력화시키려는 사법개혁안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비난과 우려로 인해 이스라엘 안팎이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네타냐후 총리는 1996년부터 2021년 9월 총리직에서 물러나기까지 총15년간 총리직을 수행해 왔다. 다시 실권을 잡기 위해 작년 총선에서 우파 소수정당들과 손잡고 연정을 이뤄 의회 120석 중 64석을 얻어 총리직에 복귀한 후 추진한 것이 네타냐후법이라 불리는 사법개혁안이다. 서기 70년 로마의 예루살렘 공격으로 유대인들이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지는 디아스포라가 발생한다. 전 세계에서 핍박과 모욕의 세월을 견뎌온 유대인들은 1948년 5월14일 극적으로 지금 이스라엘 땅에 독립국가를 설립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발단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스라엘 건국 이전까지 팔레스타인이라는 아랍인과 소수의 유대인은 이 땅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나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선포는 아랍인 팔레스타인인들이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난민 신분으로 주변 아랍국으로 쫓겨나고 남아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로 거주 지역이 제한돼 삶의 터전을 위협 받는 비극의 상황이 전개됐다.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3대 종교의 공동 성지로 국제법상으로 국제사회가 공동 관리하기로 약속된 도시다. 구약성경에 솔로몬왕이 하나님을 위해 성전을 세웠던 성전산이 위치한 곳이 예루살렘이며,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힌 후 부활하신 곳도 예루살렘이다.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아라비아반도 메카에서 천인마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날아와 하늘로 승천해 알라를 만난 장소 또한 예루살렘이다. 건국 당시부터 예루살렘을 자국 수도로 삼고자 했던 이스라엘의 강력한 의지와 언젠가 국가로 인정받게 되면 예루살렘은 당연히 자국의 수도가 돼야 한다는 팔레스타인의 오랜 의지는 예루살렘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의 도화선이 됐으며 폭력이 상시화되는 만성적 사회 갈등으로 고착된 중동 문제 중 가장 해결이 요원한 난제가 됐다. 극우 성향의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연정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우파 성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스라엘 내에서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해 팔레스타인인들의 입지를 최대한 축소시키겠다는 것이 이들의 정책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이 중동지역의 평화와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중동지역과 이슬람권의 정세에 오랫동안 구조적 변수로 작용해 왔다. 국제사회는 세계 평화를 위해 그동안 어떤 역할을 해왔을까? 중동지역의 평화를 바라는 진솔함이 있기는 한 것일까? 씁쓸한 마음이 교차하는 아침이다.

[세계는 지금]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그 이후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지도 벌써 2개월이 넘었다. 2월6일 발생한 대지진 이후에도 두 번의 강진이 다시 발생했으며 9천여차례에 이르는 여진이 지속되고 있어 주민들은 여전히 심리적 공포 속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5일에는 튀르키예 동남부 산리우르파와 아디야만주에서는 홍수까지 나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지진 피해 이재민들의 임시주거지가 피해를 입었다. 현재까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양국의 사망자는 5만8천여명이며 부상자 수는 12만7천여명에 이른다. 이는 22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2010년 아이티 대지진 이후 발생한 지구촌 최악의 지진으로 기록되고 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청(AFAD) 발표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아파트 52만채와 건물 17만여채가 붕괴되거나 부서진 피해를 당했다. 이로 인해 2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은 이재민 임시 정착촌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이 중 70%는 산발적으로 운영하는 비공식 정착촌에서 거주하고 있다. 임시 거주시설은 매우 과밀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비위생적인 생활환경으로 이재민들은 건강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레제프 아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최소 150억달러를 들여 1년 안에 주택 재건을 완료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통령선거와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라 발표를 신뢰하기 어렵다. 