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경기도민의 새해소망과 건설산업의 역할

한국인에게 새해는 역시 설날 이후부터가 아닐까 싶다. 설날에 가족과 친인척들이 모여 세배를 하면서 덕담을 주고받는다. 한때 유행했던 최고의 덕담은 ‘부자 되세요’였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새해를 맞아 경기연구원이 실시한 경기도민 1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사회인식조사 결과도 그렇다. 경기도민의 가장 큰 개인적인 새해소망은 ‘소득 증대(27.7%)’였다. 가장 큰 사회적 소망도 ‘경제성장 및 일자리 창출(26.6%)’이었다. 개인적 소망과 마찬가지다. 인생에서 행복한 삶이 경제적인 것보다 중요하다지만, 대다수는 행복한 삶도 경제적 기반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개인적 소망에서 4위를 차지한 ‘복권 당첨(16.6%)’까지 합해 보면, 사실상 소득 증대가 새해소망이라는 응답은 44.3%로 ‘마음의 평온(20%)’이 중요하다는 응답보다 2배 이상 더 많았다. 사회적 소망 가운데 4위를 차지한 것은 주택가격 및 전·월세 안정화(21.5%)였다. 결혼 및 출산을 앞둔 30대의 응답이 특히 많았다고 한다. 반면에 양극화 해소(11.6%), 사회복지 확대(9.9%)가 소망이라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 같은 경기도민의 새해소망을 정치권이 잘 읽고 있는지 의문이다. 경기도민 대다수는 양극화 해소나 사회복지 확대보다 경제성장 및 일자리 창출을 더 원하고 있다. 동일한 조사에서, 작년 한 해 동안 경기도가 시행한 정책 중 가장 인지도 높은 정책들은 건설과 교통 관련이었다. 2층 광역 버스 운행,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건설, 따복 하우스 및 따복 기숙사, 광명·시흥 경기북부 테크노 밸리 조성 등이 여섯 손가락 안에 꼽혔다. 경기도민이 선호하는 새해 중점추진 정책과제로는 일자리 창출(40.8%)이 압도적이었다. 그다음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건설이었고, 미세먼지 대책, 노후주택의 녹슨 상수도관 개선, 경기북부 낙후 기반시설 개선 등도 꼽혔다. 경기도민의 개인적 소망이건 사회적 소망이건 간에 새해 소망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 대부분은 건설산업의 역할과 직접 연관된다. 일자리 창출 효과에 관한 한 건설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큰 이바지를 할 수 있다. GTX 건설, 노후 주택 및 낙후 기반시설 개선, 주택가격 안정과 저렴한 서민주택 공급 확대는 건설산업이 담당해야 할 본원적 역할이다. 미세먼지 감소를 위해서도 건설 및 교통정책의 역할이 중요하다. 건설산업이 경기도민의 새해 소망을 이루어주려면 노후 인프라 개선이나 GTX를 비롯한 신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주택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는 규제를 통한 수요억제만이 아니라 적절한 공급대책이 있어야 한다. 경기도민이 가장 바라는 ‘일자리 창출’은 민간기업의 성장과 수익성에 달렸다. 지금처럼 건설투자가 줄어들고, 공사를 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건설 일자리가 늘어날 수 없다. 수주만 하면 적자를 보게 되는 공공건설사업 구조에서는 경기도민이 바라는 새해 개인소망 1위인 ‘소득 증대’를 달성할 방법도 없다. 그래서 SOC 예산의 확대와 함께 적정공사비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설날 연휴가 끝나면서 본격적으로 새해가 시작됐다. 새해 경기도민의 개인적 소망과 사회적 소망을 모두 이루려면 건설산업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건설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이슈&경제] 규제혁신과 경제성장

지난 1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는 과감한 방식, 그야말로 혁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하며 ‘혁명적 규제혁신’을 강조하고 나섰다. 또,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하던 기존의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에서 더 나아가, ‘우선 허용하고 사후에 규제’하는 방식의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 추진하며 우선 신산업 및 신기술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정부는 이를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는 혁신적인 규제 설계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적용하는 개념의 정의를 확대하고, 분류 체계를 유연하게 하고, 자율심의·사후평가로 바꾸는 방식으로 신제품과 신기술이 신속하게 시장에 나올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대통령은 역대 정부가 수십 년째 규제개혁과 혁신을 외쳤다. 하지만 미흡한 성과를 보이기에 실천이 중요하고, 규제혁신 성과를 점검·평가하고, 보고하는 회의를 일정 기간마다 개최하여 규제혁신을 독려하는 계기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규제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와 이행, 성과의 점검 및 평가 등으로 이어지는 규제혁신 과정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규제개혁이 경제성장과 밀접한 정(+)의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월드뱅크(World Bank)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규제가 심한 85개의 최빈국들 중 단지 24개 국가만이 연평균 2% 이상의 경제성장을 했는데,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규제개혁이 있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이 아르헨티나, 브라질, 인도네시아, 터키 등 보다 빠르게 성장한 이유도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은데 기인하는 부분이 크다고 한다. 결국 규제개혁은 기업환경 개선과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켜,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촉진시킴에 따라 국가의 경제성장을 유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간 우리나라 역대 정부에서도 대통령의 의지는 강했고, 이행과 성과 점검 등에서도 나름 시스템적으로 관리하였다. 그러나, 규제개혁은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원인은 정부 부처 간 나눠먹기식 지원 및 칸막이식 행정, 직ㆍ간접적 이해당사자들(시민단체, 정치권 등)간 협의 및 조정의 실패, 관료 사회의 보신 등이 작용하였던 바 크다. 특히 부처 칸막이는 그동안 대통령까지 나서 수차례 엄포를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그 정도를 설명하자면 정부에서 일하는 민간 전문가들은 부처별로 국·과별로 촘촘히 짜인 예산 및 허가 권한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고 한다. 부처 칸막이 등에서 비롯된 이러한 실패 사례는 기존 규제들에 대한 개혁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여겨지는데, 현 정부에서 발표한 규제혁신 방향과는 다소 다르다. 정부의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는 우선적으로, 신산업ㆍ신기술부터 적용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현존 산업 내에 있는 기존 규제가 아니다. 현 정부의 의도는 새로운 사업 및 산업, 신기술 등에 대해서는 규제 없이 자유롭게 허용하여 신산업을 키우고,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규제혁신 방향은 새롭고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우리는 ‘혁신’이라는 개념이 ‘기존의 시스템 혹은 제품ㆍ서비스 등을 개선하고 새롭게 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정부는 기존 규제들에 대해서도 혁신적으로 개혁하여야만,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기존 시스템과 제품ㆍ서비스와의 ‘초연결성’ 및 ‘융복합화’ 등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정섭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슈&경제] 최근 원화 강세에 대한 우려와 대응책

