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리고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며 ‘어떻게 살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하늘 아래에 있는 것은 모두 시작이 있으며, 언젠가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의 생명도 시작이 있었다면 죽음의 시간이 있다. 곱고, 예쁘며, 튼튼하고, 아름다우며, 능력이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몸, 언젠가는 흙속에 묻히게 될 것이다. 우리의 삶은 누가 먼저 가느냐, 나중에 가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죽어야 함에는 똑같으며, 그 어떤 사람도 이 죽음의 길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삶에서 여러 번 속아도 보고, 때로는 속이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속지도 않고, 속일 수도 없는 죽음은 이 세상에 쌓아 올린 부귀, 명예, 재물 그리고 소중히 여겼던 것들과 자녀, 아내, 남편, 부모, 형제, 친구 등을 남겨 둔 채 떠나야 한다. 설령 주위에 호위병을 두고 우리 자신을 지킨다 하더라도 혹은 어딘가에 몰래 몸을 숨기고 있다 해도 인생의 마지막에는 예외 없이 찾아와서 끌어간다. 피하려 해도 도저히 피할 수 없고, 아무리 사정을 해보며, 마음을 써 봐도 통하지 않는 것이 죽음이다. 이렇게 죽음은 우리에게서 떨어질 수 없는 가장 가깝게 있으며, 가깝게 지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라는 생각을 한다. 다시 말해, 앞으로 20년, 30년, 50년… 더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보장은 없다. 내일 잠에서 깨어난다는 보장도 없다. 시간은 계속 지나가는 것이지 누구에게도 잡아 매여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되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끝 날을 위해 사람들과 하느님 앞에 부끄러움이 없는 총결산의 시간을 맞이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사람의 생애는 하나의 작품과도 같다. 미완성 작품이다. 그래서 마무리 손질이 필요하다. 삶의 작품이 조각 작품과 다른 점은 마지막 단계에 가서야만 다듬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60, 70, 80세 또는 그 이상이 되어야 마무리 손질에 착수하는 것이 아니다. 삶의 마무리 손질은 매일, 언제나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죽음을 진지하게 맞이해야 함이 바로 구원이고, 자신의 완성이며, 삶 전체를 마무리하는 정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의로운 삶, 정직한 삶, 진실한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하며, 노력해야 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도 있다. 이름을 남기는 삶으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어진 시간의 가치를 살려 유용하게 사용한다면 그 모든 것이 우리 자신의 죽음의 시간에 영원이라는 문 앞에 위로가 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할 때 불안과 허탈감에 빠질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죽음을 향해가는 삶의 법칙을 인정하는 사람만이 활기찬 생을 꾸리며, 성숙해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자신과 더불어 살아오면서 보살펴주고, 이끌어 주었으며, 도움을 주셨던 모든 이들을 되새기고, 감사와 축복을 기원하며 삶을 잘 마무리 하였으면 한다. 예수께서는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루카, 21;34)고 하였다. 박현배 천주교 성 라자로마을 원장
오피니언
박현배
2016-12-13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