시리아의 경우에는 10만명 이상이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진 피해가 가장 심각한 북서부 지역은 정부의 지원이 미치지 않는 반군지역이라 체계적인 지원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현지 월드비전 구호사업 담당 직원의 보고에 의하면 가장 필요로 하는 도움은 이재민들이 머물 수 있는 안정적인 거주시설과 아동의 교육지원이다. 대지진 발생 이후에도 폭우와 푹풍이 수차례 발생해 30곳의 이재민 정착 지역의 임시 거주용 텐트 1천500여개 붕괴되거나 손상을 입는 등 추가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지진으로 이미 수많은 학교가 붕괴 및 손상을 입었으며 100개가 넘는 학교가 임시 거주지로 사용되고 있어 아동의 교육권도 심각히 침해 받고 있다. 월드비전은 초기 구호 단계에서 재난 복구 단계로 전략을 전환해 구호사업을 진행 중이다. 거주용 컨테이너, 텐트 등 비식량 물자 지원과 함께 안전한 식수 및 위생시설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또 아동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학교 시설 지원, 거주지 복귀 지원, 기초 보건시설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과 바우처 지원을 통해 이재민들의 긴급한 생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 지진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주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심리정서 지원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대지진의 영향을 받은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민은 2천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피해 지역이 광범위하고 피해 인원이 많다 보니 재난 복구 단계를 거쳐 도시 재건으로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6·25전쟁 당시 우리는 도왔던 형제 국가 튀르키예를 돕고자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관심과 후원이 이어졌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이 조금씩 잊혀져 가는 이 시기에도 여전히 튀르키예와 시리아는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영국과 한국의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필자는 개인의 정신건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익숙하지 않았다. 한국과 다른 동양 국가들은 대부분 개인의 심리적 어려움이나 고통을 자유롭게 말하는 것이 힘든 사회적 분위기이고, 용기를 내 이야기를 했다 한들 이해 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훗날 보험료 산정에 피해가 있을까봐 정신과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보험 컨설턴트도 흔하니 말이다. 링컨의 노예해방선언이 고작 200년이 안 됐고, 2차세계대전 종식이 100년도 안 됐으니 인류의 심리치료 역사가 짧은 것은 이해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심리치료에 대해 활발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젊은 세대들이 나서 정신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어필하는 추세다. 영국의 다른 사회적 분위기를 체험하면서 정신건강 치료에 대해 한국이 억압적인 이유를 생각해봤다. 정신건강에 대한 폐쇄적 언어와 생각, 습관이 한국문화의 일부인 것처럼 돼버린 것은 몇 백 년의 세월 동안 세대를 거쳐 학습된 유교 관념이 제일 큰 이유일 것이다. 공자가 태어난 춘추시대의 중국은 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공자가 처음으로 유교의 덕목을 창안한 목적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전쟁 없는 사회를 만들어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였다. 그래서 제시된 것이 ‘인(仁)’으로, 사람들에게 따뜻한 도덕적 마음을 학습시켜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전쟁의 시대가 끝나기를 소원한 것이다. 이러한 휴머니즘 사상으로 시작한 유교는 후대의 유교사상가들에 의해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체계와 서열에 순종하는 태도를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이를테면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삼강오륜’ 같은 덕목들이다. 따라서 유교사상은 좋은 의도와 철학으로 시작된 것에 비해 어쩔 수 없이 다소 계급적이고 억압적인 성격을 띠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는 개인의 의견이나 감정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이 힘들어 정신건강까지 제대로 고려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유교가 상당히 여성차별적 요소를 가지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두 번째는 일제의 식민통치와 6·25전쟁, 그리고 가난이라는 집단적 트라우마다. 6·25전쟁과 식민지 시대의 트라우마로 국민의 대부분은 아직도 ‘서바이벌 모드’로 살아가고 있다. 한국 특유의 이러한 생존 모드는 ‘한강의 기적’을 이뤘지만 현대사회의 정신적 불안함과 끊임없는 경쟁사회를 만들어 어린이들부터 압박감을 느끼게 한다. 