김기흥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한 3%대 성장 전망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수출주도형인 우리나라에 가장 큰 긍정적인 요인은 세계경제 성장률이 3.7%대로 예상될 만큼 상승세(평가 절상)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과 일본의 경제가 호황을 보이고 있는 점도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올해 목표로 잡은 ‘3% 성장세 유지’와 ‘3만불 소득시대 원년에 맞는 삶의 질 개선’은 최근 환율 급상승이란 암초를 만났다. 그러나 올해 최근 원화 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동시에 유가, 금리, 임금, 세율 등이 동시에 오르는 ‘신(新) 5고(高)’가 금년도 3 %대의 성장세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2.8%의 평가 절상율을 보였다. 2004년 15.2% 이후 최고치이다. 또 우리나라와 경쟁상대인 일본과 중국의 통화인 엔화에 대해서는 9.1%, 위안화에 대해서는 6.1 % 절상됐다. 원인으로는 미국 보호주위와 감세 정책으로 재정적자가 악화될 우려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원-엔 환율이 가파르게 절상되고 있어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자동차, 철강, 가전, 기계 업종의 수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우리 수출 상위 100대 품목 중 일본의 상위 10대 품목과 중복 품목이 50% 이상을 차지해 우리 경제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미국 재무부는 6개월마다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이고, 경상수지 흑자가 해당국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이면서,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한 방향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반복적으로 단행하는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를 회피하면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결합하여 환율 정책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과거 일본 기업들은 엔화 강세기에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수출가격 인상, 엔화 표시 수출 비중의 증대를 통한 수출 채산성의 확보뿐만 아니라 생산성 제고로 제조 원가 절감과 내수 확대 그리고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노력했다. 원화 가치 상승은 수출기업의 수익성을 약화시키므로 수출기업은 종래의 양적 수출 전략에서 벗어나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와 지식 축적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수익성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또 원화 수출 비중을 높임으로써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약화를 완화할 수 있도록 원화 채권의 해외 발행을 통해 원화의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책 당국은 원화강세가 진행 되는 경우 수입 물가의 하락을 통해 국내물가가 하락할 수 있도록 시장기능을 조절해 물가 관련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 이 경우 수입에서 한국의 경우 부품 소재의 비중이 높고 일본으로부터 수입이 독과점적인 특성을 보여 원화 강세에 따른 수입 원가 하락 요인이 적다. 중저가 제품에서는 중국의 추격이 심화하여서 가격 및 비가격 경쟁력이 중요하다. 원화 강세가 수출에 미치는 효과는 수출 규모면에서 1천만 불 미만의 중소기업에서 경쟁 국가별로는 일본이나 중국, 개도국과 경쟁하는 제품의 경우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다. 원화강세 흐름이 지속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해 주가 하락이 예상된다. 향후 원화 강세에 따른 중국, 개도국에 대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와 기업 브랜드 이미지 강화가 필요하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 외환 매입에 의해 원화 절상 압력을 완화해 수출과 경기 진작을 도모할 수 있다. 원화 강세가 자본재 수입 비용을 감소시키나 그 하락 채널을 검토해야 한다. 수출과 비수출 기업간 양극화를 가속화할 수 있으므로 외환시장의 불안정과 과다한 쏠림 현상을 막는 차원의 미세조정 정책이 필요하다. 기업 자체적으로 기술력 확보, 해외시장 다각화와 환 헷징으로 환율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원화 강세로 대기업은 영업이익을 감소를 제품 고부가가치화와 시장 점유율 유지 정책으로 견딜 수 있지만 한계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에 원화 강세까지 겹치어서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기업입장에서는 거래통화의 다변화로 원-달러 환율 움직임에 환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최근 일본이 친기업정책의 아베노믹스와 양적 완화로 인한 엔저 효과로 일본 제조업이 호황 국면으로 가게 된 것을 정책 당국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환율하락을 경제 체질 개선의 도약으로 삼아야 한다. 김기흥 경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슈&경제] 일자리 창출과 지역 인프라 투자 정책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이 새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다. 최저임금을 16.4% 인상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하여 기업에 부담을 주는 규제도 있지만, 일자리 창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정작 새해 벽두부터 고용시장은 더 얼어붙는 것 같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중소 자영업체들은 고용을 줄이고 있다. 혜택을 받을 것 같았던 저임금 근로자 등 취약계층은 감원이나 해고의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민간기업이 고용을 늘리려면 성장에 대한 비전이 있거나 수익성 제고가 수반되어야 한다. 건설산업도 그렇다. 지금 당장은 지난 3∼4년간에 걸친 주택수주 호황으로 고용상의 큰 문제가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작년부터 주택분양과 착공물량이 크게 줄기 시작했다. 준공되는 물량은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건설산업의 일자리 문제도 꽤 심각해질 것 같다. 준공되는 현장의 건설인력들이 옮겨 갈 신규 착공현장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민간 주택경기가 어려워지면 공공 토목경기라도 버팀목이 되어야 할 텐데, 올해는 이것도 기대할 수 없다. 중앙정부의 올해 SOC 예산이 작년보다 14%나 줄었기 때문이다. 수주산업인 건설산업에서 민간기업이 일자리를 늘리려면 미래의 수주전망이 밝아야 한다. 하지만 중기재정계획에는 향후 5년간 연평균 7.5%씩 SOC 예산을 더 줄이겠다는 방침도 그대로 있다. 최근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는 올해 SOC 예산이 작년보다 14% 줄어든다면 지역 일자리가 얼마나 감소하게 되는지를 추정해보았다. 줄어드는 SOC 예산 감소액(3.1조 원)이 16개 지자체 전체 SOC 예산 합계액에서 차지하는 각 지자체 SOC 예산 비중에 따라 배분된다는 가정을 전제했다. 그 결과 전국 합계로는 4만3천여 명이 감소하고,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가장 많은 8천500여 명, 다음이 서울 7천800여 명 순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약 70%는 건설일용직이기 때문에 SOC 예산의 감소 결과도 취약계층에 더 큰 충격을 주게 될 것이다. SOC 예산 축소도 문제지만 건설업체의 수익성 문제도 심각하다. 민간기업이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되면 대개는 제일 먼저 인력 구조조정부터 한다. 급여 동결은 물론이고, 급여 반납도 흔히 볼 수 있다. 건설업체의 영업이익률은 2015년에는 0.6%까지 하락했고, 특히 공공공사를 수주한 지역 건설업체들은 대부분 적자를 모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 이유는 적정공사비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공공공사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 표준시장 단가는 지난 10년간 평균 36.5%나 하락했다. 표준품셈도 2006년 이후 평균 18%나 하락했다. 하지만 실제 건설공사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올바른 정책목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올바른 정책수단도 중요하다. 일자리 창출이 올바른 정책목표라면, 지역 인프라 투자 확대와 적정공사비 확보는 올바른 정책수단이다. ‘성장’ 관점에서 보면 지역의 일자리 창출, 가계소득 증대, 민간소비 증대를 가져올 것이고, ‘분배’ 관점에서 보면 지역 간 격차를 완화시킬 수 있다. 이처럼 지역 인프라 투자 확대와 적정공사비 확보는 성장과 분배 두 가지 관점에서 모두 바람직한 정책수단이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이슈&경제] 새해 3만불 한국 경제에 거는 기대

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다. 작년 한 해, 우리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한 불안한 외교 안보 환경 요인들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냈다. 이러한 불확실한 대외환경 속에도 우리 경제는 반도체 등의 수출 호조로 경제 성장률이 3.2%대를 기록하고, 2만 불 후반의 국민소득이 새해엔 3만 불이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새해 초에는 세계인의 축제라 할 수 있는 동계올림픽이 한국의 평창에서 개최돼, 경제 분야에서 올림픽 특수도 기대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은 신년사를 통해 올림픽 대표단 참여 여부 타진과 남북 대화 분위기 등을 제안하고 있어, 표면적으로는 좋은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물론, 이러한 북한의 의도에 대해 미국 정부 및 해외 언론, 국내 정치권 등에서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 평가를 함께 내놓고 있다.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당사자들은 북의 이중적 태도와 행동을 그간 익숙히 학습한 바 있기에 그럴 것이다. 새해에 우리는 위기의 안보 속에서도 3만 불의 선진 경제의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3만 불의 한국 경제는 선진국에 진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30-50 클럽에 속하게 되는데, 이는 국민소득 3만 불, 인구 5천만 명을 넘는 국가들이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6개국에 이어 대한민국이 7번째로 가입하게 되어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된다. 국민소득 3만 불 달성을 위해, 경제 단체장들의 신년사는 ‘4차 산업혁명으로 거세게 부는 변화의 바람에 도전과 혁신으로 새로운 성장을 이뤄낼 때’라고 강조하고 있으며, 정부 또한 이에 부응하여 신년사 화두가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 개선’과 ‘혁신성장’으로 화답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서 2018년을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의 원년으로 삼고, 사람중심 경제 본격 구현을 통해 소득 수준에 걸맞은 국민 삶의 가시적 변화 창출로, △삶의 질 개선 위해 일자리(量質) 소득 여건 개선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혁신성장 가속화 △저출산 고령화 등 중장기 도전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경제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정책 방향에 부합하게 각 부처의 구체적 실행 계획들은 일자리,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거시경제 안정, 중장기 도전 대응 등으로 나누어 실천적 세부 과제들을 언급하고 있다. 경제 정책의 목표를 상향해 적극적, 의욕적으로 접근하는 방향은 옳다. 일례로, 개별 기업들의 경영계획에서도 향후 경영성과의 목표는 매우 의욕적으로 상향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 구성원들은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상향된 목표에 근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목표를 상향하는 방향은 맞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변수는 해외 수출에 의존하는 대외 경제로, 이에 따라 국내의 경제 상황이 호ㆍ불황이 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다. 작년에는 반도체 산업의 초호황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주력 산업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 이외에 조선, 자동차, 화학, 철강, 전기전자 등은 반도체 산업만큼 호황이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주력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어, ‘주력 산업의 리노베이션’이 필요하다고 한다. 경제의 대외 의존이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정부는 주력 산업의 리노베이션뿐 아니라, 기업과 함께 미래의 주력 산업 혹은 신수종의 신사업(산업)을 찾고, 투자해야 할 것이다. 또, 수출 비중이 큰 중국 및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수출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섭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슈&경제] 가상화폐거래의 소비자 보호와 법제도 개선 방안

디지털 가상화폐거래 논란이 뜨겁다. 전 세계 740 여개의 가상 통화가 등장해 거래되고 있고 비트코인(Bit Coin)과 같은 가상화폐는 최근 가격이 급등락하고 있다.시가총액 기준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전체시장의 약 70%이상 점유해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장되나 거래소 해킹사고, 불법적 거래 부작용 또한 심각하며 가상화폐 관련 법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가상화폐는 거래 대상으로 상품과 투자 대상으로 화폐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투기 대상으로 접근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유빗 가상화폐거래소가 파산해서 소비자 보호의 측면에서 정부당국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지난달 28일 가상통화 관련 투기대책으로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가상화폐 관련 범죄 집중단속과 엄정처벌, 가상화폐 온라인 광고 등 규제 강화하는 특별대책을 내놓았다. 가상 통화는 다양한 방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중앙집권적인 통제 주체가 없다. 분산형 컴퓨터로 운영되며 블록체인이라는 공개 장부를 통해 거래하고 있다. 종래의 전자 화페에 비해 송금 수수료가 매우 낮은 이점이 있다. 가상화폐가 활성되면 가져오는 미래 사회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로 가상 화페가 투자뿐만 아니라 지급 결제의 수단으로 폭 넓게 사용 될 경우 현재 금융 기관이 하고 있는 업무의 자금 중간 중개 기능을 대체하게 돼 금융 기관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두 번째로 세금 징수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가상 통화는 익명성을 기본 성격을 하고 있으므로 거래를 포착할 수 없으며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가세를 도입할 경우 이중 과제의 문제가 발생한다. 세 번째로 자본도피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비트코인 등과 같은 가상화폐를 구매하여 달러나 위안화 등의 통화로 바꾸는 환치기의 수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에도 가상 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의 한 부분이며 스마트 계약과 같은 형태의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한다면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 거래에 응용해 거래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가상화폐의 매매에서 사업자가 파산하거나 예탁 고객 자산이 없어질 위험 등에 대한 정보가 고객에게 충분히 제공되지 않을 위험이 있다. 이에 대한 법·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로, 법적 대응 마련이다.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 확산이 소비자 피해없이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하여서는 거래내역의 보고와 같은 서비스 유형별로 법·제도 개정으로 선제적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거래, 결제, 계약 정보기록 등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인 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둘째로, 소비자 피해 방지 규정의 강화이다. 가상 통화의 순기능을 살리기 위해서는 소비자 보호와 자금 세탁 방지 등 관련 규정의 정비가 요구된다. 가상 통화의 익명성을 담보로 자금 세탁 및 탈세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방지는 엄격한 규정이 필요하다. 셋째로, 규제의 명확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중앙집중식, 폐쇄적 금융 ICT 감독 체계에서 분산개방형으로 전환하는 규제완화 정책의 병행이 요구된다. 현재의 금융기관 ICT 시스템은 처리속도, 해킹방지, 위변조 방지 불법적 거래, 조세회피 방지를 위하여 전용선, 폐쇄망을 기반으로 하는 중앙관리 시스템을 의무화 하고 있다.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와 소비자를 보호하고 시장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로 크게 구분해 고려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법적 대응 방안과 규제 방안이 명확하게 수립돼야 시장에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투기성 가상화폐 매매, 가상화폐를 악용한 불법 다단계 거래 등을 방지하고, 가상화폐 거래소 안전성 제고로 투자자 보호 등 정부 시책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 우리나라가 가상화폐 공개와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부터하면 국내 가상화폐 시장과 이를 활용한 블록체인기반 벤처 스타트업의 발달은 요원해져 블록체인기반 4차산업혁명이 고사할 우려가 있다. 일본과 같이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제도를 정착시키는 등 거래소 안정성 제고와 투자자보호를 위한 제도 구축이 필요한 것이며, 성급한 규제나 금지보다 건전한 생태계 구축이 바람직하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

[이슈&경제] 지역 노후 인프라 대책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의 내년 SOC예산은 19조원으로 확정됐다. 당초 예산편성안은 17조7천억원으로 올해보다 20%나 줄었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1조3천억원이 증액되긴 했지만, 그래도 올해보다 14.2% 줄어든 규모다. 이처럼 SOC예산이 올해보다 3조1천억원 줄면 건설 일자리도 4만3천여 개나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사실 SOC예산의 축소는 올해부터 시작된 일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해마다 SOC예산을 6.0%씩 줄이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해마다 7.5%씩 더 줄이겠다고 한다. 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그 근거는 모호하다. 정부에서는 우리 SOC수준이 선진국 수준이고 충분하다고 한다. 국토 면적당 도로나 철도 길이를 보면 그렇다고 주장한다. 분모인 국토 면적이 작으니 당연히 그런 결과가 도출된다. 만약 인구밀도를 반영한 국토계수당 기준으로 평가하거나, 도로나 철도가 감당하고 있는 승객과 화물 수송량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선진국보다 한참 부족하다. 이처럼 SOC의 과부족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SOC에 과잉투자한 일본의 실패 사례를 반복해서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최근 폴 크루그만을 비롯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조차 일본의 SOC투자가 과잉, 중복투자라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성공적인 정책이었다는 평가를 한다. 1990년대 초반에는 일본에서도 한때 ‘콘크리트 대신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이 같은 주장도 1995년에 발생한 고베 대지진을 겪으면서 쑥 들어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SOC투자를 콘크리트에 투자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SOC투자는 콘크리트에 대한 투자일 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 예컨대 SOC투자 확대로 경기도민의 출퇴근 소요시간을 지금의 절반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면, 경기도민의 삶의 질은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중앙정부만이 아니라 지자체도 SOC예산을 줄여왔다. ‘수송 및 교통’과 ‘국토 및 지역개발’ 예산을 합한 지자체 SOC예산은 2008년 35조5천억원에서 2015년 34조3천억원으로 연평균 0.6%씩 줄었다. 전체 지자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중 22.0%에서 14.6%로 줄었다. 이처럼 지자체 SOC예산이 줄어드니 지역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부족했다. 특히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지역에 산재해 있는 노후 인프라의 유지관리 문제다. 포항 지진과 같은 비상사태는 어느 지역에서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건설된 지 30년 이상인 노후 인프라는 재난 발생 시 지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 지역 노후 인프라에 대해서는 실태조사를 토대로 한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 예방적 차원의 선제적 투자가 이루어져야 사전에 안전을 확보할 수 있고, 사후 발생할 더 큰 손실을 막아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지역 노후 인프라 대책과 관련하여 지난 11월 국회에서 발의된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관리 기본법안’은 획기적인 입법이다. 이 법안은 사후적 대응에서 선제적 투자로 지역 노후 인프라 관리방식을 전환하고,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 원칙을 정하고 있다. 또한 최소 유지관리 기준과 성능개선 기준을 설정하고, 성능개선 충당금 적립도 의무화하고 있다. 법안의 조속한 통과와 더불어 지자체마다 노후 인프라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선제적 투자를 실행했으면 한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이슈&경제]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