필자 또한 영국의 의료 시스템 아래에서 상담을 받아보면서 이곳 사람들은 우울증, 불안장애, 스트레스에 관한 대화를 자유롭게 하며 심리치료와 정신과 약 복용에 훨씬 접근이 쉽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것은 정부의 국민복지시스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개인이 정신적으로 이러한 체계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인식하지 않는다면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우리나라는 복지와 정책이 아무리 잘 구축돼 있어도 여전히 정신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개인이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의 사회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영국이 월등한 나라라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먹고 살기에만 급급했던 ‘생존 모드’에서 벗어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한국의 이러한 사회적 생존모드는 과거의 큰 위기를 집단적 노력으로 다같이 이겨낸 초인적 힘이다. 그 위기를 이겨낸 이후에 그 생존모드에서 벗어나는 것 또한 엄청난 힘이 필요하다. 개인의 정신건강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나약함의 증표가 아니라 바뀐 현대사회에서의 행복과 앞으로 나아감을 위한 발전의 증표다. 그러므로 정신이 아프면 자연스럽게 상담소나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정신장애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친숙함과 접근성을 늘리는 것이 우리 국민의 행복과 발전을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계는 지금] 무슬림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아홉 번째 달(9월)을 가리킨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신의 계시를 받은 달이기 때문에 무슬림에게 라마단 달은 가장 성스러운 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슬람력은 음력과 같이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하는데 이슬람력에서 한 달은 29~30일이며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눈으로 초승달을 확인해 날짜를 계산했지만 현대에 와서는 천체망원경으로 초승달을 확인한다. 이슬람력은 윤달이 없어 태양을 기준으로 하는 현대의 서양식 달력과 비교했을 때 10일 정도 짧다. 따라서 매년 라마단은 대략 열흘씩 앞당겨 시작한다. 오늘날 무슬림 국가들은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모로코까지 지리적으로는 넓게 펼쳐져 있기 때문에 국가별로 초승달 관측 시기가 달라 라마단 날짜가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의 무슬림들은 사우디의 최고사법평의회의 초승달 관측을 기준으로 라마단의 금식을 시작한다. 아랍어로 ‘타는 듯한 더위와 건조함’을 뜻하는 ‘라미다(ramida)’ 또는 ‘아라마드(ar-ramad)’에서 파생된 단어로 금식으로 인한 갈증과 고통을 의미한다. 우선 무슬림들은 낮 동안 금식을 하기 위해 해가 뜨기 전까지 간단한 아침식사 ‘수흐르(suhoor)’를 하고 해가 뜬 이후에는 해가 질 때까지 금식을 하며 해가 완전히 진 후에야 저녁식사 ‘이프타르(iftar)’를 한다. 또 라마단 기간 무슬림들은 신 알라와 더욱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해 주변 사람들과 어려운 이웃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자선을 한다. 음식뿐만 아니라 라마단 기간에는 흡연과 성행위 또한 금지되며 이를 통해 무슬림 신자들에게 인내심과 자제력을 가르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시선을 향하게 하고자 한다. 금식 또한 신에 대한 순종을 나타내는 행위인데 비(非)무슬림 입장에서 라마단의 단식이 비인간적이고 ‘박탈’의 시간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는 무슬림에게 금식이 가져오는 영적 성찰과 공동체를 위한 시간의 가치를 간과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라마단 기간은 신자들이 오롯이 자신의 신앙에 집중하고 종교적인 방식으로 이웃과 연결되는 기간으로 존중돼야 한다. 라마단 기간에는 무슬림이 아닌 외국인이어도 금식하는 사람 앞에서 먹거나 마시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각국의 주요 언론 매체를 통해 단식의 시작과 끝을 알리기 위해 일몰, 일출 시간을 중요하게 다룬다. 라마단 이후 휴일이자 축제의 기간인 ‘이드 알 피트르(Eid al Fitr)’는 한 달 동안 단식을 하고 기도를 올린 무슬림들을 위한 축제를 즐긴다. 이드 알 피트르는 ‘단식을 깨는 축제’를 의미하는데 라마단 못지않게 중요한 기간이다. 이드 알 피트르 동안에는 무슬림이 함께 무사히 라마단 달을 보낸 것을 기념하며 가까운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중동(이슬람 국가)과의 비즈니스를 계획하고 있다면 무슬림 국가들의 문화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필수불가결하다. 라마단부터 이드까지 비즈니스 소통이 늦어지거나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 접근하기 바란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