이정섭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큰 줄기에서 ‘소득 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공정 경제’, ‘혁신 성장’이다. 소득 주도 성장은 가계소득을 새로운 성장 원천으로 활용해 성장을 도모하고, 일자리 중심 경제에서는 일자리-분배-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며, 공정 경제는 경제주체 간 합리적 보상체계 정립, 혁신 성장은 3%의 성장능력을 갖춘 경제로 요약된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우려감이 높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시기로 보고 있다. 2013년 맥킨지는 한국 경제를 진단함에 ‘냄비 속 개구리’로 표현했고, KDI는 경제 전문가 489명을 대상으로 한 지난 10월 25~27일 설문 조사에서 ‘한국 경제가 여전히 냄비 속 개구리라는 주장에 공감하느냐’에 대한 질문에서 88.1%가 “공감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위기이며, 한국 경제가 냄비 속 개구리로 서서히 죽어가는 경제라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개구리가 냄비 속을 박차고 나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위기 타개의 해법은 모든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나야만 한다는 점이다. 경제정책에서도 최우선 과제는 혁신이고, 혁신을 통한 성장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혁신 경제의 주인공은 기업(가)이다. 혁신하는 기업가(혹은 창업가)에 의해 신사업ㆍ신기술ㆍ신제품의 개발, 기업 체질의 변화와 개선, 과감한 투자, 신시장 개척 등이 파생될 수 있다. 물론 혁신하는 기업들에서 많은 일자리도 창출된다. 혁신을 통해 기업은 활력을 되찾을 수 있고, 우리 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다. 미국의 혁신적 기업이라 할 수 있는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테크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성과는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미국 CNN에 의하면, 아마존은 올해 9월 말 직원 수가 전 세계 54만 1천900명으로 1년간 23만 5천100명 증가했고, 내년에 제2 본사 건립 시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일어나 직원 5만 명 이상이 상주하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에도 15만 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낼 것이라고 한다. 구글은 최근 1년간 직원 수가 12%(8천147명) 증가했고, 페이스북은 43%(6천163명)가 증가했다고 한다. 구글은 자율주행차 자회사인 웨이모, 사물인터넷(IoT) 자회사인 네스트, 인공지능 사업 등 미래 성장 동력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연구 인력을 계속 증가시키고 있다고 한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 이용자가 20억 명을 넘어서며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모니터링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고, 그 바탕에 이들 기업들의 혁신과 활약이 자리 잡고 있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의 공통점은 인터넷이 상업화된 1990년대 후반 혹은 2000년대 초에 인터넷 관련 기술을 매개로 창업했고, 혁신적인 사고와 행동을 보이는 제프 베조스, 래리 페이지, 마크 저크버그에 의해 현재까지도 경영되고 있다. 우리가 미국의 테크 기업 사례에서 배울 점은 창업 후 고성장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가의 혁신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정부는 ‘생계형’ 창업보다는 ‘기술 혁신형’ 창업을 중시해야만, 인공지능(AI) 등 미래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혁신 역량을 기업들이 갖추게 돼 한국 경제가 혁신 경제로 나아갈 수가 있을 것이다. 현 시점은 우리 경제주체 모두가 혁신을 다시 한 번 외쳐야 하는 비상한 시기다. 이정섭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슈&경제] 4차 산업혁명과 지역 건설정책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시대의 화두다. 경기도라고 예외가 될 수 없고, 건설산업도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도 애매모호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요소가 있다. ‘융합과 통합’이 그 중 하나다. 기술과 기술의 융합, 산업과 산업의 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전통적인 업종이나 업역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기획-설계-생산-판매-애프터 서비스에 이르는 전과정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통합되고 있는 것도 뚜렷한 추세다. 건설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느리지만, 융합과 통합은 과도한 정부규제로 인해 더더욱 미진하다. 건설업종만 해도 종합건설업(5개 업종)과 전문건설업(25개 업종)을 합치면 무려 30개가 있다. 전기공사업, 정보통신공사업, 소방공사업, 문화재 수리업도 건설공사업의 일종이다. 하지만 제각각 별개의 법률과 정부기관에서 규제하다 보니 건설산업으로 분류되지도 않는다. 이처럼 세분화된 수많은 건설업종이 산재해 있다 보니 융합을 기대하기 어렵다. 각각의 업종별로 협력보다는 배타적 이익확보를 위한 규제강화 요구는 강하다. 기획-설계-시공-유지관리에 이르는 과정은 유기적이지 못하고 파편화돼 있다. 칸막이식 업역규제 때문에 건설생산 과정의 수직적 통합도 불가능하다. 기획은 발주자가 하고, 설계는 건축사 사무소와 엔지니어링업체가 담당하고, 유지관리는 공공부문이 주로 담당하고 있다.건설업체는 시공만 할 수 있다. 시공도 단일공사 전체를 건설업체가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기나 통신공사는 법적으로 분리발주가 의무화되어 있다. 작년에는 경기도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서 기계설비공사까지 분리발주하자는 조례 제정이 추진되기도 했다. ‘융합과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통합발주가 바람직하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통합발주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설계와 시공의 통합발주(=턴키)가 널리 활용되고, 시공업체가 설계과정에 관여하는 방식의 발주방식도 활성화되고 있다. 건설업체에게 시공과 유지관리 업무를 묶어서 발주하는 사례도 많다. 통합발주 공사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소규모 창업기업의 인수합병도 활발하다. 민간부문에서 통합발주방식의 활용은 더욱 뚜렷하다. 한건의 공사를 발주하면서 믿을만한 건설업체와 한번만 공사계약을 체결하면 되는데, 굳이 전기 따로, 정보통신 따로, 소방 따로, 기계설비까지 따로 몇 건이나 계약할 이유가 없다. 통합발주를 통해 시공 참여자간의 협력을 유도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 우리 건설산업은 규제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산업화 초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도 크다. 산업화 초기의 패러다임은 ‘분업과 전문화’였다. 건설업체가 워낙 취약한 시기에는 건설생산과정을 분야별로 세분화하고 겸업을 금하거나 분리발주를 강제하는 규제도 어느 정도 논리적 타당성이 있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의 정책과 제도는 ‘융합과 통합’에 기초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칸막이식 건설업역 구조를 철폐해야 하고, 시대착오적 규제에 기반한 건설생산체계와 발주제도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지역 건설정책도 ‘융합과 통합’을 지향해야 지역 건설업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산업화 초기로 되돌아가는 듯한 정책으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할 수는 없다. 새로운 규제를 만들기 보다 기존의 규제를 과감하게 없애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이슈&경제] 영화 ‘남한산성’과 인문학 대중화

올 추석 흥행작인 영화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당시 고립무원의 남한산성에서 47일 동안 벌어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탄식소리를 들으니 필자만 심란한 건 아닌 것 같았다. 관객들이 한숨을 내쉰 이유는 짐작컨대 380년 전 강대국 사이에 낀 채 나라의 운명을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던 병자호란의 난맥상이 다른 형태로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는 과거 사실을 오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작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교훈이자 길잡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 역사에서 제대로 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고, 그러한 국가에 더 이상 희망찬 미래는 존재할 수 없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가 서로 소통해야 하고 그 소통이 미래와 연결돼야 한다. 이 점이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 대한민국은 인문학의 새로운 부활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인문학의 가치에 눈을 뜨고 있다. 지자체와 기업은 물론 대학병원, 로펌, 군부대 등에서도 자체적인 인문학 공부모임을 하는 등 인문학을 배우고자 하는 열기가 매우 뜨겁다. 청년층은 교양함양과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잡기 위해 인문학을 배우려고 한다면, 중장년층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남은 인생을 좀 더 풍요롭고 가치 있게 살기 위해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다.또 얼마 전부터는 인문학이 예능과 만나 공진하고 있다. 연예인들의 일상을 지켜보는 리얼 버라이어티나 기존 토크쇼에 식상한 대중들이 인문학을 예능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어렵게만 느껴졌던 인문학에서 새로운 재미를 발견한 것이다. 방법이야 어떻든 대중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려고 하는 움직임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정작 인문학의 거점이자 버팀목이 돼야 하는 대학사회에서는 오히려 인문학이 절체절명의 위기상태다. 그 동안 대학제도에 갇힌 인문학 연구는 연구자끼리만 아는 어려운 전문용어로 도배된 논문에 갇혀있을 뿐 대학이라는 울타리 바깥으로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또한 전국의 사학과, 철학과, 각종 어문학과 등 인문학 관련학과는 저조한 취업률로 인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학과의 존망을 취업률이라는 획일화된 잣대로 평가하다보니 대학 안에서는 인문학 관련학과의 축소 및 폐과 논란이 거세지고 있고, 대학과 구성원의 고민과 번뇌는 점점 더 깊어갈 뿐이다. 인문학 발전의 기반이 대학의 교육과 연구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학의 인문학 위기는 곧 우리 사회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진정한 ‘인문학 대중화’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 내에서 인문학에 대한 자유로운 연구를 장려하는 분위기와 타 분야들과의 융합연구가 필수다. 또 이렇게 생산된 인문학 지식이 연구라는 테두리 안에 갇혀 있지 않고 강연, 저술, 소셜미디어, 모바일 등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재탄생해야 한다. 그 동안은 국내 유일의 인문학 연구 지원 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이 인문한국지원사업(HK), 중점연구소지원사업 등 지원을 통해서 사막화된 대학의 인문학 연구에 있어 의미 있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인문학 대중화를 논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 인문학의 대중화와 건전한 인문학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지자체, 기업, 정부가 함께 위기의식을 가지고 서로의 역할과 책임(Role and Responsibilities)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받는 기술은 그 자체로는 중요하고 의미 있지만, 기술 자체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의 모습까지 알려주지는 못한다. 현재 인류는 여태껏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만 한다. 사람을 가치의 중심에 두는 인문학을 바탕으로 삶의 통찰을 통해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에 대한 제대로 된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배재석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이슈&경제]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과 안보 위기 속 한국 경제

이정섭 한국 경제는 최근 불안한 안보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 안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과 김정은의 ‘벼랑 끝 전술’ 한가운데 놓여 있어 경제에도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의 ‘북한 완전 파괴’, ‘폭풍 전 고요’에 대응해 김정은은 ‘초강경 대응’, ‘불로 다스려야’ 등의 말 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말로는 전쟁을 하는 사람들로 느껴질 정도다. 이들의 말 폭탄으로 우리는 섬뜩함을 느낀다. 한반도는 이들의 최고조에 달한 말 폭탄 아니 ‘말 전쟁’으로 실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돌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그간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을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터여서 그리 새롭지 않고 어떻게 대비하여야 할지 알고 있다. 북한은 과거 남한에 대해 ‘서울 불바다’로 겁을 주거나, ‘천안함 폭침’, ‘서해 연평도 포격’, ‘휴전선 지뢰폭발’ 등의 도발을 일삼아 왔다. 우리는 차분하게 이에 대응했고 간혹 단호함도 보여 왔다. 과거 북한의 도발은 단순 도발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아 북한이 과연 전쟁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은 우리에게 생소하다. 현시점에서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을 우리는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를 이해함에 그가 30년 전에 쓴 그의 저서 ‘거래의 기술(1987)’을 보면 트럼프의 성향을 일부 파악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어린 시절 트럼프의 성정은 거칠고 공격적이어서 초등학교 2학년 때 선생님의 얼굴에 멍을 들게 해 학교에서 쫓겨날 뻔했는데 이는 자랑이 아니고 자립심이 강해 폭력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생각을 알리고자 했다고 한다. 지금은 주먹 대신 머리를 쓰는 점이 다르다고 한다. 13살에 그의 아버지는 트럼프를 군사교육이 적합하다고 판단해 뉴욕 군사학교에 보낸다. 그곳에서 그는 해병대 상사 출신인 육체적으로 강인한 도비어스 선생님을 만나는데, 특권층의 자녀들이든 줄이 틀리면 누구든 후려쳤고 트럼프는 그를 육체적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간파했다고 한다. 동료들은 그 방법을 택했다가 바보가 됐으나 트럼프는 자기편으로 어떻게 끌어들일까 궁리한 끝에 그의 권위를 존중하고 있음을 넌지시 알렸다고 한다. 힘이 센 사람들의 특성이 상대방의 약점을 발견하면 뒤통수를 노리는 습관이 있는데, 상대방이 강하지만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눈치채면 상대방을 남자로서 대접하고 본능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간파된 뒤 둘은 아주 친해졌다고 한다. 트럼프와 김정은과의 반복되는 말 폭탄을 보면 트럼프의 성장기에서 보였던 일부 모습을 볼 수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강한 군사력으로 북한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으며 김정은의 굴종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들의 말 폭탄의 강도는 강 대 강으로 가고 있으며 게임이론의 결론이라 할 수 있는 ‘Tit for Tat(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취하고 있으나 뒤로는 국무장관인 틸러슨을 통해 대화와 외교의 물꼬를 트고 있으니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트럼프는 또 한미 FTA에 대해 개정보다 폐기를 강요, 경제 분야에서 한국을 압박하며 미치광이 전략을 취하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는 사자와 같이 용맹하여야 하나, 때에 따라서는 여우와 같은 교활함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이를 실천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우리는 안보, 경제 분야에서 가용한 모든 대안들을 준비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섭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슈&경제] 건설 안전, 시스템 구축과 선제적 투자가 답이다

지난 8월 평택 국제대교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23년 전인 1994년 10월21일에는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평택 국제대교는 시공 중에 붕괴되었고, 성수대교는 준공된 지 15년 만에 붕괴됐다. 성수대교 붕괴 이후 20년간에 걸친 건설현장의 안전대책 노력은 그리 큰 성과를 거둔 것 같지 않다. 사고가 날 때마다 대응방식도 별로 변한 것이 없다. 진상조사를 위한 위원회를 만들고, 사고원인 제공자를 처벌한 뒤, 사고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몇 가지 규제를 강화하는 식이다. 이렇게 해서는 사고의 악순환을 벗어나기 어렵다.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인식과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사고와 관련해 ‘하인리히 법칙’이란 것이 있다. 약 100여 년전 미국의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던 하인리히가 다양한 사고의 인과관계를 계량적으로 분석해 정립한 법칙이다. 그는 산업현장에서 사망과 같은 한 번의 큰 사고는 그 사고 발생 이전에 29번의 가벼운 부상이 있었고, 그 이전에는 부상이 발생하지 않은 300번의 경미한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사실을 토대로 하인리히는 ‘1 : 29 : 300’이라는 법칙을 정립했다. 사고 원인은 대단히 복합적이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만 잘못한 것이 아니다. 하인리히 법칙이 말하듯, 수백건에 달하는 사소한 잘못과 수십 건에 달하는 다소 중대한 잘못에다가 몇 건의 치명적인 잘못이 겹쳐 초대형 사고를 야기했다. 지금 진상조사 중인 평택 국제대교 붕괴 사고의 원인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원인이 그렇다면 대책도 마녀사냥식의 사후처벌과 규제 강화만으로 충분치 않다. 처벌과 규제만으로는 사고를 예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안전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포괄적으로 고려해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발주자부터 적정한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책정하고 제대로 공사감독을 수행해야 한다. 설계자도 ‘안전제일’ 철학이 구현된 설계도를 작성해야 한다. 시공자는 원도급자건 하도급자건 현장의 건설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시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외국에서 개발된 사고발생에 관한 모델도 한결같이 부족한 공사기간이나 공사비 책정 같은 부적절한 사업 여건이 근로자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해 위험한 행동을 부추기고, 결국은 사고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건설 안전은 발주자-설계자-시공자-감리자 등 건설사업 참여자 모두의 협력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협력적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안전제일 철학을 공유하고, 사업 참여자들이 적정한 역할을 효율적으로 분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뒷받침돼야 한다. 건설 안전과 관련해서는 공사 현장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성수대교 사례에서 보듯 유지관리도 안전 확보를 위해 중대한 과제다. 특히 준공된 지 30년을 넘어선 노후 시설물은 언제든 사고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노후 시설물 유지관리에는 충분한 예산투입을 못하고 있다. 노후 시설물에 대해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내지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 선제적 투자는 미래의 더 큰 사고와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투자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이슈&경제] 카 프리 데이, 그 진화와 혁신을 기대한다

자동차 중심의 교통 문화로 인한 대기오염, 교통 혼잡 등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동차로부터 자유를 누리려는 다양한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노력의 일환이 바로 해마다 9월 22일이 되면 열리는 ‘세계 차 없는 날 (World Car-Free Day)’ 행사이다. 1997년 프랑스의 항구도시에서 처음 시작된 ‘차 없는 날’은 일 년 중, 단 하루만이라도 자동차를 타지 말자는 취지로 대중교통, 긴급차량, 생계형 차량을 제외한 자동차 운행을 자제하는 날. 이러한 취지에 동의하는 나라, 도시, 단체 등은 이 특별한 이벤트를 나름의 방식으로 준비하고 시민과 함께 즐기며 지속적으로 진화해 왔다. 이미 2010년에도 벨기에 브뤼셀은 9월의 어느 하루를 지정해서 이 날에는 도시 전체에서 자동차 운행을 전면 금지했고 시민들은 차 없는 거리를 자동차 매연을 맡지 않고 안전하게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날을 기념하며 즐겼다.유럽에서는 ‘차 없는 날’에서 ‘차 없는 주간 (European Mobility Week)’으로 이미 진화했고, 자동차와 같은 이동 수단 중심의 사고에서 ‘사람 중심의 이동(Mobility)’의 필요와 수요를 중심으로 도시의 이동체계를 다시 전환적으로 구상해 오고 있다. 특히, 유럽위원회(EC)는 지방정부를 이러한 전환적 행동의 주요 주체로 보고 유럽의 지방정부들이 9월 한 주간 개최되는 행사를 통해 도시의 교통체계를 전환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상설 사무국을 설치해 지원하고 있다. 일 주일간의 행사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응을 포함한 사회적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것. 이러한 노력을 기초로 올해 수많은 유럽의 도시들은 최근 그야말로 깜짝 놀랄만한 기획을 앞다투어 발표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파리는 10월1일 전 지역에 ‘카 프리 데이’를 선언했다. 2015년에는 파리 중심가 중심으로 3분의 1 지역에, 2016년에는 파리의 2분의 1 지역에서 시행했던 것을 확대한 것이다. 그리고 2020년까지는 파리 중심가에 차량 통행을 일상적으로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서울에서 첫 행사가 시작됐고, 2008년부터 환경부의 행사지원으로 국내에 확산되고 지방정부도 참여하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이 행사가 주도한 사회적 변화와 영향력은 미미하다. 이제는 진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인식 수준이 유럽과 다르다는 변명은 설득력이 없다. 대만의 가오슝에서는 10월1일 ‘생태교통 페스티벌 (EcoMobility World Festival)’이 시작된다. 한 달간 승용차를 사용하지 않는 삶을 사는 마을을 세계에 선보인다. 걷기와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계획,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이동체계와 교통수단 간의 유기적 연계의 중요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현장이 될 것이다. 이 축제는 지난 2013년 수원에서 세계 최초로 개최되었던 ‘생태교통 2013 수원’을 대만에서 구현하는 것.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가 주목하는 의미 있는 행사를 개최한 바 있고, 많은 지방정부와 시민사회는 보다 혁신적인 사회적 변화를 견인할 준비가 돼 있다. 대기 오염으로 시민들이 병들고 목숨까지 잃고 있다. 우리사회의 정책리더십은 이러한 엄중한 현실에 진정성 있게 적극적으로 화답해야 한다. 행사는 정책의지를 견인하는 중요한 수단이니까. 박연희 이클레이 한국사무소장

[이슈&경제] 4차 산업혁명 미래, 인문학에 길을 묻다

▲ 배재석 얼마 전 빅데이터 분석 업체 관계자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빅데이터 전문 업체이니 당연히 이공계 전공자가 많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직원 중 절반이 심리학이나 사회학 등 인문사회분야 전공자라고 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데이터 분석 기술은 이공계 전공자들이 뛰어나지만 데이터에 숨어 있는 인사이트를 찾아내고 이를 사회문화적인 차원에서 의미를 해석하는 업무는 인문사회 전공자들이 잘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의 꽃이라고 불리는 빅데이터도 결국은 인간의 생각이나 요구를 올바로 이해했을 때 그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가 있다.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무인자동차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불리는 기술을 우리 생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본질을 다루는 인문사회과학적 가치와 관점이 뒷받침돼야 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의 경우 주행 중 갑자기 앞에 사람이나 야생 동물이 나타나 차를 멈추기 어려울 때 이를 받아야 할지, 아니면 핸들을 돌려야 할지를 사전에 결정하고 알고리즘에 반영해야 하는데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할지 모호하기만 하다. 만약 핸들을 돌려서 탑승자가 다치게끔 설계돼 있다면 아무도 자율주행차를 사지 않을 것이고, 반대의 경우라면 각종 사회윤리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이처럼 자율주행차는 고도기술의 집합체이고 뛰어난 혁신의 산물이지만 인문사회과학적 탐구가 같이 수행되지 않고서는 기술 그 자체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기술의 발전에 대응하고 다른 나라보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기존 산업 패러다임이 아닌 인문사회과학적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인문사회과학적 탐구가 필요하며 기술 관점이 아닌 ‘인간중심’ 관점에서 바라본 사회 전반의 시스템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 우선 인문사회과학 연구 분야의 R&D 예산을 확대해서 안정적인 연구 기반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인문사회과학 연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지만 과학기술분야에 비해 정부의 R&D 예산 지원규모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2016년도 인문사회연구 순수 지원액은 2천990억원으로 전체 R&D 예산의 1.6%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계속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과학기술분야는 현 정부 정책기조에 따라 순수기초연구 예산이 2020년까지 2배로 증액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인문사회과학과 과학기술 분야 간 연구격차의 심화가 예상되며 인문사회분야 홀대론 등 인문사회계 반발이 우려된다. 앞서 언급한 연구 기반을 토대로 다학문 간의 융합형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지금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미국, 독일, 일본을 보면 과학기술뿐 아니라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에도 오랜 기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과학기술과 인문사회과학 분야가 균등하게 발전했고 서로 시너지 효과로 오늘날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앞서게 됐다. 이제 우리도 대학과 연구소들이 가진 아이디어와 인적자원, 기업의 기술력과 마케팅 역량, 그리고 정부의 지원을 연계한 인문학 기반의 융합형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확산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모든 사람과 사물이 서로 연결되고 고도로 지능화된 초연결·초지능 사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며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기존 규제를 완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본질에 대해 이해하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를 많이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는 아이작 뉴턴의 조언처럼 인문사회과학적 탐구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더 멀리, 보다 넓게 조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배재석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

[이슈&경제] 폐전기·전자제품을 올바르고 손쉽게 버리는 방법

우리집에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휴대폰이 몇 개 있을까? 강의가 있을 때마다 집안에 보유하고 있는 사용하지 않는 휴대폰의 수를 조사하면 예상처럼 상당수에 이른다. 왜 사용하지 않는 냉장고, TV, 세탁기 등은 곧바로 처분하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휴대폰은 집안에 하나 이상씩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사용하지 않는 냉장고, 세탁기, TV 등 대형 전기·전자제품의 경우는 제품 자체가 차지하는 공간이 크고, 눈에 바로 띄기 때문에 누구나 바로 폐기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휴대폰의 경우는 어떻게 폐기해야 하는지를 몰라서,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전화번호와 사진 등 주요한 개인정보의 외부 유출이 걱정돼 또는 중고 휴대폰으로 팔면 별도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데 방법을 몰라서 등의 다양한 이유로 고민하면서도 제품의 크기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게 넣어두면 별로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즉시 폐휴대폰을 처분하지 못하고 보관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 후 폐기하는 냉장고, 세탁기, TV, 휴대폰 등 다양한 전기·전자제품들에는 금, 은, 필라듐, 희토류 등의 희귀금속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폐전기·전자제품을 올바로 폐기해 적정하게 재활용하면 유용한 희귀금속의 재자원화가 가능하다. 반면, 일반 생활폐기물과 함께 처리하거나 돈이 되는 유용금속만 떼어내고 나머지를 부적절하게 처리하면 수은, 납과 같은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 등을 유출시켜 심각한 환경문제를 초래할 수 있어 올바른 폐기배출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편리한 생활을 위해서 구입 후 사용하던 전기·전자제품들은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에 도달하게 되면 과연 어떻게 폐기처분해야 하는 것일까. 기존에는 폐전기·전자제품의 배출을 위해서 국민은 폐기비용을 납부하고 지자체로부터 스티커를 발부받아 폐전기·전자제품에 부착한 후에야 외부로 배출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무거운 폐제품을 집 밖으로 이동시켜야 하고, 폐기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이러한 국민의 불편과 부담을 줄이고자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전기·전자제품 제조업체 및 재활용업체 등과 함께 국민의 집안까지 방문해 무료로 폐전기·전자제품을 회수하여 올바른 방법으로 재활용처리하는 재활용센터까지 운반하는 ‘무상방문수거 서비스’를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해 지금은 전국 262개 지자체에서 해당 서비스가 운영 중에 있다. 국민은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 등 대형 폐전기전자제품 또는 휴대폰을 포함한 5개 이상의 중소형 폐전기·전자제품의 배출을 원할 경우 인터넷(www.15990903.or.kr) 또는 전화(1599-0903)로 예약하면 수거 전담팀이 가정을 방문하여 무상으로 폐제품을 수거해 친환경 재활용시설로 인계함으로써 그동안 국내적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던 환경적 피해의 최소화, ‘e-waste’의 불법적 해외수출 문제 차단, 유용자원 회수의 극대화 등 다양한 효과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국민들이 분리수거를 잘 하고 있는 국가도 없는 것 같다. 음식물 쓰레기뿐만 아니라 각종 가정용 일반 생활쓰레기를 모든 국민들은 종이, 플라스틱, 알루미늄, 유리 등으로 아주 정성껏 구분해 분리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2013년부터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폐전기·전자제품 ‘무상방문수거 서비스’를 현 시점에서도 모르고 있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좀 더 적극적인 정부 및 지자체의 홍보 노력을 통해서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친환경적 결과를 확보할 수 있는 선진화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김현수 경기대학교 교수

[이슈&경제] 북핵과 경제성장

한국은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국가 안보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강대국인 미ㆍ중ㆍ러를 포함해 일본도 긴장하며, 북한을 비난하고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남한은 한반도 내 같은 몸통인 북한과 지리적으로 함께여서 우리 대한민국은 안보와 경제에서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다. 외국에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소문도 돌아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나라 상황과 아주 유사하거나 전쟁의 위협이 우리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나라가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 나라는 바로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중동의 화약고’로 전쟁 위험은 끊임없으며, 실제 전쟁도 종종 발발하기도 한다.이스라엘에 대한 흥미로운 점은 실제 전쟁도 하지만 경제성장도 함께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스라엘에 대한 저서로 ‘창업국가’란 책을 보니, 이스라엘은 우리보다 인구, 영토 등에서 더 열세에 있고 전쟁은 반복되어 우리보다 더 위험한 국가라 할 수 있다. 특히 이스라엘의 경제가 한국과 여타 선진국들보다 부분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점이 놀랍다. 이스라엘 인구는 710만명에 불과하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비율에서 이스라엘은 4.5%로 세계 최고이고, 일본 3.2%, 미국 2.7%, 한국 2.6% 순이라고 한다.1995년부터 이스라엘 경제는 선진국 평균보다 더 빠른 성장을 이루고 있으며, 2009년 5월 기준으로 미국 이외 나스닥 상장 기업 수가 독일프랑스한국인도싱가포르영국일본은 2~6개이고, 이스라엘은 63개로 압도적으로 많은 수를 기록하고 있다. 기술의 앞날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벤처 캐피털 투자 액수에서 이스라엘은 미국보다 1인당 2.5배, 유럽의 30배, 중국의 80배, 인도보다 350배라 높다고 한다. 이렇게 이스라엘의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동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으로 본 저서의 저자들인 댄 세노르사울 싱어는 혁신을 거듭하는 기업가 정신과 혁신적 기술 창업으로 집약하고 있다. 안보에서도 이스라엘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스라엘은 수년간 인접한 이슬람 국가 및 무장단체로부터 미사일, 로켓 공격을 받아와 ‘완전 방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중 구조의 다층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 서로 다른 고도에서 미사일 요격을 가능케 하고 있으며, 저고도 박격포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5번째 보호막 개발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핵으로 안보 및 경제적으로도 위기에 놓일 수 있는 한국은 이스라엘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는 이스라엘의 저력은 무엇인지 말이다. 우리나라도 역사적으로 이스라엘과 크게 다르지 않게 수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고 이를 극복해 왔다. 이스라엘과 우리나라의 공통점은 민족성에 있었고, 국난 극복의 주역에는 역경을 헤쳐 나가는 데 있어 강한 국민과 국민성이 있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처럼, 현재 한국 경제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불안감이다. OECD(2016)는 우리 경제를 세계 6위의 수출대국, 회원국 중 11위 경제대국으로 다수의 한국 기업들이 핵심 산업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으며, 한국은 높은 교육 수준과 R&D 투자에서도 독보적이라 평가하고 있다. 대한민국 안보 및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우리 국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경제적 활동을 충실히 하며 정파, 보수와 진보, 색깔론 등을 떠나 한마음으로 뭉치는 것이 최선이 아닌가 싶다. 이정섭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슈&경제] 중소기업주도 성장과 기업가정신

중소기업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한다. 기업 수로는 99%, 고용 비중으로는 88%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고용 비중은 미국 44%, 영국 53%, 독일 62%, 프랑스 63% 등과 비교할 때 현저하게 높은 수준이어서 중소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1인당 부가가치 기준 생산성은 대기업과 비교할 때 33%에 불과하고 임금 수준도 55%에 머물고 있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중소기업 주도성장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최근 세계 경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패러다임이 급속하게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스위스연합은행(UBS)에서 발표한 2016년 국가별 4차산업 혁명의 적응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25위를 기록하고 있다. 기반기술 경쟁력도 미국을 100으로 했을 때 70~8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이 수준보다 더 낮을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할 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중소기업이 생산비용 최소화와 품질 극대화에 초점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중소기업주도 성장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최근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GEM)’에서 발표한 2017 보고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65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수준은 요소중심에서 효율중심을 거쳐 혁신중심 구조에 도달해 있다. 경제구조로 볼 때 가장 앞선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가정신 생태계관련 조사는 더욱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먼저 정부 부분을 살펴보면, 종합지원 정책은 1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조세제도와 지원행정은 19위에 머물고 있다. 정부의 기업가정신 프로그램도 11위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교육은 53위, 시장의 진입규제는 50위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금융부분도 38위에 머물러 후진성을 보여준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가정신 생태계를 위한 조건 중 물리적 인프라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학교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기업가정신 교육은 가장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경제발전단계와 관계없이 모든 조사 대상국의 기업인들은 앞으로 5년간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창업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평균적으로 노동연령층 성인의 42%가 자기 나라에서 창업을 위한 좋은 기회를 찾고 있으며, 이러한 기회 인식에 대해서는 세 개의 경제발전수준 간에 별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조사된 사람 중 22%가 앞으로 3년 이내에 사업을 시작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다. 여기서 기업가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미국의 창업정책(Startup America Initiative)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2011년부터 시행된 이 정책은 창업자금 직접지원, 각종 규제 및 장애요인 제거, 창업가정신 교육 확대, 대기업과 창업기업 간 협력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창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교육기관을 통해 시민들이 기업가정신 함양, 효율적 IT 인프라 구축, 정보에 대한 접근성 향상 등을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여 중소기업주도 성장은 매우 시의적절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대해 지원은 하되 기업이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 나가도록 유도해야 함도 잊지 말아야 한다. 중소기업주도 성장의 해법은 어떻게 기업가정신을 중소기업에 확산시킬 수 있느냐에 달렸다. 새 정부의 역할은 바로 중소기업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과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정화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본부장

[이슈&경제] 생태계와 빅데이터

세계 지도를 펼쳐놓으면 부러운 심리가 작용한 것인지 국토 면적이 넓은 나라들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09번째로 면적이 넓은 나라다. 면적에 비해 많은 인구로 인해 평생을 와글와글, 보글보글, 언제나 복닥거리지만, 우리와 평생을 공존해야 할 생명체들이 정말 많다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드물다. 산이나 들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에 나무가 몇 개(몇 그루)나 있어요? 나뭇잎은 몇 장이나 있어요? 개미는 몇 마리나 돼요?” 등이다. 참 간단하지만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신이라 해도 답을 선뜻 내밀어 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재미있게도 정부기관에서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나무의 숫자가 적어도 3천억 그루 이상일 것이라는 추정치를 발표한 적이 있다. 하루에 1억 그루씩 나무 숫자를 일일이 세어본다 해도 3천일하고도 8개월이 더 걸리는 숫자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럼, 이 나무들은 몇 장의 잎을 만들까? 1그루당 1천 장씩? 3천 장씩? 1만 장씩? 물론 어느 숫자가 대표적이라고 추정할 근거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나무 한 그루에 1천 장의 잎은 달릴 수 있다고 가정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간단한 실험을 해 보자. 우연히 맨땅 위에 떨어진 낙엽을 발견한 여러분은 그 낙엽 위에 콩알만 한 작은 돌을 하나 올려두고 밤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아보자. 여러분이 하실 일은 단잠을 자고 일어나 다음날 낙엽을 찾아가서 살피기만 하면 된다. 콩알만 한 돌을 들어내고 낙엽을 뒤집어 보자.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아마 나뭇잎 뒤편에 맑디맑은 물이 방울방울 가득 맺혀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한 장의 잎에 약 0.3㎖의 물이 매달려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것도 따스한 계절에는 거의 매일, 그 시간은 연중 절반쯤으로 가정한다. 그리고 궁금증을 첨가해 보자. “이 물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그리고 이 물방울들은 깨끗한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낙엽 뒷면에 달라붙은 물방울은 지표면에서 증발한 물방울로서 증류수나 다름없이 깨끗한 순수한 물 입자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만일 3천억 그루의 나무에 달린 1천 장씩의 모든 나뭇잎이 이렇게 깨끗한 물을 만드는 일에 가담한다면 도대체 하루에 얼마나 많은 깨끗한 물을 생산하는 것일까? 한 번 계산이라도 해보자. 3천억 그루의 나무 × 1천 장의 잎 × 0.3㎖ × 180일 = 1.62 × 10㎖에 0이 17개나 더 붙는 숫자가 된다. 이것을 1리터짜리 물병에 넣는다면 162조 병이고, 1톤 트럭에 옮겨 싣는다면? 1천600억 대분량이다. 실로 엄청난 양이다. 우리가 그냥 흘려보내듯 바라보기만 했던 나무의 잎이 만드는 환경 부가가치. 지구 표면을 덮고 있는 나무들은 그 오랜 시간 동안 단 하루도 이런 일을 쉰 적이 없다. 참으로 놀랍고 고마운 존재들이지만 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말 한 번 던진 적 없던 우리들이 아닌가. 작은 기부금으로도 몇 장의 옷가지와 땔감을 전달해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감동하고 즐거워하며 행복의 크기를 늘려나간다. 그 감동의 장에 단 한 번도 초대받지 못한 위대한 생태계의 생산자들, 숲과 들과 건물과 도로를 지나면서 만나는 나무들이 해 온 일이다. 산과 들을 만나면 ‘야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그들을 향한 박수를 먼저 보내자. 오늘 우리가 알아본 생태학적 빅데이터의 가치를 이해했다면 말이다.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이슈&경제] 新중년 인생 3모작이 성공하려면

‘실버파산’, ‘반퇴시대’ 등 회자되는 단어들을 살펴보면 고령화·저출산·베이비부머들의 퇴직, 청년세대의 취업난 등 인구문제와 관련된 부정적 사회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구감소에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하여 걱정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신중년 인생3모작 기반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50대에서 60대의 연령대에 분포한 신중년세대들이 2027년을 정점으로 생산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줄어들게 되고 대량 퇴직사태를 맞이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유발될 가능성이 예측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시된 정책이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실질소득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대수명은 늘어나고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의 이중고를 겪으면서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신중년계층은 주 직장에서 퇴직하는 50세 전후에서부터 70대에 이르는 연령대에 이를 때까지 경제활동을 해야만 어느 정도의 노후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이에 따라 일자리위원회에서는 노후빈곤을 해결하고자 인생 3모작 중 2모작에 해당되는 즉, 주 직장을 퇴직한 후 연금 수령 개시시기인 65세까지의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재취업, 창업, 귀농·귀어·귀촌 등의 경로를 통해 노후 빈곤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2모작 기간을 준비하기 위한 사회적 여건은 제대로 조성돼 있지 못하다. 신중년계층에 해당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 노력은 지금까지 정부와 민간 모두 추진했지만 노력에 비해 기대만큼의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자리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갈등과 제약요인이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재취업의 경우에는 일자리 규모와 관련해 청년층과 신중년층의 세대 간 갈등 현상이 심해지고 있으며, 신중년층의 직무경험과 연계된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지 못해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창업의 경우에는 첨단 업종이나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업종을 권장하지만 실제로는 준비 없는 창업과 사업경험 부족으로 과열경쟁업종에 진입하여 5년 생존율이 29%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귀농·귀어·귀촌의 경우에도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한 일자리창출 파급력은 미약하며 그나마 지속적으로 유지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정부가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구축 계획을 시행하게 된 동기는 인생 23모작을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신중년계층이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신중년계층은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고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지만, 정부도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를 타 정책대상 집단에 비해 소홀히 했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것이다. 다행히도 신중년계층에게 정부가 예산 지원과 관심을 적극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중년 인생3모작이 성공하려면 신중년세대가 시대적 흐름을 수용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지녀야 한다. 린다 그래튼 교수의 말처럼 ‘학교-직장-은퇴’ 등 3단계로 나뉜 인생의 프레임부터 바꿔야 100세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며, 노년으로 갈수록 평생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 즉 ‘변형 자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기개발과 자기변화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조언을 기억해야 한다. 100세시대가 축복으로 다가서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개인도 시대에 맞는 패러다임을 갖출 수 있도록 유연한 사고방식을 지녀야 신중년의 인생 3모작은 성공할 수 있다. 문영규 경복대 복지행정학과 교수

[이슈&경제]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에 부치다

지난달 20일 통과된 정부조직법의 백미는 단연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이었다. 1996년 산업부 외청으로 신설된 중소기업청이 21년 만에 장관급 부처로 출범하게 된 것은 중소기업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외청(外廳)과 달리 부(部)는 예산과 인력뿐만 아니라 정책기능과 법률안, 부령 제정권 등을 보유하고 있어 중소기업을 위해 더욱 강력한 정책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부로 승격한 중기부는 입법권과 예산조정권 등을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경쟁력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힘을 갖게 됐다. 자고로 힘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강해진 권한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의 무게 또한 무거워졌음을 알고 높아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먼저 민간자율에 맡겨야 할 부분과 정부가 정책적으로 관여해야 할 부분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일정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이다. 지원은 하되 기업이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 나가도록 유도해 나가고 지원이 필요한 분야는 경제패러다임 변화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함에 있어 기업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근로자차원에서도 많은 고려가 이뤄져야 한다. 전 세계에 걸쳐 창업이 강조되는 이유는 생산방식의 변화에 따라 기존 산업부문에서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기술기반형 창업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독일, 미국, 일본 등과 같은 선진국들처럼 우리나라 역시 한국에 최적화된 창업지원정책을 고안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음으로 기업 규모와 산업특성에 맞는 육성이 필요하다. 흔히 ‘9988’로 대변되는 중소기업은 규모 면에서 그리고 형태 측면에서 매우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소상공인은 650만 명에 이르는데, 사회안전망이 미비한 우리로서는 이들을 포용적 성장의 대상으로 보고 자율과 경쟁을 유지하되 복지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끝으로 기업 간 협력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시장의 공정성 확립을 가장 우선시해야 할 정책분야로 꼽았다고 한다. 이것은 지난 경제개발 과정이 대기업 중심의 산업정책 위주로만 진행됐으며 중소기업 정책은 단지 산업정책의 일부로 다뤄져 왔다는 중기인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중소기업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높여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힘써야 한다. 글로벌 네트워크 간의 경쟁으로 변하고 있는 오늘날 경제상황을 감안해볼 때, 조금 시간이 걸릴지라도 상생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건강한 기업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오히려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 출범한 중기부는 앞으로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유사중복 사업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던 16조 원 규모의 많은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한 가지 부탁한다면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 입장에서 정책을 집행하고, 단기실적에 너무 연연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중소·벤처기업들의 존재가 필수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정화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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